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9>警 鐘(경종)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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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鐘(경종)

警-경계할 경 鐘-쇠북 종 愼-삼갈 신

夜-밤 야 輕-가벼울 경 掛-걸 괘

警은 言(언)과 敬(경)의 결합이다. 일반적으로 敬을 ‘공경하다’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恭敬(공경)에는 嚴肅(엄숙)과 謹愼(근신)의 마음이 함께 있다. 따라서 敬에는 이 두 가지의 뜻이 더 있는 셈이다. 玉篇(옥편)이나 辭典(사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警은 평소 行實(행실)이 바르지 못한 손자를 할아버지가 불러 세워놓고는 근엄(敬)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言)로 ‘이놈, 조심하거라!’하고 訓示(훈시)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것은 앞으로 혹시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을 일깨워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뜻은 ‘警戒(경계)하다’가 되겠다. 警覺心(경각심), 警告(경고), 警報(경보), 警察(경찰), 警備(경비), 夜警(야경) 등이 있다.

한편 鐘은 金(금)과 童(동)의 결합이다. 언뜻 보아서 童은 立(립)과 里(리)의 결합인 것 같지만 본디 모습을 보면 罪(죄)를 뜻하는 辛(신)과 重(중)이 결합한 다음 생략된 것이다.

곧 重罪(중죄)를 지어 관직을 박탈당하고 ‘노예가 된 남자’를 뜻했다. 그것은 아직 未熟(미숙)하거나 輕率(경솔)한 데서 비롯된다. 곧 인격이 덜 成熟된 상태이므로 후에 童은 ‘미성년’, ‘아이’도 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鐘이 ‘쇠(金)로 만든 어린이(童)’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옛날 노예나 죄수들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늘 채찍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敎鞭(교편)이라는 회초리로 때리면서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가.

그래서 童은 ‘때리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쇠(金)로 만들어서 때리도록(童) 한 것’이 鐘으로 ‘쇠북’을 뜻한다. 鐘閣(종각), 掛鐘(괘종), 晩鐘(만종), 弔鐘(조종), 打鐘(타종)이 있다.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주요 정보 전달수단은 烽火(봉화)나 人便(인편)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국가적인 기간통신망일 뿐이고 마을 단위의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소규모의 신호체계를 갖추어 놓고 있었는데 그것이 鐘을 달아두는 것이었다. 곧 지방마다 鐘을 달아 주민들에게 시간을 알린다든지 吉凶事(길흉사)를 알렸는데 대체로 打鐘의 횟수에 따라 내용을 구별하였다.

곧 적이나 도적의 침입이 있을 때 쳤던 종이 警鐘이며 초상을 당했을 때 쳤던 종이 弔鐘이다. 또 正午(정오)를 알리기 위해 쳤던 종이 午鐘(오종)이라면 황혼녘에 치는 교회의 종은 晩鐘(만종)이 되겠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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