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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성탄절을 맞아 “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 먼저 손 내미는 용기를 갖자”라고 당부했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19일 “성탄을 맞아 강생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모든 이에게 충만히 내리기를 기도한다”라며 “특히 삶의 상처와 외로움, 고립과 불평등 속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희망의 빛이 넉넉히 스며들기를 청한다”라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일상에서 나누는 작은 친절과 한 사람을 품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바로 성탄의 신비를 드러내는 가장 구체적인 표지”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향해 먼저 다가가는 실천이 성탄의 정신임을 강조했다.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정석 목사)은 15일 발표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성탄의 기쁜 소식이 억압과 전쟁, 재해와 기근 등 절망과 무기력 가운데 있는 모든 곳에 참된 위로와 소망이 되며, 미움이 있는 자리, 분열과 단절이 깊어진 곳마다 사랑이 다시 피어나고 관계가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한교총은 이어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가야 할 길은 높아지는 길이 아니라, 낮아짐과 섬김의 길”이라며 “우리가 겸손히 이 길을 걸어갈 때 교회는 세상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빛과 소금의 사명을 계속해서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박승렬 목사)도 이날 발표한 성탄 메시지에서 “성탄은 불안과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 세상이 여전히 하나님의 돌봄 안에 있으며 어떤 어둠도 하나님의 빛을 완전히 가릴 수 없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NCCK는 또 “교회는 빛을 소유한 공동체가 아니라 빛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이기에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여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겠다”라며 “침묵 속에 묻힌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고 분열된 현실 속에서도 화해와 평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한편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이웃 종교 지도자를 초청한 가운데 ‘크리스마스트리 등 점등식’을 개최했다. 진우 총무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계종은 2010년부터 종교 간 연대와 상생을 위하여 트리등 점등식을 개최하고 있다”라며 “어두운 세상을 비추기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며 종교계가 연대해 사회적 약자의 곁을 지키고 고통의 현장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쇠귀에 경 읽기’라도…흔적은 남지 않겠습니까.” 경남 밀양시 송전탑 건설,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 등 과거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내년 3월 국회에서 ‘화쟁(和諍)’을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풀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이자 증폭시키는 당사자가 된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 1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화쟁위원장 정만 스님은 “화쟁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교리”라며 “사회 어느 분야보다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국회”라고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귀담아들을까요. “안 들을 사람들이라고 안 하고 버려두면 더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게 종교의 역할이라면, 사회와 소통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지요. 서두르지는 않으려 해요. ‘쇠귀에 경 읽기’라도 흔적은 남겠지요.” ―‘화쟁’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요. “화(和)는 함께 먹고 마시며 마음을 푸는 것이고, 쟁(諍)은 말로 다툼을 푸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화쟁은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는 셈이지요. 그런 면에서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점심으로 사찰음식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밥 먹으며 얘기하다 보면 세미나만 참석하는 것보다는 좀 더 서로 화기애애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겠지요.” ―상당한 규모의 세미나가 될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정치·경제·사회 분야로 나눠 발제자와 패널이 화쟁적 관점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지금의 갈등은 보수·진보의 대립이 아니에요. 내 편, 네 편으로 나뉜 감정의 분열이지요. 이념 이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고요. 그래서 여야를 막론해 ‘듣는 정치’라는 비전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남의 말을 들을 사람들이…. “쉽지야 않겠지요. 그래서 민주당 출신 원로가 민주당의, 국민의힘 출신 원로가 국민의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쓴소리하는 자리도 만들 계획입니다. 상대방이 지적하면 싸움이 될 테니까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왜 그런 자리를 만드냐고, 허망한 자리로 끝날지 모른다고.” ―아마도…. “1000명 중에 990명이 한 귀로 흘리고 돌아가더라도, 1000명 중에 999명이 그렇다 해도, 단 한 명이라도 마음에 남긴 사람이 있다면 그 한 명이 울림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울림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권력을 잡아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정치를 시작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말 좋은 정치를 펼쳐서,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겠지요. 우리의 노력이, 처음 정치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의 그 마음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리 허망한 시도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쇠귀에 경 읽기’라도…흔적은 남지 않겠습니까.”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 등 과거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내년 3월 국회에서 ‘화쟁(和諍)’을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풀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이자 증폭시키는 당사자가 된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 1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화쟁위원장 정만 스님은 “화쟁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교리”라며 “사회 어느 분야보다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국회”라고 말했다.―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귀담아들을까요.“안 들을 사람들이라고 안 하고 버려두면 더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게 종교의 역할이라면, 사회와 소통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지요. 서두르지는 않으려 해요. ‘쇠귀에 경 읽기’라도 흔적은 남겠지요.”―‘화쟁’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요. “화(和)는 함께 먹고 마시며 마음을 푸는 것이고, 쟁(諍)은 말로 다툼을 푸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화쟁은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는 셈이지요. 그런 면에서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점심으로 사찰음식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밥 먹으며 얘기하다 보면 세미나만 참석하는 것보다는 좀 더 서로 화기애애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겠지요.”―상당한 규모의 세미나가 될 거라고 들었습니다만.“정치·경제·사회 분야로 나눠 발제자와 패널이 화쟁적 관점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지금의 갈등은 보수·진보의 대립이 아니에요. 내 편, 네 편으로 나뉜 감정의 분열이지요. 이념 이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고요. 그래서 여야를 막론해 ‘듣는 정치’라는 비전을 제시하려고 합니다.”―남의 말을 들을 사람들이….“쉽지야 않겠지요. 그래서 민주당 출신 원로가 민주당의, 국민의힘 출신 원로가 국민의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쓴소리하는 자리도 만들 계획입니다. 상대방이 지적하면 싸움이 될 테니까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왜 그런 자리를 만드냐고, 허망한 자리로 끝날지 모른다고.”―아마도….“1000명 중에 990명이 한 귀로 흘리고 돌아가더라도, 1000명 중에 999명이 그렇다 해도, 단 한 명이라도 마음에 남긴 사람이 있다면 그 한 명이 울림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울림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권력을 잡아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정치를 시작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말 좋은 정치를 펼쳐서,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겠지요. 우리의 노력이, 처음 정치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의 그 마음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리 허망한 시도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1년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1920년생인 그는 당시 101세. 17세 때 도산 안창호의 설교를 듣고 뜻을 세우고, 시인 윤동주와는 어릴 적 친구였다. 대학에선 고 김수환 추기경과 동문수학했고, 교사 시절에는 고 정진석 추기경을 길러낸, 후회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우리 시대 큰 어른. 하지만 그는 “교수 때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는데, 스승이란 사람이 월급 오르고 보너스 나왔다고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다”라며 “요즘도 일기를 쓰면서 매일매일 실수를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책은 저명한 경영사상가이자 영국의 싱크탱크인 세인트조지하우스 소장과 왕립예술학회장을 지낸 저자(1932∼2024)가 병상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한 단상을 담았다. “‘저기요. 지금 거짓말하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 가끔 맞는 글자를 찍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제가 당신의 시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요.’ 나는 검안사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때부터 정직하게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시력에 맞는 안경을 새로 맞췄고 다시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일일 뿐 아니라, 실제로 시야를 더 맑게 해주는 일이기도 했다.”(1장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삶이 편해진다’에서) 세계적인 석학의 마지막 책이라면 뭔가 현학적이고 오묘한 인생의 진리를 알려줄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없다. 시력 검사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젊을 적 대머리를 감추려다 혼난 이야기 등을 통해 후회 없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볍게 풀어나간다. 읽는 내내 ‘내려올 때 이런 예쁜 꽃을 보게 될 거야. 근데 그 꽃, 사실 올라갈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네가 못 봤을 뿐’이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꽤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어떤 형용사로 표현해 주기를 원하는가?’ ‘당신의 묘비에 어떤 문구가 새겨졌으면 하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90여 년의 삶 속에서 자신이 더 친절하고 다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사람들은 저자가 더 믿음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다고 술회한다. 이제 와서 몇 가지는 ‘응급 처치’처럼 조금 손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미 늦었을지 모르고 어떤 면에서는 인생의 일부를 낭비한 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간곡하게, 아직 삶이 많이 남아 있을 때, 사소한 잘못을 고칠 시간이 있을 때 자신이 했던 훈련을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친절, 믿음, 정직, 공정 같은 흔히 드러나지 않는 미덕이다. 얼마나 현명한지, 무슨 상을 받고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데, 상당한 무게를 마음에 던진다. 부제는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하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담임목사)와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은 17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 상담소에서 ‘2025 찾아가는 성탄절 사랑의 희망박스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6년째인 이 행사는 겨울철 한파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로하고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식료품과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사랑의 희망박스’는 총 800박스(8000만 원 상당) 규모로, 쪽방촌 주민 등에게 지원된다.이날 행사에는 이 목사를 비롯해 김병윤 구세군 한국군국사령관, 이용기 굿피플 회장, 유재학 CJ제일제당 SU장,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목사는 “성탄절을 맞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작은 정성이지만 갑작스러운 추위로 고생하시는 쪽방촌 주민들께 큰 힘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세계에서 불리는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지요.” 언제나 이맘때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캐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만난 문성모 한국찬송가개발원장(목사)은 “원래 초대 교회에선 부활절을 지키는 문화는 있었지만 성탄절 문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문 목사는 목사 안수 뒤 대전신학대 총장, 서울장신대 총장 등을 지냈다. ―초대 교회는 성탄절 문화가 없었다고요. “성탄일 전 4주를 대림(待臨·그리스도 강림을 기다림)절이라 하는데 엄숙하게 보냈습니다. 교인들은 금식하고, 교회는 기쁨과 찬양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러 내려오신 분을 기다리는 시간이니까요. 지금도 유럽 교회는 요란한 행사를 하지 않고 경건하게 보냅니다.” ―캐럴(Carol)이 원래 춤곡이라고요. “유럽에서 여러 명이 돌아가며 추는 춤을 뜻하는 ‘카롤라(Carola)’에서 나온 말이에요. 4세기 기독교가 공인되며 그리스도 탄생을 경축하는 문화가 생겼고, 민요처럼 민간에서 유래한 노래들이 구전되고 변형되며 지금 모습이 된 거죠. 크리스마스가 떠들썩한 날이 된 건 미국 문화 탓이 큽니다. 유럽에선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처음엔 대중성 짙다는 비판을 받았으니까요.” ―이젠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개신교가 이 땅에 온 지 140년인데, 한국 교회의 캐럴 하면 떠오르는 게 없지요. 독일권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어권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있잖아요. 캐럴은 물론이고 찬송가도 70% 이상 서양 것이죠. 한국 사람이 곡과 가사를 쓴 노래도 ‘한국적 찬송가’라 하긴 어려워요.” ―한국적 캐럴, 한국적 찬송가란 뭔가요. “한국 교회는 광복절, 3·1절, 6·25전쟁 등을 기리고 기념하는 행사를 엽니다. 그런데 그때 부를 노래가 없어요. 연관 없는 외국 찬송가를 부르지요. 독일 유학 때 첫 예배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독일 찬송가는 독일 교회사(史)였어요. 루터의 종교개혁부터 계몽주의 시대 시인과 작곡가들이 만든 찬송이 담겼습니다. 광복절 예배에 광복의 기쁨을 담은 찬송가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파이프오르간에 오케스트라도 있는 대형 교회가 수두룩합니다. “한국 교회가 양적 팽창에 몰두해 한국적 교회 문화 형성에 별 의식이 없었어요. 교회에 가면 피아노와 드럼, 키보드 등만 있죠. 가야금, 장구 같은 국악기는 없지요. 국악풍 찬송가, 캐럴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성탄절에 우리 정서와 혼이 담긴 캐럴이 울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세계에서 불리는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지요.”언제나 이맘때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만난 문성모 한국찬송가개발원장(목사)은 “원래 초대 교회에선 부활절을 지키는 문화는 있었지만, 성탄절 문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국악과을 나온 문 목사는 목사 안수 뒤 대전신학대 총장, 서울장신대 총장 등을 지냈다.―초대 교회는 성탄절 문화가 없었다고요.“성탄일 전 4주를 대림(待臨·그리스도 강림을 기다림)절이라 하는데 엄숙하게 보냈습니다. 교인들은 금식하고, 교회는 기쁨과 찬양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러 내려오신 분을 기다리는 시간이니까요. 지금도 유럽 교회는 요란한 행사를 하지 않고 경건하게 보냅니다.”―캐럴(Carol)이 원래 춤곡이라고요.“유럽에서 여러 명이 돌아가며 추는 춤을 뜻하는 ‘카롤라(Carola)’에서 나온 말이에요. 4세기 기독교가 공인되며 그리스도 탄생을 경축하는 문화가 생겼고, 민요처럼 민간에서 유래한 노래들이 구전되고 변형되며 지금 모습이 된 거죠. 크리스마스가 떠들썩한 날이 된 건 미국 문화 탓이 큽니다. 유럽에선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처음엔 대중성 짙다는 비판을 받았으니까요.”―‘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가장 경건한 캐럴 아닌가요.“오스트리아 초등학교 음악 교사인 프란츠 그루버(1787~1863)가 1818년 작곡했어요. 품위 없고 너무 민요적이란 이유로 1920년대까지 권위 있는 캐럴 모음집엔 못 들어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럴이 된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지요.”―이젠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개신교가 이 땅에 온 지 140년인데, 한국 교회의 캐럴하면 떠오는 게 없지요. 독일권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어권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있잖아요. 캐럴은 물론 찬송가도 70% 이상 서양 것이죠. 한국 사람이 곡과 가사를 쓴 노래도 ‘한국적 찬송가’라 하긴 어려워요.”―한국적 캐럴, 한국적 찬송가란 뭔가요.“한국 교회는 광복절, 3·1절, 6·25전쟁 등을 기리고 기념하는 행사를 엽니다. 그런데 그 때 부를 노래가 없어요. 연관 없는 외국 찬송가를 부르지요. 독일 유학 때 첫 예배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독일 찬송가는 독일 교회사(史)였어요. 루터의 종교개혁부터 계몽주의 시대 시인과 작곡가들이 만든 찬송이 담겼습니다. 광복절 예배에 광복의 기쁨을 담은 찬송가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파이프 오르간에 오케스트라도 있는 대형 교회가 수두룩합니다.“한국 교회가 양적 팽창에 몰두해 한국적 교회 문화 형성에 별 의식이 없었어요. 교회에 가면 피아노와 드럼, 키보드 등만 있죠. 가야금, 장구 같은 국악기는 없지요. 국악풍 찬송가, 캐럴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성탄절에 우리 정서와 혼이 담긴 캐럴이 울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용산구는 16일 “팝페라테너인 임형주 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39·사진)를 용산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에 위촉했다”라고 밝혔다. 내년 2월 출범하는 용산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정책 수립과 예술인·단체 지원 등 지역 내 문화 인프라를 연결하고 강화하는 문화 허브 역할을 맡는다. 임기는 2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구세군 한국군국(사령관 김병윤)이 내년 1월 31일까지 시민들이 직접 이웃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이뤄주는 참여형 나눔 캠페인 ‘산타트리오’를 진행한다.연말 자선냄비 캠페인의 일환인 이 행사는 단순 기부를 넘어 시민이 실제 산타가 돼 이웃과 함께 행복한 연말연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산타트리오는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선택해 후원하는 ‘기부 산타’ △선물을 직접 준비하고 포장하는 ‘포장 산타’ △전국 가정과 복지시설로 선물을 전하는 ‘전달 산타’로 구성된다. ‘기부 산타’의 경우 ‘아이들의 소원 카드’ ‘한부모가정의 소원 카드’ ‘어르신의 소원 카드’ ‘장애인 이웃의 소원 카드’에 적힌 사연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후원금은 작성된 소원 카드에 따라 학습, 식사, 생필품, 육아용품, 의료·난방 지원 등으로 사용된다.‘포장 산타’는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완성된 선물 꾸러미는 ‘전달 산타’인 구세군을 통해 전국 취약 가정과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참여는 구세군 홈페이지(www.thesalvationarmy.or.kr) ‘후원하기’ 내 ‘캠페인 후원’ 탭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구세군국은 “산타트리오는 단순한 물품 지원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선물을 준비하고 기쁜 마음을 나누는 경험”이라며 “따뜻한 연대를 만드는 특별한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목회자이자 시인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최근 ‘영혼을 담은 시 쓰기’(샘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기 경험과 이론을 소개한 시 창작 안내서다. 다양한 현대 시를 제목과 해설을 곁들여 소개하고, 시인으로서 자신이 살아온 여정과 창작시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갔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저자는 그동안 13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천상병 귀천문학대상, 윤동주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 목사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정화되지 않은 폭력적인 말들, 상대방을 음해하고 모략하기 위한 거짓과 위선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라며 “언어의 오염과 타락, 품격 상실은 우리 사회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모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시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며 “시를 잘 이해하고 알수록 우리 삶은 물론이고 사회도 더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혼을 담은 시 쓰기’ 출판기념 북콘서트는 21일 오후 7시,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교회 수련회에서 청년들이 신나게 춤추며 찬양하는 걸 보던 중장년층 성도님들이 ‘우리도 저렇게 원 없이 흔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흥겹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뽕짝’ 사역이 떠올랐습니다.”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항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사역’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가 이따금 한 곡조 뽑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2009년 1집을 낸 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5집, 싱글만 100여 곡을 낸 준프로 가수다. 모두 트로트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담았다.“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인간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고”로 시작하는 ‘참말이여’(3집 수록곡)는 흥겨운 리듬과 구수한 가사가 입에 착 붙는 대표곡 중 하나. 구 목사는 “예수님이 유대 땅이 아니라 전라도에 왔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며 “예수님이 무슨 트로트냐고 할지 모르지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귀족들이 부르는 노래를 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뽕짝 사역’에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트로트를 좋아해 입에 배다 보니 찬송가가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풍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반 신자일 때는 괜찮지만 목회자가 찬송가를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위축돼서 목사님께 상담했더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그걸 발전시킬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그때 중장년층 성도들을 어떻게 흥겹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한 교회 행사에서 트로트 곡을 찬양곡으로 개사해 불렀는데 다들 좋아하시더군요.”물론 신성한 교회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 목사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며 혀를 차는 분도 많았다”면서 “초청받고 간 교회 행사에서 한창 노래하는 중에 한 장로에게 끌려 내려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트로트풍 찬송가가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로트가 우리 사회와 음악에서 굉장히 친숙한 장르인데, 유독 종교라는 분야와는 접목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성경 ‘시편’에도 ‘새 노래로 찬양하라’라고 돼 있지, 딱히 어떤 음악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트로트 찬송가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교회 수련회에서 청년들이 신나게 춤추며 찬양하는 걸 보던 중장년층 성도님들이 ‘우리도 저렇게 원 없이 흔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흥겹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뽕짝’ 사역이 떠올랐습니다.”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항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사역’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가 이따금 한 곡조 뽑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2009년 1집을 낸 뒤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5집, 싱글만 100여 곡을 낸 준프로 가수다. 모두 트로트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담았다.“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인간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고”로 시작하는 ‘참말이여(3집 수록곡)’는 흥겨운 리듬과 구수한 가사가 입에 착 붙는 대표곡 중 하나. 구 목사는 “예수님이 유대 땅이 아니라 전라도에 왔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라며 “예수님이 무슨 트로트냐고 할지 모르지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귀족들이 부르는 노래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의 ‘뽕짝 사역’에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트로트를 좋아해 입에 배다 보니 찬송가가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풍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반 신자일 때는 괜찮지만, 목회자가 찬송가를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위축돼서 목사님께 상담했더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그걸 발전시킬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그때 어떻게 중장년층 성도들을 흥겹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한 교회 행사에서 트로트 곡을 찬양곡으로 개사해 불렀는데 다들 좋아하시더군요.”물론 신성한 교회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 목사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라며 혀를 차는 분도 많았다”며 “초청받고 간 교회 행사에서 한창 노래하는 중에 한 장로에게 끌어내려 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트로트풍 찬송가가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로트가 우리 사회와 우리 음악에서 굉장히 친숙한 장르인데, 유독 종교라는 분야와는 접목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성경 ‘시편’에도 ‘새 노래로 찬양하라’라고 돼 있지, 딱히 어떤 음악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트로트 찬송가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맨헌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게 됐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 정보당국의 10년 추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놀라운 것은 제작진이 확보한 실제 영상과 증언이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실제 투입된 특수부대원,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의 증언은 물론이고 실제 공격 상황을 담은 영상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됐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였다. 생각해 보면 10년 동안 수백 명이 이 추적에 참여했는데 10년,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확인비행물체(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정치탐사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역사 작가인 저자가 70여 년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UFO 현상’을 탄탄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UFO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서 ‘비행접시’ 잔해가 발견된 이래 ‘광풍’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은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FO가 점차 UAP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다. “UFO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고 조사하면서, 나는 UFO에 관한 정부의 은폐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의도치 않은 은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가 자기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론 중) 미드 ‘X파일’의 팬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저자는 지금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UFO 은폐론’ 등 대부분의 음모론은 미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 작은 일이나 단기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적어도 UFO 분야에 있어서 미 정부는 그 정도로 비밀스럽지도, 창의적이지도, 조심스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긴 빈 라덴 사살 작전 같은 최고 등급의 극비 사안도 10여 년 만에 거의 다 공개되는데, 7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숱하게 벌어진 UFO 관련 사안을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막으면서 은폐하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UFO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별로 정리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원제 ‘UFO: The Inside Story of the US Government’s Search for Alien Life Here-and Out Ther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통일교 측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이하 통일재단)에 재산목록의 제출을 요청한 건 통상적 업무의 일환이라고 12일 설명했다. “얼마 전 통일재단이 정관 변경 승인 신청을 해 왔고, 이를 처리하다가 필요해 목록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통일재단은 통일그룹 기업들을 총괄하는 곳으로 모나용평, 일신석재, 세일여행사, 일화 등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통일교) 선교 및 교육 사업과 이념 구현을 위한 제반 활동을 지원, 보조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 기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비영리법인으로, 문체부의 감독을 받는다. 정관상 기본 재산이 변동되거나 토지의 매각·취득 등을 하려면 법원 등기 전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기에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을 뿐이라는 게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 허가 취소 등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산목록 제출 요구가 이재명 대통령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 등이 통일교를 겨냥해 ‘해산’을 거론한 최근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장관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종교단체는 민법에 의거해 설립, 운영되고 법을 위반하거나 공익 침해가 인정될 때는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시키도록 규정돼 있다”며 “공익 침해가 인정되는지 여러 사실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통일교 교단이 아니라 유관 기업 등을 관리하는 통일재단으로 자료 제출 요구가 온 것”이라며 “문체부가 통상적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목록을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맨헌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게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 정보당국의 10년 추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놀라운 것은 제작진이 확보한 실제 영상과 증언이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실제 투입된 특수부대원, 당시 CIA 국장 등의 증언은 물론이고 실제 공격 상황을 담은 영상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됐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였다. 생각해 보면 10년 동안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이 이 추적에 참여했는데 10년,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UFO(미확인비행물체)는?정치탐사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역사 작가인 저자가 70여년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UFO 현상’을 탄탄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UFO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서 ‘비행접시’ 잔해가 발견된 이래 ‘광풍’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은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FO(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점차 UAP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다.“UFO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고 조사하면서, 나는 UFO에 관한 정부의 은폐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의도치 않은 은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가 자기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론 중)미드 ‘X파일’의 팬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저자는 지금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UFO 은폐론’ 등 대부분의 음모론은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 작은 일이나 단기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적어도 UFO 분야에 있어서 미국 정부는 그 정도로 비밀스럽지도, 창의적이지도, 조심스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긴 빈 라덴 사살 작전 같은 최고 등급의 극비 사안도 10여 년 만에 거의 다 공개되는데, 7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숱하게 벌어진 UFO 관련 사안을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막으면서 은폐하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UFO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별로 정리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원제 ‘UFO: The Inside Story of the US Government’s Search for Alien Life Here-and Out Ther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2021년 한 차례 만난 사실을 인정했으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통일부도 “장관 관련 의혹은 윤영호를 한 번 만난 것 외에 전혀 근거 없는 허위 낭설”이라며 일축했다. 다만 정 장관이 통일교 본부인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한 만큼 통일교의 정교유착 논란이 이재명 정부로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 장관은 최근까지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鄭 “한학자 면식 없고-윤영호 명함 보고 알아” 정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절 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야인 시절인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경 천정궁에서 처음 만나 차담을 가졌다”며 “천정궁 커피숍에서 윤 전 본부장과 총 3명이 앉아 10분가량 차를 마시면서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윤 씨(윤 전 본부장)를 만났고, 명함을 보고 이분이 이제 통일교 실세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당시 천정궁 방문은 정 장관이 고교 동창이자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 김희수 회장 등 친구 7, 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이뤄졌다. 통일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천정궁 출입 시 통일교 인사가 동행해야 하고, 최소 일주일 전 예약해야 한다고 돼 있다. 내부 카페 이용 시 감사 헌금을 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정 장관 측 일행인 김 회장이 천정궁 방문을 예약하고, 교내 최고위직인 윤 전 본부장에게도 미리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당시 민주당 소속은 아니었지만, 이후 2022년 3·9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했다. 정 장관이 통일교와 여러 차례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 장관은 2016년 5월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의 김옥길 전북협의회장 취임식 축사를 했다. 2018년 9월엔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NGO)인 천주평화연합(UPF) 한국회장 취임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리에선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성 전 의원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만나기 4개월 전인 2021년 5월 UPF 호남·제주지구 주최 행사에 참석했고, 이번 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올해 8월에도 통일교 주관 통일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장관 측은 “올 8월 행사는 통일부 등록 법인의 행사로 매년 장관들이 참여해 온 행사”라며 “그 이전 행사들의 경우는 오래전이라 참여한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본인이 합당한 처신 해야” 이 대통령이 이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통일교 유착 의혹 논란이 정 장관 등 다른 내각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전날 여야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만큼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거취 문제는 당사자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 그에 맞춰 합당한 처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개별 판단에 맡겨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살다 보면 나약할 때도, 괴로울 때도, 슬플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요.” 2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오죽하면 최근 국회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살 예방 문화운동 ‘명대로 삽시다’까지 출범했을까. 최근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불광출판사)를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4일 동아일보와 만나 “불경에 ‘사자신충(獅子身蟲)’이란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바람이 통하게 창틈만 조금 열어도 찜통 같은 방 안에서 견딜 수 있듯이, 삶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금만 흘려보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자신충, ‘사자 몸속의 벌레’란 뜻인지요.“백수의 왕인 사자를 감히 어떤 짐승이 해치고 먹어 치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자가 죽으면 그 시체를 모두 먹어 치우는 건, 외부의 짐승이 아니라 사자 몸 안에서 생긴 벌레지요. 혹시 혼자서 화가 날 때 그런 자신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저 자신을요?“네, 대체로 처음에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지요. 그런데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되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내가 화내는 소리에도 화를 내요. 스스로 고립시켜 놓고, 막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착각하는 거죠. 그래서 죽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 많은 분이 위로 조금, 용기 조금 북돋아 주는 것만으로도 나아져서 돌아갑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런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이가 힘겹게 낮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참 많아요. 손을 놓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옆에서 이야기해도 그 말을 믿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손을 놓으면 끝없이 깊은 벼랑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 점점 더 세게 잡고요.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좌절과 상실로 얼룩진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화를 삭이지 못하고 쌓아 두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지요. 속은 부글부글 끓고,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거나 주먹을 불끈 쥘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행자다 보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했고요. 그렇게 제 안의 화가 자꾸 저를 갉아먹던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라고요. 희한하게 이 생각이 분노로 응어리진 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더라고요.” ―너무 힘들면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만….“오해하면 안 되는데,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끝까지 그걸 움켜잡고 괴로움 속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모든 걸 포기하란 뜻도 아닙니다. 어떤 건 포기해도 괜찮다는 거죠. 그 어떤 게 내게 분노나 괴로움, 더 나아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우선 내려놓고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어요. 바람이 통하게 비워두고 열어놓으면, 힘든 일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나갈 겁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살다 보면 나약할 때도, 괴로울 때도, 슬플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요.”2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오죽하면 최근 국회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살 예방 문화운동 ‘명대로 삽시다’까지 출범했을까. 최근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불광출판사)를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4일 동아일보와 만나 “불경에 ‘사자신충(獅子身蟲)’이란 말이 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바람이 통하게 창틈만 조금 열어도 찜통 같은 방안에서 견딜 수 있듯이, 삶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금만 흘려보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자신충, ‘사자 몸속의 벌레’란 뜻인지요.“백수의 왕인 사자를 감히 어떤 짐승이 해치고 먹어 치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자가 죽으면 그 시체를 모두 먹어 치우는 건, 외부의 짐승이 아니라 사자 몸 안에서 생긴 벌레지요. 혹시 혼자서 화가 날 때 그런 자신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제가 저 자신을요?“네, 대체로 처음에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지요. 그런데 점점 더 에스컬레이터 되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내가 화내는 소리에도 화를 내요. 스스로 고립시켜 놓고, 막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착각하는 거죠. 그래서 죽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 많은 분이 위로 조금, 용기 조금 북돋아 주는 것만으로도 나아져서 돌아갑니다.”―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런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이가 힘겹게 낮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참 많아요. 손을 놓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옆에서 이야기해도 그 말을 믿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손을 놓으면 끝없이 깊은 벼랑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 점점 더 세게 잡고요.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좌절과 상실로 얼룩진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저도 그랬어요.”―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화를 삭이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지요. 속은 부글부글 끓고,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거나 주먹을 불끈 쥘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행자다보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했고요. 그렇게 제 안의 화가 자꾸 저를 갉아먹던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게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라고요. 희한하게 이 생각이 분노로 응어리진 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더라고요.” ―너무 힘들면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만….“오해하면 안 되는데,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끝까지 그걸 움켜잡고 괴로움 속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모든 걸 포기하란 뜻도 아닙니다. 어떤 건 포기해도 괜찮다는 거죠. 그 어떤 게 내게 분노나 괴로움, 더 나아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우선 내려놓고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어요. 바람이 통하게 비워두고 열어놓으면, 힘든 일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나갈 겁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엉뚱하게도, 읽는 내내 왜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가 준 모험 스릴과 소설 속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의 지적 스릴이 비슷해서일까? 지적 스릴러물의 대표작인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이 8년 만에 돌아왔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인페르노’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페르소나 로버트 랭던을 데리고. 장소는 체코의 프라하. 주인공은 같지만,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 랭던은 기호학이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노에틱 과학(noetic science)’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한다. 노에틱 과학의 신봉자들은 고도로 집중된 인간의 마음이 집단으로 작용하면, 물질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려 한다. 이들은 인간의 마음 하나하나가 약한 중력을 갖고 있어 이것들이 모이면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기본 구조는 전작들과 비슷하다. 노에틱 과학자이자 연인인 캐서린의 초청으로 프라하에 온 랭던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연인마저 출간 직전의 원고와 함께 사라진다. 연인의 행방을 쫓는 랭던과 뭔가를 숨기는 듯한 체코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들, 진실을 묻으려는 미지의 조직,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생명체가 중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앉아서 읽었는데, 마치 100m를 뛴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건 저자의 필력 때문일까. 분명 소설인데, 저자는 프롤로그도 시작하기 전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 작품, 유물, 상징, 문서는 진짜다. 모든 실험, 기술, 과학적 결과는 사실 그대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조직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대못을 ‘꽝’ 박는다. 소설의 장치이겠지만, 정말 리얼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원제 ‘더 시크릿 오브 시크리츠(The Secret of Secrets)’.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저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만난 지형은 담임목사(66)는 정년(2030년 1월)보다 3년 반이나 먼저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 주요 대형 교단의 목사 정년은 70∼75세. 하지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지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년 6월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초 선언했다. 국내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정년(70세)까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 “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꼭 맞다고 할 순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사 정년이 70세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담임목사의 고령화와 교회 사역 노화는 피할 수 없이 연결되니까요.” ―고령화는 사회적 추세 아닌지요.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단지 담임목사는 어떤 면에서 최고경영자(CEO) 같은 자리인데 저도 60대 후반이 되면서 사고와 판단, 행동이 느려지더군요. 자기 경험에 매여 고정관념에 갇히기도 하고요. 젊은이들이 가져온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두세 가지 넣으려다 흠칫한 적도 있으니까요.” ―경륜 있는 어른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전적으로 청년들에게 맡긴 일에 제 생각을 말하면, 자신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소신껏 해보려는 구상에 영향을 주고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그 일은 청년 프로젝트였거든요. 70을 바라보는 제가….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고 응원한다고만 했습니다.” ―그리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없는 건 아니지요. 제가 교단이 정한 정년 규정을 파괴한다는데…. 목사도 사람인데, 오래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도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이나 미자립 교회 같은 곳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률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 ―조기 은퇴 이유를 굉장히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밝히셨더군요. “목사에게는 은퇴도 중요한 공적인 목회 행위입니다. 말년 병장처럼 설렁설렁 대충 하다가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했던 일도 대부분 마무리했고, 맡았던 외부 자리도 꼭 필요한 몇 개만 빼고 물러났습니다. 교회 담임목사 자격으로 맡았던 자리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 오는 사람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일단락을 지어 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