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동체를 위하여」/민음사 펴냄)
『우리의 근대 탈근대,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은 시기상조입니다』
우리 사회는 근대와 탈근대가 아니라 아직도 전근대와 근대가 갈등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는 황경식 서울대교수(50).
그가 한국사회의 근대성을 고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 역저 「시민공동체를 위하여―근대성, 그 한국사회적 함축」(민음사)을 펴냈다.
하드웨어는 근대적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 사회라는 판단에서 황교수의 논의는 출발한다.
우선 교통을 보자. 『교통수단은 최첨단이지만 교통문화나 윤리는 매우 전근대적입니다』 근대화된 물질문명에 전근대적인 정신문화.
황교수는 그래서 서구의 건강한 모더니즘, 근대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탈근대(포스트모더니즘)논의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워야할 서구문화는 무엇일까.
『합리적이고 공적(公的)인 사고방식입니다. 법이나 규율을 지키겠다는 신사협정 같은 것이죠』 물론 서구 근대문화에도 한계는 있다.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한 소외나 공동체의식 결여 등등. 이 한계는 곧 전통윤리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서양의 모더니티는 온기가 부족합니다. 우리의 공동체윤리로 이를 보완해 근대와 전통의 변증법적 합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황교수는 연고주의를 예로 든다. 『개인의 삶에서 연고주의가 갖는 「안정성」, 정말 좋은 거 아닙니까』 그러나 옛날 소규모 공동체 사회에서 통용되던 연고주의 윤리를 거대화 도시화된 사회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이 시대 그처럼 커다란 폐해를 낳고 있다고 한다. 사적(私的)인 연고주의 윤리를 공적인 부분에까지 끌어들인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제 관건은 서구의 공적인 엄격성(근대적 시민윤리)과 우리의 사적인 인간성(전통적 공동체윤리)의 조화. 이것이 진정한 근대화이고 이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 바로 황교수의 「시민공동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철학의 현실화 대중화를 외쳐온 철학자의 고뇌를 그대로 보여준다. 동시에 때로는 현학적이고 때로는 논쟁을 위한 논쟁을 벌여왔다고 비판받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겐 「철학과 현실」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