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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템플스테이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스님 두 명에 시도 지정 문화재는 고사하고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정말 작은 절인데, 2023년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경주 불국사, 예산 수덕사, 서울 진관사 등 유명 사찰들과 함께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이유가 궁금해 절 안팎을 쏘다니며 이리저리 이 작은 절의 ‘매력’을 찾고 있는데, 공양간 벽에 떡하니 걸려 있는 족자가 눈에 띄었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쉬려고 절에 왔는데, 오리엔테이션만 한 시간씩 하면서 진짜 ‘쉼’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진짜 쉼’이란 무엇일까? 20년 경력의 신경과학자이자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침묵’의 놀라운 효과를 실증적으로 서술했다.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이란 부제처럼 저자는 ‘침묵’을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자에게 ‘침묵’은 넓은 의미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멈추는 행동이다. 신체의 침묵에서 자아의 침묵까지 회복을 위해 필요한 8가지 침묵을 정리하고, 침묵이 우리의 기억력, 주의력, 심지어 면역력에까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했다. “… 연구자들은 뇌가 열심히 일하면서 생성한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은 (수면을 동반한 휴식 혹은 비수면 상태의) 휴식을 취할 때임을 알아냈다. … 푹 자고 일어난 후 혹은 명상을 하고 난 후 개운함을 느끼며 휴식의 재생 효과를 실감하는 것은 이러한 뇌의 독소 제거와 관련이 있다.”(3장 ‘주의력의 침묵’에서) 저자는 모두가 ‘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더 괴로워하는 ‘행동 중독’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시로 든 한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빈방에 한 사람씩 6∼15분 정도 가뒀다. 그리고 얼마 뒤 전기 충격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자, 상당수(남성은 67%, 여성은 25%)가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선택할 만큼 ‘신체의 침묵’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는 뜻이다. 남의 일 같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 동네 편의점을 가는 그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든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도 기를 쓰고 휴대전화로 뭔가를 보고 있는 게 바로 나 자신이니까. 저자는 우리 몸은 이런 ‘행동 중독’ 상태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이런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바이러스나 암 등에 취약해지는 면역력 약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 레오 14세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역대 교황의 거처였던 바티칸 사도궁 교황 아파트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15일(현지 시간) 사도궁 교황 아파트 일부 방과 욕실이 현재 수리 중이며, 공사 속도를 고려할 때 약 한 달 뒤 교황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도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대규모 궁전으로, 3층에 교황의 공식 집무실과 숙소 등 개인 공간이 있는 전통적인 교황 거처다. 역대 교황은 일요일마다 집무실 창문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 왔다. 레오 14세가 교황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공식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와 사생활 보호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아파트 대신 선종 때까지 재위 12년 내내 소박한 사제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했다. 이에 따라 산타 마르타의 집은 건물 2층 전체가 교황과 보좌진, 의료진, 경호 인력 등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됐다. 하지만 개방적인 공간이라 경호 및 사생활 보호에 어려움이 있어 여러 추기경이 레오 14세에게 교황 아파트로 옮길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가 사도궁으로 옮기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개조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은 원상 복구돼 바티칸 방문 성직자나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을 위한 임시 숙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교황 선출 이후 레오 14세는 진보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를 잇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형식 측면에선 전통으로 회귀하는 듯하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 레오 14세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역대 교황의 거처였던 바티칸 사도궁 교황 아파트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15일(현지 시간) 사도궁 교황 아파트 일부 방과 욕실이 현재 수리 중이며, 공사 속도를 고려할 때 약 한 달 뒤 교황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도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대규모 궁전으로, 3층에 교황의 공식 집무실과 숙소 등 개인 공간이 있는 전통적인 교황 거처다. 역대 교황은 일요일마다 집무실 창문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 왔다.레오 14세가 교황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공식적인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와 사생활 보호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아파트 대신 선종 때까지 소박한 사제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했다. 하지만 개방적인 공간이라 경호 및 사생활 보호에 어려움이 있어 여러 추기경이 레오 14세에게 교황 아파트로 옮길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레오 14세가 사도궁으로 옮기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개조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은 원상 복구돼 바티칸 방문 성직자나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을 위한 임시 숙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레오 14세는 이날 미사에서 교황권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착용하며 교황으로서 공식적인 직무 시작을 선포한다. 팔리움은 교황이 어깨에 걸치는 고리 모양의 흰색 양털 띠. 앞과 뒤, 옆으로 새겨진 붉은색 십자 문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뜻한다. 양모는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짊어지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를 상징한다.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미사에서는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대표단 12명이 교황 앞에서 복종을 맹세한다. 추기경 3명과 주교 1명, 사제 1명, 부제 1명, 두 수도회 총원장(남녀 각각 1명), 부부 한 쌍, 소년 소녀 한 명씩으로 구성된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을 통해 새 사목의 방향을 천명한다. 이탈리아 매체 등에 따르면 강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성찬기도와 감사기도, 영성체 예식, 교황의 강복, 파견 예식 이후 교황이 광장에서 퇴장하며 미사는 마무리된다. 즉위 미사에는 세계 200여 개국 정부 대표와 여러 종교 지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J D 밴스 미국 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민관 합동 조문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교황 즉위 경축 사절단장’으로 바티칸을 다시 찾는다. 아울러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도 미사에 참석한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날 로마에 세계에서 약 25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레오 14세는 이날 미사에서 교황권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착용하며 교황으로서 공식적인 직무 시작을 선포한다. 팔리움은 교황이 어깨에 걸치는 고리 모양의 흰색 양털 띠. 앞과 뒤, 옆으로 새겨진 붉은색 십자 문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뜻한다. 양모는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짊어지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를 상징한다.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미사에서는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대표단 12명이 교황 앞에서 복종을 맹세한다. 추기경 3명과 주교 1명, 사제 1명, 부제 1명, 두 수도회 총원장(남녀 각각 1명), 부부 한 쌍, 소년 소녀 한 명씩으로 구성된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을 통해 새 사목의 방향을 천명한다. 이탈리아 매체 등에 따르면 강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어 성찬기도와 감사기도, 영성체 예식, 교황의 강복, 파견 예식 이후 교황이 광장에서 퇴장하며 미사는 마무리된다. 즉위 미사에는 세계 200여 개국 정부 대표와 여러 종교 지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참석 의사를 밝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민관 합동 조문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교황 즉위 경축 사절단장’으로 다시 바티칸을 찾는다. 아울러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도 미사에 참석한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날 로마에 세계에서 약 25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의 대형화·쏠림 현상을 경계해 스스로 교회를 20여 개로 쪼갠 경기 성남 분당우리교회(담임목사 이찬수·사진)의 파격적인 실험이 화제를 낳고 있다. 2002년 이찬수 목사가 경기 성남에 개척한 분당우리교회는 2022년 교회를 자발적으로 쪼개 서울과 성남, 용인 등 각 지역에 29개의 분립 교회를 설립했다. 최근 만난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우리 교회만 커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고민과 물음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교회를 29개로 쪼갠 것은 그 고민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작은 교회나 미자립 교회가 많은 상태에서 “어느 한 교회로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교인 모두가 공감했다고 한다. “지역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가 많이 생기고, 그런 교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이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교회 측 입장이다. ‘분립 교회’는 본점과 지점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교회다. 이 때문에 인사와 재정이 완전히 독립됐다. 해당 지역의 작은 교회, 미자립 교회와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 뒤 설립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자칫 해당 지역에 있는 교회 신자들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립 교회로 옮길지 여부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교회 이름도 ‘컴앤씨 교회(서울)’, ‘송도 소리교회’ ‘수원 꿈꾸는 교회’ 등 분당우리교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 분립 교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분당우리교회가 지원했지만, 속된 말로 ‘갚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지원받은 만큼의 금액을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작고 어려운 다른 교회와 함께 상생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서 분당우리교회는 2023년부터 지역 신자 10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를 선정해 재정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꿈 너머 꿈’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수도권 8곳(각 4억여 원), 지난해에는 경상권 17곳(각 1억여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전라권을 대상으로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교회 본당이 없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인근 송림 중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본다. 교육, 행정 등 사무를 위해 필요한 공간만 인근 건물을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교회 측은 “대형 교회가 모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단, 교회가 커지면 고민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교회도 늘 하던 방식대로만 하면 안 되는, 긴장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의 대형화·쏠림 현상을 경계해 스스로 교회를 20여 개로 쪼갠 경기 성남 분당우리교회(담임목사 이찬수)의 파격적인 실험이 화제를 낳고 있다.2002년 이찬수 목사가 경기 성남에 개척한 분당우리교회는 2022년 교회를 자발적으로 쪼개 서울과 성남, 용인 등 각 지역에 29개의 분립 교회를 설립했다. 최근 만난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우리 교회만 커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고민과 물음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교회를 29개로 쪼갠 것은 그 고민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작은 교회나 미자립 교회가 많은 상태에서 “어느 한 교회로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교인 모두가 공감했다고 한다. “지역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가 많이 생기고, 그런 교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이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교회 측 입장이다.‘분립 교회’는 본점과 지점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교회다. 때문에 인사와 재정이 완전히 독립됐다. 해당 지역의 작은 교회, 미자립 교회와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 뒤 설립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자칫 해당 지역에 있는 교회 신자들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립 교회로 옮길 지 여부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교회 이름도 ‘컴앤씨 교회(서울)’, ‘송도 소리교회’ ‘수원 꿈꾸는 교회’ 등 분당우리교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 분립 교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분당우리교회가 지원했지만, 속된 말로 ‘갚지 않아도’ 된다. 대신 지원받은 만큼의 금액을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작고 어려운 다른 교회와 함께 상생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이러한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서 분당우리교회는 2023년부터 지역 신자 10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를 선정해 재정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꿈 너머 꿈’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수도권 8곳(각 4억여 원), 지난해에는 경상권 17곳(각 1억여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전라권을 대상으로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분당우리교회는 교회 본당이 없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인근 송림 중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본다. 교육, 행정 등 사무를 위해 필요한 공간만 인근 건물을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교회 측은 “대형 교회가 모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단 교회가 커지면 고민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교회도 늘 하던 방식대로만 하면 안 되는, 긴장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수어(手語)는 직관적인 언어라 말이나 글자보다 불교의 가르침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때가 많아요.”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불교 수어 통역사’ 박미애 씨(45)는 “수어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에 말이나 글자처럼 추상적이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라며 “말로 들을 때보다 수어 통역을 하는 동안 종교적 가르침이 더 피부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방송 뉴스에서도 수어 통역을 맡고 있는 박 씨는 10여 년 전 불교와 인연이 닿은 뒤 서울 조계사 장애인 전법팀 ‘원심회’(회장 박준식)에서 농인(聾人)들을 위한 불교 수어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원심회는 청각 장애가 있는 농인 신도들을 위해 불교 수어 제작, 교육 및 법회 수어 통역 등을 하는 포교 및 봉사 단체다.“반야심경에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색깔 소리 향기 맛 감촉 법)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불교를 안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갇히지 말라는 게 뭔지, 그러려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저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수어 통역을 하면서 느낌이 오더라고요. 한 손으로 모든 감각에 끌려가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다른 손으로 만든 가위로 그걸 단호하게 끊어내는 거죠.” 사실 누구나 흔히 아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도 불교를 모르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어로는 불교를 몰라도 의미를 알 수 있다. ‘아미타불’을 형상화해 두 손을 올리며 존경의 의미를 담은 뒤 ‘귀의한다, 의지한다’를 붙이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 다양한 부처님은 손 모습이 다 다르기에 이런 특징을 수어로 표현한다. 원심회는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매주 일요일 조계사 인근 조계사교육문화센터 내 법당에서 농인들을 위한 법회를 열고 있다. 매주 20∼30명이 참석하는데, 박 씨를 포함한 전문 수어 통역사 7명이 이들을 돕는다. 등록 회원은 약 50명. 박 씨는 “원심회에서 많이 노력하긴 했지만, 아직도 농인들이 종교 활동을 하는 데는 사회적 인식과 시설 부족 등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꼭 설법을 듣지 않아도 책으로 보면 되지 않냐’는 인식도 그중 하나다. 박 씨는 “선천적 농인에게 제1 언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수어”라며 “공부도 강의를 들어야 이해가 쉬운 것처럼 불경만 보고 종교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천주교나 개신교에서 농인 신부나 농인 목사가 배출된 것처럼 불교도 농인 스님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한 원심회 농인 회원이 스님이 되려고 4, 5년간 행자 생활까지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수어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오직 책으로만 배워야 하니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불경과 각종 법회를 수어로 번역한 영상이 더 많이 보급되면, 농인 신도도 늘고 자연스럽게 농인 스님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종교의 관심은 배려가 아닌 ‘책무’라고 생각해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수어(手語)는 직관적인 언어라 말이나 글자보다 불교의 가르침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때가 많아요.”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불교 수어 통역사’ 박미애 씨(45)는 “수어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에 말이나 글자처럼 추상적이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라며 “말로 들을 때보다 수어 통역을 하는 동안 종교적 가르침이 더 피부로 느껴질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현재 여러 방송 뉴스에서도 수어 통역을 맡고 있는 박 씨는 10여 년 전 불교와 인연이 닿은 뒤 서울 조계사 장애인 전법팀 ‘원심회’에서 농인(聾人)들을 위한 불교 수어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원심회(회장 박준식)는 청각 장애가 있는 농인 신도들을 위해 불교 수어 제작, 교육 및 법회 수어 통역 등을 하는 포교 및 봉사 단체다.“반야심경에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색깔 소리 향기 맛 감촉 법)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불교를 안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갇히지 말라는 게 뭔지, 그러려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저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수어 통역을 하면서 느낌이 오더라고요. 한 손으로 모든 감각에 끌려가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다른 손으로 만든 가위로 그걸 단호하게 끊어내는 거죠.”사실 누구나 흔히 아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도 불교를 모르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어로는 불교를 몰라도 의미를 알 수 있다. ‘아미타불’을 형상화해 두 손을 올리며 존경의 의미를 담은 뒤 ‘귀의한다, 의지한다’를 붙이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 다양한 부처님은 손 모습이 다 다르기에 이런 특징을 수어로 표현한다.원심회는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매주 일요일 조계사 인근 조계사교육문화센터 내 법당에서 농인들을 위한 법회를 열고 있다. 매주 20~30명이 참석하는데, 박 씨를 포함한 전문 수어 통역사 7명이 이들을 돕는다. 등록 회원은 약 50여명 정도. 박 씨는 “원심회에서 많이 노력하긴 했지만, 아직도 농인들이 종교 활동을 하는 데는 사회적 인식과 시설 부족 등 어려움이 많다”라고 했다.‘꼭 설법을 듣지 않아도 책으로 보면 되지 않냐’는 인식도 그중 하나다. 박 씨는 “선천적 농인에게 제1 언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수어”라며 “공부도 강의를 들어야 이해가 쉬운 것처럼 불경만 보고 종교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박 씨는 “천주교나 개신교에서 농인 신부나 농인 목사가 배출된 것처럼 불교도 농인 스님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과거 한 원심회 농인 회원이 스님이 되려 4, 5년간 행자 생활까지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수어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오직 책으로만 배워야 하니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불경과 각종 법회를 수어로 번역한 영상이 더 많이 보급되면, 농인 신도도 늘고 자연스럽게 농인 스님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종교의 관심은 배려가 아닌 ‘책무’라고 생각해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금 40대 이상인 사람들이 받았던 교육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나빴던 건 ‘일기장 검사’가 아닐까 싶다. 일기 쓰기는 좋은 습관이지만, 누군가 본다는 것을 아는 순간 ‘진짜 내 마음속 이야기’를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일기장 훔쳐보기도 한몫했다.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일기장을 훔쳐보고 “요새 누구랑 사귀니?” 하고 물어보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프랑스의 기자와 고서점 운영자인 두 저자가 빅토르 위고, 앙드레 지드, 스탕달, 마리 퀴리를 비롯해 소설가, 과학자, 철학자 등 유명인 87명의 일기를 모았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번민하고 아픔을 토로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피에르가 죽었다. 오늘 아침 건강하게 떠난 그가, 저녁에 두 팔에 안으려 했던 그가, 나는 죽은 그의 모습만을 다시 볼 것이다. 당신 이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부른다.”(1906년 4월 30일 마리 퀴리의 일기에서)사랑, 여행, 고독, 자기성찰 등 명사들의 다양한 속마음이 진솔하게 담겨 읽는 맛이 쏠쏠하다. 일기는 가장 내밀한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학적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온 세상 사람이 다 자기 일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 정작 당사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우리야 좋지만, 유명인이 된다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인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임 교황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성인이나 역대 교황 이름에서 교황명을 따온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고 불렸던 성인 프란치스코(1181∼1226)를 따라 교황명을 정했다. ‘레오 14세’가 선택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란 뜻으로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브루니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것은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라며 “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나왔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 오후(현지 시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제267대 교황에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명은 ‘레오 14세’. 교회법에 따라 새 교황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으로 알제리 대주교를 맡고 있는 장폴 베스코 추기경은 9일 프랑스 르피가로에 레오 14세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에는 세계 각지의 분쟁 속에서 교황이 맡을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염원을 의식한 듯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길 바랍니다(La pace sia con tutti voi). 이것은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서로 도와서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백성이 됩시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의 전통 복장인 진홍색 어깨 망토(모제타)를 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당시 너무 화려하다며 거절했던 옷이다. AP통신은 레오 14세가 가톨릭의 전통 노선으로 어느 정도 회귀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노선을 따르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온건한 중도파’로 분류된다. 9일(현지 시간)에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으로서의 첫 미사를 집전했다. 흰 제의를 입은 그는 모국어인 영어로 가톨릭 신앙 전파를 위한 추기경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5년부터 20여 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다. 미국 출신이지만 귀화해 페루 국적도 갖고 있다. 가난한 이주민을 위해 헌신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다. 2023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추기경에 서임됐고, 이후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냈다. 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역대 교황으로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세 번째다.페루 빈민가서 20여년 사목 ‘중도파’… “교회 화합 이끌 교황” 기대[267대 교황 레오 14세]새 교황 레오 14세는 누구주교 돼서도 늘 낮은 곳 임하는 삶… 온건하지만 단호한 카리스마 평가첫 강복 메시지도 ‘평화’ 앞세워…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 놓을 인물”“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8일(현지 시간)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降福) 메시지에서 ‘평화’를 앞세웠다. 그는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이 첫 강복 메시지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인류의 염원인 ‘평화’를 앞세움으로써 교황청이 앞으로 맡을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본다. 왜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지 않던 그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건하지만 단호한 카리스마콘클라베를 앞두고 각종 언론에 오르는 유력 교황 후보는 대체로 직위와 성품, 대중적인 이미지 등이 고려되는 면이 많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런 기준으로 표를 던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톨릭계 등에 따르면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이 중요하게 보는 자질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선교적·신앙적으로 존경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각국 정상과 함께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정치력을 가졌는지 △가톨릭교회와 바티칸 앞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이다. 특히 뒤 두 가지 자질을 바티칸에서는 ‘타이어를 걷어차야 할 때를 아는 자질’로 부른다고 한다. 그동안 언론 등 대중매체에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은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데는 추기경들의 이런 내부적인 기준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보다 추기경 수가 많고 분포 대륙이 다양해 콘클라베가 오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단 네 번째 투표 만에 일찌감치 새 교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온건하지만 확고한 판단력과 탁월한 업무 능력, 단호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를 대부분 추기경이 평소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낮은 곳에 임한 ‘페루의 프란치스코’미국 출신이지만 페루에서 20년이 넘게 사목 활동을 한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빈민과 이주민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 ‘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 주교가 돼서도 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주교는 자신의 왕국에 앉아 있는 어린 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럽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식 오만함’이라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도 그가 선출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초강대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교황청 내부에서 이런 이미지는 그가 새 교황에 선출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올 2월 가톨릭 신자인 J D 밴스 미 부통령이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순서)’라는 가톨릭 개념을 빌려 “그리스도교는 우선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 공동체, 같은 나라 사람들, 그다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이를 비판했다. 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위한 우리의 사랑에 순서를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 며칠 후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 주교단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가장 소외되고 가장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나와 가까운 데에서부터 동심원처럼 확장되는 사랑은 그리스도교적이지 않다”고 힘을 실어줬다.● 교회 분열 속 ‘개혁 이어갈 중도파’ 선택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에 서임하며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내 핵심 부서. 주교부 장관은 주교 후보를 검증하고 교황에게 주교 선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언하는 책임을 맡고 있어, 교황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가톨릭 고위직과 인맥을 쌓기에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졌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더해져 일각에서는 그가 재임한 2년간의 주교부 앞에 ‘초강력’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신학적으로는 온건 중도 성향이지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은 대체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교부 장관 시절 그는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처음으로 여성을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교회의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 교황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나왔다.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 오후(현지 시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제267대 교황에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명은 ‘레오 14세’.교회법에 따라 새 교황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으로 알제리 대주교를 맡고 있는 장폴 베스코 추기경은 9일 프랑스 르피가로에 레오14세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에는 세계 각지의 분쟁 속에서 교황이 맡을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염원을 의식한 듯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길 바랍니다(La pace sia con tutti voi). 이것은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서로 도와서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백성이 됩시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의 전통 복장인 진홍색 어깨 망토(모제타)를 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당시 너무 화려하다며 거절했던 옷이다. AP통신은 레오 14세가 가톨릭의 전통 노선으로 어느 정도 회귀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노선을 따르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온건한 중도파’로 분류된다. 9일(현지 시간)에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으로서의 첫 미사를 집전했다. 흰 제의를 입은 그는 특히 모국어인 영어로 카톨릭 신앙 전파를 위한 추기경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5년부터 20여 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다. 미국 출신이지만 귀화해 페루 국적도 갖고 있다. 가난한 이주민을 위해 헌신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다. 2023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추기경에 서임됐고, 이후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냈다.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역대 교황으로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세 번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신임 교황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성인이나 역대 교황 이름에서 교황명을 따온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고 불렸던 성인 프란치스코(1181∼1226)를 따라 교황명을 정했었다. ‘레오 14세’가 선택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란 뜻으로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인정,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반면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모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사회주의 이념에는 강하게 반대했다.브루니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것은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라며 “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8일(현지 시간)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降福) 메세지에서 ‘평화’를 앞세웠다. 그는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이 첫 강복 메시지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인류의 염원인 ‘평화’를 앞세움으로써 교황청이 앞으로 맡을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본다. 왜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지 않던 그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건하지만 단호한 카리스마 콘클라베를 앞두고 각종 언론에 오르는 유력 교황 후보는 대체로 직위와 성품, 대중적인 이미지 등이 고려되는 면이 많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런 기준으로 표를 던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톨릭계 등에 따르면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콘클라베 참가하는 추기경들이 중요하게 보는 자질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선교적·신앙적으로 존경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 각국 정상과 함께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정치력을 가졌는지 △가톨릭교회와 바티칸 앞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이다. 특히 뒤 두 가지 자질을 바티칸에서는 ‘타이어를 걷어차야 할 때를 아는 자질’로 부른다고 한다.그동안 언론 등 대중매체에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은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데는 추기경들의 이런 내부적인 기준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과거보다 추기경 수와 분포 대륙이 다양해 콘클라베가 오래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단 네 번째 투표 만에 일찌감치 새 교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온건하지만 확고한 판단력과 탁월한 업무 능력, 단호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를 대부분 추기경이 평소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낮은 곳에 임한 ‘페루의 프란치스코’미국 출신이지만 페루에서 20여 년이 넘게 사목 활동한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빈민과 이주민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 ‘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 주교가 돼서도 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주교는 자신의 왕국에 앉아 있는 어린 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럽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식 오만함’이라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그가 선출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초강대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교황청 내부에서 이런 이미지는 그가 새 교황에 선출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 부통령이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순서)’라는 가톨릭 개념을 빌려 “그리스도교는 우선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 공동체, 같은 나라 사람들, 그다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이를 비판했다. 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JD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위한 우리의 사랑에 순서를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것. 며칠 후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 주교단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가장 소외되고 가장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나와 가까운 데에서부터 동심원처럼 확장되는 사랑은 그리스도교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교회 분열 속 ‘개혁 이어갈 중도파’ 선택레오14세 교황은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에 서임하며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내 핵심 부서. 주교부 장관은 주교 후보를 검증하고 교황에게 주교 선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언하는 책임을 맡고 있어, 교황청은 물론 전 세계 가톨릭 고위직과 인맥을 쌓기에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졌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더해져 일각에서는 그가 재임한 2년간의 주교부 앞에 ‘초강력’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신학적으로는 온건 중도 성향이지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은 대체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교부 장관 시절 그는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처음으로 여성을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교회의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 교황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톨릭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는 이날 오전까지 세 번의 투표를 마쳤지만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다. 새 교황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바티칸 안팎에선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뚜렷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갈 진보파 교황이 나올지, 가톨릭 전통을 강조하는 보수파 교황이 탄생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8일 ‘흰 연기’ 피어오를 수도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시스티나 대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1만5000여 명의 인파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날 첫 투표에 이어 콘클라베 둘째 날 오전 두 번의 투표를 했지만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인 89표 이상을 얻은 추기경이 없었다는 뜻이다. 통상 새 교황 후보군은 둘째 날부터 윤곽이 드러난다. 둘째 날부터는 투표가 하루에 총 4번 이뤄진다. 오전에 두 차례 투표를 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5시 30분, 오후 7시경 두 차례 더 투표를 진행한다. 둘째 날에도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두 번째, 네 번째 투표 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교황이 선출되면 즉시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셋째 날까지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추기경단은 하루 투표를 쉬고 기도와 토론을 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에도 추기경단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를 유지하고, 이들이 먹는 음식조차 엄격한 감시하에 만들어진다.가톨릭교회에선 최근 진행됐던 콘클라베를 감안할 때 8일 또는 9일에는 새 교황이 선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두 번의 콘클라베도 모두 이틀째 결론이 났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섯 차례 투표 끝에,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네 차례 투표 끝에 선출됐다. NBC뉴스에 따르면 1900년 이래 콘클라베는 평균 3일 동안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추기경단 사이에 큰 이견이 없으면 2, 3일째 새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역대 최대 규모에 국적도 가장 다양한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번 콘클라베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교황, 가톨릭 개혁 이어갈까 바티칸 안팎에선 차기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했던 가톨릭교회 변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시국 행정장관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여성이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직책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성 사제 임명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가톨릭계에서 시급한 개혁 과제로 꼽혀 왔지만 반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성 고위직 확대 노력으로 과거보다 ‘여성 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확산된 상태. 이에 차기 교황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동성애와 낙태, 성소수자 등에 새 교황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바티칸의 뜨거운 감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와 낙태, 이혼, 재혼 등에 관해 포용적인 입장이었지만 동성혼과 낙태를 허용하진 않았다. 중국과의 수교도 차기 교황이 중요하게 다룰 업무로 꼽힌다. 바티칸은 현재까지 중국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으며, 대신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 바티칸으로선 중국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초대형 선교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중국어 기도문이 처음 낭독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란 평가가 많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10, 11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WYD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8일 “올해 성소주일(부활 제4주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성신교정과 동성 중고교, 대학로 거리 등에서 유스 페스티벌 ‘희(熙)희(喜)희(希)’(사진)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희희희’는 2027년 서울 WYD의 영적 지향인 ‘진리(Veritas)’ ‘평화(Pax)’ ‘사랑(Amor)’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10, 11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WYD 지역조직위(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8일 “올해 성소주일(부활 제4주일)을 맞아 10, 11일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성신교정, 동성 중고교, 대학로 거리 등에서 유스 페스티벌 ‘희(熙)희(喜)희(希)’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희희희’에서는 2027년 서울 WYD의 영적 지향인 ‘진리(Veritas)’ ‘평화(Pax)’ ‘사랑(Amor)’을 주제로 다양한 전례, 공연, 체험 부스, 전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개그맨 곽범의 사회로 진행되는 대학로 특설 무대에서는 아이돌 그룹 ‘파우’ 가수 백아연, 펀치, 임한별 등이 출연하는 토크 콘서트와 공연이 펼쳐진다. 또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로 구성된 ‘만남 중창단’의 공연도 볼 수 있다.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한 이 대회는 2, 3년마다 각 대륙을 돌며 개최되고 있으며, 2027년 WYD는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두 번째다. 대회 개막미사와 폐막일 미사는 교황이 직접 집전하며, 전 세계에서 약 8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대종사(사진)는 7일 하안거(夏安居) 법어를 통해 “무명업장(無明業障·번뇌를 일으키는 근본적 무지)을 끊고 확철대오(廓徹大悟·확연히 꿰뚫어 크게 깨우침) 하기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는 헝클어진 실을 풀려고 하지 말고 한칼에 끊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성파 스님은 이어 “화두참구(話頭參究)가 성성하면 무아의 이치가 드러나고 그 마음이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아져서 부처님과 조사께서 체득하신 신통묘용(神通妙用)이 여기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거는 승려들이 겨울과 여름에 각각 석 달간 외출을 금하고 선원(禪院)에 머물며 참선 수행하는 것으로, 조계종 하안거는 12일부터 시작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국제적인 콘클라베.’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7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린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대 가장 많은 133명의 추기경(80세 미만 추기경만 참석 가능)이 참석한다.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 또한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콘클라베의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던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늘어날 추기경을 수용할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기존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주했던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로도 충분했지만 이번엔 인근 건물 ‘산타마르타 베키아’까지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기경단의 출신 국가 또한 5개 대륙에 걸친 70개국으로 2013년(48개국)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유럽 출신 추기경이 5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30%대로 낮아졌다. 대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非)유럽권 추기경이 절반이 넘는다. 추기경단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도 다양해지면서 교황 선출 결과는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되풀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다양한 종교와 대화하는 교황”콘클라베 투표는 첫날 한 차례, 다음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네 번 진행된다. 투표에서 새 교황이 결정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렇게 사흘간 투표해도 교황이 안 뽑히면 추기경들은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선거인단을 포함한 170명의 추기경은 앞서 5일 총회를 열었다. 새 교황의 덕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가톨릭 교회 운영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의 보혁 갈등, 민족 중심주의, 이주민 및 이주민 신앙 지원의 중요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와 관련된 주제도 언급됐다. 추기경들이 다양한 종교 및 문화권과 대화하는 사목적인 새 교황의 모습도 기대했다고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은 세상의 위기 속에서 길을 잃은 인류가 친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까운 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 참여 추기경 4명 중 3명 프란치스코가 서임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가톨릭계, 주요 외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노선을 계승할 후임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3명 중 100여 명(약 75.2%)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과 마테오 마리아 추피 추기경(70)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교황청 2인자’격인 교황청 국무원장인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될 때마다 후임으로 거론됐다. 중도 성향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받들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추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 철학적으로 가장 비슷해 ‘프란치스코의 정신적 후계자’로 불린다. 2023년부터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은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다양성’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글레 추기경을 포함해 비유럽권 출신 추기경을 대거 발탁했다. 모친이 중국계이며 양극화 해소 등에 관심이 많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린다. 그는 “미혼모, 동성애자 등에 대한 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에 해를 끼쳤다”고 밝히는 등 진보 성향이다. 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요 도박 사이트의 베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세계 도박사들은 파롤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27%로 가장 높게 봤다. 이어 타글레 추기경(19%), 추피 추기경(10%) 등이 뒤를 이었다.● 韓 유흥식 추기경,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목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74)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티칸 안팎에 인맥이 두텁다. 또 우수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한 성품으로 그를 좋아하는 추기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계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이 설치됐는데,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 외에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65·콩고민주공화국), 페테르 에르되(73·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6·스웨덴), 장마르크 아블린(67·프랑스), 빔 에이크(72·네덜란드), 찰스 마웅 보(77·미얀마) 추기경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