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콜라를 좋아했던 아이.
그래서 소방서에 근무하는 아빠가 좋다. 거기엔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다.
친구 두명을 끌고 소방서로 간다. 『아빠, 친구들과 콜라를 한병씩 사먹으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렴』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이날 마신 콜라 병뚜껑 안쪽에는 영화배우 사진이 들어 있다.
이제 2개만 더 모으면 야구모자를 경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신나게 놀다 집에 들어서니 문 밖까지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엄마의 화난 목소리. 『콜라 사 줄 돈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야죠. 그 돈은 당신이 점심 사드실 돈이잖아요』
아이의 여린 억장이 무너진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성년이 된 아이는 아버지의 숨겨진 병에 대해 알게 된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해온 아버지. 그를 밤마다 뒤척이게 하는 불치의 심장병….
아들은 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준비한다. 그가 평생에 딱 하나, 그렇게도 갖고 싶어했던 파란색 선다우너 트럭.
그날 저녁 함께 드라이브에 나선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난듯 물었다. 『얘야. 그런데, 핸들 중앙에 왜 코카콜라 뚜껑이 박혀 있는거니?』
「아버지의 허기」로 가득 차오르는 따뜻한 사랑…. 몸져 누웠을 때 어머니가 끓여주는 따뜻한 미음처럼, 「한모금」만 적셔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 자신의 재능을 세상과 나눌 기회를 잃었을 때, 그 「고독한 동굴」에서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가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3권」(이레)은 「때로 우리 영혼의 불은 깜박거리며 꺼져가지만 그것은 다른 인간 존재에 의해 다시 지펴진다」는 슈바이처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작년말 출간되자마자 1,2권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진입, 줄곧 정상을 지키며 출판계의 화두가 됐던 「…101가지 이야기」. 최근 수년 동안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는 마음과 정신, 명상류 서적의 붐을 선도하고 있다.
명상시인 유시화의 시집 「외눈박이 사랑」 「그대가 곁에 있어도…」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그렇고 「선과 악을 다루는 35가지 방법」이나 김정빈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거품이 꺼지고 모두들 빈 주머니를 살피는 시대. 남과의 부대낌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나없이 더 강퍅해지는 나날. 한줌의 정(情)과 간소한 삶의 소중함에 다들 눈을 돌리는 것이리라.
정은숙씨(열림원 주간)는 『무언가 자꾸 채우고 성취해야만 하는 「마음 바깥」의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루려 하지말고 버리는 데서 얻어라」는 내면의 울림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명상시인은 노래한다.
「…/벌(蜂)에게, /만일 내가 벌이라면/그렇게 참을성 없이 순간의 고통을 찌르기 위해/자신의 목숨을 버리진 않으리라/…/그리고 밤에게, /만일 내가 밤이라면/그렇게 서둘러 베개를 빼 인간들을/한낮의 외로움 속으로 데려가진 않으리라」 (「외눈박이 물고기…」중에서).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