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어린이 그림으로 본 21세기의 꿈]

  • 입력 2000년 1월 2일 21시 16분


어린이들은 새 밀레니엄을 어떻게 바라볼까.

푸른 나무에 망치와 건전지가 주렁주렁 열매처럼 달려있고,아이들은 별들을 가지고 놀고,우주공간에 건설된 도시 속엔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음짓고….

디지털문명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세계. 동아일보 미즈&미스터팀이 서울 동산유치원과 외국인학교인 The Early Childhood Learning Center(ECLC), 서울 영등포 화교소학교 등에 의뢰, 아이들에게 ‘새 천년을 맞아 소망하는 것’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한 결과 나타난 모습이다.

어린이들의 그림에는 그들의 기억과 익숙한 환경, 꿈, 그리고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 자의식이 담겨 있다.

푸른 나무 한그루에 망치와 렌치와 건전지가 매달린 그림, 달리가 그린 초현실주의 작품 같은 이 그림은 자연과 환경을 상징하는 나무에 미래적 문명을 상징하는 도구가 합성된, ‘현실과 꿈의 조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 마음샘소아청소년클리닉 김은혜원장(02-522-6836)은 그림의 소재와 내용을 중심으로 ‘꿈의 정체’를 밝혔다. 서울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학습클리닉 전성일박사와 이경원미술치료사(02-950-1082)는 표현기법을 주로 살피며 아이의 자의식과 발달정도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5, 6세 어린이의 그림으로 한미 어린이간 자의식을 비교한 전박사는 테두리선이 있고 없음이 두 나라 어린이의 결정적 차이임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테두리선을 그리고 안에 색깔을 칠해 넣는 방식. 대상을 어떻게 자세히, 모범생처럼 정형화하여 묘사하는가에 관심을 보인다. 반면 미국 아이들은 형태가 불분명하거나 테두리선이 없으며 형태는 선이 아닌 색으로 자유롭게 표현된다.

전박사는 특히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을 예로 들며 “우리아이들은 게임이나 놀이 등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을 소재로 삼은 반면 미국 아이는 그저 모여있는 상태(집합) 자체를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는 뉴 밀레니엄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후자는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는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 아이들이 만들어갈 2000년의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승재 기자>sjda@donga.com

◆한-중초등학생 그림분석

▼기계만 있는 미래…색감 우울▼

천위리(11·여·서울 영등포 화교소학교)

△김원장=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기계만이 존재하는 미래.다가오는 천년은 사람의 존재가 왜소해지는 등 과학의 발달을 크게 느낀다.사는 모습이 크게 변화한 것일까.

△전교수=기둥의 명암처리에서 보듯 교육의 효과가 뛰어난 아이.그러나 짙은 색이나 회색을 많이 사용하여 무겁고 우울한 느낌.아이가 바라보는 미래는 바로 이런 마음일 듯.

▼미래의 발명가…밑그림 꼼꼼히 그려▼

서준영(9·서울 우촌초등학교)

△김원장=자신의 미래(어른 모습)를 그렸다. 온도계 모래통 소화기까지 사실적으로 연구실 환경을 그렸다. 시계는 12시17분을 가르키고 밤늦도록 발명에 몰두하는 자기자신이 새 천년의 희망이다.

△전교수=따스하고 부드러운 노란색은 경험적으로 엄마에 대한 의존 욕구를 나타낸다. 인물의 몸이 경직돼 있는 것은 성격이 수동적이기 때문. 연필로 그림의 틀을 자세히 만들어 꼼꼼하고 모범생적이다.

▼놀이터가 중요… 인물묘사 섬세▼

이지원(8·여·서울 돈암초등학교)

△김원장=아파트가 놀이터에 비해 훨씬 작게 그려진 것은 아이에게 놀이터가 그만큼 중요한 위치라는 뜻. 문구점, 음료수와 과자 등은 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로 새 밀레니엄에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느껴지지 않는다.

△전교수=안정감 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어 공간 감각기능이나 균형감 등 인지능력이 우수. 야채 파는 아저씨의 축 처진 안경테를 묘사하는 등 표현이 섬세하고 다양하며 유머러스한 동심을 표현. 생각을 손(그림)을 통해 나타내는 ‘동작성 인지능력’이 발달했기 때문.

▼인간이 미래 지배…색 밝고 분명▼

리이찡(11·여·서울 영등포 화교소학교)

△김원장=과학의 발전으로 우주공간에 도시가 건설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한 모습. 새로운 천년에도 이전 세기와 마찬가지로 기계와 과학의 발달을 인간이 다스리고 이용하며 지배한다.

△전교수=색이 밝고 분명. 상상력이 풍부하고 다양한 생각을 해 주변을 즐겁게 하는 명랑한 아이인듯. 공간감각이 발달해 우뇌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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