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개원醫 "물좋은 강남 가자"…강남등 4개구에 28% 몰려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10분


서울 강남지역이 개원의들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의사들이 ‘황금시장’을 찾아 강남 일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비뇨기과 등 의료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비교적 진료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이 같은 강남집중현상이 특히 심하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의원은 고액 연봉 외에 아파트를 함께 제공해도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의료인력의 편중이 심해지고 있으며 의료비 과잉지출과 불법의료광고 등 부작용도 크다.

▽실태와 원인〓서울시의사회에 따르면 2001년 말 현재 시내 구별 개원의사수는 강남구가 579명으로 1위였다. 금천구는 103명으로 최하위. 인구 1만명당 개원의사 수로 따지면 강남구는 10.1명인 데 비해 금천구는 4.0명. 서울 25개구 전체 개원의사가 5050명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구의 3배 가까운 수가 강남구에 몰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셈.

강남 서초 강동 송파 등 이른바 ‘강남’으로 통칭되는 4개 구의 개원의사 수는 서울시내 총 개원의의 28%나 차지한다. 전국 성형외과 개원의사(2000년 말 현재 750명)의 절반가량(344명)이 서울에, 그것도 대부분 강남 일대에 밀집해 있다.

서울 중구에서 10여년간 성형외과를 운영해온 원장 L씨(46)는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옮겼다. 그동안 쌍꺼풀 수술을 해주고 60만∼80만원을 받았지만 강남으로 옮기면 3배나 많은 15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드름을 치료하는데 약품을 쓰면 3만원 정도가 들지만 강남의 일부 피부과 전문클리닉은 레이저치료를 빌미로 80배나 많은 240만원을 받는다.

부천의 한 치과의원장 K씨(46)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치과병원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월급쟁이’로 옮길 계획이다. 실력에는 나름대로 자신 있지만 강남에서 개업한 경력이 없다보니 ‘실력이 없다’는 주변의 평을 듣는 게 싫은데다 수입면에서도 낫기 때문이다.

서울시 구별 개원의 수 비교
개원의비율(%)
강남57911.5
송파2985.9
서초2765.5
강동2454.9
종로1382.7
도봉1152.3
용산1112.2
금천1032.0
25개구 전체 5050명구 평균: 202명

최근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들도 큰돈을 버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대거 개원하면서 강남 일대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

이 같은 강남 집중 현상 때문에 최근 들어 강남역 압구정동 신사동 교대 앞 등 강남 목 좋은 곳의 건물은 매물이 없을 정도다.

▽문제점〓의료비의 상승이 가장 큰 문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의료의 본질적인 기능과 관련 없는 호화 실내장식을 하게 마련이고 이런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넘겨진다. 방송출연 등 간접광고를 통한 경쟁적인 환자 유치, 일반 기업과 같은 마케팅 기법 도입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L원장은 이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미용성형 의사나 심장수술을 하는 흉부외과의사나 똑같이 대우하는 현행 의료보험수가제도”라고 지적했다.

‘의료제도 민주화 추진 운동본부’ 수석대표인 서울 종로구 Y성형외과원장 윤철수씨(46)는 “까닭 없이 비싼 진료비를 받아내려는 일부 의사와 무조건 비싸야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환자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궁극적으로는 한의사나 치과의사처럼 간판에 진료과목을 따로 붙이지 않도록 의사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수입이 좋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진료과목에만 의사가 몰려 마취과 방사선과 임상병리과 등 국민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의 인력이 모자라는 잘못된 현실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