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계좌 인감란에 명의인이 아닌 이씨의 인감이 찍혀 있고 금고가 이씨에게 예금지급을 약속하는 증서를 써줬으므로 돈 주인과 금융기관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고는 실제 돈 주인인 이씨에게 예금액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98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한 예금계좌는 실제 돈을 예금한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실명확인을 거친 예금명의자만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씨는 97∼99년 사돈뻘인 이 금고 관리부장 이모씨를 시켜 가족, 금고 직원 등의 명의로 4억1000만원을 예금했으나 이 부장이 돈을 모두 빼내 달아난 뒤 금고측에서 자신의 인출 요구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