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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100년 전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은 32세였다. 지금은 73세를 넘겼고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기네스북 공인 역대 세계 최고령자는 1997년 122세 나이로 숨진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의학계에서는 인간의 최장 수명을 짧게는 115년에서 길게는 1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명 연장은 의학 발달 덕분이다. 신약과 신의료기술이 속속 등장해 질병을 제압했다. 칼망처럼 110세 이상 생존하는 수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 시대가 열릴까. 의학자들은 의학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터닝포인트들을 보면 무병장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영생(永生)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불로초(不老草)를 백방으로 찾아 헤맸고, 불멸(不滅)을 꿈꾸며 평생 득도와 연금술에 매진한 이들도 적지 않다. 수명이 늘면서 이 열망은 더 간절해졌다. 노화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두뇌들은 경쟁적으로 항노화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500여 명이 부활을 꿈꾸며 세계 곳곳의 전신 냉동보존 탱크에 몸을 맡겼고, 실리콘밸리 CEO들이 앞다퉈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피알뉴스와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장수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85억 달러(약 11조5500억 원)에 이른다.● 산 사람 해부한 ‘해부학의 아버지’ 생명 연장의 꿈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많은 의학자들은 해부학을 꼽는다. 기원전 4세기 말 고대 알렉산드리아. 당시 세계는 인간의 몸을 신성하게 여겼다. 몸에 칼을 대는 것도, 몸속을 들여다본다는 발상도 금기였다. 인체 구조를 모르니 맥박, 대·소변, 피부 상태 등으로 미뤄 약물을 처방했다. 인체 해부의 길은 기원전 3세기에 열렸다. 당시 통치자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2세는 의학 발전을 위해서 죄수의 시신 해부까지 허락했다. 헤로필로스(기원전 335∼280년)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해부학의 아버지’로 성장했다. 그는 시체는 물론 산 사람까지 광적으로 해부하며 인체의 비밀을 하나씩 들춰냈다. 정맥과 동맥의 구조를 구분했고, 십이지장과 전립선을 발견했다. ‘지혜는 심장에서 나온다’는 학설을 뒤집고 뇌가 사고의 중심이란 사실도 밝혀냈다.로마 시대와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적 이후로 해부학을 금지했다. 설상가상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화재로 헤로필로스가 쓴 해부학 서적도 대부분 불탔다. 이후 의학은 동물 해부로 인간 구조를 추정한 고대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의 이론에 의존했다. 해부학은 14세기 말 이탈리아 의학 교육 과정에 시신 해부가 도입된 뒤에야 부흥했다. 1543년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1514∼1564년)는 갈레노스 이론의 오류 200여 개를 폭로하며 ‘인체 해부에 관하여’를 출간했다. 이후 정확한 인체 해부도를 바탕으로 외과 수술이 발달했고, 이를 발판으로 장기 이식까지 성공하게 됐다.● 웃음가스 덕에 고통의 시대 마침표수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마취제가 없다면 생살을 찢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에도 약초를 이용한 마취제가 있었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1800년대에는 아편을 사용했지만 장기 기능 마비 등 부작용이 컸다. 사실상 환자들은 수술 중 또렷한 정신으로 칼과 톱이 살을 가르고 뼈를 자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고통의 시대는 19세기 중반 최초의 전신마취제인 웃음가스의 등장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왕립연구소의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는 연구 중 이산화질소를 흡입하고선 붕 뜨는 기분을 느꼈다. ‘웃음가스’란 별칭을 얻은 이산화질소는 1844년 미국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가 처음 의료용으로 사용하면서 대중화됐다. 하지만 웃음가스는 마취 효과가 짧고 약했다. 보다 강력한 마취제인 에테르는 1842년 종양 제거 수술 때 처음 등장하면서 효과를 입증했다. 이후 클로로포름, 티오펜탈, 프로포폴 등 다양한 마취제가 개발됐다. 클로로포름은 무통 분만에 효과적이었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어 1930년대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 티오펜탈은 정보기관이 ‘자백약(truth serum)’으로 사용한 탓에 인권 논란을 불렀다. 오늘날에는 빠른 유도와 회복, 안정성을 지닌 프로포폴이 널리 쓰이고 있다.● “손 안 씻는 의사는 살인자”손 씻기는 현대에도 감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이런 사실을 아는 의학자는 많지 않았다. 당시 수술실에서는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잦았다. 1840∼1846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에서는 산모 1000명 중 98명이 출산 중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반면 의사가 아닌 조산사가 출산을 돕는 다른 병동의 사망률은 2% 수준이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년)는 세균 감염을 의심했다. 의료진이 부검을 마친 손으로 산모를 진료하곤 했는데, 그때 세균 감염이 일어났다고 본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에게 염소 소독물에 손을 씻도록 했고 그 결과 산모 사망률은 두 달 만에 1.3%로 급감했다. 하지만 병원에선 손 씻는 일이 번거롭다며 반대 운동이 일었다. 동료들은 의사들의 치부를 드러냈다며 그를 못마땅히 여겼다. 결국 병원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그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정신병원에서 숨졌다. 그의 업적은 19세기 말 질병은 세균 등 병원체로 감염된다는 이론이 나온 뒤에야 인정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멜바이스는 산욕열뿐 아니라 조기 사망을 줄이고 기대수명을 연장했다”며 그의 흉상을 본부에 헌정했다. 손 씻기 혁명 이후에도 세균을 없앨 방법을 모르는 게 문제였다. 해답은 수십 년이 흐른 1928년 영국의 한 과학자가 찾았다. 세균을 연구하던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 도중 세균 배양 접시에 자란 푸른곰팡이 주변에 포도상구균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바로 세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 덕분에 폐렴, 매독, 뇌막염, 파상풍 등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바뀌었다.● 암 사망율 낮춘 기적의 신약 신약은 사망 원인이던 질병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질병 사망 원인 1위인 암 신약은 2차 세계대전 무렵 본격 개발됐다. 독가스로 쓰였던 머스타드 가스를 변형해 만든 항암 화학요법제가 그 시작이었다. 1970년대 이후엔 종양의 특정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등장했고, 2010년대부터는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가 개발됐다. 최근엔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치료제처럼 환자 면역세포를 조작해 투입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항암 신약 덕분에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암 사망률이 30% 이상 줄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항암제 개발도 가시화하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도 활발하다. 2003년 완료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계기로 암과 희귀질환 등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최근 20여 년 사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포 재(再)프로그래밍이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2006년 쥐를 대상으로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인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고, 2023년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는 이 ‘야마나카 인자’를 늙은 쥐에 투여해 시력과 뇌의 능력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장수 관련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가시화되고 있다. 1993년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기자 수명이 2배로 늘어난 것을 입증한 예쁜꼬마선충 연구 이후 다른 과학자들이 서투인 등 다양한 장수 유전자를 발견했다. 특정 유전자를 편집해 희귀질환을 극복하려는 유전자 가위 기술과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인공 간, 심장 등을 만드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NMN과 메트포르민 등 노화를 저지하는 약물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QR코드를 스캔하시면 3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음악편’ 관련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의학편’은 10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주요 국가 거점 국립대학인 부산대(총장 최재원)가 활발한 국제 교류 추진과 글로벌 교육, 연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면서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400위권으로 진입했다.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에 큰 힘을 받게 됐다.부산대는 최근 APRU(환태평양대학협회)와의 APEC 대학리더스포럼 행사 공동 주최, 미국 명문대 출신 연구자들과의 학술 교류와 국제화 비전 선포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교환 학생 파견 및 초청, 외국인 정부 초청 장학생 유치, 글로벌 자유전공학부 신설, 국제학부 운영 등 국제 교류의 기반을 더 확장했다. ● 2026 QS 세계대학평가 400위권, 국립대 1위부산대는 주요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으로부터 교육과 연구 역량을 인정받으며 위상을 계속 높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세계 473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상승세다. 국내 국립대 중 1위다. 국내 종합대학으로는 8위다. 학계 평판도, 논문 피인용,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고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5 THE 세계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세계 13위, 국내 전체 대학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 67위였는데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2025 QS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도 세계 268위, 국내 8위를 차지했다. 2025 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아시아 81위, 국내 종합대 9위, 국립대 1위에 올랐다. 2025 THE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는 아시아 99위, 국내 종합대 11위였다. 2년 연속 두 평가에서 국내 국립대 중 유일하게 아시아 100위권에 들었다. 2024 세계대학학술순위(ARWU)에서도 세계 401∼500위, 국내 종합대학 7위, 국립대 1위로 평가받았다.● 정부 국제화 역량 인증(IEQAS) 대학 12년 연속 유지부산대의 글로벌 역량은 국내 평가에서도 빛이 난다. 부산대는 교육부·법무부 주관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IEQAS)’ 평가에서 인증대학 지위를 12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불법체류율·중도탈락률·언어능력 소지율 등 주요 항목에서 우수한 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인증이다. 인증대학 모니터링에서도 최고 등급인 ‘우수인증대학’을 5년 연속 획득해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GKS 가점 등 다양한 행정적 혜택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대학 신뢰도가 높아졌고 유학생 유치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2년 연속 전국 1위부산대에는 현재 전 세계 83개국에서 1715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타 대학과 비교해 출신 국가 다양성에서 상당히 돋보인다. 학위 과정 학생은 물론, 수료 후 연구생과 교환·방문학생까지 국제 학생 구성이 다양하다. 올해 4월 기준, 유학생 1715명 가운데 학위 과정에 등록한 정규 외국인 유학생은 1262명에 이른다. 이 중 1084명은 자비 유학생, 178명(수료 후 연구생 제외)은 한국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정부 초청 장학생(GKS, Global Korea Scholarship)이다. 학업 뿐 아니라 연구와 진로 탐색을 위해 부산대 교육을 택한 학생들이다. 나머지는 수료 후 연구생과 부산대와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교환·방문 형태로 수학 중인 학생이다. 부산대는 세계 유명 대학들과의 적극 교류하면서 QS 세계 대학 평가 국제화 항목에서 괄목할 성과를 얻었다. 특히 ‘파견·초청 학생’ 지표는 2024년 301위(파견), 101위(초청)에서 2025년 174위,86위로 상승했다. 파견 및 초청 대상 대학은 난양이공대(15위), 홍콩대(17위), 뉴사우스웨일즈대(19위), 뮌헨공과대(28위), 오사카대(86위) 등 세계 최상위권 대학들을 포함한다. 부산대 이창환 국제처장은 “정부 초청 장학생 비율이 이처럼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건 부산대가 한국 정부 및 국제 사회 모두가 신뢰하는 교육 기관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올해 GKS 학부 장학생 26명을 유치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압도적으로 4년제 대학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 주기 지원 체계와 안정적인 교육 시스템, 지역 사회와의 연계 속에서 유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부산대의 철학이 반영된 성과”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GKS 기관 공로상을 수상했다.● 국제학부 영어 트랙…유학생 맞춤 교육 글로벌자유전공학부 올해 신설올해 신설된 글로벌자유전공학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안정적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1학기 24명으로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선발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자유전공학부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집중 교육 이후 전공에 진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향후 문화예술콘텐츠전공(2026년), 한국학·글로벌통상전공(2027년) 등으로 진학할 수 있다. 유학생의 지역 정주, 취업 연계에 강점을 갖는 실용적 프로그램이다. 교육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부산대의 비전과 전략이다.부산대는 경제통상대학 내 국제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전 커리큘럼 과정을 영어로 운영하며, 국제학(DGS), 복수전공(GSP), 한국학·동아시아학(KEASP) 등 융합형 커리큘럼을 통해 국내외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독일·미국·홍콩·몽골·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내국인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며 활발히 교류하는 다문화 기반 학문 공동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어린애의 유치한 쾌감, 아버지는 그걸 다시 배우고 있었다. 트럼프는 우리의 스승이었다.”2016년 자신의 첫 미국 대통령선거 도전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야드 악타르(55)의 2020년 장편소설 ‘홈랜드 엘레지(Homeland Elegies)’는 트럼프 제2기 시대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소설은 파키스탄계 2세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작가와 동명)가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는 “무슬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트럼프 주장에 “우리는 예외일 것”이라며 귀를 닫는다. 악타르는 읊조린다. “불가능하리만큼 강해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자신, 부채나 진실, 역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신… 아버지가 트럼프에게서 본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최근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악타르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미국을 그려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를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풀리처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폭넓고 탁월하다”(가디언)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소설”(뉴욕타임스) 등 호평을 받았고 그해 미 주요 언론사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과 파키스탄, 두 정체성은 내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며 “나는 ‘미국’과 ‘미국의 삶’을 서늘하게 들여다보고 치밀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이라고 했다.어머니 잃고 쓴 ‘조국 哀歌’―트럼프 시대 미국을 주제로 삼은 계기는 무엇인가.“트럼프는 분별없이 내달려 온 미국적 판타지의 종착점이다. 부(富)를 미덕으로, 잔혹함을 솔직함으로, 쇼를 진실로 착각하는 사회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낳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환경과 국가가 파는 꿈을 꿨다가 배신당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싶었다.”―트럼프가 2016년 낙선했어도 이 책을 썼을까.“아마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미국이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족주의적인 나라란 걸 알게 됐다. 2018년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의 시 ‘이탈리아에게(To Italy)’를 읽으며 ‘미국이란 나라의 모순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살고 계셨다. 우리 가족이 미국인으로서 겪은 일을 ‘조국에 대한 애가(哀歌·엘레지)’로 엮었다.”―무엇이 트럼프 시대를 탄생시켰을까.“트럼프는 정치 엘리트와 다른 종류의 친밀감을 준다. 거짓말에 능숙한 모습도 유권자를 홀린다. 첫 번째 당선은 쇼 차원이었다고 쳐도, (지난해) 재선은 종교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기에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고통에 답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그건 정책이라기보다 ‘태도’다. 교리를 가장한 브랜딩 같다. 트럼프는 미국 내부 혼돈을 외부로 드러내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세계는 미국이 ‘규칙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시장과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슬림 미국인의 정체성 딜레마“‘분노, 분리, 자살, 나쁜, 죽음’… 이슬람이란 주제에 대해선 여러 그룹 이야기를 들어 봐도 똑같다. 암(癌)처럼, 긍정적인 게 없다”그는 파키스탄계 이민자들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첫 소설 ‘아메리칸 더비시(American Dervish·더비시는 이슬람 수피교도를 말한다)’는 순진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뤘고, ‘수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변호사의 삶을 무대에 올렸다. 수치는 주인공이 9·11 당시 뉴욕 쌍둥이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으로 큰 논란을 불렀다.―이민 1세대 부모님의 삶은 어땠나.“아버지에게 미국은 실력과 야망, (의사의) 하얀 가운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보상의 땅이었어머니에겐 전통과 신성함이 사라진 곳이었다. 두 분의 다른 결이 맞부딪히며 내 안에 작가의 불씨가 자란 것 같다.”―당신의 작품은 백인과 무슬림 이민자 양쪽의 비판을 다 받았다.“그런 반응에 실망하지는 않지만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작품이 되새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오해도 산다고 생각한다. 작가라면 복잡다단한 정체성의 지도 위 어디에라도 깃발을 꽂아야 한다. 설령 모래 위라고 해도 말이다.”―소설에서 주인공은 부와 명성을 얻은 후에도 ‘미국인 척’한다고 느낀다. 당신은 어떤가.“겉으로 성공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가짜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분명히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 동시에 그 꿈이 사라지는 과정에 대한 글도 썼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다. 나는 미국이라는 집의 주인은 아니지만, 집 안을 조용히 걸어 다닐 줄 아는 사람 같다.”―세계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공감 그리고 ‘제대로 이해된 자기 이익’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밀어내는 사회는 결국 경직돼 망한다. 이민자, 타자, 이방인은 위협이 아니라 다원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변화를 위해선 적절한 정책과 서로를 견디려는 노력이 쌓여야 한다.”―미국의 본질을 ‘인종차별과 배금주의’라고 썼다.“미국에서 유동성은 신이요, 거래는 의식이며, 수익은 도덕이다. 하지만 돈은 아름다움, 우정, 고통까지 숫자로 바꿔 버린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재는 법을 잊게 된다. 문학과 예술은 돈이 전부라는 감각이 잘못됐다는 걸 일깨운다. 진짜 삶은 보이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지혜 부자’야말로 진짜 자산가라고 생각한다.”자서전에 가까운 소설소설 주인공과 저자는 이름이 같고 프로필과 이력도 거의 일치한다. 작가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 의사고, 소설 속 아야드의 아버지는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다.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 트럼프 주치의였을까. 그는 “답하기 어렵다. 사실과 허구를 섞은 형식을 통해 그 경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소설이 아니라 회고록 또는 자서전 같다.“이야기 대부분은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허구를 덧입혔다. 뉴스 속보와 SNS에 흠뻑 빠진 독자들에게는 리얼리티 TV쇼 같은 감각으로 다가가야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악타르 부자, 악타르 부부의 정치적 갈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미국에서 정치는 언젠가부터 ‘감정의 영역’이 됐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지를 말해 주는 정체성 문제가 됐다. 그래서 격렬하지만, 얕다.”―한국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정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분위기다.“미국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색이 다른 상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 모든 대화가 테스트처럼 느껴지니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만다. 침묵 자체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다.”―소설에서 아버지는 결국 파키스탄 고향으로 돌아간다.“‘소설 출간 직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글에서 그가 원하던 마지막을 선물했다. 예술은 때로 인생이 남긴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는 아버지를 깊이 사랑했다. 이 책이 애도의 힘을 가졌다면, 그건 내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동력 삼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시대와 문화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상실, 그리움, 소외, 갈망, 소외, 귀환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 나와 ‘척하는 나’의 간극을 파고드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독자가 겪은 적은 없는데도 웬지 본인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순간, 문학의 마법이 시작된다.”―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있나.“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정말 강렬했다. 고요하면서도 도덕적 힘이 느껴진다. 이창동, 이상, 황석영의 글도 읽었다. 현대 한국문학엔 고통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울림이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청신호라고 생각한다.”―요즘 기쁨을 느끼는 것은….“햇살, 아내의 웃음소리, 정원에 핀 장미, 침묵…. 그중 최고는 글을 쓰면서 진실한 무언가에 닿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 짧고 선명한 순간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한국 독자가 ‘홈랜드 엘레지’에서 무엇을 건졌으면 하나.“이 책은 요즘 많은 이들이 마음에 품은 질문을 다룬다. ‘믿음을 잃은 나라에 살면서 어떻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책이 대단한 위로는 주지 못하더라도 함께한다는 기분은 선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아야드 악타르 약력〉1970년 미국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출생1993년 브라운대 연극 전공 학사2002년 컬럼비아대 예술대학원 석사2012년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 수상2017년 미국문예아카데미(AAAL) 문학상 수상2020년 ‘홈랜드 엘레지’ 출간2020년 미국 펜(PEN America) 회장 취임2021년 이디스 워튼 공로상 소설 부문 수상이설 기자 snow@donga.com}
‘홈랜드 엘레지’아야드 악타르“어린애의 유치한 쾌감, 아버지는 그걸 다시 배우고 있었다. 트럼프는 우리의 스승이었다.” 2016년 자신의 첫 미국 대통령선거 도전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야드 악타르(55)의 2020년 장편소설 ‘홈랜드 엘레지(Homeland Elegies)’는 트럼프 제2기 시대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소설은 파키스탄계 2세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작가와 동명)가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는 “무슬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트럼프 주장에 “우리는 예외일 것”이라며 귀를 닫는다. 악타르는 읊조린다. “불가능하리만큼 강해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자신, 부채나 진실, 역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신… 아버지가 트럼프에게서 본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최근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악타르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미국을 그려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를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풀리처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폭넓고 탁월하다”(가디언)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소설”(뉴욕타임스) 등 호평을 받았고 그해 미 주요 언론사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과 파키스탄, 두 정체성은 내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며 “나는 ‘미국’과 ‘미국의 삶’을 서늘하게 들여다보고 치밀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어머니 잃고 쓴 ‘조국 애가(哀歌)’ ―트럼프 시대 미국을 주제로 삼은 계기는….“트럼프는 분별없이 내달려 온 미국적 판타지의 종착점이다. 부(富)를 미덕으로, 잔혹함을 솔직함으로, 쇼를 진실로 착각하는 사회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낳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환경과 국가가 파는 꿈을 꿨다가 배신당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싶었다.” ―트럼프가 2016년 낙선했어도 이 책을 썼을까.“아마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미국이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족주의적인 나라란 걸 알게 됐다. 2018년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의 시 ‘이탈리아에게(To Italy)’를 읽으며 ‘미국이란 나라의 모순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살고 계셨다. 우리 가족이 미국인으로서 겪은 일을 ‘조국에 대한 애가(哀歌·엘레지)’로 엮었다.” ―무엇이 트럼프 시대를 탄생시켰을까.“트럼프는 정치 엘리트와 다른 종류의 친밀감을 준다. 거짓말에 능숙한 모습도 유권자를 홀린다. 첫 번째 당선은 쇼 차원이었다고 쳐도, (지난해) 재선은 종교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기에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고통에 답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그건 정책이라기보다 ‘태도’다. 교리를 가장한 브랜딩 같다. 트럼프는 미국 내부 혼돈을 외부로 드러내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세계는 미국이 ‘규칙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시장과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슬림 미국인의 정체성 딜레마 그는 파키스탄계 이민자들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첫 소설 ‘아메리칸 더비시(American Dervish·더비시는 이슬람 수피교도를 말한다)’는 순진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뤘고, ‘수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변호사의 삶을 무대에 올렸다. 수치는 주인공이 9·11 당시 뉴욕 쌍둥이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으로 큰 논란을 불렀다. ―이민 1세대 부모님의 삶은 어땠나.“아버지에게 미국은 실력과 야망, (의사의) 하얀 가운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보상의 땅이었고, 어머니에겐 전통과 신성함이 사라진 곳이었다. 두 분의 다른 결이 맞부딪히며 내 안에 작가의 불씨가 자란 것 같다.” ―당신의 작품은 백인과 무슬림 이민자 양쪽의 비판을 다 받았다.“그런 반응에 실망하지는 않지만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작품이 되새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오해도 산다고 생각한다. 작가라면 복잡다단한 정체성의 지도 위 어디에라도 깃발을 꽂아야 한다. 설령 모래 위라고 해도 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부와 명성을 얻은 후에도 ‘미국인 척’한다고 느낀다. 당신은 어떤가.“겉으로 성공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가짜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분명히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 동시에 그 꿈이 사라지는 과정에 대한 글도 썼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다. 나는 미국이라는 집의 주인은 아니지만, 집 안을 조용히 걸어 다닐 줄 아는 사람 같다.” ―세계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공감 그리고 ‘제대로 이해된 자기 이익’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밀어내는 사회는 결국 경직돼 망한다. 이민자, 타자, 이방인은 위협이 아니라 다원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변화를 위해선 적절한 정책과 서로를 견디려는 노력이 쌓여야 한다.” ―미국의 본질을 ‘인종차별과 배금주의’라고 썼다.“미국에서 유동성은 신이요, 거래는 의식이며, 수익은 도덕이다. 하지만 돈은 아름다움, 우정, 고통까지 숫자로 바꿔 버린다. 문학과 예술은 돈이 전부라는 감각이 잘못됐다는 걸 일깨운다. 진짜 삶은 보이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지혜 부자’야말로 진짜 자산가라고 생각한다.”● 자서전에 가까운 소설 소설 주인공과 저자는 이름이 같고 프로필과 이력도 거의 일치한다. 작가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 의사고, 소설 속 아야드의 아버지는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다.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 트럼프 주치의였을까. 그는 “답하기 어렵다. 사실과 허구를 섞은 형식을 통해 그 경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이 아니라 회고록 또는 자서전 같다.“대부분은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허구를 덧입혔다. 뉴스 속보와 SNS에 흠뻑 빠진 독자들에게는 리얼리티 TV쇼 같은 감각으로 다가가야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악타르 가족의 정치적 갈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미국에서 정치는 언젠가부터 ‘감정의 영역’이 됐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지를 말해 주는 정체성 문제가 됐다. 그래서 격렬하지만, 얕다.” ―한국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가려서 해야 하는 분위기다.“미국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색이 다른 상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 모든 대화가 테스트처럼 느껴지니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만다. 침묵 자체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다.” ―소설에서 아버지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소설 출간 직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글에서 그가 원하던 마지막을 선물했다. 예술은 때로 인생이 남긴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는 아버지를 깊이 사랑했다. 이 책이 애도의 힘을 가졌다면, 그건 내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동력 삼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상실, 그리움, 소외, 갈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 나와 ‘척하는 나’의 간극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자가 겪은 적은 없는데도 웬지 본인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순간, 문학의 마법이 시작된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있나.“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정말 강렬했다. 고요하면서도 도덕적 힘이 느껴진다. 이창동, 이상, 황석영의 글도 읽었다. 현대 한국문학엔 고통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울림이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청신호라고 생각한다.” ―요즘 기쁨을 느끼는 것은….“햇살, 아내의 웃음소리, 정원에 핀 장미, 침묵…. 그중 최고는 글을 쓰면서 진실한 무언가에 닿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 짧고 선명한 순간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 ―한국 독자가 이 책에서 무엇을 건졌으면 하나.“이 책은 요즘 많은 이들이 마음에 품은 질문을 다룬다. ‘믿음을 잃은 나라에 살면서 어떻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책이 대단한 위로는 주지 못하더라도 함께한다는 기분은 선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아야드 악타르 약력1970년 미국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출생1993년 브라운대 연극 전공 학사2002년 컬럼비아대 예술대학원 석사2012년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 수상2020년 ‘홈랜드 엘레지’ 출간이설 기자 snow@donga.com}
삼성카드는 최근 프로야구 흥행 열기를 반영해 삼성라이온즈와 협업한 ‘삼성라이온즈카드’를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올 시즌 역대 최소 경기만에 관중 500만 명을 돌파하고, 연간 12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선보이는 상품이다.카드는 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프로야구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혜택을 담았다. 우선 삼성라이온즈 홈경기 입장권과 구단 굿즈샵에서 최대 2만 원까지 5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홈구장 내 상설 식음 매장에서도 최대 2만 원까지 10% 할인받을 수 있다.장거리 이동 팬들을 위한 교통, 숙박 할인 혜택도 마련됐다. 철도 요금은 최대 1만 원까지 5% 할인되며, 여행 플랫폼 ‘NOL(놀)’,‘여기어때’ 이용 시에도 동일한 할인율과 한도가 적용된다.이밖에 디지털 콘텐츠는 50%, 커피전문점·편의점은 10%, 대중교통·택시 10%, 배달앱·온라인 쇼핑몰에서는 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라이온즈카드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은 전월 이용금액 30만 원 이상부터 받을 수 있다.원년 팬부터 최근 입문한 2030 팬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1982년 원년 로고 △2002년 우승 유니폼 △2025년 유니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블레오 패밀리 등 다섯 종류의 디자인을 선보인다. 메탈·LED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소장 가치를 더했다.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직접 소개하는 카드 디자인 스토리는 삼성라이온즈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라이온즈카드의 연회비는 국내전용과 해외겸용 모두 2만 원이다.삼성카드 관계자는 “역대 최고 흥행이 예상되는 프로야구 인기에 맞춰 팬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과 디자인을 담은 카드 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상선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제 60+1회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7년 연속 최고 등급을 수상한 이 명예사업부장은 수상 소감에서 신뢰와 진정성의 가치를 강조했다.이 명예사업부장은 중소·중견기업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단순한 상속 절차를 넘어서 각 기업의 구조와 문화, 가족 관계까지 고려해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을 만들어왔다.지금까지 그가 자문한 기업은 800곳이 넘는다. 지난해 승계를 앞두고 가족 간 자산 분배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던 한 중견 통신장비 제조 업체 대표는 이 명예사업부장의 컨설팅을 통해 자산권 이전과 가족 구성원의 화합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이 명예사업부장은 기업 재무 구조와 대표 개인의 재산 상황, 가족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수도권의 한 IT업체도 2세 경영인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구조조정과 세무 리스크, 대표의 자산권 이전에 대한 부작용 등의 문제를 이 명예사업부장의 컨설팅으로 해결했다.그는 고객 컨설팅뿐 아니라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가업승계 전략 세미나’와 유튜브 채널 ‘이박사 가업승계연구소’를 통해 경영자들과 소통한다. 법인 컨설팅 실무와 실제 사례를 동료들과 공유하며 동반 성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객들은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세금 문제, 지분 구조, 가족 간 갈등 등을 해결하는 실행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 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라고 평가한다.이 명예사업부장은 “기업 하나가 온전히 승계되면 수십 명의 일자리가 지켜진다”라며 “이것은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 가업 승계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코웨이가 여름을 앞두고 신제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며 정수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은 주변 환경과 인테리어에 맞춰 가로형 또는 세로형으로 손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 정수기다. 가로 11cm의 슬림한 디자인으로 좁은 주방에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다. 무전원 정수기로 별도의 코드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설치 키트를 별도로 구매하면 빌트인 타입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얼음정수기 RO는 RO(역삼투압) 필터를 적용해 미세 플라스틱, 중금속, 바이러스 등 유해 물질을 걸러낸다. 또 기포 없이 단단하고 깨끗한 얼음을 만드는 특허 기술 ‘크리스털 제빙 시스템’과 얼음과 냉수를 따로 생성하는 ‘듀얼 냉각 시스템’으로 제빙 효율을 높였다.최근 출시된 아이콘 프로 정수기는 전면부 전체에 터치형 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버튼식 제품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정보 안내와 세부 시스템 제어가 손쉽게 가능해져 편의를 더했다.아이콘 프로 정수기는 사용자의 상황별로 맞춤 설정이 가능하다. 온수 온도는 5°C 단위로, 추출 용량은 10mL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 최적의 온도와 용량, 제조법을 자동으로 제공해 주는 레시피 모드도 탑재했다. △커피 △드립백 △핸드드립 △차 △라면 △분유 등 6가지 모드별로 세부 설정값을 갖췄다.코웨이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진 만큼 기능, 디자인, 위생 등을 고려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코웨이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을 바탕으로 정수기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변화무쌍한 기후를 고려한 ‘애니웨더(ANY WEATHER)’ 라인 상품을 확대하고 업사이클링 브랜드 ‘오버랩(OverLab)’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애니웨더’는 무더위나 강한 비바람을 막아주는 상품들을 선보인다. 대표 상품인 레인 부츠와 우양산은 전년보다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첼시 부츠위 워커 레인 부츠는 화창한 날씨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가방과 판초(poncho) 품목도 새롭게 추가했다. 가방은 생활 방수가 되는 원단과 지퍼를 적용했으며 판초 우의는 패커블 기능을 넣어 휴대 편의성을 더했다.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오버랩’과 협업한 백팩과 사코슈(sacoche·어깨끈이 달린 가방), 모자, 우양산, 판초 등도 제품도 선보인다. 오버랩은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더, 글램핑 텐트, 요트 돛 등 레저 스포츠 소재를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브랜드다.김인희 빈폴액세서리 팀장은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 변화에 대응기 위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애니웨더 라인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일상을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⑧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폴 서터 천체물리학자·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문팝스타가 우주여행을 떠나고 괴짜 억만장자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섰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3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어느덧 우리는 미지의 우주에 제법 친숙해졌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이룬 성과다. 파랗게 빛나는 지구와 황홀한 별 무리… 우주가 보여준 속살은 더없이 아름답고 찬란했다.‘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오르트)는 우주를 대하는 태도를 다룬다. 우주의 매력에 취하기 전에 우주 방사선, 운석과의 충돌, 암흑물질 같은 위험부터 숙지하라고 경고한다. 날아온 위성 잔해에 농담을 나누던 동료를 잃은 주인공이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영화 ‘그래비티’(2013)를 활자화한 것 같다.우주끈 암흑물질 웜홀 같은 개념과 용어는 낯설고 어렵다. 그래도 챕터마다 시(詩)를 배치하고 문체는 유머러스한 덕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 스푼 한 스푼 어려운 내용을 떠먹여 주는 내공이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답다.천체물리학자, 미 항공우주국(NASA) 고문, 과학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는 폴 서터 박사는 e메일 인터뷰에서 “거대한 블랙홀 주변 자기장에서부터 빅뱅 초기 순간들까지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 왔다”며 “이 책을 통해 바로 우주의 경이와 신비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자동차로 수직으로 내달리면 1시간 만에 우주 도착―책 제목에서 ‘생존법’을 강조했다. 태양 복사, 자기장, 우주선(宇宙線) 같은 우주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 이유가 있나.“우주의 위험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물리 현상들을 강조하고 싶었다. 일상에서 다루는 수학이나 방정식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상상하도록 해서 독자들이 물리학과 연결되도록 하고 싶었다.”―우주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장기적으로 인류가 가장 크게 우려해야 할 위협은 소행성 충돌이다. 도시를 파괴하거나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런 사건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NASA 고문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NASA의 ‘혁신적 선도 개념 프로그램(NAIC)’에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차세대 우주 탐사와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자리인 셈이다. 금성의 대기에서 비행할 수 있는 로봇, 태양 중력을 활용해 태양계 바깥 행성들을 촬영하는 망원경 등을 연구한다. 동료 과학자들의 창의력에 늘 감탄한다.”―일반 대중이 우주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많은 사람이 우주를 매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가깝다. 우주의 경계는 지상에서 불과 10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만약 자동차로 곧장 위로 달릴 수 있다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도달할 수 있다.”“과학은 대중의 것”―TV, 팟캐스트, 책, 무용 공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을 알리고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나.“과학 연구는 대부분 대중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대중은 자신들의 돈으로 이루어진 연구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과학자들이 이 아름다운 지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내 좌우명은 ‘과학은 나누기 위한 것(Science is for sharing)’이다. 과학은 대중의 것이다!”―많은 이가 과학을 어렵다고 여기고, 대부분 뉴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다.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과학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의 희미하고 제한된 결과만 접한다. 그 이면에 있는 과정이나 방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과학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발견의 과정’이다. 나는 대중이 이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래서 과학자 동료들에게 자신의 탐구 과정, 시련, 도전, 발견의 이야기를 나누라고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이야기이고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다.”―UFO, 영화, 만화, 연극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뉴욕 비영리 무용단 ‘사이렌 모던 댄스’와의 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간의 본질’을 주제로 공동 작업했고, 나도 공연에 참여했다. 물론 무용수로는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무용수들과 무대 위에서 서로 교감했다.”―과학자로서 우주를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대중 작품을 고른다면.“우주 탐사에 대한 도전과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그려낸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을 꼽고 싶다. 과학 자체가 주인공인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하다. “민간 우주항공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분명히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에 진입했다. 대부분 기업은 우주 관광이나 위성 인터넷 같은 상업적 목적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들의 성장은 결국 과학 연구에 엄청난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 믿는다.”―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다(多)행성 종족이 돼야 한다며 화성 식민지화를 주장하고 있다.“머스크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돼야겠지만, 다른 행성을 식민화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자원이 드는데 그렇게까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재로선 지구의 주인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구를 잘 돌봐야 한다.”우주에서 ‘겸손’과 ‘공감’ 배워―우주 개발과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단체나 개인을 든다면.“언론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칸막이 안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문제와 고집스럽게 싸우는 과학자,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기술자. 이들이야말로 인류의 우주 진출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주역들이다.”―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공동 자산인 우주를 둘러싼 국가간 불협화음이 불거지기도 한다.“우리는 산업과 우주 개발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다국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민간기업들은 사실상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거의 모든 것을 제약 없이 실행할 수 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국제 조약만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민간 산업을 촉진하기엔 역부족이다.”―언론 매체를 통해 미국의 과학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학 정책 과제를 꼽는다면.“미국에서 과학자로 살아가기 힘든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계 모든 분야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미국이 세계 과학을 선도하는 자리에서 밀려날까 우려된다. 많은 동료가 직장을 잃고 연구를 중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중은 과학자가 하는 일을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과학계가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현재 우주 탐사 상황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인가.“우주에 접근하는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국제 협력이 모두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천문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나 소양은 무엇인가.“우주를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겸손’과 ‘공감’이다. 우리는 이 작고 보잘것없는 행성 위에 함께 사는 존재들이다. 서로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각 장마다 등장하는 고대 천문학자들 시가 인상적이다. “영국의 고전 시 ‘늙은 선원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책에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을 불어넣고 싶었다. 마치 먼 미래에 우주여행이 너무나도 일상화돼서 (우주여행에 관한) 옛 이야기와 시, 격언들이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그런 세상을 떠올리며 썼다. 아직 우리는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도달하길 바란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⑦직관의 폭발-이와다테 야스오 히가시치바 메디컬센터장‘AlphaGo resigns(알파고 기권).’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꺾자 전 세계가 환호했다. 3연패 후 4국 만에 나온 ‘기적의 1승’은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로 남아 있다. 일본의 뇌과학 권위자인 이와다테 야스오 히가시치바 메디컬센터장(68)은 그의 승리를 “직관의 힘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알파고의 방대한 데이터로도 예측할 수 없는 수를 뛰어난 직관으로 창조해냈다는 것. 오랜 기간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직관이 작동하는 원리를 연구해온 그는 “AI는 승률을 높일 다음 한 수는 훌륭하게 계산해 냈지만 처음 보는 수에는 대응하지 못했다”며 “여기에 AI 시대에 필요한 사고법의 단서가 있다”고 했다. 논리와 데이터를 거스르는 생각의 흐름, 뇌에서 부지불식간에 내리는 신호,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선택의 이끌림…. 이런 순간 내지는 느낌을 우리는 직관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와다테 센터장은 “직관은 본능이 아닌 뇌에서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가장 논리적인 신호”라며 “훈련을 통해 누구나 직관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치바대에서 28년간 뇌신경외과학 교수로 재직하며 뇌세포 네트워크 연구 등에 매진해왔다. 직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훈련법 등을 정리한 저서 ‘직관의 폭발’(웅진지식하우스)을 펴낸 이와다테 센터장을 e메일로 만났다.―직관이란 무엇이며 직감과는 어떻게 다른가.“무의식 속 예상치 못한 기억들이 서로 연결될 때, 그것이 직관으로 의식에 떠오른다. 대뇌피질 전체가 작동한 결과로, 감각에 기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직감과는 다르다.”―무의식 속 기억이란 인식하지 못하는 기억인가.“사람의 이름이나 사건 같은 에피소드 기억은 의식적으로 작동하지만, 이해한 것에 대한 기억인 ‘의미 기억’은 무의식에 저장돼 있다. 지혜와도 같은 이 의미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관을 결정하며, 직관 역시 의미 기억의 네트워크에 따라 만들어진다.”―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관을 개인의 의지로 강화할 수 있나.“의미 기억은 무의식에 저장돼 있기에 의지로 꺼내기 어렵다. 그때의 기분, 컨디션, 뇌의 작동 방식이 어우러져 의미 기억 간 연결이 생겨나면서 직관이 발생하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들은 모두 의식 속에서 경험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험을 축적할 것인지는 개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집중력은 직관 방해꾼꺼림칙하거나 마냥 잘 될 것 같은 ‘촉’이 돌이켜보면 맞아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진로, 투자, 배우자 선택 등을 앞두고 식스센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이유다. 인생의 치트키와 같은 직관은 타고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이순신…. 뛰어난 직관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다.“직관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핵심은 집중하지 않는 연습이다. 직관을 발휘하려면 뇌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집중은 이를 방해한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을 소화해야 하는 작업에는 집중이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창조하는 단계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집중에서 벗어나 뇌를 분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분산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과 일치한다. 산책, 목욕, 충분한 수면에 더해 △고정관념 의심 △비판적으로 데이터 수용 △적극적인 대화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인간은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사라지면 더 넓게 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멍하니 있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성실하고 늘 과제에 몰두하는 성향을 지닌 이들이 ‘멍 때리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의식적인 사고가 아닌 순간의 직관으로 나타난다. 휴식 없이 생산성에만 매달렸을 때 최종 성과는 더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책의 핵심은 ‘직관력을 폭발시키는 법’을 설명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누구나 직관이 폭발하는 순간을 기대할 것이다. 이를 위해 4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평소 생소한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오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불필요한 정보를 망각하는 것이다. 특히 망각은 인간의 뇌가 가진 최대 이점이다. 네트워크에 추가되지 않는 불필요한 정보는 뛰어난 정보 간 연결을 방해할 뿐이다.”―대화와 예술작품 감상도 직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썼다.“타인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면 뇌에서 일어나는 연결 네트워크가 두 배 이상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화 도중 번뜩이는 직관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또 취향에 맞는 그림을 찬찬히 감상하면 그림에 담긴 세계가 내 안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이 때 과거의 기억이 자극돼 예상 밖의 형태로 의미 네트워크가 연결되며 직관을 불러일으킨다.”50,60대에 직관 가장 뛰어나이와다테 센터장은 “직관은 논리적 사고를 포괄하는 고차원적인 뇌의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본능과 감정, 경험은 물론 논리적 사고와 지식이 결집해 무의식중에 내리는 판단이 직관이라는 것. 우뇌는 감정을, 좌뇌는 논리를 담당한다는 널리 알려진 속설에 대해선 “감정도 논리도 뇌 전체를 사용하여 생성된다. 집중계와 분산계는 한쪽이 켜진(on) 상태이면 다른 쪽은 꺼진(off) 상태로 작동하는 반면, 우뇌와 좌뇌는 함께 on 혹은 함께 off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했다.―직관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있다면.“‘정서기억’(情動記憶)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 감정 반응도 머릿속에 저장된다. 이 감정 기억이 축적되면 유사한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결정된다. 기쁨과 연결된 사건이나 유사 상황은 ‘선호’가 되고 분노나 공포와 연결된 것은 ‘혐오’로 이어지는데, 이런 경험치는 개인의 취향과 성격을 형성한다.”―직관에 대한 의심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는 느낌 자체가 직관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직관이 동시에 떠오른다면 나중에 떠오른 새로운 직관이 선택될 가치가 있다.”―직관이 가장 잘 발휘되는 연령대가 따로 있나. 30대보다 50대에 창업한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우수한 직관을 얻기 위해서는 풍부한 기억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런 측면에서 50, 60대가 직관 발휘에 최적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은 경험이 부족하고, 그 이후는 뇌의 노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엉뚱한 직관에 이끌러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직관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논리나 데이터에만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란 수치화된 정보로, 데이터 기반 논리적 사고는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방식 호의 반감 같은 감정은 데이터로 절대 수치화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결정타다.”“AI는 직관 생성 못 해”―챗GPT와 같은 AI에도 직관이 존재하나.“인공지능은 병렬 처리에 약하며 사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직관을 생성할 수 없다.”―정치적 의사결정은 다양한 의도가 얽히기에 난도가 높다. 훌륭한 직관으로 슬기롭게 위기에 대처한 역사적 사례가 궁금하다.“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일상을 유지하며 해당 문제와 관계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선제 공격을 하는 대신 튀르키예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철거하며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만약 케네디가 ‘쿠바에서 소련 핵미사일 발견’이란 소식이 불러일으킨 공포의 정동과 선제공격파의 의견에 휩쓸려 집중계가 주도하는 빠른 결정을 내렸다면, 우리가 보는 세계의 풍경은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탐독하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싹트지만 번역 외서(外書)는 저자를 만날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화제작 또는 독특한 시사점이 있는 외서의 저자들을 인터뷰합니다.직관의 폭발이와다테 야스오 히가시치바 메디컬센터장《‘AlphaGo resigns(알파고 기권).’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꺾자 전 세계가 환호했다. 3연패 후 4국 만에 나온 ‘기적의 1승’은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로 남아 있다. 일본의 뇌과학 권위자인 이와다테 야스오 히가시치바 메디컬센터장(68)은 그의 승리를 “직관의 힘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알파고의 방대한 데이터로도 예측할 수 없는 수를 뛰어난 직관으로 창조해냈다는 것. 오랜 기간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직관이 작동하는 원리를 연구해온 그는 “AI는 승률을 높일 다음 한 수는 훌륭하게 계산해 냈지만 처음 보는 수에는 대응하지 못했다”며 “여기에 AI 시대에 필요한 사고법의 단서가 있다”고 했다.》논리와 데이터를 거스르는 생각의 흐름, 뇌에서 부지불식간에 내리는 신호,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선택의 이끌림…. 이런 순간 내지는 느낌을 우리는 직관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와다테 센터장은 “직관은 본능이 아닌 뇌에서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가장 논리적인 신호”라며 “훈련을 통해 누구나 직관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치바대에서 28년간 뇌신경외과학 교수로 재직하며 뇌세포 네트워크 연구 등에 매진해왔다. 직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훈련법 등을 정리한 저서 ‘직관의 폭발’을 펴낸 이와다테 센터장을 e메일로 만났다.―직관이란 무엇이며 직감과는 어떻게 다른가.“무의식 속 예상치 못한 기억들이 서로 연결될 때, 그것이 직관으로 의식에 떠오른다. 대뇌피질 전체가 작동한 결과로, 감각에 기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직감과는 다르다.” ―무의식 속 기억이란 인식하지 못하는 기억인가.“사람의 이름이나 사건 같은 에피소드 기억은 의식적으로 작동하지만, 이해한 것에 대한 기억인 ‘의미 기억’은 무의식에 저장돼 있다. 지혜와도 같은 이 의미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관을 결정하며, 직관 역시 의미 기억의 네트워크에 따라 만들어진다.” ―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관을 개인의 의지로 강화할 수 있나.“의미 기억은 무의식에 저장돼 있기에 의지로 꺼내기 어렵다. 그때의 기분, 컨디션, 뇌의 작동 방식이 어우러져 의미 기억 간 연결이 생겨나면서 직관이 발생하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들은 모두 의식 속에서 경험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험을 축적할 것인지는 개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집중력은 직관 방해꾼 꺼림칙하거나 마냥 잘 될 것 같은 ‘촉’이 돌이켜보면 맞아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진로, 투자, 배우자 선택 등을 앞두고 식스센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이유다. 인생의 치트키와 같은 직관은 타고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이순신…. 뛰어난 직관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다.“직관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핵심은 집중하지 않는 연습이다. 직관을 발휘하려면 뇌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집중은 이를 방해한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을 소화해야 하는 작업에는 집중이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창조하는 단계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집중에서 벗어나 뇌를 분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분산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과 일치한다. 산책, 목욕, 충분한 수면에 더해 △고정관념 의심 △비판적으로 데이터 수용 △적극적인 대화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인간은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사라지면 더 넓게 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멍하니 있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성실하고 늘 과제에 몰두하는 성향을 지닌 이들이 ‘멍 때리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의식적인 사고가 아닌 순간의 직관으로 나타난다. 휴식 없이 생산성에만 매달렸을 때 최종 성과는 더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좋은 기억이 뇌를 활성화한다”고 썼다.“여기서 좋은 기억이란 목표를 향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가운데 쌓은 경험을 뜻한다. 좋아하거나 즐거운 대상에 몰입하고,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극복하면 뇌 내의 네트워크가 풍부해진다. 나이를 먹으며 축적된 이런 의미기억이야말로 뛰어난 직관의 핵심 요소다.” ―책의 핵심은 ‘직관력을 폭발시키는 법’을 설명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누구나 직관이 폭발하는 순간을 기대할 것이다. 이를 위해 4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평소 생소한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오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불필요한 정보를 망각하는 것이다. 특히 망각은 인간의 뇌가 가진 최대 이점이다. 네트워크에 추가되지 않는 불필요한 정보는 뛰어난 정보 간 연결을 방해할 뿐이다.” ―대화와 예술작품 감상도 직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썼다.“타인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면 뇌에서 일어나는 연결 네트워크가 두 배 이상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화 도중 번뜩이는 직관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또 취향에 맞는 그림을 찬찬히 감상하면 그림에 담긴 세계가 내 안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이 때 과거의 기억이 자극돼 예상 밖의 형태로 의미 네트워크가 연결되며 직관을 불러일으킨다.”● 50, 60대에 직관 가장 뛰어나 이와다테 센터장은 “직관은 논리적 사고를 포괄하는 고차원적인 뇌의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본능과 감정, 경험은 물론 논리적 사고와 지식이 결집해 무의식중에 내리는 판단이 직관이라는 것. 우뇌는 감정을, 좌뇌는 논리를 담당한다는 널리 알려진 속설에 대해선 “감정도 논리도 뇌 전체를 사용하여 생성된다. 집중계와 분산계는 한쪽이 켜진(on) 상태이면 다른 쪽은 꺼진(off) 상태로 작동하는 반면, 우뇌와 좌뇌는 함께 on 혹은 함께 off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했다. ―직관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있다면.“‘정서기억’(情動記憶)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 감정 반응도 머릿속에 저장된다. 이 감정 기억이 축적되면 유사한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결정된다. 기쁨과 연결된 사건이나 유사 상황은 ‘선호’가 되고 분노나 공포와 연결된 것은 ‘혐오’로 이어지는데, 이런 경험치는 개인의 취향과 성격을 형성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직관은 어느 정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나.“데이터 기반 판단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직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처럼 보이는 판단도 마찬가지다. 뇌 속에서 오랜 시간 기억 간의 연결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새로운 지각 자극이 마지막 방아쇠 역할을 한다.”● “AI는 직관 생성 못 해” 직관이 떠올랐는데도 결정을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직관에 대한 의심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다테 센터장은 “망설이는 느낌 자체가 직관”이라며 “서로 다른 두 개의 직관이 동시에 떠오른다면 나중에 떠오른 새로운 직관이 선택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직관이 가장 잘 발휘되는 연령대가 따로 있나. 30대보다 50대에 창업한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우수한 직관을 얻기 위해서는 풍부한 기억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런 측면에서 50, 60대가 직관 발휘에 최적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은 경험이 부족하고, 그 이후는 뇌의 노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엉뚱한 직관에 이끌러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직관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논리나 데이터에만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란 수치화된 정보로, 데이터 기반 논리적 사고는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방식 호의 반감 같은 감정은 데이터로 절대 수치화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결정타다.” ―챗GPT와 같은 AI에도 직관이 존재하나.“인공지능은 병렬 처리에 약하며 사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직관을 생성할 수 없다.” ―정치적 의사결정은 다양한 의도가 얽히기에 난도가 높다. 훌륭한 직관으로 슬기롭게 위기에 대처한 역사적 사례가 궁금하다.“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일상을 유지하며 해당 문제와 관계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선제 공격을 하는 대신 튀르키예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철거하며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만약 케네디가 ‘쿠바에서 소련 핵미사일 발견’이란 소식이 불러일으킨 공포의 정동과 선제공격파의 의견에 휩쓸려 집중계가 주도하는 빠른 결정을 내렸다면, 우리가 보는 세계의 풍경은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복지, 노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 시작된 AI 기술 도입이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공공의 업무 효율과 대국민 서비스 품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 AI 서비스 중 호평을 받고 있는 사례도 관심을 받고 있다.‘느린 학습자 조기 발견 지원 서비스’는 발달이 더딘 아동을 조기 발견하도록 지원한다. 생활 속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의 5가지 인지 영역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도록 돕는다. 진단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1차 진단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는 시범 서비스에서 정확도는 80.65%, 누적 후기는 300건 이상을 기록했다.‘장애인 소통 지원 서비스’는 중증 장애인의 입술 모양, 표정, 상반신 움직임 등을 AI가 인식해 의사소통을 돕는다. 돌봄 부담 완화와 사회적 고립 해소 측면에서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서비스는 7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난임 예방과 임신 가능성 예측을 지원하는 ‘가임력 관리 AI 플랫폼’도 주목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8개 의료기관의 약 3만5000건 난임 시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는 카카오톡에서 임금, 근로시간, 실업급여 등에 대해 질문하면 관련 법령과 판례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노무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은 느낌이다”, 근로 감독관들은 “AI가 기초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해 주니 불필요한 확인 절차가 줄었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청년 농업인 정착 지원 AI 서비스’는 지역 기반 작물 추천, 병해충 알림, 작물별 소득 예측 등을 AI가 제공한다. 시범 서비스 시작 3개월 동안 서비스를 활용한 1000여 명의 청년 농업인 중 약 85%가 “농업 생산성 및 효율성이 향상되었다”고 응답했고, 60%의 농업인은 “AI 기술 덕분에 귀농 첫해에 경험하지 못했던 농업적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초거대 AI 기반 특허심사 지원 서비스’는 출원서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발명의 핵심 키워드와 유사어를 자동으로 추출해 검색식을 제안하고 법령과 심사 기준도 함께 제시한다. 2024년 말 시범 평가에서 만족도 89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 밖에 건축 관련 도면을 분석해 누락된 소방 기호, 이상 배치 요소 등을 제시하는 ‘스마트 소방 행정 지원 서비스’와 도면 정보를 입력하면 관련 규정과 적용 조항 등을 보여주는 국방부의 ‘생성형 AI 기반 건축 법령, 민원 지원 서비스’도 있다. ‘초거대 AI 기반 통합 연구 지원 서비스’는 연구자들이 정책자료 조사, 보고서 요약, 연구 주제 탐색 등을 보다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 연구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은 “다양한 공공 분야 AI 서비스 덕분에 업무 효율과 국민들의 민원 만족도가 높아졌다. 공공 분야의 AI 전환은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했다.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 국장은 “AI 기술 발전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공공 분야에서 사람을 중심에 둔 디지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국민대(총장 정승렬) 미래융합대학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8일 교내 체육관에서 2025 전공탐색 박람회를 개최했다. 국민대는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수도권 주요 대학 중 최대 규모로 모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보장하는 전공자율선택제로 신입생 828명을 모집했다. 전체 모집인원의 30%다. 국민대는 전공자율선택제로 입학한 신입생을 위한 학사 운영 및 행·재정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미래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전공자율선택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첫 번째 열린 전공 탐색 박람회에는 100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방문했다.학과별 부스에는 국민대 전공자율선택제를 통해 선택 가능한 59개 전공이 모두 참여했다. 미래융합대학, 교무팀, 교수학습개발센터,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행정 부서도 동참했다. 이들은 신입생들의 전공 선택을 비롯한 다양한 학사제도 및 전공·진로 정보 안내, 1:1 맞춤형 컨설팅 등 상담을 진행했다.선배 멘토로 행사에 참여한 법학부 박성준 학생은 “생각보다 많은 신입생들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신입생 후배들에게 전공별 다양한 매력들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자율전공선택제로 입학한 신입생 박서은 학생은 “시나리오 제작에 대한 꿈이 있어 영화전공에 관심이 많다. 한국어문학부, 사회학과 등 다양한 전공들이 진로에 직,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대는 전공자율선택제 외에도 재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오메가스쿨 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메가스쿨 교육시스템은 창업 프로그램, 인턴십,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전공을 변경할 수 있는 국민대만의 유일한 특화 제도다. 전공자율선택제와 함께 모든 학생의 전공 탐색과 진로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재학중 1회에 한정했던 전부 · 전과제도를 횟수 제한 없이 재학 중 8차 학기 전이라면 연 2회씩 매 학기 지원 가능하도록 대폭 개선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승렬 총장은 “우리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 혁신의 최정점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 전공자율선택제”라며 “전공자율선택제를 통해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재학생들에게도 전공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와 인프라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원은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경계없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민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오창국 미래융합대학장은 “전공 탐색 박람회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전공 상담에 대한 학생 수요가 증가되는 상황을 고려해 2026학년도부터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행사 기간을 2일 이상으로 진행해서 박람회의 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건국대(총장 원종필)가 창업·글로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며 학생 중심 혁신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창업지원본부 승격, 해외 연계 실습 강화, 유학생 대상 전공 확대 등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학생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창업 3개년 누적 전국 1위…학생 주도 창업 생태계 조성건국대는 학생 창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창업지원단을 창업지원본부로 확대 개편하며 창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를 갖췄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지속 운영하며 창업 초기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그 결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개년 간 건국대 학생 창업 기업 수는 215개에 달한다. 전국 대학 중 최상위권이다. 건국대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스탠퍼드’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창업 거점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산업공학과 19학번 김효재 씨는 반려동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ZOOC’을 창업하고 세계 최대 ICT 박람회인 CES 2024에 참가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건국대 창업클럽의 지원 아래 출범한 친환경 화장품 프로젝트 ‘토버스(TOWBUS)’는 괭생이모자반 활용, 해녀 일자리 창출 등을 인정받아 ‘인액터스 월드컵’에서 9년 만에 한국 대표로 세계 TOP 4에 선정되기도 했다.성과의 배경에는 단순 행정 지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인프라 투자와 교육 과정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지원본부 산하에는 창업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제작, 시장 검증, 투자 연계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메이커스페이스센터와 전용 창업 공간 등 물리적 인프라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건국대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CES 탐방과 미국 퍼시픽 스테이츠 대학(Pacific States University)과의 연계 교육을 제공하는 등 해외 창업 경험 기회를 지속 확대 중이다.● 해외 실습, 공동 설계 프로젝트…국경을 넘는 교육 경험글로벌 교육 역시 건국대의 강점 중 하나다. 수의과대학은 올해 22명의 학생을 미국 동물병원으로 파견해 약 한 달간 해외 임상 실습을 진행했다. 학교 차원의 첫 정식 해외 임상 실습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1인당 500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학생들은 실제 수의 진료에 참여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건축학부는 일본 간사이 가쿠인대학교와 국제 공동 건축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양국 학생 간 협업과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동 설계, 전시회 등으로 구성된 이번 교류는 높은 수준의 결과물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향후 대학원생 교환 프로그램 확대도 논의 중이다.국제대학 설립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건국대는 유학생을 위한 단과대학으로 국제대학을 운영 중인데 현재 국제통상학과·문화미디어학과가 개설돼 있다. 2026학년도부터는 인공지능(AI) 디자인학과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를 추가로 신설해 4개 학과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건국대 관계자는 “창업과 글로벌이라는 두 축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의 장미축제가 이달 16일 개막해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화려한 장미와 함께 티 문화를 즐기는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로로티)란 주제로 펼쳐진다.색다른 장미 축제를 위해 에버랜드는 720품종 300만 송이의 장미가 만발한 로즈가든을 유명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 협업해 신비롭게 꾸몄다. 장미를 사랑하는 사막여우 도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4개의 테마정원에서 키네틱아트, 증강현실(AR), 미러룸 등을 체험할 수 있다.로즈가든의 상징인 장미성은 일러스트 작가 다리아송의 작품으로 파사드를 연출했다. 그간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로즈가든 2층 실내는 다리아송의 그래픽과 포토존, 굿즈 쇼룸 등을 갖춘 컨셉트 스토어로 꾸몄다.장미성 위에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잘 알려진 갑빠오 작가의 초대형 사막여우 조형물(ABR)을 설치했다. 에버랜드 그랜드 엠포리엄 상품점에서는 토끼 캐릭터 B.B.래빗으로 잘 알려진 부원 작가의 사막여우 작품을 선보인다.로로티 테마의 먹거리, 굿즈 등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로즈가든 바로 옆에 위치한 쿠치나마리오 레스토랑에서는 장미 브라우니, 로즈 컵케이크 등 9종류의 디저트가 놓인 2단 플레이트와 티 메뉴가 구성된 애프터눈티 세트를 선보인다. 상큼한 레드베리 티에 장미꽃 모양 얼음과 식용 장미를 더한 로즈베리 아이스티와 핑크빛 로로티 하트 츄러스 등 축제 시그니처 메뉴도 맛볼 수 있다.메모리얼샵, 그랜드엠포리엄 등 에버랜드 상품점에서는 70여 종의 에버랜드 로로티 굿즈를 선보인다. 사막여우, 홍학, 열쇠 등의 키홀더 참(charm)은 물론 달작업실, 그레이쥬스 등 외부 브랜드와 협업한 풍성한 콜라보 굿즈를 준비했다.1985년 국내 최초의 꽃축제로 시작한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지금까지 약 6000만 명이 다녀가며 국내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장미와 티 문화, 스토리텔링, 예술 콘텐츠가 결합된 페스티벌을 선보이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장미축제 에버랜드 로로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스타필드가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제5회 벌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1년부터 시작한 벌룬 페스티벌은 봄마다 당해 화제의 캐릭터 IP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이는 스타필드의 시그니처 축제다. 올해엔 ‘잔망루피’, ‘네모바지 스폰지밥’, ‘운빨존많겜’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와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번 벌룬 페스티벌은 스타필드 고양(5월 8일∼21일)과 안성(5월 23일∼6월 8일) 순으로 열린다.우선 지난 1월 스타필드 수원에서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111퍼센트의 모바일 게임 ‘운빨존많겜’이 이번에는 ‘운빨초등학교’를 콘셉트로 스타필드에 출격한다. 노란색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미술관, 체육관, 과학실, 매점, 문구점을 갖춘 운빨초등학교가 펼쳐진다. 학사모를 쓴 ‘블롭’과 칼 대신 연필을 든 ‘킹 다이안’, 책가방을 멘 ‘아이언미야옹’ 등 게임 속 히어로들과 친구가 돼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게임 체험존에서는 메인 캐릭터들과 교실 테마의 다양한 게임들을 체험할 수 있다. △아이언미야옹의 미술실에서 진행하는 ‘운빨 젠가 게임’ △블롭의 체육관에서 도전 가능한 ‘공 던지기 게임’ △타르의 과학실에서 만나는 ‘타르 3종 뽑기’ △운빨교실에서 열리는 ‘우왕좌왕 운빨고사’ 등이 마련됐다.각 게임의 미션을 완수하면 획득한 점수에 따라 랜덤 뽑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모든 참가자에게 운빨존많겜 재화(신화석과 다이아), 한정판 굿즈, 이모티콘 등 푸짐한 상품을 제공한다. 굿즈 구매 금액대별 리워드 증정 이벤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이벤트, QR 타임어택 이벤트 등 혜택도 준비했다.잔망루피의 ‘잔망가든’과 타요·라니의 도심 공원 ‘타요파크’도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손 잡고 마련한 공간으로, 잔망루피와 타요·라니의 초대형 벌룬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SNS에 현장 방문 인증샷을 올리면 잔망루피 부채를 증정하고 3만 원 이상 굿즈 구매 시 잔망루피 풍선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굿즈는 420여 종을 준비했다.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은 만화 속 비키니 시티의 버거 맛집 ‘집게리아’를 선보인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게살버거를 만들 것 같은 스폰지밥과 그의 단짝 친구 뚱이, 스폰지밥의 일터 집게리아 등 애니매이션 속 공간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스폰지밥의 동료가 돼 버거 패티를 뒤집는 게임도 체험할 수 있다.경기도정 캐릭터 ‘봉공이’의 집에서는 점프하며 퍼즐을 맞추는 ‘봉공이와 등산로’, 볼풀장이 있는 ‘봉공이와 목욕탕’, 나만의 캐릭터를 그려보는 ‘봉공이와 화실’ 등 다양한 어린이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불면, 불안, 우울, 공황…. 언제부턴가 커피타임에 정신과 내원 경험담을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신질환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8명 중 1명(9억7000만 명)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익숙함과 별개로 정신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다. 진단이 겹치기도 하고 여러 증상들이 혼재한 경우가 많아 처방이 공식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기 힘들다. 30년 가까이 환자를 만나온 크리스토퍼 M. 팔머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환자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방법은 없을까.’ 그는 수많은 임상 사례와 관련 논문을 분석하면서 ‘뇌 에너지 이론’을 정립했다. 정신질환은 뇌의 에너지 불균형으로 발생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그가 찾은 해답이 담긴 ‘브레인 에너지’(심심)는 지난해 국내에도 소개돼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약 한 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꿔 뇌의 에너지 체계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정신질환의 원인은 하나“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했지만 환자들의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되곤 했습니다. 중년 이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너졌던 저희 어머니처럼요.”책은 어머니에 대한 회고로 시작한다. 여덟 자녀에 헌신했던 어머니는 중년이 되자 망상과 신경증적 증상을 보였다. 당시 10대였던 그는 경청하고 위로하고 곁을 지키며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했지만 어머니를 도울 순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정신의학의 길을 택한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약물, 상담, 인지행동 치료 등 기존의 치료법은 대부분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환자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방법을 찾던 중 2016년 톰을 만나면서 실마리를 찾았죠. 의외의 열쇠는 ‘키토제닉 다이어트’였어요.”당시 33세였던 톰은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었다. 13년 간 환각, 망상,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17가지 약물을 써도 차도가 없었다. 팔머 교수는 약물 부작용으로 48kg 가까이 체중에 불어난 톰에게 키토제닉(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권했다. 다이어트가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감각을 일깨워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두 달 뒤 톰이 맞은 변화는 놀라웠다. 체중은 68kg이나 줄었고 오랜 시간 그를 괴롭히던 환각과 편집증적 음모론에서도 벗어났다.“체중 조절을 기대했는데 정신질환 증상까지 호전되자 이게 뭔가 싶었죠. 의학 문헌을 뒤졌더니 키토제닉 식단은 뇌전증 치료에 오랫동안 활용돼 온 치료법이더군요. 뇌전증 치료제는 여러 정신질환에도 사용되고 있었고요.”‘체중조절과 정신질환 사이의 연결고리는 뭘까.’ 팔머 교수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비만, 당뇨병, 심근경색, 알츠하이머 등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2019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도 이 관점을 뒷받침했다. 600여만 명의 17년 간 정신질환 진단 이력을 분석한 결과 조현병, 우울증, 섭식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들은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뿐 아니라 정신질환은 당뇨, 비만, 심혈관 질환 같은 대사질환이나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과도 뚜렷한 연관성이 있었다.“서로 다른 질환들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공통 원인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요. 저는 이 공통의 원인을 뇌세포 에너지 생산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뇌 에너지가 과잉, 결핍, 부재할 시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거죠.”대사의 핵심 ‘미토콘드리아’팔머 교수는 정신질환을 잘 돌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기억하라고 했다. 대사란 섭취한 음식물과 산소를 이용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의 핵심이 바로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다. 그는 “정상적인 뇌 기능을 위해선 미토콘드리아가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염증,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뇌세포는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팔머 교수가 제시하는 치료법은 최근 널리 알려진 ‘저속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도 ‘브레인 에너지’의 추천사에서 “정신의 저속노화를 위한 지침서”라고 썼다.대사 치료의 핵심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정상화해 뇌의 에너지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팔머 교수는 특히 염증 관리를 강조한다. 저강도 염증의 주요 원인인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운동 부족, 수면 부족,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자가포식을 촉진해 세포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뇌 에너지 이론은 기존의 치료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급진적인 변화의 필요성도 지지합니다. 환자들은 간단한 해결책을 원하지만 절대다수는 단순한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대사 문제의 원인을 진단한 뒤 치료법을 선택해 3개월 간 변화를 지켜보길 권합니다. 효과가 없다면 중단하고 다른 치료법을 추가하며 치료 계획을 다면화하는 거죠. 중증 환자나 만성적 증상을 앓고 있다면 임상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요.”뇌 에너지 이론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에 식이요법을 적용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팔머 교수는 “반대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30년 가까이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변화가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고 했다.“단순히 ‘브로콜리를 더 먹자’는 식의 접근은 아닙니다. 이 분야의 방대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어떤 개입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환자 모두에게 통용되는 ‘하나의 해법’은 없습니다.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 환자라도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치료의 길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때론 이런 노력이 생명을 살리는 첫 걸음이 되기도 하죠.”누구나 이따금 불안, 우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도전적 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정상 범주의 감정이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강도, 지속 기간, 부적절성 등에서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진단 가능한 장애로 전환된다.“트라우마, 극심한 스트레스, 염증, 호르몬 불균형, 영양 결핍 등이 뇌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절망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런 기분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저는 환자들이 어려움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수없이 지켜봤습니다. 버티기 힘들 때 이 한 가지는 꼭 기억해주세요. 지금의 상태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당신은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걸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이 봄·여름(SS) 시즌을 대표하는 상품 ‘솔솔(SolSol)니트’를 출시했다. 솔솔니트는 여름이 점차 길어지는 기후 변화를 반영해 착용 시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느껴지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제작됐다.솔솔니트는 깃이 있는 카라형과 라운드형 디자인에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했다. 경량 원사를 사용하여 기존 제품보다 가벼운 착용감을 자랑하며 소재의 청량감과 고급감도 강화했다.솔솔니트의 브랜드 앰배서더로는 배우 이준혁, 차주영이 선정됐다. 두 배우는 SS 시즌 화보와 영상에서 솔솔니트와 다양한 신상품을 세련된 스타일로 연출했다. 이준혁, 차주영은 앞으로 빈폴과 함께 ‘낭만’을 주제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빈폴은 고급 소재와 최신 봉제기법을 적용한 솔솔니트를 시작으로 ‘서울 클래식(Seoul Classic)’이라는 테마에 맞는 상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사업부장 원은경 상무는 “빈폴은 1989년 론칭 이후 캐주얼웨어를 상징하는 수많은 대표 아이템을 선보였다”면서 “앞으로도 클래식 캐주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고객들과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불안-우울 원인은 뇌 에너지 결핍”불면, 불안, 우울, 공황…. 언제부턴가 커피타임에 정신과 내원 경험담을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신질환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8명 중 1명(9억7000만 명)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익숙함과 별개로 정신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다. 진단이 겹치기도 하고 여러 증상들이 혼재한 경우가 많아 처방이 공식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기 힘들다. 30년 가까이 환자를 만나온 크리스토퍼 M. 팔머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환자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방법은 없을까.’ 그는 수많은 임상 사례와 관련 논문을 분석하면서 찾은 해답을 ‘뇌 에너지 이론’으로 꿰어냈다. 정신질환은 뇌의 에너지 불균형으로 발생한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뇌 에너지 이론을 쉽게 풀어낸 ‘브레인 에너지’(심심)는 지난해 국내에도 소개돼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e메일로 만난 그는 “약 한 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꿔 뇌의 에너지 흐름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제때 어머니를 돕지 못해서 죄송”“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했지만 환자들의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되곤 했습니다. 중년 이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너졌던 저희 어머니처럼요.”책은 어머니에 대한 회고로 시작한다. 여덟 자녀에 헌신했던 어머니는 중년이 되자 망상과 신경증적 증상을 보였다. 당시 10대였던 그는 경청하고 위로하고 곁을 지키며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했지만 어머니를 도울 순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정신의학의 길을 택한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약물, 상담, 인지행동 치료 등 기존의 치료법은 대부분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환자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방법을 찾던 중 2016년 톰을 만나면서 실마리를 찾았죠. 의외의 열쇠는 ‘키토제닉 다이어트’였어요.”당시 33세였던 톰은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었다. 13년 간 환각, 망상,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17가지 약물을 써도 차도가 없었다. 팔머 교수는 약물 부작용으로 48kg 가까이 체중에 불어난 톰에게 키토제닉(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권했다. 다이어트가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감각을 일깨워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두 달 뒤 톰이 맞은 변화는 놀라웠다. 체중은 68kg이나 줄었고 오랜 시간 그를 괴롭히던 환각과 편집증적 음모론에서도 벗어나다시피 했다.“체중 조절을 기대했는데 정신질환 증상까지 호전되자 이게 뭔가 싶었죠. 의학 문헌을 뒤졌더니 키토제닉 식단은 뇌전증 치료에 오랫동안 활용돼 온 치료법이더군요. 뇌전증 치료제는 여러 정신질환에도 사용되고 있었고요.”‘체중조절과 정신질환 사이의 연결고리는 뭘까.’ 팔머 교수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비만, 당뇨병, 심근경색, 알츠하이머 등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19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도 이 관점을 뒷받침했다. 600여만 명의 17년 간 정신질환 진단 이력을 분석한 결과 조현병, 우울증, 섭식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들은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뿐 아니라 정신질환은 당뇨, 비만, 심혈관 질환 같은 대사질환이나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과도 뚜렷한 연관성이 있었다.“서로 다른 질환들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공통 원인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요. 저는 이 공통의 원인을 뇌세포 에너지 생산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뇌 에너지가 과잉, 결핍, 부재할 시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거죠.”정신의 저속노화 실천해야팔머 교수는 정신질환을 잘 돌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기억하라고 했다. 대사란 섭취한 음식물과 산소를 이용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의 핵심이 바로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다. 그는 “정상적인 뇌 기능을 위해선 미토콘드리아가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염증,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뇌세포는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팔머 교수가 제시하는 치료법은 최근 널리 알려진 ‘저속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도 ‘브레인 에너지’의 추천사에서 “정신의 저속노화를 위한 지침서”라고 썼다.대사 치료의 핵심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정상화해 뇌의 에너지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팔머 교수는 특히 염증 관리를 강조한다. 저강도 염증의 주요 원인인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운동 부족, 수면 부족,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자가포식을 촉진해 세포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뇌 에너지 이론은 기존의 치료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급진적인 변화의 필요성도 지지합니다. 환자들은 간단한 해결책을 원하지만 절대다수는 단순한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대사 문제의 원인을 진단한 뒤 치료법을 선택해 3개월 간 변화를 지켜보길 권합니다. 효과가 없다면 중단하고 다른 치료법을 추가하며 치료 계획을 다면화하는 거죠. 중증 환자나 만성적 증상을 앓고 있다면 임상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요.”뇌 에너지 이론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에 식이요법을 적용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팔머 교수는 “반대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30년 가까이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변화가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고 했다.“단순히 ‘브로콜리를 더 먹자’는 식의 접근은 아닙니다. 이 분야의 방대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어떤 개입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환자 모두에게 통용되는 ‘하나의 해법’은 없습니다.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 환자라도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치료의 길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때론 이런 노력이 생명을 살리는 첫 걸음이 되기도 하죠.”누구나 이따금 불안, 우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도전적 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정상 범주의 감정이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강도, 지속 기간, 부적절성 등에서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진단 가능한 장애로 전환된다.“트라우마, 극심한 스트레스, 염증, 호르몬 불균형, 영양 결핍 등이 뇌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절망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런 기분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저는 환자들이 어려움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수없이 지켜봤습니다. 버티기 힘들 때 이 한 가지는 꼭 기억해주세요. 지금의 상태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당신은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원광디지털대(총장 김윤철)가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컨퍼런스홀에서 경기도교육청과 산업체 위탁교육 협약을 체결했다.이번 협약은 원광디지털대를 포함한 주요 사이버대학 5개교가 공동으로 참여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 소속 임직원의 자기 계발과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원격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취지로 마련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대 규모의 교육청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약 3000여 개 교육기관을 관할하고 있다.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은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직원 역량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이 그 의미 있는 협력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번 협약을 통해 교육청 산하 기관 재직자는 온라인 기반 교육으로 정규 학사 및 석·박사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입학 시 산업체 위탁교육 장학 혜택도 적용받는다.이에 원광디지털대는 학사과정 입학 시 수업료의 50%, 석·박사과정 입학 시 30%의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기반의 교육과 유연한 학사 운영을 통해 직장과 학업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정년 후 인생 2막을 준비하거나 현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공무원, 교직원, 직장인, 개인사업자 등 실무 종사자들에게 호응도가 높다. 산업체 위탁교육 대상자는 재직 증빙이 가능할 경우, 해당 기관과 대학 간 협약을 체결해 산업체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관련 문의는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원광디지털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김윤철 총장은 “경기도교육청 산하 약 20만 교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원광디지털대가 보유한 최고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2025학년도 2학기 원광디지털대 신·편입생 모집은 6월 1일부터 시작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