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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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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성은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도 반영돼 자녀양육에서 기성세대와 뚜렷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과정을 통해 가족의 크기는 작아지고 핵가족의 형태가 일반화됐다. 장자를 중심으로 한 부자관계의 중요성, 핏줄을 통한 집의 존속 가치관, 친족간의 돈독한 유대에서도 두루 변화를 보인다. 한국의 가족은 이렇게 구조적으로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속도가 늦은 편이다.
주위에서 보면 자녀의 이름을 부모가 직접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까지는 손자의 이름을 짓게 될 경우 역시 친조부모가 지을 확률이 외조부모보다 높다.
이를 통해 아직은 핏줄을 중심으로 하는 부계중심의 사회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손자가 태어나면 조부모들은 관심을 갖고 기꺼이 아이이름을 짓는다. 디지털시대에도 작명가에게 이름 짓기를 부탁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부모의 연령이 낮더라도 작명가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신세대도 미래사회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친척을 만나는 것은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 부모들이 친척들이 모여 사는 고향을 잃었거나 찾아갈 가까운 친척이 적어져 자녀들도 친척을 멀리 느낀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친조부모보다도 외삼촌, 이모, 이종사촌을 가장 많이 만나고 있다.
우선 맞벌이 엄마들이 자녀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엄마들이 가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다보니 엄마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친정을 자주 찾게 되고 아이들은 외가사람들을 가깝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영아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연구결과가 외신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외국의 예를 들먹이지 않아도 어릴적 배 아프면 외할머니가 배를 문질러 주었던 기억에서 알 수 있듯 외할머니는 정서적으로 가까운 존재다.
서울 이외 지역 아이들은 그래도 친조부모를 외조부모 및 외삼촌, 이모, 이종사촌보다 많이 만나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 지역에서는 정서나 감정보다는 규범이나 예절이 중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개인과 개인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없으며 인터넷 등으로 연결되고 있어 익명적인 관계만 유지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칫하면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드물고, 고립된 존재로 남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럴수록 자녀가 친척과의 만남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유대를 맺는 일은 중요한 경험일 것이다. 자녀들이 외가쪽 친척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복희 경희대 생활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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