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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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종교70%
문학/출판20%
문화 일반7%
인사일반3%
  • 정년 3년 반 앞두고 내려놓는 자리… 젊은 목사 세우는 것도 목회입니다

    “저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만난 지형은 담임목사(66)는 정년(2030년 1월)보다 3년 반이나 먼저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 주요 대형 교단의 목사 정년은 70∼75세. 하지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지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년 6월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초 선언했다. 국내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정년(70세)까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 “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꼭 맞다고 할 순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사 정년이 70세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담임목사의 고령화와 교회 사역 노화는 피할 수 없이 연결되니까요.” ―고령화는 사회적 추세 아닌지요.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단지 담임목사는 어떤 면에서 최고경영자(CEO) 같은 자리인데 저도 60대 후반이 되면서 사고와 판단, 행동이 느려지더군요. 자기 경험에 매여 고정관념에 갇히기도 하고요. 젊은이들이 가져온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두세 가지 넣으려다 흠칫한 적도 있으니까요.” ―경륜 있는 어른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전적으로 청년들에게 맡긴 일에 제 생각을 말하면, 자신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소신껏 해보려는 구상에 영향을 주고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그 일은 청년 프로젝트였거든요. 70을 바라보는 제가….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고 응원한다고만 했습니다.” ―그리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없는 건 아니지요. 제가 교단이 정한 정년 규정을 파괴한다는데…. 목사도 사람인데, 오래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도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이나 미자립 교회 같은 곳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률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 ―조기 은퇴 이유를 굉장히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밝히셨더군요. “목사에게는 은퇴도 중요한 공적인 목회 행위입니다. 말년 병장처럼 설렁설렁 대충 하다가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했던 일도 대부분 마무리했고, 맡았던 외부 자리도 꼭 필요한 몇 개만 빼고 물러났습니다. 교회 담임목사 자격으로 맡았던 자리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 오는 사람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일단락을 지어 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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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보다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저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만난 지형은 담임목사(66)는 정년(2030년 1월)보다 3년 반이나 먼저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 주요 대형 교단의 목사 정년은 70~75세. 하지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지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년 6월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초 선언했다. 국내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정년(70세)까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꼭 맞다고 할 순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사 정년이 70세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담임목사의 고령화와 교회 사역 노화는 피할 수 없이 연결되니까요.”―고령화는 사회적 추세 아닌지요.“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단지 담임목사는 어떤 면에서 최고경영자(CEO) 같은 자리인데 저도 60대 후반이 되면서 사고와 판단, 행동이 느려지더군요. 자기 경험에 매여 고정관념에 갇히기도 하고요. 젊은이들이 가져온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두세 가지 넣으려다 흠칫한 적도 있으니까요.”―경륜 있는 어른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전적으로 청년들에게 맡긴 일에 제 생각을 말하면, 자신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소신껏 해보려는 구상에 영향을 주고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그 일은 청년 프로젝트였거든요. 70을 바라보는 제가….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고 응원한다고만 했습니다.”―그리 탐탁치 않게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없는 건 아니지요. 제가 교단이 정한 정년 규정을 파괴한다는데…. 목사도 사람인데, 오래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도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이나 미자립 교회 같은 곳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률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조기 은퇴 이유를 굉장히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밝히셨더군요.“목사에게는 은퇴도 중요한 공적인 목회 행위입니다. 말년 병장처럼 설렁설렁 대충 하다가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했던 일도 대부분 마무리했고, 맡았던 외부 자리도 꼭 필요한 몇 개만 빼고 물러났습니다. 교회 담임목사 자격으로 맡았던 자리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 오는 사람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일단락을 지어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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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를 사랑하지 마세요, 억지로 용서하면 병 나요”

    “원수는 사랑하지 마세요.” 신부가 어떻게 이런 말을? 최근 치유 에세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출간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는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마음이 감당할 수 없는 걸 하면 병이 난다”고 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힐링 에세이가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에 자살 충동에까지 이르렀던 자신과의 맹렬한 투쟁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 이 때문에 ‘전투적 치유 에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사제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종교가 늘 ‘용서하라’ ‘사랑하라’라고 가르치는데, 사람 마음은 그렇게 넓지 않아요. 내 마음에 응어리가 있는데 억지로 용서하면 화병 납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용서하고, 그 이상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요. 저도 전에는 기도나 명상을 하면 속이 넓어지고, 큰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기도, 명상은 자아를 승화시키는 과정으로 압니다만….“남을 포용한다는 건 내 자아가 굉장히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어도) 늘 불안, 우울, 분노에 시달리며 살고 있거든요. 내 배가 풍랑 속 쪽배처럼 뒤집힐 것 같은데, 남을 태울 수 있겠습니까? 종교도 그걸 강요하면 안 돼요.” ―종교가 강요한다고요.“의외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면 빚을 내서 남을 돕는데, 그렇게 못 하면 자기가 믿음이 약해서 희생, 헌신하지 못하는 거라고 괴로워해요. 그러다가 신경질적인 병이 생기지요. 저는 종교가 모든 이에게 무조건 착하게 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봐야지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굉장히 궁핍한 사람은 먼저 자기부터 채워야 해요.” ―그래도 신부인데 알코올 의존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하는 건 좀….“신부라고 좋은 말만 듣는 게 아니에요. 신자들로부터 비난도, 욕도 많이 먹지요. 그걸 술로 풀다 보니, 어느 날 미사 중에 손이 떨리더군요. 알코올 의존증 초기라는데 무기력증도 왔고요. 게다가 제가 신앙적으로 저 자신을 많이 학대했어요. ‘왜 기도할 때 집중을 못 해’ ‘왜 그것밖에 안 돼’ 계속 야단친 거죠. 이게 심해지면 ‘독성 수치심’이 생겨요.” ―독성 수치심이 뭡니까.“자기 학대는 수치심을 낳는데, 이게 정도를 넘으면 독성으로 확대돼서 ‘나 같은 놈은 죽어버리는 게 나아’ 같은 생각을 들게 해요. 그게 극단적 선택을 유도합니다.” ―신부님은 이겨내신 것 같습니다만….“우연한 기회에 한 신부님을 만났는데…고민에 답을 해주는 게 아니라 저보고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정말 설사가 터지듯 속마음이 가장 밑바닥에 이를 때까지 다 나왔어요. 신부가 남의 상담, 고해성사는 받았어도 자기 얘기를 누구에게 털어놔 봤겠습니까. 그게 전환점이 된 거죠. 샌드백도 치고….” ―샌드백이요?“억지로 용서하면 내가 병들어요. 내 안의 분노와 화부터 풀어야지요. 저는 샌드백에 미운 사람 이름을 써놓고 마구 쳤습니다. 사람 때문에 누군가 화를 내면 옆에서 ‘내가 대신 때려줄게’라며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풀립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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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 사랑하지 마세요” 샌드백 치는 신부의 조언 왜?

    “원수는 사랑하지 마세요.”신부가 어떻게 이런 말을? 최근 치유 에세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출간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는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마음이 감당할 수 없는 걸 하면 병이 난다”고 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힐링 에세이가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에 자살 충동에까지 이르렀던 자신과의 맹렬한 투쟁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 때문에 ‘전투적 치유 에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사제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종교가 늘 ‘용서하라’ ‘사랑하라’라고 가르치는데, 사람 마음은 그렇게 넓지 않아요. 내 마음에 응어리가 있는데 억지로 용서하면 화병납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용서하고, 그 이상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요. 저도 전에는 기도나 명상을 하면 속이 넓어지고, 큰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기도, 명상은 자아를 승화시키는 과정으로 압니다만….“남을 포용한다는 건 내 자아가 굉장히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어도) 늘 불안, 우울, 분노에 시달리며 살고 있거든요. 내 배가 풍랑 속 쪽배처럼 뒤집힐 것 같은데, 남을 태울 수 있겠습니까? 종교도 그걸 강요하면 안 돼요.”―종교가 강요한다고요.“의외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면 빚을 내서 남을 돕는데, 그렇게 못하면 자기가 믿음이 약해서 희생, 헌신하지 못하는 거라고 괴로워해요. 그러다가 신경질적인 병이 생기지요. 저는 종교가 모든 이에게 무조건 착하게 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봐야지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굉장히 궁핍한 사람은 먼저 자기부터 채워야 해요.”―그래도 신부인데 알코올 의존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하는 건 좀….“신부라고 좋은 말만 듣는 게 아니에요. 신자들로부터 비난도, 욕도 많이 먹지요. 그걸 술로 풀다 보니, 어느 날 미사 중에 손이 떨리더군요. 알코올 의존증 초기라는데 무기력증도 왔고요. 게다가 제가 신앙적으로 저 자신을 많이 학대했어요. ‘왜 기도할 때 집중을 못해’ ‘왜 그것밖에 안 돼’ 계속 야단친 거죠. 이게 심해지면 ‘독성 수치심’이 생겨요.” ―독성 수치심이 뭡니까.“자기 학대는 수치심을 낳는데, 이게 정도를 넘으면 독성으로 확대돼서 ‘나 같은 놈은 죽어버리는 게 나아’ 같은 생각을 들게 해요. 그게 극단적 선택을 유도합니다.”―신부님은 이겨내신 것 같습니다만….“우연한 기회에 한 신부님을 만났는데…고민에 답을 해주는 게 아니라 저보고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정말 설사가 터지듯 속마음이 가장 밑바닥에 이를 때까지 다 나왔어요. 신부가 남의 상담, 고해성사는 받았어도 자기 얘기를 누구에게 털어놔 봤겠습니까. 그게 전환점이 된 거죠. 샌드백도 치고….”―샌드백이요?“억지로 용서하면 내가 병들어요. 내 안의 분노와 화부터 풀어야지요. 저는 샌드백에 미운 사람 이름을 써놓고 마구 쳤습니다. 사람 때문에 누군가 화를 내면 옆에서 ‘내가 대신 때려줄게’라며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풀립니다. 보통 사람이 기도, 명상으로 마음을 비워 화를 푸는 건 정말 어려워요. 종교가 너무 어렵게 가르치는데, 가끔은 망가지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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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에 진우 스님 연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제18대 공동대표의장으로 재선출했다고 3일 밝혔다. 임기는 2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종교 간 화합과 교류 증진을 목표로 1997년 설립됐으며, 조계종(불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천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개신교), 원불교, 성균관(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민족종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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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파 스님 동안거 법어 “번뇌가 흩어지면 본래면목 드러나”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동안거(冬安居·승려들의 겨울철 집중 수행) 시작을 앞두고 1일 결제(結制·안거 시작) 법어를 발표했다. 성파 스님은 법어에서 “오직 화두일념이 뜨거운 불무더기가 되어 만마(萬魔)와 천불(千佛)을 모두 태워버릴 때 불조(佛祖)의 향상일로(向上一路)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친 번뇌가 잔잔해지면 미세한 번뇌를 알게 되고 미세한 번뇌가 흩어지면 그대들의 본래면목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본래면목을 확연히 깨닫고 활용할 수 있는 수행자를 일러서 본분사를 마친 대도인(大道人)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거’는 동절기 3개월과 하절기 3개월간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조계종 동안거는 4일 시작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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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 빈곤의 시대, 참어른 얼굴 보여주고 싶었죠”

    최근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1909∼1988·사진)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나안 김용기’(감독 김상철)가 개봉됐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격과 민족정신 함양을 통해 농촌 지도자를 육성해 온 사회 교육기관. 목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지난달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사표가 될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며 “종교를 떠나 어른을 잃은 요즘 시대와 사람들에게 참어른과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2009년 김수환 추기경, 2010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옥한흠 목사와 법정 스님 등이 잇달아 돌아가시면서 우리가 참어른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자꾸 혼란스러워지는데 바라보고 의지할 분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보석 같은 분들을 조명해 올바른, 목적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용기 장로는 1933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고향인 경기 남양주 봉안에서 이상촌 건설을 통한 농촌 부흥 운동을 시작한 인물. 자치 농장 형태로 시작한 봉안이상촌은 서울,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1962년 경기 광주에 본격적으로 가나안 농군학교가 설립되며 1960, 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 김 감독은 “흔히 선생(先生)님이라고 부르지만 ‘선생’의 참 의미는 단순히 먼저 태어난 게 아닌, 먼저 사람이 된 사람을 말한다”고 말했다.“참어른이자 선생인 김 장로는 기독교인이고 가나안 농군학교도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됐죠.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신부나 수녀 등 타 종교인까지 찾아와 개척 정신을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 영화엔 수십 년 전 김 장로가 “이 나라의 난국을 어떻게든 극복해서… 공산주의의 침략을 다시 받지 말아야겠고, 일본 사람에게 다시 노예 생활을 하지 않도록, 미국 사람에게 밀가루 얻어먹지 않는 것이… 이것은 온 국민이 그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복 뒤 가난과 타성에 젖어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 감독은 “개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할 때, 이를 준엄하게 질타하고 가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지금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스승 빈곤의 시대에 참된 어른, 선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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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을 잃은 요즘 사람들에게 참 어른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1909~1988)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나안 김용기’(감독 김상철)가 개봉됐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격과 민족정신 함양을 통해 농촌 지도자를 육성해 온 사회 교육기관. 목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지난달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사표가 될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라며 “종교를 떠나 어른을 잃은 요즘 시대와 사람들에게 참 어른과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 2010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옥한흠 목사와 법정 스님 등이 잇달아 돌아가시면서 우리가 참 어른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자꾸 혼란스러워지는데 바라보고 의지할 분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보석 같은 분들을 조명해 올바른, 목적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김용기 장로는 1933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고향인 경기 남양주 봉안에서 이상촌 건설을 통한 농촌 부흥 운동을 시작한 인물. 자치 농장 형태로 시작한 봉안이상촌은 서울,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1962년 경기 광주에 본격적으로 가나안 농군학교가 설립되며 1960~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가 1966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고무신을 신고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시상식에서 “나는 한국인이고, 농부라 고무신을 신고 왔다. 필리핀과 한국 사람이 고무신을 더 이상 안 신을 때까지 고무신을 신고 일하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 감독은 “흔히 선생(先生)님이라고 부르지만 ‘선생’의 참 의미는 단순히 먼저 태어난 게 아닌, 먼저 사람이 된 사람을 말한다”라며 “또한 ‘선생’은 누군가를 지금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다. “참 어른이자 선생인 김 장로는 기독교인이고 가나안 농군학교도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됐죠.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신부나 수녀 등 타 종교인까지 찾아와 개척 정신을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영화엔 수십 년 전 김 장로가 “이 나라의 난국을 어떻게든 극복해서…공산주의의 침략을 다시 받지 말아야겠고, 일본 사람에게 다시 노예 생활을 하지 않도록, 미국 사람에게 밀가루 얻어먹지 않는 것이…이것은 온 국민이 그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방 뒤 가난과 타성에 젖어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김 감독은 “개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할 때, 이를 준엄하게 질타하고 가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지금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스승 빈곤의 시대에 참된 어른, 선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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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못 살 것 같아도 살 길을 찾는다, 기어코

    영국의 유명한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인간 대 자연’을 보다 보면 경이로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극한의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행동을 하는데, 본 것 중 최악은 사자가 먹다 남긴 동물 사체를 뜯어먹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죽은 동물 내장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짜서 수분을 섭취하고, 곰이 남긴 배설물에서 과일을 찾아 먹기도 했다. 보는 내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생존력에 감탄한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보기에 베어 그릴스의 생존력은 아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메시 앞에서 공 차는 격이 아닐까 싶다. 영국 과학 작가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세계의 신비한 동물을 찾아다니며 소개해 온 저자가 이번엔 ‘이놈들’ 사막과 극지방, 심해, 심지어 방사능 지대 등 극악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를 소개했다. 지면 온도가 60도가 넘는 사막에서 1초에 1m를 달리는 ‘사하라 개미’와 얼어붙은 남극 바다에서도 얼지 않는 혈액을 가진 ‘아이스피시’, 6개월 동안 산소 없이 생존한 ‘멋쟁이 거북’ 등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생명체의 놀라운 능력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저자는 이런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생존력이 아주 특별한 생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멧돼지, 노루 등 평범한 동물에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1986년 4월 원자로 폭발로 죽음의 땅이 되고, 지금도 방사선이 유해 수준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을 그 예로 든다. 약 40년이 지난 현재 각종 새와 멧돼지, 노루, 토끼가 이곳에서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힘으로 회복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인근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에는 지금 늑대와 멧돼지 그리고 사슴들이 살고 있으며… (동물들에게) 방사선 계측기를 대면 백색 소음 같은 치직 소리가 들린다. … 만일 그 입자들이 동물의 몸속으로 침투한다면 여러 방식으로 DNA가 파괴될 수 있다. … 그러나 이 모든 교과서적인 방사선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주변에서는 생명체들이 자라고 있다.”(8장 ‘독이 가득한 낙원’에서) 저자는 이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명체에 관한 책을 쓴 까닭에 대해 “상상도 못 할 만큼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를 보고,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시기를 헤쳐 나오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그 한 예로 약 20억 년 전 ‘남세균(cyanobacteria)’의 광합성 작용으로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한 기존 생명체의 대재앙 사태를 꼽았다. 당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번성했던 생명체에게 산소는 독과 마찬가지였고,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모두 절멸했다. 하지만 대재앙을 겪으면서 미생물들은 산소라는 ‘독성 기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진화하면서 더 큰 번성을 이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생존력은 과학적인 능력 때문이겠지만, 저자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들을 보며 ‘참고 버티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저자 개인적 경험 차원을 넘어, 갈수록 가혹해지는 지구라는 환경 앞에서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은 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원제 ‘Super Natural: How life thrives in impossible places’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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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은 스스로 길을 찾고, 기성세대는 함께 길 열어야”

    “이번에는 위로와 함께 각성도 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즉문즉설(卽問卽說)’로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던 법륜 스님의 ‘청춘콘서트’(2011∼2018년)가 7년 만에 ‘청년페스타’로 돌아왔다. 7∼9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법륜 스님과 배우 조인성, 소통 강사 김창옥 등이 청년 3000여 명과 함께 토크콘서트, 강연, 세미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은 공감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14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청춘콘서트가 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상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범위를 넓혀 청년들을 위로하고 또 건강한 사회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7년 만에 다시 시작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청춘콘서트가 똑같은 걸 오래 하다 보니 변하는 사회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걸 모색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잠시 멈췄어요.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길어진 거죠. 그사이 사회도 변하고 청년들의 고민도 많이 달라졌는데, 희망이 없는 건 더 심해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지요.” ―위로와 각성을 함께 말씀하셨습니다. “청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너무 희망이 없어요. 취업도 어렵고, 자살률도 높고, 결혼도 힘들고, 은둔·고립하는 청년도 많고… 그래서 위로가 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외국 청년들이 볼 때 한국은 굉장히 가보고 싶은, 살고 싶은 나라예요.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여성 혼자 자정에 길은 물론이고 야간 등산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핸드폰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훔쳐 가지 않고요. 그래서 위로와 함께 너무 비하하지 말자는 각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각에선 “6·25전쟁을 겪은 세대도 있는데 요즘 청년들이 좀 나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만…. “인간의 삶에 객관적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온 가족이 한방에 살았어요. 그러다 결혼해서 셋방이라도 얻으면 삶의 질이 나아진 거죠.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청년들의 삶이 부모와 함께 살던 환경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금 청년들에게 ‘우리 때는…’ 같은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야죠.” ―우문입니다만, 스님이라고 모든 물음에 답할 순 없지 않습니까. “전 물음에 ‘답’을 하는 게 아니라, 물음을 놓고 대화한다고 생각해요. 묻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이야기할 설(說)’인 거고요.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별일 아니었네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울에 비친 자기 고민을 보고 깨달은 거죠. 만약 답해야 하는 질문인데 모르면, ‘모른다’라고 하면 되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 봐요’ 하면 되지 곤란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요즘 인공지능(AI) 좋아요, 하하하.” ―한 번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바로 고민이 해결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서도 길을 찾고 자신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청년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걸 멈추지 마세요. 그리고 기성세대도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길을 여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청년이 우리의 미래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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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만에 돌아온 법륜스님 “청년 고민 달라졌는데, 희망 없는 건 더 심해져”

    “이번에는 위로와 함께 각성도 시켜주고 싶었습니다.”‘즉문즉설(卽問卽說)’로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던 법륜 스님의 ‘청춘콘서트’(2011~2018년)가 7년 만에 ‘청년페스타’로 돌아왔다. 7~9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법륜 스님과 배우 조인성, 소통 강사 김창옥 등이 청년 3000여 명과 함께 토크콘서트, 강연, 세미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은 공감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14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청춘콘서트가 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상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범위를 넓혀 청년들을 위로하고 또 건강한 사회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7년 만에 다시 시작하신 이유가 있습니까.“청춘콘서트가 똑같은 걸 오래 하다 보니 변하는 사회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걸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잠시 멈췄어요.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길어진 거죠. 그 사이 사회도 변하고 청년들의 고민도 많이 달라졌는데, 희망이 없는 건 더 심해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지요.”―위로와 각성을 함께 말씀하셨습니다.“청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너무 희망이 없어요. 취업도 어렵고, 자살률도 높고, 결혼도 힘들고, 은둔·고립하는 청년들도 많고… 그래서 위로가 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외국 청년들이 볼 때 한국은 굉장히 가보고 싶은, 살고 싶은 나라예요.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여성 혼자 자정에 길은 물론이고 야간 등산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핸드폰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훔쳐 가지 않고요. 그래서 위로와 함께 너무 비하하지 말자는 각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일각에선 “6·25전쟁을 겪은 세대도 있는데 요즘 청년들이 좀 나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만….“인간의 삶에 객관적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온 가족이 한 방에 살았어요. 그러다 결혼해서 셋방이라도 얻으면 삶의 질이 나아진 거죠.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청년들의 삶이 부모와 함께 살던 환경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금 청년들에게 ‘우리 때는…’ 같은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야죠.”―우문입니다만, 스님이라고 모든 물음에 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전 물음에 ‘답’을 하는 게 아니라, 물음을 놓고 대화한다고 생각해요. 묻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이야기할 설(說)’인 거고요.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별일 아니었네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울에 비친 자기 고민을 보고 깨달은 거죠. 만약 답해야 하는 질문인데 모르면, ‘모른다’라고 하면 되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 봐요’ 하면 되지 곤란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요즘 인공지능(AI) 좋아요, 하하하.”―한 번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바로 고민이 해결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세상은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서도 길을 찾고 자신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청년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걸 멈추지 마세요. 그리고 기성세대도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길을 여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청년이 우리의 미래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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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A 총무에 문정은 목사 선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21일 태국 치앙마이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문정은 목사(사진)가 총무에 선임됐다고 23일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운동) 사역 활동을 해온 문 목사는 CCA 신앙·선교와일치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CCA 선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박상증 목사와 안재웅 목사에 이어 세 번째이며, CCA 첫 한국인 여성 총무다. 취임식은 내년 6월 태국 CCA 본부에서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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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낙원을 찾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 첫째 강줄기 이름은 비손이라 하는데, 은과 금이 나는 하윌라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창세기’에서)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이 실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믿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중동은 물론이고 북극, 중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뒤지며 찾아다닌다. 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과학자도 있고, 일부 장소는 복원계획까지 추진됐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 수 있지만, 이처럼 서구에서 에덴동산이나 엘리시온, 파라다이스 등 ‘낙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일부 호기심 많은 사람의 행태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문화다. 평생을 ‘낙원’에 천착한 저자가 낙원의 기원과 위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에덴동산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끝없는 도전과 모험 등 역사적 여정과 낙원 찾기의 쇠퇴 과정을 방대한 연구를 토대로 치밀하게 추적했다. 그리고 낙원을 찾는 과정에서 지도가 제작되고, 신대륙이 발견되는 등 ‘낙원 찾기’는 서양 역사를 이끈 주요 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중세 지도 제작자들은 수 세기 동안 세계지도에 지상낙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 9∼10세기 수도원 작업실에서 제작된 평면 지구도나 ‘세계도’, 여러 가지 지도 등은 일반적으로 동쪽을 위쪽에 두었다. 기독교 지도 제작자들은 지상낙원을 인간 역사의 출발점에, 지도상에서는 맨 위에 놓았다.”(제3장 ‘지상낙원과 중세 지도 제작법’에서) 저자는 지상낙원이 실재한다는 믿음은 다윈의 진화론과 과학의 발전으로 무너졌지만, 그에 대한 갈망은 문학 등 서구 예술과 정원 조경 등 문화적 요소로 변형돼 남아 있다고 말한다. 현실에선 지상낙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여전히 서구인들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낙원의 역사’ 3부작(제1권 ‘기쁨의 정원’, 제2권 ‘천년의 행복’, 제3권 ‘낙원이 남겨 준 것’) 가운데 첫 편에 해당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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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첫 바티칸 초청 연설… “교황도 AI 파급 심각하게 여겨”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더군요.” 9월 11일(현지 시간)부터 사흘 동안 바티칸에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창조,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를 개최한 교황청 신학학술원은 교황청 내 7개 학술원 중 가장 권위가 높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이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이 자리에서 연설한 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종교를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와 공공선을 위한 폭넓은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라고 했다. ―주제가 신학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200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됐는데, 그동안은 신학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였습니다. 그런데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한 올해부터 성격이 지구적·인류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각 분야 민간기구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인, 학자 등이 처음으로 초청됐는데, 청소년 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저희도 초청받은 거죠.” ―교황청의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요.“푸른나무재단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도 사회학자로서 늘 우리 사회가 가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지요. 비단 청소년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만,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신학학술원장의 초청문을 봤을 때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이런 자리에서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은….” ―연설 주제는 학술원에서 요청한 것인지요.“그건 아니고, 워낙 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다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싶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이나 참가자 100여 명도 여러 주제 중에서도 AI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더군요. 특히 교황께서도 즉위 때부터 AI 문제를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교황직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하셨고요.” ―세미나에서 AI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과거에는 청소년 폭력이 고등학교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사이버 범죄가 늘면서 역전된 건데, 그중 AI로 인한 피해가 급속히 커지고 있어요. 딥페이크 등을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AI가 발달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인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낍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재미있어서요’ ‘그냥이요’ 이렇게 말하거든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AI 위험성의 본질은 고도로 발전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와 규제의 부재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나오듯 AI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요. AI 윤리를 단순히 도덕적인 말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AI 시대는 필연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후 위기에 잘 대비한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가 생존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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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위험성은 기술 이끌 윤리의 부재…교황도 최우선 과제라고 해”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더군요.”9월 11일(현지 시간)부터 사흘 동안 바티칸에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창조,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를 개최한 교황청 신학학술원은 교황청 내 7개 학술원 중 가장 권위가 높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이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이 자리에서 연설한 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종교를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와 공공선을 위한 폭넓은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라고 했다.―주제가 신학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200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됐는데, 그동안은 신학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였습니다. 그런데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한 올해부터 성격이 지구적·인류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각 분야 민간 기구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인, 학자 등이 처음으로 초청됐는데, 청소년 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저희 초청받은 거죠.”―교황청의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요.“푸른나무재단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도 사회학자로서 늘 우리 사회가 가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지요. 비단 청소년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만,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신학학술원장의 초청문을 봤을 때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이런 자리에서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은….”―연설 주제는 학술원에서 요청한 것인지요.“그건 아니고, 워낙 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다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싶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이나 참가자 100여 명도 여러 주제 중에서도 AI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더군요. 특히 교황께서도 즉위 때부터 AI 문제를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교황직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하셨고요.”―세미나에서 AI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과거에는 청소년 폭력이 고등학교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사이버 범죄가 늘면서 역전된 건데, 그중 AI로 인한 피해가 급속히 커지고 있어요. 딥페이크 등을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AI가 발달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인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낍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재미있어서요’ ‘그냥이요’ 이렇게 말하거든요.”―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AI 위험성의 본질은 고도로 발전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와 규제의 부재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감축,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나오듯 AI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요. AI 윤리를 단순히 도덕적인 말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AI 시대는 필연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후 위기에 잘 대비한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가 생존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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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청년대회, 종교-인종 넘어 100만명의 축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1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서울 WYD 조직위의 기획 사무국장인 이영제 요셉 신부는 “WYD는 단순히 가톨릭이나 청년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 인종, 나이,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인의 축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는 지난달 말에 개최 기간(7월 29일∼8월 2일 지역 교구 대회, 8월 3∼8일 서울 본대회) 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WYD 기간에 ‘작은 월드컵’이 있다고요. “잘 모르는 분이 많지만, 대회 기간에 국가별 축구 대회도 열립니다. 물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지만, 나라별로 예선을 통과한 한두 팀이 서울 WYD에서 국가 대항전을 갖습니다. WYD가 점점 더 종교적인 행사를 뛰어넘어 세계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글로벌 어젠다를 토론하는 축제로 승화되고 있거든요.” ―대회 기간 종교 행사만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밤샘 미사 등 종교 프로그램을 뼈대로, 세계에서 온 100만 명의 청년들이 서울 전역에서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을 8개 정도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스포츠 대회, 각 나라 문화 소개 및 체험, 음악·연극 등 예술 공연, 전시, 토론 등이 내내 열리니까요. 한마디로 서울 전체가 들썩이는 거죠.” ―2023년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 때문에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년들이 방학 때 오기 때문에 봄, 가을에 열긴 힘들어요. 저희가 15년 치 날씨를 분석했지만 워낙 기후변화가 심해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숙박과 식사는 각 성당 본당에서 준비합니다. 서울에 230여 개 본당이 있는데, 참가자들을 배분받아 필요한 숙박 장소와 식사를 마련하는 식이죠. 그런데 참가자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순례자라니요. “WYD는 관광이 아니라 순례의 정신으로 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숙소는 호텔, 모텔이 아니라 성당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온다는 뜻이죠. 식사도 교황청이 제시하는 소박한 선에서 제공되고요.” ―북한 청년들의 참가 여부가 관심사입니다. “아직 확답할 수 없지만,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워낙 북한 방문을 강하게 추진하셨기 때문에, 레오 14세 교황도 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알고 계실 겁니다. 교황께서 방한 중에 탈북 청년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북한을 포함한 평화의 메시지 등도 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각에선 ‘WYD 지원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학교 강당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비자 면제 국가가 아닌 경우 한시적으로 특별 비자도 필요하지요.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이는데, 경찰이나 소방서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1988 서울 올림픽처럼 큰 행사인데, 특별법이 없다면 정말 힘들게 치를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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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7 서울 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1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서울 WYD 조직위의 기획 사무국장인 이영제 요셉 신부는 “WYD는 단순히 가톨릭이나 청년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 인종, 나이,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인의 축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는 지난 달 말에 개최 기간(7월 29~8월 2일 지역 교구 대회·8월 3~8일 서울 본대회) 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서울 WYD 기간에 ‘작은 월드컵’이 있다고요.“잘 모르는 분이 많지만, 대회 기간에 국가별 축구 대회도 열립니다. 물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지만, 나라 별로 예선을 통과한 한 두 팀이 서울 WYD에서 국가 대항전을 갖습니다. WYD가 점점 더 종교적인 행사를 뛰어넘어 세계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글로벌 어젠다를 토론하는 축제로 승화되고 있거든요.”―대회 기간 종교 행사만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밤샘 미사 등 종교 프로그램을 뼈대로, 세계에서 온 100만 명의 청년들이 서울 전역에서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을 8개 정도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스포츠 대회, 각 나라 문화 소개 및 체험, 음악·연극 등 예술 공연, 전시, 토론 등이 내내 열리니까요. 한마디로 서울 전체가 들썩이는 거죠.” ―2023년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 때문에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청년들이 방학 때 오기 때문에 봄, 가을에 열긴 힘들어요. 저희가 15년 치 날씨를 분석했지만 워낙 기후 변화가 심해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숙박과 식사는 각 성당 본당에서 준비합니다. 서울에 230여 개 본당이 있는데, 참가자들을 배분받아 필요한 숙박 장소와 식사를 마련하는 식이죠. 그런데 참가자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순례자라니요.“WYD는 관광이 아니라 순례의 정신으로 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숙소는 호텔, 모텔이 아니라 성당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온다는 뜻이죠. 식사도 교황청이 제시하는 소박한 선에서 제공되고요.” ―북한 청년들의 참가 여부가 관심입니다.“아직 확답할 수 없지만,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워낙 북한 방문을 강하게 추진하셨기 때문에, 레오 14세 교황도 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알고 계실 겁니다. 교황께서 방한 중에 탈북 청년들과의 식사 자리를 갖고, 북한을 포함한 평화의 메시지 등도 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일각에선 ‘WYD 지원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학교 강당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비자 면제 국가가 아닌 경우 한시적으로 특별 비자도 필요하지요.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이는데, 경찰이나 소방서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88 서울 올림픽처럼 큰 행사인데, 특별법이 없다면 정말 힘들게 치를 것 같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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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하실수도”

    “스승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선 법정 스님 원적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소유(無所有)’ 등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조명하는 첫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법정 스님은 일생을 무소유 정신과 함께 종교의 틀을 넘어 자비와 지혜가 하나 되는 수행의 길을 대중에게 일깨운 ‘참 어른’으로 존경받는다. 6일 길상사에서 만난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비움으로 채우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15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게 의외입니다.“제일 맏상좌로서 스승의 가르침과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늘 손꼽히던 분이셨는데요. 그간 절판된 산문집 ‘무소유’를 복간해야 한다는 권유도 많았고요. 그런데 늘 스님의 유언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유언이라니요.“법정 스님은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단순히 출판만 금지한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신 거죠. 생전에 당신의 법문과 말씀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직접 폐기하셨을 정도니까요.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을 바꾼 계기라도 있습니까.“종교를 떠나 스님의 말씀과 글에 위안받은 분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지난해 봄 출간된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지요.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니라 탐욕, 불안, 소외 등에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등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었지요.” ―우문입니다만, ‘무소유’란 무엇인지요.“법정 스님은 차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대중이 스님에게 ‘무소유라면서 왜 차를 갖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지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갖지 말라’가 아니라 ‘갖되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이 시주받아 세운 길상사에서 생전에 단 하루도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시고, 다비(茶毘)를 위해 다음 날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하기 전까지 딱 하루만 묵으셨지요.”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나는 안 쓰는데, 남 주는 건 또 아깝다면…그게 불필요한 것이지요. 쓰지도 않으면서 붙들고 있으면 그게 바로 얽매어 있는 것이고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신적 자유이고 곧 무소유입니다.” ―길상사를 ‘우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더군요.“많은 분이 길상사를 찾지만, 한 바퀴 돌며 구경할 뿐 딱히 가져가는 건 없지요. 앞으로 ‘법정 학술상’을 제정해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무소유 문학관’을 세워 문학적 향기는 물론이고 언행이 일치한 스님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법정’이라는 맑고 향기로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면,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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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고종, ‘인류문화유산’ 영산재 광화문서 봉행

    한국불교태고종(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4회 태고종 영산재(靈山齋) 및 국제수계대법회를 봉행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영산재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한 영산회상을 재현한 불교 의식. 수계법회(受戒法會)는 불자로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수행 규칙을 스승으로부터 받고, 이를 지키겠다고 서원하는 의식이다. 상진 스님은 봉행사에서 “영산재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 즉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얻음)의 경지에 이르는 데 참뜻이 있다”라며 “시민 화합과 소통을 기원하는 태고종 영산재를 통해 글로벌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날로 새로워지고 문화민족의 자긍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수계대법회는 전계아사리(수계자에게 계율을 전달하는 스님)가 십선계를 내리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참회 진언 및 연비의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영산재가 신중작법, 복청게, 천수바라, 법고, 거불, 축원, 향수나열, 사다라니, 축원화청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과 원로의장 호명 스님,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 탄트 신 주한 미얀마대사 등 불교 및 정관계 인사들과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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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하실수도”

    “스승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선 법정 스님 원적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소유(無所有)’ 등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조명하는 첫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법정 스님은 일생을 무소유 정신과 함께 종교의 틀을 넘어 자비와 지혜가 하나 되는 수행의 길을 대중에게 일깨운 ‘참 어른’으로 존경 받는다. 6일 길상사에서 만난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비움으로 채우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했다.―15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게 의외입니다.“제일 맏상좌로서 스승의 가르침과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늘 손꼽히던 분이셨는데요. 그간 절판된 산문집 ‘무소유’를 복간해야 한다는 권유도 많았고요. 그런데 늘 스님의 유언이 마음에 걸리더군요.”―유언이라니요.“법정 스님은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단순히 출판만 금지한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신 거죠. 생전에 당신의 법문과 말씀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직접 폐기하셨을 정도니까요.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마음을 바꾼 계기라도 있습니까.“종교를 떠나 스님의 말씀과 글에 위안받은 분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지난해 봄 출간된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지요.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니라 탐욕, 불안, 소외 등에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등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었지요.”―우문입니다만, ‘무소유’란 무엇인지요.“법정 스님은 차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대중이 스님에게 ‘무소유라면서 왜 차를 갖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지요.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갖지 말라’가 아니라 ‘갖되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이 시주받아 세운 길상사에서 생전에 단 하루도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시고, 다비(茶毘)를 위해 다음날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하기 전까지 딱 하루만 묵으셨지요.”―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나는 안 쓰는데, 남 주는 건 또 아깝다면…그게 불필요한 것이지요. 쓰지도 않으면서 붙들고 있으면 그게 바로 얽매어있는 것이고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신적 자유이고 곧 무소유입니다.”―길상사를 ‘우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더군요.“많은 분이 길상사를 찾지만, 한 바퀴 돌며 구경할 뿐 딱히 가져가는 건 없지요. 앞으로 ‘법정 학술상’을 제정해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무소유 문학관’을 세워 문학적 향기는 물론이고 언행이 일치한 스님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법정’이라는 맑고 향기로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면,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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