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접촉 소설 「DMZ」화제…박상연作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43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는 하사관 사병들이 북한 경비병들과 수시로 만나고 선물까지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구성의 소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신인작가 박상연(27)의‘DMZ’(민음사). 지난해 발표당시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소설은 남북한 병사들이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비무장지대 북한경비구역에서 만나 서로 인간애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칠흑같은 어둠 속,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북한 병사를 만나 담소를 나누던 남쪽의 김수혁 상병은 갑자기 북한 병사에게 총기를 난사한다. 북한병사가 갑자기 라이터를 켜자 그것을 무기로 착각했고 순간적인 충격과 공포가 엄습해 오자 자신도 모르게 총기를 난사한 것이다.

그후 김상병은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젊은이들은 분단이나 전쟁이란 것에 분명 무심하다. 그러나 막상 총소리가 나면 전쟁을 연상하고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이 나오자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힘있는 문체로 분단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수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판문점 경비병들이 정말로 휴전선 이북에서 수시로 회동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 사건의 개연성에 회의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현실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작가 박상연이 군복무 면제자라는 사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에 힘입은 바 크고 그 상상력은 현실 속에서 검증을 받은 셈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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