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77〉
열 사람의 학자들을 향하여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이 서책들을 하나하나 검토해보면서 성침에 관한 기록이 있는 책들은 이쪽으로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저쪽으로 모으십시오. 단 한줄의 기록이 있어도 모두 찾아내십시오. 그리고 성침에 관한 기록을 발견하게 되면 그 내용을 따로 요약하여 나에게 올리십시오. 만약 성침에 관한 서술이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저쪽으로 분류했다가 발각되면 나는 충성된 자의 임금님의 권한을 부여받아 여러분들의 목을 벨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 일을 게을리하는 자가 있으면 그자 역시 목을 벨 것입니다. 반면에 성침에 대한 흥미롭고 중요한 기록을 발견하여 올리는 사람에게는 임금님께 진언하여 큰 상을 내릴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일을 시작하십시오』
내 말이 끝나자 학자들은 저마다 일에 착수하였습니다. 그러한 그들을 둘러본 뒤 나는 서고를 나와 하인들을 불러모아 지시하였습니다.
『나는 충성된 자의 임금님의 특별한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들에게 명한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국왕의 서고에서 일하고 있는 열 명의 학자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날라다주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들이 부탁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하라. 그러나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하라』
학자들은 열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 결과 성침에 관한 상당히 많은 기록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학자들이 찾아주는 문헌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흥미로운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흘이 지나자 나는 왕을 찾아갔습니다. 왕은 내가 가져다줄 묘책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래, 가장 현명하고, 알라께서도 수긍하실 묘책을 찾아냈는가?』
왕은 나를 보자 이렇게 물었고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묘책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임금님과 임금님의 중신들, 그리고 장로들 앞에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더 이상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중신들과 장로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불러모으십시오』
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중신들이며 장로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신분의 고하에 따라 각기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나는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나라의 중책을 맡고 계시는 중신 여러분, 그리고 자나깨나 나라일을 걱정하시는 장로 여러분, 저는 외국에서 온 길손입니다만, 여러분들의 이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실로 아름다운 전통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흥미를 느껴 지난 열흘 동안 학자들과 더불어 열심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제가 말하는 「아름다운 전통」이란 바로 세상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침을 말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것은 이 아름다운 전통에 대하여 그동안 제가 공부한 것을 발표하고, 제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지식을 여러분들로부터 구하고자 함입니다』
일동은 아주 진지한 표정들로 내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문제는 이 나라 국정의 현안으로 떠오른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으니까요.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