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임진강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55분


세계에서 강물을 가장 사이좋게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일 것이다. 두 나라는 나이애가라 폭포의 급격한 침식률로 경관을 해칠 조짐이 생기자 폭포 상류의 수량을 공동으로 조절하고 폭포로 떨어지는 물도 미국쪽과 캐나다쪽 폭포로 일정량씩 나누어 흐르게 하고 있다. 두 나라가 1950년 맺은 나이애가라 폭포 보존조약 등 그동안 맺은 각종 협약만 해도 수백개에 이른다고 한다.

▷두 나라 이상을 경유해 흐르는 지구촌의 강은 모두 200여개다.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의 생명수 격인 요르단강, 이집트를 비롯해 아프리카 8개국을 흐르는 나일강, 오염문제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유럽 중부의 다뉴브강, 중국 베트남 태국 등 6개국이 공유하고 있는 메콩강…. 이들 강은 각국의 생명줄이어서 서로가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67년 제3차 중동전은 요르단강 때문에 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같은 각국간의 분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용 가능한 물이 줄어들고 지구촌의 사막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 통계는 현재 5억명 정도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50년 후에는 그 수가 25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21세기는 물이 지구촌 분쟁의 ‘주범’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한간에도 물 분쟁의 징조는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났다. 최근에는 북한의 ‘4월5일 댐’에서 방류한 물 때문에 임진강 하류의 남한 주민들이 한밤중에 물난리를 겪었다.

▷임진강의 발원지는 함경남도 마식령이다. 강원도 북부를 거쳐 경기 연천에서 한탄강과 만나고 한강과 합류해 서해로 흐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게 흐르던 강이 한창 가뭄 때는 바닥까지 드러내는 개천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장마 때는 엄청난 수해를 입게 한다. 전문가들은 그 주된 원인이 토사 퇴적으로 강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임진강 준설을 비롯한 수방사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남북한은 이같은 임진강을 ‘치료’하기 위한 공동작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은 답답할 게 하나도 없다는 뜻인가.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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