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아이들 세뱃돈 목표액 "달성 어려울 듯"

  • 입력 2004년 1월 22일 1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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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

이제나 저제나, 364일 동안 이 날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무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돈이 고픈’ 꼬마 녀석들이다.

평소 낯가림이 심한 녀석도, 방학의 여유에 게으름이 몸에 밴 녀석도 이날 만큼은 영악하고 부지런한 아이가 돼 분주히 발품을 판다. 목적은 오직 하나. 더 많은 세뱃돈을 챙기기 위해서다.

세뱃돈에도 ‘세대차’가 있다.

올 초 발간된 '삼성전기 사보'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준다. 임직원 130명과 초등학생 자녀 65명을 대상으로 ‘설 세뱃돈은 얼마가 적당한지’를 조사했더니 임직원의 51%가 ‘1만∼2만원’이라고 답한데 비해 아이들의 62%는 ‘10만원’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 설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목표액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세뱃돈으로는 1만원권보다 5000원이나 1000원권 등 소액권의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실제로 한국은행은 20일 “설 연휴 직전 10일간(은행 영업일 기준) 풀린 화폐 중 1만원권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한 3조1769억원인 반면, 5000원권은 2059억원으로 4.2% 늘고 1000원권도 11.4% 늘었다”고 밝혔다.

우리와 달리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웃 일본은 세뱃돈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초등학생이 올 설날에 받은 세뱃돈의 총액은 평균 2만4668엔 (약25만원) 으로, 작년보다 891엔 증가했다.

세뱃돈은 그리 오래된 풍습은 아니다.

예전에는 새해 첫날 절을 받은 어른들이 답례로 먹을 것을 내주며 덕담을 해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던 것이 해방 이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정착되면서 돈을 주기 시작했다.

경희대학교 서정범(78) 명예교수는 “(70여 년 전)내가 어렸을 땐 공부하는 아이에겐 붓이나 먹 같은 학용품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먹을거리를 줬다”며 “7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세뱃돈이 일반화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뱃돈은 일본과 중국에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나라 모두 꼭 봉투에 넣어서 준다는 것.

중국에서는 세배를 하면 덕담이 적힌 봉투에 빳빳한 새 돈을 준다. 이를 ‘압세전(壓歲錢)’이라고 하는데 경사를 상징하는 붉은색 봉투 (홍포(紅包 홍빠오)에 곱게 넣어 주는 것이 예의다.

일본에서도 새해를 상징하는 연, 매화 등이 그려진 봉투(오토시다마)에 세뱃돈을 담아 줘야 예의 바른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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