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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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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일단 두 후보의 단일화를 “DJ컵 결승전” “누가 후보가 되든 DJ정권의 상속인”이라며 ‘DJ양자론’을 확산시키기에 노력하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단일화 지향점은 정 후보라고 판단했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단일화는 정몽준 옹립을 위한 청와대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화 합의 이후에는 노 후보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단일화 합의 후 노 후보가 지지층의 재결집 덕분에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2위를 탈환하는 등 상승무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정 후보보다는 노 후보가 상대하기가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진보적 계층과 젊은층 공략이 어려워지는 게 부담이지만, 정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로 돌아서 단일화가 노리는 ‘시너지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 당직자는 “‘색깔’이 분명한 노 후보가 되면 이 후보는 다수의 안정지향층을 묶어낼 수 있는 데다가 호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른 득표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제3지대’에 있는 정치세력의 동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제3세력이 정 후보와 손잡을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판세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 후보의 외연 확대가 제2의 정풍(鄭風)으로 번질 경우, 한나라당이 정 후보를 겨냥해 현대의 4000억원 대북 비밀지원설 등의 공세를 펴도 효과가 별로 없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최근 JP가 버티고, 자민련을 탈당한 이양희(李良熙) 이재선(李在善) 의원이 입당한 직후 충청권 지지율이 7% 정도 하락했다”며 “‘JP 대책’을 재검토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현재의 이 후보 지지율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단일 후보〓부패정권 계승자’ 공세가 먹혀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단일화 논의로 이슈 주도권을 빼앗긴 것을 적잖은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