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석

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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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현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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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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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온몸으로 즐겨봐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1. 서울시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서울 광진구 강변북로 139 뚝섬한강공원)서울시는 6월 1, 2일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를 진행합니다. 쉬엄쉬엄 축제는 한강 변을 달리고, 한강에서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며 강변의 정취를 느끼는 시민 체험형 축제로서 각자의 체력 수준에 맞춰 코스를 골라 쉬엄쉬엄 마치는 게 기본 콘셉트입니다. 코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엄쉬엄 초급자(15K) 코스와 철인 3종 동호인 및 수영 유경험자가 참여하는 쉬엄쉬엄 상급자(31K) 코스로 구분됩니다. 서울시민이 아니어도 참석이 가능합니다. 한강 3종 경기 참가는 네이버 예매 ()를 통해서 지원받습니다. 3종경기 참여자는 참가비 2만 원을 받고, 그 외 단순 관람 체험은 무료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무주 산골영화제 개막 (전북 무주군 무주읍 한풍루로 326-14, 무주등나무운동장)전북 무주군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말 기준 54.8세. 전북 평균 47.4세보다 7.4세 많고, 14개 시군 가운데 5번째로 높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무주군이 1년 중 가장 젊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6월입니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무주 산골영화제가 다음 달 5∼9일 열립니다. 3. 국내 대표 장터 ‘정선 5일장’ (강원 정선군 정선읍 5일장길 40)정선 5일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입니다. 끝자리가 2, 7일인 날에 열리는데요.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몰리는 시장이 됐습니다. 특히 봄철이면 싱싱한 산나물이 가득해 이를 구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고요. 1. 수영하고 달리고… 한강, 온몸으로 즐겨봐“초등학생 시절 한강을 수영해서 횡단해 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서른 살이 넘어서야 꿈을 이루게 됐네요.”다음 달 1일부터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 참여하는 장원영 씨(31)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장 씨는 이번 대회에서 잠실선착장에서 뚝섬한강공원까지 한강 1km를 헤엄쳐 건너는 ‘상급자 코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장 씨는 “철인 3종 경기라고 하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축제는 시간제한도 없고 한강을 즐기며 3가지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차와 지하철로만 건너던 한강을 누구나 직접 건너볼 기회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다음 달 1일부터 이틀간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를 열고 시민들이 다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2. 별빛 쏟아지는 숲속 극장으로반딧불 축제와 함께 무주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산골영화제는 올해로 12번째를 맞았다. 영화제는 무주읍에 있는 등나무운동장과 덕유산국립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대형 영화제와 같은 화려함은 없다. 자연을 주무대로 삼아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쏟아지는 별빛, 영화 음성 사이사이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어느 영화제에서도 볼 수 없는 산골영화제만의 매력이다.영화제의 문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가 연다. 무주군합창단과 국악 연주단 시엘의 사전공연에 이어 관람객과 만나는 이 영화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 분)가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개봉을 앞두고 또 한 번 무주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 영화에서 배우로 활약한 음악가 김뜻돌과 이현송밴드가 영화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며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을 비롯해 21개국 96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고전 무성 영화에 현대음악을 입힌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와 영화계의 다양한 최신 이슈를 전문가에게 묻고 답하는 ‘산골 토크’, 어린이 관객과 그 가족을 위한 야외 어린이전용관 ‘키즈스테이지’도 운영한다.3. 인심 넘치는 강원도 별미 천국… 수준급 공연은 덤정선 5일장은 토속 음식의 천국이다. 관광객들은 시장 안의 음식점에서 곤드레밥과 콧등치기 국수, 올챙이국수 등으로 식사를 하거나 막걸리를 곁들여 메밀전병과 감자전, 녹두전을 맛본다. 또 수리취떡과 각종 전을 집에 가져가기 위해 포장한다.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문화장터 공연장에서는 정선아리랑 공연이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장날 오전 11시 반부터 1시간 반가량 정선아리랑 소리 공연이 무료로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구성진 정선아리랑 가락에 귀호강을 한다.이날 5일장을 찾은 김명숙 씨(61·서울 노원구)는 “매년 1차례 이상 친구들과 함께 정선 5일장을 오는 편”이라며 “볼거리가 많고, 살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정선 5일장은 정겹고 흥겨워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관광객들은 정선 5일장을 들른 뒤 주요 관광지를 찾는다. 투어 버스인 와와 2층 버스에 올라 정기 코스를 둘러보거나 병방치 집와이어,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선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기도 한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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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호텔이 사라지는 나라에서 [소소칼럼]

    대전 유성호텔에 들렀던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한 협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전역에서 택시를 잡았고, 70대쯤 돼 보이는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내가 먼저 “온라인에서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놀리는 일종의 유행이 있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화제는 휙휙 바뀌었는데, ‘여기가 바로 칼국수의 도시입니까?’ 물으며 한국을 ‘차붐의 나라’로 알고 온 독일 축구 선수 같은 눈망울을 택시 기사 쪽으로 지어 보이기도 했다.화제가 유성호텔로 넘어갔다. 나는 호텔이 조만간 사라진다는 뉴스를 봤다고 했다.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호텔이 사라진다는 말에 오래된 토박이였던 택시기사가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일 줄만 알았다. 정작 택시기사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라며 덤덤했다. “한땐 대단했죠. 유명한 사람들이라면 다 거기 들렀으니.”자부심과 담담함. 오래된 것들에 느끼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엉킨 말투였다. 삶과 기억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순순히 알고 있었다는 말투. 그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한 출입처에서 오래 일한 기자, 오랜 경력의 개인 택시기사, 공인중개사, 동네 이삿짐센터 사장, 철물점 주인에게서도 비슷한 말투를 들었던 것 같다. 사라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봐온 사람들이 그런 표정을 짓는다. 택시 기사는 100년을 넘은 것이 있다는 건 기특하지만, 그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지는 않은 것이다. 그 순간, 그게 서울이든 대전이든 대도시를 오래 버티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미 진작에 받아들였어야 할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라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그렇죠. 장사가 안 되면 그렇죠.” 상대의 반응에 따라 맞장구를 치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적 버릇이다. 나도 노회해간다. 사라지는 것을 회한 없이 입에 올리고 말았다. 말을 멈추고 택시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호텔 앞이었다. 유성호텔은 올해 3월 문을 닫았다. 1915년 온천 관광지에 선 여관으로 시작한 뒤 109년 간 지역을 대표하는 호텔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선수촌호텔로 쓰였다. 1993년 대전엑스포 기간에는 본부 숙소로 지정됐다. 마지막까지 쓰인 건물은 1966년 옮겨서 만든 것이다. 그 뒤로 58년이 지나면서 시설도 낙후했다는 말을 들었다. 워낙 튼튼히 지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낡아가는 것 또한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유성호텔은 채도가 낮은 벽과 바닥 색감으로 한 시절을 보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자 그것은 현대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그러다가 온천관광 열기가 꺾이고 코로나19 때 타격을 입자 버틸 수 없게 됐다. 호텔 측은 폐업이 다가오자 투숙객에게 100년 전 유성호텔을 새긴 목욕 바가지와 단지 모양의 바나나 우유, 초코파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나는 유성호텔을 다시 들러서 객실에서 씻고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 어쩐지 그게 사라지는 것을 기리려는 마지막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목욕재계하고 뇌까지 쨍한 단맛의 기억으로 사라짐의 의미를 몸에 남기는 행위.그러다가 생각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고. 누군가 사라짐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면 반박할 수 없고 어디가서 이렇게 말했다간 아무것도 모른다고 면박당할 걸 알면서도, 시무룩한 채로 겨우 후끈하고 쨍한 욕조의 감각이 남아서인지 뭐 어쩌자는 의도 없이 다시 읊조린다. 사라지고 있다. 많은 것들이. 최근 사라진 호텔 중 유성호텔만 있는 것은 아니다. 40년 역사를 지닌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은 지금 철거 작업 중이다. 이제 그 자리를 헐고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제주의 랜드마크 중 한 곳이었던 제주 칼호텔 역시 2022년 문을 닫았다. 48년 만이었다. 내가 그 소식을 듣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제 곧 헐릴 남산 힐튼 앞을 걷고, 그 호텔의 마지막을 기록한 전하영 소설가의 단편(JHY를 위한 짧은 기록)을 읽다가 ‘여기 힐튼 호텔이잖아’라고 나지막하게 말해보는 것. 15년 전 제주도 첫 여행에서 렌트카로 제주 칼호텔 앞 도로를 지나다가 우뚝한 건물에 쓰인 KAL 글자를 본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날 택시기사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여기 일대가 한땐 정말 대단했다구요.” 나는 그 말투 또한 어디선가 들은 것처럼 느껴졌다. 사라지는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그러나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문득문득 예전의 한 장소로 돌아가서 그 장면을 무연히 떠올려 보는 사람.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죠’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일 사람. 그러나 다시 바뀌는 풍경을 감내하는 사람. 문득 샤워하다가 ‘정말 사라지고 있긴 해’라고 중얼거릴 사람. “정말 그래요. 거기 있던 식당 또 없어졌더라고요.” 나는 오늘도 점심을 먹다가 맞장구쳤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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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1만 명이 찾는 숲길, DMZ에 있었네[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DMZ 숲길이 지역 살려”(강원 양구군 해안면 현리 383 *예약 필수)강원 양구군 해안면 ‘비무장지대(DMZ) 펀치볼 숲길’은 국내 최북단 민간인통제선 내 유일한 숲길예요. 화채그릇(Punch Bowl·펀치볼)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죠. 역사적, 생태적 숲길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곳은 하루 탐방객수 제한이 있어 아래 링크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한 후 방문해야 합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 광진구 강변북로 139 뚝섬한강공원)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16일 막을 열었습니다. 2015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행사예요. 국내외 학생·시민·외국인 및 기업·기관이 참여한 76개의 정원과 정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현장입니다. 정원이 전하는 안락함과 사색의 시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축제 열기로 후끈한 충북 (충북 전역)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을 맞아 충북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다양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음성에선 음성품바축제가 열리고, 단양에선 소백산 철쭉제가 열립니다. 1. 인구 1200명 산촌에 年 1만명 발길… “DMZ 숲길이 지역 살려”DMZ 펀치볼 숲길에는 길목마다 발길을 멈추고 꽃을 유심히 바라보는 탐방객이 많았다. 탐방객 원명옥 씨(68)는 “발길이 뜸해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못 본 야생화가 많이 피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원 씨를 비롯한 탐방객 38명은 숲 해설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연둣빛 봄옷으로 갈아입은 숲을 만끽했다. 이곳은 지금도 미확인 지뢰가 남아 있어 숲길 등산지도사가 동행해야만 탐방할 수 있다. 하루 탐방객도 200명으로 제한된다. 그 대신 금강초롱 등 희귀식물과 산양, 삵 같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숲길은 DMZ 인근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한계 탓에 개발이 제한됐던 이곳 주민들에게 알짜배기 관광 수입원이 됐다. 특히 탐방 코스 중간에 출장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는 ‘13찬 숲밥’은 DMZ 숲길의 대표 먹거리이자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숲밥은 사단법인 DMZ 펀치볼 숲길이 해안면 2, 3개 농가와 계약을 맺고 판매한다. 연평균 5800만 원에 달하는 전체 매출액의 5%는 법인에 가고 나머지는 숲밥을 제공한 주민 수익으로 돌아간다. 판매 가격은 1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기회로 농수산물 택배 판매 활로를 확보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숲밥 먹으러 1년에 5번 찾아온 손님도 있을 정도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2. 정원에서 공존을 배우다이제야 비로소 서울에서도 정원박람회가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16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개막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10월 8일까지)에서 남녀노소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 희망을 보았다. 서울정원박람회는 2015년부터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과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등에서 열려왔지만 왠지 ‘그들만의 리그’인 느낌이 있었다.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건 올해가 처음. 접근성과 수준이 역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서울시는 기존 정원박람회를 이번에 국제 행사로 키우면서 역대 최대 규모 터(약 20만 ㎡)에 76개 정원을 조성했다. 주제는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 지하철 7호선 자양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시원한 한강을 배경으로 ‘무료’ 정원 여행이 시작된다. 박람회장 가든센터에서 ‘식물 지름신(神)’이 내릴 확률이 높으니 튼튼한 팔과 장바구니를 준비하기를 권한다. 박람회가 끝나도 정원들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하니 인근 주민들 삶이 부러워진다.3. 빨갛게 물드는 충북의 5월전국 유일의 정신문화 축제인 음성품바축제가 ‘품바, 스물다섯 살 청춘이 되다’라는 주제로 22∼26일 음성 설성공원과 꽃동네 일원에서 펼쳐진다. 7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와 9년 연속 충북도 최우수 축제로 지정된 이 축제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일군 고 최귀동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2000년 시작됐다.단양 소백산철쭉제가 ‘철쭉, 빛으로 물들이다!’를 주제로 23∼26일 단양군 단양읍 상상의 거리와 소백산 일대에서 열린다. 40주년을 맞는 올 축제는 첫날 소백산 연화봉에서의 산신제와 제7회 대한민국 실버가요제를 시작으로 △철쭉제 40주년 기념 개막 콘서트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철쭉 HERO 걷기 △단양 사투리 경연 △철쭉엔딩 콘서트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와 함께하는 소백산행 등이 진행된다.24∼26일 ‘괴산을 핫하게’를 주제로 괴산군 유기농엑스포광장과 동진천변 일원에서 열리는 ‘2024 빨간맛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다. 괴산의 대표 농산물인 고추와 봄꽃인 꽃양귀비, 백일홍 등에서 연상되는 빨간색을 통해 괴산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 인근 천변 1만 ㎡에는 100만 송이의 꽃양귀비와 백일홍이 모습을 드러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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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호수’가 철새들의 낙원으로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반값 KTX 타고 ‘숨은 관광지’ 찾아, 6월 여행 떠나요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6월 여행 가는 달’ 캠페인을 통해 각종 교통 할인, 숙박 혜택, 여행 프로그램 등을 선보입니다. 숙박 5만 원, 교통 50% 할인 등 행사가 있으니 여행을 계획했던 분들이라면, 혜택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DMZ 평화의 길, 시민의 품으로강화도가 이달 16일부터 11월 말까지 강화군 비무장지대 인근 ‘디엠지(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노선을 개방합니다. 특히 그동안 민간에 개방되지 않았던 군사시설이자 전적지인 의두분초와 불장돈대가 이번 테마 노선에 포함됐습니다. (평화의 길은 강화 외에도 인제와 고성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호수’가 철새들의 낙원으로올해로 준공 30주년을 맞은 시화호는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다가 2001년 해수화를 거치면서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곳입니다. 30년 전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어떻게 ‘생명의 호수’가 돼갔는지 살펴봅니다. 1. 반값 KTX 타고 ‘숨은 관광지’ 찾아, 6월 여행 떠나요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평소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관광지가 6월 한 달간 특별 개방되고, 숙박 및 교통 요금 할인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6월 여행 가는 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 3월에도 같은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할인 혜택 폭과 여행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교통 할인의 경우 숙박·체험권 등 지역관광 연계 상품과 결합해 구매하면 고속철도(KTX) 요금을 주중에는 50%, 주말에는 30% 할인해준다. 또 서해금빛열차, 백두대간협곡열차 등 5개 관광열차의 운임을 50% 할인하고, 내일로패스 1만 원 할인, 내륙 항공노선 2만 원 할인, 시티투어버스 50% 할인도 진행된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를 고려해 반려동물 항공운임 할인 혜택도 진행한다. 철도와 항공 할인권은 16일부터 예매할 수 있고, 정해진 수량만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반려동물 운임 할인권은 다음 달 1일부터 예매할 수 있다.2. DMZ 평화의 길, 시민의 품으로인천시는 강화군에 있는 민간인통제선 이북 비무장지대(DMZ) 인근 ‘평화의 길’ 테마노선을 16일부터 개방한다고 8일 밝혔다. 천혜의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DMZ 접경지역을 안보 관광 명소로 육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테마노선은 강화전쟁박물관에서 출발해 6·25 참전용사기념공원∼강화평화전망대∼의두분초∼철책선 도보길∼불장돈대∼대룡시장∼화개정원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철책선 도보길 약 1.5km를 포함해 모두 62.5km에 이른다.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5, 6시간 정도 걸린다.3. ‘죽음의 호수’가 철새들의 낙원으로“꾸르륵.”8일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 앞.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붉고 긴 부리로 조개나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습지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주변 물속에서 가물치, 잉어, 붕어, 숭어 등 물고기들과 동죽조개와 모시조개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화호에서 조류를 탐사하는 서정철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는 “시화호는 현재 저어새와 물닭,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 보호새들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며 “30년 전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지금은 ‘생명의 호수’로 복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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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송이 꽃의 향연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억 송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731)한국에서 30개국에서 50개 도시, 200여 개 기관과 단체·업체 등이 참여하는 대형 꽃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고양국제꽃박람회입니다. 지난해엔 10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해마다 큰 인기몰이를 하는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는 이 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는군요. 지난달 말 시작한 행사는 이달 5월 12일까지 열립니다. 5월은 푸르고 어린이는 자란다(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478 대덕문화전당)가정의 달과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대구·경북 곳곳에서 각종 행사가 풍성하게 열립니다. 대구 남구에선 악동 페스티벌, 북구에는 지역 떡볶이 맛집이 모이는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봄의 대둔산(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으로도 불립니다.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해발고도 878m 정상에는 봄이 늦게 찾아오기 때문이죠. 1000여 개 봉우리 6km 능선이 물결치듯 이어지는 산그리메(산그림자)를 헤치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가슴을 웅장하게 합니다.1. 1억 송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올해는 호수공원 북서쪽의 ‘노래하는 분수광장’과 ‘장미원’까지 확대해 1억 송이의 꽃을 선보인다. 행사장 전체 면적은 지난해보다 5만 ㎡ 늘어난 약 24만 ㎡다. 축구장(7140㎡) 33개와 맞먹는 규모다. 걸어서 둘러보려면 어림잡아 2시간은 걸린다. 공연 관람과 각종 체험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10m, 길이 20m의 웅장한 꽃등고래와 재두루미 조형물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올해 박람회 주제인 ‘지구환경과 꽃’을 형상화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공공프로젝트 작품으로 호수공원의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진 꽃장식을 연출했다.장미원에서는 화사하게 핀 빨강, 연분홍의 2만여 송이 장미를 개화기보다 한 달 반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꽃탑과 꽃 터널, 꽃 아치로 연출한 꽃만개정원은 인증 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주제 정원엔 한국의 토종 꽃과 야생화를 심은 자연학습장,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 정원이 꾸며져 있다.평소 보기 힘든 희귀 꽃도 전시된다. ‘아모르포팔루스 파에노이폴리우스’가 가장 관심을 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데 꽃이 필 때 모양이 ‘코끼리 발’을 닮았다. 수분으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썩은 냄새를 뿜는다. 최대 높이는 약 60cm, 폭은 50cm 정도인데, 씨앗 크기만 폭 30cm에 이르고 무게는 15kg에 달한다.2. 5월은 푸르고 어린이는 자란다▶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대구 남구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대덕문화전당에서 악동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야외광장에 만들기와 그리기 등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와 공 던지기 등의 게임존, 허기진 배를 채워줄 푸드존을 설치한다. 버블매직쇼와 랜덤댄스쇼가 차례로 펼쳐지며 흥을 한껏 돋울 예정이다. 오후 2시에는 드림홀에서 어린이 뮤지컬 피터팬을 공연한다. 무료 공연이며 남구는 현재 530석에 대한 사전 예매 신청을 받고 있다.북구에서는 4, 5일 고성동 DGB대구은행파크 일원에서 제4회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신참 떡볶이를 비롯해 신불 떡볶이, 동성로 형님 떡볶이, 1987 자매분식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떡볶이 맛집 30여 곳이 총집합한다. 축제 일정에 어린이날이 포함된 만큼 에어바운스와 슬라이드 볼풀장, 가상현실 열차 체험, 빅벌룬쇼 등 동심을 저격할 다양한 즐길 거리도 준비했다.경북문화관광공사도 경주와 안동에서 가족들을 위한 풍성한 행사를 마련했다.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4, 5일 에어 스포츠 체험과 미니 농구, 축구, 사격, 키다리 피에로 쇼 등을 진행한다. 마술쇼와 풍선아트, 버블쇼도 하루 3차례 진행해 어린이날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안동문화관광단지 내 유교랜드에서는 5, 6일 3대 가족과 2자녀 이상 다자녀 가족을 대상으로 무료입장 행사를 펼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달 말까지 입장료 2000원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5일에는 어린이날 특별 이벤트로 가훈 쓰기 등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3. 봄은 대둔산에서 북장단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대둔산은 충남 논산과 금산, 전북 완주에 걸쳐 있다. 충남 쪽은 숲과 계곡이 부드러운 ‘육산(肉山)’이고, 전북 쪽은 기암괴석과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골산(骨山)으로 두 개의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가 완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것이다. 걸어서 대둔산을 오르는 코스 중 가장 짧은 곳은 금산 태고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이다.대둔산 제2봉 낙조대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소다. 일출 산행을 위해 낙조대를 찾았다. 낙조대 정상은 해발 859m인데 그 아래 산기슭에 자리 잡은 태고사 해발고도는 660m 정도다. 태고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하면 넉넉잡고 1시간 안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오전 5시쯤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등산객이 몰고 온 대여섯 대 차량이 눈에 띄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산을 오르니 계곡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낙조대 부근 암봉(巖峰)과 암벽으로 이뤄진 생애대(해발 735m)도 일출 명소다. 바위에 자라는 소나무 옆에 걸터앉아 떠오르는 해와 함께 찍는 인증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진달래가 피어 있는 능선을 지나니 드디어 낙조대 정상이다. 첩첩이 쌓여 있는 산들이 어깨동무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다닌다. 그 안에 불그스름한 해의 기운과 푸른 산의 기운이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운해(雲海)는 구름의 바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운해 위에 떠 있는 산봉우리는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 아름다움은 곧 그리움이 되겠지. 내 인생의 산그리메를 새벽 대둔산에서 만났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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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말고 인도 지능”[소소칼럼]

    2016년 미국에 등장한 무인결제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는 한땐 혁신의 상징이었다. 아마존 고엔 고객이 제품 바코드를 찍지 않고 계산대를 그냥 지나쳐 나가더라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매장이었다. 아마존은 고객이 무슨 물건을 들고 나갔는지 센서와 카메라를 파악한다고 알렸다. 매장 천장에는 카메라 100대가 넘는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상품의 무게와 고객의 움직임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한다고. 아마존은 당시 미국에 이 무인 슈퍼를 2021년까지 3000개 만들겠다고 야심만만하게 선언했다. 당시 아마존은 이미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던 만큼, 차별화된 AI 컴퓨팅 비전 기술로 다른 오프라인 매장들과 격차를 벌리고 온·오프라인에서 통합된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계산대 줄 서기가 사라진 모습을 보고 국내외 언론이 앞다퉈 인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쇼핑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그 무렵 외신에서 쏟아져나오는 아마존 고 기사와 사진은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걸 보여주는 직접적이고도 명시적인 이미지였다. 이때만 해도 인간이 없는 쇼핑이 근미래가 될 것임을 사람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보니, 세상이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지난해부터 아마존 고 기존 매장이 철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아마존 고의 확대 버전인 아마존 프레시에선 무인 결제 시스템도 매장에서 뺀다고 한다. 기술을 운영하기 위한 카메라 등 부품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가, 그들이 자랑하던 컴퓨터 비전과 AI 검증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달 초 외신 보도를 통해 아마존이 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계산원 대신 인도인 원격 근무자들을 1000여 명 고용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객이 무인결제 시스템을 지나친 뒤 영수증을 받으려면 1~2시간씩 걸렸는데 인간의 검수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인 결제 시스템의 결함을 사람이 보완했다는 의미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무인 결제 중 약 70% 가량은 인간이 검토했다고 한다. 계산원이 검수원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큰 혁신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러니 누군가는 온라인에선 번역된 기사를 보고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도 지능”이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아마존 입장에선 기술 효용성을 검증한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론 아마존이 AI와 이에 연계한 각종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선도 기업임을 알리려는 의도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그들이 확보했다고 알렸던 기술은 너무 불안정했고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존 무인 결제 시스템의 실패를 두고, 소비자에게 줘야 하는 실질적 가치는 없었다는 냉정한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성적표를 보면서 국내 현실도 떠올랐다. IT 신기술을 도입한다는 기업 대부분이 당장 실질적인 기술 개발 성과나 기술 효용성이 없는데도, 마케팅 효과를 위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적잖다. 기자가 3~4년 전 IT 담당 취재를 맡았을 때 만나자던 IT 분야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서도 그런 유형이 적지 않았다. 어떤 대표들은 현란한 기술적 수사 속에 정작 업의 본질에 대해서 물으면, 텅 비어 있었다. 묵묵하게 창업자 자신이 문제 삼고 개선하려는 현실의 문제의 어려움을 묵묵하게 털어놓는 대표들만이 신뢰가 갔다. 그들이 옳았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해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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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만큼 매력적인 울진, 봄맞이 서울 자연 속 도서관까지[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 1. 울진의 동굴, 모노레일, 스카이워크동아일보는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석회암 동굴 ‘성류굴‘과 등기산 스카이워크,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을 꼽습니다. 3곳의 관광지는 당일 여행코스로도 알맞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광했는데, 관광지 간 이동 시간은 차로 30분씩 소요됐습니다. 울진은 인구 밀집도가 낮은 편이라 교통 체증도 적고, 이동 환경이 쾌적하다는 장점도 있었다네요. 2. 서울 자연 속 도서관서 힐링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울 곳곳에서 이색 야외 독서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18일 개장한 서울야외도서관은 올 11월 10일까지 휴장 없이 운영합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시민이 뽑은 1위 정책에 꼽힐 정도로 호응이 컸죠. 올해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이어 청계천까지 장소를 확대했습니다. 3. 오감 만족 남도 여행, 전북의 치유관광 전북은 전체 면적의 56%가 산림이죠. 물이 맑고 공기가 좋습니다. 이런 자연환경은 지친 몸에 쉼을 줍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만 같네요. 많은 이가 전북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전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난해 10곳의 치유 관광지를 선정했습니다. 어떤 곳들인지 함께 알아보시죠.1. 아는 만큼 매력적인 울진▶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석회암 동굴 ‘성류굴’로 2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총길이는 약 870m이며,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270m이다.성류굴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이색적인 풍광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동굴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낯섦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석회암 생성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종유석, 석순, 석주, 석판, 석막 등 다양한 형태의 석회암이 가득해 마치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성류굴은 신라 진흥왕 17년(548년)에 발견됐으며, 임진왜란(1592년) 때 왜군을 피해 불상들을 굴 안에 피신시킨 것으로 유명해졌다. 실제로 굴 안은 연중 12~18도를 유지하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라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울진을 관광한다면 성류굴 방문은 추천할 만하다. 지구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 어린이는 2500원이며 인근에 넓은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2. 책 읽기 좋은 봄… 자연 속 도서관서 힐링▶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공원 한가운데 있는 도서관이라 아들과 함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오고 있어요.”16일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만난 김민지 씨(35)는 네 살 된 아들에게 뽀로로 책을 읽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2020년에 조성된 책쉼터는 양천근린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가 됐다. 어디서나 공원이 잘 보이도록 통유리 창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자연과 바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장 도서도 1만 권 가까이 돼 주민들에게 인기다. 이날도 20여 명이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김 씨는 “바로 앞에 큰 놀이터도 있고, 일반 도서관과 다르게 대화도 가능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좋다”며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아이가 먼저 도서관에 가자고 한다”고 전했다.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초구, 강북구 등에서도 이색 야외 독서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강북구는 24일부터 북한산과 인접한 수유1동에 숲속 북카페인 ‘산수유’를 운영한다. 북한산 초입에 있어 주민들이 차를 마시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됐다. 서초구는 다음 달 25일부터 ‘서초 책 있는 거리’를 운영한다.3. 별빛이 내린다… 숲에서 별 보고 명상하니 여기가 무릉도원▶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전북형 치유 관광지 10곳 가운데 힐링·명상과 뷰티·스파 주제에 이름을 올린 곳은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와 고창웰파크시티다. 고려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의 건국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는 편백은 물론이고 희귀종인 청 배실 나무 등 다양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아이들이 숲과 하나 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숲 놀이터, 북카페를 비롯해 명상 덱, 풍욕장, 수목원 등이 있어 일상에서 지친 몸의 재충전에 안성맞춤이다.고창웰파크시티에서는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온천에서 수압 자극을 통해 물리치료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있다. 황토와 피톤치드로 만들어진 숙소와 황톳길 체험장, 면역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몸에 쌓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전통 생활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곳도 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대승한지마을이 그곳이다. 대승한지마을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의 한지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던 지역이다. 지금도 장인 수준의 한지 생산 기술자들이 국내산 닥나무와 전통 방식의 외발, 쌍발을 이용한 제작 기술로 고려 한지의 명맥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한지 생활사 전시관과 한지 체험장에서 한지를 직접 뜰 수 있고, 한옥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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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의 목련, 5월의 차나무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 천리포수목원의 목련봄이면 수많은 꽃 축제가 열리지만, 목련 관련 축제는 국내에서 천리포수목원 목련 축제가 유일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축제는 이달 21일까지 이어집니다. 천리포수목원은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세계 최다 목련 수종을 보유한 수목원으로도 유명하죠. 목련 축제 프로그램은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목원을 찾은 김선미 기자는 목련을 감상한 후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2. 쌍계사의 차 문화국내에서 처음으로 차나무를 심었던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선 다음 달 2∼5일 차문화대축전이 열립니다. 올해는 시배지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개원채다 의식, 다도 의례, 다맥전수식 등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茶-디카시로 만나다’라는 행사도 연다는군요. 이진구 기자가 쌍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만나 ‘선다일미(禪茶一味)’의 경지를 이야기합니다.3. 2.5km 길이, 국내 최장 ‘징검다리’전남 신안군 암태도에 딸린 부속 섬 추포도엔 두 가지 명물이 있습니다. 가는 모래로 유명한 추포해수욕장과 300년의 애환이 담긴 노둣길이죠. 길은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시멘트 도로 속에 숨어 있었지만, 최근 이를 철거한 뒤 다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1. 목련, 순간적이면서 동시에 영원한▶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지난 주말 천리포수목원에서의 한나절은 황홀했습니다. 세상에서 목련의 종류가 가장 많은 수목원에서 눈이 시리도록 목련을 봤으니까요. 컵케이크처럼 생긴 목련을 비롯해 꽃잎이 마흔 장이나 되는 별목련까지…. 4월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보다 목련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이달 21일까지 열리는 천리포수목원의 ‘사르르 목련 축제’에 간 것은 이 수목원을 설립한 고 민병갈 원장(1921~2002·미국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지난해 9월 썼던 ‘고 민병갈 천리포수목원장님에게 보내는 계절 편지[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기사()의 맨 마지막은 이랬습니다. ‘내년 봄 목련이 가득 필 무렵에도 가겠습니다. 각별히 아끼셨다는 ‘라즈베리 펀’ 목련, 딸기에 크림을 얹은 색 같다며 ‘스트로베리 앤드 크림’이라고 이름 붙이신 목련도 보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천리포는 계절마다 가봐야 한다고 말하나 봅니다. 천리포수목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원장님.’예. 이번에 가서 라즈베리 펀 목련도, 스트로베리 앤드 크림 목련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왔습니다. 라즈베리 펀은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의 민병갈 원장 동상 옆에 별 모양의 연분홍 꽃을 풍성하게 피우고 있었습니다. 2. 차 마시기 전 명상 잠기면 마음속 화가 사르르▶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올해 처음 딴 첫물 차인데, 한번 드셔보세요.”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주지 스님이 차를 권했다. 늘 보던 것과 달리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하얀빛. 진한 차 맛을 기대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생각과 달리 약간의 단맛이 나는 맹물에 가까웠다. “무슨 맛은 나지요? 허허허. 이게 진짜 녹차 맛입니다.”2024 쌍계사 세계 차문화대축전’(5월 2∼5일)이 얼마 남지 않은 15일.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만난 주지 지현 스님은 “차를 마시는 과정이 수행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선다일미(禪茶一味)라고 한다”며 “마시기 전 3분만 조용히 명상에 잠겨도 마음속 화가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3. ‘300년 역사’ 전남 노둣길 살아나니 갯벌도 ‘생기’▶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추포도에 살면서 옛 선조들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추포도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에 딸린 부속 섬이다. 본래 북쪽 포도(浦島)와 남쪽의 추엽도(秋葉島), 동쪽의 오도(悟島) 등 3개 섬으로 이뤄졌으나 1965년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서울 여의도의 약 1.4배(4.050km²)인 추포도에는 명물이 두 개 있다. 가는 모래로 유명한 추포해수욕장과 300년의 애환이 담긴 노둣길이다.김성룡 추포도 이장(70)은 요즘 갯벌에 나가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달라진 일상을 전했다. 김 양식과 염전, 농사일을 주로 하는 주민들이 갯벌에 자주 나가는 이유는 칠게와 낙지, 짱뚱어가 예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지난해 암태도와 연결된 시멘트 도로를 철거한 뒤 일어난 변화”라고 말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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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원을 다시 보게 됐다 [여행의 기분]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주 간추린 여행지1. 남원, 여러 빛깔의 사랑.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남원역까지 약 2시간 20분. 광한루부터 몽심재까지. 남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당일치기 여행으로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여기 한 기자는 여러 빛깔의 사랑이 남원의 정원에 있다고 말합니다. 남원의 공간 속에 사랑은 어떻게 스며들고 있을까요.2. 걷기 좋은 봄밤, 도시의 숲 경기 부천시의 대형 실내 수목원인 수피아가 5일부터 주말 야간 개장을 시작했습니다. 도심 숲 치곤 드물게 각종 야자수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낮 도시 열기를 벗어나 야자수 숲을 걷고 있노라면,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로 건너가는 기분입니다.3. 고궁에서 느끼는 따뜻한 봄날매년 치열한 예약 경쟁으로 ‘궁케팅(궁궐+티케팅)’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낸 ‘경복궁 별빛야행’도 어김없이 열립니다. 다음 달 2∼4일 하루 2회 차로 진행됩니다. 경복궁 소주방에서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진 수라상을 체험한 뒤 궁 곳곳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밤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궁중문화축전 사전예약 프로그램은 예약 플랫폼 티켓링크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1. 사랑 사랑 내 사랑이어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광한루가 있는 정원 일대를 통칭하는 광한루원은 조선을 대표하는 관아정원(官衙庭苑)으로 대한민국 명승(名勝)이다. 광한루에 오른다. 광한루의 진가는 내부에 들어섰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봄바람 드는 광한루에 서면 조선의 뛰어난 문인(文人) 정철이 발의한 세 개의 섬, 즉 삼신산이 시야에 펼쳐진다.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내부가 뻥 뚫린 본루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연지와 오작교 그리고 대나무, 배롱나무,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신선의 세계다. 광한루에 걸린 현액(懸額)이 ‘계관(桂觀)’이다. 계수나무가 있는 달나라 궁전을 암시하는 것이다.광한루원에서는 다음 달 10∼16일 제94회 춘향제가 열린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남원 유지와 주민, 권번 기생들이 돈을 모아 춘향사당을 준공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된 춘향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광한루원에서는 다음 달 10∼16일 제94회 춘향제가 열린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남원 유지와 주민, 권번 기생들이 돈을 모아 춘향사당을 준공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된 춘향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2. 걷기 좋은 봄밤, 야자수 숲으로▶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기 부천시가 원미구 상동호수공원에 건립한 돔 형태의 대형 식물원 ‘수피아’가 5일부터 주말 야간에도 개방됐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밤에 상동호수공원 산책에 나서는 시민들이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8일 시에 따르면 72억 원을 들여 지상 2층 규모(연면적 2969m²)로 수피아를 조성해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 9개 테마공간에 430여 종(2만8000본)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우선 관엽원에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12종류의 고무나무가 식재됐다. 수생원은 열대지방 강과 호수 주변에서 서식하는 수생식물이 자란다. 열대벗풀과 알로카시아 등을 만날 수 있다. 식물원 중앙에 있는 야자원에서는 오아시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중동야자, 대왕야자, 공작야자, 코코넛야자 등 22종의 야자수가 관람객을 맞는다.3. 고궁에서 느끼는 따뜻한 봄날▶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서울 고궁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을 입고 궁중 일상을 체험하거나, 수라상을 맛본 뒤 궁중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등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 ‘2024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축전은 고궁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축전 기간 5대 궁을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궁패스’는 26일까지 1만 장 한정 판매한다.올해는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 복식을 입고 궁중음식과 무예, 무용 등 다양한 궁중 일상을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시간여행, 세종’을 경복궁 일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궁 침전, 소주방 등에서 연기자들이 펼치는 왕실 상황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다음 달 4, 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가야금, 대금, 해금 연주자 100여 명이 연주하는 ‘고궁음악회, 100인의 치세지음(治世之音)’도 처음 선보인다. 조선 궁중음악 ‘여민락(與民樂)’을 시작으로 음악으로 세상을 화평하게 하려 했던 정신을 느낄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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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백예린은 그렇지 않아 [소소칼럼]

    가수 백예린이 R&B 팝스타를 거쳐 록 밴드 보컬로 앨범을 낸 건 3년 전이다. 백예린의 중저음 보컬과 팝스러운 멜로디는 록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에서 지글거리는 기타와 억센 드럼 사운드에 맞서면서 세련된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2021년 백예린의 록 밴드 보컬 변신을 두고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a.k.a 희미넴, 전 동아일보 기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눈의 꽃’의 나카시마 미카가 영화 ‘나나’에서 펑크 록커로 변신했던 것”에 빗댔다. 그 말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마치 새 배역을 맡은 영화배우처럼 돌연한 변신의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R&B 기반 팝가수가 거친 사운드로 중무장한 록 밴드 보컬로 변신한 사례를 찾자니, 그만큼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백예린은 록 밴드에 너무 진심이라, 가사에도 상당한 분노가 실려 있다. 가사에 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팬이나 대중이 저를 떠올릴 때 원피스를 입은 하늘하늘한 예린, 페스티벌 예린… 이렇게 많이 생각해주시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깨보고 싶었나 봐요.” ()맞다. 백예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2017년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에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바람을 맞으며 당시로선 미발표곡 ‘스퀘어’를 부르는 모습이다. 강렬한 인상이라, 그 영상을 보는 동안엔 내가 아저씨 몸에 갇힌 백예린 감성이라는 걸 깨닫게 될 정도였다.(나 그랬구나!)록 밴드 보컬로서의 변신은 나 같은 뜨내기 팬을 비롯해 팬들의 기대감을 의식하기에 의도적으로 엇나간다는 식이었다.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할 때 백예린은 묘하게 이율배반적이다. 그의 음악이 감동을 자아낸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해석이 노래에 섬세하게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백예린이 쌓아온 독보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근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백예린의 목소리를 들었다. 합성된 소리는 영화 라붐 OST 리얼리티(Reality)를 부른다. 음색은 판박이다. AI 예린이 완곡할 때 그것이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그 감동이란 현실에서의 백예린이 다지면서 만들어온 단단한 캐릭터와 자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임을. AI는 들어줄 만하지만, 거기엔 독자적인 매력은 없다. 백예린은 더 발룬티어스 보컬로서 같은 곡을 커버한 적이 있다. 그때 현실에서의 백예린은 장미 가시를 밟는 처절한 사랑을 끝낸 뒤인 것만 같다. AI 예린은 원곡의 늦은 밤 포근하고도 사랑스러운 기운을 담아낸다. 실제 이 곡을 커버하는 현실에서의 백예린은 외롭게 낮게 읊조린다. 같은 음색으로 음표를 실수 없이 회수하는 AI엔 없는 매력이다. 시행착오 속에서 만들어낸 단단한 감동이 없고, AI는 그저 실재하는 백예린의 캐릭터에 기댄다. AI 커버는 아무리 잘 부른 노래라도 매력적인 캐릭터 없인 공허하다는 것. 유튜버 침착맨이 부르는 ‘시티팝’과 스타크래프트 해설가 전용준이 부르는 발라드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의 독보적인 캐릭터 없인 아무리 잘 부른 노래도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캐릭터란 오랜 세월 동안 도전하고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고민하고 다시 나아가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이쯤 되니 백예린 음악은 AI에 맞선 존 코너 같기도. 그런 점에서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 칼럼 ‘’의 마지막 말이 더욱더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북두칠성처럼 빛나는 인간의 흑심은 죽어도 챗GPT가 넘어서지 못할 테니까요.” 으흠, 과연 그렇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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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전국 곳곳 ‘봄꽃 축제’…22일부터 벚꽃 개화[여행의 기분]

    부산과 경남에서 첫 벚꽃이 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2일부터 ‘봄꽃 축제’가 줄줄이 개막한다. 이번주 막바지 꽃샘추위에도 올해 봄꽃 개화는 평년보다 1~5일 정도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는 15일 개나리 개화가 시작됐다. 광주와 대구에는 19일 봄꽃이 열렸다. 대전 26일, 서울 28일, 춘천은 다음 달 2일 각각 개나리가 핀다. 벚꽃 개화 시기도 다가온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맞이하는 곳은 부산과 경남 일대(22일)이다. 광주 28일, 대전 30일, 서울에선 다음 달 3일 벚꽃 개화가 예상된다. 벚꽃 개화에 맞춰 전국 축제들도 개막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는 22일 전야제부터 시작해 다음달 1일까지 열린다. 진해 군항제가 열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른 시기 개막이다. 올해는 450만 명 인파가 군항제를 찾을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하고 있다.전남 구례군 문척면 일대에선 ‘구례 300리 벚꽃축제’가 2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긴 300리 벚꽃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구 달성군 옥포읍번영회는 23, 24일 옥포읍 기세리 벚꽃길과 송해공원에서 ‘제10회 옥포 벚꽃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달성군노인복지관에서 송해공원 제4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벚꽃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다만 막바지 꽃샘추위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주말 토요일 비 소식이 있어 봄꽃 축제 일정은 유동적이다. 경주 대릉원돌담길 벚꽃축제는 당초 22일부터 사흘간 열릴 참이었으나, 벚꽃 개화가 다소 늦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개막을 일주일 미뤘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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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성실 연재하던 초인을 기리며

    만화 ‘드래곤볼’ 창작자 도리야마 아키라 작가가 뇌출혈로 일주일 전 별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8일. 공교롭게도 이날 도리야마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일본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에서다. 도리야마는 당시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이에 그가 행사 주최 측에 미리 보내 놓은 수상 소감이 그의 만화를 주제로 한 전시 부스에서 공개된 것이다. 별세 소식은 메시지가 공개된 후 알려졌다. ‘애니메이션엔 별로 관심이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예전엔 제 작품이 애니메이션화됐을 땐 많이 안 봤습니다. (중략) 젊었을 때 생활 습관 때문인지 건강엔 자신 없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이날 메시지는 만화잡지에 장편 연재하던 만화가 도리야마가 애니메이션 공로상을 받는 데 대한 머쓱함을 밝힌 것이다. 출판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엔 관심 없었다던 솔직함. 그러면서도 이날 메시지는 연말로 예정된 드래곤볼 탄생 4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다이마’를 기대해 달라는 내용 또한 담겼다. 원작자로서 조언만 한다는 게 일이 점차 커져서 직접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관 설정에 참여했다며.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외면적으론 평범한 수상 소감처럼 보이지만, 짧은 문구들 속에서도 그의 삶을 관통하는 태도가 읽힌다. 그는 낯가림이 심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자기 관심사 밖 일은 버겁다면서도, 막상 일이 시작되면 자기 작품에 강한 책임감을 드러내는 타입이었다. 장편 만화 연재 종료 후 애니메이션에 관여하지 않을 것처럼 암시했지만, 실제로는 조언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각본 등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작품에 적극 참여했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기작에 몰두 중이었다. 도리야마는 드래곤볼 주요 설정(정신과 시간의 방에 별다른 배경 요소가 없는 점 등)에 대해 ‘그리기 귀찮아서’라고 답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져 천재성에 의존하는 작가라는 인상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러나 공을 들일 대목과 대충 그려도 될 구간을 구분하는 건, 살인적인 연재 일정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펑크를 내지 않는 비결이었다. 드래곤볼 이후 장편 연재를 하지 않은 건 오랫동안 연속된 작업 과정에서 얻은 심한 건초염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는 휴가를 가기 전에도 미리 연재 분량을 그려놓고 갈 정도로 성실했다. 애니메이션 계약 때문에 만화 연재를 그만두기는커녕 잠시 쉴 수도 없었던 점이 불만이었는 데도, 애니메이션 ‘드래곤볼Z’ 제작 일정에 맞추고자 당시 차기 만화용 에피소드 콘티를 먼저 보내는 등 협조한 편이다. 살인적인 연재 스케줄 속에서도 게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일러스트레이터 일도 근면하게 해냈다. 투덜대면서도 할 건 다 하는 유형이었다. 그는 독자와 편집자 요구에 따라 작품 방향을 유연하게 수정했던 면모도 있다. 드래곤볼이 서유기를 본뜬 캐릭터성이 강한 모험물에서 격투물로 전환한 건 편집자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악역 캐릭터가 이전 강자를 뛰어넘으면서 쉴 새 없이 강해지는 데다 결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듣자 최근 애니메이션 들어선 캐릭터성을 더 드러내는 방향(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으로 각본 노선을 틀었다. 차기작 드래곤볼 다이마는 손오공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이 어린이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주고 전투의 비중을 더 낮출 참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줏대 없이 유연하기만 한 사람이냐면 그건 아니다. 손오공을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는 결정은 출판사 반대를 무릅쓰고 도리야마가 내린 결정이었다. 2018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요즘 만화가들이 완성도는 높지만 개성이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 면모를 종합할 때 드래곤볼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분명하게 와닿는다. 이야기의 본질을 이해하는 올바른 작가주의, 독자와 호흡하는 유연성, 작품을 떠받치는 작가로서의 근면성까지.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마치 손오공의 성장기와도 닮은 측면이 있다. 천재성과 매번 이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책임감이라는 점에서. 그가 만든 세계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별세를 안타까워한다.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프랑스 총리 가브리엘 아탈이 “용신으로도 살려낼 수 없는 곳으로 그가 갔다”는 포스팅을 올려 아쉬워했고, 아르헨티나의 한 광장에선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손을 들어 원기옥을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그곳을 지나갔다면 나 역시 주저 없이 두 손을 번쩍 들었을 것이다. 성실하고 탁월한 만화가를 기리며. 그를 사랑하는 여느 지구인으로서.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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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이 호수되고, 산이 정원되고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 이번주 선별한 여행지1. 산이정원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664)가평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년 간 정원총괄이사를 맡았던 이병철 대표가 올해 5월 해남에 새로운 정원을 엽니다. 남도에 문을 열 정원형 식물원 먼저 살펴보시죠. 2. 궁캉스를 아시나요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 궁캉스가 젊은 세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복궁 수라간 시식공감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인기라네요.3.측백나무숲에서 명상 (대구 동구 도동 산180번지)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는 뭘까요? 바로 대구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숲입니다. 숲을 즐기는 방법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1. 산이 정원이 된다 이제 새로운 명소를 여행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에 5월 초 문을 여는 산이정원이다. ‘산이 정원이 된다’는 뜻을 담은 정원형 식물원이다. 30여 년간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을 일군 이병철 산이정원 대표(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부사장)가 새로운 경관을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 조성할 52만3000㎡(약 16만 평) 중 16만5000㎡(약 5만 평)가 이번에 문을 연다.산이정원은 보성그룹, 전남도, 전남개발공사 등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의 ‘솔라시도(태양을 뜻하는 solar와 바다를 뜻하는 sea의 합성어)’ 프로젝트 중 하나다. 솔라시도는 민간이 이끄는 국내 최대 규모 신(新)환경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산이정원은 이 도시의 상징이 될 예정이다.미리 가본 산이정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닷물이 호수가 된 물이정원이었다. 시냇물을 지나 백운동 원림에 들어서듯 호수를 건너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물이정원에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과 아이들이 찾는 꿈을 동시에 담은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작품도 설치돼 있다.산이정원은 정원이 어떻게 생태와 미래를 담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일년초로 화려한 꽃밭을 꾸미는 게 아니라 여러해살이 야생화와 수목으로 사계절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나무들이 해남향교에서 문양을 딴 연꽃과 붉은 홍가시나무 형태를 이룬다. 사이프러스를 죽 심어 이탈리아 토스카나 정원을 연상시키는 드넓은 ‘하늘마루 정원’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2. 궁캉스를 아시나요몇 해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궁중체험 프로그램에선 궁궐의 내밀한 곳을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왕이 된 듯 국악 공연을 즐기며 도슭(도시락의 옛말) 수라상을 맛보는 체험으로 발전했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경우 평시 공개되지 않는 ‘장고∼집옥재·팔우정∼건청궁∼향원정’에 이르는 경복궁 북측 권역을 전문해설사와 함께 야간 탐방하면서 고종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후기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야행 중 나오는 도시락은 왕과 왕비만 받을 수 있었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찬합에 정갈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외에도 경복궁의 생과방, 수라간 시식공감, 경복궁에서의 가을나기, 창덕궁 달빛기행 등이 있다. 요새 이런 ‘궁캉스’(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마다 매년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 속에 마감된다. 이런 호응 속에 2023년 궁능관람객은 14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작년보다 28.5%가 증가했다.3. 측백나무숲에서 명상대구 동구는 천연기념물인 도동 측백나무숲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천년의 숲, 측백향 사업을 추진한다. 측백나무는 소나무처럼 침엽수에 속하지만 잎이 가늘거나 끝이 뾰족하지 않고 잎 표면이 둥그스름한 편이다. 주로 중국에서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구 도동에 측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식물 및 유전학 연구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동구는 측백나무숲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다음 달부터 다양한 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향 앤 명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숲 해설가가 동행하며 측백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복합문화공간인 측백향 커뮤니티센터에서 차를 마시고 명상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에게는 측백나무 묘목을 화분에 옮겨 심은 선물도 준다. 음악과 체험이 어우러진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인 ‘측백 와락 토크’도 준비했다. 측백나무숲 앞에서 음악 공연을 들으며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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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기분]‘아트캉스’라고 들어보셨나요?

    동아일보 지면엔 매일 방방곡곡 지역 소식이 실립니다. 기사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다양한데요, 어떤 기자들은 현장을 직접 찾죠. 어떤 곳이 좋다는 소식을 들으면 교통편을 타고 이동해서 현장을 훑어보고 감상을 전합니다.어떤 기자들은 관공서에서 매일매일 안내하는 여행·관광 관련 보도자료 중 가치있는 내용을 선별해 읽기 쉽게 정리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독자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봅니다. 때론 매거진이 온라인 속 화제가 된 장소를 모아 큐레이션하기도 하죠. 이때도 역시 어떤 주제로 묶을 것인지, 실제로 독자에게 의미있는 장소일지 고민합니다. ‘여행의 기분’은 이렇게 전한 매일의 기사 중 여러분이 찾아가보아도 좋을 만한 곳들만 골라 일주일에 한 번씩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이 계절, 주말 어디론가 가족, 친구 혹은 혼자 훌쩍 떠나려는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누구나 가끔씩 그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기사를 선별하고 묶는 뉴스레터는 일주일에 한 번 매주 목요일에 전합니다. 링크()에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 이번주 선별한 여행지 1.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31)‘아트캉스’라는 개념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새롭나요? 익숙하신가요? 호텔이 휴식하는 공간을 넘어, 관광지 그 자체가 돼 갑니다. 2. 경북 구미시 낙동강 탐방로(경북 구미시 비산동 산 2-1)많은 사람들이 구미를 회색 산업도시로 알죠. 이젠 ‘일상이 행복이 되는 낭만도시’를 꿈꾸는군요. 지난달 낙동강 풍광과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 산책길 비산 나룻길이 열렸습니다. 3. 부산 해운대구 바다 위 구름상점 여행지를 떠올리게끔 해주는 특별한 소품들이 있죠. 부산부터 시작해 전국의 독특한 지역 소품샵들을 함께 알아봅니다. 여행을 오랫동안 추억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네요!1. 요즘 뜨는 아트를 보려면 호텔로 가라… ‘아트캉스’의 시대호텔은 여행의 공간이자 쉼의 공간이고 감각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고 고급 호텔에 들어서는 건 그에 아깝지 않은 만족감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새하얗고 푹신한 침구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오감을 일깨우는 식사일 수도 있겠다. 천장이 높은 수영장, 시야가 탁 트인 피트니스룸, 향이 좋은 보디클렌저와 로션, 어마어마하면서도 세심한 꽃꽂이…. 우리는 취향에 따라 호텔을 고르기도 하지만 호텔에서 취향을 습득하기도 한다. 사랑받는 호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과 노고로 구석구석 공간을 채워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낯선 감각 중의 최고는 아트가 아닐까 한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식사할 때 우리는 평소보다 느긋한 태도를 갖게 된다. 하루쯤은 호강하겠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모든 감각을 열고 벽에 걸린 아트 작품을 들여다보는 여유가 생긴다. 요즘 호텔의 아트는 세계적 미술관이나 갤러리급이다. 홈페이지에 작품 소개를 상세히 해 두고, 원하는 투숙 고객에게는 아트 투어도 해준다. 공간의 모퉁이마다, 식사 대기 장소에도 아트 작품들이 있다.‘아트캉스’(아트+바캉스)로 입소문이 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조선팰리스에 다녀왔다.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 호텔로 2021년 5월 문을 연 조선팰리스에는 400여 점의 아트 작품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후략)2. 낙동강변 걸으니… 낙원이 따로 없네구미시는 지난달 낙동강 탐방로 ‘비산 나룻길’을 개방했다. 비산 나루터에서 구미천 종점부까지 약 1km 구간. 시는 총사업비 55억 원을 들여 수상 보도교와 목재 산책길로 꾸몄다. 낙동강 풍광과 자연 생태계를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시는 또 낙동강과 구미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갈대 습지 구간에 1.3km의 생태 탐방로를 조성한다. 시는 이곳 습지에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만큼 상세한 계획 수립과 하천 점용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말 개방할 예정이다.3. 여기서만 만나요! 로컬 소품 숍 5여행을 추억할 때면 다녀온 장소나 같이 갔던 사람, 맛있게 먹은 음식 등이 떠오르기 마련.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때의 분위기다. 바다 위 구름상점은 부산 여행의 무드를 담아낸 실링 왁스를 선보인다. 예컨대 부산 시내 속 작은 어촌 마을인 청사포를 모티프로 삼은 제품에는 밝고 활기찬 느낌을 내기 위해 파스텔 톤의 푸른색과 코럴 색의 비즈왁스를 이용했다. ‘부산불꽃축제’ 명소인 광안리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 야경은 어두운 보라색과 파란색 펄 비즈왁스로 표현했다. 이 밖에도 마린시티, 기장 캠핑존, 아쿠아리움 등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분위기를 색감으로 녹여낸다. 이곳은 부산의 문화관광 기념품 제작 기업 ‘모다라’의 메인 오프라인 숍인 만큼 실링 왁스 외에도 부산 이미지로 디자인한 에코백, 스카프, 머그 컵 등 다양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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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나, 영원한 미스터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스터리 영화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열두 살 때 서로 좋아하던 남녀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만나서 데이트하는 이야기인데도? 송 감독은 “첫 장면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등장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데, 대답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설명한다. 영화는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 나영의 남편 아서(존 매가로)가 새벽 4시 한 술집에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누구이며, 서로 어떤 관계인지 추측하며 수군거리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들이 회사 동료인지, 여행자들인지, 서로 애인인지, 만약 애인이라면 어느 쪽인지 궁금해하는 테이블 맞은편 시선 목소리다. 화면은 천천히 나영의 표정을 확대하며 빨려 들어간다. 바깥의 질문과 추측, 수군거림이 나영의 내면과 겹쳐진다. 저들은 누구야? 그건 나영이 평생에 걸쳐 의식해온 질문일 것이다. 영화는 나영과 해성의 로맨스 감정을 근간에 깔지만, 사랑을 절대화하는 여느 로맨스 공식과는 달리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사랑, 무조건 지켜’ 식은 아니다. 즉, 사랑과 삶을 경합시키지 않는다. 삶이 굳건히 이기는 구도다. 영화는 로맨스의 실현이 아니라, 관계와 인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그리고 한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을 차례대로 훑으며 대답을 찾아간다. 한국과 미국, 유년과 청년, 중년에 진입하는 시점을 교차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는 접근. 맞다. 이건 틀림없이 미스터리다. 여기선 저마다의 정체성과 여기서 파생되는 관계가 가장 중요한 테마다. 영화든 실제든 한 인간의 정체성이란 다양한 성분 배합이다.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것, 주어지거나 주어지지 않은 것. 각각의 요소가 얼마나 비율별로 뒤섞이고 혼합되느냐에 따라서 각자의 정체성이 규정된다. 그 배합의 비율이란, 돌이켜보면 늘 공교롭고도 묘한 것이다. 여기서 나영은 중산층 배경에 열두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나영은 해외에서 쓸 이름을 선택해야 할 때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노라라는 이름을 부모에게서 받다시피 한다. 이는 모두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나영 혹은 노라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작가로서의 삶을 위해 캐나다에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다. 예술인 레지던시에 입주한다. 선택이다. 선택과 조건이 중첩되며 삶이 구성된다. 그러나 나영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인연이라는 의미를 남겨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에도, 몇 겹의 인연이 쌓여서 만들어진 필연이라는 믿음. 이건 돌고 돌아 선택과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자기 정체성을 긍정하는 논리가 된다. 우연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실패와 착오, 삶의 교차와 엇갈림에 대해서도 납득한다. 여기 나 자신은 불가피하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명제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남편 아서가 현재 미국 사회에 안착한 노라의 삶과 선택을, 해성은 나영이 선택하지 않고 내려놓고 온 한국에서의 삶과 과거를 각각 상징한다. 그 모두 인연의 형태로 나영과 맺어져 있다. 나영은 얼마간은 한국인이고, 얼마간은 미국인이며 혼재된 정체성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삶이 무수한 ‘패스트 라이브스(Past Lives)’, 전생이 중첩된 결과라면 모든 인간은 다 얼마간씩은 혼재된 채로 살아간다. 영화는 서구권에선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윤회 사상을 가지고 와서 다층적 정체성의 감각을 일깨웠고, 이로 인해 해외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아마도 나영은 오프닝 장면에서 한국에 남아 있었더라면 가능했던 삶의 형태들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일 뿐이다. 로맨스조차도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받아들일 테니. 오히려 로맨스 대신 나라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빠져들어 가며 속에서 계속 되묻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누구인가. 그러한 질문은 이민자의 테마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연 속에 흘러간다. 정체성이란 늘 유동적이다. 이러니 타인을 한 가지 정체성으로 함부로 규정해도 될 것인가.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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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원작자 반대에도… 장난기 대신 슬픈 얼굴의 웡카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1916∼1990)이 쓴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년)은 1971년 처음 영화화됐다. 로알드 달은 그 영화를 몹시도 싫어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제목. 영화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국내 개봉명 ‘초콜릿 천국’)이다. 영화 제목에선 주인공 판잣집의 가난한 꼬마 찰리 대신 제과업자 웡카의 이름이 들어간다. 식품회사 퀘이커가 원작 소설에서 착안해 초콜릿 ‘웡카 바’를 만들어서 팔 참이었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제작비 전액인 300만 달러를 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제품을 광고하려는 목적인 만큼, 영화 제목에도 제품명처럼 웡카가 들어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시 침체기였던 영화업계는 온갖 자산을 팔던 시점이라 후원인의 입김은 절대적이었다. 졸지에 웡카 영화가 된다. 달은 배역 캐스팅도 못마땅해했는데, 특히 웡카 역을 맡은 배우를 두고두고 씹었다. 비밀스러운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웡카는 소설에선 장난기와 웃음기가 가득하다고 묘사된다. 반면 이 역을 맡은 미국 배우 진 와일더는 장난꾸러기보다는, 친절하되 냉소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애수에 젖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달은 와일더의 유약한 인상이 괴짜 웡카 역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지만, 감독의 견해는 달랐다. 초콜릿 공장에 온 아이들을 환대하다가도 그들이 무례할 때마다 악마처럼 돌변해서 골려주는 웡카라는 인물은 다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원작자 의사와 무관하게 각색이 이뤄졌다. 소설에서 웡카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느닷없이 토끼춤을 추는 반면, 와일더가 연기한 웡카는 첫 등장 신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뚝이면서 걸어 나온다. 그러던 그가 앞으로 넘어질 것처럼 휘청이다가 앞구르기를 하자 아이들이 환호한다. 시작부터 아이들을 속이는 깜짝 공연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속내를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운 인물을 묘사하고자 와일더가 제안한 각색이다. 달은 이런 잡다한 각색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영화는 개봉했다. 그는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TV에 나오면 그냥 꺼버렸다. 007 시리즈 ‘두 번 산다’ 각본을 쓴 그였지만, 정작 자기 작품 영화화엔 인색해졌고 영화 산업에 대해서도 냉소했다. 원작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영화는 겨우 손익 분기점을 맞췄다. 그러나 작품의 운명이란, 인생처럼 모를 일이다. 이 인기 없던 가족 영화는 1980년대 들어 재조명된다. 당시 가정용 비디오 기기 보급과 함께 어린이 가족 영화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리마스 시즌 재방송 등으로 큰 인기를 누린다. 최근 개봉작 ‘웡카’는 이 1971년작 영화의 프리퀄이다. 달 소설에서 캐릭터만 빌려오고, 스토리는 모두 새롭게 창작된 것이다. 주인공 웡카(티모테 샬라메)와 메인 캐릭터 움파룸파(휴 그랜트) 모두 1971년 영화 작품과 복장이 유사하다. 약간은 슬퍼 보이는 웡카의 표정도 해당 작을 따른다. 또 그때와 같은 노래를 부른다. 달은 웡카가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도 싫어했지만, 이제 더 이상 소설만이 원작도 아닌 것이다. 작품의 운명이란 이처럼 묘하다. 이번 작에서 관중 앞에서 태연하게 공연하는 웡카 캐릭터는 소설이 아니라, 1971년 작에서 따왔다. 이는 코미디언이기도 했던 와일더의 해석이었다. 영화 웡카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중시하는 무드 역시 1971년 작과 관련이 깊다. 그 영화에선 주인공 찰리가 편모슬하이고, 엄마의 사랑이 각별하다. 소설 원작에선 아버지가 있는데도 바꾼 설정이었다. 이처럼 최근작은 소설보다 영화 원작을 취하지만, 그럼에도 원작자 달이 추구해온 작품 세계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자기가 능숙한 줄 알지만 실은 엉망진창인 어른과 책벌레로 야유받지만 실제로는 세상사에 통달한 어린이의 대립 구도는 달의 말년 수작인 ‘마틸다’를 떠올리게끔 한다. 달은 오 헨리처럼 ‘트위스트 엔딩’(소설 막바지에 이뤄지는 반전)의 달인이었는데, 선한 얼굴을 하고서 남을 속이거나 제 꾀에 넘어가서 골탕먹는 악인들을 자주 등장시키곤 했다. 웡카 영화 속 악인인 여관 주인은 그의 단편 소설 ‘하숙집 여주인’(번역 소설집 ‘헨리 슈거’에 수록)이 연상된다. 이번 작 웡카는 원작의 결함을 보완하기까지 한다. 소설에선 초콜릿을 먹으려고 공장에 와서 일하던 움파룸파 나라 사람들이 제국주의의 희생자처럼 보였다면 최근 개봉작에선 웡카와 동등한 위상을 지닌 활극의 주역이 된다. 이쯤 하면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작품을 둘러싼 서사까지도 함께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성장은 응원할 수밖에 없다.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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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평범한 사람들의 초능력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시민 덕희(라미란)가 중국으로 날아가 범죄조직 총책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세탁소를 운영하던 40대 주부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으로 3200만 원을 잃은 뒤 조직원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총책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야기를 영화로 재구성했다. 김 씨는 조직원과 연락하며 조직 총책의 인적 사항과 사기 피해자 명단 등과 같은 핵심 정보를 받아 경찰에 전달했고, 이를 통해 실제로 검거까지 이뤄졌다. 김 씨는 신고 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기에 직접 정보를 모았다고 한다. 영화는 실화에 상상력을 보태 덕희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중국 칭다오까지 날아가서 잠복하고, 범죄 조직 주소를 찾고, 감시하는 것으로 나온다. 모티브가 된 실화 자체가 흥미로워서 영화화하기 쉬운 소재처럼 보이지만 범죄물에서 완력을 쓰지 않는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초점을 맞춘다는 게 만만한 조건이 아니다. 여기 덕희는 범죄도시 마석도 같은 주먹이 없고, 복수의 화신 존 윅 같은 총잡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뇌 싸움을 할 만한 캐릭터도 아니다. 영화 제목에 시민이 들어간 것도, 내세울 게 시민이라는 것뿐이라 별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과의 통화에서 시원하게 욕을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만 안 둔다고 하면 진짜 곧 상대를 으스러트릴 것 같은 마동석과 달리 덕희는 그 장면이 너무도 무력하기만 하다. 그러나 영화는 무너진 삶과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발버둥으로도 기어이 극을 끌고 간다. 영화 속 덕희는 욕 잘하고 막무가내일 뿐이어서 범죄조직 주소를 하나하나씩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씩 찾아가는 동안 실마리를 찾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덕희가 아등바등하며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조직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동안 느낄 수 있다. 자존감은 평범한 사람들의 초능력이라는 것을. 영화는 자기 삶을 회복하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삶의 존엄과 자존감의 문제를 전방 배치하면서, 범죄 피해자가 갖고 있을 것만 같은 속성에서 벗어난다. 그러면서 사기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신파에 갇히지 않는다. 덕희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엄마로 그려지지만, 영화는 거기에 어떤 이유나 배경이 있는지를 다루지 않는다. 그런 사연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 삶의 회복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므로, 사기로 말미암아 벌어진 사달과 피해만을 다룰 뿐이다. 이는 ‘나쁜 놈 잡는 데 이유 없다’는 범죄도시의 교훈과도 절묘하게 포개진다. 중국에 가면서 연차를 쓸 고민, 한국에 돌아와서는 쉬느니 일해야 한다고 말할 때 덕희는 꿋꿋하게 평범하다. 그리고 평범하다는 건 존엄성을 지키면서 산다는 의미다. 바보 같아서 사기당했다는 피해자 비난에도 절박한 삶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칭다오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갇혀서 부득이하게 범죄에 조력하는 재민이다. 재민 역시 맞지 않고, 욕먹지 않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역시 자존을 지키는 삶을 우선시한다. 평범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 발벗고 나선 게 공권력이 아니라, 사기 피해를 입은 덕희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개인사를 덜어내고 범죄 피해와 가해에 대해서만 다루는 영화는 한결 가볍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범죄 피해로 무너지는 덕희를 비추다가, 재민의 연락을 받고 직접 범죄조직을 잡겠다고 마음먹는 장면까지 숨 가쁘게 펼쳐진다. 16부작 드라마를 3부부터 보는 것 같은 빠른 호흡이다. 이 점이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잔인한 묘사를 가져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완력으로 범죄조직을 만류할 힘이 없는 덕희는 몸을 내던지는데, 여기서의 폭력이 과하다는 평이 있다. 다만 영화 모티브가 된 실화 속에선 범죄 피해자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현실이 영화 속 폭력만큼이나 잔혹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씨가 돈을 앞세운 총책의 합의 권유를 물리친 것도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잔혹한 세상에도 누군가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건 이 세상이 초능력이 있는 영웅들의 세상보다 나은 점이다.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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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밀레니엄 오타쿠의 추억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국내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반게리온 TV 시리즈(1995년) 24화 이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일본에선 1997년 개봉했으나 국내에서는 27년 만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구작 마감 후 10년 만인 2007년부터 리부트한 신(新)극장판 시리즈의 경우 구작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종의 대체 현실이라, 마니아들 중에선 TV판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만을 시리즈 원작이자 진정한 종결로 보는 이들도 적잖다. 국내 개봉은 이번이 최초지만, 일찍이 이 작품을 어떻게든 다 구해서 본 이들이 있다. 한국식 오타쿠(한 분야에 빠진 마니아)의 첫 주축이라고 할 만한 세대다. 지금 오타쿠라고 하면 방구석에서 음험하게 자기 세계에 갇힌 사람들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20년 전 한국의 오타쿠들은 달랐다. 작품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력적인 사람들. 내 기억 속 세기말 혹은 2000년을 전후로 한 새천년 오타쿠들이다. 이 무렵 한국의 오타쿠들은 음지로 돌아다니는 작품들을 구하기 위해 비록 낯을 가리는 성격일지언정 바깥에서 사교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에 빠삭한 친구에게 접근해야 했고, 어떤 테이프가 돌고 있는지 안테나를 바짝 세워놓아야만 했다. 잡지 부록으로 나눠주던 애니메이션 설정집을 구하기 위해 서점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태동하던 온라인 문화에도 누구보다 개방적이면서 적극적이었다. 평소 만화 취향이 비슷하지만 친하지는 않았던 옆 반 아이가 희귀작을 구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할 정도의 비즈니스 매너가 있어야만 그 시절 오타쿠였다. 그럼 옆 반 아이도 복된 소리 전한다는 마음으로 같이 영상을 보는 인류애를 품어야만 참된 오타쿠였고. 그러다가 그들은 해적판을 판다는 어느 역 근처 굴다리로 가는 모험에 함께하기도 했을 것이다. 굴다리의 음험한 분위기에 흠칫 놀라면서도,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을 내디뎠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랬던 시절이었다. 중2병을 앓으며 에반게리온을 봤으며, 지금도 에반게리온 얘기라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동시대 오타쿠 손지상 서울웹툰아카데미 멘토는 “그 무렵은 사회성이 없으면 오타쿠를 할 수 없던 시대”라며 “온갖 과정을 거쳐 어렵게 구한 작품을 보기에 앞서 ‘이 작품을 구하고 접한 나, 칭찬해’ 정서가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기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한국 오타쿠들이 특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당시 어둠의 경로 내지는 일본에 사는 친척 등을 통해 어렵게 작품을 구하고 접했던 한국 오타쿠들은 손 작가 지적처럼 ‘나 칭찬해, 나 대단해’ 정서 속에 작품을 올려치기 하는 경향도 없잖아 있었다. 기자도 TV판 시리즈 마지막을 보면서 훌륭한 작품이라며 훌쩍이던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도 용두사미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조롱받는 TV판 갑분싸 ‘오메데토 엔딩’(축하해 엔딩·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며 끝내는 엔딩)도 더할 수 없이 훌륭해 보였다. 감동을 받으려고 이미 준비가 다 돼 있는 상태로 에반게리온을 접했고, 턱없이 감동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TV판 엔딩의 미흡한 마무리를 수습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선, 그게 미흡했던가 돌이켜야 할 만큼. 에반게리온 TV판에서 종결짓지 못한 기획 의도와 진짜 서사를 알려고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일본 전국 고교생 종합체육대회 토너먼트 2차전을 다룬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어느 팀이 이겼는지 알려고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매트릭스로 철학 하기, 에반게리온으로 철학 하기가 유행이던 2000년대 초반 지적 탐구의 시대를 떠올리며 이제야 에반게리온 전체를 뒤늦게 배우러 가거나, 21세기 들어 신극장판을 통해 새롭게 접한 뒤 구작의 감동을 뒤늦게 접해 보려는 관객은 있을지도. 아니면 해적판 같은 걸로 처음 접했던 세대들이 다시 정당하게 값 치르고 뒤늦게 작품에 공식적으로 경의하려는 목적이거나. 그렇다면 탑건, 슬램덩크를 거쳐 에반게리온까지. 이젠 극장은 서사를 보는 곳이 아니라, 자기 성장 서사를 완성시키는 곳이 돼 가는 것은 아닐까. 상영에 들어가기 전, 극장이 어두워질 때 같은 희귀작을 같이 보던 그때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른인 척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둠 속이 꼭 굴다리 같아서.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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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거장의 마지막 대답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마지막 연주는 재작년 9월에 촬영됐다. 그가 온몸으로 전이된 암과 투병 중이던 때다. 굽은 등, 옴팍한 볼, 야윈 손가락에서 이미 병세가 완연해 보인다. 죽음을 예감한 이의 마지막 연주. 자리를 청한 건 사카모토 본인이다. 사카모토는 2020년 12월 11일 암으로 인해 이대로 두면 살 날이 6개월뿐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그럼에도 사카모토는 바로 다음 날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송출될 솔로 콘서트에 예정대로 나선다. 그는 스태프들에겐 시한부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로 담담히 연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음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순 없었고, 자신의 연주를 썩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 완벽주의자는 생각했다. 한 번 더 납득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사카모토는 자신의 스완송(Swan Song·최후의 작품 내지는 활동)을 완성시켜줄 사람으로 영화감독 소라 네오를 찾아간다. 소라는 자신의 아들(어머니의 성을 따른다)이다. 아들은 마지막 연주를 찍기로 승낙하면서 연주할 곡 목록부터 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사카모토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관통하는 스무 곡을 미리 선별한다. 연주 장소는 사카모토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으로 여긴 ‘NHK 509 스튜디오’. 촬영은 7일간 이뤄졌으니, 하루에 대략 세 곡씩이다. 곡마다 2∼3번씩 테이크. 소라 감독은 사카모토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이하 오퍼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열한 번째 곡 ‘통푸(Tong Poo)’ 연주 장면을 꼽는다. 그 장면에서 사카모토는 연주 안에 젊은 날의 작의를 담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손이 받쳐주질 않는다. 몸이 쇠한 그는 악보대로 타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스튜디오에 설치된 세 대의 4K 카메라는 사카모토의 표정과 손을 파고든다. 사카모토는 거의 울먹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카모토의 팬이라면 하필 그가 어려워하는 그 곡이 통푸라는 게 저릿할 수밖에. 사카모토가 마지막 연주를 위해 선별한 스무 곡이 각 시절을 상징한다면, 통푸는 사카모토의 청년기에 해당한다. 한때 그는 백남준의 전위 예술과 영화 문법을 파괴하는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에 심취했다. 고다르의 영화 제목 ‘동풍’(東風·일본식 발음은 통푸)과 ‘중국 여인’을 자신의 음악 여정 중 초창기에 몸담은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 곡 제목으로 가져왔을 정도. 고다르를 의식하며 작곡한 통푸는 젊은 사카모토의 미래 선언문 같기도 하다. 1978년에 무기적이고도 단속적인 기계음을 중심에 놓고 만든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자신의 전도유망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강하게 와닿는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쓴 곡으로도 도쿄예술대 작곡과에 합격할 만하다고 평가받은 천재 아니던가. 그는 1983년 YMO 해체 이후 영화 음악가이면서 배우, 모델로서도 명성을 쌓는다. 그러면서도 피아노 연주자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피아노 독주에서도 통푸는 포함됐는데, 원곡처럼 빠른 템포로 어레인지했다. 여전히 음은 조밀하고,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의 연주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마지막 연주에서 통푸는 다르다. 그는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발씩 나아갈 때마다 음을 아주 깊숙한 심연으로 떨어트리면서다. 소라 감독은 힘에 부친 사카모토를 그대로 담았다. 소라 감독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할 때, 그건 사카모토의 젊은 날과 말년의 교차를 뜻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친 뒤 한계에 직면한 인간이 거기에 있다. 사카모토가 한계 속에서 분투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내면과 회한까지도 넘겨 보게끔 한다. 사카모토가 숨을 고르며 연주를 이어가는 동안 음 사이는 넓어진다. 그리고 이는 곡과 곡 사이에 있는 여백과도 포개진다. 그 진공 속에선 낮은 기침 소리나 흐느낌, 벅찬 숨소리까지도 음악이 돼서 뒤섞인다. 그것은 벅차기도 애처롭기도 해서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전념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사카모토는 말없이 연주를 이어간다. 영상 속 그는 평생에 걸쳐 대답하고 있다.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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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캡틴 코리안의 시대 [무비줌인/임현석]

    올해 흥행과 화제 모두 잡은 영화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불의한 시스템 속에서 혼자 애국한다는 것. 올바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불의를 한 번에 뒤집는 초인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는 점이다. 마블 영화 속 애국자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에 비견할 만한 ‘캡틴 코리안’의 시대랄까. 올해 1000만 관객을 넘은 두 영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이 그렇고,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가도를 밟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 역시 불의한 세상에서 외롭게 애국하는 한국형 히어로 공식에 충실하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물가 및 영화 티켓 값 인상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인구가 크게 줄었는데도 화제 몰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 속 한국형 히어로들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국가관에 입각한 원칙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도시3에서 주인공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범죄 조직이 서울 한복판에서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말한다. “나쁜 놈들은 잡아야 돼.” 수사 방식이 무리하다는 상부 지적에도 초인적인 완력을 믿고 홀로 범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악인들을 기어이 쥐어팬다. 범죄도시 시리즈 속 “나쁜 놈들은 잡아야 돼”는 시대를 넘나들며 변주된다. 서울의 봄에선 12·12 군사반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다.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여기 국가관이 철저한 원칙론자는 시시각각 전세가 기울어지는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며 기세를 팽팽히 맞춰 놓는다. 연말 대작인 노량에서도 이 대사는 반복된다.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이순신(김윤석)은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왜군을 끝까지 쫓아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러고 보면 한국형 히어로들은 국가 시스템 내지는 세상과 불화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모두 내부의 적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선 상부가 무리한 수사라며 마석도를 말리기도 하거니와, 3편에선 아예 경찰이 범인이다. 서울의 봄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이태신에게 제동을 거는 것은 결국 상부다. 노량에선 진린이 명나라 황제에게 하사받은 칼로 항전을 결사하는 이순신을 겨누면서까지 전투를 만류하는 장면이 들어간다. 임금 선조가 왜 아직도 이순신은 고니시 유키나가를 잡지 못했느냐고 책망하자 신하 윤두수가 이순신이 공적을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잘됐다고 고하는 장면도 있다. 이들 영화 모두 상황과 원칙이 충돌할 때, 자신을 멈춰 세우려는 세상과 이를 돌파하려는 원칙론자의 대립을 통해 극을 끌고 간다. 애국 영웅 캡틴 코리안에 열광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세상, 자기 진영에 따라 진실도 다르게 취급하는 세상에서 그저 원칙과 본질만을 추구하는 마음을 영화에서라도 찾고 싶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진영과 조직 논리에 상관없이 본질만을 향해 가는 올곧은 이들이 그만큼 현실에선 귀하다는 것이다. 대중은 영화를 통해 불의한 세상을 극복할 상상력을 얻고, 올바른 세상에 대한 비전을 얻는다. 혹은 잘못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으로서 영화를 소비한다. 영화란 언제나 한국 사회의 거울이었지만, 최근엔 그러한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세상에 대한 비전을 의리로 똘똘 뭉친 군대와 경찰 조직의 초인적 영웅상에서 찾고 열광하는 심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가 불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여전히 초인적 메시아를 갈망해서? 매력적인 서사를 가져 한때 초인처럼 보이던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자마자 그저 비루한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걸 보고도? 아 참, 이들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 모두 영웅담을 다루지만, 관념적 영웅주의에 대해서 동시에 냉소를 심어 놓았다는 점이다. 결국 동료의 조력으로 퍼즐을 풀어가는 마석도,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의 대사(“인간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인간적인 마음을 부각하고 전장을 왜군과 조선군 일개 병졸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노량 속 연출까지. 불의를 일소하는 영웅을 기대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동시에 냉소하는 표정이 영화에서 동시에 스친다. 올해 영화는 한국 사회 그 자체가 됐다.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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