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책]머리가 맑아지니 「과학」이 가까운 계절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과학서를 읽는 느낌은 독특하다. 차근차근 논리의 계단을 따라오르다 보면 어느새 얻어지는 명쾌한 결론. 과학서 읽기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 꼭 어울린다. 쉽게 지나치는 일상에 숨겨진 경이로운 「세계」를 찾아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섹스」는 과연 무엇일까. 기껏 두세 명의 자녀를 위해 왜 인간은 일생 동안 셀 수 없이 성행위를 할까. 단 하나의 승리자를 위해 수억개의 정자를 낭비하는 이유는 또 뭘까. 최근 출판된 「정자전쟁」(로빈 베이커 지음)은 우리 내부의 마이크로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준다. 지은이는 성적 행위를 조종하는 것은 심리나 의식 따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외도 강간 몽정 자위행위…. 어떤 이름이 붙어도 성적 행위의 배경에는 정자와 난자가 벌이는 내밀한 스토리가 있다. 진화생물학적인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진리는 무엇일까. 환경오염 자원고갈 비인간화 소외…. 세기말에 겪는 혼란이 기존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한다. 「과학의 종말」(존 호건 지음)과 「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방건웅 지음)는 지금껏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물질론 기계론적 이원론에 바탕을 둔 20세기 과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현대 과학의 그늘을 새로운 시각으로 비판하는 책도 있다. 「도둑맞은 미래」(테오 콜본 외 지음)는 환경 파괴와 생식능력 저하를 연관시킨 책. 「휴먼보디숍」(앤드류 킴브렐 지음)은 생명을 복제해 사고파는 행위가 몰고올 재앙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들이 그려낸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잊고 고개를 들면 맑게 갠 가을 밤하늘이 펼쳐진다. 최근 패스파인더호의 화성 착륙 소식이 전해지면서 천문관측을 다룬 책들이 한층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이태형 지음)외 이어 최근 「밤하늘로 가는 길」(김지현 외 지음)이 나왔다. 이 책에는 망원경 고르는 법 등 관측에 꼭 필요한 실용적인 내용이 담겼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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