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계간지 「if」 창간

  • 입력 1997년 6월 4일 19시 59분


「당대의 문사」 이문열씨가 페미니스트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베스트셀러 「선택」에서 조선조 여인 정부인 장씨의 목소리를 빌려 「페미니즘과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여성운동가들을 힐난했던 이씨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요설을 퍼뜨리는 서생」이라고 맞섰다. 문제의 글이 실린 것은 국내 최초로 「페미니스트 저널」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창간된 계간지 「if」.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대중음악 영화 문학 가요 등 저잣거리의 화제 속으로 뛰어들어 페미니스트들의 시각으로 「현상」을 다시 보려는 잡지다. 창간호 특집은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 필자들은 무지막지한 손찌검 뿐만이 아니라 「고상하다」고 여겨지는 문화계 안에서도 창작과정과 작품을 통해 여성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이 자행된다고 고발한다. 「여자에 관한 명상」의 송기원씨, 「모노가미의 새얼굴」의 김원우씨 등 중진작가들이 그릇된 여성관을 가진 작가로 조목조목 비판됐다. 자유기고가 김신명숙씨는 이씨가 「선택」에서 사용했던 옛말투를 그대로 본뜬 「한 조선조 여인의 일갈」이라는 글을 통해 이씨를 통렬히 공박했다. 「선택」의 주인공 정부인 장씨의 친구라고 자신을 밝힌 이 「조선조 여인」은 『「선택」이라는 제목부터가 참 의아하다』고 운을 뗀다. 『이씨 너는 장씨가 현모양처의 길을 선택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선택이란 원래 자유를 전제한 것이 아니더냐? 허락된 길이라곤 그 길 하나밖에 없는데, 그 길을 거부하면 죽거나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선택」이라니, 도대체 무슨 망발인지 나는 도시 알 수가 없다』며 이씨가 그려낸 「현모양처상」은 허위적인 것이라고 공박한다. 「if」편집장 김미라씨는 『페미니즘은 남녀관계의 변화를 통해 세계를 변혁하려는 사회이론이자 정치적 실천』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며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많은 것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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