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베자르 발레단 "삶을 위한 발레"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6분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느’의 ‘삶을 위한 발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보여준 근래 보기 드문 무대였다.

영국 그룹 ‘퀸’의 음악에 맞춘 베자르의 안무 동작은 탄탄한 클래식 발레의 동작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정지와 흐름, 여러 장르를 초월한 복합동작을 구사함으로써 현대적 세련미를 과시했다. 이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현대발레 안무가로 꼽히는 베자르의 반세기에 걸친 안무 목록중 가장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명 무용단의 웬만한 신작 순회 공연이 1, 2년으로 끝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무려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세계 최고의 극장 수입을 올리는 안무가’라는 베자르의 명성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무용관객 저변이 엷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의 커튼콜과 기립 박수 등 갈채를 받았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퀸’의 신나는 음악과 그 속에 삽입된 장엄한 모차르트 음악, 경쾌한 남자 솔로 등이 빚어내는 조화에 있다.

또 이와 대조적으로 로댕의 ‘지옥의 문’을 연상시키는 인간 고뇌의 모습, 대작일수록 빛나는 베자르 특유의 분석력과 구성력, 대중 음악의 설명적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간간이 등장하는 함축적 메시지가 돋보였다.

“당신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쟁 말고, 사랑을 하라고. 우리는 사랑을 했다. 그런데 사랑은 왜 전쟁을 낳는가?”

베자르는 또 프랑스어로 에이즈를 가리키는 ‘시다(Sida)’에서 각각의 글자로 시작하는 고독, 불확실성, 소외, 고통, 사랑 등의 단어를 통해 많은 예술가들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암시했다.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 무용가 조르주 동의 생전 모습과 피날레 대목의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 등의 노래는 105분의 공연 내내 전개된 기나긴 굴곡과 변화를 삶을 향한 긍정의 외침으로 승화시켰다.

장 인 주<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무용부문 상임 연구원·수원대 무용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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