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단에선]문학평론에도 거센 「우먼파워」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鄭恩玲기자」 신춘문예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여온 것은 80년대 후반이래 지속적인 현상이지만 올해의 경우 문학평론 분야에도 대거 당선돼 또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학평론 부문을 둔 7개 중앙 일간지중 3개사에서 여성 응모자가 당선의 영예를 누렸다. 당선자는 이연승(28·이화여대졸) 조해옥(33·고려대 대학원) 허혜정씨(31·동국대 대학원). 신춘문예 사상 문학평론 분야에 여성이 이처럼 높은 「합격률」을 기록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소설과 시 등 창작분야에서 여성들이 놀라운 약진을 보인 것과 달리 문학평론만큼은 그간 「금녀(禁女)구역」으로 남아있었다. 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학평론가 박혜경씨(37)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분명히 여성인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선 이후 처음 만나는 사람들마다 「여자인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여성이 드물었다』고 10년전 분위기를 전했다. 문단에서는 97년 신춘문예에 여성이 대거 등단한 것은 일회적 현상이 아니라 평론의 위상변화와 맞물린 새로운 조짐이라고 해석한다. 평론가들이 오랫동안 「이론」을 통해 창작의 방향을 좌지우지해왔으나 90년대 이후 평론의 권위가 크게 약화됐고 「섬세하고 꼼꼼한 글읽기」가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한것. 따라서 거대이론보다 작품을 꼼꼼히 읽고 독자에게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여성 문학평론가의 「실제비평」이 과거와 달리 장점이 된 것이다. 실제로 90년대 중반이후 꾸준히 비평활동을 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김영희 박혜경 황도경 최성실씨는 각각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작가세계」 「이다」 등 동인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고미숙씨는 지난 해 문단의 대선배인 이문열씨의 연재소설 「선택」을 두고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라며 맹렬하게 공박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한 여성평론가들이 얼마나 왕성하게 비평활동을 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평론가들의 안정적인 활동공간인 「동인지 편집위원」조차 아직 여성들에게 「좁은 문」이기 때문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선배평론가들은 『부지런히 써대는 것 외에 다른 생존전략이 없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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