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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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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중국과 일본 영화의 동반 진출은 가끔 있었던 일이지만 한국 영화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 대해서는 경쟁부문 진출 마감일인 22일(한국시간)을 넘겨 5월 초까지 필름을 제출하도록 각별한 예우를 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이지만 만약 ‘하류인생’까지 경쟁부문에 진출한다면 5월 12일 개막하는 제57회 칸 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세 편이나 진출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지는 셈이다.
마침내 한국 영화는 이번 동반진출을 통해 임 감독으로 상징되는 한 거장의 ‘외로운 싸움’에서 벗어났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매년 국내 영화계는 임 감독의 작품이 칸에 진출하느냐로 가슴을 졸여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말할 수 있다.
“한국 영화에는 임 감독뿐 아니라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것이 우리만의 독백이 아니라 세계 영화계로 메아리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올드 보이’는 ‘킬빌-vol 1’ ‘매트릭스-레볼루션’과 같은 흥행 화제작과 함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영화제측의 요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경쟁부문으로 옮겨졌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두 작품의 경쟁부문 진출은 일본과 중국을 아시아 영화의 중심으로 바라봤던 칸 영화제의 전통적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유럽 영화계는 흥행과 예술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한국 영화를 놀랍게 바라보고 있다”고 평했다.
배우의 해외 진출이란 측면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최민식은 ‘취화선’에 이어 두 번째로 레드 카펫을 밟게 됐고, 유지태는 경쟁부문의 두 작품에서 모두 주연을 맡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발전에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아직도 예술영화는 개봉조차 힘들 정도로 영화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영화산업의 투명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통합전산망이 일부 극장의 반발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기초 체력’이야말로 한국 영화의 미래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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