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울포럼]화제의 참석자 3인 인터뷰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맥도너 뉴욕FRB총재▼

윌리엄 맥도너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총재는 31일 미국이 지난해 4·4분기(10∼12월)에 7.3%나 성장한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며 미국은 이에 대비, 그동안 5단계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통화정책을 펴왔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이 고성장에 따른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만간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맥도너 총재는 또 한국의 구조조정이 완성되지 않을 경우 97년과 같은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FRB 의장과 함께 미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핵심인사인 맥도너 총재는 “미국이 4·4분기에 7.3% 성장했다는 최근 발표는 FRB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한 것뿐”이라면서 “통화정책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도너 총재는 “미국 경제는 건설이나 자동차, 소비재 분야에서 경기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FRB가 펴온 긴축정책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맥도너 총재는 또 “위기상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한국처럼 경기상황이 호전됐을 때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또다른 경제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맥도너 총재는 이어 세계적인 은행합병 추세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은행들이 유니버설 뱅킹보다는 특수 분야에 대한 전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합병으로 보다 튼튼하고 안정된 은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유니버설뱅킹이냐, 전문화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맥도너 총재는 “급격한 경제회복을 보이는 나라의 경우 경기과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를 잘 조절해 필요할 경우 긴축을 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도너 총재는 또 “나라마다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금리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리수준의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앨빈 토플러 박사▼

‘제3의 물결’ ‘미래 충격’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앨빈 토플러박사는 한국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새로운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신경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혁명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플러박사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중인 신경제의 존재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면서 신경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부 고평가된 주식을 제외하고는 기술주와 정보통신주 등이 과대평가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전자상거래의 중요성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

그는 한국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구조조정은 필연적이었다는 것. 그는 “기업들의 상황이 모두 다르고 안고 있는 문제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토플러박사는 이와 함께 “한국이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분야 등 부문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범사회적인 결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 정치제도 등 총체적인 개혁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는 매우 중요하며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미국도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때 자본이 없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자본을 들여와 도로 항만 항구 등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지만 지금 이 시설들은 유럽국가들이 아니라 미국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일본에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금융업이 미국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다양한 상품 개발능력과 경영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외국자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그러나 경제발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외국자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먼델 교수▼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31일 한국 정부는 엄격한 인플레 목표를 갖고 통화관리 정책을 펴야 하며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서울포럼에 참석중인 먼델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등으로 바스켓을 구성해 한국통화를 이에 고정시키는 것도 통화를 안정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델교수는 “한국경제는 앞으로 통화관리 정책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대만이나 싱가포르, 일본처럼 엄격한 인플레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델교수는 “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급격한 환율변동이 있을 때 분명한 통화정책을 갖고 있었던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은 위기를 겪지 않았으나 그렇지 못했던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위기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외환보유고가 많지 않았으며 부채비율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먼델교수는 이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 이루어진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맡는 한편 아시아공통통화(ACU)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달러화 45%, 유로화 35%, 일본 엔화 20% 등 3개 주요통화로 바스켓을 구성, 다른 나라들이 자국 통화를 ACU에 고정시키면 주요 통화간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이는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중소 규모 외환시장을 가진 국가들은 국외 단기자금의 투기성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고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먼델교수는 말했다.

그는 엔화를 기본으로 하는 아시아 단일통화는 현 상황에서는 도입되기 힘들 것이라며 유럽에서 단일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아시아에는 아직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먼델교수는 또 한국경제의 성장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괄목할만한 것이라면서 이런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경제가 제대로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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