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학잡지 쇠퇴기 새 계간지 탄생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4분


문학의 쇠퇴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문학잡지가 탄생해 문단의 관심을 끈다.

14일 발간되는 계간 ‘문학·판’(열림원)이 그것이다. 문학잡지로 수지 맞추기가 난망이지만 다른 문예지의 2∼3배나 되는 5000부를 출간한다.

‘문학·판’은 창간 취지로 “대중적 감각과 지성적 이해를 결합함으로써 상업주의가 유도하는 우민화와 싸움을 벌이고 문학적 교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탈장르’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문학과 다양한 장르의 교류를 모색하고, 그간 평단에서 소외된 신인작가의 전위적 작업을 부각시킬 계획.

창간호 특집으로는 ‘엽기적 상상력’을 테마로 ‘엽기’의 역사적 근거와 현재적 의미를 따지는 다섯편의 글이 실렸다. 김명인 김혜순 김명리 함성호 강정 성기완의 신작 시와 윤후명 이승우 이응준 조경란 등의 신작 단편도 선보였다.

편집인은 소설가 이인성씨가 맡았고, 편집위원으로는 함성호(시인) 박철화(문학평론가) 성기완(시인·대중음악평론가) 김예림씨(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편집위원 전부와 창간호에 신작을 내놓은 작가 대부분이 문학과지성사에 ‘문학적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열림원 출판사는 최근 문학과지성사 설립자인 김병익씨의 산문집 ‘잊혀지는 것과 되살아나는 것들’을 출판했다.

이같은 두 출판사 사이의 ‘밀월 관계’때문에 앞으로 ‘문학·판’이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문학계간지 ‘문학과 사회’와 어떠한 차별성을 보여줄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문학과지성사의 출판 기획에 깊숙이 관여해온 이인성씨는 이 점을 의식한 듯 “우리 잡지는 계간 ‘문학과 사회’와는 다른 색깔로 다른 역할을 하는 상호 보족적인 관계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박철화씨는 “신생 잡지인 만큼 문학적 전통에서 자유롭게 작고 구체적인 주제를 기민하게 다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편집위원들은 “단, 잡지의 개성을 보여주려면 앞으로 1∼2호 정도는 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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