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본격수사]열리는 박리스트…'월척' 낚을까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박노항(朴魯恒) 원사와 관련된 병역비리 혐의자 130여명의 명단을 군검찰이 검찰로 넘김에 따라 ‘박노항 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혐의자 150명 넘을수도▼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리스트에 오른 방대한 인원 수. 검찰은 이들 중 다수가 박 원사의 도피로 수사가 중단됐던 민간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박 원사의 도피로 수사를 중지한 민간인 24명 중 130여명의 명단 속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인원은 15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98년 12월∼99년 4월에 진행된 1차 병역비리 수사와 2000년 2월부터 1년 동안의 3차 수사에서 적발된 병역면제 청탁자는 각각 135명과 180명. 이들의 병역비리에 100여명의 브로커가 개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박 원사의 혐의는 예상대로 ‘매머드급’이다.

그러나 이 리스트에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 검찰 관계자는 2일 “신상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사람도 많아 정밀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 알만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명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차 수사 때의 경우 주부와 기타 직업을 제외하고는 사업가가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 7명, 회사원과 공무원 각각 6명, 은행임직원 5명 등이었다. 3차 수사 때는 사업가 61명, 기업임원 23명, 공무원 6명, 의사와 정치인 각각 4명, 대학교수 3명 등이었다.

‘박노항 리스트’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포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원사는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불릴 정도로 병역비리에 넓고 깊게 개입한 점에 비춰 의외의 인물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씨 진술시작…수사 장기화▼

박 원사는 구속 1주일을 넘기면서 조금씩 입을 열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2일 긴급체포된 변호사 사무장 최모씨(50)의 아들 병역면제 청탁혐의 역시 박 원사의 진술로 드러났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유명인에 대한 진술은 없지만 박 원사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노련하게 진술하고 있어 실제로 없는 것인지, 숨기는 것인지를 철저히 검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상당기간 박 원사의 ‘리스트’와 ‘입’을 일치시키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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