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씨,「…옥탑방」으로 99이상문학상 받아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상을 받았다기보다는 새로 당선통지서를 받은 기분입니다.”

9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41)는 힘든 시험을 통과한 것처럼 후련한 표정이다. 88년 등단 이후 10년간 견지해왔던 작품세계를 바꿔 새롭게 쓴 소설로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상작 ‘내 마음의 옥탑방’은 한 중년사내의 옛사랑에 대한 회고.옥상에 가건물로 지어진 옥탑방은 레포츠용품점의 영업사원인 남자와 백화점의 안내직원이었던 옛 여인의 사랑의 거처였다.

젊음과 사랑에만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 가난했던 두 사람은 끝없이 바위를 산정으로 끌어올리는 ‘시지프의 신화’를 함께 읽으며 현재를 견디려 하지만 여자는 타락함으로써 지상의 거처를 마련해 떠나고 남자 역시 시지프는 잊어버린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고 만다. 자칫 진부한 옛사랑의 추억이 되고말 이야기는 남자가 타락한 여자에게서 ‘가련한 고난의 세계가 아무리 속물스럽다고 해도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부정하지 않겠다’는 시지프의 의지를 발견함으로써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된다.

“지난 10년간의 글쓰기는 제가 어정쩡한 구경꾼으로 통과해온 70,80년대에 대한 빚갚기같은 것이었습니다. 남들이 이미 떠나버린 철지난 바닷가에서 헤매는 것같던 시기를 마감하고 이제는 인간실존에 관해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한편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문학사상사는 1천부로 한정해 양장판을 발간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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