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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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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표 중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시장 전망은 신(神)의 영역이다. 전망치가 맞으면 내가 잘한 것이고, 틀리면 건교부가 정책을 잘못했다고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터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시장 전망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과열 조짐마저 보인다. 직장 동료끼리 돈을 모아 계약금만 1억원대인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하는 사람들도 있다. 100억원대 미분양아파트를 통째로 사겠다며 값을 흥정하는 사람들도 적잖다고 한다. “여유돈이 있는데 수익을 올릴 만한 아파트를 찍어달라”며 연락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연초에 나타난 투자 열기는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탓이다. 은행에 돈을 묻어 두기보다는 주택이나 상가 등을 사서 임대를 놓는 게 낫다고 보는 것. 최근에는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고 내년부터는 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바탕을 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이들의 전망은 상당히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한다. 외환위기 직후 크게 준 주택 건설 물량의 여파가 올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서울 재건축지역 및 수도권 지역 준농림지의 개발 규제 강화로 주택 공급은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대거 진행되는 데다 기업구조조정 등이 마무리되고 경제가 회복되면 주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을 확신할 수 없게 하는 요인도 적지않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에서 나타나는 경기 불황 조짐과 이에 따른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미래, 외환위기 이후 급감한 중산층의 소득, 94%를 넘어선 주택보급률 등은 ‘주택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이 섣부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망은 예측일 뿐 그것이 곧바로 현실화되는 ‘산술계산’이 아니다. 전망을 믿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손실이 생기면 그 결과는 몽땅 투자자의 부담이 된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