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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물려받은 김모(가명) 씨. 증여세 신고를 하려다 보니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60억 원에 거래된 걸 알게 됐다. 증여세가 생각보다 비싸질 것 같자 지인에게 소개받은 감정평가 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시가의 65% 수준인 39억 원으로 증여세를 신고했다가 결국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뛰면서 편법 증여가 기승을 부리자 과세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증여 사례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4일 올해 1∼7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 건수 2077건을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시세 60억 원인데 신고액은 39억 원국세청이 직접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아파트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증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 등) 증여 건수는 7708건으로 집계됐다. 동기 기준 2022년(1만68건) 이후 최대치다. 해당 기간 미성년자에게 이뤄진 서울 아파트 증여 또한 223건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미리 자녀에게 집을 넘겨 추가 가격 상승 시 부담해야 할 증여세를 줄이려는 자산가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탈루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남4구와 마용성 소재 아파트가 국세청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이뤄진 서울 집합건물 증여 중 약 40%,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서울 아파트의 약 60%가 해당 지역에 집중된 탓이다. 과세당국은 우선 11월 기준 증여세 신고기한이 도과한 1∼7월 강남4구·마용성 아파트 증여 건수 2077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중 증여세 신고는 1699건 이뤄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가로 신고한 1068건은 적절한 가액인지 확인할 것”이라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631건의 경우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사례는 국세청이 직접 감정 평가해 시가로 과세할 예정”이라고 했다.● 월급으로 빚 갚고 ‘엄카’로 생활 증여세 탈루 방식은 신고 금액 축소 외에도 다양하다. 어머니로부터 송파구 소재 2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수억 원의 근저당 채무 인수 조건으로 부담부 증여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가 생활비 지원으로 상환을 돕고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전세 낀 강남 아파트를 물려받고, 아파트 시가에서 전세 보증금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신고한 사례에서도 탈루가 개입돼 있었다. 알고 보니 전세 세입자는 외할아버지였고, 퇴거 후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았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채무(전세 보증금)를 외할아버지가 대신 갚아주는 편법 증여가 이뤄진 셈이다. ‘세대 생략’ 증여 꼼수도 검증 대상이다. 고가 아파트를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취득세 납부를 위한 현금 수십억 원을 함께 물려준 사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증여세율을 피하기 위해 현금은 미성년 자녀의 조부가 세대 생략 증여하는 것처럼 위장 신고해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과세당국은 추후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 외에 서울 다른 지역으로도 고가 아파트 증여 검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남4구·마용성의 검증 기간을 정해두진 않았다. 검증 결과 탈루 혐의가 포착되면 바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향후 고가 아파트에 대한 증여 건수가 계속 늘면 검증 대상은 언제든지 다른 지역으로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시중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냈던 김모 씨(56)는 지난해 말 정년을 5년 앞두고 은행을 그만뒀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려 지점장 보직을 내주고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것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명예퇴직금을 받고 한 해라도 빨리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결심을 부추겼다. 수개월의 휴식기를 가진 김 씨는 재취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웬만한 중소기업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가까스로 한 생명보험사에 보험설계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정식 채용이라기보다 개인 사업자 개념인 보험설계사 외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이 80% 이상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50대가 내수 침체로 인한 고용시장 타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7∼9월) 50대의 근로소득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연령대 중 정년을 앞둔 50대와 사회초년생인 30대 이하만 근로소득이 줄었다. 소득 공백을 메우려 ‘투잡’을 뛰는 30대와 50대 가장들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월급 줄어든 ‘50대 김 부장-30대 이 대리’ 2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구주 연령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51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506만1000원) 대비 1.1% 증가했다. 하지만 가구주가 50대인 가구는 626만1000원으로 2.4% 줄었고, 30대 이하도 470만6000원으로 0.7% 감소했다. 50대 가구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9년 이래 처음 근로소득이 줄었고, 30대 이하는 4년 만에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기업의 신입연차와 정년연차의 소득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는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인한 고용시장 타격이 젊은층과 50대에 집중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 초년생이거나 경력이 길지 않은 20, 30대는 기업에서 핵심 인력으로 분류되기 전이라 보호받지 못하고, 은퇴를 앞둔 50대 역시 기업 구조조정에서 최우선 후보”라며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기업의 인력 교체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30대 이하와 50대는 고용 불안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소득 공백 메우려 ‘생계형 투잡’ 뛴다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괜찮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젊은층과 50대는 ‘투잡’에 나서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36)는 3개월 전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 일을 구했다. 최근 직장을 옮기면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퇴근 후 평일 두 차례, 주말 한 차례를 일하고 매달 약 100만 원을 번다”며 “곧 자녀를 가질 계획이라 시간이 허락하는 한 부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7∼10월 부업자 수는 월평균 65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66만1000명) 대비 1.1% 줄었지만 30대와 50대만큼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 기간 30대 부업자 수는 월평균 7만 명에서 7만7000명으로 10% 급증했고, 50대 부업자 역시 8.7% 늘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시장이 안 좋아진 것은 벌써 수년 전부터 이어진 문제”라며 “‘AI 대전환’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신산업 육성 계획 등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혼란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집권 6개월 동안 성장률 회복과 코스피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고환율과 들썩이는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특별성명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금 경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며 “(새 정부 출범 전인) 올해 1분기(1∼3월)에 0.2% 역성장했지만 올해 최종 성장률이 1% 수준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하반기에만 급격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잠정치)이 1.3%로 15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경제가 상반기 대비 회복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임기 초반부터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결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 선을 돌파한 점도 국정 지지율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집권 6개월 차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4% 오른 4,036.30에 마감하며 9거래일 만에 4,000 선을 회복했다. 이 대통령 취임 첫날(2,770.84)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약 45.7% 치솟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견인한 데다 미국발(發) 인공지능(AI) 훈풍이 더해지고, 무엇보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 의지가 시장의 기대감을 키운 결과다.반면 수차례의 대책 발표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달러당 147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 등은 한국 경제 회복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2024년 4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지자 정부가 단기간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10·15 안정화 대책을 쏟아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외환 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다.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압박 확대로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고환율에 따른 석유류 및 수입 먹거리 가격 상승으로 1년 전보다 2.4%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올해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이 물가 상승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지금 물가는 꽤 안정된 편이지만 체감물가는 상당히 높을 수 있고 국민에게 큰 고통이 될 수 있어 치밀하게 잘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내년부터 법인세가 과표 전 구간에서 1%포인트 오르고, 금융·보험사의 연 수익 1조 원 초과 구간에 부과하는 교육세율도 2배로 상향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은 여야 합의에 따라 50억 원 초과 구간에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은 2일 정부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인세 인상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조세소위원회에서 의결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은 심사 과정에서 과표 구간 200억 원 이하 영세·중소기업은 법인세율 인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날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회부됐다. 기존 법인세는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 19%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의 누진세율을 적용해 왔다. 이번 인상안 통과로 모든 구간에서 세율이 1%포인트씩 오른다. 금융·보험사 수익에 부과해 온 교육세율(0.5%)을 수익 1조 원 초과분에 대해 1.0%로 높이는 내용의 교육세 인상안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60여 개 금융·보험사로부터 연간 약 1조2000억 원의 교육세가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보험업이 급성장한 만큼 ‘응능부담(應能負擔·납세자 능력에 따른 세금 부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회사 규모에 따라 교육세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지만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은 여야 합의에 따라 30%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결산부터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별로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 20% △3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 25% △50억 원 초과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당초 정부는 3억 원 초과 배당소득에 최고 35%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야당과의 합의 끝에 5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는 대신 세율을 30%로 낮췄다. 다만 ‘50억 원 초과’의 배당소득을 받는 투자자가 100여 명에 그치는 탓에 실질적인 최고 세율은 25%라는 평가가 나온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여야 합의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생활비 부담 경감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 개별 예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수혜를 누리게 될 국민 체감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들이다. 먼저 인구감소지역 등 비수도권 산업단지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직장인 든든한 한 끼 시범사업’에 79억 원이 편성됐다. 쌀로 만든 백반이나 샌드위치 등을 1000원에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밥’이나 근로지 내 외식 업종에서 점심 결제 금액의 20%(월 4만 원 한도)를 지원하는 ‘든든한 점심밥’ 등이 추진된다.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 공동식당을 운영하는 입주기업 협의체 등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늘봄학교 맞춤형 교실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주 1회 국산 과일 및 과채 간식을 제공하는 사업에도 16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018년 처음 시범 도입된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저소득층 농식품 바우처 사업과의 통합 등을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전국 130개 푸드마켓에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가칭)를 신설하는 사업에는 정부안(50억 원)보다 소폭 증액된 예산이 반영됐다. 푸드마켓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생필품을 기부받아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곳을 뜻한다. 기존에는 사전 신청 후 소득 수준을 검증받아야 이용할 수 있었다면 내년부터는 첫 방문자 누구나 2만∼3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회 이상 방문자는 복지 상담을 통한 추가 지원도 연계할 예정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1월 한국 수출이 전년 대비 8.4% 늘면서 동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을 달성한 데다 자동차 수출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덕분이다. 올해 한국 수출 목표인 70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반도체, 자동차 중심의 수출 온기가 여전히 산업 전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날개 단 반도체…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1일 산업통상부는 ‘11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610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올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8.6% 급증한 17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1월은 물론이고 월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수출액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대한 높은 수요가 메모리 가격 상승세로 이어져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자동차 수출액 또한 지난해보다 13.7% 증가한 64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던 미국이 4월부터 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올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 실적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1∼11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 누적액은 660억4000만 달러로 동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선방한 것은 미국에서의 부진을 유럽연합(EU)이나 기타 유럽, 아시아 등으로의 전기차·중고차 수출 증가가 상쇄한 덕분”이라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지난달(1∼25일) 11% 증가하긴 했지만 1년 전 워낙 저조했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고 했다.11월 수입은 5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97억3000만 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1억70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수출은 호황인데 기업 심리는 ‘비관적’ 이 같은 수출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견고한 데다 최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발의로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던 미국의 품목 관세 인하(25→15%)가 11월 1일 자로 소급 적용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미 측의 연방관보가 조만간 게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관세 인하가 실현되면 대미 자동차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치였던 7000억 달러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종전 최대치였던 2022년 1∼11월 실적(6287억 달러)을 3년 만에 넘어섰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실적이 산업 전반의 경기 회복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1로 조사됐다. 전월 대비 1.5포인트 상승했지만 기준값(100)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C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값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제조 분야 대기업이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생산한 중간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값싼 중국산 등 수입품으로 이를 대체하는 탓에 내수·중소기업의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수출 호실적이 산업 전반의 온기로 번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증권사의 해외 주식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수출 기업의 환전 및 해외 투자 현황 파악에 나선다.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을 ‘환율 소방수’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데 이어 외환시장의 다른 주요 수급 주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 “고환율 잡자”… ‘채찍’ 손에 쥔 정부1일 기획재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전날 6개 관계 부처 및 기관(한국은행,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외환시장의 구조적 여건을 점검하고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환율 대응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개최한 지 6일 만에 열린 회의에 산업부와 금융위·금감원이 추가되면서 정부가 환율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금감원은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해외 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 및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실시할 방침이다. 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으로 증권사를 통한 우회적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증권사의 통합증거금 시스템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에 필요한 달러를 한꺼번에 정산한 뒤 부족한 차액만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 사들이는데 이로 인해 장 초반 환율 인상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다. 통합증거금은 투자자가 미리 환전할 필요 없이 보유한 원화로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수출 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도 정기 점검하기로 했다.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수출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해 환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출 기업의 외화 수익 규모나 해외 투자 내역 등 공시되는 자료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원화로 환전하는 기업에는 정책 자금 한도를 늘리거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 원인 해결 없이 변두리만 살펴”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 대상 실태 점검이 해외 주식 투자를 규제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금융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해외 투자 관련 소비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실태 점검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의 주된 이유로 지목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증권사들이 관련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구조적 원인을 꼬집지 않고 너무 변두리만 살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통합증거금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전을 오전 9시에 한꺼번에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하려면 전산상 부담이 크고, 약관 변경도 필요하다”며 “증권사별로 환전 시간을 나누어서 하는 것도 결국 시간대별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과 국민연금은 연간 650억 달러 한도로 체결해 올해 말 만료되는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외환스와프를 체결하면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의 달러를 외환 보유액에서 직접 공급해 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증권사의 해외 주식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수출 기업의 환전 및 해외 투자 현황 파악에 나선다.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을 ‘환율 소방수’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데 이어 외환시장의 다른 주요 수급 주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 “고환율 잡자”…‘채찍’ 손에 쥔 정부1일 기획재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전날 6개 관계 부처 및 기관(한국은행,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외환시장의 구조적 여건을 점검하고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환율 대응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개최한 지 6일 만에 열린 회의에 산업부와 금융위·금감원이 추가되면서 정부가 환율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금감원은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해외 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 및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실시할 방침이다. 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으로 증권사를 통한 우회적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증권사의 통합증거금 시스템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에 필요한 달러를 한꺼번에 정산한 뒤 부족한 차액만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 사들이는데 이로 인해 장 초반 환율 인상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다. 통합증거금은 투자자가 미리 환전할 필요 없이 보유한 원화로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다.정부는 수출 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도 정기 점검하기로 했다.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수출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해 환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출 기업의 외화 수익 규모나 해외 투자 내역 등 공시되는 자료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원화로 환전하는 기업에는 정책 자금 한도를 늘리거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 원인 해결 없이 변두리만 살펴”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 대상 실태 점검이 해외 주식 투자를 규제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금융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해외 투자 관련 소비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실태 점검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의 주된 이유로 지목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증권사들이 관련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구조적 원인을 꼬집지 않고 너무 변두리만 살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증권사들은 통합증거금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전을 오전 9시에 한꺼번에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하려면 전산상 부담이 크고, 약관 변경도 필요하다”며 “증권사별로 환전 시간을 나누어서 하는 것도 결국 시간대별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한은과 국민연금은 연간 650억 달러 한도로 체결해 올해 말 만료되는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외환스와프를 체결하면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의 달러를 외환 보유액에서 직접 공급해 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의 11월 수출이 전년 대비 8.4% 증가하면서 동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가 수출 증가세를 이끌면서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도 640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동안 반도체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미국의 품목 관세 인하(25→15%)가 11월1일 자로 소급 적용될 예정인 만큼 올해 한국의 수출 목표(70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1일 산업통상부는 ‘11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610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올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8.6% 급증한 17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1월 뿐만 아니라 전체 월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다. 반도체 수출액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높은 수요가 메모리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면서 9개월 연속 성장세다.11월 자동차 수출 또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차의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3.7% 증가한 64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 실적도 25%의 고율 품목 관세 부과를 이겨내고 1년 전보다 11% 증가한 22억 달러로 확인됐다. 11월 수입은 5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97억3000만 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1억70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한동안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수출 목표치였던 70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1월까지의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종전 최대치였던 2022년(6287억 달러) 실적을 3년 만에 넘어선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견조한 데다 최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발의로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던 미국의 품목 관세 인하((25→15%)가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점도 한국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미 측의 연방관보가 조만간 게재될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관세가 인하되면 대미 자동차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한국의 달러 환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1% 가까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원화 기준 GDP 증가분을 압도한 결과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 불안 및 기업 타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일 발표한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달러 환산 명목 GDP를 1조8586억 달러(약 2732조 원)로 추산했다. 전년(1조8754억 달러) 대비 168억 달러(0.9%) 줄어든 규모다. IMF는 원화 기준으로는 명목 GDP가 지난해 2557조 원에서 올해 2611조 원으로 2.1%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0.9%)에 물가 요인을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환율 상승 폭이 이와 같은 경제 성장세를 상쇄하면서 달러 환산 GDP 규모가 뒷걸음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11월까지의 평균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달러당 1418원으로 지난해 연평균(1364원) 대비 54원(4.0%) 높아졌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세 한미 기준금리 격차와 과도한 시중 유동성 등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수출업체들의 달러 환전 유보 등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에너지·곡물·부품 등의 수입 단가가 뛰면서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생산비가 높아진 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며 “물가 상승은 서민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만큼 정부 차원의 환율 안정 방안 마련과 물가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의 효과로 올해 3분기(7∼9월) 가구 소득이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소비지출은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고물가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은 543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2023년 3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소득 증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공적이전 소득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가구 소득이 늘었지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고물가로 실질 소득 증가율이 1.5%에 그친 탓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실질 소비지출은 0.7% 줄었다. 실질 소비지출은 올해 1분기(1∼3월·―0.7%)와 2분기(4∼6월·―1.2%)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통상 추석 연휴가 3분기에 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0월로 늦춰지면서 식료품 소비가 크게 줄고, 추석 연휴를 활용해 떠나는 여행 소비도 감소했다”며 “반대로 올해 4분기(10∼12월)에는 늦은 추석 연휴가 소비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국발 공급 과잉과 장기 업황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번 통합을 신호탄으로 전남 여수나 울산 등 다른 산업단지에서도 사업 재편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엇갈려 있어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 NCC 공장 통폐합… 정부 맞춤 대책 마련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26일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에 따라 산업통상부에 공동으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청안에 따르면 양 사는 대산 산단에서 개별 운영해 온 NCC 공장을 하나로 통폐합한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 지분을 50%씩 갖게 된다. 구체적인 설비 감축 규모는 산업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되지만, 기존 NCC 공장 중 한 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 한 곳을 중심으로 통합 운영한다는 큰 틀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대 110만 t이 감축되는데 이는 정부 감축목표(최대 370만 t)의 30% 규모다. 양 사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심사 신청서도 제출했다. 본계약 체결과 정식 신고는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재편안 제출 마감 시한을 한 달 앞두고 나온 이번 합의는 석유화학 업계 위기 극복의 첫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화학 설비 증설로 국내 업계가 장기간 업황 압박을 받아 온 상황에서 NCC 통합을 계기로 국내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재편안에 맞춰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사업 재편을 승인할 때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세제·연구개발(R&D)·원가 절감 및 규제 완화 등 맞춤형 기업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두 달 내에 심사하면 되지만,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NCC 생산량 가장 많은 여수 주목이제 관심은 여수와 울산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산단에서 사업재편안이 나올지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힌 만큼, 다음 달 다른 기업들도 사업재편안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을 논의 중이고, 울산 산단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NCC 통합을 통해 경쟁력 없는 범용 에틸렌 제품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세부적인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수와 울산 산단의 협상은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산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여수 산단의 NCC 생산량(641만5000t)은 국내 3대 산단(대산 477만5000t, 울산 176만 t) 중 가장 많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감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아 구조조정 난도도 그만큼 높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도 재편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천NCC 지분을 절반씩 가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측의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여수 산단을 직접 방문해 석유화학 기업 간담회를 열고 추가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압박했다. 김 장관은 “대산이 사업 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 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속한 사업 재편을 촉구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침체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1호 구조조정 방안’이 나왔다. 충남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이 통폐합된다. 26일 산업통상부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로부터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과 관련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정부가 석화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나온 첫 번째 사업 재편안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산단에서 운영하던 NCC 공장을 하나로 통폐합하는 데 합의했다. 산단 내 NCC 연간 생산량은 롯데케미칼(110만 t)과 HD현대케미칼(85만 t) 합산 195만 t이다. 한 곳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최대 110만 t이 감축되는데 이는 정부와 석화 업계가 줄이기로 한 최대 목표량(370만 t)의 약 30% 규모다. 정부는 전남 여수와 울산 산단 소재 석화 기업들도 구조조정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여수 산단을 방문해 ‘여수 석화기업 사업 재편 간담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인) 사업 재편 계획 제출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침체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1호 구조조정 방안’이 나왔다. 충남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이 통폐합된다. 26일 산업통상부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로부터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과 관련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정부가 석화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나온 첫 번째 사업 재편안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산단에서 운영하던 NCC 공장을 하나로 통폐합하는 데 합의했다. 산단 내 NCC 연간 생산량은 롯데케미칼(110만 t)과 HD현대케미칼(85만 t) 합산 195만 t이다. 한 곳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최대 110만 t이 감축되는데 이는 정부와 석화 업계가 줄이기로 한 최대 목표량(370만 t)의 약 30% 규모다. 정부는 전남 여수와 울산 산단 소재 석화 기업들도 구조조정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여수 산단을 방문해 ‘여수 석화기업 사업 재편 간담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인) 사업 재편 계획 제출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서울에 사는 30대 무주택 가구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약 53만 가구로 나타났다.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성공한 30대 가구주는 약 18만 명으로 3년째 감소하고 있다. 생애 첫 취업과 혼인이 갈수록 늦어지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 급등으로 30대의 서울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가구주 기준)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집계됐다. 전년(51만514가구) 대비 1만7215가구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최대다. 서울 거주 30대 무주택 가구는 2018년(45만6461가구) 이후 6년 연속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40대와 50대 무주택 가구 수가 2015년 각각 41만837가구, 36만5961가구에서 지난해 32만6220가구, 32만7214가구로 통계 작성 이후 매년 줄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가구주는 3년째 줄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주택을 소유한 30대 가구주는 18만3456가구로 전년(19만1349가구)보다 7893가구 감소했다. 서울 30대 가구주는 2015년만 해도 23만7052명이었지만 2023년 19만1349명으로 2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30대 무주택 가구는 늘고, 유주택 가구는 줄면서 주택 소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30대 가구 중 주택 소유 가구의 비중을 뜻하는 주택 소유율은 25.8%로 조사됐다. 2015년 33.3%였던 수치가 급락한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30대 주택 소유율(36.0%)도 6년째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로 조사됐지만 서울과는 1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난다. 서울의 30대 주택 소유율 하락이 더 두드러지는 것은 취업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데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6374만 원으로 2020년 10월(8억8937만 원) 대비 40% 이상 급등했다. 최근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은 30대의 서울 주택시장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안성용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현 상황에서 부모의 지원 없이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취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2020년대 초만 해도 30대가 서울 부동산의 주 구매층으로 떠올랐는데, 앞으로는 이 연령대가 다시 올라가면서 40, 50대 위주의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 강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는 반찬으로 사용하던 국내산 김치를 중국산 김치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올해 내수경기 침체로 가게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넘게 빠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루에 가게에서 소비하는 김치만 20kg에 달하는데 이것만 해도 한 달에 약 3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연일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김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에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산 김치로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가 높아지며 올해 김치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누적된 고물가를 버티지 못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외식업체가 늘면서 김치 무역수지는 4년째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3739만 달러(약 1950억 원)로 1년 전(1억3467만 달러)보다 2.0% 늘었다. 최근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늘면서 김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김치 수출액은 2022년 1억4082만 달러, 2023년 1억5560만 달러, 지난해 1억6357만 달러 등으로 늘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도 사상 최고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김치의 최대 시장은 일본이다. 지난달까지 일본으로 김치 4755만 달러가 수출되면서 1년 전보다 4.4%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캐나다(763만 달러)로의 수출도 17.6% 증가했다. 반면 미국 수출은 5.8% 감소한 3601만 달러로 집계됐다. 김치 수출이 호조세지만 오히려 무역수지는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김치 수입액은 1년 전과 비교해 3.1% 늘어난 1억5946만 달러(약 2260억 원)로 집계됐다.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무역 수지는 2207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전년 동기(2001만 달러) 대비 적자 폭이 10.3% 확대됐다. 김치 무역수지는 2022년부터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는데, 올해는 그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배추와 고춧가루 등 국내 김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중국산 김치 의존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입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이며 국산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로 식당과 가공식품 업체에서 사용한다. 지난해 배춧값이 1포기에 1만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도 배추 가격이 1포기에 7600원을 넘어서는 등 ‘금(金)배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폭염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은 배춧값 상승이 누적된 영향”이라며 “권역별 김치 원재료 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정적으로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원화 가치 하락)에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환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외환시장 4자 협의체’가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에 활용되며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비공개회의를 연 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금일 첫 회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 4자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정부와 외환 당국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이렇게 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창용 한은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의 후속 조치다.고환율 안잡히자 구원투수로…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할듯외환당국-국민연금 협의체 가동환율 안정 위해 ‘탄력적 회동’ 논의국민연금 ‘국내 투자 확대’ 거론도시장선 “자칫 수익성 악화” 우려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24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수시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외환시장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4자 협의체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만나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출렁일 때 탄력적으로 만나 환율 안정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겠다는 취지다. ● 외환 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 수순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약 73조8000억 원)에서 650억 달러로 상향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활용해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 시기에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등 환헤지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해 6∼7월경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가 되자 외환스와프는 활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은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자 협의체 관계자는 “기한이 연말까지인 외환스와프 연장은 이미 실무자 선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환율 안정에 투입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고환율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올해 6월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올리며 정부 차원의 외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압박에 나섰음에도 ‘최후의 카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긴박하다는 뜻이다. 앞서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지난달 13일과 이달 14일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고환율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증가한 달러 수요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절반 이상은 해외 주식·채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원화를 달러로 바꿔 사들인 자산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공공성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 규모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해 다시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기금 중 36.8%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은 33.0%였는데 4%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4%였는데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4.8%로 줄었다. 국민연금이 수익성 관리를 위해 2029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겠다고 계획해 뒀기 때문이다.● “국민 노후자금 수익 악화 우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를 위한 구원투수로 동원되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이 수익을 높이기에 유리한 시점이 아니라 환율 방어에 필요할 때 해외 투자 비중을 조절하면 자칫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연간 운용수익률은 8월 기준으로 8.22%에 달해 2022∼2024년 평균(6.9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데 이러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24일 오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환율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환율의 불안정성, 대내외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을 건들기 전에 환율 상승의 다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고, 설립 목적도 환율 안정이 아니다”라며 “환율 상승의 다른 요인이 많은데, 국민연금 환헤지가 실효성이 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더라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큰 영향이 있을 정도로 활용하면 안 되고, 이러한 협의체 활동을 통해 시장에 심리적 안전판을 만드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5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477.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4월 9일 1484.1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4자 협의체 발족이 발표된 뒤에도 오후 7시 기준 1478원대에 거래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서울에 사는 30대 무주택 가구가 약 53만 가구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서울 거주 30대 집주인은 약 18만 가구로 3년째 감소하고 있다. 취업과 혼인이 갈수록 늦어지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 급등,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30대의 서울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진 결과로 풀이된다.2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가구주 기준)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집계됐다. 전년(51만514가구) 대비 1만7215가구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최대다. 서울 거주 30대 무주택 가구는 2015년 47만5606가구에서 2018년 45만6461가구까지 줄었다가 이듬해부터 6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 폭 또한 2021년 3135가구였던 것이 2022년 1만5194가구, 2023년 1만7017가구 등으로 매년 커지는 모습이다.반대로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집주인은 3년째 줄고 있다. 지난해 서울 30대 주택 소유가구는 18만3456가구로 전년(19만1349가구)보다 7893가구 감소했다. 2015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23만7052가구였던 수치는 2020년 21만2279가구까지 꾸준히 줄다가 2021년(21만6481가구) 소폭 증가했다. 이후 다시 감소세가 시작되면서 2023년(19만1349가구)에는 ‘20만 가구’ 선까지 무너졌다. 이처럼 30대 무주택 가구는 늘고, 유주택 가구는 줄면서 주택 소유율은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서울의 30대 가구 중 주택 소유 가구의 비중을 뜻하는 주택 소유율은 25.8%로 조사됐다. 2015년 33.3%였던 수치가 급락한 것이다.30대 주택 소유율이 낮아지는 것은 취업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서울 집값이 급등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내놓은 대출 규제 정책 역시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은 30대의 주택시장 진입장벽을 더 높였다. 안성용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현 상황에서 부모의 지원 없이 30대가 부동산 자산을 취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2020~2021년에만 해도 30대가 서울 부동산 주 구매층으로 떠올랐는데 앞으로는 이 연령대가 다시 올라가면서 40, 50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30대 청년들의 신규 채용 일자리가 2018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 청년도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기업은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청년들은 양질의 노동 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속에 주요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위축되며 2030세대의 고용 한파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건설-제조업 신규 채용 감소 두드러져23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030대 신규 채용은 올해 2분기 기준 240만8000개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1만6000개 감소했고,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동기 기준 최소 규모다. 2030대 신규 채용 일자리는 2022년 2분기 279만3000개 이후 3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 졸업자의 첫 사회 진출과 연결된 20대 이하 신규 채용은 올해 2분기 137만 개로 전년 대비 8만4000개나 급감했다. 이 기간 30대 신규 채용 또한 107만 개에서 103만8000개로 3만2000개 감소했다. 올해 2분기 20대와 30대 신규 채용은 모두 역대 최소 규모다. 신규 채용은 기업체 신설이나 사업 확장 등으로 새로 생긴 일자리를 뜻한다. 업종별로는 양질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신규 채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이후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건설업의 올해 2분기 30대 이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8만7000개로 1년 전보다 3만2000개 줄었다.고금리·고물가로 글로벌 수요가 줄고,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으로 위기가 커지고 있는 제조업의 30대 이하 신규 채용 일자리 역시 42만8000개로 1년 만에 4만8000개 감소했다. 전체 청년층 신규 채용 감소분(11만6000개)의 약 70%(8만 개)가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한 셈이다.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력직 위주 채용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도 청년층의 일자리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396개)의 85.4%는 직원들의 일 경험이 입사 후 조직·직무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업 대부분이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2030대 비정규직 비중 21년 만에 최고치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청년 임금 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건설업 신규 채용이 급감함에 따라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에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30대 임금 근로자 811만 명 중 비정규직은 257만 명(31.7%)에 달했다.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2030대 정규직은 2015년 8월 612만8000명에서 올해 8월 554만1000명으로 58만7000명 줄어든 반면에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44만5000명 늘었다. 특히 2030대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근로자는 104만8000명에서 159만 명으로 약 54만2000명 급증했다.정부도 청년층의 고용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 전담반’을 운영하는 등 해법을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구조적 저성장에 인구구조 변화 등 원인이 복합적인 탓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일자리 전담반’을 주재하며 “인공지능(AI)·초혁신 성장을 통해 신산업 분야에서 청년 선호 일자리를 창출하고, AI 교육·직업훈련을 대폭 확대해 취업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내년에 AI 분야에 투입되는 10조 원의 예산을 활용해서 ‘제조업 AX(AI 전환)’ 성과를 내야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10월까지 한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액이 596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율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최대 수출 국가인 미국으로의 수출액이 약 16% 급감했지만 유럽연합(EU)과 기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이를 만회한 결과다. 20일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10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자동차 수출액은 596억2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91억 달러) 대비 0.9%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다. 특히 이 기간 친환경차 수출액은 212억2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1%나 급증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는 미국발(發) 관세 여파로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대미(對美) 수출이 급감했음에도 거둔 성과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247억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급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해 왔다. 한국은 3월부터 자동차 수출액(27억8000만 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10.8%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10월(21억2400만 달러, ―29.0%)까지 8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미 수출 감소는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상쇄하고 있다. 올해 1∼10월 EU로의 자동차 수출은 79억9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7% 늘었다. 기타 유럽(53억7100만 달러, 32.2%)과 아시아(66억4900만 달러, 39.1%) 등에서의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자동차 수출 실적은 앞으로 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8월과 9월 EU,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짓고 15%로 인하된 자동차 관세를 적용받은 데 이어 한국도 조만간 자동차 관세 인하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최근 관세 협상의 상세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발표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던 25%의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확정했다. 인하된 관세율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국회에 특별법을 제출할 계획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