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복고상품 『불티』

  • 입력 1996년 11월 10일 20시 22분


「李鎔宰 기자」 새로운 상품만 잘 팔리라는 법은 없다. 최근 화장품업계에서는 때아니게 가루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루분은 이미 15년전 거의 단종된 상품. 가루분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화장품업체들이 내놓은 투웨이 케이크류(파운데이션과 가루분을 합성한 제품)에 밀려 판매가 대폭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 가루분의 수요가 늘기 시작한 지난 94년의 경우 93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1백41억원어치가 팔렸고 지난해는 2백11억원, 올해는 3백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가루분의 인기는 단순히 복고풍의 유행 때문은 아니다. 가루분화장은 투웨이 케이크보다 보송보송한 느낌을 주며 지속성이 뛰어나 화장을 여러번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 요즘 출시되는 제품에는 휴대용 용기까지 들어 있어 외출할 때도 사용하기 편리하다. 50년대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도나 리드가 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라이터가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포(Zippo)가 그것이다. 백화점 등의 끽연구 매장에서는 하루 20∼30개씩의 지포라이터가 팔려나가고 있다. 1930년대부터 60년대를 풍미한 지포가 요즘엔 오히려 20대 젊은층에 인기가 있다. 지포의 매력은 투박함과 금속성에 있다. 60년대 이후 대량생산체제로 돌입하면서 나온 플라스틱소재의 미끈한 제품들보다는 다소 거칠면서도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제품에 멋을 느끼는 것. 불편하게 느껴지던 휘발유 주입도 또다른 재미다. 회중시계 역시 대표적인 복고상품의 하나. 줄에 매달아 주머니에 넣는 회중시계는 팔목에 차고 편리하게 쳐다볼 수 있는 손목시계에 밀려 할아버지들의 시계로 인식됐다. 그러나 수년전 패션시계의 유행과 함께 회중시계가 젊은이들의 패션 소품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시계수입유통업체인 대경물산은 지난해 3천여개가 팔린 회중시계가 올해는 두배가 넘는 6천여개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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