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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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미술43%
연극14%
문학/출판14%
인사일반7%
언론4%
문화 일반4%
사고4%
사회일반4%
사건·범죄4%
음악2%
  • 관훈클럽 제73대 총무에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안보 에디터

    관훈클럽은 제73대 총무로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안보 에디터를 22일 선출했다. 이 신임 총무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조선일보에 입사, 워싱턴·도쿄특파원, 논설위원, TV조선 정치부장·메인뉴스 앵커 등을 지냈다. 임기는 내년 1월 11일부터 1년. 관훈클럽은 이날 제73대 임원진 중 감사로 김희준 YTN 해설위원,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을 선출했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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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 임진택 前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 임진택 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75·사진)을, 신임 이사장엔 강헌 전 경기문화재단(63·사진) 대표를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극 연출자이자 판소리 명창인 임 신임 원장은 1998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강 신임 이사장은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등으로 일했다. 임기는 각 3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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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화원)가 22일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삼매경’,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 ‘묵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국립극단의 ‘삼매경’(이철희 연출)은 함세덕 원작 ‘동승’의 확장성을 연극적 언어로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극단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윤시중 연출)은 전통적 서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의 거리 규모 시점을 핵심 장치로 인간을 탐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였다. 극단 동의 ‘묵티’(강량원 연출)은 시적인 대사와 절제된 신체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어 호평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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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배우 윤석화 별세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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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정적인 붓 터치로 고백하는 성 베드로 참회의 얼굴 그리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 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의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그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년)를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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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에 명확한 붓터치-힘있는 옷주름…참회하는 베드로 담은 이 작품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El Greco·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을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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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아끼는 것을 내놓을 때, 난 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네덜란드 로테르담 조용한 마을의 6세 소년은 테이블에 가득한 선물을 보고 기뻐한다. 그중 영국산 미니어처 자동차 ‘딩키 토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고 검은 자동차를 품은 아이에게 엄마가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있단다. 그 친구들을 위해 선물 하나를 주는 건 어떠니? 그 선물은 네가 소중히 여기고, 조금은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어야 해.” 아이는 망설이다 딩키 토이를 엄마에게 건넸다.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 가져가세요.” 약 40년 뒤 어른이 된 소년은 스위스 출신 예술가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에 매료된다. 2시간 넘게 몰입한 그는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 다만 아끼는 장난감을 건네듯, 그 작품을 수장고에 넣는 대신 공공 미술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집한 작품 500여 점을 네덜란드 주요 미술관에 기증한 이가 작가 겸 미술 수집가인 한 네프컨스(71)다. 대만을 찾은 네프컨스 작가를 신베이시립미술관(NTCAM)에서 10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작품 기증 및 제작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엔 NTCAM과 벨기에 앤트워프 현대미술관(M HKA), 핀란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Kiasma), 한국 아트선재센터 등 4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를 후원하는 ‘유라시아 무빙 이미지 커미션’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대만을 찾았다. 한네프컨스재단은 2009년부터 세계 60여 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품 제작 지원을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미술관을 아우르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규모도 12만 달러(약 1억7600만 원)로 기존(10만 달러)보다 늘었다. 각 미술관이 작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내년 초 선정 작가를 발표한다. 네프컨스 작가는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눔의 기쁨’이라는 책을 만들기도 한 그는 “나는 ‘작품 수집가’보다는 ‘대화와 관계의 수집가’라는 말이 더 좋다”며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와 선택을 통해 내가 몰랐을 작품들을 자세히 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책 읽기와 공상을 좋아했던 저는 창문 밖으로 축구하며 뛰어노는 친구들을 구경만 하는 아이였어요. 시골 마을에서 나와 마음이 맞는 대화를 할 친구가 없다는 걸 느꼈지요.” 어린 시절부터 연결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는 33세 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았고, 49세엔 뇌염을 심각하게 앓았다. 먹고, 걷고, 말하고, 읽고, 쓰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죽음의 위기’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했다. “33세에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했죠. 거기서 물질적인 것은 절대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건 글쓰기, 그리고 예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었어요.” 네프컨스 작가가 만든 ‘연결 고리’를 통해 빌 비올라, 로니 혼,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미술관에 기증됐다. 한국 작가 김희천, 안정주, 남화연 등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아끼는 걸 다른 이에게 주는 것. 지금 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된 가치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는 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일상에서 그보다 더 풍요로운 일이 있을까요?”신베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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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日 강제징용 희생자, 70년만의 귀향記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저자는 1989년 가을 일본 홋카이도에서 ‘이상한 스님’, 도노히라 요시히코를 만난다. 도노히라 스님은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했던 아이누 사람들의 장례를 정성껏 치러줬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이 스님은 마을 숲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주고 있었다. 이 유골은 1935∼1943년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댐 공사에 강제 동원됐다가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당시 공동 육아를 연구하던 저자는 슈마리나이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도노히라 스님에게 화장을 멈춰 달라고 했다. “좋은 뜻으로 잘하고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인 범죄 현장이자 범죄 희생자가 묻혀 있는 자리입니다. …전문가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은 (제가) 논문 쓰는 게 급합니다. 빨리 논문을 쓰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면 학생들과 다시 오겠습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된 저자는 9년 뒤인 1997년 여름 슈마리나이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의 제자들은 물론 일본인, 재일 교포, 대만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이 만들어졌고, 발굴은 학계 사람들은 물론 예술가와 지역 사회까지 참여하는 평화와 화합의 장이 됐다. 이 과정을 저자의 글과 구술 녹취록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인 정병호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슈마리나이 풀숲에 묻혀 있던 유골 115구는 결국 광복 70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일본 땅에서 일본 스님이 분골했고, 일본 절이 마련한 117개의 유골함에 담긴 채. 그리고 삿포로에서 그냥 비행기에 실려 오는 것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교토, 히로시마, 시모노세키까지 일본 열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억의 길’을 만들면서 천천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단지 유골의 이동이 아니라 존엄의 회복을 위한 행진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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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쏘공’·‘당신들의 천국’ 등 한국 문학 대표작 펴낸 문학과지성사…50주년 기념식

    1970년대부터 줄곧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모색해 온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12일 창사 5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같은 동명의 계간지를 모태로 하는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 12일 창립했다.문학과지성사는 계간지 ‘문학과지성’(1970년 창간)을 함께 만들던 문학평론가 김현,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과 변호사 황인철이 함께 세웠다. 초대 대표인 김병익 평론가는 이날 행사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그 때 우리는 문학이요 지성이요 높이 외쳐 불렀지만 시대가 지난 오늘은 밝은 그러나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문학이요 지성이요 절을 올린다”고 했다.김주연 평론가는 이날 연단에 올라 “먼저 간 회사를 세운 동인들 김현 김치수 황인철의 얼굴이 생각난다. 이어 오생근 김종철이 후진으로 참가했는데 모두 일곱 사람 중 세 사람이 남았고 참 일찍 갔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그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문지가 문학 인생의 출발이었고 그 때나 지금이나 저와 같이 느낄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50년이 지난 지금부터는 인공지능(AI)까지 포괄하는 전면적인 융복합 자세와 능력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광호 현 대표이사는 “50주년을 맞으니 두 장면이 생각난다. 1980년대 ‘문학과지성’이 신군부에 의해 폐간됐다가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한 때, 2013년 45명 주주가 지분을 모두 양도해주어 문지문화협동조합 지주회사를 만든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지는 아무도개인적 지분이 없는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게 됐다. 문학에 비유해서 말하면 문지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라고 말했다.문학과지성사는 1976년 최인훈 전집을 비롯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소설을 냈을 뿐아니라, 지난해 600호 출간을 맞은 ‘문지 시인선’으로도 정현종, 마종기, 이성복, 황지우, 최승자, 김혜순, 기형도 등 한국 문학의 상징적인 작가들의 시집을 출간했다.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등단하기 전인 1993년 ‘문학과사회’(1980년 ‘문학과지성’이 폐간하고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에 시 다섯 편을 발표했고,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2013년 문지 시인선으로 발간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문학사를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젠더’, ‘사랑’, ‘폭력’ 등 4가지를 키워드로 문학사를 정리한 책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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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순간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다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이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 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성녀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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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허영과 겸손의 상징을 넘어선 선택의 순간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 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 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 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다 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가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상냐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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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바이올린 샛별 ‘6色 경연’ 펼친다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부문) 결선에서 뜨거운 경쟁을 이어갈 연주자들이 결정됐다. 7,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준결선 경연 결과, 결선에 오르게 된 참가자는 제이슨 문(26·미국 콜번스쿨)과 윤해원(20·한국예술종합학교), 이예송(22·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임현재(28·미국 커티스음악원), 올렉시 티셴코(18·오스트리아 빈음악대), 릴리아 포치타리(28·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등 6명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제이슨 문 씨는 “수년 동안 좋아하며 연습했던 곡을 골랐기에 백스테이지에선 정말 떨렸지만 무대에서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서 연주했다”며 “이제 결선에 한 곡만 남았으니 집중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도바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포치타리 씨는 “독일에 있을 때 넷플릭스로 한국 음식 다큐를 보고 매주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 한국에서 진짜 비빔밥을 먹어봐서 기쁘다”며 웃었다. 윤해원 씨는 “준결선 진출만으로도 떨렸지만 심호흡하고 최대한 음악 표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협주곡에서 북유럽의 풍경이 주는 느낌을 잘 묘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22년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최연소 입상자인 이예송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고 즐겁게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는 아련한 곡이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티셴코 씨는 교수의 권유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낯선 나라에서 완전한 외국인이 돼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껴서 좋았다”며 “약간의 긴장감이 연주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현재 씨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5년 전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4년 동안 연주를 못 했던 그는 지난해 6월 다시 악기를 잡았다고 한다. 4개월 연습 뒤에 참가한 윤이상콩쿠르와 올 5월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준결선에 진출하고 이번에도 결선에 올라 “지금도 꿈을 꾸는 듯 얼떨떨하다”고 했다. 임 씨는 “2년 동안 병원 생활을 했고, 지금도 나에게 맞는 연주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선 경연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장윤성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결선 진출자들은 장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브람스 협주곡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시상식은 결선에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반에 열린다.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7300만 원) 등의 상금과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발표회 초청 등 다양한 연주 기회가 제공된다. 결선 공연은 전석 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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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서 유명? 유명해서 비싸?… 미술계 흔든 경매의 세계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488억 원)에 팔리며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품 중 역대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됐다. 그렇다면 클림트 작품처럼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은 뭐가 있을까. 작품에 얽힌 여러 이야기와 함께 ‘역대 경매가 톱10’을 살펴봤다. 다만 미술품은 갤러리 판매나 경매사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돼, 경매 최고가가 가장 비싼 작품이란 뜻은 아니다. ● ‘홧김에 경매’ 역대 최고가공개 경매의 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다.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당시 시세로 5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도 놀랍지만, 사연도 화제였다. 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처음 나왔을 땐 겨우 45파운드에 팔렸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았는데,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2013년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훗날 리볼로블레프는 “딜러가 가격을 뻥튀기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가량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더니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치솟았다.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는 당시 “경매장 분위기가 서커스장 같았다”고 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리볼로블레프가 샀던 가격의 약 4배에 낙찰받았다. 다만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 진품이 맞느냐는 여전히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모딜리아니, 중국 벼락부자가 낙찰 때로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공개 경매가 역대 4위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건 중국의 대표적 벼락부자로 꼽히는 류이첸(劉益謙) 선라인그룹 회장이다. 노동자 집안 출신인 류 회장은 중학교 중퇴 뒤 가방 장사와 택시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5위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총을 맞아 더 유명해졌다.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었다. 1964년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 촬영이라 여긴 워홀은 “찍어(Shoot)”라고 답했다. 그러자 포드버는 그림 속 먼로 이마에다 권총을 쐈다. 워홀은 그림 복원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 화상인 래리 거고지언이 낙찰받았다.이 밖에 역대 경매가 상위 10위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카타르 전 총리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비르 알사니 낙찰)과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일본 다이쇼와 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일본 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 등도 이름을 올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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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범’ 조진웅 은퇴에… “범죄공개가 맞다” vs “이미 죗값치러”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사진)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 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당시 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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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웅이 쏘아 올린 ‘깜깜이 소년법’…피해자도 허가없인 열람못해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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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홧김에 경매 내놓은 작품이 5000억? 낙찰가보다 놀라운 숨은 사연들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630억 원)에 팔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높은 가격이었다.미술 작품은 공개 경매뿐 아니라 갤러리나 딜러의 판매, 경매사의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경매 최고가라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며, 때로 치열한 경합이 오가고 작품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경매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이벤트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홧김에 경매’로 역대 최고가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로,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0분간 경합 끝에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한화로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놀랍지만, 드라마틱한 사연도 화제였다.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와 단돈 45파운드(약 10만 원)에 팔린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 학회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는데, 이 작품을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샀다. 리볼로블레프는 “스위스 딜러가 작품 가격을 뻥튀기했다”고 뒤에 소송을 걸지만 패소했다.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이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간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며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올랐다. 결국 사우디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볼로블레프가 산 가격의 4배였다. 급상승하는 가격에 경매장 분위기는 서커스장 같았다고 전한다.● 억만장자 택시 기사, 총 맞은 그림때로는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는다. 역대 4위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의 억만장자 류이첸이었다. 류이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방 장사와 택시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1980~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제약 투자로 재벌이 됐다. 6, 7명과 경합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을 류이첸은 아내 왕웨이와 세운 미술관 ‘롱뮤지엄’에 보관하고 있다.5위 작품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실제로 총을 맞아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래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다. 이 작품 앞에서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들은 워홀이 ‘찍어’(Shoot)이라고 답해 포드버가 그림 속 먼로의 이마에 권총을 쏘았다. 워홀은 그림을 복원한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한 화상 래리 가고시안이 낙찰받았다.이밖에 경매 최고가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연구 3부작’(1억4240만 달러),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 등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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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안개에 싸인 그림… 죽음으로 이끌거나 죽음을 애도하거나

    “광활한 죽음의 제국에 유일한 생명의 불꽃으로 있는 것. 고독한 원 안에 고독한 중심으로 세상에 놓이는 것보다 더 슬프고 불쾌한 일은 없다. (…) 이 그림은 마치 지옥의 묵시록 같다.” 19세기 독일 화가인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작품 ‘바닷가의 수도사’를 보고 한 문학가가 남긴 글이다. 이 문학가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그는 무한히 고독하고 막막한 이 그림에 대해 “눈꺼풀이 잘려 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절망감을 표한다. 그리고 몇 달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비슷한 시기 이 그림을 본 프로이센 왕자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그림을 보기 석 달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바닷가에서 하늘을 원망하며 홀로 선 남자를 보고 왕자는 아버지에게 “저 그림을 갖고 싶다”고 속삭인다. 왕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깜짝 놀라 그림을 산다. 바위산 정상에서 안개가 가득한 풍경을 보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그의 작품은 여러 시대를 거치며 찬사와 무시, 오해를 번갈아 받았다. 책은 이처럼 프리드리히 작품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문화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독일 본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미술사와 근대사를 공부했으며 예술 잡지 ‘모노폴’을 창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경력을 살려 그림에 대한 소장 기록과 인간적인 사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교차시킨다. 화가가 살아있을 때부터 작품을 소장했던 소장자, 그림을 도난당하거나 불에 타고 전쟁에서 폭격을 맞을 뻔한 사연 등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인생’을 그려 보인다. 평론가와 왕자의 평가가 엇갈렸던 ‘수도사’ 말고도 여러 작품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거대한 산을 그린 풍경화 ‘바츠만산’은 나치에 의해 강인한 독일인의 표상으로 활용됐다. 이에 반해 ‘외톨이 나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보고 감동해 아름다운 시를 써냈다. ‘달을 보는 두 사람’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모티프가 됐다. 독일을 찾았던 월트 디즈니는 ‘밤비’의 배경을 그의 풍경으로 채웠으며, 20세기 독일의 가장 유명한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한다. 시대는 물론 사람에 따라서도 그림에 대한 반응은 달라진다. 화마나 전쟁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으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마치 사람 같은 작품의 운명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예술 작품의 의미는 결국 관객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저자는 이 말을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로 대신한다. 블로흐는 프리드리히의 작품을 보고 어떻게 낙관적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사람이 있고,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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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켜는 별을 기다리며…

    “수예가 아홉 살이었을 때,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이건 어때요?’ 하면서. 그 나이에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올해 핀란드 ‘장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제자 박수예(25)의 첫인상을 묻자 울프 발린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스웨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예술대 객원교수인 발린은 23세 때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42년 동안 많은 세계 유망주를 지도하고 있다.박수예는 아홉 살 때 발린 교수에게 발탁돼 베를린에서 공부하며 앨범 발표부터 콩쿠르 우승까지 차근차근 커리어를 밟아 나가고 있다. 십수 년 전 한국에서 온 어린 연주자의 가능성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어떤 사람의 잠재력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설명하기 어렵죠. 하지만 그 질문을 받으니 수예가 공손하게 물어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린 소녀였는데도 강한 개성과 열린 마음과 왕성한 호기심이 돋보였어요. 수예와 정말 많은 수업을 했지만 어려웠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영리함과 노력을 갖춘 톱클래스 연주자입니다.” 발린 교수는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예선 2일 차까지 심사를 마친 상태였다. 지금까지의 인상을 묻자 “끝까지 봐야 알 수 있겠다”고 신중하게 답하면서도 참가자들의 기량을 칭찬했다. “요즘 콩쿠르는 연주자들의 평균 기량이 매우 높아졌어요. 점점 심사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지요. 그럼에도 언제나 ‘톱클래스’는 극소수입니다. 그런 연주자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린 교수는 이번 콩쿠르의 흥미로운 포인트로 1차 예선에서 연주자들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한 것을 꼽기도 했다. “20세기 피아니스트 아르투어 슈나벨이 ‘모차르트는 아이들이 연주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연주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어요. 모차르트 음악은 ‘디테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작은 것을 간과하잖아요. 작고 평범한 것도 놓치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느냐, 또 솔로곡이 아니니 피아노와 잘 협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발린 교수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은 뭘까. 결국은 차이를 가르는 건 “개성”이라고 했다.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좋은 연주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에 평균적으로 실력은 높아졌지만, 세계적으로 연주들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저는 베를린에서 세계에서 온 여러 학생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다른 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지만, 꼭 지켰으면 하는 건 자신의 ‘뿌리’입니다. 1960, 70년대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15명을 떠올려보면, 각자의 연주 스타일이 모두 달랐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연주자들이 기교만 열심히 연습하는 게 아니라 작곡가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 정치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나를 위해 음악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곡가와 음악을 앞에 세우고 내가 뒤에 서는 것. 그 안에서 움직이며 큰 힘을 만들어 내는 연주자가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연주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남은 심사에 임하겠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7, 8일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리는 준결선에 이어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결선 경연으로 마무리된다. 준결선 1만 원, 결선 전석 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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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일절, 독립혁명 의미 살려 ‘3·1독립선언절’로”

    3월 1일 삼일절의 명칭을 민족 독립을 쟁취하려는 혁명적 성격이 강하단 뜻을 담아 ‘3·1독립선언절(3·1 Independence Declaration Day)’로 바꾸는 걸 추진하는 모임이 결성됐다.‘3·1독립선언절 제정 추진위원회’는 3일 서울 서초구 KCEF서초플랫폼에서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이날 발기선언문에서 “1919년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 지배와 폭정을 벗어나 정치적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자유의지로 결단하고 봉기한 3·1독립혁명의 첫날”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3월 1일은 “독립선언과 만세 시위를 결행한 날이며, 상하이 임시정부로 시작된 오늘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길로 나아가게 한 역사적 계기이자 근대적 국민통합의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는 3·1독립선언절 제정 법안을 여야 합의로 조속히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 관장과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주성민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명예이사장 등 공동대표 6인을 포함해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정 교수는 “내년 2월 4일 추진위원회의 공식 발족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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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군복 뒤에 숨은 불안감

    “최고 상류층의 초상화를 그리던 붓으로 거리의 부랑자와 정신 이상자도 그렸던 화가.” 근대 미술의 문을 연 거장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에 대해 어느 미술사가가 남긴 말이다. 고야의 붓이 모두가 선망하던 대상부터 감추고 싶은 사회와 인간의 치부까지 건드렸음을 뜻한다. 그의 붓이 그린 귀족과 왕실 초상화에선 이런 ‘양면성’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서 볼 수 있는 고야의 ‘라 로카 공작, 비센테 마리아 데 베라 데 아라곤의 초상’은 스페인 왕실과 가까웠던 라 로카 공작이 왕립 역사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 걸 기념해 그린 초상화다. 이때 고야는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4세의 신임을 받아 궁정화가로 일하고 있었다. 군인이자 행정가였던 라 로카 공작은 이 초상화에서 화려한 군복과 훈장 차림이다. 권위를 드러내는 복장은 그의 업적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기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왕실은 프랑스혁명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라 로카 공작은 왕실의 반혁명 정책을 지지했고, 바렌시아 지역 사령관으로서 프랑스인 추방령을 내려 왕실의 신임을 받았다. 강경한 왕실 충성파 세력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급스러운 의자와 위엄 있는 복장에 반해, 라 로카 공작의 모습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소매 끝으로 어색한 듯 움츠리고 있는 오른손이 그러하며,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려는 듯 살짝 벌어진 입술 또한 그렇다. 사실적인 피부 질감과 주름은 라 로카 공작의 권위 이면에 있는 왕정 쇠퇴기의 불안함을 보여준다. 고야는 이 그림을 그리기 2년 전 목숨을 위협하는 병을 앓았다. 당시 서서히 청각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고통을 겪은 뒤 고야가 그린 작품들에선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그리고 4년 뒤, 고야는 수석 궁정화가가 된다. 그 직후 국왕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은 국왕이 아닌 왕비 마리아 루이사를 중심에 배치하고 왕족의 옷을 화려하게 그렸다. 하지만 마치 해질 녘 노을처럼 사라질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왕실 내부의 긴장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19세기 프랑스 예술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고야의 예술이 지닌 혁신성과 감정의 깊이를 높이 샀다. 그의 예술은 에두아르 마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근대 미술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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