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숲」작가 손종일씨,작가세계문학상 수상

  • 입력 1998년 3월 31일 08시 36분


장편소설 ‘어린 숲’(세계사)으로 98년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손종일(33). 작가가 되기까지 그는 멀고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달픈 수련기를 거쳤다는 뜻만은 아니다. 이번 수상 이전에 그는 이미 인기작가로서 ‘단맛’을 본 사람이다.

4권짜리 연작시집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과 동명소설. 그가 90년대초부터 여고생과 20, 30대 여성독자들을 겨냥해 쓴 이 책들은 합해서 40여만권이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주문생산용 베스트셀러작가’로 첫 출발을 한 것은 그의 뜻이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 그러나 집안형편상 공고로 진학했고 어렵게 지방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에는 7년간 중소기업체에 근무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글을 쓰고 싶었던 그는 91년 출판사를 찾아가 “잘 팔리는 시를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첫 시집이 작가도 예상치 못했을 만큼 베스트셀러가 되자 ‘주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책이 팔리면 팔릴수록 내가 가고 싶던 길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들더군요.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신인 등용문인 출판사의 문학상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이름도 가명으로 바꾸어 원고를 제출했다.

응모작 ‘어린 숲’에서 새출발을 위해 그가 돌아간 곳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60년대말 경북 청도. 여섯살짜리 주인공 ‘임대평’은 작가의 분신이다. ‘산다는 건 이렇게 고달픈 것’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줬던 악착같은 이웃들, 삶의 밑바닥을 맨 처음 대면하게 해준 그 시간의 기억을 써내려가며 그는 비로소 행복했다.

“당선해서상금 2천만원을 받는 것보다 ‘나도이제 작가’라는 자신감을가질 수 있게돼서 기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정은령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