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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영국 왕세자(43)가 16일(현지 시간) 맏아들 조지 왕세손(12)을 데리고 수도 런던의 노숙인 쉼터 ‘더패시지’를 방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꼭 32년 전인 1993년 12월 그의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 또한 당시 11세였던 윌리엄 왕세자를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영국 왕실이 20일 공개한 영상에는 윌리엄 왕세자와 조지 왕세손이 앞치마를 두르고 노숙인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은 150명분의 점심 준비를 도왔다. 식사 테이블을 차리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으며,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도 만들었다. 더패시지 측에 따르면 조지 왕세손은 32년 전 부친과 조모가 서명한 방명록의 같은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더했다. 윌리엄 왕세자가 방명록에서 다이애나 빈의 서명을 가리키며 “할머니 사인”이라고 알려주자 그는 “와” 하고 감탄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지난해 10월 노숙인의 삶을 다룬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다이애나 빈의 교육 방침을 회상했다. 그는 “어머니는 왕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벽 너머 (빈자의) 삶을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 또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조지 왕세손을 포함한 2남 1녀에게 노숙인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게끔 한다고도 설명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건국 250주년인 내년 수도 워싱턴에는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딴 ‘워싱턴 개선문’이 세워진다. 또 백악관에선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주최하는 격투기 대회가 열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구상’을 최근 관련 행사 준비 단체인 ‘프리덤 250’ 설립을 발표하며 밝혔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구상 중인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건 ‘축하 조명 밝히기’다.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워싱턴 기념탑에 축하 조명이 밝혀질 예정이다. 또 내년 봄에는 백악관 앞 내셔널몰 공원에서 대규모 기도회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도회가 “우리의 나라를 하나님 아래 하나의 국가로서 다시 바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개선문’을 건설하고,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의 조각상을 전시하는 ‘영웅의 국립 정원’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은 주요 나라의 수도 중 유일하게 개선문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신들은 워싱턴 개선문과 영웅의 국립 정원이 각각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맞은편과 러시모어산(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등의 얼굴이 바위에 새겨진 곳) 인근에 내년 7월경 세워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조기의 날’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6월 14일에는 백악관에서 UFC 대회가 열린다. 또 6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는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2주간 ‘위대한 미국 주(州) 박람회’가 진행돼 미국 50개 주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내년 가을에는 4일간 전국 고등학생 선수들이 참가하는 스포츠 대회 ‘패트리엇 게임즈’가 열린다. 각 주와 지역에서 남녀 선수를 한 명씩 선발하지만, 트랜스젠더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스포츠에 남성이 참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켄터키주를 대표하는 버번 위스키(옥수수를 주재료로 한 북미 위스키) 제조사 짐빔이 내년부터 1년간 주력 증류소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높아진 미국 물가 탓에 재고가 쌓이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미 CNN에 따르면,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홀딩스 산하 짐빔은 21일 성명을 내고 “소비자 수요에 맞춰 내년 생산량을 논의한 끝에, 켄터키주 제임스 B. 빔 단지 내 주력 증류소는 생산을 1년간 멈추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짐빔 주력 증류소는 금주법이 폐지된 1933년 재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제2차 세계대전 등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90년간 생산을 멈추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멈춰서게 됐다. 미국증류주협회(DISCUS)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2월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보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올해 2분기(4~6월) 미국산 주류 수출이 주요 시장에서 급감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 일본 등 4개 핵심 시장이 미국 주류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데, 모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격분한 캐나다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캐나다로의 미국 주류 수출은 2분기 85% 폭락했다. 캐나다는 올 3월 버번 위스키 등 미국 주력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헀다가 9월에 이를 철회했지만, 대부분의 주(州)가 여전히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이 상당 부분 복구된 가운데 구글의 완전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는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가 21일(현지시간) 오후 재개했다.샌프란시스고 지역 전기 공급 업체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21일 오전 약 11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PG&E가 추가로 4000가구의 전력 공급을 복구해 정전 가구는 1만7000가구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날 정전 발생 시점 약 13만 가구에서 87% 이상 복구된 셈이다.정전은 20일 오전 PG&E의 한 변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 전체 41만4000 PG&E 고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구가 영향을 받았다. 정전은 도시 북부의 리치먼드와 프레시디오 지역, 골든게이트 공원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시청 돔의 조명도 꺼졌다.전기가 끊기고 전자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자 식당과 상점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 일부 식당은 촛불을 켠 채 식사를 제공했고, 현금 결제만 받는 술집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몰렸다. 가로등과 교통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면서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길을 건넜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취소했다.특히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웨이모는 20일 저녁 택시 서비스를 중단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들에는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 비상등을 켠 채 멈춰선 웨이모 차량들이 담겼고, 다른 운전자들이 이를 피해 운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웨이모는 작동하지 않는 신호등을 4방향 정지 신호로 인식하도록 설계됐지만, 이번 정전 규모가 워낙 커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수잔 필리온 웨이모 대변인은 “유틸리티 인프라의 장애가 심각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기술이 교통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전 기간 내내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과 긴밀히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신속히 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웨이모는 20일 저녁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대부분의 운행 중이던 차량은 안전하게 차고로 복귀하거나 정차했다고 설명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완전 자율운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약 2500대의 차량을 관리하고 있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웨이모가 안전성 측면에서 인간 운전자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전력망 장애와 같이 회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문제들이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를 통해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기능은 정전을 포함한 수십억 마일의 실제 주행 데이터로 훈련됐다”며 경쟁사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완전 무인 서비스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안전 요원이 탑승하는 감독형 자율주행 형태로 운행된다.정전으로 베이에리어 고속철도(BART) 시스템은 파월 스트리트와 시빅센터 역을 폐쇄했고, 시내 경전철 뮤니도 운행을 축소했다. PG&E는 변전소 화재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고 광범위해 완전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윌리엄 영국 왕세자가 32년 전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손을 잡고 처음 방문했던 런던의 노숙인 쉼터를 맏아들 조지 왕세손(12)과 함께 찾아 노숙인 봉사 활동을 했다. 영국 왕실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는 조지 왕세손이 웨스트민스터의 노숙인 쉼터 ‘더 패시지’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을 돕는 모습이 담겼다. 윌리엄 왕세자는 방울양배추를 다듬었다. 두 사람은 150명분의 크리스마스 점심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테이블을 차리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기증받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믹 클라크 더 패시지 대표는 조지 왕세손에게 “아버지인 윌리엄 왕세자께서 여러 해 동안 더 패시지와 함께해 왔다. 할머니가 자네 나이일 때 아버지를 데려왔던 곳”이라며 “오늘 할 일은 크리스마스에 집이라고 부를 곳이 없을 사람들을 위한 점심 준비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할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을 때 조지가 매우 적극적이었다”라며 “아버지와 똑같았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조지 왕세손은 1993년 12월 다이애나와 윌리엄이 서명한 방명록의 같은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더 패시지 측에 따르면, 윌리엄은 방명록을 보며 “엄마가 나를 처음 데려왔던 때”라고 말하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와의 노숙인 쉼터 방문 경험에 대해 “처음 가본 곳이라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불안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 슬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행복한 분위기였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웃고 농담하며 평소처럼 행동하셨다. 체스를 두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도 덧붙였다.윌리엄 왕세자는 어머니와 노숙인을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영국 전역의 노숙인 지원에 자금을 제공하는 ‘홈워즈’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1980년 설립된 더 패시지는 지난해에만 노숙 위기에 처한 3000여 명을 지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장애인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그간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이 우주를 비행한 적은 있지만, 휠체어를 써야 하는 장애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현지 시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독일 출신 유럽우주국(ESA) 엔지니어 미카엘라 벤타우스(33)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주선 뉴셰퍼드 NS-37을 타고 지구 대기와 우주 공간의 경계인 고도 100km 지점인 ‘카르만 선’을 넘어 비행했다. 이번 비행은 11분간 진행됐으며, 벤타우스 외에도 5명이 우주선에 탑승했다. 탑승객들은 3분 이상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고, 벤타우스는 발사 전 휠체어를 지상에 두고 캡슐에 올라탔다. 블루오리진은 캡슐 탑승부에서 좌석까지 오갈 수 있는 환승용 보드를 설치해 벤타우스의 이동을 도왔다. 벤타우스는 2018년 산악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척수 손상을 입었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우주에 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비행은 최고의 경험”이라고 밝혔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수석부사장 필 조이스는 “이번 비행으로 우주는 모두의 것임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19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범인 포함 4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수사 당국이 “계획 범죄로 보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유사 범행을 예고하는 협박성 게시물이 계속 등장해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범인, 방화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 21일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병역법 위반으로 수배 중이던 장원(張文·27)은 19일 오후 5시 반경 타이베이 중앙역 지하 통로에서 연막탄 여러 개를 터뜨린 뒤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주변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후 첫 범행 현장에서 약 1km 떨어진 중산역 인근 쇼핑가로 이동해 연막탄을 던지고 혼란을 틈타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장원은 인근 대형 서점 ‘청핀(誠品)’에 들어가 다시 흉기로 시민들을 마구 공격했다. 출동한 경찰에 포위당하자 건물 옥상인 6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로 인해 장원의 칼부림을 막으려던 57세 남성 위자창(余家昶) 씨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 3명이 숨졌다. 11명의 부상자 중 2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롄허보 등에 따르면 장원은 국립 후웨이과학기술대 정보공학과를 2020년 졸업했다. 학창 시절에는 일탈을 비롯한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졸업 후 공군에 자원 입대했으나 2022년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제대했다. 의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올해 병역 방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방 검찰청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잠시 경비·보안 업무를 한 적이 있지만 범행 당시 무직이었다. 그의 부모는 “최근 2년간 아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반부터 클라우드 문서에 상세한 ‘범죄 계획서’를 작성하고 중산 일대를 수차례 답사했다. 특히 16일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범행 현장 지리를 익혔다. 18일에는 청핀 서점을 방문해 옥상의 크리스마스 장식 촬영 방법을 물었다. 경찰은 장원이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을 살해하고 24명을 다치게 한 뒤 총살형으로 처형된 정제(鄭捷·1993∼2016)의 범행 수법 등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하철 지하 통로에서 연막탄 17개, 휘발유 15병, 전술 조끼, 칼 등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그가 방화까지 준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모방 범죄 우려 고조 장원의 범행 직후 그의 형제라고 주장하는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에 남부 가오슝 기차역, 중부 타이중의 신광미쓰코시 백화점을 대상으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리트윗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31일 베이터우에서 100명이 살해될 것”이라는 글이 등장했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20일 경찰청을 찾아 대테러 대응력 강화를 지시했다. 당국은 주요 교통 중심지와 지하철역,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고 번화가에서 경찰 순찰을 대폭 늘렸다. 위 씨의 순교자 기념관 안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만과 갈등 중인 중국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19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범인 포함 4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수사 당국이 “계획 범죄로 보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유사 범행을 예고하는 협박성 게시물이 계속 등장해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범인, 방화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21일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병역법 위반으로 수배 중이던 장원(張文·27)은 19일 오후 5시 반경 타이베이 중앙역 지하 통로에서 연막탄 여러 개를 터뜨린 뒤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주변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이후 첫 범행 현장에서 약 1km 떨어진 중산역 인근 쇼핑가로 이동해 연막탄을 던지고 혼란을 틈타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장원은 인근 대형 서점 ‘청핀(誠品)’에 들어가 다시 흉기로 시민들을 마구 공격했다. 출동한 경찰에 포위당하자 건물 옥상인 6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이로 인해 장원의 칼부림을 막으려던 57세 남성 위자창(余家昶) 씨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 3명이 숨졌다. 11명의 부상자 중 2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롄허보 등에 따르면 장원은 국립 후웨이과학기술대학교 정보공학과를 2020년 졸업했다. 학창 시절에는 일탈을 비롯한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졸업 후 공군에 자원 입대했으나 2022년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제대했다.의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올해 병역 방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방 검찰청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잠시 경비·보안 업무를 한 적이 있지만 범행 당시 무직이었다. 그의 부모는 “최근 2년간 아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그는 올해 중반부터 클라우드 문서에 상세한 ‘범죄 계획서’를 작성하고 중산 일대를 수차례 답사했다. 특히 16일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범행 현장 지리를 익혔다. 18일에는 청핀 서점을 방문해 옥상의 크리스마스 장식 촬영 방법을 물었다.경찰은 장원이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을 살해하고 24명을 다치게 한 뒤 총살형으로 처형된 정제(鄭捷·1993~2016)의 범행 수법 등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하철 지하 통로에서 연막탄 17개, 휘발유 15병, 전술 조끼, 칼 등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그가 방화까지 준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방 범죄 우려 고조장원의 범행 직후 그의 형제라고 주장하는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에 남부 가오슝 기차역, 중부 타이중의 신광미쓰코시 백화점을 대상으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리트윗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31일 베이터우에서 100명이 살해될 것”이라는 글이 등장했다.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20일 경찰청을 찾아 대테러 대응력 강화를 지시했다. 당국은 주요 교통 중심지와 지하철역,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고 번화가에서 경찰 순찰을 대폭 늘렸다. 위 씨의 순교자 기념관 안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만과 갈등 중인 중국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장애인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그간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이 우주를 비행한 적은 있지만, 휠체어를 써야하는 장애인은 이번이 처음이다.20일(현지 시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독일 출신 유럽우주국(ESA) 엔지니어 미카엘라 벤타우스(33)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주선 뉴셰퍼드 NS-37를 타고 지구 대기와 우주 공간의 경계인 고도 100km 지점인 ‘카르만 선’을 넘어 비행했다. 이번 비행은 11분간 진행됐으며, 벤타우스 외에도 5명이 우주선에 탑승했다. 탑승객들은 3분 이상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고, 벤타우스는 발사 전 휠체어를 지상에 두고 캡슐에 올라탔다. 블루 오리진은 캡슐 탑승부에서 좌석까지 오갈 수 있는 환승용 보드를 설치해 벤타우스의 이동을 도왔다.벤타우스는 2018년 산악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해 척수 손상을 입었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러나 그는 10살 때부터 품어 온 우주 비행사 꿈을 접지 않고, 2022년 장애인에게 우주 비행 길을 열어주기 위해 지원하는 미국 비영리재단 ‘아스트로액세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이번 비행을 준비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우주에 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비행은 최고의 경험”이라고 밝혔다.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 수석부사장 필 조이스는 “이번 비행으로 우주는 모두의 것임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블루 오리진은 지금까지 수십 명의 관광객을 우주로 보냈다. 특히 올 4월에는 팝스타 케이티 페리, 베이조스의 약혼녀 로런 산체스, 미국 CBS방송 진행자 게일 킹 등 6명의 여성이 약 11분간의 우주비행에 나서 화제가 됐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 이슬람국가(IS): 14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의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장. 무차별 총기 난사로 15명을 죽인 인도계 부자(父子)의 차 안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이 발견됐다.#2. 하마스: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2023년 10월 이스라엘 남부를 선제공격해 12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쳤고 현재까지 6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3. 보코하람: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또 다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서구식 교육 등에 반대하며 학생 납치, 민간인 살해 등을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에 나이지리아 북중부 니제르주의 한 기숙학교에서 학생 303명과 교사 12명을 납치했다.》최근 국제 뉴스를 장식한 IS, 하마스, 보코하람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뿌리가 모두 약 100년 전 이집트에서 탄생한 한 수니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라는 사실이다.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과 미국 시민을 해치는 폭력에 관여하고 있다”며 무슬림형제단 주요 지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최근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28년 창립된 무슬림형제단은 민중의 힘으로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기반한 신정일치 국가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이를 추종하는 세계 곳곳의 이슬람 조직 또한 비슷한 목표를 내세운다. 다만 IS, 하마스, 보코하람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의 영향을 받은 상당수 조직은 극단주의 테러를 자행하고 인권 등 인류의 기본 가치를 지키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슬람권 내부에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왕정국, 군부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는 이집트의 지도자들은 ‘민중 통치’를 강조하는 무슬림형제단과 강한 적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독일, 러시아 등도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경계하고 있다. 반면 친(親)미 성향이 강한 카타르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무슬림형제단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다. 이들이 어떤 조직인지, 중동과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 본다.● 제국주의 반발로 창시 무슬림형제단의 창시자는 이집트의 교육가 하산 알 반나(1906∼1949)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27년 수에즈 운하 인근 이스마일리아에 교사로 발령받았다. 영국이 운하 수입을 독점하는 와중에 중노동에 시달리며 학대받는 이집트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반(反)외세, 반제국주의의 도구로 이슬람 풀뿌리 운동을 시작했다. 반나는 뛰어난 연설 실력으로 빠르게 세를 불렸다. 현재의 과격한 면모와 달리 당시에는 이슬람을 기반으로 한 순수한 사회 운동의 성격이 강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이집트를 통치하던 파루크 왕가 또한 이들을 특별히 견제하지 않았다. 무슬림형제단의 현재 형태를 만든 사람으로 사이드 꾸틉(1906∼1966)이 꼽힌다. 이집트 명문 카이로대를 졸업한 엘리트 공무원인 그는 1948∼1950년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수도 워싱턴, 서부 콜로라도주 등에서 거주하며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당시 미국에서 각종 푸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강력한 반서방, 반세속주의, 반이스라엘 성향을 가지게 됐다. 귀국한 그는 자신이 미국 체류 중 느낀 감정을 여러 저서와 연설을 통해 설파했다. 특히 서구의 황금 만능주의, 성적 방종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명망 있는 이슬람 사상가로 부상했다. 1952년 쿠데타로 이집트 왕정이 붕괴되자, 군인 출신의 초대 대통령 가말 나세르는 세속주의를 통한 근대화를 추구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외치는 꾸틉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 1954년 무슬림형제단 단원 한 명이 나세르 암살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정권의 탄압이 본격화했다. 꾸틉 또한 국가 전복 기도 및 내란 음모 혐의로 체포됐다. 15년형을 선고받은 꾸틉은 1964년 건강 악화로 잠시 석방됐다. 그는 감옥에서 사상을 집대성한 ‘진리를 향한 이정표’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자 나세르 정권은 그를 별다른 이유 없이 다시 체포했다. 결국 1966년 정부 전복 혐의로 그를 교수형에 처했다. 이 억울한 죽음으로 꾸틉은 사실상 ‘성인(聖人)’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그의 사상 또한 이슬람권 전역으로 퍼졌다. 현재 무슬림형제단은 세계 70여 개국에 지부 및 연계 조직을 두고 있다.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튀니지, 요르단, 가자지구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주요국에도 지부가 있다. 전체 조직원은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무슬림형제단의 각국 지부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마스처럼 독자적인 무력을 보유한 무장 그룹 △요르단 등에서 학교, 병원,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풀뿌리 지지 기반을 다지는 사회·교육 그룹 △튀르키예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지지하는 등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그룹 등이다.각국 지부는 평상시에 자율적으로 활동하지만 이슬람 율법 해석, 국제 연대 사안에서는 중앙 지도부의 지침을 따른다. 현재 공식 최고지도자는 무함마드 바디(82). 다만 그는 2013년 8월 이집트 정부에 체포됐으며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이에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살라 압둘하끄(80)가 최고지도자 대행으로서 이끌고 있다. 압둘하끄는 올 6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서한을 보내 종파 간 협력을 촉구하는 등 외연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테러단체 지정 추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의 무슬림형제단 지부를 외국 테러단체(FTO) 및 특별지정 국제 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르단 지부는 미국이 1997년부터 FTO로 지정한 하마스를 도와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활동을 벌였고, 레바논 지부는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협력해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집트 지부 또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후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했다고 보고 있다. 하마스는 1988년 창립 헌장에서부터 자신들을 팔레스타인 무슬림형제단의 한 분파로 규정하고 있다. 테러단체로 지정되면 고위 간부들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며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행위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려 했다. 군인 출신으로 201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7년 4월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반대해 실현되지는 못했다. 트럼프 1기 내각에서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던 두 장관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중동 내 반미 감정이 증폭되고 온건 이슬람 조직의 급진화까지 부추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 충성파로만 요직을 채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최근 무슬림형제단과 하마스의 연계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제재에 대한 법적 명분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미국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지지층 일부는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 백악관에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을 초청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맘다니 당선인이 수차례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였고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는 이유에서다. 강경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형제단을 제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집트·사우디·UAE도 테러단체 지정 원해 사우디, UAE, 카타르, 이집트 등 친서방 성향의 왕정 혹은 군부독재 국가 또한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단체 지정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또한 이들 나라와의 안보, 경제 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요구를 들어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나라의 통치 세력은 무슬림형제단이 언제든 체제 전복과 지도자 암살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에서 특히 이런 우려가 강하다. 나세르 정권은 꾸틉을 처형하고 수많은 단원을 투옥시키며 탄압했다. 이에 대한 무슬림형제단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은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사상을 추종하던 육군 중위 칼리드 이슬람불리와 부하들은 수교에 반발해 1981년 사다트 전 대통령을 폭탄 테러로 암살했다. 사다트의 후임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슬람불리를 총살형에 처하고 무슬림형제단의 활동 또한 탄압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여파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됐다. 2012년 6월 무슬림형제단 대표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2012년 6월∼2013년 7월 집권)이 첫 민선 대통령으로 집권했다. 하지만 그는 급진적인 샤리아 정책 강행으로 세속주의 세력의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후 권력을 잡은 군인 출신의 시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강하게 옥죄고 있다. 시시 정권은 약 6만 명의 단원을 정치범으로 체포했다.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노리는 시시 대통령은 미국 측에 무슬림형제단을 반드시 테러단체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무슬림형제단의 사이도 좋지 않다. 사우디에서는 보수적 이슬람 교리와 무슬림형제단의 풀뿌리 정치 활동 방식이 결합한 ‘사흐와(각성)’ 운동이 1980, 90년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시 살만 알 아우다 같은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왕실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7년 집권 후 왕실에 비판적인 종교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했지만 아직도 잔존 세력이 있을까 경계하고 있다. 반체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도 군주제에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이 큰 위협이다. UAE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실각, 시시 대통령의 집권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요르단도 올 4월 무슬림형제단을 범죄 조직으로 지정했다.● 튀르키예·카타르는 반대… 중동 분열 다만 중동의 또 다른 친미 국가 튀르키예, 카타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의 최대 지지자로 꼽힌다. 에르도안 정권은 시시 대통령의 집권 후 무슬림형제단 간부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시시 정권 또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하는 것은 자신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이 쿠데타가 아닌 보통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아야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는 등 각종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카타르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인사들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고 재정 지원을 해왔다. 특히 카타르 왕실이 소유한 알자지라 방송은 무슬림형제단의 목소리를 중동을 넘어 국제사회에 증폭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했다. 인구 약 300만 명(자국민 약 35만 명)인 카타르는 군주제를 택하고 있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을 후원함으로써 범이슬람권에서 ‘소프트파워’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이란과도 밀착하는 카타르의 행보에 반발한 사우디, UAE, 이집트 등은 2017년 카타르를 전격 봉쇄하고 단교를 선언했다. 당시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카타르 측에 이들이 내건 조건이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 중단, 알자지라 방송 폐쇄였다. 친미 국가 간 반목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물밑에서 중재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 집권 직후인 2021년 1월 양측의 화해가 겨우 이뤄졌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한다면 튀르키예와 카타르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을 들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튀르키예와 척을 지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타르에도 미국의 중동 최대 군사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약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미군 중부사령부의 본진으로 꼽힌다. 카타르와의 관계가 경색되면 미국의 중동 군사 전략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 출신이다. HTS는 과거 무슬림형제단보다 훨씬 강도 높은 폭력 행위를 자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샤라 대통령을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대했고 시리아에 대한 각종 제재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HTS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며 “간신히 봉합됐던 카타르와 사우디-UAE-이집트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의 강경 보수 성향 팟캐스트 진행자 출신인 댄 본지노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51·사진)이 취임 9개월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본지노 부국장은 월스트리트 출신의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접대 명단을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과 딥스테이트(deep state·연방정부의 소수 관료들이 나라를 좌우하며 기득권을 지키고 있다는 주장)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인물이다. FBI 근무 경력이 전무해 그의 발탁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충성파를 정부 요직에 기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로이터통신은 본지노 부국장이 X를 통해 내년 1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봉사할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장관,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가 원래 하던 방송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법무부와의 갈등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그는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줄곧 충돌해 왔다. 올 7월 법무부가 ‘정부가 은폐한 성접대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재확인하자, 본지노 부국장은 관련 자료 공개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본지노 부국장은 발탁 전 뉴욕경찰과 비밀경호국(SS)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FBI 근무 경력은 없었다. 통상 FBI 부국장은 조직에서 다양한 요직을 맡으며 성장해온 직원들이 맡아 왔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FBI 안에서 그의 입지가 좁았고, 원활한 관리 및 업무 진행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FBI 내부에선 본지노가 수사보다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집권 후 11개월간의 각종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세계가 보지 못한 경제 붐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표 정책인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약 140만 명의 현역 군인에게 “성탄절 전 1776달러(약 266만 원)를 지급할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을 노린 선심성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같은 날 PBS방송, 메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8분 21초의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재집권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며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국가를 물려받아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 많은 문제가 모두 야당 민주당의 집권 때 생겼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이날 연설에서 거의 유일한 새로운 내용은 현역 군인에게 1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1776년 미국 건국을 기념해 정한 액수라며 “관세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이미 여러분께 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지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데려와 납세자의 돈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바람에 미국인의 월세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해에 여러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응을 집값과 연계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집권 후 11개월간의 각종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세계가 보지 못한 경제 붐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표 정책인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약 140만 명의 현역 군인에게 “성탄절 전 1776달러(약 266만 원)를 지급할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을 노린 선심성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같은 날 PBS방송, 마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8분 21초의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재집권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며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국가를 물려받아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 많은 문제가 모두 야당 민주당의 집권 때 생겼다고 했다.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 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전사 배당금’ 지급 발표이날 연설에서 거의 유일한 새로운 내용은 현역 군인에게 일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1776년 미국 건국을 기념해 정한 액수라며 “관세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이미 여러분께 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지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데려와 납세자의 돈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바람에 미국인의 월세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해에 여러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응을 집값과 연계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6일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를 ‘외국 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 또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 봉쇄도 명령했다. 미국은 반(反)미국 국가인 이란의 핵심 정부 조직으로 ‘정부 위의 정부’로도 불리며, 중동 전역에서 다양한 반미, 반이스라엘 군사 활동을 펼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2019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특정 정부 기관을 넘어 한 나라의 정권 전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마두로 정권은 “국제법 위반이자 국부 약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상 국가 아닌 범죄조직 취급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약 8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끊어 경제를 고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노린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 반미 성향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각종 제재를 가했다. 재집권 후에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선박 격침, 유조선 나포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혹평하며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루스소셜에 “마약 밀반입, 인신매매 등 여러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에 드나드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도 명령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이 훔친 유전에서 나온 원유를 마약 테러, 인신매매, 살인, 납치 등에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훔쳐간 모든 원유, 토지, 자산을 즉각 반환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단행된 원유산업 국유화로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북한, 이란, 쿠바 등을 테러지원국(SSOT)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역 제재, 원조 중단 등을 통해 국가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FTO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와 거래하는 모든 개인, 기업, 단체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초강력 제재다. 즉, 마두로 정권과 연결된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해 정권 고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정권이 정상 국가가 아니라 범죄조직이라고 낙인찍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같은 날 콜롬비아의 마약 밀매 조직 ‘클란델골포’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경제난 속 제재로 대기근 우려 유조선 봉쇄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원유를 보유했지만 관리 부실, 낙후된 인프라, 미국의 제재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를 제재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자 베네수엘라는 ‘그림자 선단(Dark Fleet)’으로 불리는 각국의 제재 대상 선박들을 통해 몰래 중국 등에 원유를 판매하며 부실한 국가 재정을 지탱해 왔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중국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일평균 92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 중 38%인 35만1000배럴을 중국에 수출했다. 사실상 중국이 마두로 정권의 현금 창출원인 셈이다. 미국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원유 공급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봉쇄가 가뜩이나 고전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대기근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시작된 무상 복지 정책 등의 여파로 통화 가치 하락, 초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도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칠레 등 인근 국가로 탈출을 거듭하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를 ‘외국 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 또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 봉쇄도 명령했다.미국은 반(反)미국 국가인 이란의 핵심 정부 조직으로 ‘정부 위의 정부’로도 불리며, 중동 전역에서 다양한 반미, 반이스라엘 군사 활동을 펼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2019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특정 정부 기관을 넘어 한 나라의 정권 전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마두로 정권은 “국제법 위반이자 국부 약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약 8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끊어 경제를 고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노린 행보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 반미 성향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각종 제재를 가했다. 재집권 후에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선박 격침, 유조선 나포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혹평하며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상국가 아닌 범죄조직 취급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루스소셜에 “마약 밀반입, 인신매매 등 여러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도 명령한다”고 밝혔다.그는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이 훔친 유전에서 나온 원유를 마약 테러, 인신매매, 살인, 납치 등에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훔쳐간 모든 원유, 토지, 자산을 즉각 반환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단행된 원유산업 국유화로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은 현재 북한, 이란, 쿠바 등을 테러지원국(SSOT)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역 제재, 원조 중단 등을 통해 국가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FTO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와 거래하는 모든 개인, 기업, 단체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초강력 제재다.즉, 마두로 정권과 연결된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해 정권 고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정권이 정상 국가가 아니라 범죄조직이라고 낙인찍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같은 날 콜롬비아의 마약밀매 조직 ‘클란델골포’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경제난 속 제재로 대기근 우려유조선 봉쇄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원유를 보유했지만 관리 부실, 낙후된 인프라, 미국의 제재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를 제재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그러자》 베네수엘라는 ‘그림자 선단(Dark Fleet)’으로 불리는 각국의 제재 대상 선박들을 통해 몰래 중국 등에 원유를 판매하며 부실한 국가 재정을 지탱해왔다.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중국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일 평균 92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중 38%인 35만1000배럴을 중국에 수출했다. 사실상 중국이 마두로 정권의 현금 창출원인 셈이다. 미국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원유 공급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봉쇄가 가뜩이나 고전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대기근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시작된 무상 복지 정책 등의 여파로 통화 가치 하락, 초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도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칠레 등 인근 국가로 탈출을 거듭하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16일(현지 시간)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무인 로보택시 주행 테스트 소식을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키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4.57달러(3.07%) 오른 489.8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1년 전 기록한 장중 최고가 488.54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주가 상승으로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6300억 달러(약 3413조 원)로 증가해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등 주요 기술기업들을 앞섰다. 주가 급등은 머스크 CEO가 15일 소셜미디어 X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탑승자 없이 주행 중인 로보택시 영상을 공유한 이래 이어지고 있다. 그는 “차량에 탑승자가 없는 상태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올해 6월부터 오스틴에서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로 로보택시를 시험 운영해왔다. 낙관적인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를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전기차를 로보택시로 전환한다는 오랜 목표를 실현할 신호로 받아들였다.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은 2030년까지 수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가 이 시장의 선두주자다. 웨이모가 라이다 센서나 레이더 등 고가 센서로 안정성을 높인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테슬라는 올해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연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호조를 보였으나, 이후 머스크 CEO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면서 회사 경영을 등한시한다는 지적과 함께 하락했다. 전 세계 극우 정치인 지지와 정치적 선동 발언으로 소비자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브랜드 평판과 판매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1분기 차량 인도량은 13% 감소했고 자동차 매출은 20% 급감했다. 2분기에도 판매 감소세가 지속되며 자동차 매출이 16% 하락했다. 4월 7일에는 주가가 214.25달러까지 떨어졌고, 6월 5일에는 하루에만 14%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3분기 매출이 12% 증가했다. 이후 머스크 CEO가 경영 활동에 집중하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는 반등했다.올해 들어 15일 기준까지 테슬라 주가 상승률은 약 17.7%로 같은 기간 15.9% 상승한 S&P500 지수를 앞질렀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미국 기술기업 가운데 구글(62.4%)과 엔비디아(31.3%)만이 테슬라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시사매체 타임이 14일(현지 시간) 공개한 ‘올해의 100대 사진’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선 수락 연설 직전 상황을 촬영한 사진이 포함됐다. 올 6월 4일 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연설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 다음 날인 이날 오전 1시 10분경 당선이 확정된 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사명을 지키겠다”고 했다. 타임은 올 4월 당시 대선 주자인 이 대통령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또 9월엔 이 대통령과 취임 100일맞이 인터뷰를 진행했다.타임의 ‘올해의 100대 사진’에는 올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의 모습도 뽑혔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른 모습은 큰 화제였다. 북-중-러 3개국 정상이 함께 이 망루에 오른 것은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었다. 타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이 폐허 속에서 불을 쬐는 모습, 올 10월 이스라엘에서 풀려나 귀환하는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모습,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의 해바라기 밭 위로 피어오르는 포격 연기 등을 포착한 사진 등도 100대 사진에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 관한 사진도 다수 선정됐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전 전야 무도회, 올 8월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악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가족이 체포돼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모습 등이 포함됐다.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앞장선 공로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모습도 담겼다. 타임은 올 1월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마차도가 군중과 악수하는 사진도 100대 사진에 선정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홍콩 고등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미 라이 핑궈일보 겸 지오다노 창업자(77·사진)에게 15일 “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내년 1월 12일로 예고된 형량 판결에서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라이 창업자는 패션기업 지오다노를 통해 큰 부를 쌓았고, 반(反)중국 성향 일간지 핑궈일보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법원은 라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2건, 선동적 출판물 발행 공모 혐의 1건을 모두 유죄라고 판결했다. 주심 에스더 토 판사는 85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여러 증거를 볼 때 라이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공산당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당국은 2019년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곧바로 이송할 수 있는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을 도입하려다 거센 반중 시위에 직면했다. 결국 이 법의 도입은 취소했지만, 2020년 6월 반중 활동에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민주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라이 창업자는 국가보안법 도입 두 달 뒤인 같은 해 8월 체포됐고 외국 세력과 공모해 선동 자료를 출판한 혐의, 불법 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에 관해서는 지난해 11월 첫 공판이 열렸고 이날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1995년 창간된 핑궈일보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출 시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송환법 당시 반중 시위 등 주요 사건에서 모두 민주 세력을 지지하는 논조를 보였다. 중국 당국은 국가보안법 제정 후 뒤 핑궈일보에 대한 다양한 압박을 가했고 결국 2021년 6월 폐간했다. 라이의 거취는 미중 갈등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10월 부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미중 정상회담 때 라이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의 자녀들은 4일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고령에 당뇨병을 앓는 아버지가 폭염 속에 에어컨도 없는 독방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당국의 방치로 치아가 썩고 손톱이 빠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홍콩 최대 야당이던 홍콩 민주당은 14일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안을 가결했다. 1994년 창당 후 보통선거를 주장하며 민주 세력을 대표했지만, 중국 당국의 압박 속에 결국 해산하게 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해산 결정과 관련해 “중국 당국자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시사매체 타임이 14일(현지 시간) 공개한 ‘올해의 100대 사진’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선 수락 연설 직전 상황을 촬영한 사진이 포함됐다. 올 6월 4일 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연설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 다음 날인 이날 오전 1시 10분경 당선이 확정된 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사명을 지키겠다”고 했다. 타임은 올 4월 당시 대선 주자인 이 대통령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또 9월엔 이 대통령과 취임 100일맞이 인터뷰를 진행했다.타임의 ‘올해의 100대 사진’에는 올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의 모습도 뽑혔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른 모습은 큰 화제였다. 북-중-러 3개국 정상이 함께 이 망루에 오른 것은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었다.타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이 폐허 속에서 불을 쬐는 모습, 올 10월 이스라엘에서 풀려나 귀환하는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모습,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의 해바라기 밭 위로 피어오르는 포격 연기 등을 포착한 사진 등도 100대 사진에 포함했다.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 관한 사진도 다수 선정됐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전 전야 무도회, 올 8월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악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가족이 체포돼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모습 등이포함됐다.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앞장선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모습도 담겼다. 타임은 올 1월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마차도가 군중과 악수하는 사진도 100대 사진에 선정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홍콩 고등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미 라이 핑궈일보 겸 지오다노 창업자(77·사진)에게 15일 “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다음달 12일로 예고된 형량 판결에서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라이 창업자는 패션기업 지오다노를 통해 큰 부를 쌓았고, 반(反)중국 성향 일간지 핑궈일보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법원은 라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2건, 선동적 출판물 발행 공모 혐의 1건을 모두 유죄라고 판결했다. 주심 에스더 토 판사는 85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여러 증거를 볼 때 라이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공산당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홍콩 당국은 2019년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곧바로 이송할 수 있는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을 도입하려다 거센 반중 시위에 직면했다. 결국 이 법의 도입은 취소했지만, 2020년 6월 반중 활동에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민주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라이 창업자는 국가보안법 도입 두 달 뒤인 같은 해 8월 체포됐고 외국 세력과 공모해 선동 자료를 출판한 혐의, 불법 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에 관해서는 지난해 11월 첫 공판이 열렸고 이날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1995년 창간된 핑궈일보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출 시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송환법 당시 반중 시위 등 주요 사건에서 모두 민주 세력을 지지하는 논조를 보다. 중국 당국은 국가보안법 제정 후 뒤 핑궈일보에 대한 다양한 압박을 가했고 결국 2021년 6월 폐간했다.라이의 거취는 미중 갈등의 주요 의제로다 다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10월 부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미중 정상회담 때 라이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의 자녀들은 4일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고령에 당뇨병을 앓는 아버지가 폭염 속에 에어컨도 없는 독방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당국의 방치로 치아가 썩고 손톱이 빠지고 있다”고 규탄했다.한편 홍콩 최대 야당이던 홍콩 민주당은 14일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안을 가결했다. 1994년 창당 후 보통선거를 주장하며 민주 세력을 대표했지만, 중국 당국의 압박 속에 결국 해산하게 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해산 결정과 관련해 “중국 당국자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