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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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종교47%
문학/출판30%
역사10%
인사일반10%
미술3%
  • [책의 향기]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반려동물에게

    몇 년 전 화창한 봄날, 반려견과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아롱이를 보더니 “참 예쁘네요. 몇 살이에요?”라며 말을 걸었다. 이것저것 묻던 그는 자신도 반려견 두부와 자주 이곳에 나왔는데, 얼마 전 고령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그는 두부가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걷는다고 했다. 두부는 사람만 보면 쪼르르 달려가 쓰다듬어 달라는 듯, 앉아서 머리를 숙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부가 떠난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더 힘든 건 내가 두부를 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서 힘들지만 일부러 나온다는 것이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는데, 돌아보니 그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또 한참을 서 있고는 했다. 아마도 산책 중에 두부가 좋아했던 자리가 아닌가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사’들이 절대 하기 싫은 생각이 하나 있다. 사랑하는 우리 ○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대한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아예 생각을 안 하려 해도,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떨쳐내기가 어렵다. ‘○이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이 책은 2015년부터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펫로스(Pet loss) 심리상담소를 만들고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반려인들이 겪은 슬픔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낸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첫 만남에서 행복했던 추억, 이별 후 슬픔과 이를 견뎌 내는 과정을 반려인의 시점으로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언젠가 닥칠 일이기에 반려인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더 마음이 아파지는 아이러니도 벌어진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기에 많이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게 정말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사랑스러워져서 이별을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악순환(?). 언젠가 닥칠 일이 두려워 아롱이를 슬며시 안았더니 녀석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두 발로 목을 감쌌다. ㅜ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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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란하게 피어난 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무소유의 의미를 음미할 때 우리는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진짜 나를 찾아라’ 중에서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달 말 출간된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가 20여 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초판 1쇄 1만5000부가 동이 났고, 추가로 찍은 2쇄 1만 부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 김성구 샘터 대표(사진)는 28일 “중장년층을 넘어 법정 스님을 잘 모를 것 같은 30대 젊은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이 1979∼2003년 대학, 절, 성당, 문화강좌 등에서 한 강연 16편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가신 지 10년이 넘었지만 녹음된 스님의 말을 글로 푼 덕에 읽다 보면 살아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스님은 청중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종종 한 문장을 반복하시곤 했다. 글로 옮겨야 하기에 그런 부분만 빼면 최대한 육성 그대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이야기. 미공개 강연집을 낸 것이 유언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법정 스님이 정말 당신의 어떤 말과 글도 더 이상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샘터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즈음 주변에서 인세 등 돈과 관련해 속된 말로 누가 물려받느냐는 문제로 잡음이 나자 이를 경계하고 사후에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유언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의 꿈은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에도 그 뜻을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까지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시민단체까지 만드셨는데, 이런 당신의 말과 글을 알리지 않는 게 진짜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세와 관련한 법정 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언젠가부터 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왜 인세를 안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어요. 스님을 잘 모를 때라 처음에는 ‘생각보다 돈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중에 한 지인이 자기가 아는 대학생이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 비로소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학비 내야 할 때였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보니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법정 스님은 인세를 독촉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유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키며 “스님은 매년 봄 길상사 법회에서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니 나머지 이야기는 저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들으시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생과 사에 연연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는 꽃들처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은 늘 ‘도착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가는 길을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리운 스님의 향기와 함께 무엇이 진짜 나를 찾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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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자”…제50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 개막

    제50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가 29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담임목사)에서 개막했다.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자’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전 세계 60여개국에 파송한 선교사 670여 명이 참가했다.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선교사 수련회, 선교사 자녀 캠프, 순복음 세계 선교 비전 선포식, 8시간 미스바 밤샘회개 기도성회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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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 스님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지난달 말 출간된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가 20여 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초판 1쇄 1만 5000부가 동이 났고, 추가로 찍은 2쇄 1만 부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 김성구 샘터 대표는 28일 “중장년층을 넘어 법정 스님을 잘 모를 것 같은 30대 젊은 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라며 이렇게 말했다.‘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이 1979년~2003년 대학, 절, 성당, 문화강좌 등에서 한 강연 16편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가신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녹음된 스님의 말을 글로 푼 덕에 읽다 보면 살아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스님은 청중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종종 한 문장을 반복하시곤 했다. 글로 옮겨야 하기에 그런 부분만 빼면 최대한 육성 그대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법정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이야기. 미공개 강연집을 낸 것이 유언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법정 스님이 정말 당신의 어떤 말과 글도 더 이상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법정 스님은 생전에 샘터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즈음 주변에서 인세 등 돈과 관련해 속된 말로 누가 물려받느냐는 문제로 잡음이 나자 이를 경계하고 사후에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유언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의 꿈은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에도 그 뜻을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까지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시민단체까지 만드셨는데, 이런 당신의 말과 글을 알리지 않는 게 진짜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겠느냐는 것이다.김 대표는 인세와 관련한 법정 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언젠가부터 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왜 인세를 안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어요. 스님을 잘 모를 때라 처음에는 ‘생각보다 돈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중에 한 지인이 자기가 아는 대학생이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 비로서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학비 내야 할 때였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보니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법정 스님은 인세를 독촉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유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김 대표는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키며 “스님은 매년 봄 길상사 법회에서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니 나머지 이야기는 저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들으시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생과 사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는 꽃들처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은 늘 ‘도착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가는 길을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리운 스님의 향기와 함께 무엇이 진짜 나를 찾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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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교육도 부처님의 길… 유치원 안으로 절이 들어갔죠”

    “절이 아니라 유치원을 세웠으니까요.” 21일 인천 강화군 법왕사에서 만난 회주 계성 스님은 절에 왜 대웅전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법왕사는 일반 사찰에 있는 대웅전 같은 전각이 따로 없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건물만 있는 특이한 사찰이다. 입구에 법왕사라고는 쓰여 있지만 절과 관련된 시설은 유치원 건물 3층에 있는 법당이 전부다. 계성 스님은 “절을 짓고 유치원을 만든 게 아니라 유치원 건물을 먼저 지었다”라고 말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한 그는 불교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포교 등을 위해 1991년 이곳에 코끼리 유치원을 설립했다. 반지하를 포함한 1층 건물로 시작했을 때는 법당조차 없었으나, 이후 증축을 통해 3층에 법당을 마련했다. “법당 역할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아이들이 태권도도 배우고 뛰어노는 체육관으로 쓰지요.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이 부처님 보시기에 더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는 “종교 시설에서 세운 유치원이지만 절대 종교를 강요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 성탄절의 의미와 유래, 산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부처님오신날에 의미와 유래를 몇 시간 설명해 주는 것 외에는 일반 유치원과 교육과정이 똑같다는 것. 반면 수업료는 교육비, 간식비, 교재비 등을 모두 포함해 월평균 5만 원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수익을 남길 생각도, 필요도 없기에 국가와 지자체 지원, 시주 등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초기에는 학교와 후배 스님들 후원금을 줄 수가 없어서 몇 년 동안 대학 동창회(동국대 승가학과)도 나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시주는 물론이고 사비까지 유치원에 모두 털어 넣었기 때문. 설립 초기에는 주변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먼 곳에 사는 교사와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마련해줬다. 이런 열정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늘었고, 이 때문에 2004년에는 유치원 옆에 영아 전담 어린이집(코끼리 어린이집)까지 개원했다. ‘잘 돌본다’ ‘믿을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강화군에서 운영이 어렵게 된 인근 다른 어린이집(불은 어린이집)까지 위탁하고, 이제는 서울과 인천 지역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견학을 올 정도다. 현재 3개 유치원, 어린이집 200여 명의 아이들을 50여 명의 교사와 보조교사, 직원 등이 돌보고 있다. 30년이 넘다 보니 커서 어른이 된 아이들이 다시 자기 자녀를 보내는가 하면, 유치원 교사가 돼 돌아온 아이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저출산 영향으로 강화 지역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의 유치원, 어린이집도 원생 모집이 쉽지 않지만 코끼리 유치원은 추첨으로 입학해야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집도 1년 전에 대기를 걸어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계성 스님은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도 그런 행복이 없다”라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기르는 것만큼 부처님의 길을 걷는 게 또 있겠느냐”라고 말했다.강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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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기다림, 통일신라의 찬란한 불교 유산 부활

    ‘천 년 동안 땅에 묻혔던 서러움을 한꺼번에 폭발해 내는 듯한 찬란함.’ 국립춘천박물관이 불기 2568년(서기 2024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다시 찾은 신라의 빛: 선림원 터 금동보살입상’ 특별전을 열고 있다. 7월 28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2015년 강원 양양 선림원 터에서 출토된 ‘선림원 터 금동보살입상(사진)’ 단 한 점만을 위한 자리다. 이 불상은 출토지가 명확한 통일신라시대 소형 금동상 중 가장 큰 데다 대좌와 광배(光背·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하여 머리나 등의 뒤에 광명을 표현한 원광), 장신구를 모두 갖춰 발굴 당시부터 국보급 걸작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7년여의 보존 처리를 거쳐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공개 때 복원되지 못한 남은 광배 조각을 추가로 맞춰 선보인 게 특징이다. 박물관은 지난해 볼 수 없었던 광배 뒷면까지 사방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원형 독립 공간에 저반사 유리 진열장을 제작·설치했다. 광배를 포함해 높이가 66.7cm인 금동보살입상이 어두운 전시실에서 찬란히 빛나는 모습은 마치 천 년 동안 땅에 묻혔던 서러움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강렬한 금빛과 화려한 장신구가 눈에 들어오지만, 보면 볼수록 그 섬세함의 극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관을 장식한 작은 공양 보살에서도 먹과 붉은 안료로 표현된 보살의 눈과 입을 찾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 어깨부터 발끝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천의 자락은 한 번에 주조할 수 없어 부분적으로 따로 주조해 결합했다. 박물관은 “금동보살입상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광배, 영락(瓔珞·구슬을 꿰어 만든 목이나 팔에 두르는 장신구), 대좌를 모두 갖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빛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천 년 넘게 땅에 묻혀 있었던 탓에 본래 모습을 완전히 복원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남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신라시대 대작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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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0년 미륵신앙 성지… 모악산 금산사 특별전

    ‘1400여 년을 이어 내려온 미륵의 마음은….’ 국립전주박물관과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모악산 금산사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한 특별전 ‘미륵의 마음, 모악산 금산사’를 개최한다. 특별전은 1400여 년 동안 미륵신앙의 성지로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의 안식처가 돼 온 금산사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서산대사의 제자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뇌묵대사 처영 진영(초상화·사진), 송고승전, 금산사 오층석탑 중창기, 미륵전 법화림보살상 복장물 등 91건 117점이 전시된다. 백제 법왕 원년(599년) 창건된 금산사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 활동한 진표율사의 원력으로 미륵신앙의 중심 사찰로 자리매김했다. 금산사는 권율 장군과 함께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처영 스님의 출가 사찰이다. 처영 스님이 의승군 1000여 명을 모집해 궐기한 이후 금산사는 의승군 활동의 중심지가 됐다. 이로 인해 정유재란 때 왜군이 보복으로 금산사에 불을 질러 모든 건물과 암자가 소실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서산대사 휴정과 사명대사 유정의 진영도 함께 볼 수 있다. 조선 성종 23년(1492년) 금산사 오층석탑을 중수하며 남긴 중창기는 중창 당시는 물론 그 이전의 역사도 함께 기록된 귀중한 자료다. 중창기에 따르면 삼층으로 된 미륵전은 진표율사가 조성했고, 오층석탑은 고려시대인 982년 세워졌다. 세조, 성종 등 조선시대에도 여러 차례 전각 보수가 진행됐다. 전시회에서는 1971년 오층석탑 해체·수리 과정에서 발견된 불상 8구, 동자상 1구, 오층소탑과 사리병 등 사리장엄구도 볼 수 있다. 10cm 미만의 소형불입상 2점은 통일신라시대 제작 방식인 중공식(中空式)으로 만들어졌다. 중공식은 불상의 뒷면이나 밑바닥을 통해 틀 안쪽의 흙을 제거하여 내부를 비우는 방법이다. 박물관 측은 “미륵은 석가모니가 구제하지 못한 미래의 중생까지 모두 구원하려는 자비의 존재”라며 “1400여 년을 이어온 역사와 문화재, 진표율사, 처영 스님, 월주 스님 등 고승들의 뜻을 돌아보며 참된 미륵의 정신을 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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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BBC 다큐 제작자의 동물 탐사기

    현대판 ‘비글호 항해기’(찰스 다윈)를 읽는 느낌이랄까.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남태평양 등을 탐험한 다윈처럼 저자는 20대 시절 파푸아뉴기니, 마다카스카르, 호주, 태평양 작은 섬 등을 누볐다. 영국 BBC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당시 방문한 탐방지의 생태계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 등을 두루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후 BBC에서 ‘동물원 탐사(Zoo Quest)’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지구 곳곳을 누비며 생태계의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한 공로로 1985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긴 부리 바늘두더지(Zaglossus attenboroughi)’ 등 생물 20여 종의 학명에 저자의 이름(attenborough)이 붙었을 정도로 왕성한 생물학 탐험을 벌였다.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에게 부의 상징이었던 화려한 깃털의 극락조,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쥐여우원숭이와 텐렉, 통가 왕국 궁전에 있는 183세나 된 것으로 알려진 ‘투이 말릴로’라는 이름의 거북이 등 갖가지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렇다고 단순한 생물백과사전은 아니다. 배로 폭우를 뚫고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생생한 여정, 도착지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과 음식에 대한 태도까지 생생히 담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연에 대한 묘사. ‘태양이 지평선의 바오바브나무 뒤로 떨어지고 붉게 타오르던 광선이 대부분의 열기를 잃었을 때, 하늘을 밝히고 호수의 물에 반짝이는 석양의 장관에 분홍색 홍학 떼가 오버랩되었다.’(2부 마다가스카르 동물 탐사 중) TV 다큐멘터리 제작자 출신이라 그런지 책이 아니라 마치 ‘글로 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원제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주 퀘스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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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 군대서도 별 다는 시대, 목사는 왜 안 됩니까”

    “군대도 여성이 별을 다는데, 아직도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는 교회가 있으니 안타깝지요.” 14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열린문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 만난 이광우 담임목사(총신대 법인 이사)는 “교회가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데 대형 교단조차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 역할이라며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종교계에서 오랜 기간 여성 목사 안수 허용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목사는 “일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 뽑거나 승진이 누락되면 당장 고발될 일이 일부 교회 안에서는 수십 년간 일어나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개신교 교단에서 여성 목사는 극소수. 지난해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꺼번에 여성 목사 40여 명을 배출했지만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전체 교단에서 여성 목사는 여전히 매우 적은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대형 교단은 아예 여성에게는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장로는 교단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린도전서 14장 34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35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라는 사도 바울의 말을 근거로 들어요. 고린도전서는 바울이 교회 내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쓴 서신이기 때문에 많은 말이 생략돼 있습니다. 그걸 문맥과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어 그대로 해석하는 게 맞습니까?” 그는 “여성이 교회에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여성 전도사, 여성 권사, 교회 학교 여교사, 여성 성가대원 모두 입 다물고 예배만 드려야 한다”며 “기득권에 빠진 남성 우월주의를 감추기 위해 성경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 안수를 주지 않으면서 여학생은 받는 일부 신학대학원의 모순도 개탄했다. “똑같이 입학하고, 똑같이 공부하는데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어요. 목사 안수를 안 줄 거면 최소한 입학도 받지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문제를 제기하는 여학생에게 ‘여자는 목사 안수 못 받는 거 알고 입학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 목사는 “상황이 이러니 여성 신학대학원생 중에는 여성 목사를 허용하는 다른 교단으로 옮기거나, 목사의 꿈은 포기하고 전도사로 지내거나, 아니면 아예 사역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일부 교계 지도자가 여성 목사 안수 불허가 남녀 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일 뿐이라고 하는데, 궤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이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일종의 세뇌가 돼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 신자들까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기성 어른 교인들과 달리 어릴 적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런 것에 실망한 많은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전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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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으로 갈등 치유, 청정으로 탐욕 다스려야”

    불기 2568년(202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봉행됐다. 불교계 종단들이 참여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봉축표어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종정 성파 스님은 법어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대립과 갈등은 화합으로 치유하고, 탐욕과 무지는 청정으로 다스리며, 중생의 행복을 위한 바라밀 실천을 권장하셨다”라며 “모두에게 구족(빠짐없이 골고루 갖추어짐)한 지혜덕상을 인정하고 활용하면 넉넉하고 원만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봉축사를 통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 주인공은 바로 나이고, 내 이웃의 고통을 편안하게 할 이도 나 자신”이라며 “마음이 평안하면 괴로움이 없는 부처의 세상이 열린다”라고 말했다. 법요식에는 종정 성파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등 종단 주요 인사와 타 종교 지도자, 윤석열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 및 주한 외교 사절,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늘 부처님의 마음을 새기면서 올바른 국정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분들의 손을 더 따뜻하게 잡아드리고 민생의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서 국민의 행복을 더욱 키우겠다”라고 말했다. 봉축법요식은 조계사 연합합창단의 삼귀의례(三歸依禮)를 시작으로 반야심경 낭송, 관불, 마정수기 봉행, 찬불가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불교태고종은 이날 경기 양주시 청련사에서 봉축법요식을 열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부처님께서 법이 아무리 좋아도 설하는 사람이 없으면 알 수 없다고 하였듯이 법당에 찾아오는 불자가 없으면 밝은 빛이 없을 것”이라며 불자들이 등불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은 이날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봉행한 봉축법요식에서 “나보다는 남을 이익 되게 하며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자비와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축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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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열려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봉행 됐다. 불교계 종단들이 참여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봉축표어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다.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종정 성파 스님은 법어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대립과 갈등은 화합으로 치유하고, 탐욕과 무지는 청정으로 다스리며, 중생의 행복을 위한 바라밀 실천을 권장하셨다”라며 “모두에게 구족(빠짐없이 골고루 갖추어짐)한 지혜덕상을 인정하고 활용하면 넉넉하고 원만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봉축사를 통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 주인공은 바로 나이고, 내 이웃의 고통을 편안하게 할 이도 나 자신”이라며 “마음이 평안하면 괴로움이 없는 부처의 세상이 열린다”라고 말했다.법요식에는 종정 성파스님, 총무원장 진우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등 종단 주요 인사와 타 종교 지도자, 윤석열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 및 주한 외교 사절과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늘 부처님의 마음을 새기면서 올바른 국정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분들의 손을 더 따뜻하게 잡아드리고 민생의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서 국민의 행복을 더욱 키우겠다”라고 말했다. 봉축법요식은 조계사 연합합창단의 삼귀의례(三歸依禮)를 시작으로 반야심경 낭송, 관불, 마정수기 봉행, 찬불가 순으로 진행됐다.한국불교태고종은 이날 경기 양주 청련사에서 봉축법요식을 열었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부처님께서 법이 아무리 좋아도 설하는 사람이 없으면 알 수 없다고 하였듯이 법당에 찾아오는 불자가 없으면 밝은 빛이 없을 것”이라며 불자들이 등불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은 이날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봉행한 봉축법요식에서 “나보다는 남을 이익 되게 하며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자비와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축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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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복음교회 영산효행상 시상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는 15일 “제29회 영산효행상에 윤영희 씨(효부상), 김준길 씨(장한 남편상) 등 10명을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영산효행상은 십계명 중 하나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계명을 잘 지킨 신자들의 효행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제정됐으며 매년 5월 시상식을 연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성영임, 홍영옥(효부상), 오진순, 권잠순(장한 아내상), 권인화(훌륭한 어머니상), 김은숙(효녀상), 안상욱(효자상), 정락길(훌륭한 아버지상).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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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명상은 최고 힐링 방법…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킬것”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9일 “간화선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선(禪) 명상, 연등회 등 한국 불교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승화, 발전시켜 브라질의 삼바 축제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15일)을 앞두고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출가자와 신자 감소 등 불교가 맞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젊은 세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과감하게 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우 스님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선 명상은 최고의 힐링 방법”이라며 “올 9월 종단이 개최하는 ‘국제 선 명상 대회’에 선보일 수 있도록 현대적인 명상법을 포함한 명상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또 “극락에 있어도 내 마음이 불편하면 그곳이 지옥”이라며 “온갖 고(苦)에서 탈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고, 이를 안 세계의 지성인들은 이미 명상에 심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우 스님은 이날 발표한 부처님오신날 봉축사를 통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는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 사람은 바로 나이고, 내 이웃의 고통을 편안하게 할 사람도 나 자신이라는 의미”라며 “마음을 깨치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저절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또 “마음이 평안하면 괴로움이 없는 부처의 세상이 열리고, 걸림이 없는 마음은 더 이상 자신의 안락과 이익에 머물지 않는다”며 “온 국민이 모두 부처님의 대자비와 지혜 속에서 내 마음의 평안과 세상의 평화를 일구어 가시길 간절히 축원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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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바다로 모이듯 화합하는 삶 실천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사진)은 부처님오신날(15일)을 앞두고 7일 발표한 봉축 법어를 통해 “모두에게 골고루 갖추어진 지혜와 덕을 인정하고 활용하면 넉넉하고 원만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성파 종정은 “청정한 삶은 불안과 공포가 소멸되고 대립과 갈등이 치유되며 모두가 신뢰하여 한 몸이 되게 하고, 바라밀(해탈과 열반에 이르기 위해 보살이 닦는 수행) 실천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삶의 터전을 넓히는 최고의 방편”이라며 “이러한 최상의 삶을 보여 주시기 위해 부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셨다”라고 말했다. 성파 종정은 또 “화합으로 살아가면 곳곳의 물이 바다로 모이듯 모든 이들이 하나로 모여 동체대비(同體大悲·모든 중생을 자신과 동일한 몸이라고 여김으로써 생기는 자비심)를 실천하며 살게 된다”라며 “어떠한 허상에도 속지 않고, 한 중생도 외면하지 않는 대지혜인이 되고 대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찬탄하고 실천하자”라고 당부했다. 앞서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도 3일 봉축 법어를 통해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 중생의 인연 따라 천백억 몸을 나누시어 교화의 손길을 펴시니 부처님과의 만남은 최상의 기쁨”이라며 “행복은 마음의 평화에서 깃들며 온전한 만족에서 샘솟나니 부드럽게 받아주는 유화 인욕과 끝없는 선행으로 부처님 나라에 이르리라”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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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과 기독교 뿌리 같은데… 종교화합, 지도층 노력에 달렸죠”

    “무슬림(이슬람교도)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아브라함 칠드런(Abraham’s Children)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처럼 아브라함을 신앙의 시조로 보지요.”최근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사진)을 출간한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종교적 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먼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고려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신앙의 뿌리가 같기에 당장 대중까지는 어렵지만, 식자층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지만 다툼이 계속됩니다. “이슬람에서는 하나님,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다 인정해요. 뿌리가 같은 거죠. 그래서 기독교와 유대교를 부인하면 이슬람은 성립할 수가 없어요. 단지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하나님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예수 다음으로 보낸 존재로 봅니다. 이 부분이 기독교 입장에서는 불편하지요. 무함마드를 예수와 동격으로 놓으니까요.” ―잘 모르는 사람은 ‘알라(Allah)’와 하나님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요. “알라는 ‘알일라(Al-Ilah)’의 축약형인데, ‘알’은 정관사고 ‘일라’는 신이라는 뜻이지요. ‘알일라’가 부르기 편하게 ‘알라’로 변한 거지요. ‘알라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신을 ‘알라’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의 하나님이 이슬람에서는 알라인 거죠.” ―신을 믿는다면서 알카에다나 탈레반은 왜 그렇게 폭력적인 겁니까.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은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건설을 목표로 합니다. 알카에다가 9·11테러를 자행한 것도 그걸 방해하는 세력이 미국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게 그렇게 이슬람법을 중시한다는 이들이 제대로 된 이슬람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어요. 가르치질 않거든요. 그러니 제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거지요. 근본주의자들은 초기 이슬람 공동체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보는데, 그래서 IS는 축구 경기 시청을 금지했어요. 초기 이슬람 공동체에서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요.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국내에서도 최근 한 유튜버가 인천에 이슬람사원을 짓겠다고 해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벌어졌더군요. “요즘 우리나라에 유튜브 무슬림들이 늘고 있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슬람교를 가지고 일종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보는 길거리에서 예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신기하니까 화제가 되잖아요? 사원 건립도 결국 무산됐지만 그런 차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정한 신앙이라면 그런 식으로 하겠습니까?” ―2018년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우리 사회에 이슬람에 대한 괴담이 난무했습니다만…. “당시 ‘이슬람교의 13교리’라는 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했어요. ‘사춘기를 시작 안 한 여자아이를 강간, 결혼해도 된다’라는 식의 13가지 교리가 꾸란에 있다는 거지요.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면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할 거라며…. 꾸란에 그런 말 없습니다. 외국의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만든 문건을 반이슬람 정서에 기대어 입국을 반대하기 위해 퍼뜨린 것 같아요.” ―혹시 종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전 가톨릭 신자예요. 신부가 되려고 한 적도 있고요. 오해와 편견은 대상을 잘 모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슬람교의 근본정신이 약자 보호거든요.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모습으로 무슬림 전체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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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눈뜬 채 코 베이는 ‘다크패턴’도 조심

    쿠폰을 사면 금액만큼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가입한 적이 있다. 5000원짜리 쿠폰을 샀는데, ‘내 포인트’ 항목에 5000포인트가 아닌 1만 포인트가 들어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 구매 절차를 찬찬히 훑어봤더니 구매액 항목에 1만 원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었다. 구매자가 다른 금액을 선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회원 가입 등을 위해 이것저것 서둘러 체크하다 보면 기자처럼 무심코 넘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 지출을 유도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s)’을 규제하기로 했다. 관련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속고 있는지 모르도록 기만하는 방식을 취한다. 영국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2022년 유럽의회 연구를 인용해 웹사이트와 앱의 97%가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크패턴은 온·오프라인, 업종, 사회적 지위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자금 후원 포털은 후원 형태에 ‘매월 후원’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뒀다. 후원자들이 일시 후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매달 후원금이 빠져나가는 일을 당했다. 이 방식의 이득이 크다는 걸 눈치챈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는 아예 트럼프의 생일에 후원금을 더 내는 사전 선택 옵션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런 기만행위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후원 포털에서 애국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후원금 내용은 눈에 덜 띄도록 배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출발 최소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는 공항 안내도 다크패턴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탑승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면 굳이 보안검색대와 출국 라운지 사이에 수많은 매장을 입주시켜 놓고, 매장을 건너뛸 지름길도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남는데 코앞에 매장이 즐비하다면 탑승객의 선택은 뻔하지 않을까. 생활 곳곳에 침투한 다크패턴의 실태를 파악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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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지도자들, 신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 성찰을”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 감소 현상을 겪는 것은 그만큼 기성 종교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1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만난 김장환 신부는 “종교도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제7대 교구장(주교)에 선출됐다. 임기는 10월부터다. ―실례입니다만 성공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성공회는 고요한 주교(찰스 존 코프)가 1890년 인천항에 도착해 서울과 경기, 충청 지역에 전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가톨릭처럼 주교, 사제, 부제의 삼품 성직 제도를 지켜오면서도 가톨릭의 교황이나 추기경 같은 수직적 직제가 없는 게 특징이지요.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 세계 성공회를 일치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지만, 한국 관구를 포함해 전 세계 39개 관구는 독립적으로 선교 활동을 합니다. 세계 성공회의 모든 주교와 관구가 평등한 수평적 관계지요.” ―종교는 분명 필요한 것인데도 종교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왜일까요. “‘가나안’ 신자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습니다. ‘안 나가’를 거꾸로 한 신조어인데,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왜 이런 분들이 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종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과 교회가 문제인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인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우리들의 어떤 모습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아울러 물질 중심의 파편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깨닫도록 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또 시대 변화에 맞춰 가는 것도 필요하지요.” ―성공회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이 자주 열리는 것도 그런 차원인지요. “동물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도 동물도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축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더욱이 반려동물에게서 마음의 위안과 행복을 얻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성공회 기도서에는 집터, 기공식, 자동차, 사무실 축복 기도문도 있는데 하물며 생명체야…. 반려동물 축복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세계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신앙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가장 열려 있어야 하는 종교계에서 의외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모습을 꽤 봅니다. “성공회는 여성이 신부가 되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실제로 대한성공회에 모두 11명의 여성 사제가 있습니다. 여성 신부,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는 구절을 근거로 드는데, 시대 상황과 앞뒤 문맥을 고려해 이해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지요.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게 부끄러운 거라면 교회 학교 선생님도 여성이 하면 안 되지요. 더 많은 여성 성직자가 세워져 그들을 통해 교회와 사회가 더 새로워지기를 바랍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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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리구는 함께 못왔지만… 불교 문화재 환수 노력 계속할것”

    지난달 18일, 일제강점기에 유출돼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보관됐던 석가불 진신사리(眞身舍利·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와 나옹·지공 선사 사리가 80여 년 만에 국내에 돌아왔다. 2004년 사리와 사리구(舍利具·사리를 담은 함)의 존재가 알려진 후 20년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직접 현지에서 사리를 모시고 온 호산 스님(양주 봉선사 주지)은 지난달 30일 서울 동국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번에 함께 못 온 사리구와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우리 불교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리구도 함께 오지 못해 아주 아쉽습니다. “사리는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이 많이 고려돼 기증 형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미술관 측이 사리구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재로 본 것 같습니다. 불법으로 밀반출됐다는 증거가 있어야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은 그런 증거를 찾지 못해서…. 그렇다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증거를 찾을 때까지 부처님 사리를 먼 타국 땅에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먼저 사리가 돌아왔지만, 사리구 등 다른 문화재도 돌려받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문화재 반환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저희가 사리를 이운(移運)하러 미술관을 찾았을 때 처음에는 미술관 관계자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단순히 물건을 받으러 간 것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리 이운 의식을 아주 정성껏 진행했지요. 미술관 관계자들의 표정이 변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의식을 거의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문화재 측면만 생각했던 사리가 신앙의 대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사리구도 그렇고 다른 불교 문화재들도 단순히 문화재 측면만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미술관 측에서 이번 사리 반환처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측도 상당히 배려해 줬다고 하던데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사리구는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석가불, 가섭불(迦葉佛), 정광불(錠光佛), 지공 선사(?∼1363), 나옹 선사(1320∼1376) 사리를 각각 담을 작은 사리구 5개와 이 작은 사리구를 담을 큰 사리구 하나를 국내에서 만들어 갖고 갔지요. 그런데 보스턴 공항 세관 측에서 미술관으로 사람을 보내 이운 의식을 끝까지 보고 그 자리에서 봉인을 해줬습니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사리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불경스러운 일이 없도록 배려해 준 것이지요. 부처님 사리가 화물이나 택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요. 만약 세관에서 사리구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보자고 하고, 일일이 사리를 헤집어 이상한 게 섞여 있는지 검사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저희도 그렇고 얼마나 곤란했겠습니까.” ―국내에서 제작한 사리구도 좀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사리구와 완전히 똑같이 만들기보다 우리 시대의 예술혼을 조금 담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진짜 똑같으면 모조품밖에 안 되지 않겠느냐고요. 저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원형을 기준으로 하되 예술적 가치가 있도록 조금 변화시켰습니다. 19일 양주 회암사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하는 고불식 사리 법회가 열립니다. 진짜 고향에 돌아오시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종단, 문화재청과 사리를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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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때 77명 순교 염산교회 방문한 교계… “신앙으로 지켜낸 자유-평등 잊지 말아야”

    한국교회총연합의 이철 공동대표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과 신평식 사무총장, 김종명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사무총장,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등 교계 관계자들이 22, 23일 호남지역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에 나섰다. 전남 영광군과 신안군은 6·25전쟁 당시 자유와 신앙을 지키다 공산주의자들에게 학살된 순교자들의 유적이 많은 곳이다. 첫 방문지인 영광군 염산교회에서는 전쟁 당시 77명의 교인이 순교했다. 당시 염산교회를 이끈 김방호 목사는 교인들이 피란을 권했으나 “목사가 어떻게 교회와 성도를 두고 다른 곳에 가느냐”며 남아 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인근 야월교회는 1895년 한반도에 와서 광주·목포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미국 남장로교회 유진 벨 선교사(1868∼1925)가 1908년 설립한 역사적 장소다. 그의 사위이자 인요한(존 린턴) 연세대 의대 교수의 조부인 윌리엄 린턴 선교사는 1912년 전북 군산시에서 선교와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야월교회에서도 6·25전쟁 때 60여 명의 전 교인이 신앙과 자유를 지키려다 무참히 학살됐다. 1898년 설립된 전남 목포시 양동교회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번질 때 양동교회 목사와 신도들이 지역 학생들과 함께 목포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상당수가 체포돼 순국했다. 박연세 당시 담임목사는 법정에서 “일본 천황은 언젠가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해 판사를 당황케 했다. 답사단은 이 밖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신안), 매산등 선교마을(전남 순천시) 등도 방문해 기독교 정신을 기렸다. 이철 공동대표회장은 “구한말 외세 침입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신앙의 선배들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믿으며 국권 회복과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지금의 기독교인들 모두 이런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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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에 첫 韓불교 사찰… 분쟁 잦은 지역서 포교활동

    이스라엘에 첫 한국불교 사찰이 설립됐다. 한국불교태고종 법현 스님(열린선원 원장)은 21일 “지난해 11월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에서 수계 받은 이스라엘 출신 대안 스님(본명 타미르 마사스)이 올 1월 고국 이스라엘 네스지오나에 한국 사찰인 ‘네스지오나 선원(Nes-ziona Seonwon)’을 개원했다고 최근 알려왔다”라고 밝혔다. 네스지오나는 현재 6개월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25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스라엘 중부 인구 약 5만 명의 소도시다. 법현 스님에 따르면 대안 스님이 설립한 네스지오나 선원에는 약 40∼50명의 이스라엘 신도들이 주말 법회에 참석해 참선 수행과 경전 공부는 물론이고 이웃 돕기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대안 스님은 태고종 북미·유럽 교구장인 종매 스님의 손주 상좌이자, 헝가리 태고종 원광사 청안 스님의 상좌다. 대안 스님은 종매 스님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미·유럽 교구 종립대학인 IBS 불교대학(2년제)을 수료하고, 지난해 11월 선암사 합동 득도 수계산림을 통해 수계를 받았다. 태고종 측은 “대안 스님은 비록 지난해에 수계를 받았지만 이미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과 한국에서 불교 교학과 수행법을 두루 익힌 바 있다”라며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 대안 스님이 부처님의 자비의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평화의 연꽃을 피워 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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