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71〉
이윽고 날이 어두워졌으므로 나는 회교 사원을 찾아들었습니다.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나같은 나그네의 밤을 위하여 언제나 열려 있는 곳은 알라의 집 뿐이니까요.
사원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텅 빈 사원 한쪽에 누워, 한때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음에 틀림이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가 왜 이렇게 망하여 가는 것일까, 거기에는 필시 무슨 까닭이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짐작 가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골몰하다가 나는 마침내 잠들었습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사원 저편에 남자 한 사람이 열심으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텅 빈 사원에 혼자서 기도하고 있는 그 사내의 모습이 어찌나 진지했던지 이 나라에도 저렇게 신앙심 깊은 사람이 있는가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내는 기도를 마치자 나에게로 와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시오? 당신은 누구인데 이런 곳에서 잡니까?』
이렇게 묻는 상대는, 비록 평민 차림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지체가 높은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잘 생긴 미남인데다가 점잖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말씨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기가 어려 있었습니다.
『나는 외국에서 온 나그네랍니다. 본래 직업은 상인인데 항해도중 재난을 당하여 여기저기를 떠돌던 끝에 우연히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나의 신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사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난 나는 그 사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는 어제 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만, 이 도시에는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 도시는 제가 본 세상의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답습니다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고,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는 점차 망해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은 까닭은 무엇입니까?』
내가 이렇게 묻자 상대는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습니다.
『잘 보셨습니다. 사실 이 나라는 비록 작지만 예로부터 문물이 발달된 나라입니다. 그러나 지난 삼 년 동안 백성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업에 종사하는 것마저도 열심으로 하지 않습니다. 허구한 날 술이나 마시고, 걸핏하면 싸움박질이나 한답니다. 그러다보니 나라의 장래가 말이 아니지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랍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예? 당신 잘못이라니요? 그게 어찌 당신 잘못이라는 거죠?』
내가 이렇게 다그쳐 물었지만 상대는 괴로운 표정을 지을 뿐 더 이상 아무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심기 가득찬 얼굴로 일어나더니 날 혼자 남겨둔 채 가버렸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