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6)

  • 입력 1997년 5월 8일 07시 5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9〉 이 이야기를 떠올리자 나는 우선 땅바닥에 흘려 있는 다이아몬드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그중에서도 크고 좋은 것으로만 골라 호주머니며, 어깨걸이며, 두건이며, 옷의 주름이며, 심지어는 속곳 안과, 신발 속에까지 채워 넣었습니다. 내가 챙겨넣은 다이아몬드 중에는 달걀 크기 만한 것도 있었고 파르스름한 빛을 내는 것도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들을 넣을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채워넣은 나는 두툼한 고깃덩어리 하나를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말하자면 고깃덩어리 밑에 몸을 숨겼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드러누워 두 손으로는 고깃덩어리의 튼튼한 갈비뼈를 단단히 움켜잡았습니다. 그렇게 누워 있으려니까 이윽고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날카로운 발톱으로 고깃덩어리를 덥석 움켜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그 밑에 몸을 감추고 있던 나 또한 고깃덩어리에 매달린 채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독수리는 한없이 날아오르더니 어느 산꼭대기에 이르러 고깃덩어리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새끼들에게 나눠주기 위하여 고기를 찢어발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요란한 고함소리와 함께 나무를 두들겨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독수리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끝내는 날개를 치며 달아나버렸습니다. 먹이는 그대로 버려둔 채 말입니다. 고깃덩어리 밑에 숨어 있던 나는 그제서야 밖으로 기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말입니다. 고함을 질러 독수리를 쫓아버린 상인이 달려왔습니다만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서 있는 나를 보자 무서워서 몸을 와들와들 떨 뿐 제대로 말도 못했습니다. 나 또한 고깃덩어리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여기까지 날아온 터라 정신이 얼얼하여 무어라 말을 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넋이 나간 얼굴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상인은 힐끔힐끔 내 쪽을 돌아보면서 고깃덩어리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고깃덩어리를 뒤집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다이아몬드는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지라 그는 하늘을 우러러 비명을 질렀습니다. 『알라 이외에 주권 없고 권력 없도다! 나는 이 크고 살찐 양을 던졌건만 허탕을 치고 말았구나! 저주받을 악마의 방해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알라께 가호를 빌었건만!』 상인은 이렇게 소리치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철썩철썩 때렸습니다. 그러한 그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가 나는 말했습니다. 『오, 선량한 상인이여. 상심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상인은 나에 대하여 겁도 나고 화도 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요? 어째서 여기에 와 남의 재물을 노략질하는 거요?』 『나는 도둑이 아닙니다. 당신의 재물은 전혀 축나지 않았다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악마가 아닙니다. 나도 당신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상인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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