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틱톡 퇴출’ 공세, 아시아계 증오범죄로 번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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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최근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청문회를 열고 초당적으로 틱톡 퇴출 공세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에서 틱톡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중국 공산당의 무기” “미국인 주머니 속의 스파이”와 같은 표현을 남용해 아시아계 혐오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미 CNN은 이번 틱톡 퇴출 논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가장 심각한 증오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자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급증했다.

틱톡 청문회에 참석했던 한국계인 앤디 김 하원의원(민주·뉴저지주)은 청문회가 끝난 eln “최근 (틱톡 관련) 발언들은 제로섬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그들(중국)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것과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미국인을 존중하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경계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의회가 틱톡 퇴출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국가 안보 위협’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권리를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존 양 회장은 CNN에 “국가 안보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억압하는 구실로 사용되어왔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과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계 미국인을 차별할 때도 똑같은 논리가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CNN은 펜실베이니아주 출생인 한국계 미국인 엘렌 민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민 씨는 최근 틱톡 공세가 거세지자 식료품점, 술집 등의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그의 부모는 지난해 가족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민 씨는 CNN에 “우리는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 있기를 원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분명 더 안전할 것”이라며 “이는 슬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는 틱톡 청문회를 계기로 총공세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6일 트위터에 “하원은 중국 공산당의 촉수가 미치는 기술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틱톡 제한법은 의회의 조치로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틱톡 규제를 추진하면서도 청년층 지지율 하락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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