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캡]인라인 스케이트 「컬러」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04분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선 앞에 섰다. 쿵쿵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런 기분이 좋다. 눈 딱 감고 쏜살같이 달렸다. 20m 앞에 놓인 쿼터파이프(묘기용 도약대)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앗」하는 순간 허공에 몸이 붕 떴다. 새파란 하늘이 온통 품안에 들어온다. 「와」. 짧은 환성. 착지와 함께 요란한 박수 소리. 행복하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 「컬러」. 네바퀴 달린 한 줄 스케이트 날에 젊음을 실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흔히 말하는 「롤러블레이드」는 장비 업체 이름. 주말마다 여의도 광장에서 이들의 공짜 「공연」이 펼쳐진다. 장애물 통과하기, 점프, 뒤로 타기…. 환상적인 묘기가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한다. 어느새 고정팬도 꽤 늘었다. 지난 94년초 난다긴다하는 롤러스케이터들이 한데 모였다. 주말마다 여의도광장에서 늘 보던 얼굴들. 팀을 만들어 함께 연습하자는 제의에 모두들 흔쾌히 응했다. 팀이름은 보금자리인 여의도광장을 본떠 「광장스케치」. 현재 멤버 21명은 2기다. 중고교생이 15명으로 대다수라 주말에만 공연이 가능하다. 1기 선배들은 대부분 군대에 가있다. 이들은 지난해 투박한 롤러스케이트 대신 날렵한 인라인 스케이트로 갈아 신었다. 얇은 바퀴 4개가 한 줄로 놓인 인라인 스케이트는 롤러스케이트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시속 1백㎞까지 나온 기록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방송 출연도 두번이나 했다. 이름도 「컬러」로 바꿨다. 여의도광장이 공원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조동열회장(30)은 걱정이 태산같다. 서울 하늘 아래 어느 곳에도 탈 곳이 없다. 10개 가까이 되던 롤러스케이트장은 학생들의 탈선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모두 없어졌다. 묘기를 위해 필수적인 쿼터파이프도 지난 2월쯤 광장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태워버렸다. 묘기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갈 곳이 마땅찮은 회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명동이나 압구정동 등 시내로 원정을 나서기도 한다. 보기엔 멋지지만 사실 꽤 위험하다. 무릎대 등 보호장구는 필수. 조회장은 『점프 등 묘기를 부리려면 전문 교육을 받고 최소한 1년 이상 타야 한다』고 말한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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