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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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미술46%
인사일반19%
연극10%
문화 일반10%
문학/출판6%
칼럼3%
종교3%
기타3%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총괄 예술감독에 최빛나 큐레이터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에서 한국관 전시를 총괄할 예술감독에 최빛나 큐레이터(사진)가 선임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감독 지원자 공개 모집을 거쳐 최 큐레이터가 제안한 전시기획안 ‘해방 공간. 요새와 둥지’(가제)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기획안은 최고은, 노혜리 작가가 참여해 ‘요새’와 ‘둥지’라는 상반된 개념을 통해 21세기적 ‘해방 공간’을 드러낸다는 의도를 담았다. 최 큐레이터는 2016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2022년 싱가포르 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의 총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 총괄 디렉터인 코요 쿠오가 선임됐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내년 5월 9일부터 11월 21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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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시민권 없는 청소년의 우정과 갈등… 연극 ‘생추어리 시티’ 한국 무대 올라

    미등록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청소년 G와 B. G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B는 어머니가 미국을 떠나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한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시민권’이 없어 기댈 곳 없는 두 아이는 서로 의지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G가 대학 진학에 성공하고 시민권을 얻게 된다. 굳건했던 둘의 관계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데…. 연극 ‘생활의 비용’으로 2018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마티나 마이옥 작가가 미등록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담아낸 ‘생추어리 시티’가 한국 무대에 올랐다. 폴란드 출신 미국인인 마이옥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미국으로 이주해 뉴저지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이오진이 연출을 맡고 배우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가 출연한다. 2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총 2막으로 구성된 극은 1막에서 장면이 빠르게 전환된다. 두 인물이 미등록 이민자로서 부딪히는 ‘현실’과 서로를 위하는 소년 소녀의 ‘우정’을 짧은 대화로 교차하며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무대 한가운데 불편하게 쌓여 있던 나무판자들이 눈길을 끈다. 이 판자들은 막이 전환될 때 하나씩 조립되며 2막에서 집으로 변한다. 3년의 세월이 흘러 시민권을 가진 대학생 G가 B의 앞에 다시 나타난다. 두 사람은 ‘안식처’(생추어리 시티)를 찾았을까? 이미 다른 연인이 생긴 B에게 G는 자신과 결혼해 시민권을 얻으라고 제안한다. B가 팍팍한 현실에 ‘위장 결혼’을 결심하자 B와 G, 그리고 B의 연인 헨리의 각기 다른 욕망과 질투가 충돌하며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해당 연극은 ‘지역’을 주제로 하는 ‘두산인문극장 2025’의 첫 시리즈. 사랑과 우정이란 보편적 이야기로 ‘지역 사회 구성원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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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시민권이 뭐길래…욕망과 갈등의 쌍곡선 ‘생추어리 시티’

    미등록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청소년 G와 B. G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B는 어머니가 미국을 떠나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한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시민권’이 없어 기댈 곳 없는 두 아이는 서로 의지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G가 대학 진학에 성공하고 시민권을 얻게 된다. 굳건했던 둘의 관계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데….연극 ‘생활의 비용’으로 2018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마티나 마이옥 작가가 미등록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담아낸 ‘생추어리 시티’가 한국 무대에 올랐다. 폴란드 출신 미국인인 마이옥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미국으로 이주해 뉴저지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이오진이 연출을 맡고 배우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가 출연한다. 2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총 2막으로 구성된 극은 1막에서 장면이 빠르게 전환된다. 두 인물이 미등록 이민자로서 부딪치는 ‘현실’과 서로를 위하는 소년 소녀의 ‘우정’을 짧은 대화로 교차하며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무대 한가운데 불편하게 쌓여 있던 나무판자들이 눈길을 끈다. 이 판자들은 막이 전환될 때 하나씩 조립되며 2막에서 집으로 변한다.3년의 세월이 흘러 시민권을 가진 대학생 G가 B의 앞에 다시 나타난다. 두 사람은 ‘안식처’(생추어리 시티)를 찾았을까? 이미 다른 연인이 생긴 B에게 G는 자신과 결혼해 시민권을 얻으라고 제안한다. B가 팍팍한 현실에 ‘위장 결혼’을 결심하자 B와 G, 그리고 B의 연인 헨리의 각기 다른 욕망과 질투가 충돌하며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해당 연극은 ‘지역’을 주제로 하는 ‘두산인문극장 2025’의 첫 시리즈. 사랑과 우정이란 보편적 이야기로 ‘지역 사회 구성원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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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에 설명 대신 질문하고 역전시장 카페 통째로 옮겨

    미술관 전시장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흔적이 담긴 카페와 3층짜리 상가, 그리고 ‘짝퉁 작품’이 등장했다.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이다. 15일 개막한 전시는 귀족의 전유물인 초콜릿이 시간이 흘러 모든 이의 디저트가 된 이야기, 서구에서 시련을 극복하는 희망을 상징하는 레모네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국내외 작가 11팀의 작품 45점을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남다현 작가의 설치 작품 ‘부정 승차의 유혹’이 먼저 관객을 맞는다. 작품은 멀리서 보면 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원역과 비슷하다. 가까이 가면 종이와 스티로폼, 은박지로 만든 조악한 모조품임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만든 모조 승차권도 관객에게 나눠준다. 전시는 누구나 매일 드나드는 지하철역처럼 편하고 유쾌하게 문을 연다. 1전시실은 미술관의 권위나 제도를 되돌아본다. 남 작가는 테무, 다이소, 이케아, 쿠팡 등에서 구한 공산품으로 명작을 재현한 ‘MoMA from TEMU’ 연작을 선보인다. 김가람 작가는 도슨트가 관객에게 작품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방식을 뒤집어, 관객이 도슨트의 질문에 답하고 설명하는 퍼포먼스 ‘분더카머’를 소개한다. 이탈리아와 영국 출신 예술가 듀오인 클레어 퐁텐의 발광다이오드(LED) 작품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2020∼2024년)도 미술관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질문을 던진다.2전시실은 소통의 다양한 방식을 탐구한다. 크리스틴 선 킴과 토마스 마더는 미국 수화(ASL)를 활용한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소통의 틀을 확장한다. 이학승의 ‘3층 상가’는 시각장애인협회가 있던 건물 1층을 임차해 썼던 작가의 경험을 담았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내던 소리를 작품에 담아 관객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3전시실은 예술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미술관에 담아내는 방법을 탐구했다. 천근성 작가는 올해 2, 3월 수원의 전통시장인 ‘수원역전시장’에서 돈 대신 창작물을 받는 카페를 운영한 결과물 ‘수원역전시장커피’를 전시했다. 시장 내 상가에서 운영했던 카페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고, 벽면에는 고객들이 커피값 대신 건넨 그림과 시를 붙였다. 각 테이블에선 카페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상영된다. 4전시실에서는 워크숍과 ‘전자 음악 만들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스타그램’ 등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8월 24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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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통-현대 사이, 근대 건축 실종 사건

    서울 도심의 건축물을 유심히 관찰하면 ‘중간 과정’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건축물은 대부분 유리와 콘크리트로 1950년대 이후 스타일을 따르고 있고, 전통 건축물은 조선시대 문화유산이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에서 삭제된 건 바로 ‘근대’ 건축물이다. 이런 서울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가 사라진 건축물을 비롯해 서울 근대 건축물에 관한 사진과 기록을 모았다.책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 70년대 군사정부 시기까지 건축물에 얽힌 어두운 역사를 시간 순서로 다룬다. 1장 ‘지워진 건축, 일제 식민시대’는 일제강점기 광화문을 밀어내고 들어선 조선총독부부터 남산 조선 신궁, 일본인이 세워 운영한 반도호텔 등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소개한다.2장 ‘파괴된 건축, 한국전쟁과 서울 요새화 계획’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심의 모습과 전쟁 이후 요새화 계획으로 만들어진 남산터널, 을지로 지하보도, 남산타워, 북악스카이웨이의 사연을 다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시설들이 사실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마지막 장 ‘숨겨진 건축’은 군사정권기에 이뤄진 도시 개발과 세운상가 건축, 폭력으로 얼룩진 중앙정보부를 다룬다.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 건물 대부분은 어두운 역사를 숨기려는 듯 황급히 철거됐다. 책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서울 도심 몇 곳의 지도도 함께 수록됐다. 숨겨진 역사의 길을 거닐며 아프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하기 좋은 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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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계 작가 제이디 차, 英 터너상 최종후보에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등이 받았던 영국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최종 후보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터너상을 주최하는 테이트 미술관은 23일(현지 시간) 제이디 차(한국명 차유미·42)가 포함된 2025 터너상 후보 4명을 발표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차 씨는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마고 할미와 바리공주, 구미호 등 한국의 설화나 전설, 조각보 같은 한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터너상 심사위원단은 “차 씨가 한국 무속문화의 황동 방울이나 보자기를 활용해 만든 생생한 조각, 사운드, 설치 작품이 깊은 사유와 매혹적인 예술 세계를 정교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차 씨가 후보에 오른 작품은 2∼6월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비엔날레 16’에 출품한 설치 작품 ‘심해의 메아리를 가로지르는 달빛 고백: 당신의 조상은 고래,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이다. 해당 작품은 베니토 마요르 발레호 작가와 협업 제작했다. 차 씨는 제주 해녀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2023년에는 스페이스K 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차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처럼 평범한 예술가의 작품을 좋게 봐주어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터너상은 영국의 19세기 거장 윌리엄 터너(1775∼1851)를 기리며 1984년 제정한 현대미술상이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차 씨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나머지 후보는 은넨나 카루(스코틀랜드)와 모하메드 사미(이라크), 레네 마티치(영국)다. 최종 수상자는 12월 9일 영국 웨스트요크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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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연극인 위해” 신구-박근형 기부 공연

    “노년이라 연극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많이 호응해 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여러 차례 (신구) 형님과 이야기하다가 열악한 연극계를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에 나서는 배우 박근형 씨(85)는 2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마움부터 표했다. 배우 신구 씨(89)와 함께 주연을 맡아 2023년 12월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해 전국 21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했다. 102회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신 배우도 “연극이 전석 매진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놀라웠다”며 “그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기회가 와서 (기부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회 열리는 이번 공연은 티켓 수익금 전액을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는 ‘연극내일기금’으로 기부한다. 신 배우는 “젊은 시절 힘들게 겪었던 연극 환경이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파크컴퍼니와 함께 기부 공연을 기획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조성된 기금을 청년 배우를 위한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기부 공연은 두 원로 배우의 뜻에 따라 19∼34세 청년 관객을 위한 특별 공연으로 펼쳐진다. 신 배우는 “기부 공연의 출발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결과는 창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흔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신구와 박근형의 마지막 작품이라고들 해요. 하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연극계를 위한 활동은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박 배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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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

    2026년 9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싱가포르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호추니엔이 선임됐다. 23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호추니엔을 선임했다”며 “작가가 제안한 ‘예술의 힘’과 이를 통한 ‘변화’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재한 동력을 일깨우고 광주비엔날레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기획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호추니엔은 역사적 사실과 신화를 결합해 동남아시아의 역사, 정치, 종교에 대한 새로운 과점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미술사, 연극, 영화, 철학에서 영감을 얻어 관습적인 서사에 도전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강조하는 몰입감 있는 설치와 영화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고 주요 미술상을 받았다.광주비엔날레와는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과 2021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에서 신작을 공개하며 인연을 맺었다.호추니엔은 “작가가 아닌 예술감독으로 광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꿈만 같다”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나를 성장시킨 예술적 변화와 실천이 민주화를 이끈 도시인 광주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이자 모두에게 변화를 만드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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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를 기다리며, 청춘을 응원하리…신구-박근형의 특별한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하기 전엔 노년의 배우로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호응을 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여러 차례 형님(신구)과 이야기하다 열악한 연극계를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2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박근형(85)이 청년 연극인을 위한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에 나선 계기를 밝혔다. 신구(89)와 박근형이 출연해 2023년 12월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해 전국 21개 도시 투어로 이어졌고, 102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사랑을 받았다.신구는 “젊은 시절 우리가 겪었던 연극 환경이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고도를 기다리며’가 전석 매진이 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놀라웠고, 그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이런 기회가 와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5월 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회 열리는 기부 공연은 티켓 수익금이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는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기부 공연을 파크컴퍼니와 함께 기획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병국 위원장은 “이번 공연으로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은 청년 배우를 위한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부 공연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이번 공연은 두 배우의 뜻에 따라 19~34세 청년 관객을 위한 특별 공연으로 기획됐다. 공연 종료 후에는 배우 최민호(샤이니 민호)가 재능기부로 모더레이터(진행자)를 맡고, 두 배우와 오경택 연출가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박근형은 “‘고도를 기다리며’에 젊은 관객의 호응이 많았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합리와 부조리가 작품 속 이야기와 흡사해서 공감대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도 희망을 보여주고 싶고 노년을 맞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봉사하는 정신으로 청년과 소통하고 싶다”며 “‘고도를 기다리며’가 신구와 박근형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연극계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구는 “기부 공연의 출발은 미미하지만 그 결과는 창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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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찜 해놓던 고가품엔 발길 뚝… 젊은 작가 저렴한 작품 인기

    “3년 전만 해도 전시를 개최하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고객들이 ‘찜’을 했습니다. 근데 요즘은 뚝 끊겼어요.”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팬데믹이 촉발한 투자 열풍이 미술 시장까지 번졌던 2020년대 초반과 최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중반부터 가라앉기 시작한 투자 열기는 최근 작품 선점은커녕 전시나 아트페어를 찾는 발길마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갤러리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초고가 작품 판매 급감이러한 경향은 국내 미술시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트페어 프랜차이즈인 아트바젤과 UBS가 14일 공개한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575억 달러(약 81조4800억 원)로 집계됐다. 아트바젤과 UBS 의뢰를 받은 연구 기관 ‘아트 이코노믹스’가 딜러와 경매사, 컬렉터, 아트페어 관계자 인터뷰와 금융 데이터를 수집해 내놓은 보고서는 “2022년까지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술 시장이 2년 연속 매출 둔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매출이 31%나 급감했다. 한국도 15%나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시장이 매출액 기준 전체 43%로 세계 미술 시장 1위를 지킨 가운데, 영국(18%) 중국(15%) 프랑스(7%) 스위스(3%) 독일(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매출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 늘어나 4050만 건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고가의 작품 거래가 줄어든 대신에 5만 달러 이하 중저가 미술품이 전체 거래의 85%를 차지했다. 1년에 매출 25만 달러 미만을 기록한 소규모 딜러의 수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고 저렴한 작품에 반응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미술시장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16∼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2025 화랑미술제’에선 고가의 블루칩 작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작품들이 주로 거래됐다. 미술제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2022년(177억 원) 등 높은 실적을 공개했던 활황기와 달리 이후부터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갤러리 대표는 “수천만 원 작품도 소개했지만 팔린 작품은 대부분 200만∼1500만 원 사이”라고 전했다. 화랑가도 돌파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대형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조차 연말에 장파, 이우성 등 그간 갤러리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젊은 작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갤러리들도 있다. 독일 쾰른에서 먼저 설립된 한국 갤러리인 초이앤초이의 남달라 디렉터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럽에서 한국 미술 작품에 대한 반응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미술사 연구를 강화해 중견 이상의 작가 발굴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결국 초고가 작품을 만드는 것은 미술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작가를 지원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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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잡지 긋고 지우고… 미디어 의미 다시 생각

    매일 혹은 매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모나미 볼펜으로 검은색이 될 때까지 지운다. 때로는 연필이 짤막한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칠해, 흑연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이 광물처럼 반짝이기도 한다. 미술가 최병소(82)가 오래전부터 해온 이런 ‘긋기’로 만든 근작들을 공개하는 개인전이 24일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다. 작품 약 30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최병소의 대표작인 신문과 잡지 작품부터 손가락 크기의 성냥갑 작업, 그리고 쓰고 남은 종이들을 이어 붙여 만든 6m 대형 설치 작품이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라이프’처럼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잡지는 로고만 남긴 채 지워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러한 작품들은 1970년대 한국 실험 미술의 한 단락으로 재조명받았다. 최 화백의 딸 최윤정 씨는 17일 동아일보와 만나 “아버지께서 신문 작업을 처음 시작한 1970년대에는 여러 암울한 뉴스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지우기를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복잡한 생각이나 사심을 지우고 평온한 마음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만든 작품에는 까맣게 지워진 신문 지면과 그날 하늘을 찍은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것도 볼 수 있다. 6월 2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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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움’과 ‘긋기’로 새로운 의미를 담다

    매일 혹은 매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모나미 볼펜으로 검은색이 될 때까지 지운다. 때로는 연필이 짤막한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칠해, 흑연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이 광물처럼 반짝이기도 한다. 미술가 최병소(82)가 오래전부터 해온 이런 ‘긋기’로 만든 근작들을 공개하는 개인전이 24일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다.작품 약 30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최병소의 대표작인 신문과 잡지 작품부터 손가락 크기의 성냥갑 작업, 그리고 쓰고 남은 종이들을 이어 붙어 만든 6m 대형 설치 작품이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은 연필과 볼펜으로 긁어 까만 광택이 생겼을 뿐 아니라 너덜너덜하게 찢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라이프’처럼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잡지는 로고만 남긴 채 지워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러한 작품들은 1970년대 한국 실험 미술의 한 단락으로 재조명받았다.최 화백의 딸 최윤정 씨는 17일 동아일보와 만나 “아버지께서 신문 작업을 처음 시작한 1970년대에는 여러 암울한 뉴스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지우기를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복잡한 생각이나 사심을 지우고 평온한 마음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만든 작품에는 까맣게 지워진 신문 지면과 그날 하늘을 찍은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것도 볼 수 있다. 6월 2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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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큰아들, 25년 전 커밍아웃… 뉴욕서 동성혼”

    2021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씨(77·사진)가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The Wedding Banquet)’ 개봉을 맞아 가진 해외 인터뷰에서 “커밍아웃한 큰아들은 뉴욕에서 동성혼을 했다”고 공개했다. 19일(현지 시간) 미 연예매체 피플 등에 따르면 윤 배우는 ‘결혼 피로연’ 출연 배경을 설명하며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리안(李安) 감독의 1993년 작을 리메이크한 해당 작품은 동성애자 주인공이 결혼을 다그치는 집안 성화로 위장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안 감독이 연출했으며, 윤 배우는 주인공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윤 배우는 ‘캐릭터에 공감한 이유 중 하나가 아들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질문에 “장남이 2000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고, 뉴욕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을 때 결혼식을 올린 경험을 영화에 녹였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은 보수적이라 부모에게도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아들 결혼식도 한국에선 비밀이라 가족들이 뉴욕으로 갔다”고 했다. 윤 배우는 “영화 속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란 대사는 개인적 경험에서 나왔다”며 “지금은 아들보다 그의 배우자(son-in-law)를 더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알려지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며 “마음을 열어주길 바라지만 가능할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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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미의 여신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그림을 직접 보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는 건 ‘조선 시대 미인은 얼마나 예뻤나?’ 하는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림을 보러 가서 여인의 얼굴, 옷, 장신구 같은 외모를 감상하죠.그런데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여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뒷모습이 전부입니다.목걸이도, 팔찌도, 장식이 될 만한 어떠한 것도 걸치지 않은 누드에, 걸터앉은 침대에도 흰 시트 위에 어떠한 무늬도 없는, 그저 푸른빛이 도는 회색 천이 놓여 있죠. 게다가 여인의 머리 위 공간은 텅 빈 벽이며 그 위로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져 이 공간이 화려한 궁궐인지 귀족의 저택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의 집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당대 대부분 화가가 비너스를 금발로 그린 반면 벨라스케스의 여인은 갈색빛이 도는 흑발을 하고 있습니다.즉, 화가는 아름다운 여인을 신화나 환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아주 사적인 공간에 누워 있는 현실 속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시선을 빼앗기는데요. 그러한 매력을 만드는 결정적 장치는 바로 ‘거울’입니다.나를 보는 여인이 아름답다그림에서 거울이 없다고 상상해 볼까요? 여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낯설고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날개를 단 소년(천사)이 든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고, 또 관객과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여인이 ‘눈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울을 들고 있는 비너스는 대부분 자기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와 달리 벨라스케스는 실제 각도로는 불가능함에도 여인의 시선을 과감하게 정면으로 돌립니다. 그 결과 보는 사람은 여인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또 거울 속 여인의 이목구비는 아주 흐리게 표현했습니다. 여인의 몸은 붓 터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고 반짝이게 그려 현실감을 더한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얼굴이 희미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그 불확실함 덕분에 보는 사람은 특정 인물이 아닌 나와 눈을 마주치는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예쁘게 생긴 외모가 아니라 나와 닿을 수 있는 살갗이며, 뒷모습이 아니라 나를 보는 눈빛이라는 걸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비너스)이 되었다.’사적 취미에서 공공 자산으로벨라스케스는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됐을까?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로크비 비너스’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이 되기 전 그림이 걸려 있던 저택의 이름 ‘로크비 파크’에서 따온 것입니다.그 전엔 150여 년간 스페인 귀족들이 소장했고, 첫 거래 기록은 마드리드 딜러 도밍고 게라 코로넬입니다. 코로넬은 왕실 그림을 거래하던 유명한 상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미술상이었고, 이때까지 그림 이름은 ‘누드 여인(A nude woman)’이었습니다.그림이 이렇게 조용히 떠돌았던 이유는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누드를 그리는 것을 종교적 이유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무척 내밀한 분위기 때문에 벨라스케스가 이탈리아에서 몰래 만난 연인을 그렸다는 추측도 있습니다.중요한 건 과거엔 소수만 즐겼던 사랑의 언어를 지금은 미술관에서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엔 걸작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1905년 그림의 소유주는 재정난으로 그림을 팔기로 합니다. 딜러가 책정한 금액은 4만 파운드. 내셔널갤러리의 1년 예산은 당시 5000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이에 ‘국보급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내셔널 아트 펀드’ 모금 운동으로 정부가 작품을 매입할 수 있게 됐죠.이후 국왕이 익명으로 8000파운드를 기부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이 작품은 내셔널갤러리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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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달리’를 꿈꾼… “20세기 초현실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쓸쓸한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조르조 데 키리코, 나무에 걸린 시계가 녹아 내리는 그림으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사람 얼굴에 사과를 그려 넣는 등 엉뚱한 조합으로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 1924년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초현실주의 미술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시각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런 초현실주의 예술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이를 살펴본 첫 본격 연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전이 17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다.● 숨겨진 6인 미술가 조명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2014년 김병기 회고전을 준비할 당시 김 화백이 초현실주의를 자주 언급하는 걸 보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도 초현실주의가 있었나?’ 이번 전시는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기존 주류 미술사는 추상 미술과 민중 미술의 두 가지 구도로 나뉘었는데, 이 때문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나 평생 개인전을 연 적이 없는 작가들도 포함됐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 ‘미술문화협회’에 출품했던 김종남(1914∼1986)은 15세에 홀로 교토로 건너가 일본인과 결혼한 뒤 임종 직전 자녀들에게 한국인임을 알렸다. 해당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후쿠자와 이치로가 중심이 된 ‘독립미술협회전’에 참여한 김욱규(1911∼1990)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월남한 뒤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부터 홀로 그린 그림 400여 점을 남겼다. 세상을 떠난 뒤 1991년 장남이 마련한 유작전이 첫 개인전이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가와 교류했던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1956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종하(1918∼2011), 달리의 작품에 나타나는 오브제를 연구한 박광호(1932∼2000)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키리코와 달리를 좋아했던 김영환(1928∼2011), 종교 화가로 알려져 있던 신영헌(1923∼1995)의 작품도 소개된다.● 초현실주의 좁은 정의 아쉬워 이 전시는 20세기 한국 미술사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근대미술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두 번째 시리즈로 기획됐다. 그 덕분에 형상을 찾아볼 수 없는 추상화나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한 민중 미술이 아닌, ‘제3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상징하는 형상을 그려 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국립기관에서 처음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의 초현실주의를 조명한 전시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초현실주의가 1920년대 유행했지만 전시 작품들은 1960년대 이후 제작된 것들이다. 시기적으로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와 교류했거나 유사한 시각 언어를 사용했다고 초현실주의 미술가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현실주의가 프로이트 ‘꿈의 해석’(1900년)을 기점으로 무의식과 욕망을 다뤘음을 고려하면 초현실주의적 시각 언어를 활용해서 여성 정체성, 사회 현실을 풀어낸 1전시실의 정강자 ‘자화상’이나 신학철 ‘역사의 들1’ 등이 더 흥미롭다. 시기를 떠나 불교 미술이나 관념산수화에서 무의식을 다룬 사례까지 확장했다면 관객도 초현실주의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 듯하다. 박 학예연구사는 “세계적 추세를 모방했다는 비판은 유의미하지만, 미술사에 있었던 작품을 외면하기보다 다시 살펴보고 논의를 시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7월 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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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비너스[김민의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 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 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 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그림을 직접 보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는 건 ‘조선 시대 미인은 얼마나 예뻤나?’ 하는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림을 보러 가서 여인의 얼굴, 옷, 장신구 같은 외모를 감상하죠. 그런데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여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뒷모습이 전부입니다. 목걸이도, 팔찌도, 장식이 될 만한 어떠한 것도 걸치지 않은 누드에, 옆으로 누운 침대에도 흰 시트 위에 어떠한 무늬도 없는, 그저 푸른빛이 도는 회색 천이 놓여 있죠. 게다가 여인의 머리 위 공간은 텅 빈 벽이며 그 위로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져 이 공간이 화려한 궁궐인지 귀족의 저택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의 집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당대 대부분 화가가 비너스를 금발로 그린 반면 벨라스케스의 여인은 갈색빛이 도는 흑발을 하고 있습니다. 즉, 화가는 아름다운 여인을 신화나 환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아주 사적인 공간에 누워 있는 현실 속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시선을 빼앗기는데요. 그러한 매력을 만드는 결정적 장치는 바로 ‘거울’입니다.나를 보는 여인이 아름답다 그림에서 거울이 없다고 상상해 볼까요? 여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낯설고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날개를 단 소년(천사)이 든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고, 또 관객과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여인이 ‘눈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울을 들고 있는 비너스는 대부분 자기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와 달리 벨라스케스는 실제 각도로는 불가능함에도 여인의 시선을 과감하게 정면으로 돌립니다. 그 결과 보는 사람은 여인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거울 속 여인의 이목구비는 아주 흐리게 표현했습니다. 여인의 몸은 붓 터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고 반짝이게 그려 현실감을 더한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 얼굴이 희미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그 불확실함 덕분에 보는 사람은 특정 인물이 아닌 나와 눈을 마주치는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예쁘게 생긴 외모가 아니라 나와 닿을 수 있는 살갗이며, 뒷모습이 아니라 나를 보는 눈빛이라는 걸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비너스)이 되었다.’사적 취미에서 공공 자산으로 벨라스케스는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됐을까요?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로크비 비너스’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이 되기 전 그림이 걸려 있던 저택의 이름 ‘로크비 파크’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전엔 150여 년간 스페인 귀족들이 소장했고, 첫 거래 기록은 마드리드 딜러 도밍고 게라 코로넬입니다. 코로넬은 왕실 그림을 거래하던 유명한 상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미술상이었고, 이때까지 그림 이름은 ‘누드 여인(A nude woman)’이었습니다. 그림이 이렇게 조용히 떠돌았던 이유는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누드를 그리는 것을 종교적 이유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무척 내밀한 분위기 때문에 벨라스케스가 이탈리아에서 몰래 만난 연인을 그렸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과거엔 소수만 즐겼던 사랑의 언어를 지금은 미술관에서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엔 걸작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05년 그림의 소유주는 재정난으로 그림을 팔기로 합니다. 딜러가 책정한 금액은 4만 파운드. 내셔널갤러리의 1년 예산은 당시 5000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국보급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내셔널 아트 펀드’ 모금 운동으로 정부가 작품을 매입할 수 있게 됐죠. 이후 국왕이 익명으로 8000파운드를 기부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이 작품은 내셔널갤러리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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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리단길 나타난 佛 과일가게… “먹어볼 순 없어요”

    미국 출신 부부 작가인 샤라 휴스와 오스틴 에디의 2인전 ‘뿌리와 과일’이 12일 서울 용산구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XP21에서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경리단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보이는 작은 공간. 스위스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과일 정물과 자연 풍경을 그리는 두 작가는 전시장 벽을 녹색과 흰색 줄무늬로 칠하고 간판을 달았다. 9일 전시 공간에서 만난 두 작가는 “프랑스 전통 과일 시장의 차양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가져왔고, 과일 모양 간판도 달아 지나가는 누구나 편히 들어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전시장에 가면 휘몰아치는 형상을 한 복숭아나무 그림과 테두리를 아주 명확하게 그린 과일 정물 등을 볼 수 있다. 전자는 휴스, 후자는 에디가 그린 것이다. 휴스는 “뿌리에서 양분을 얻어 결실을 내고, 그 과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무가 내 모습 같다”고 했다. 에디는 “그림 속 반으로 잘린 사과가 속살을 드러내듯 나를 노출하는 것의 어색한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부부지만 함께 전시하는 것이 처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감상도 말했다. 휴스는 “에디의 작품은 색채나 형태에서 맺고 끊음이 분명해서, 그런 과감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에디는 “휴스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돼 누구도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활기와 따뜻함이 있다”고 평했다. 작은 공간인 만큼 전시 작품 수는 한정적이지만, 작품을 담은 스티커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스티커를 붙이며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디는 “아카데믹하고 무거워진 미술계에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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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시장 같은 활기와 따뜻함”…美 부부작가 ‘뿌리와 과일’ 2인전

    미국 출신 부부 작가인 샤라 휴즈와 오스틴 에디의 2인전 ‘뿌리와 과일’이 12일 서울 용산구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에서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경리단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보이는 작은 공간. 스위스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과일 정물과 자연 풍경을 그리는 두 작가는 전시장 벽을 녹색과 흰색 줄무늬로 칠하고 간판을 달았다. 9일 전시 공간에서 만난 두 작가는“프랑스 전통 과일 시장의 차양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가져왔고, 과일 모양 간판도 달아 지나가는 누구나 편히 들어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전시장에 가면 휘몰아치는 형상을 한 복숭아나무 그림과 테두리를 아주 명확하게 그린 과일정물 등을 볼 수 있다. 전자는 휴즈, 후자는 에디가 그린 것이다. 휴즈는 “뿌리에서 양분을 얻어 결실을 내고, 그 과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무가 내 모습 같다”고 했다. 에디는 “그림 속 반으로 잘린 사과가 속살을 드러내듯 나를 노출하는 것의 어색한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부부지만 함께 전시하는 것이 처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감상도 말했다. 휴즈는 “에디의 작품은 색채나 형태에서 맺고 끊음이 분명해서, 그런 과감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에디는 “휴즈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돼 누구도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활기와 따뜻함이 있다”고 평했다.작은 공간인만큼 전시 작품 숫자는 한정적이지만, 작품을 담은 스티커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스티커를 붙이며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디는 “아카데믹하고 무거워진 미술계에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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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하고 경이로운, 생의 질문과 만남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털과 주름, 손톱 발톱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론 뮤익’전은 그의 주요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잠든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표현한 ‘마스크 II’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받침대에 뺨을 기댄 남자의 얼굴은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뒤편은 텅 비어 있다. 앞부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뒤로 가면 입체가 아닌 껍데기만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는 이불을 덮고 벽에 살짝 기댄 채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했다. 침대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이 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초기 작품 ‘유령’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은 옷을 입지 않은 누드의 인물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기획자가 가장 강조한 공간은 커다란 해골 100개를 전시장 위편의 창까지 쌓아 올린 ‘매스’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지하 묘지(카타콤)를 방문했을 때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공간마다 설치 방법이 달라지는데, 한국 전시에서는 층고가 14m에 달하는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높이를 강조해 전시했다. 영화 특수 분장 일을 했던 뮤익은 1997년 영국에서 열린 ‘센세이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제의 절반 크기로 표현한 ‘죽은 아빠’를 출품해 주목받았다. 그 뒤로도 작가는 이 같은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작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 뮤익은 30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대형 작품 두 점(‘마스크 II’, ‘침대에서’)은 앞서 서울에서 이미 전시한 적이 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뮤익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기묘한 감각을 자아내는 ‘포토존’으로서 즐길 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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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줄 비치는 하얀 피부, 100개의 해골…론 뮤익 개인전 개막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털과 주름, 손톱 발톱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론 뮤익’전은 그의 주요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전시는 작가가 잠든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표현한 ‘마스크 II’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받침대에 뺨을 기댄 남자의 얼굴은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뒤편은 텅 비어 있다. 앞부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뒤로 가면 입체가 아닌 껍데기만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는 이불을 덮고 벽에 살짝 기댄 채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했다. 침대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이 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나뭇가지를 든 여인’, 초기 작품 ‘유령’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은 옷을 입지 않은 누드의 인물을 표현했다.이번 전시에서 기획자가 가장 강조한 공간은 커다란 해골 100개를 전시장 위편의 창까지 쌓아 올린 ‘매스’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지하 묘지(카타콤)를 방문했을 때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공간마다 설치 방법이 달라지는데, 한국 전시에서는 층고가 14m에 달하는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높이를 강조해 전시했다.영화 특수 분장 일을 했던 뮤익은 1997년 영국에서 열린 ‘센세이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제의 절반 크기로 표현한 ‘죽은 아빠’를 출품해 주목받았다. 그 뒤로도 작가는 이같은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작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뮤익은 30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대형 작품 두 점(마스크 II, 침대에서)은 앞서 서울에서 이미 전시한 적이 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뮤익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기묘한 감각을 자아내는 ‘포토존’으로서 즐길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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