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씨,26일 「라 트라비아타」첫무대 장식

  • 입력 1998년 6월 21일 20시 39분


사랑과 증오, 우정과 배신…. 고금의 오페라에는 인간사의 모든 감정과 갈등이 녹아들어 있다. 찬란한 관현악과 애절한 선율이 그 모든 갈등을 가슴깊은 감동으로 이끌어 올린다.

‘남의 나라 말’이라고, 내용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콘서트를 재미있는 이벤트로 만드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음악계 ‘마이더스의 손’ 금난새가 지휘와 해설을 맡아 관객 눈높이로 오페라를 이끈다.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로 첫 무대를 장식하는 ‘금난새와 함께 하는 오페라 여행’. 동아일보사 주최. 뉴서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전막공연이 아닌 하이라이트 무대지만 살을 잘 발라낸 ‘뼈없는 닭’처럼 필요한 부분은 다 있다. 실제 오페라 무대와 똑같은 의상과 분장을 사용,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며 노래한다. 무대와 조명도 단순한 조형미를 살려 오페라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꾸몄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지휘자의 자상한 해설이 초보 관객부터 ‘전문가급’감상자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금난새는 “오페라 50주년을 맞는 올해이지만 대부분의 민간 오페라단이 공연을 갖지 못할 만큼 오페라 인구가 적다”며 “단순한 줄거리 설명보다는 작곡가의 의도, 작품의 배경과 뒷얘기 등을 관객과 대화식으로 풀어나가 음악회에 참가한 모두를 ‘오페라 팬’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말했다. 금난새와 여행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인기작. 우리나라에서만 50회 이상 무대에 올려졌다. 웃음을 파는 여인과 순진한 청년 사이의 순수한 사랑, 그들을 용납않는 사회의 편견이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밀도있게 그려진다. 이중창 ‘축배의 노래’등은 널리 알려진 장면.

능력있는 신인을 과감히 발탁한 배역 선정도 관심을 모은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에는 소프라노 형진미, 남주인공 알프레도의 부친인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양재무가 출연한다.

형진미는 이탈리아 로시니 국립음악원과 오지모 아카데미아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여러 무대경험을 가진 재원. 양재무는 이탈리아 트레노 국립음악원을 나와 로마 예술 아카데미아에서 디플로마를 받았다. 알프레도 역에는 서울대 교수 박세원이 출연해 ‘스타급 프리모 우오모(남성주역)’의 중후함을 싣는다.

‘오페라 여행’은 12월까지 네번 관객을 찾아간다. 8월16일 비제‘카르멘’, 9월16일 도니제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12월30일 푸치니‘라보엠’등 오페라역사를 수놓는 최고 인기작들을 선정, 역량있는 신인들이 열정 가득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02―3991―626∼8(뉴서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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