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듣는 것은 유죄, 엿보는 것은 무죄?」
고려대 법대학생회는 최근 서울시내 한 유명백화점이 방범을 이유로 여성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과 관련, 5일 오후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모의형사재판을 열었다.
피고는 3층 여성전용화장실에 고객들 모르게 천장에 소형특수카메라를 숨겨두고 방재실에 모니터를 설치해 감시해온 「씨크릿백화점(가명)」.
평소 이 백화점을 자주 이용하던 「이용애」의 모습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돼 있었고 검찰은 관리이사 「차영한」을 명예훼손 및 주거수색혐의로, 카메라 설치업자 「설치만」을 범죄방조혐의로 기소했다.
검사는 『비록 화장실이 백화점 소유라해도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용변을 보고 있는 고객의 은밀한 행동과 소지품을 감시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주거수색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이어 『첨단기계를 이용한 사생활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엿듣는 행위」는 처벌하면서 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주는 「엿보는 행위」를 더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 물건이나 사람을 뒤진 행위가 없기 때문에 주거수색으로 인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유추해석』이라고 반박하면서 『화장실내부를 감시 녹화한 것이 수치심을 안겨줄 수는 있었겠지만 사회적인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측은 또 『카메라를 설치해준 「설치만」의 행위도 백화점의 방범목적을 도와준 것일뿐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대 학생회는 『검찰은 최근 여성계의 거센 항의와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불구하고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소를 포기해왔다』면서 『유추해석 금지라는 원칙때문에 법해석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모의재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