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국제학술심포지엄 11월 2,3일 개최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28분


‘신뢰’는 노동력이나 자금처럼 한 사회를 지탱해가는 중요한 자본인가?

21세기적인 의미의 ‘신뢰’는 폭력조직의 운영부터 정부 고위관리 등용에까지 의리와 연고가 결정적 변수가 되는 한국형 ‘신뢰’와 어떻게 다른가?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주최로 11월 2, 3일 오전 9시 서울대 호암컨벤션센터와 문화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 ‘지구촌 시대의 신뢰회복과 신뢰구축’은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는 ‘신뢰’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자본으로서의 신뢰〓신뢰가 물적, 인적 자원과 대비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합의는 이번 학회의 전제조건. 피에르 부르디외, J 콜먼, 후랜시스 후쿠야마 등이 주창자다. 사회적 자본이란 상호이익을 위한 협력이나 사회적 시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공조를 쉽게 하는 유대를 말하며 신뢰는 그 핵심요소.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신뢰, 협동심 등을 ‘도덕자본’으로 명명해 한 사회의 발전과 부의 창출에는 원칙과 규범 준수가 근원이며 일단 파괴된 윤리를 회복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뢰를 공공재 성격의 자본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신뢰사회에서 투명사회로〓후쿠야마는 사회구성원간의 신뢰수준이 한 나라의 경제구조를 좌우하며 고신뢰사회일수록 대기업, 저신뢰사회는 가족 중심의 소기업경제를 만든다고 주장해왔다.

‘신뢰와 경제문제’를 발표하는 서울대 이근 교수(경제학부)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에서 한국은 저신뢰사회이지만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고를 동원해 대기업형 경제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냉전종식 이후 세계체제가 한국형 모델에 우호적이지 않아 신뢰 제고가 화급한 과제가 됐다는 것. 이와 관련해 ‘투명성과 사회적 자본’을 발표하는 서울대 이재열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적 정황에서 핵심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성이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규칙의 명문화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 ‘아는 사람끼리의 안면’은 통하되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공적 제도가 없는 한국형 신뢰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와 경제의 접목〓‘도덕자본 형성을 위한 윤리교육의 새로운 쟁점과 문제들’을 발표하는 하정혜씨(고려대 강사)는 “이제 윤리교육은 윤리적 합리성을 가진 능동적 행위자의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리적 합리성이란 장기적 안목에서 자신의 이득과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할 줄 아는 능력으로 이익추구와 윤리준수를 대립으로 파악하는 고전적 윤리관을 넘어서자는 것. 이러한 윤리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능력으로서의 ‘사려’를 길러주는 것.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이 어떤지를 아는 사람만이 선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철학자 요제프 피퍼의 주장)이다.

이 밖에 미국 듀크대 낸 린 교수(사회학)의 ‘신뢰의 사회적 맥락’ 등 이번 학회에서는 남북관계 전통가치 등 6개 분과에서 14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문의 02-880-7726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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