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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9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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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국에서 넥타이가 유행을 타는 것은 제조 및 유통 과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백화점 매장에 있는 넥타이는 대부분 국내외 유명 남성복 브랜드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한 국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업체로서는 브랜드에 지급하는 로열티 이상의 수입을 올리자면 특정 시기에 잘 팔리는 무늬나 색상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실정. 브랜드를 아우르는 ‘반짝유행’이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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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는 사선이 주도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대선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선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TV에 등장했다. 그러자 백화점 넥타이 매장에서는 사선 무늬 넥타이가 불티나게 팔렸다.
LG패션 차창현 차장은 “사선 무늬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체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사선 무늬의 강세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린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화려하거나 튀는 무늬의 넥타이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반면 사선은 성실감, 안정감, 신뢰감을 주는 무늬이므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한다는 것. 대선 후보들이 사선 무늬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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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 무늬의 유행은 젊은 사람들의 패션에서 잘 나타난다. 제일모직 이재경 선임디자이너는 “사선은 다소 고루한 느낌이 난다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요즘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들도 사선 무늬 넥타이를 내놓을 정도로 연령대에 관계없이 골고루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경 디자이너는 “사선 무늬의 강세는 체형 변화와 연결시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선을 포함한 스트라이프 무늬는 덩치가 큰 서양인의 체형에 어울리는 무늬라는 것. 그래서 과거에는 한국인들에겐 다소 어색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한국인의 체형이 바뀌면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무늬가 넥타이 전체에 골고루 찍혀있는 올오버 패턴의 경우 무늬의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 특히 작은 도트(물방울) 무늬를 활용한 넥타이가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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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크게 유행했던 무늬가 없는 솔리드 스타일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차창현 차장은 “솔리드 넥타이는 재킷과 캐주얼 셔츠를 매치 시키는 콤비 복장에 어울린다”면서 “싱글 정장을 입는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솔리드 스타일이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패션은 올해 넥타이 경향은 스트라이프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올오버 30%, 체크 및 페이즐리 10%, 솔리드 10% 등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색상은 파랑, 매듭은 굵게
2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원단 전시회 ‘프레미에 비종’에선 2003년의 유행 색상으로 파란색을 전망했다. 그 전망은 넥타이 색상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파란색 중에서도 특히 밝은 계열이 주종을 이룰 전망이다.
LG패션 윤지영 선임디자이너는 “과거에는 바이올렛(보라)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파란색이 넥타이에 많이 쓰였지만 올해는 파스텔톤에 가까운 밝은 파란색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명도가 높아져 색상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
파스텔톤으로의 움직임은 다른 색상에서도 감지된다. 이재경 디자이너는 “넥타이 색깔의 또 한 축인 빨간색의 경우도 오렌지색에 가까운 코럴레드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흰색 셔츠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
넥타이를 매는 방법에서는 매듭 부분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최근 각 업체가 생산하는 넥타이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실을 촘촘하게 엮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천 자체가 두툼해짐으로써 매듭 부분이 커지고 있는 것.
이재경 디자이너는 이와 함께 “셔츠의 칼라 사이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그 사이 공간을 적당히 메우기 위해선 매듭이 커야 알맞다”고 설명했다.
수입 명품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의 유행에 관계없이 기존의 스타일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색상은 대체로 밝은 파란색, 밝은 초록색, 분홍색 등.페라가모는 무늬에서 만화적인 요소가 강해졌다. 물고기 사슴 오리 등 작은 동물 무늬를 프린트한 제품들이 많아진 것. 이런 제품은 20,30대에게 인기가 있으며 40,50대는 도트 무늬를 주로 찾는다. 에르메스도 동물 무늬 제품이 많은 편.
구치는 GG로고가 새겨진 전통적인 넥타이를 올해도 주종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도트 무늬가 꾸준한 인기. 아르마니는 전형적인 스타일인 스트라이프를 비롯해 솔리드 스타일을 위주로 하고 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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