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한국어판만 유독 다섯권으로 분리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5시 53분


코멘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 제5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한국어판이 다섯 권으로 나뉘어 29일부터 발간된다.

해리포터 시리즈 국내 판권을 독점하고 있는 문학수첩에 따르면 오는 29일경 먼저 1, 2권이 나오고 나머지 세 권도 다음달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책값은 1권당 8500원이며 초판에만 모두 100만부(20만질)가 발간된다.

그러나 문학수첩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이 미리 알려지자 일부 독자들이 “돈벌이에 급급한 얄팍한 상혼”이라며 출판사를 비난하고 있다.

독자들에 따르면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이 쓴 5편 원본은 768쪽으로 프랑스와 미국,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한권으로 제작됐으나 유독 한국어판만 다섯 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해리포터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독자 강모씨(여·고양시 일산구)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한 권으로 나온 책을 다섯 권으로 나눠 발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한국 독자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네티즌 white727은 “해리포터 5편을 5권으로 나눠서 그것도 8500원으로? 황당하다”면서 “한글판의 글씨와 여백 간격을 키워 돈벌려는 상술에 기가 막히다”며 출판사 홈페이지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nahjk7은 “독자의 연령층이 대부분 어린 청소년인데, 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정훈 출판칼럼리스트는 “원본이 한권인 책을 다섯 권으로 나눠 낸다는 것은 책의 고유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아무리 읽기 불편하고 무거워도 원본과 같은 형태로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단 한권으로 만든 뒤 꼭 분권이 필요하다면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고판으로 만드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책을 다섯 권으로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네티즌 verdios는 “외국에선 1권으로 발간돼 상대적으로 싸지만 너무 두껍고 무거워 보기에 불편하다”면서 “권당 가격이 오른 것은 불만이지만 5권으로 나눈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 yr3314도 “요즘 별로 글이 없는 책들도 9000원”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을 보기 위해선 사봐야겠다”고 출판사를 옹호했다.

문학수첩 설완식 기획팀장은 “원본의 분량이 전편보다 3분의1 정도 는데다 이를 한글로 번역하니 더 많아졌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읽는 책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여백이나 글자 크기를 줄일 수 없어 부득이하게 5권(1권 320쪽)으로 냈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9000만부 이상 팔린 슈퍼 베스트셀러.

지난 6월 발간된 5편의 영문 초판 발생부수만 850만부에 이르고 당시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예약 주문이 80만부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편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4편까지 모두 600만부 이상 팔렸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