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자금 바짝 말랐다…심한 불황 소비심리 위축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은행금고에서 대량 풀려나오던 현금이 올핸 많이 나오지 않았다. 두툼한 선물보따리를 안고 고향을 찾을 생각에 부풀어 있던 직장인들은 얇아진 보너스 봉투에도 「그나마 받았으니 다행」이라면서도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선물구입도 크게 줄이거나 단가를 낮추는 모습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추석전 열흘간(3∼13일·영업일 기준) 시중에 풀려나간 지폐 및 주화 등 현금은 3조9천4백60억원. 작년 추석 때에 비해 무려 7천3백60억원, 15.7%가 줄어들었다. 작년 추석 무렵 시중에 나간 현금총액이 95년에 비해 9천3백20억원 늘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감소는 상당히 급격한 셈. 이에 따라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이날 현재 시중에 나가 있는 현금(화폐발행 잔액)은 19조4천9백억원으로 작년 추석 직전보다 4천4백10억원, 2.2% 감소했다. 한은은 이번 추석연휴와 월급지급시점이 겹치지 않아 현금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으나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대기업들의 부도 한파로 임금동결, 보너스 지급중단 및 축소 등으로 기업과 가계 모두 현금을 덜 필요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수요 감소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창원 울산 포항 구미 등 주요 공단지역은 작년 추석에 비해 현금발행 규모가 10%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광주(光州)는 추석시기 현금 순발행이 작년보다 21%가량 줄었다. 한은 발권부는 『수도권 등 도시 지역의 현금수요 격감현상은 경기불황으로 기업과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선물지출을 자제한 데 원인이 있는 것같다』고 풀이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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