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 성공학]"바른생활? 누군들 옳은지 몰라?"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20대 후반의 김모씨. 그는 세상에 회자되는 명언, 명구 같은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곤 한다. 점잖게 훈계하는 어조로 바른 생활에 대해 가르치려고 드는 에세이 같은 것도 참아내기 어렵다. 반듯하게, 성실하게, 교과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쯤이야 그런 책 안 읽어도 모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얘기 아닌가.

몰라서 실천 안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러기 싫은 것 뿐이지. ‘두려움이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다’같은 말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백 번 지당하게 옳은 말이다. 누가 그걸 모르나? 하지만 그러니 어쩌란 건데?-가 그의 생각이다.

거기다 대고 “그러니 어쩌란 건 아니지. 그냥 그렇단얘기지. 그리고 교과서적이란 말이라고 꼭 나쁜 건 아니잖아”하고 말이라도 건넸다간 아마 그의 경멸을 단단히 각오해야 하리라.

그가 바른 생활을 강조하는 말에 화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교훈조의 말일수록 실제로 그걸 실천하려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못 들은 것으로 하거나 그냥 발 밑에 넣고 꾸기적거리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또 막상 그러고 있자면 영 개운하지가 못하다. 계속해서 찜찜한 뭔가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책방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에 관해 써놓은 책들이 줄잡아 수백권은 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보며 깊은 감명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삶의 방법을 바꾸는가 하면 대답은 거의 ‘아니다’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훨씬 승한 존재라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그리고이성과 감정이 생겨나는 뇌의 구조와도 관계가 있다. 바른 생활을 강조하는 이성적인 생각은 우리의 대뇌 피질에서 생겨난다. 그런데 이 대뇌피질은 인간의 두뇌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된 부분이다. 그래서 신(新)피질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무수한 상처와 분노, 피해의식, 충동과 욕망 등으로 이뤄져 있는 감정은 훨씬 오래 전부터 진화돼 온 구(舊)피질이 주관한다. 정신의학자 융이 말하는 ‘무의식의 그림자’도 이 구피질 담당이다. 그러니 감정이 이성보다 승할 수밖에.

감동적인 처세술로 가득 찬 책을 보면 화가 나는 사람이나 그런 책을 수십권 읽고도 난 왜 늘 이 모양인가 한탄하는 사람이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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