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부모의 이혼과 정신건강 "아이들은 멍든다"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30분


올 3월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에 ‘한국 남성의 65%, 여성의 41%가 외도를 한 적이 있어 아시아 5개국 중 외도 1위 국가’라는 내용이 실려 논란이 됐다.

100명 밖에 안되는 작은 표본과 부적절한 조사방법 등으로 신뢰하기 힘든 보도였지만 우리 사회가 외도에 비교적 관대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의 ‘외도 문화’를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최근 정신과나 각종 상담소에는 배우자의 외도 문제를 상담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넷의 동창 모임이 변질돼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외도를 부추기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특히 요즘 연말 송년회의 술자리가 외도로 변질되기도 한다.

▽남녀의 외도 성격이 다르다〓외도하는 남성 중 상당수는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 외도를 부도덕하게 여기지 않고 외도를 하면서도 아내와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특징.

이에 반해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도 때 남성보다 죄책감을 더 느낀다. 외도하는 여성 중에는 ‘그동안 결혼 생활을 통해 잊고 있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내가 살아있고 자유롭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외도를 낭만적으로 여기는 것을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프란체스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았을 때〓친구와 상담소 성직자 전문의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를 주위에 너무 떠벌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질 때마나 ‘아니야, 난 잘 할 수 있어’라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자신이 강하고 독립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한다. 마음이 아파도 배우자 앞에서서는 자제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배우자를 만나기 전에 심사숙고해 어떤 말을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등을 예상하고 연습한 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자녀의 충격을 줄이려면〓자녀들이 부모의 외도를 알게 되면 큰 배신감을 느끼지만 통상 외도가 일시적인 경우라면 배우자처럼 심한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자녀들에게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리고 한탄하면 자녀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위로하기보다는 부모 둘 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반항하기 일쑤다.

반면 외도한 사람의 배우자가 의연한 태도를 보이며 적절하게 설명하면 자녀는 정신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다.

▽피치 못해 갈라선다면〓외도 탓에 이혼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자녀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 자녀가 2세 이하라면 부모의 이혼에 가장 적게 영향을 받는 시기므로 되도록 과거와 같은 일상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2∼7살인 경우 부모의 이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 이 때 자식에게 ‘비록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지만 둘 다 널 영원히 사랑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또 ‘이혼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문제지 네 잘못 때문은 아니다’고 반복해서 알려준다.

대소변을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못 가리게 되거나 손가락을 물어뜯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부모의 관심을 요구하는 신호이므로 이런 일로 야단치기보다는 부모의 사랑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8∼11살 때에는 심한 분노감을 표현하며 부모를 창피하다고 여기기 쉽다. 이혼 뒤 재혼했을 경우 친아버지나 친어머니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의 분노를 운동 취미생활 등 건강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당당한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줘 이혼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당연한 감정이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12살 이후에는 격렬하게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부모를 이해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를 위안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되고 사춘기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한다.이혼은 부부사이의 문제이므로 자녀가 자기편에 서도록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혼은 반드시 자녀에게 악영향만을 미친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혼을 통해서 갈등이 해소되는 등으로 인해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도움말〓백상신경정신과 박수룡 원장 02-3452-9700,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정찬호 원장 02-525-3337)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외도 상식문제▼

①남자는 누구나 한 번쯤 바람피운다?

②외도는 때때로 좋은 것일 수도 있다?

③배우자를 사랑하는 것과 외도는 별개의 문제다?

④외도는 배우자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다?

⑤외도는 모른 척 하는 것이 최상이다?

⑥외도는 이혼에 이르게 한다?

⑦아내의 바람이 남편의 바람보다 더 가정을 파괴한다?

⑧외도는 성욕 때문에 발생한다?

<오케이 외도 닷컴측이 제시하는 답>

①“아니오”-외도를 하는 남성들이 자기를 합리화하는 말일뿐이다.

②“아니오”-결혼생활에 갈등을 일으키며 부부관계를 해체하는 가장 큰 원인이 외도다.

③“예”-외도는 배우자에게 관심이 줄어든 것을 나타내지만 그렇다고 배우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④“아니오”-자신이 한 외도의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다.

⑤“아니오”-배우자가 계속 거짓말을 하도록 조장하기 때문에 불신이 깊어져 문제 해결을 한층 어렵게 만든다.

⑥“아니오”-외도 때문에 이혼하는 부부도 있지만 외도를 현명하게 극복해 오히려 부부 관계가 개선되는 경우가 더 많다.

⑦“예”-우리의 관습 때문에 남편의 외도를 아내가 용서하는 비율보다 아내의 외도를 남편이 용서하는 비율이 훨씬 낮다.

⑧“아니오”-성적 욕구보다는 정서적 위안이나 친밀감 때문에 외도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외모나 육체적인 측면에서 외도 대상이 자신의 배우자보다 덜 매혹적인 사례가 더 많다.

자료:오케이 외도 닷컴(www.okoe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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