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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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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아파트 분양시장은 저금리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요자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지역이나 상품 종류, 가격 등에서 고루 장점을 갖춘 곳이 아니면 고객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아무리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도 경쟁력이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상품의 특성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위기에 휩쓸린 청약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격적인 분양철을 맞아 수요자들이 참고해야할 분양시장의 특성을 살펴본다.
▽청약률 거품 확대〓올들어 아파트 청약률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높아졌다. 서울 동시분양은 물론이고 분양 시장 침체의 골이 깊은 용인에서도 3순위까지 청약을 받으면 분양률 100%를 넘기는 곳이 많다. 일부 주상복합은 수십대 1의 청약경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용인에서 공급된 신갈 한신이매진, 수지 LG빌리지 등은 최고 3.1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률은 30∼40%선에 머물고 있다. 1조원 이상이몰려 큰 인기를 모은 분당 주상복합 ‘파크뷰’도 미계약 가구가 남아 있을 정도다.
청약률 거품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합작품. 수요자는 저금리에 따른 기대심리로 위치만 괜찮으면 일단 청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분양 업체들은 직원들을 동원해 분양률을 높이는 등 ‘바람 잡기’에 나서기도 한다.
분양률만 보고 미계약분을 사거나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격 평형 맞아 떨어져야〓이 달초 분양한 분당 주상복합 ‘코오롱 트리폴리스’는 주변 아파트나 분양 중인 주상복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평형에 따라 주변 주상복합에 비해 평당 1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은 갖춘 셈. 그러나 계약률은 가장 작은 평형인 31평형만 90%를 넘겼다.
소형 평형 선호 현상은 수도권 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 해밀컨설팅 황용천사장은 “소형 평형은 임대하기 쉽고 수요층이 두터워 앞으로도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이사는 “업체들이 용인에서 분양률을 높이려고 분양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가격 인하 폭이 기대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는 낮은 계약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발코니 새시 무료 시공 등으로 실제 분양가를 낮춘 곳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해 분당 백궁역 일대에 공급된 미켈란쉐르빌 제니스 아이스페이스 등은 최근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조건으로 미계약분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55평형을 기준으로 무이자융자와 발코니 새시 무료시공은 5000만원 남짓 할인 효과를 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입지여건은 비슷한데 분양가격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난다”며 “마감재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분양가격을 꼼꼼히 비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수요에 맞는 상품 인기〓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짓는 대림 아크로리버는 지난 해 12월 사전분양을 시작해 이 달들어 97%의 계약률을 나타냈다. 일산 화정동에 짓는 주거형 오피스텔 ‘한화 오벨리스크’도 분양 초기 입주자를 95% 이상 채웠다.
공급업체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해당 지역에 주거형 오피스텔 공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높은 분양률의 원인을 분석했다.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 내 오피스텔 ‘월드케이트’도 지역 수요에 힘입어 열흘 만에 분양을 마무리했다. 지역 수요에 맞는 상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옛 삼풍백화점 터에 짓는 ‘대림 아크로비스타’도 서초동 일대 고급 새아파트 수요에 힘입어 공개청약에서 10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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