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8>拔 苗 助 長(발묘조장)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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拔 苗 助 長(발묘조장)

拔-뺄 발 苗-싹 묘 善-착할 선

踐-밟을 천 腕-팔뚝 완 速-빠를 속

孟子(맹자)가 강조한 것은 內面(내면)의 修養(수양)이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착한 性品(성품)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것을 열심히 갈고 닦으면 누구나 聖人君子(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명한 性善說(성선설)이다. 그 방법으로 그는 敎育(교육)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직접 행동으로 實踐(실천)해 보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수양한 결과 그의 나이 마흔이 되어서는 일체 외부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위 ‘不動心’(부동심)이 그것이다.

하지만 不動心이 어디 그리 쉬운가. 孟子는 그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浩然之氣(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다. 그것은 腕力(완력)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勇氣(용기)가 아니라 인격의 수양에서 우러나오는 도덕적인 勇氣다. 곧 不義(불의)를 배격하고 正義(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그러면 그 浩然之氣는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그에 의하면 養氣(양기·기를 기름)와 正氣(정기·기를 바르게 함)를 병행하되 서두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제자 公孫丑(공손추)에게 다음과 같은 고사를 들려준다.

옛날 宋(송)나라에 어떤 어리석은 농부가 살고 있었다. 논에 가보니 자기 논의 벼가 남들보다 키가 작지 않은가. 궁리 끝에 그는 벼의 순을 모조리 뽑아 올려놓았다. 이제 키가 같아졌다. 노인은 만족한 듯이 집에 돌아와 말했다.

“오늘은 참 피곤하군. 벼의 순을 뽑아 올려놓고 왔더니만…”

순간 가족은 깜짝 놀랐다. 이튿날 아들이 급히 가 보았더니 벼는 모두 하얗게 말라죽어 있었다. 孟子는 말한다.

“세상에는 대체로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김도 매지 않고 아예 팽개치는 사람이요, 또 하나는 그 농부처럼 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둘 다 백해무익할 뿐이다.”

浩然之氣를 아예 포기한 자와 너무 서두르는 자를 함께 경계한 말이라 하겠다. 우리 속담에도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꿰어 못쓴다’는 말이 있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인간이 수양을 하는데 있어서랴.

공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欲速則不達(욕속즉부달)’-빨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

너무 서두르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번 쯤 음미해도 좋을 것 같다. 拔苗助長은 줄여서 助長(조장)이라고도 한다. 물론 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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