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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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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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2~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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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 숨 잘 쉬는지 코밑에 손 대야 아나요”… 노인 돌봄 AI로 대체[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스타트업 제론엑스는 요양원 돌봄 인력의 업무 강도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같은 돌봄 인력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어야 이들이 환자들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제론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운봉 대표이사(51)는 돌봄 인력의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250만 명인데 실제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분은 60만 명이 되지 않는다. 일은 고된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못한 처우를 받다 보니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요양보호사 1명당 2.1명을 돌보는 것이 적정 수준이지만, 현실에서는 한 명이 28명까지 돌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제론엑스가 ‘늘케어’라는 요양시설 통합 돌봄 시스템을 만든 배경이다.● “바이털 체크 자동화된다면…” 제론엑스에 따르면 돌봄 인력이 자신의 전체 업무 시간 중 어르신을 직접 돌보는 업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30%에 불과하다. 많은 시간을 어르신의 정기적 활력징후 점검(바이털 체크: 체온과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수 측정)과 기록, 환경 관리 등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 한 분당 바이털 측정에만 5분 정도 소요된다. 49인 요양원을 가정했을 때 만약 하루에 두 번 체크한다면 총 490분(8시간 10분)이 필요하다. 2∼3명이 나눠서 하더라도 하루 중 상당 시간이 소모된다”고 했다. 한밤중에 어르신들이 잘 때는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코밑에 손을 대거나 흉곽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정상 상태인지 점검해야 한다. 제론엑스 인공지능(AI) 디지털 케어 플랫폼 ‘늘케어(NEUL Care)’는 통합 관제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허브 센서로 구성됐다. 늘케어의 핵심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늘밴드’다. 체온,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호흡수 등 바이털 데이터를 측정한다. KAIST와 공동 개발한 이 기기는 한 번 충전으로 8일 이상 사용할 수 있어 노인 돌봄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늘밴드는 10분이나 1시간 단위 등 필요한 주기마다 24시간 내내 바이털을 체크한다. 늘케어는 요양시설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다. 어르신 위치와 상태를 돌봄 인력이 실시간으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행이 자유로운 사람의 위치 파악이 용이한 것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트윈으로 정확하게 병실에 어떤 건강 상태로 있는지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상태 표시와 함께 알려 준다”고 했다. 저전력 블루투스(BLE) 방식을 이용해 30cm 정확도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 상태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제론엑스는 설명한다. 어르신 위험 상태 분석과 예측에는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어르신의 과거 병력 데이터를 학습해 위험도를 매기고, 실시간 바이털 데이터의 변이를 감지해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위험과 중위험, 저위험으로 표시해 돌봄 인력이 우선순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효율적일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서 체온이 37도면 1점, 산소포화도가 80%로 떨어지면 1점, 이런 식으로 각각의 스코어링 데이터가 모여 3점 이상이 되면 고위험으로 인식해 돌봄 인력에게 경고음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늘케어 서비스는 월 구독 방식(병상당 1만∼2만5000원)으로 제공되며, 바이털 체크와 같은 단순 기능부터 낙상 방지 및 AI 위험 예측 등 프리미엄 기능까지 선택할 수 있다.● 상장사 사업 부서 인수해 창업 제론엑스는 상장사로 AI와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비투엔(B2EN)의 실버케어 사업부가 독립해 지난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비투엔으로부터 자산과 특허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창업해 비교적 빠르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와 푸르덴셜생명 마케팅팀을 거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라온시큐어 창업 멤버로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후 AI 전문기업 아크릴 부사장을 지냈고, AI 시니어케어 소셜벤처 리즈마를 공동 창업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김 대표는 창업 계기에 대해 “미국 뉴욕주 정부에 AI 스피커 돌봄 서비스를 수출하던 리즈마 시절 투자자로 인연이 닿은 비투엔 전 경영진의 추천으로 실버케어 사업부를 인수하게 됐다”고 했다. 제론엑스의 서비스는 이런 배경 덕분에 창업 이전인 2023년 9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요양원 5곳과 요양병원 1곳이 사용 중이며, 국내 유명 실버타운 1곳이 도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앙보훈병원에는 지난해 퇴원 환자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보훈 환자 중에는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늘케어 플랫폼을 활용해 집에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제론엑스에 따르면 요양기관 돌봄 인력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루 종일 바이털 체크에 매달리다시피 했는데, 그 시간을 더 위중한 어르신을 돌보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좋다는 것. 또 주말 등 간호 인력이 근무하지 않을 때도 활력징후 데이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반응 등이 있다. ● “금융과 결합한 돌봄 새 패러다임을 열고 싶어” 제론엑스는 늘케어 구독 시장을 넘어선 더 넓은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축은 바이털 밴드와 생활가전을 만드는 기업과의 협업이다. 제론엑스는 늘케어에 공조 시설이나 생활가전까지 연동함으로써 더 쾌적한 돌봄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가전 회사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대기업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금융 상품 개발 때문에 금융그룹은 요양 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금융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요양 산업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의 50%를 개인이 민간 금융 상품을 통해 스스로 준비한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 50%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제론엑스는 노인 돌봄을 위한 금융 상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 보험에서 블랙박스 유무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듯, 늘케어 서비스를 통해 위험도와 실시간 데이터 측정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산하 노인전문병원의 의료진을 상대로 작년 10월 국내에서 늘케어 서비스를 시연했다. 올해 2월에는 일본 유명 통신기업과 일본 진출을 위한 초기 협의를 시작했다. 제론엑스는 현재의 요양 시설 중심에서 나아가 홈케어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확정된 미래다. 이를 타개하려면 AI와 로봇, ICT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돌봄 인력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 고용 정착률을 높이고, 돌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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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로봇 두뇌 ‘피지컬 AI’ 개발 시작[톡톡 스타트업 뉴스]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뒤이을 인공지능(AI)으로 피지컬 AI의 개발이 시대적 과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에서 로봇용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스타트업 리얼월드(대표이사 류중희)는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제조업 데이터 기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RFM은 로봇이 다양한 실제 환경에서 여러 작업을 사람처럼 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사전 훈련된 모델을 말한다. 제조나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물리적 현장에서 활용될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로봇에게 책상 위를 정리하라고 하면 로봇은 책상 위에 있어야 할 물건과 버려야 할 휴지를 구분하고, 몸체와 손을 제어해서 해당 물건을 집어서 올리는 동작 등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에 필요한 인식과 계획, 제어를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처리토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류중희 대표는 “언어 등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AI는 이제 실세계 데이터를 이해하고 물리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LLM과 달리, RFM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으며 제조 강국인 한일 기업이 가진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이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얼월드에는 세계적인 AI 및 로보틱스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류중희 대표는 직전까지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대표로 로봇과 AI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왔다. 자신이 창업한 이미지 인식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2012년 미국 인텔에 매각하기도 했다. 리얼월드는 그의 네 번째 창업이다. 최고과학책임자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 신진우 석좌교수가 맡았다. 신 교수는 최근 3년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학회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AI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이다. 또, 컬리 최고기술책임자 출신 류형규 최고제품담당자(CPO), BCG 매니징파트너 출신 이강욱 최고비즈니스담당자(CBO), 업스테이지 AI프로덕트 리드였던 배재경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리얼월드는 21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는 SK텔레콤, LG전자, DRB동일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KDDI, ANA홀딩스, 미츠이 케미칼, 시마즈 제작소 등 일본 대기업들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벤처캐피털로는 해시드, 미래에셋벤처투자, 글로벌브레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리드 투자자로 나선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리얼월드는 한국과 일본이 가진 제조업 강점을, 최고의 연구진들이 피지컬 AI로 구현할 최적의 팀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다”며 “블록체인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해시드는 앞으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빠르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월드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영역은 사람의 ‘손재주’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대형 기계를 옮기는 작업은 자동화가 이루어졌지만,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작업은 여전히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다. 류 대표는 “손 하나의 자유도가 약 15도로, 상체 전체의 자유도보다 더 크다”며 “인간 지능의 대부분이 손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얼월드는 올해 말 데모 버전의 RFM을 선보이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이르면 5년 정도 후에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리얼월드는 자체 RFM이 탑재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국내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위로보틱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로보티즈 등 다양한 로봇 기업들과도 협력 중이다. 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제조 노하우와 데이터를 AI로 옮겨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RFM을 개발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힘들게 돈을 벌기 위해 하던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리얼월드는 올 연말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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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바이두 등 글로벌 선도기업과 자율주행 미래 논의

    아마존, 바이두 등 글로벌 자율주행 선도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단인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단장 정광복)은 3∼6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1단계 성과공유회’를 개최한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2025년 서울모빌리티쇼와 연계해 자율주행기술 특별관 운영을 통해 진행된다. 우수 성과 논문 발표와 글로벌 포럼 등이 포함돼 있다. 5일 열리는 글로벌 포럼에서는 미국 아마존웹서비스와 중국 바이두, 영국 정부기관인 자율주행차량센터(CCAV)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각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협회, 국회 입법조사처, SKT,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의 전문가들이 미래 모빌리티 표준화,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 등을 발표한다. 사업단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가 참여하는 형태로 범부처 자율주행기술R&D 정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은 도심길과 전용도로, 비정형도로에서 다양한 물체(비포장도로, 경찰수신호 포함)에 대응하여 주행하는 것을 말한다. 차량-클라우드-도로교통 등의 인프라 융합 및 사회적 현안 해결용 융합서비스를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자율주행이다. 사업단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600여 개 연구기관, 9000여 명의 연구진이 86개 과제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차량융합신기술, ICT융합신기술, 교통서비스융합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사업단 측 설명이다. 부처별 과제 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7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4개, 국토교통부 22개, 경찰청 13개 등이다. 정광복 사업단장은 “이번 포럼이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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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시간 안에 심정지 올 거야, 대비해”… 생명 구하는 AI 예측 기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김광준 에이아이트릭스 대표이사(48)는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다. 노년내과에는 중증 복합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가 많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고 위험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24일 서울 강남구 에이아이트릭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제가 살려고 만들었다”는 말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말이다. 그는 “제가 밤에 잠을 자거나 외래 환자를 볼 때 저 대신 근무하시는 분 중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분이 입원 환자를 돌보면 제가 볼 때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높은 수준에서 평준화를 하려면 AI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숨은 위험을 해결하는 기술 노인 환자들은 복합 질환을 갖고 있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의사로서 공부하고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한 경험 덕분에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 등을 보면 ‘이 분은 하루 정도 지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간호사에게 위험 상태에 대비하는 지시를 미리 내릴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런데 경험 수준이 다르면 알 수가 없고,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걸 최대한 막아보자며 입원 환자의 병세를 예측하는 AI부터 만들게 됐다”고 했다. 에이아이트릭스의 대표 제품인 ‘바이탈케어(AITRICS-VC)’는 입원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패혈증과 사망, 심정지 등의 상태 악화를 조기에 예측하는 의료 AI 소프트웨어다. 전자의무기록(EMR)으로부터 체온 혈압 맥박 등 6가지 활력 징후와 백혈구 수, 혈소판 수 등 11가지 혈액검사 결과, 그리고 환자의 의식 상태, 나이 등 총 19가지 종합적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환자의 이상 징후를 4∼6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다.바이탈케어는 3가지 적응증에 적용돼 그 위험을 알린다. 일반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서 6시간 이내에 중증 이벤트(중환자실 전실이나 심정지, 사망)가 발생할 위험도를 예측하는 점수(MAES)와 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을 알리는 점수(SEPS),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게서 6시간 이내에 사망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점수(MORS) 등이 있다. 중증 이벤트와 패혈증, 중환자실 사망 예측 능력(AUROC 기준)은 각각 0.961과 0.869, 0.975다. AUROC는 이진 분류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0.5∼1.0의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우수하다. 0.8∼0.9는 좋은 성능, 0.9 이상은 탁월한 성능으로 분류된다.● 의사에서 AI 창업가로의 여정 김 대표는 의사로서 진료를 하면서 정보기술(IT)의 힘을 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는 창업 과정에 대해 “첫 번째는 개인적인 시도였다.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하면서 한 명의 의사로서 룰 베이스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해 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좀 더 조직적으로 해 보려고 병원 보직자가 됐다. 행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시스템을 바꿔 보고 외부의 기술력을 끌어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시도했다. 하지만 외부 기업들은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2015년경에 김 대표는 “AI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AI 연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KAIST 양은호 AI대학원 부교수를 포함한 컴퓨터 공학 전문가 3명과 함께 2016년 11월 에이아이트릭스를 설립하게 됐다. 양 교수 팀과 손잡고 3년간 1만2000여 시간의 임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상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허가를 받는 데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20년 5월 바이탈케어로 식약처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2022년 10월에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획득했고, 12월에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창업 후 6년이 지나 식약처 제조 허가를 받았고, 7년이 지난 2023년 3월에 판매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건국대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10개 병원에서 시작했고, 3월 현재는 95개 병원이 도입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병원마다 검사 항목과 측정 주기가 다른 현실을 반영해 개발하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김 대표는 “예컨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200개의 검사를 할 수 있는데,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는 5개밖에 못 하기도 한다. 세브란스 병원은 간호사가 많으니까 8시간 혹은 6시간마다 환자를 점검할 수 있지만 24시간 동안 한 번밖에 점검을 못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입력 데이터가 적더라도 최상의 경우와 비교해 80∼90%의 성능을 내도록 개발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식약처에 병원 여건에 따라 입력 데이터의 개수나 입력 주기가 달라지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고 했다.● “미래 의료 선도하는 글로벌 AI 기업으로” 에이아이트릭스는 현재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에서 사용되는 바이탈케어를 응급병동(ER)에서 쓸 수 있도록 신제품을 한창 개발 중이다. 바이탈케어의 적응증을 장기적으로는 급성신부전, 폐색전증, 당뇨병성 신장질환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또 의료 기록 자동 요약부터 환자 문진까지 처리하는 소형 대규모 언어 모델(sLL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0명의 전공의가 6개월간 18만 건의 진료 기록을 라벨링해 학습시킨 모델은 2024년 8월 기준 92%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 중이다. 2023년 12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2024년 7월 바이탈케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허가를 받았다. 시판 전 신고 절차인데, 이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미국 환자데이터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기 위해 미국 임상연구 의료기관과 공동 연구도 추진 중이다. 에이아이트릭스는 환자 상태 악화 예측을 넘어 모든 분야에서 의사를 보조해 줄 수 있는 AI 의사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2∼3분 내에 익힐 수 있는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의료진을 실질적으로 돕는 AI 솔루션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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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는 로봇 체험자 센터 1년… “맞춤형 운동 체험 가능” 外[톡톡 스타트업 뉴스]

    ■ 입는 로봇 체험자 센터 1년… “맞춤형 운동 체험 가능”보행보조용 입는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공동대표 이연백, 김용재)는 1년간 자사의 웨어러블 로봇 체험센터를 방문해 체험을 한 사람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80대 이상’이었다고 25일 발표했다. 위로보틱스는 작년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 ‘윔(WIM) 보행운동센터’를 열었다. 1년간 2500여 명이 방문해 이 중 928명이 체험을 했다고 밝혔다. 운동을 해도 하체 근력을 쉽게 얻을 수 없는 70, 80대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체험자의 연령대는 80대 이상(29.2%), 70대(25.5%), 60대(21.1%) 순으로 많았고, 건강 상태별로는 중증질환자(37.6%), 보행 약자(30.3%) 순이었다. 센터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인 윔 전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등 전문가의 지도 아래 윔을 활용한 일대일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일본, 홍콩에서 온 방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윔 보행운동센터 예약은 위로보틱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글로벌 회화 앱 ‘트이다’… 시리즈A 투자 유치에듀테크 스타트업 트이다(대표 장지웅)가 JB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최근 밝혔다. 구체적인 기업 가치와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트이다의 글로벌 회화 앱 ‘트이다’는 2020년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400만 건을 돌파했다.트이다는 음성 인식 기술과 1인칭 시점 동영상을 결합한 ‘상호작용 시뮬레이션’ 방식을 적용해 사용자가 화면 속 원어민과 실제 대화하는 듯한 몰입형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문법 학습을 넘어서 실제 말하기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트이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의 다국어 학습 콘텐츠 앱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스페인어 교육 콘텐츠를 시작으로 영어권 사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언어 학습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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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스텔은 집일까 방일까… 서재와 거실 주방 공유하며 더 쾌적하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에는 생각의 틀을 깨게 하는 힘이 있다. ‘혼자 사는 더 나은 주거공간’에 적용하면 어떤 답이 가능할까.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는 홈즈컴퍼니는 1인 가구 주거공간에 천착해 그 답을 가지고 있다.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현 대표이사(51)는 “지금까지 1인 가구들이 살아온 곳은 집이 아니라 방에 가깝다. 따지고 보면 침실 위주의 공간만 있는 거다. 우리는 거실이나 서재, 대형식탁, 세탁실 같은 것이 있는 ‘집’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1인 가구 관점으로 동네 분석해 공개 홈즈컴퍼니는 교통 편의시설 음식점 병의원 공원 카페 등 11가지 요소로 지하철역 주변 동네를 분석해 놓은 플랫폼 ‘웰컴홈즈’를 작년 8월에 공개했다. 일종의 동네 보고서다. 서울 시내 305개 지하철역 이름을 넣으면 그 부근 동네의 특성이 나온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여러 지역을 같은 지표로 비교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예컨대 서울 마곡나루역을 입력해 보면 ‘자연경관과 인프라의 완벽 하모니!’ 같이 그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목이 나온다. 11개 항목별로 서울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알 수 있다. 특정 오피스텔 건물을 선택하면 최근 거래된 전월세 거래 가격은 물론이고 해당 건물 주변 700m 이내의 편의점 운동시설 문화시설 병원과 약국 수 등이 나온다. 반경 내의 유흥시설 및 성범죄자 수를 분석해 만든 동네 안전점수도 볼 수 있다. ● “데이터 기반의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 이 대표는 “홈즈컴퍼니는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서울 전체 지하철역 인근 동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전략을 세운다. 이 회사가 구축한 ‘홈즈 지하철역 랭킹(HSR·HOMES Subway-station Ranking) 시스템’은 대중에게 공개된 웰컴홈즈의 모체다. 홈즈컴퍼니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로 특화 서비스를 만든다. 이 대표는 “5월에 오픈하는 홈즈스튜디오 고대점 부근에는 고대 병원이 있다. 이런 경우 의사나 간호사들의 임차 수요가 중요하다. 야근 등 격무에 시달리는 그들을 위해 안마의자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홈즈컴퍼니의 주거상품은 크게 홈즈스튜디오와 홈즈스테이로 나뉜다. 홈즈스튜디오는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거(코리빙) 상품이고, 홈즈스테이는 거주 개념이 가미된 호텔(레지던스 호텔) 상품이다. 홈즈스테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시작해 성공적인 상품이 됐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때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고, 정부에서 취득세와 보유세를 높여서 사업에 위기가 닥쳤다. 그때 운영이 어렵던 호텔을 좋은 가격에 매입해 레지던스 호텔로 바꾼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홈즈컴퍼니는 이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적정 임대료와 적정 매입가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소속 중개법인들과 협업해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적정가에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한 뒤, 적정 임대료로 임차인을 들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현재 홈즈컴퍼니는 국내외 10여 곳에 주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대체 자산 운용사인 영국의 ICG와 함께 2023년에 결성한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활용해 올해 안에 100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ICG가 우리와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잘 구축해 놓은 임대시장에 관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로 수원과 독산, 선정릉 등 3개 지역에 사업장을 확보했다.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점은 2018년 196억 원에 매입해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홈즈-ICG JV 펀드에 253억 원에 넘긴 경우다. 이 대표는 “선정릉점 초기 투자자들은 연환산 수익률 기준으로 8% 이상을 받아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이라고 했다.● 도시계획 전공 살려 좋은 인프라 만들고 싶어 창업 이 대표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가다.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에서 도시계획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신도시개발업무를 담당했고, 삼성물산에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그가 부동산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홈즈컴퍼니를 창업한 배경에는 일본 유학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도시계획 전공자로서 일본에서 공부할 때 멋진 프로젝트들을 많이 봤다.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즈, 후쿠오카의 캐널시티 같은 것들을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해 힘들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모델을 정교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민간 투자자들이 진득하게 기다려준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견뎌냈다고 밝혔다. 향후 사업에서 정부의 규제는 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주거공간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지만 부동산 정책이 아직 정교하게 이를 구분해서 시행되지는 않아서다. 이 대표는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본업이다. 단순한 매입이 아니라 대상지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게 목표다”고 했다. 홈즈컴퍼니는 작년에 매출 298억 원 영업이익 1억6000만 원으로 첫 흑자를 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30억 원이다. 이 회사는 사업부별로 부문 대표를 두고 힘을 키우고 있다. 코리빙사업부문은 이승준 대표가, 코빌리지 컴퍼니는 이재우 대표가, 미스터홈즈 중개법인은 고상철 대표가, 글로벌 사업부문은 문종환 대표가 맡고 있다.● 외국 진출과 마을 조성 홈즈컴퍼니는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9월 일본 신주쿠에 홈즈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국내 공유 주거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다. 이 대표는 “일본 진출은 성공적이다. 외국인의 주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전통적인 일본 임대시장에서는 보증금이 있더라도 보증인이 없으면 임대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물론 편의성도 갖췄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홈즈컴퍼니는 1인 주거를 넘어 ‘코빌리지’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코빌리지는 홈즈컴퍼니와 간삼건축이 함께 만드는 공유 마을 브랜드다. 코빌리지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성해 모두 임대할 계획이다. 월풀, 노천탕, 당구장, 탁구장, 수영장, 온실, AV룸 등 다양한 공유 시설을 제공해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시설을 공동체가 함께 이용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교외 지역에 자족형 일자리와 커뮤니티 생활 기반을 조성해서 주민들이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빌리지의 핵심”이라고 했다. 향후 부동산 임대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일본의 부동산 경영학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작은 원룸 하나를 임대하는 사람도 자신을 부동산 경영자라고 여긴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듯이 브랜딩, 세일즈, 재무관리, 외주관리 등을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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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 내 차를 맘대로 컨트롤한다고?… 차량 보안 시장이 열린다”[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차량 해킹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해 6월에는 윤리적인 해커들에 의해 기아차의 흠결이 발견됐다. 이 해커들은 차량 번호만 가지고 차 소유주 개인 정보 탈취는 물론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거나 멈추게 하고, 차량 위치를 추적했다. 사실상 차량 탈취가 가능했다. 이들은 기아차에 이 같은 취약점을 알렸고, 기아차는 8월 문제점을 없앴다.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SW)는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차량에 SW가 많이 탑재될수록 그만큼 해킹 당할 위험은 커진다. 아우토크립트(공동대표이사 김덕수 이석우 김의석)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차량이 SW 중심으로 운행되는 시대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9년 설립됐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만든 김덕수 공동대표이사(50)는 “차량은 내부에 있는 약 200개 전자제어장치(ECU)들이 서로 통신하면서 움직이는 구조”라며 “작은 컴퓨터인 셈인 ECU 가운데 1개만 (해킹에) 뚫려도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전력을 덜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구현되는 자동차 관련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 김덕수 대표는 “세계적인 해킹 대회인 데프콘 차량 보안 분야에서 세계 4위 실력을 유지할 정도로 뛰어난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핵심은 자율주행에 지장 없는 보안” 아우토크립트는 차량 내부 보안(IVS)과 협력자율주행 통신 보안(V2X),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보안, 보안 테스팅 통합 플랫폼 개발 등으로 나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IVS 기술은 침입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ECU를 보호한다. V2X 솔루션은 차량과 도로 인프라, 다른 차량과의 통신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실시간 통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안 SW가 시스템에 부하를 주지 않도록 개발됐다. 작지만 강력한 암호체계를 활용 중이다. 전기차 충전 시스템 보안도 중요하다. 자동차에서 수집된 개인 데이터 보호는 물론이고 전력망 자체가 비윤리적인 해커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 차량 보안 시장은 일반적인 정보기술(IT) 시장과는 달리 독특한 특성이 있다. 금융이나 공공 분야에 주로 적용되는 IT 보안은 해당 기관 지원 부서인 전산실과 협업해 솔루션을 제공하면 된다. 하지만 차량 보안은 제조회사와 부품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의 생산 부서를 상대해야 한다. 개별 하드웨어에 보안 SW가 결합돼야 완전한 상품이 되는 식이다. 아우토크립트는 여러 회사가 만드는 다양한 차량 ECU에 보안 문제는 없는지 스스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보안 테스팅 통합 플랫폼까지 만들었다. 김덕수 대표는 “보안 테스팅 통합 플랫폼을 활용하면 차량용 ECU의 보안 취약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상이 없을 경우 자동차 회사에 납품이 가능하도록 검사보고서까지 작성해 준다”고 했다.아우토크립트 보안 기술은 자동차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제한된 컴퓨팅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동차 특화 암호기술을 만들어 활용 중이다. 김덕수 대표는 “효율성이 좋아 경쟁사 대비 컴퓨팅에 40%나 작은 부담을 주면서 성능은 67% 향상시켰다”고 했다. 아우토크립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는 물론 세계적인 부품회사의 40%가량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V2X 분야에서는 국내 차세대 지능형 도로교통 체계(C-ITS)를 모두 수주할 정도다. 한국도로공사는 물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고객이다.● IT 보안 회사에서 분사 아우토크립트는 2019년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차량 보안 사업부에서 분사했다. 김덕수 대표는 “일반 SW 분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미 주도하고 있어 우리가 앞서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 보안은 우리나라 자동차 하드웨어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어 여기에 SW 역량을 더한다면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는 공동 창업자 4명 중 3명이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운영한다. 공동대표이사 제도는 각자대표 체제와 달리 회사 운영의 주요 사항을 대표이사 모두가 합의해 결정한다. 공동 창업자 4명은 모두 포스텍(포항공대) 출신이다. 전자전기공학과를 나온 김덕수 대표는 정보보안 전문가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연구소장 등을 거쳐 아우토크립트에서 제품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이석우 공동대표(57)는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을 창업해 2022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아우토크립트 해외 사업과 사업 전략을 담당한다. 아우토크립트 대주주다. 물리학을 전공한 김의석 공동대표(53)는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아우토크립트에서 국내 사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포스텍 전자전기공학 박사 출신인 공동 창업자 심상규 부사장(52)은 현재 CTO다.● 차량 보안 의무화 이제 시작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보안은 점점 의무화되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사이버보안 관리 시스템(R155)과 SW 업데이트 관리 시스템(R156) 규정을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부터 전 차종에 두 규정의 적용을 의무화했다.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포르쉐 마칸과 도요타 GR86, 스바루 BRZ는 유럽에서 단종되기도 했다. 일본도 같은 시기에 차량 보안을 의무화했다. 한국은 올 8월부터 신차종에, 2027년 8월부터는 전 차종에 적용한다. 중국은 한국보다 5개월가량 늦은 2026년 1월부터 신차종에, 2028년 1월부터 전 차종에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달 자율주행 차량 평가 및 감독을 위한 체계(AV ATEP)를 발표했다. 2027년형 모델부터 외국 적대세력과 연관된 SW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우토크립트는 지난해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유럽 형식승인 평가기관(TS) 자격을 획득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유럽 형식승인을 받는 데 필요한 리포트를 검토하고 적격 여부를 확인해 주는 기관이 된 것이다. 김덕수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연간 수백 억 원의 새 수익원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기술특례 상장 방식이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은 약 213억 원, 영업손실은 198억 원이다. 김덕수 대표는 “차량의 복잡한 전자통신 시스템을 보호하고 새로운 차량에 적용된 기술과 법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며 “연구개발 부담으로 올해까지는 적자를 예상하지만 내년부터는 흑자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 IT 보안은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다음에는 유지·보수비만 받지만 차량 보안은 차량 판매가 늘수록 부품 수량만큼 로열티 또는 라이센스 비용을 받는 차량 SW 부품사업”이라고 했다. 아우토크립트는 미국과 독일에는 법인을 설립했고 일본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현지 자동차 기업이나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자동차 보안과 차세대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 영업을 벌이고 있다. 김덕수 대표는 “아우토크립트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차량 SW보안과 미래 차 통신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SW 부품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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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농협의 벼 매입가 보조 장려… 쌀 소비 촉진-가공식품 수출에 주력”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장관 송미령)는 2024년산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해 선제적인 대책을 시행했다. 여느 때보다 이른 9월 10일, 수확기 대책을 마련해 쌀 초과 생산량 전량(全量)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10월 15일에는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량보다 많은 총 20만 t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노력했다. 지난해 전남 해남군은 관내 지역농협 11개소의 벼 매입 가격이 전년보다 낮게 형성되자 농업인과 지방의회 의견을 모아 벼 매입 가격 인상을 위한 협의를 이끌어 냈다. 해남군 소재 11개 지역농협 모두 전년 대비 5000∼6000원 낮게 형성돼 있던 벼 매입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올렸다. 농협은 산지 유통업체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벼 매입가를 전년과 같거나 높게 책정했을 경우 전년 판매 손실에 대해 보상해 주는 대책을 추진했다.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힘을 모은 결과 월 3회 집계하는 산지 쌀값은 지난해 11월 15일자부터 오름세로 전환해 이달 15일까지 10회 연속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정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사무관은 “산지 쌀값이 2023년에 비해 8.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농가 소득과 직접 연관된 농협 벼 매입 가격은 2.9%만 떨어졌다”며 “병충해와 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 농협의 노력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4년산 쌀 소비 촉진에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전년 대비 0.6kg(1.1%) 감소했다. 198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인 1994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정부는 아침 결식 증가 현상을 줄이고 현대인의 간편식 선호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천 원의 아침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면 정부가 2000원, 지자체와 대학이 나머지 비용을 분담해 학생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전국 190개 대학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사업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올해는 참여 학교가 200여 개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쌀 소비 촉진의 또 다른 축은 수출이다. K푸드 인기를 기회 삼아 쌀 가공식품 및 밥쌀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쌀 가공식품 수출은 10만3000t(3억1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물량은 22.0%, 금액은 38.4% 늘었다. 밥쌀 수출 규모는 9132t(17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물량은 43.2%, 금액은 31.6%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쌀 산업에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지난해 12월 쌀 산업 구조 개혁 대책(2025∼2029)을 마련했다. 맛없는 쌀은 시장에서 저평가받을 수 있도록 쌀 등급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유기농, 무농약 같은 친환경 벼 재배를 장려할 계획이다.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장립종(안남미) 및 기능성 쌀 같은 품종도 다양화한다.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인 쌀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 재배 면적 조정 제도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지난해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으로 산지 쌀값은 수확기 이후 오름세”라며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지자체 벼 매입 가격 보조 사례가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도 현장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도 정부는 농협 및 산지 유통업계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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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대 ‘대한민국 건강고령친화도시 정책대상’ 시상식 열어[온라인 라운지]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원장 이영범)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제3회 대한민국 건강고령친화도시 정책대상’에서 전라남도가 대상, 서울 강남구와 경기 용인시 등 2곳이 최우수상, 부산시 서구 등 3곳이 우수상을 19일 받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건강고령친화도시 정책대상’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고령친화 정책을 펼친 사례를 공모해 선정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여하는 행사다. 건국대는 고령화 대책, 헬스케어 산업 및 시니어 산업 진흥 등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면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대상을 차지한 전라남도는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 전문기관과 협력해 노인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심리 지원과 신체 치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 병원비 지원과 전담 변호사제를 도입해 법률적 지원까지 강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은 서울시 강남구와 경기 용인특례시가 수상했다. 강남구는 스마트 헬스케어를 도입해 인공지능(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고 개인 맞춤형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모델을 구축했다. 용인특례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 맞춤형 노인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고령층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했다. 우수상은 부산시 서구, 광주시 북구, 경기 안산시가 수상했다. 부산시 서구는 지역사회 돌봄을 기반으로 한 ‘서구형 병원 동행 서비스’를 운영해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광주시 북구는 스마트 경로당을 구축해 디지털 취약 계층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며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경기 안산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한 데이터 기반 스마트 AI 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수요응답형 버스를 통해 교통취약계층인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했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은 “어르신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건국대는국내외 고령화 관련 연구 및 정책 개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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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부동산 가격 5691조 원… 전국 모든 물건 추산치 제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부동산 구입 때 대출은 거의 필수다. 그런데 지방에 있는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토지, 창고, 사무실, 상가 등을 구입할 때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중은행이 지방의 비(非)아파트(건축법상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유형) 부동산에 대해서는 대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유형의 부동산 가치를 파악할 때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대출을 받으려면 지역 소재 상호금융기관(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여러 곳 문을 두드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공간의가치(대표이사 박성식)는 전국 모든 종류의 부동산 가치를 자동으로 추산하는 모형을 기반으로 부동산 금융 서비스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식 대표(47)는 “부동산을 산 사람이 계약 정보를 올리면 금융기관들이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 등을 제안하는 플랫폼 ‘파이퍼’를 작년에 열었다”며 “아파트가 아닌 부동산에 대해서도 빠르고 편리한 대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가구-토지 대출도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금융기관이 아파트에 대해 대출해 줄 때는 KB부동산 시세를 바탕으로 아파트 가치를 가늠한 뒤 대출 가능 금액 등을 산정한다. 온라인에서 바로 조회가 가능하니 대출 가능 금액이나 금리도 온라인으로 바로 결과를 내주는 곳이 많다. 하지만 비아파트 대출은 수요자나 금융기관 모두에게 어렵고 불편하다. 금융기관이 수요자와 상담한 후 감정평가사에게 예상 감정가를 받고 대출 한도를 확정하는 데 2∼3일이나 걸린다. 박 대표는 “비아파트 담보 대출은 전체 대출시장의 63%인 1682조 원 규모지만 대출 성사율은 18%에 불과할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이 시장을 온라인으로 혁신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신용대출은 90%, 아파트 담보 대출은 61%가 온라인으로 처리되는데, 비아파트 대출시장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모든 부동산 추정 가치 제공 공간의가치가 보유한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가치산정모형(AVM·Automated Valuation Model)과 감정평가 서비스를 결합한 데 있다. 전국 모든 유형의 부동산에 대해 AI 추정가를 산출하고, 자회사인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서 전문 감정평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부동산 유형별로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아파트는 3.8%, 오피스텔은 3.0%, 상가와 토지는 12∼13% 정도의 오차를 보이는데, 이는 미국을 비롯해 AVM을 먼저 도입한 글로벌 국가들보다 더 높은 정확도”라고 했다. 부동산 가치는 매월 업데이트 된다. 2월 현재 서울 강남구 모든 부동산 가치는 966조 원, 서울 5691조 원, 경기 5016조 원, 인천 877조 원이다.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가치는 1경8638조 원으로 추산된다. 공간의가치는 2019년 창업 이후 AVM 개발에 몰두해 왔다. 감정평가 업무를 하면서 정성적으로 매기던 가치를 정량적으로 모형에 집어넣고, 정확한 값이 산출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만큼 부동산 가치 산정은 어렵다. “예를 들어 건물이 있다고 할 때 지하주차장이 자주식인지 기계식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건물 공용부와 전용부 비율은 어떤지 등 물리적 특성을 먼저 분석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요소들 가치는 지역마다 다르죠. 어떤 지역에서는 지하주차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도시경제학적 관점으로도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예컨대 사무실이 집적된 지역에 있는 사무실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높으니 이를 반영하는 식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은 기본이다. 박 대표는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수치화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AVM은 공간의가치에만 있는 기술은 아니다. 2015년 정부가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 정보를 공개하면서 여러 기업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가치를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개선하는 중이다. 이런 정보 공개와 여러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로 이제는 지방의 토지라 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속아서 살 일은 없어졌다.● 감정평가사로 일하다 사내 창업 박 대표의 창업 과정은 전문성과 경험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잘 엮인 사례다.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건축 설계를 했다. 30대 초반부터는 부동산 분야로 전환해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했고, 2007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 입사했다. 파트너 감정평가사로 일하면서 부동산 관련 다양한 사업을 병행했다. 공유 오피스 운영, 공유 주거 사업 등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서 사내 창업 형태로 추진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의 수학적 모델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원 방문교수로 연구를 이어가며 학술적 전문성도 쌓았다. 2020년에는 한국경제학술상까지 받았다. 2019년에는 공간의가치를 창업했다. 프라임감정평가법인 사내 창업 형태로 시작했다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하며 독립했다. 이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간의가치는 현재 신협 60개사와 산림조합 60개사 등 상호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소형 은행과 지방은행을 시작으로 대형 은행으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 가치를 추정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월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안전함을 추구하는 금융업 특성상 천천히 진행되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부동산 담보 대출이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며 “그런 시대를 대비해 가치 추산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다양한 금융기관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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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사고파는 주체 실시간 분석해 증권사 제공… 이젠 세계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불편을 개선하면 사업이 될 수 있다. 개선된 방식이 가치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주식 수급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는 피니트(대표이사 최재현)의 창업 과정과 성장 과정이 그렇다. 불편을 고치는 작은 출발로 시작해 수요처를 정확하게 찾았고, 공급 방식도 영리하게 찾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외국인 매매 동향, 실시간으로 알고 싶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주식 향방을 예측하면서 이런 과정을 겪곤 한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해당 시점에 누가(외국인이나 기관, 개인) 많이 사고파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증권사 주식 투자 프로그램의 매매 주체별 동향란을 눌러 본다. 그런데 당일 매매량은 비어 있다. 가끔 아침에 일부 뜨는 경우가 있고, 장 중간에 표출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장이 끝난 오후 6시가 넘어야 표시가 된다. 투자자들은 ‘실시간 자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없네’라며 그냥 넘긴다. 그런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소규모 투자자문사가 2017년 당시 숭실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재현 피니트 대표이사(45)에게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수급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지인의 부탁이어서 취미 삼아 개발을 해보자며 승낙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인 박제원 교수와 상의했고 함께 만들었다. 박 교수는 현재 피니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공동창업자다. 창업 과정에서 최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기로 했고, 박 대표는 ‘공동대표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사면 증권사별로 담당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해서 집계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피니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증권사 앱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주체별 매매량의 예측값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든 프로그램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인 종목을 대상으로 했다. 요청을 했던 지인은 1년 정도 활용을 했는데, 그 사이 주변 투자자문사들 중심으로 소문이 나면서 증권회사에서도 서비스 공급 제안을 받게 됐다. 현재 10개 증권회사가 채택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취미로 만든 프로그램의 수요가 늘면서 일이 많아졌고, 2019년 창업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교수직은 버리고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매매 패턴 등 분석해 주식 방향성 예측 피니트가 만든 프로그램은 국내 주식의 수급을 분석하는 파워맵과 미국 주식의 수급을 분석하는 파워맵US 두 가지다. 실시간으로 주요 주식의 매매 패턴을 분석해 주가의 상승과 하락 기조가 바뀌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 15년간의 데이터를 학습해 수급 패턴을 찾아냈다. 현재 수십만 개의 매매 패턴을 바탕으로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데이터를 분석한다. 최 대표는 “주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기관이 주문을 냈는지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분석을 한다”며 “다만, 외부에 공개를 할 때는 외국인과 기관 정도로 구분해서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만일 삼성전자의 주식을 누군가 1분 단위로 100주씩 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신호 등이 보이면 여러 다른 특성과 결합해 특정 외국 증권사가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런 형태의 매매 패턴은 수십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분석할 때 AI와 매매 패턴, 특징점 분석, 추론 엔진 등을 활용한다. 분석하고 추론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데이트 처리 능력도 중요하다. 피니트는 거래소에서 거래 데이터를 직접 수신해 실시간으로 1000개가량 종목(대상 종목은 코스피는 시총 2000억 원 이상, 코스닥은 시총 1500억 원 이상)의 수급 현황을 분석 처리한다. 최 대표는 “거래소에 직접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직접시장접속(DMA·Direct Market Access) 기술과 고빈도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시장 진출… “암호화폐 등으로 영역 확장” 파워맵US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같은 미국 주식 2100여 종목의 수급을 분석한다. 박 대표는 “미국 거래소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으로 구분된 매매 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자체 연구를 통해 주가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대량 거래와 매수 강도 등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법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매수 강도와 대량 거래가 동시에 1분간 증가할 경우 3분 이내에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84% 정도 된다”고 했다. 1일 거래에서 주가가 오른다고 해도 오르는 폭은 평균 1.2% 정도이고, 정확도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어떤 시점에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최 대표는 “주식 매매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실상 새 지표를 하나 더 제공하는 셈”이라고 했다. 피니트는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사업을 하는데,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지 않고 증권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판매한다. 이른바 B2B2C(기업-기업-소비자)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증권사에 서비스 이용료를 내고, 증권사는 피니트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시장의 불편을 개선한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 채널까지 만들었으니 창업 초기부터 조금씩 이익을 내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최근 70억 원 정도의 투자를 처음 받았는데, 이는 미국 시장 직접 진출에 필요한 자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피니트의 파워맵과 파워맵US는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서비스를 채택한 곳이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증권사 앱을 통해 미국 주식과 국내 주식 수급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피니트는 이를 넘어 미국 개인투자자 시장도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온라인 증권사인 인터랙티브브로커(IBKR)와 트레이디어브로커(Tradier Brokerage) 등 4곳과 계약을 맺고 그에 맞춘 파워맵US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최 대표는 “미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20% 정도인데,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우리의 실시간 수급 분석 기술이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새로운 분석 도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피니트는 주식의 수급을 분석한 데이터를 미국의 대표적인 고빈도매매 및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 헤지펀드인 T사에 판매했다. 최 대표는 “우리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나스닥 데이터 시장에도 우리 데이터를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했다.피니트의 수급 분석 기술은 뉴욕에서 지난해 열린 벤징가 핀테크 어워즈에서 우수 데이터 분석 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와 박 대표는 피니트의 미래에 대해 “우리 수급 분석 기술은 주식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파생상품과 암호화폐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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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앤고, 코엑스에 이색 팝업 스토어 ‘굿즈팩토리’ 연다[톡톡 스타트업 뉴스]

    감성 굿즈 제작 전문기업 브랜디즈(대표이사 감민주)가 자사 브랜드 ‘휴앤고’ 이름으로 2월초 서울 코엑스에서 이색 팝업 스토어를 연다. 휴앤고 측은 24일 “설 연휴 다음 주인 2월 6~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행사장에서 ‘굿즈팩토리’라는 이름으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며 “신입사원이 1일 회사체험을 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만의 개성있는 굿즈도 제작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밝혔다. 팝업 스토어의 주제는 ‘휴앤고 굿즈 공장에서 일일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이다. 50평 규모로 마련된 팝업 스토어는 채용 면접존과 부서 배치존, 구내식당, 현장업무존 등 8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예컨대 구내식당에서는 식판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굿즈 부품을 구매하고, 현장업무 존에서 조립을 해 보는 식이다. 휴앤고 측은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서 개성있는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굿즈를 제작하는 기회도 많이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 중이고, 참여한 관람객에게는 기념 선물도 증정한다. 휴앤고는 아크릴, 패브릭, 지류 등 다양한 굿즈를 자체 생산하는 전문 브랜드다. 무료 샘플 제작 서비스와 5단계의 품질 검수를 통한 품질 유지, 긴급 대량 주문에도 100% 납기를 준수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피 도넛, 김호중 팬클럽 등 다양한 기업과 단체가 휴앤고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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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우주에서 신약 만든다… 미세중력 이용한 바이오 실험 한창[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인류는 우주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주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하겠다는 진취적인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이 스페이스린텍(대표이사 윤학순)이다. 2021년에 설립됐다. 올해 6월이면 첫 실험장치를 우주로 보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한다. 10일 경기 용인특례시 스페이스린텍 기흥사업장에서 만난 윤학순 대표(58)는 “우주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우주 환경이 여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새 지평지구상의 중력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장벽이다.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중력이 이를 방해한다. 실험실의 같은 반응 용기 안에서도 중력 때문에 용액 내 단백질의 위아래 농도가 달라지고 대류현상 등으로 균일한 단백질 결정이 형성되지 않는다.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 속에서 형성된 단백질은 분자 간 결합구조가 명확한 데 비해 지상에서 만든 단백질은 그 구조가 두루뭉술하다. 윤 대표는 “미세중력 속에서 결정화되는 단백질은 상세 구조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개발 기간을 5∼8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우주 환경 자체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이용한 신약 개발 도전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는 우주에서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통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보다 균일하고 작은 입자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시간을 들여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 형태가 단번에 투입하는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마이크로퀸(Micro Queen)은 2022년 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했고,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3차원 암세포 모델을 연구 중이다. 윤 대표는 “줄기세포와 인공장기, 노화 연구에서도 우주 환경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중력이 미미한 환경에서 세포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3차원적 구조를 잘 형성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약 70개의 우주의학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과 연구 인프라스페이스린텍은 우주실험플랫폼과 미세중력 환경 구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형 아르파에이치(ARPA-H) 프로젝트 중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 개발’ 과제의 주관기업으로 지난해 10월 선정됐다. 2029년 4월까지 4년 6개월간 90억 원을 지원 받아 우주환경 기반 단백질 결정화 기술 개발, 미세중력환경을 활용한 고품질 단백질 결정 생산,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연구 등을 수행한다. 스페이스린텍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인하대병원 항공우주의학센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앱티스(동아ST 자회사), 하버드의과대학과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이 연구과제를 통해 우선 위암 치료를 위한 항체-약물 복합체(ADC)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여기서 단백질 구조로 된 항체를 정교하게 고순도로 만드는 데 우주실험플랫폼이 필요하다. 암세포를 더 정확하게 인식하는 항체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스페이스린텍은 저궤도 위성에 탑재 가능한 소형·저전력 실험장치의 개발을 마쳤다. 성인 운동화 한짝이 들어갈 정도의 상자 크기다. 적은 양의 시료로도 다수의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안에는 컴퓨터 기판 같은 여러 전자장치와 바이오의약품 시료 등이 들어 있다. 윤 대표는 “올해 6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로켓을 이용해 우주 공간으로 실험장치를 올려 실험을 시작한다”고 했다. 또 올해 하반기 발사될 4차 누리호에도 실려 우주 공간에서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스페이스린텍은 또 지구 저궤도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한 뒤 지상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202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와 궤도수송선 및 회수선 개발기업인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페이스린텍은 지상에서 미세중력 환경을 구현해 실험하는 능력도 갖췄다. 강원도 정선과 태백의 폐광에 있는 수직갱도를 활용해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장치를 독자개발했다. 특히 태백 장성광업소에 구축할 시스템은 세계 최장인 900m의 트롭타워다. 윤 대표는 “땅속으로 실험장치를 자유낙하시키면서 약 10초간 미세중력 상태에서 실험을 한다”며 “세포 속에 유전자를 정교하게 주입하고 변화를 추적한다”고 했다. 드롭타워를 활용해 우주실험실 플랫폼을 검증하고, 별도로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미국 나사와 일하다 우주의학 가능성 보고 창업 윤 대표는 미국 버지니아 노퍽주립대 신경공학과 정교수이자 하버드의대 객원교수다. 2010년 노퍽주립대 교수로 부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 등과 우주의학 연구를 수행하며 우주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됐다. 윤 대표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이 갖는 잠재력과 우주의학 분야 중 상업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약업을 택해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는 심정욱 이사는 영국 리즈대 교수로 미세유체공학 전문가다. 마이크로나 나노 규모의 유체를 다루면서 생물학적 시료를 분석하고 제어하는 분야다. 실험실의 기능을 작은 칩 위에 집적한 랩온어칩(Lab-on-a-chip)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전체 17명의 임직원 중 9명이 박사, 4명이 석사다. 전기·전자와 바이오, 기계 분야 전문가들이 세 축을 형성하는 융합조직이다. 윤 대표는 “스페이스린텍은 고품질의 바이오의약품을 메이드인스페이스(made in space)로 만드는, 우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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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개발 유뱃, 9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톡톡 스타트업 뉴스]

    전극 균일화 기술로 효율 높은 배터리 제조 기술을 보유한 유뱃은 17일 “9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유뱃은 투자금으로 방산용 항공 배터리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이번 투자에는 KDB산업은행이 3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포스코기술투자, 비엠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90억원을 투자했다. 유뱃은 효율 높은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초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개발 전문기업이다. 전극을 균일하게 제고하는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독자적인 균일 후막 전극(Thick Electrode Platform, TEP) 기술을 활용해 하이니켈 배터리의 생산단가를 10% 이상 줄이고 에너지밀도는 20~30%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부피와 무게에 많은 에너지를 담은 배터리는 항공분야 등에 적합하다. 최근 국내 주요 항공·방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뱃의 초고에너지밀도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유뱃은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방산용 항공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창규 유뱃 대표는 “드론이나 방산용 항공 배터리 관련 테스트라인 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도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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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랩,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으로 CES 혁신상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로 상업용 콘텐츠를 혁신하는 스튜디오랩(대표 강성훈)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자사의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인 젠시 피비(GENCY PB)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최근 밝혔다. 젠시 피비는 지능형 로보틱스로 상업용 사진 촬영부터 인물 촬영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촬영 과정을 자동화한 기술이다. AI가 실시간으로 피사체를 분석해 최적의 촬영 구도를 자동으로 잡아주고, 피사체의 특징을 부각하는 상업용 사진을 스스로 찍을 수 있다. 모델의 특징부터 제품의 특징, 배경 정보 등을 분석해 기업이 원하는 감도의 촬영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는 것이 스튜디오랩의 설명이다. 지난해 CES 인공지능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던 ‘젠시(구 셀러캔버스)’는 사진만 업로드하면 상업용 상세 페이지를 15초 만에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다. 이미 LF, W컨셉, GS리테일 등 국내 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촬영 자동화 로봇인 젠시 피비가 촬영한 사진으로 젠시가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재영 스튜디오랩 이사는 “젠시 피비는 앞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촬영을 자동화하는 영역을 넘어서서 인간의 사진 촬영 감각에도 도전하는 촬영 기술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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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 신약 개발하려 국내 우주기업 3사 맞손[톡톡 스타트업 뉴스]

    국내 민간 우주기업 3사가 우주의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우주 발사체 개발 기업 이노스페이스(대표 김수종)는 “우주 의학 기업 스페이스린텍과 우주탐사기업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우주의학 저궤도 제조 플랫폼 상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우주 제약산업은 중장기적으로 42억 달러(약 6조 1천억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각 기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의학 연구와 제약 플랫폼을, 이노스페이스는 맞춤형 우주발사체 기술을, 인터그래비티는 궤도 수송선과 지표면 회수 기술을 제공한다. 스페이스린텍은 최근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개발’ 과제에 주관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7월 국내 첫 민간 상업 위성 발사를 위해 개발한 ‘한빛-나노(HANBIT-Nano)’ 발사체의 발사를 준비 중이다. 2024년 설립된 인터그래비티는 무독성 고효율 추진기관을 앞세워 궤도 수송선과 회수선을 개발하고 있다.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이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우주의학 모듈 수송용 우주 발사체 및 시스템 개발과 함께 우주의학 분야의 새로운 발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민간 우주기업 3사 간의 파트너십 강화는 기술개발 협력을 넘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우주 산업의 다변화와 확장을 이끄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스페이스린텍 윤학순 대표이사는 “각 분야별 대표 우주기업들의 이번 업무협약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우주제약 산업을 향해 협력의 장을 만드는 의미 있는 첫발이라고 생각한다” 며, “최근 우주를 활용한 신약개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주요 플레이어로서 인식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인터그래비티 이기주 대표이사는 “바르다(Varda Space)와 같은 선두기업이 우주에서 초고부가가치 제약품을 생산하는 우주공장의 시작점에 진입한 상황에서 3사가 공동으로 우주바이오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신속하게 시연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우주에서 만들어 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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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 투명 안테나 등으로 CES 2025 혁신상 수상[톡톡 스타트업 뉴스]

    첨단소재 스타트업 CIT(대표이사 정승)가 세계적인 정보기술·가전 박람회(CES)에서 투명 안테나와 투명 디스플레이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8일 밝혔다.투명안테나인 ‘돌핀’ 은 기존 투명 안테나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 빌딩 유리창, 가로등, 버스 정류장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활용할 수 있다.돌핀은 L밴드에서 K밴드까지 총 6개의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고, 최대 20GHz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및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시대에 필수적인 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하는 주파수 영역이다.돌핀은 투명성과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두께 10나노미터(nm)이하의 초박막 구리 회로를 사용해 90% 이상의 투명성을 구현했고, 폐전선을 재활용한 구리를 활용해 탄소발자국을 기존 안테나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CIT는 이번 CES에서 혁신적인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초박막 구리 회로를 적용해 사람이 눈으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높은 투명도를 구현했다. 이 기술은 전시관, 상업시설, 대중교통등 다양한 B2B 시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CIT의 CES부스는 Venetian Expo Halls A-D에 마련됐고, 참관객들은 돌핀과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정승 CIT 대표는 “CES 무대를통해 CIT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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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만 분석해서 난소암 조기 발견… 11종 암 동시 진단 실현할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인류는 근래 액체 생체검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혈액이나 소변, 침 등 다양한 생체 유체를 분석해 암 발생의 신호를 찾는 방식이다.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의 유전자 조각을 직접 분석해 낼 정도로 바이오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경제적인 방식으로 더 정확하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유전자 조각을 직접 찾아 분석하는 식이어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포어텔마이헬스는 혈액 속에 있는 혈소판을 분석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만들어 낸 스타트업이다. 현재 난소암을 진단하는 방식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진단 기기는 상용화 기간이 짧아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에 건강검진 항목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안태진 대표이사(47)는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특히 어려운 암 중 하나여서 먼저 개발했다”며 “누구도 부담 없는 비용으로 암을 조기 검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새 패러다임 혈액으로 암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법을 상용화한 기업으로는 미국의 그레일(Grail)사가 있다. 몸속 어딘가에서 암세포가 생기면 면역세포가 암세포의 일부를 찾아 파괴하는 과정이 생긴다. 이때 분해된 암세포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조각을 혈액 속에서 찾아내 암을 진단한다. 20mL의 혈액 속에 불과 5∼10개로 존재하는 암세포의 DNA 조각(ctDNA·순환 종양 DNA)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싼 DNA 염기서열분석(시퀀싱) 장비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12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엇보다 1∼2기의 조기암 발견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포어텔마이헬스는 찾기 힘든 DNA 조각 대신 혈액 속에 적혈구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혈소판에 주목했다. 암세포도 우리 몸속의 혈액을 이용한다. 암세포는 이 과정에서 혈액 속 혈소판의 리보핵산(RNA)에 변형시켜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이 혈소판의 RNA에서 암의 발병 징후를 찾아낸다.● 혁신적인 진단 기술 개발 포어텔마이헬스의 핵심 경쟁력은 고순도 혈소판 분리 기술이다. 혈소판은 충격에 매우 민감해 분리가 어려운데, 10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최적의 분리 조건을 찾아냈다. 분리한 혈소판의 RNA를 분석해 난소암 환자의 경우 15군데에서 정상적인 서열이 아닌 것을 알아냈다. 또 각 부위는 난소암의 서로 다른 특징을 반영하는 독립적인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여러 마커를 조합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난소암 종양의 유무뿐만 아니라 그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도 동시에 판결할 수 있는 배경이다. 안 대표는 “혈액 6mL만 있으면 혈소판 RNA를 분석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난소암의 발병 기전을 설명하고 여러 치료제의 저항성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체 연구결과로, 난소암 조기 진단에서 암 환자를 암 환자로 판별하는 민감도는 93%, 정상인을 정상인으로 판별하는 특이도는 98%를 보였다”며 “1∼2기 조기암 발견에서 기존 ctDNA 방식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이미 많이 보급돼 있는 PCR 장치를 기반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검사 비용을 5만∼10만 원대로 낮춰 보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 생물정보학으로 암 연구 안 대표는 한동대 생명과학부 학사, 포항공대 분자생명과학부 석사를 거쳐 서울대 생물정보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생물정보학(생명정보학) 전문가다. 분자생물학과 정보기술을 결합해 암과 관련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연구하는 분야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암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와 항암제 개발에 참여했고, 삼성병원과 협업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논문을 30여 편 발표했고, 특허를 약 50건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암을 연구하면서 환자의 생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창업을 했다. 안 대표는 “혈소판은 뭔가 생명활동에 유용한 물질을 품고 있다가 신호를 받으면 그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런 혈소판을 변조해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성장인자를 내놓게 한다. 암이 생기면 먼저 나타나는 혈소판의 변조를 활용하면 암을 빨리 진단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생명과학과 생물정보학, 컴퓨터과학 등 다학제적 전문성을 보유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안은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생물정보협동 과정에서 석사를 받고, 테크니온-이스라엘 공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곽신영 최고제품개발책임자(CMO)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같은 대학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종양미세환경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강검진 통해 11개 암 동시 진단이 목표” 안 대표는 자사 기술이 난소암 진단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국내 주요 5개 병원과 함께 11개 암종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난소암을 첫 진단 분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안 대표는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암이다. 1∼2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에 달하지만, 3∼4기에는 20% 미만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67%가 3기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포어텔마이헬스는 난소암 조기 진단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내후년에는 유방암 진단법을 개발한 뒤 2028년에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 갑상선암 등 총 11개 암종의 진단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년 후에는 11개 암을 한 번에 진달할 수 있는 통합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지난해 12월 국내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 2024’에서 스타트업 밸리 루키리그 최종 우승기업에 선정돼 올해 5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비바테크 참가 기회를 얻기도 했다. 위험 요인이 없지는 않다. 그레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DNA 염기서열분석 장비가 발달하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침이나 소변 등을 검사해서 암을 진단하는 방법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저가의 진단 도구가 더 필요한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먼저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회사 이름 포어텔마이헬스는 ‘나의 건강을 미리 예견한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사람들의 건강 위험을 미리 예측해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배운 ‘사업보국’이라는 말처럼, 기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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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kg 부품도 정확하게 이송… “고정밀 주행기술로 세계시장 공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물건을 옮겨야 하는 일은 산업 현장에서 다반사다. 물류 창고는 물론이고 자동차 조립 공정, 선박 제조 공정 등에는 무거운 물건도 많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600kg에 달하기도 한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도 여러 가지 부품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라인에 공급해야 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공장 내에 특정 생산장소로 특정 부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용 물류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더구나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라는 큰 물결과 함께 물류 자율주행 로봇의 쓰임은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 2022년에 설립된 나비프라는 물류 로봇의 고정밀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 대기업의 국내외 공장에 자사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5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16일 경기 수원시 연구실에서 만난 박중태 대표이사(45)는 “어떤 로봇이든 우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1cm, 1도 각도 이내의 정밀도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며 자사 기술의 범용성과 정밀성을 강조했다. 물류 로봇에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제조 공정별로 다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면 별도의 고정밀 제어 SW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했던 시장이다.● 물류 로봇 종류 가리지 않는 자율주행 솔루션나비프라의 고정밀 자율주행 기술은 나비코어와 나비브레인으로 나뉜다. 나비코어는 고객사의 다양한 로봇에 이식돼 고정밀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나비브레인은 지게차 로봇과 이송 로봇 등 수백 대의 물류 로봇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선과 작업 순서를 관제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백 대의 로봇이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박 대표는 “식당의 서빙 로봇은 정지 정밀도나 이동 정밀도가 높지 않아도 활용이 가능하지만 공장에서는 정확한 곳에 서고, 정확한 경로로 가지 않으면 공장 전체가 생산을 멈추게 된다”며 정밀한 운행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나비프라는 1cm 이내의 오차로 정확하게 로봇을 정지시킨다. 덕분에 네 귀퉁이의 귀를 딱 맞춰야 쌓아 올릴 수 있는 철구조물을 자율주행 지게차가 정확한 곳에 정지해 쌓을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보관대에 집어넣는 작업도 여유롭게 한다. 박 대표는 “오차를 벗어나면 배터리가 떨어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어 자율주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비프라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 정지 정밀도는 최소 2배 정도 더 높고 최대 이동 속도는 20% 더 빠르다. 로봇이 활동할 공간의 지도를 작성하는 면적도 경쟁사 대비 4배 정도 넓어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나비프라 제품은 국내 유명 자동차 회사 및 그룹사 공장에 적용 중이다. 특히 해당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세운 전기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운용될 100대 이상의 주행로봇에도 나비프라 SW가 들어갔다. 볼보 전기차트럭의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도 쓰고 있고, 국내 유명 조선소 중 한 곳은 배관 검사용 로봇에 나비프라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협동로봇을 만드는 뉴로메카는 나비프라의 기술을 적용해 선박 블록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약 40곳 공장에서 800여 로봇에 기술을 적용했다.● 대학에서 자율주행 연구하던 동료 모아 창업 박 대표는 고려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봇공학이 전공으로 전문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대학원 시절 쿤스(KUNS·Korea University Navigation System)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과 현대 등 여러 기업에 기술 이전됐다. 박 대표는 “2005년 대학원에 들어가 2011년 졸업을 했다. 자율주행 SW에는 자신이 있어 그때도 창업을 생각했지만 결국 미뤘다”고 했다. 학교에만 11년을 있어 사업 운영 방식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삼성중공업 책임연구원, LG전자 책임연구원 등을 거치며 대기업과 비즈니스 세계를 11년가량 경험하고 창업했다. 현재 64명의 임직원 중 58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선후배 동료들이 새출발에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20여 년의 연구 경험과 초기 창업 멤버들의 훌륭한 팔로어십(능동적 추종력) 때문에 창업 이후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 기술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로봇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효과를 낸다. 창업 초기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이유로 고충을 겪었다. 지방에 있는 고객사 근처로 매일 출근해 연구하고 개선된 결과물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설득했다. 첫 회사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 발판이 됐다. 이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량 발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2025년에는 로봇 제작으로 사업 확대 나비프라는 창업 3년째인 2025년에는 물류 로봇을 설계 제조하는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기술과 인력 확보를 마친 상태로 물류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일괄 수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드웨어까지 함께 공급하며 2025년에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업의 위협 요인에 대해 “기술은 어느 한 곳이 독보적인 지위를 오래 가지기 힘들고, 상향 평준화된다”며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끝없는 연구개발로 더 차별화되는 기능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800여 로봇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봤다. 여름엔 괜찮았는데 겨울에는 추워서 센서가 작동을 안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들이 후발주자와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물류 로봇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 카메라들을 설치해 로봇들과 연동하게 하는 신기술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로봇이 카메라 등 주변 인프라와 교신을 하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운용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비프라는 모든 이동형 로봇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책임지는 회사를 꿈꾼다. 그는 “제품의 생산 단계는 물론이고 그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물류에 우리 기술이 적용되게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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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재개발 총회, 스마트폰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조합원 총회를 디지털로 전환해 사업 기간과 사업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디포스트(대표이사 곽세병)의 대표 서비스인 ‘총회 원스탑’은 전자서명과 전자투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도록 돕는다. 현재 900여 조합 및 관리단이 이용 중이고, 누적 전자 총회 횟수는 1000회를 돌파했다. 곽세병 대표는 17일 “기존 도시정비 사업은 총회만 연 2∼6회 정도씩 최대 84회까지 열린다. 서면 및 우편 진행이 기본인 데다가 대면 총회도 정족수를 못 채우면 무산돼 사업도 지연되기 일쑤”라며 “총회 원스탑을 통한 전자 총회는 공인문서전자제도를 통해 진행 과정의 신뢰를 담보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간단한 총회 절차로 빠르게 사업성을 확보한다”라고 설명했다. 레디포스트에 따르면 부동산 총회를 디지털로 전환하면 평균 14년이 걸리는 재건축 사업 기간을 1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그는 이어 “총회 원스탑은 현재 국내 재건축 및 재개발, 리모델링 등 조합 총회 및 관리단 집회에서 제일 많이 사용 중이다. 올 4분기(10∼12월)에는 서울시 정비사업 전자투표 활성화 시범사업자로도 선정돼 10개 구역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레디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도입한 한 조합은 작년에 2시간이 걸린 개표 작업을 올해는 15분으로 줄였고, 총회 개최 비용을 70%가량 줄였다. 곽 대표는 “현재 누적 사용자는 25만 명이며, 평균 91%가 만족했다”라고 밝혔다. 레디포스트는 정비사업 관련 정보 및 온라인 총회 기능을 제공하는 ‘원스탑 빌리지’도 서비스 중이다. 이 회사는 2022년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주거정비 총회 전자적 의결 서비스’에 대한 특례를 받았고, 올해 7월에는 ‘도시정비 온라인 총회’, ‘전자 동의서 징구’를 특례로 인정받았다. 수십 년간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진행됐던 부동산 총회에 디지털 방식이라는 새 선택지를 레디포스트가 만들고 있는 셈이다. 레디포스트의 성장에는 2022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이 적잖은 힘이 됐다. 곽 대표는 “2024년 서울형 민간투자 연계 기술사업화 지원(서울형 TIPS) 덕분에 온라인 총회 전자동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어서 기술 특례가 인정됐고, 곧바로 서울시 정비사업전자투표 시범사업에 투입돼 실사례를 남길 수 있었다”고 했다. 곽 대표는 “부동산 온라인 총회가 내년에는 특례 형식을 벗어나 법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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