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경제적 가치는?]'왜 투자육성해야 하나'학술대회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28분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문학 역사학 철학)은 존중돼야 한다’는 전통 때문에 보호돼야 하는가, 아니면 지식기반 사회의 경제 인프라로서 투자 육성돼야 하는가.

전국대학 인문학연구소협의회와 학술단체인 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19, 20일 충북대에서 열리는 제5회 인문학 학술대회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전체 주제는 ‘인문학의 경제적 가치와 생산성’.

미리 제출한 논문에서 발표자들은 ‘인문학’이 연구자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인 이석희 박사(행정학)는 발표문 ‘인문학과 국가경쟁력’에서 “인문학과 수학 물리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서의 발견, 발명의 성과는 인류를 위한 보편적인 이론이나 사회윤리로 간주돼 지적재산권이나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며 누구든지 비용지불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타적인 이윤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

다른 발표자인 전택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경제학)는 산업시대에서 지식기반시대로 이행한 후 ‘상상력’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제 상상력의 원천인 인문학도 사회적 생산기반의 일부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의 발표문 제목은 ‘지식 정보시대에서의 사회생산함수와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

이 발표문에 따르면 고전경제학에서 사회적 총생산은 자본 노동 기술변화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설명됐다. 특히 후진국일수록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약간의 변형만 가해도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 한국경제도 80년대까지는 이런 발전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상상력을 제공하는 인문학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이론은 지식과 정보를 중시하는 쪽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기술의 수입, 모방보다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에 의한 새로운 기술이 그 사회내에서 개발되는 것이 경쟁력이 된 것.

사회적 생산의 총합을 좌우하는 요인이 과거의 노동과 자본이 아니라 인적 자본, 경험학습, 연구개발 등의 축적으로 바뀌었다. 이 이론을 주창한 대표적 학자인 로버트 루카스는 “인적 자본이 경제성장의 엔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인적 자본인 개별기업의 근로자들은 사회 전체의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기술을 빨리 활용하고 습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존 하슬러는 이에 대해 “사회전체의 지식수준이 개별기업의 물적 투자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편익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의 이윤창출을 늘리려면 개별기업 내의 연구개발이나 특정기술의 교육 못지 않게 사회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의 상상력을 북돋우고 지적 수준을 높이는 인문학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으며 사회 전체의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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