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박재홍 짜릿한 만루포

  • 입력 2001년 6월 14일 22시 59분


이승엽(왼쪽)과 박재홍
이승엽(왼쪽)과 박재홍
타자들에게 “가장 짜릿한 상황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누상에 주자가 가득 차있고 투수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이때 큰 것 한방을 터뜨린다면 그보다 더한 짜릿함이 없다.

14일 프로야구에선 두 방의 인상적인 만루홈런이 터졌다. 주인공은 국내를 대표하는 좌우 간판타자 삼성 이승엽(25)과 현대 박재홍(28).

이승엽은 대구 LG전에서 3-4로 뒤진 6회 2사만루 상황에서 등장했다. 상대투수는 LG 장문석. 2사 만루에다 풀카운트로 공 한 개에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승엽은 6구째 144㎞ 직구를 받아쳤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우측 담을 훌쩍 넘어가는 130m짜리 역전 만루홈런. 대구관중이 ‘뒤집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승엽의 만루홈런은 개인통산 4번째. 2일 사직 롯데전 이후 홈런포가 주춤했던 이승엽은 8경기 만에 16호 홈런을 뽑아냄으로써 홈런 선두인 롯데 호세(17개)를 1개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의 한방에 분위기를 바꾼 삼성은 LG를 7-4로 잡고 올 시즌 최다인 8연승을 달렸다.

대전에서도 역시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만루홈런의 사나이’ 현대 박재홍은 한화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서 0-0인 3회 2사만루에서 한화 투수 리스로부터 좌중간 담을 넘기는 결승 만루포를 뿜어냈다.

그는 개인통산 6개의 만루홈런을 기록, 프로야구 역대 통산 김기태(8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선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 루 게릭이 23개의 그랜드슬램을 날린 게 개인통산 기록.

연속경기 1, 2차전을 10-5와 12-1로 이겨 하루에 2경기를 낚은 현대는 5연승으로 삼성과 함께 공동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잠실에선 이틀 연속 진땀나는 승부가 연출됐다. 전날 해태에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궈낸 두산은 1-6으로 뒤진 8회 3점을 뽑고 9회 1득점, 5-6까지 쫓아갔으나 9회말 2사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심재학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김상수기자·대전〓김종석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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