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호화로움의 극치 남아공 트레인 사파리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6시 37분


빅토리아 폭포 근처 철교 위에 잠시 멈춘 로보스레일. 폭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정차한 뒤 승객들이 잠시 차에서 내려 아슬아슬한 철교 위에서 폭포를 보도록 한다. 정차지마다 관광객들이 아프리카 문화와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 로보스레일의 특징이다./사진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
빅토리아 폭포 근처 철교 위에 잠시 멈춘 로보스레일. 폭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정차한 뒤 승객들이 잠시 차에서 내려 아슬아슬한 철교 위에서 폭포를 보도록 한다. 정차지마다 관광객들이 아프리카 문화와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 로보스레일의 특징이다./사진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

사파리(safari). 아프리카 남동부지역의 공통언어인 스와힐리어로 ‘가서 무언가를 얻고 돌아온다’는 뜻이다. 사파리는 오래 전부터 원주민들에겐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로운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 담백함을 즐기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그런 사파리가 서구사회에 소개되며 지프를 타고 야생동물을 쫓아 사바나를 달리는 것으로 상업화되고 문명화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두 개의 사파리 기차가 있다.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단 한 번의 꿈같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진 돈을 다 투자하는 유럽인들조차 벼르고 별러 찾아온다는 이 최고급 기차의 이름은 블루트레인(Blue Train)과 로보스레일(Rovos Rail). 승객수보다 더 많은 승무원, 티 서비스로 시작되는 모닝콜부터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와인 한 잔까지 24시간 끊이지 않고 제공되는 서비스를 경험한 여행자들은 아프리카 최고의 여행으로 이 트레인 사파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대 아프리카 부족의 왕궁을 모델로 지어진 선시티의 팰리스호텔 전경. 보이진 않지만 호텔 진입로에는 대형 코끼리 석상이 도열해 있다./사진제공 캠프

트레인 사파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인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를 거쳐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폭포까지의 구간을 달린다. 일반적인 남부 아프리카의 패키지 관광은 약 2주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크루거 국립공원,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까지 세 군데를 도는 일정이다. 트레인 사파리도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코스가 짜여 있는 것.

섹션별로 나누어져 있는 구간 중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블루트레인은 1박 2일에, 로보스레일은 2박3일에 걸쳐 돌파하는 이 구간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트레인 사파리의 진수를 맛보고 동시에 아프리카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편안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마니아들에게 인기다. 두 열차는 최고급 시설에 엄청난 여행경비가 소요된다는 점은 같지만 그 성격은 약간 다르다.

남아공의 국철인 블루트레인은 1923년 영국행 우편 선박이 정박하는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를 연결했던 유니언리미티드, 유니언익스프레스의 기차가 그 시초다. 블루 사파이어 색깔로 칠해졌던 이 열차들은 사람들에게 원래의 이름 대신 ‘파란 기차’로 불렸다. 그러다가 1937년 7월 에어컨이 설치된 12개의 침실칸과 라운지칸, 식당, 짐칸이 만들어지면서 럭셔리 트레인으로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타운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펭귄들/사진제공 캠프

정식으로 ‘블루트레인’이란 이름으로 운행을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공백기를 거친 후인 1946년의 일이다. 시속 110㎞로 달리는 블루트레인의 목표는 여행객들이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을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반면 사기업이 운영하는 로보스레일은 천천히 달리며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지향한다. 객실마다 텔레비전, CD플레이어, 비디오, 무선 전화기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고 매일 아침 신문이 배달된다.

블루트레인의 명물은 ‘드라이버스뷰(Driver’s View)’ 시스템이다. 기차의 맨 앞에 특수 장착된 카메라를 각 객실의 TV 모니터와 연결해 24시간 현재 지나는 곳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여행자들은 한밤중에 침대에 누워서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프리카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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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트레인의 객실은 디럭스 스위트와 럭셔리 스위트로 구분돼 있다. 트윈, 더블베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객실마다 개별 욕실 또는 샤워룸이 갖춰져 있다. 객실 이외에 흡연자들을 위한 클럽카와 비흡연자들을 위한 라운지카도 있다. 식당차에서 진행되는 저녁식사 때는 모든 승객이 예외없이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 남아프리카 전통요리가 포함된 다국적 스타일의 요리가 제공되며 최고급 남아공산 와인도 맛볼 수 있다.

블루트레인의 종업원은 대부분 흑인이다. 놀라운 것은 서비스하는 그들의 태도이다. 승객이라면 누구나 마치 노예를 부리고 있는 왕처럼 행동할 수 있게끔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다.

역설적이게도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재임 시절 마이클 잭슨이나 나오미 캠벨같은 대중스타를 비롯해서 자신이 초대한 귀빈들과 함께 국철인 블루트레인을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블루트레인의 요금은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의 물가수준을 감안해서 보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600㎞를 이동하는 데 드는 요금은 성수기 럭셔리 스위트 기준으로 하룻밤에 약 1970달러(1만7765랜드) 정도. 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요하네스버그의 봉급생활자 한달 평균 임금이 백인의 경우 666∼777달러(6000∼7000랜드), 흑인은 220∼227달러(2000∼2500랜드) 수준이다.

로보스레일의 승무원들은 블루트레인과는 달리 이벤트 요원 같은 성격이 강하다. 블루트레인의 종업원이 하인을 연상케 하는 제복을 입은 흑인이라면 로보스레일은 경쾌한 느낌의 유니폼을 입은 백인 일색이다. ‘호화로움의 극치’를 맛보게 해주는 블루트레인과는 달리 로보스레일은 ‘재미있고 친근한 여행’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로보스레일은 정차역마다 어울리는 이벤트를 마련해 두고 있다. 출발할 때는 즉석 왈츠를 연주해 손님들의 흥을 돋우고 다음 정차역인 금광도시 킴벌리에서는 금을 캐는 일일광부가 되어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찾는 게임을 진행한다. 대개 종착역은 대륙의 끝인 케이프 반도. 달리던 땅이 끝나면 이 호화로운 기차여행도 끝나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열차 노선을 생각해낸 것일까?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호화판 열차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역사를 훑다 보면 세실 존 로즈라는 사람의 이름과 자주 맞닥뜨린다. 그는 1880년 금과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드비어스라는 광산 회사를 세워 킴벌리 일대에서 부를 축적하고, 그 영향력을 증대시켜 나간 전형적인 영국인 제국주의자였다. 독립 이전 짐바브웨에 붙여졌던 지명인 로디지아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로즈의 꿈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이집트의 카이로까지 아프리카 종단 열차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물론 목적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대영제국의 팽창을 위한 그 계획은 완벽하게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남아공에서 콩고까지의 노선은 건설됐다.

오늘날 블루트레인 루트의 역사는 식민지의 물자를 효과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정복자들의 목적에서 시작된 셈이다. 1세기가 지난 오늘날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한 열차는 빅토리아 폭포까지 당도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부유한 관광객을 싣고 달리는 초호화 열차로 변신했다.

▼인공 조성한 거대 별천지 '선 시티'▼

쿠키 갈맨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나는 아프리카를 꿈꾼다(I dreamed of Africa)’에 비친 아프리카는 자연풍경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여전히 덥고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또 위험하다. 하지만 실제의 아프리카에는 그런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블루트레인으로 여행하게 되는 남아공에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환상적인 가상 도시가 있다. 바로 ‘선 시티(Sun City)’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쯤 차로 달린 거리에 있는 선시티는 공식적인 행정지역명이 아니다. 남아프리카의 대기업인 ‘선 그룹’이 만든 인공도시다. 이름은 시티지만 거기서 일상생활을 느끼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를 기묘하게 뒤섞어 놓은 듯한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타운이다.

마치 특별한 초대장을 받아들고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입성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테마시티는 백만장자인 호텔리어 솔 커즈너의 영감에서 출발해 1992년 고대 부족의 왕궁을 모티브로 완성됐다. 시티 안에는 전부 3개의 호텔과 오락공간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 초특급 호텔인 ‘팰리스 호텔’과 ‘로스트 시티 골프장’이 유명하다. 팰리스 호텔은 입구를 지키듯 도열한 거대한 코끼리 석상과 전형적인 아프리카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각국 대통령 총리 왕족들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주요 고객이다.

거대한 카지노와 화려한 쇼를 볼 수 있는 홀, ‘밸리 오브 더 웨이브즈(Valley of the Waves)’라는 이름의 워터파크,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공호수 등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특히 로스트시티골프장은 야생 악어 30여마리가 서식하는 호수를 끼고 만들어져 스릴 만점의 라운딩을 해 볼 수 있다. 한번에 10만명의 갤러리가 관람할 수 있는 규모이며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우거진 이국적인 풍경도 이 골프장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풍광의 일부다.

●여행정보

1.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공으로의 직항편은 없다. 당일 연결편으로는 홍콩을 경유하는 캐세이퍼시픽(02-311-2800, 주 5회 출발)이 가장 편리한 스케줄이다. 특히 2003년 1월부터는 홍콩에서 출발하는 남아프리카 항공(02-775-4697, 주 4회 출발)과 연결돼 매일 출발이 보장된다. 서울에서 홍콩까지는 3시간50분, 다시 홍콩에서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까지는 13시간10분 정도 걸린다.

2. 기후

남아공의 여름은 10월부터 시작되어 다음해 3월경까지 이어진다. 여름철의 평균 기온은 15∼35도 사이. 여름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밤에는 다소 쌀쌀한 편이어서 긴소매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2. 트레인 사파리 정보

남부 아프리카 국가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트레인 사파리에 관한 정보와 상품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더욱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블루트레인 www.bluetrain.co.za, 로보스레일 www.rovos.co.za, 남아프리카 여행정보는 www.southafrica.com.au 또는 www.satour.co.za에서 얻을 수 있다.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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