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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1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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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19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 활동했던 '캠퍼스 밴드'들이 마련한 무대. '샌드페블즈' '로커스트' '장남들' '라이너스' '건아들' '휘버스' '옥슨 80' '블랙테트라'가 또래 중년 관객들과 30여년만에 만나 '세대 의식'을 공유했다. 멤버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만 공연을 위해 해외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옥슨 80' 출신의 가수 홍서범은 "객석 중 40대가 절반, 30대와 50대가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다"며 우스갯 소리로 "혹시 옛 애인을 만나더라도 서로 놀라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날 객석의 7080학번들은 중년이 아니었다. 이들은 두시간반 공연 내내 '나 어떡해' '연' '바람과 구름' 등을 목청껏 따라 부르며 객석을 70, 80년대 캠퍼스로 바뀌었다.
'캠퍼스 밴드'는 유신 말기 억압받던 젊음의 숨통을 터지게 하고, 청춘의 건강을 노래할 수 있었던 수단 중 하나였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당시 시대 상황에 빗대 "나 어떡해"로 들렸고, '라이너스'의 '연'은 고운 꿈을 싣고 날아가는 배였다. 당시 가요규제조치로 주류 가요들이 트로트와 접목돼 '오동잎' 등으로 변모한 반면, 캠퍼스 밴드들은 '젊은 미소'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등으로 젊음을 노래했던 것이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7080학번들은 문화적 정체성과 동질감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던 세대"며 "시대 상황으로 인한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캠퍼스 록은 청춘 고유의 열정과 낭만의 분출구였다"고 말했다.
이날 '샌드페블즈'의 보컬 여병섭씨(광고기획사 대표)는 "단순히 향수에 젖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7080학번들에게도 '좋은'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자"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관객 김기섭(45·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도 "이런 자리를 통해 기성세대도 하나의 청춘 문화를 이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맞장구쳤다. 이날 '휘버스'의 팬클럽 '그대로 그렇게' 회원 50여명은 젊은 세대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연은 밴드들의 오랜 공백으로 인해 사운드 일부가 매끄럽지 못하는 등 '옥의 티'도 보였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런 공연이 열린 게 좋을 뿐"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공연을 기획한 황규학 컬처피아 대표는 "이번 공연을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세대간의 문화 교류로 이어지려면 7080학번들이 능동적으로 문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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