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韓人성당 화제 "한국미 담은 외양 평등성 구현 내부"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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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 10월 문을 연 최초의 한인성당이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가톨릭의 본산 로마에서도 보기 드문 특이한 건축구조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인성당을 관리하고 있는 로마 한인신학원의 정은규(鄭銀圭·68)몬시뇰(천주교 고위 성직자를 일컫는 말)은 “한인성당이 신학원의 부속건물로 문을 연 지 약 2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교황청 소속 신부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둘러 보고 가는 등 성당의 건축구조와 그 안에 담긴 신학적 사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는 제대(祭臺)와 신도석이 같은 높이의 바닥으로 연결돼 있고, 제대를 중심으로 신도석이 둥근 원형으로 배치돼 신도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는 점. 이러한 건축구조는 목사의 기능이 설교자의 역할로 축소된 개신교에서도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등장한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해방신학이 발전한 남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

이 성당은 또 장식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전통미를 반영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을 택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대신에 한국의 전통적인 문창살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격자무늬를 유리사이에 새겨넣었고, 성당 내에 나무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형상화한 아주 작은 조각상 외에 다른 성상이나 성화는 일체 두지 않았다. 대신 신약성서 마태오복음 5장 ‘참행복’의 내용을 쓴 병풍이 시선을 모으도록 설치돼 하느님 말씀 중심의 새로운 성당이념을 구현했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정기미사에는 로마에 상주하고 있거나 일시 방문한 한인 20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로마 한인신학원도 한인성당과 함께 10월 문을 열었다. 이 신학원은 본래 로마에 유학 온 한국 신부들의 기숙사 역할을 하는 곳. 많은 신부들이 함께 모이다 보니 저명한 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토론도 벌이는 교육적 기능도 저절로 갖추게 돼 일반적인 기숙사와는 달리 신학원이라 불린다.

정 몬시뇰은 “우르바노대학 등 로마에 있는 7개 교황청립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신부는 90여명에 이른다”며 “그동안 주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우크라이나 등의 신학원에서 기숙하며 공부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신부들에게 한인신학원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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