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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텍 “4월 제주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 준공”우주 지상국 서비스 전문 기업 컨텍(대표이사 이성희)이 4월 초 제주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아시아 최대 규모 민간 지상국 단지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ASP·사진)’를 정식 준공한다고 3일 밝혔다. 제주 ASP는 컨텍의 자체 안테나와 글로벌 파트너사의 위성용 안테나(저궤도 및 정지궤도) 12기가 집결된 국내 유일의 ‘민간 안테나 팜(Farm)’이다. 컨텍은 제주 ASP 준공을 계기로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단순 위성 데이터 수신을 넘어 분석과 전처리를 현장에서 수행하는 ‘우주 데이터 올인원 허브’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ASP 준공은 인프라 확충을 넘어 제주를 아시아 우주 비즈니스 전략 거점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민간 주도 우주 산업과 지상국 인프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ASP 구축과 준공 과정 전반에 걸쳐 행정 및 제도적 지원을 해 왔다. 이성희 대표는 “ASP는 전 세계 우주 기업들이 데이터를 교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아시아의 핵심 스페이스 허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더마트릭스’, 시드 투자 유치피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더마트릭스(Dermatrix)가 딥테크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3일 밝혔다. 투자 금액과 정확한 기업 가치는 비공개다.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의사 출신 김경훈 대표가 창업한 더마트릭스는 AI 정밀 피부 분석부터 피부과 병원 데이터 관리, 일상 케어까지 피부 건강 전 과정의 디지털 연결을 목표로 한다.스마트 데이터 관리 및 업무 자동화 솔루션은 피부과 환자 임상 사진 촬영, 데이터 관리, 진료 활용, 환자와의 공유까지 효율적으로 관리되도록 돕는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등에서 3년 이상 운영해 시스템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받았다.김경훈 더마트릭스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서비스 범위를 넓혀 최적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피부 진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회사 감사실로 호출된 날, 김준비(가명) 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정년 이후에도 현금이 나올 수 있는 일을 별도로 해 온 것이 문제가 됐다. 2024년 말 감사를 시작한 회사는 2025년 초 그를 해고했다. 51세로 정년이 9년 남은 때였다. 회사는 재직 기간 다른 일까지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말에 그는 벌금까지 냈다. 전화기 너머의 그는 “회사 동료들과 연락이 다 끊겼다. 여전히 조용히 숨죽여 산다”고 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정년이 지나면 5년간 없는 것은 확정된 미래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어떻게 가만히 있나. 그걸 대비하느라 임대업과 숙박업 등을 조금씩 해 왔다. 소득 공백은 국가가 만든 것 아닌가. 그 짐을 국민 개인에게 떠넘겨 각자도생의 길로 내모는 건 옳은 일인가.”소득 공백 방치로 국민만 짐 떠안아 정년(停年)은 멈추는 해라는 의미로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로 다시 씨름하고 있다. 2013년 ‘최소 60세 이상’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그 전에 관행적으로 55세 혹은 58세이던 정년은 60세로 바뀌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정년으로 65세가 거론된다. 하지만 입법 논의는 더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3일 입법 추진을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니 다양한 계층의 얘기를 더 듣겠다는 명분이다. 선거를 앞두고 혹시 있을지 모를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겠지만 처한 사정에 따라 입장 차는 크다. 청년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준다고 반대한다. 단계적 정년 상향 방안에 대해서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는 60년대 중후반 출생 연령층은 빠르게 일률적으로 정년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위한 잔치라며 소외감을 느낀다.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니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은 연금 개시 연령을 68세로 권고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연금 개시 연령을 68세로 높이는 안을 검토했다가 올해 초 폐기했다. 너무 부작용이 크고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9일 정년과 함께 연금을 받는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금이 늦어지면 비정규직의 고통은 더 커진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정년이 아예 없고, 있더라도 연금 수령 시기까지 일할 수 있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소득 공백을 제도적으로 방치 중이다.자명한 원칙 천명해야 과도기 보완책도 나와 한국 사람들은 2023년 프랑스의 연금개혁 시위가 과격한 것에 놀랐고, 연금 수령 시기가 2년 늦춰지면서 자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2년 더 늘고, 연금 수급액이 더 늘어나는데도 그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에 또 놀랐다. 프랑스 사람들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노년의 시간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논의 수준의 차원이 다르다. 소득 공백 방치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국민연금을 개혁한다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이면 65세가 되도록 바꾸면서 시작됐다. 정년을 올리는 입법이 추진될 때마다 2013년에도 겪었던 청년 일자리 감소와 기업 부담 논란을 매번 겪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년과 연금 개시의 일치를 천명해야 한다.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이 자명한 원칙을 밝혀 두고, 언제까지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 노후의 안녕은 체제나 이념, 연금재정 부족을 이유로 훼손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이런 원칙이 있어야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겸업 금지 규칙의 완화 같은 과도기 보완책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허진석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jameshur@donga.com}

■ 자동차 렌트 관리 플랫폼 차즘, 151억원 투자 유치자동차 리스와 렌트 관리 플랫폼 차즘(Chazm)을 운영하는 디자인앤프랙티스(대표 정상연)가 15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선도 투자사인 스톤브릿지와 KB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계열 제로원벤처스와 LX그룹 계열 LX벤처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글로벌 투자사 쇼룩 HQ를 포함한 국내외 전략적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디자인앤프랙티스의 투자 유치 누적액은 190억 원이 됐다. 차즘은 차량 계약, 운행, 반납,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디든로보틱스-KAIST 기계공학과, 피지컬 AI 공동 개발 협약로보틱스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가 KAIST 기계공학과와 피지컬 인공지능(AI) 및 휴머노이드 기술 분야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사진)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이번 협약으로 디든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손 및 조작 메커니즘 관련 연구 과제를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진과 공동 수행한다.디든로보틱스는 KAIST 기계공학과 휴보랩 출신 연구자 4명이 2024년 공동 설립한 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자율보행과 복잡한 환경 적응이 가능한 자석 발 사족 보행 로봇 ‘디든(DIDEN) 30’을 개발해 왔다. 조선 산업을 비롯한 비정형 환경에서의 이동과 물리적 상호작용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병원에 혈액이 한 팩밖에 없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때 수술 환자가 발생하면 수술은 불가능합니다.” 백은정 아트블러드 대표이사(49)는 한양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 수혈의학 전문의다. 20년째 대학병원 의사인 그가 지금도 매일 목격하는 현장은 참담하다. 환자에게 수혈할 혈액이 부족해 수술이 연기되고, 외부에서 오는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2차병원 외과 의사가 절박하게 전화로 피를 구걸하기도 한다. 위법이어서 개별적으로 피를 나눠줄 수도 없다. 혈액형을 파악하지 못하는 긴급 상황에서는 항원항체반응이 생기지 않는 만능공여형 혈액인 Rh-O형 피를 써야 하지만 한국에서 이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0.3%에 불과하다. 만능공여형 혈액을 갖춰 둔다는 건 꿈 같은 얘기다. 우리나라 혈액 보유량은 평균 4.2일로 권장 기준인 5일분에도 못 미친다. 헌혈자는 계속 줄고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아트블러드 연구소에서 만난 백 대표는 “피가 부족해서 규모가 있는 병원은 수혈관리실을 설치하고 전담 인력까지 두도록 법제화한 유일한 나라가 우리”라며 “저출산으로 헌혈 가능자는 줄고 고령화로 수혈 수요는 폭증하는 구조여서 인공혈액 상용화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 보유 아트블러드가 개발한 핵심 기술은 세포주 기반 인공적혈구 대량생산이다. 조혈모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하여 계속 증식할 수 있는 세포주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세포주는 살아 있는 사람의 골수 속 조혈모세포처럼 장시간 증식하며, 한 번 확립되면 세포 배양 시설에서 적혈구를 계속 생산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도전하는 곳은 영국 스칼렛과 미국 사피, 한국 아트블러드 세 곳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아트블러드만이 정상 염색체를 가진 적혈구 생산용 세포주를 확립했다. 스칼렛은 암세포 기반 세포주라 일반 수혈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서필은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이어서 성인과 다른 배아형 혈색소가 생성돼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다. 백 대표는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계속 발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적혈구 전구세포 단계에서 계속 증식을 할 수 있고, 원할 때 분화시킬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상 세포로 이걸 해낸 것이다”고 의미를 설명했다.아트블러드는 현재 50L 바이오리액터에서 적혈구 생산에 성공했다. 증식→분화→정제의 전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생산된 적혈구는 헌혈 혈액과 동일한 양면이 오목한(biconcave) 모양을 띤다. 올해 150L 규모로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수만 리터급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의 장점은 명확하다.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이 가능하다. 헌혈 혈액처럼 감염 위험이 있지도 않다. 면역학적·비면역학적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다. 헌혈 혈액보다 생체 내에서 더 오래 생존하는 것도 강점이다. 아트블러드는 반려견용 적혈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실 사람의 인공혈액을 상용화하려면 임상과 비슷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동물 혈액으로 먼저 검증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반려견 혈액은 사람 혈액보다 구하기가 더 힘든 현실적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 백 대표는 “우리 기술로 반려견 혈액을 만들어 사고 없이 수혈이 된다면, 사람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랜 창업 준비와 난관들 백 대표의 인공혈액 연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세대학교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옥 교수 연구실에서 펠로우로 근무하던 그는 조혈모세포에서 적혈구를 체외 배양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논문을 접했다. 백 대표는 “전임자가 한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제가 남아있는 시약으로 다시 해 봤더니 재현이 가능했다. 그때가 시작이었다”고 했다. 세계에서 관련 논문이 단 2편밖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다. 백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수혈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20년간 논문 40여 편을 국제 저명 학술지에 게재하고 국내외 특허 30여 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실험실의 성공과 혈액 생산은 차원이 달랐다. 2013년부터 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 강의를 찾아다니며 들었는데, 만난 기업인들의 조언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은 사업화하지 않으면 절대 실현될 수 없다’. 5년간 낮에는 교수로, 밤에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이중생활이 이어졌다. 2021년 전환점이 왔다. 정부가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다부처 공동사업을 통해 임상용 인공혈액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로 결정하면서다. 2023년에 아트블러드는 관련 대형 국책 과제의 메인 연구팀이 됐다. 백 대표는 “정부가 의지를 보였다.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창업 후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임상시험을 위한 동물 모델이 없었다. 개발하려는 것이 혈액이기 때문이다. 쥐와 사람의 혈액형이 달라 쥐에게 투여하면 바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비임상-임상 시험 과정 자체도 따라 수립해야하는 것이다. 정제 공정도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백 대표는 “필요한 기술들이 세상의 첫 시도여서 여러 단계마다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했다. 법적으로 혈액은 인체에서 채혈한 혈구 및 혈장이어서 인공혈액은 기존 법규를 적용할 수 없었다. 2025년 8월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공혈액을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임상시험의 길을 열었다.●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인공혈액 2023년 정부는 복지부·과기부·산업부·식약처·질병청이 참여하는 ‘세포기반 인공혈액 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5년간 471억 원을 투입하는 1단계 사업이다. 아트블러드는 사람에게 수혈하는 적혈구 제제를 대량생산하는 핵심 과제를 단독 수주했다. 같은 해 차세대 유망 초기(seed) 기술 실용화 패스트트랙 사업 과제를 수주해 개에게 수혈할 수 있는 적혈구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아트블러드에는 임직원 33명(연구개발 인력 26명)이 연구와 생산을 맡고 있다. 세계 최초의 도전에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강스템바이오텍 출신 노경환 바이오 분야 최고기술책임자(CTbO),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김선규 세포라인 분야 최고기술책임자(CTcO), CJ헬스케어 출신 정영미 최고개발책임자(CDO), LG화학 출신 유수현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이 합류해 있다. 경기 안산에 공장(GMP인증시설) 부지를 확보했고, 서울 서초구에 6∼7층 규모 부설연구소를 운영 중이다.아트블러드는 2029년 임상시험 시작을 목표로 한다. 단기적으로는 만능공여형(Rh-O형) 수혈용 적혈구, 중기적으로는 희귀 혈액형 맞춤형 적혈구와 반려견용 적혈구, 장기적으로는 약물전달체 플랫폼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트블러드는 글로벌 수혈용 혈액 시장은 2022년 370억 달러(약 47조 원)에서 2030년 545억 달러(약 7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적혈구제제 시장은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 백 대표는 인류의 혈액 부족을 인공혈액 기술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본다. 백 대표는 “응급실에 만능공여형 혈액을 배치해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술이 피가 없어서 지연되는 일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날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분야 등의 연구자들이 직접 글을 쓰는 기술 분석 플랫폼 하이젠버그가 작년 말 출범했는데, 기술과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 론칭 한 달 만에 웹사이트 방문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테스트를 위한 유료 가입자 수는 25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삼성이 1조 원 투자한,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기계 High-NA EUV’ 보고서는 단일 콘텐츠로 조회수 7만 회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반도체 장비라는 고난도 주제를 기술적 원리와 경제적 가치로 연결한 분석이 독자층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하이젠버그에는 반도체, AI, 바이오, 2차전지, 방산 등 주요 분야에서 매주 5편 이상의 심층 리포트와 뉴스레터가 실리고 있다. 하이젠버그 사이트는 과학기술 콘텐츠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 하이젠버그(대표이사 권순용)가 유튜브 영상 채널 에스오디(SOD)에 이어 문자 기반의 기술가치 분석 플랫폼으로 만든 것이다. 하이젠버그의 차별점은 필진 구성이다. KAIST, 서울대, 포스텍 등 국내외 최정상급 대학의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연구자와 엔지니어 45인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기술을 해석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책 연구소 등 산업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설계하며 데이터를 다뤄 온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이다. 권순용 대표에 따르면 하이젠버그의 보고서는 ‘전망된다’ ‘가능성이 있다’와 같은 모호한 추측성 표현을 최소화한다. 그 대신 실험 데이터와 최신 논문이나 학회에 제출된 연구의 핵심 도표, 공정과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실제 제약 조건을 근거로 기술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한다. ‘이 기술은 게임 체인저이다’ ‘이 기업의 전략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와 같은 단정적인 결론을 추구한다. 하이젠버그의 모태인 유튜브 채널 에스오디는 삼성전자, SK, 엔비디아, 퀄컴, ASML 등 120여 개 글로벌 기업 및 기관과 협업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과 네트워크를 축적해 왔다. 에스오디는 구독자 90만 명,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콘텐츠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권 대표는 “KAIST 유회준 교수(AI 반도체), 김주영 교수(하이퍼엑셀 대표) 등 석학 및 산업 전문가와 함께한 콘텐츠는 조회 수 200만 회를 넘기며 기술 콘텐츠의 대중적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했다. 하이젠버그는 국내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프라이머 배치 26기에 선정됐다. 하이젠버그의 목표는 구독형 미디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하이젠버그는 방대한 기술 논문, 특허, 시장 데이터를 자체적인 온톨로지(Ontology·지식체계) 기술로 구조화해 기업과 정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젠버그는 이 솔루션을 ‘기술과 경제’ 영역에 특화해 기술 투자와 산업 전략 분석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젠버그는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신뢰받는 데이터 인텔리전스 미디어이자 분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목표다. 권 대표는 “많은 사람이 가볍게 소비하는 콘텐츠보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리더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기준을 만들고자 한다”며 “하이젠버그는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기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혁신금융사업자) 지정 기간 만료 후 배타적 운영권은 이 법에만 신설돼 있는데, 금융 부분의 서비스 모방이 다른 부분보다 더 쉽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배타적 운영권이 원안대로 인정되는 게 좋겠습니다.” 2018년 11월 국회 정무위 소위. 금융혁신지원특별법(금융분야 규제 샌드박스법) 제정 논의 당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대통령 정책실장)이 낸 의견이다. 국회의원들도 한목소리였다. 금융 분야는 사업모델 베끼기가 쉽다. 혁신 스타트업을 보호해야 한다. 배타적 운영권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제23조에 배타적 운영권이 명시됐다. 혁신에 나선 기업이 먼저 리스크를 지고 길을 열면 인가 후 2년간 동일 서비스를 막아준다는 내용이다. 대전 소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이 법을 믿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만들었다. 2018년 창업 당시 개념조차 없던 시장이었다. 부동산을 쪼개 파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문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하면서 어떻게 안전하게 거래토록 하느냐였다. 플랫폼이 자산과 증권, 투자금을 모두 관리하면 사고 위험이 크다. 루센트블록은 신탁사, 예탁결제원, 계좌관리기관을 분리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겠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정부 설득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이 방식은 결국 표준이 됐다. 금융위가 다른 조각투자 업체에도 똑같이 하라고 권고했다. 카사코리아, 펀블, 뮤직카우 등이 모두 루센트블록 구조를 따랐다. 루센트블록은 350억 원 적자를 감내했다. 첫 고객을 만나기까지 또 3년 반이 걸렸다. 결과는 나왔다. 50만 명이 이용했다. 300억 원 규모 자산이 유통됐다. 11개 부동산이 상장됐다. 작년 10월 첫 매각이 성사됐다. 수익률 17.2%였다. 4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작년 9월 4일 금융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되어 온 시범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과정으로서 조각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자를 신규 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금융위는 업계가 전혀 예상 못한 경쟁 인가 방식을 택했다.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루센트블록 등 3개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2023년 샌드박스로 조각투자 장내거래소를 2년간 운영했다. 실적은 0건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투자 검토 명분으로 루센트블록과 비밀유지각서를 맺고 기술·운영 정보를 받아갔다. 같이 컨소시엄을 꾸리자고 접근했다가 아무 말도 없이 2~3주 만에 따로 인가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넥스트레이드가 기술을 탈취했다는 박범계 의원의 질타가 있었다. 1월 7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가 선정되고 루센트블록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0건인 기관들이 4년 무사고 기업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금융위는 시장 규모를 고려해 최대 2곳만 인가한다고 한다. 시장 효율성과 환금성이 이유다. 1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루센트블록의 혁신금융사업자 지위는 소멸된다. 사업방식을 표준화하며 7년을 이 시장 개척에 전력을 다했는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결론이 난다면 법 제정 당시 그렇게 우려하던 ‘사업 베끼기’가 정부 주도로 일어난 셈이 된다. 특정 스타트업에게 특혜를 주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법 제정 취지처럼 혁신의 싹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돌아보자는 얘기다. 혁신금융지원특별법은 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국회와 행정부의 고민의 결실이었다. 그 취지는 리스크를 지고 길을 열면 제도화를 최대한 돕겠다는 약속의 다름 아니다. 공동체를 위해 위험한 밀림 속에서 새길을 만드는 사람을 우리는 제대로 격려하고 있는가.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한 달에 클라우드 서버 사용료로 수억∼수십억 원을 쓰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의 사용료를 90%까지도 아껴준다. 우리는 AI가 어떠한 AI 반도체에서도 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덩치’를 줄여주고 속도를 높여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AI 경량화 및 최적화 스타트업 스퀴즈비츠의 김형준 대표이사(32)가 말한 자사의 사업 방식이다. AI는 해가 바뀔수록 더 똑똑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AI가 처리해야 하는 연산과 데이터가 많아져 무거워진다. AI가 무거워지면 속도가 느려지고 클라우드 비용이 많이 든다. AI 반도체를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들도 고민이 있다. 자신들의 반도체를 써도 기존 AI 서비스를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AI가 반도체 특성에 맞춰 효율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다”며 “이 기술 덕분에 글로벌 AI 서비스 기업과 AI 반도체 설계 기업 양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했다.● AI 다이어트… 서버 10대가 할 일을 1대로 스퀴즈비츠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명확하다. AI 서비스의 경량화·최적화(효율화)다. 챗GPT가 쏘아 올린 거대언어모델(LLM) 열풍 뒤에는 감당하기 힘든 인프라 비용이 도사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서버는 대당 수억 원에 달한다. AI 프로그램을 효율화하면 서버 1대로도 10대의 성능을 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AI를 만드는 곳은 많아졌다. 하지만, 그걸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 다른 영역의 문제”라고 했다. AI 효율화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김 대표는 “컴퓨터가 느려졌을 때, 하드웨어를 모르는 사람은 무작정 재부팅만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구조를 아는 전문가는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끄고 메모리를 정리해 금세 쌩쌩하게 돌아가게 만들죠. AI 효율화도 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하드웨어 지식을 기반으로 한 효율화’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AI 반도체는 크게 연산(계산)과 메모리(저장)라는 두 축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계산이 빨라도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메모리)가 느리면 반도체는 멍하니 놀게 된다. 이른바 병목 현상이다. 스퀴즈비츠의 기술은 이 틈새를 파고든다. 예를 들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찰나의 대기 시간에 놀고 있는 연산장치에 다른 계산을 미리 시키는 식이다. 마치 요리사가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서 있지 않고 재료를 다듬어 요리 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같다.● 하드웨어 맞춤형 효율화의 마법 스퀴즈비츠는 다양한 경량화 및 최적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량화는 AI 모델을 작고 가볍게 만든 것이고, 최적화는 작은 모델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기술이다. AI 모델을 경량화하는 기술 중 하나는 ‘양자화(Quantization)’다. 32비트라는 긴 비트로 표현되는 데이터를 8비트, 4비트 단위로 짧게 압축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1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잖아요. 1000원이나 100원 단위로 단순화해서 계산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죠. AI를 데이터를 단순화하면서 성능 저하는 없거나 최소로 하는 것이 기술이다”고 했다. 경량화에는 가지치기(Pruning)라는 기술도 있다. AI 모델의 수많은 신경망 중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연결을 과감히 잘라내는 기술이다. 나무가 더 잘 자라도록 잔가지를 쳐내는 원리와 같다. 최적화 기술 중에는 계산 구조 변환(Graph Compilation)이 대표적이다. 복잡하게 얽힌 연산 순서를 하드웨어가 가장 좋아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순서로 재배열하는 기술이다. 스퀴즈비츠는 이 모든 기술을 섞어 속도를 10배로 빨라지게 만든다. 김 대표는 “10초에 10장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AI 서비스 기업이 GPU 10개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솔루션을 적용하고 난 후에는 GPU 1장으로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인텔도 우리를 찾는다”… 흑자 경영 중 스퀴즈비츠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러 AI 학회에서 경량화 및 최적화 관련 논문을 70편 이상 발표했다. 고객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LG, KT, LGU+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로 확보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파트너다. 인텔의 AI 가속기 ‘가우디’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인텔 파트너 얼라이언스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리벨리온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산 NPU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구글이나 삼성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효율화 기술을 내재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 대표는 자신만만하다. “그들이 직접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더 잘합니다. 하드웨어의 바닥부터 알고리즘의 꼭대기까지 꿰뚫고 있는 팀은 세계적으로 드뭅니다. 직접 하는 것보다 우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니 글로벌 대기업이 일을 맡기는 거겠지요.”● “남들이 못하는 걸 하자” 포스텍 출신의 집념 김형준 대표는 포스텍(POSTECH) 창의IT융합공학과 1기 출신이다. 학부 시절부터 정해진 커리큘럼 대신 직접 학과 규칙을 만들고 학생회를 조직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재미에 빠졌다. 창업의 꿈은 일찍부터 꾸고 있었다. 창업하려면 남들과 똑같은 수준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풀고 있었다. 그는 “기술 장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AI 반도체 설계를 전공했다. 하드웨어를 알아야 소프트웨어를 극한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그는 AI 반도체 설계를 배운 대학원 동료들, 기술 자문을 해 준 포스텍과 서울대 교수 등 4명과 함께 2022년 3월 스퀴즈비츠를 창업했다. 처음엔 CCTV나 로봇에 들어가는 ‘엣지(Edge) AI’ 경량화에 집중했다. 기술에 대한 수요는 많았지만, 성공적인 사업화는 다른 이야기였다. 고객들은 스퀴즈비츠 기술을 많은 비용을 아끼고 싶어했지만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기회는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찾아왔다. 서버 비용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창업하면서 네이버 D2SF와 포스텍홀딩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4년에는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끌어냈다. 스퀴즈비츠는 NPU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NPU 시장이 커질수록 스퀴즈비츠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며 “국산 NPU 위에서도 기존 AI가 충분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솔루션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스퀴즈비치는 창업 3년 차인 2024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스퀴즈비츠의 미래에 대해 “AI 반도체와 서비스 기업 사이의 기술적 장벽을 허물어, 누구나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필수 중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15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한 ‘2025년 농산물유통 혁신대전’에서 유통혁신을 주도한 ‘미스터아빠’가 대상을 받는 등 5개 기업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온라인 거래, 물류 자동화, 스마트 선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꿔 나가고 있다. 미스터아빠는 경남 창원에서 2020년 설립된 회사로 산지에서 직접 조달한 농산물을 소포장해 소규모 상점, 슈퍼마켓, 식당 등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전국 배송망을 구축했다. 올해 미스터아빠가 주목받은 이유는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과의 협력이다. 2024년 4월 온라인도매시장에 구매자로 가입했는데, 올해는 온라인도매시장 거점물류센터 운영사로 선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거점물류센터인 경기 이천의 산지이음센터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처리 과정의 98%를 자동화한 약 1만 평 규모 시설이다. 산지에서 개별 배송되던 농산물을 이곳에서 합배송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물류 효율화를 주도했다. 최우수상은 강원 영월의 한반도농협이 수상했다. 이 농협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를 운영 중인데, 입고와 선별 등 전 공정에 무선주파수식별(RFID) 기술을 도입해 처리 물량을 약 51% 늘렸고, 입고 처리 시간을 3분에서 1분으로 단축했다. 우수상은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이 받았다. 출하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전자송품장을 적극 활용하고, 양파·마늘·양배추 등 계약재배(2025년 총 119억 원)를 통해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했다. 장려상은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용해 산지-유통업체-소비자를 연결하고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가격 안정에 기여한 제주의 달콤트리와 가락시장 중도매인인 대광후르츠가 각각 수상했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농식품부가 2023년 출범시킨 공공 유통 플랫폼이다. 11월 초 연 거래금액 1조 원을 넘겨 전년 동기 대비 2.9배로 성장했다. 농식품부는 소비자들이 주변 농산물 판매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농산물 알뜰 소비 정보 플랫폼(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시범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약 150명의 농협, 유통업계, 농업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처음으로 진행된 생산자-구매사 교류회도 활발했다. 제주농협 등 21개 산지 생산자와 아워홈, 오아시스 등 19개 유통업체가 신규 거래처 발굴을 위한 상담을 나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힘써 주시는 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로봇이나 기계 장치를 설계하려면 숙련된 석·박사급 엔지니어들이 일주일 넘게 매달려야 한다. 구조를 구상하고 설계한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컴퓨터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단축해 1주일 걸리던 일을 10분 만에 끝낸다.” 9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중호 아이디어오션 대표이사(32)는 메커니즘(기구) 설계 자동화 솔루션 ‘메테우스(METHEUS)’를 시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23년 7월 설립된 아이디어오션은 사람의 직관에 의존하던 메커니즘 설계를 수학 모델과 AI 기술로 자동화해 주목을 받고 있다. 메커니즘은 로봇이나 기계 시스템 등에서 모터의 회전력을 특정한 움직임으로 바꿔 주는 뼈대(링크)와 관절(조인트) 구조를 말한다.● 손으로 하는 메커니즘 설계 현재 로봇이나 기계 시스템에 필요한 메커니즘 설계는 여전히 수작업 영역에 머물러 있다. 엔지니어는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뼈대와 관절을 구상한 다음에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점을 찍고 선을 그어가며 일일이 설계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3D 모델로 만든 뒤 힘과 성능을 모의하고 분석하는 전산응용해석(CAE)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설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김 대표는 “설계와 해석 프로그램이 서로 다르고 비용도 비싸다 보니 전문 인력이 붙어도 시행착오를 겪느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조건 넣으면 기기 작동구조 자동 설계 아이디어오션이 개발한 메테우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 작동 범위, 장애물 위치, 모터 위치 같은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메커니즘을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무게를 가장 가볍게 설계하는 방법이나 비용을 최소로 하는 방법 등을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아이디어오션은 메테우스의 자동화 기술력을 검증 하려고 탁구공을 옮기는 로봇 팔을 제작해 범용 로봇팔(유니버셜 로봇)과 대결을 시켰다. 김 대표는 “메테우스가 설계한 로봇은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최적화한 구조 덕분에 제작비용은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작업 속도는 2배나 빨랐다”고 했다. 범용 로봇팔은 물건을 집거나 컵에 담긴 물을 따르는 일도 할 수 있지만, 탁구공을 옮기는 로봇은 그 일에만 최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설계 과정을 간편화했기 때문에 범용 로봇을 비싸게 사서 쓸 필요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어오션은 내년 9월 메테우스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업하며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품은 보안이 중요한 대기업을 위한 구축형, 중소기업 및 교육용인 구독형, 기존 CAD 사용자를 위한 플러그인 같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아이디어오션이 추산한 로봇-기계 설계 시장 규모는 135조 원이다.● 거짓말 없는 물리 법칙 기반 AI메테우스는 SBM(Stem Block Mechanism·줄기 메커니즘)이라는 수학 모델과 딥러닝 기술이 결합된 물리 법칙 기반 AI다. 핵심이 되는 SBM은 복잡한 작동구조를 레고 블록처럼 단순화해 자동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적인 수학 모델이다. 수학 모델이 물리 법칙에 부합하는 수억 개의 설계안(데이터)을 지속적으로 생성했고,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를 가장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용자가 목표와 기능, 제한 사항 등을 입력하면 AI는 학습을 통해 익힌 감각으로 설계 후보들을 재빠르게 추려낸다. 이 후보들만 다시 해석하고 검증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최적의 답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링크 길이를 10cm라고 했는데 공식에 넣어 보니 9.98cm가 더 정확하네’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설계안 보완도 한다. 실제 모터나 베어링, 링크 정보를 입혀 현실에서도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한다. 최종적으로 3D 설계도(CAD 파일)를 내놓는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확률에 기반해 문장을 생성하다 보니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지어내는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를 일으키지만 메테우스는 물리 법칙에 맞는 데이터로만 학습하고 수학 모델로 검증을 거치기에 그런 문제가 없다. 메커니즘 설계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게 된 것은 김 대표 지도교수인 김윤영 전 서울대 기계공학부 석좌교수 덕분이다. 김 석좌교수는 2007년부터 메커니즘 설계 자동화를 연구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SBM 개념을 만들고 18년간 연구했다. 메커니즘을 개념적인 연결 구조(줄기)와 기능을 담은 단위 요소(블록)로 나눠 설계하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메커니즘 설계를 레고 블록 조립처럼 바꾼 것이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메커니즘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는 표준화된 수학 모델까지 완성했다.● 상용 모듈 만들어 조립만 하면 시제품까지 나와 국내 기계 제조 생태계가 위축되면서 시제품 제작용 부품을 깎아 줄 공장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중국에 주문을 넣어도 납기 지연이 다반사다. 이에 아이디어오션은 시제품 제작 과정도 혁신했다. 메테우스가 설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즉시 조립 가능한 ‘표준형 모듈’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미리 표준화된 링크와 조인트, 모터(근육)를 만들어 두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가상 공간의 설계(Sim)가 현실(Real)에서 오차 없이 작동하도록 해 주는 파이프라인(Sim2Real)을 구축했다”며 “설계부터 시제품 검증까지 논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모듈로 시제품을 테스트한 결과는 메테우스에 투입돼 AI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이터로 쓰인다. 이론적으로는 계산된 결과라 하더라도 부품에 있는 작은 공차나 물리적 특성이 반영된 움직임 등이 메테우스를 고도화하는 데 다시 쓰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수학 모델과 AI를 활용해 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에서 최적의 설계를 찾는 특징 덕분에 지금까지 인류가 몰랐던 획기적인 설계안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창업 생각하며 독자 기술에 늘 관심 김 대표의 창업 의지는 고교 시절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1기 과정을 밟으며 싹텄다. 일찌감치 ‘나만의 확실한 기술을 가진 기업가’를 꿈꾼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 과정에서 지도교수인 김 석좌교수를 만나 그 꿈을 구체화했다. 김 대표는 김 석좌교수의 SBM을 실제 로봇 제작에 처음 적용한 논문을 로봇 관련 저널에 게재했다. 이때 학문적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이 김 대표 눈에 보였다. 김 석좌교수의 뛰어난 연구와 제자의 창업 열망이 맞물려 아이디어오션이 탄생했다. 김 대표와 연구실 동료였던 이종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공동창업자로 참여해 물리 법칙 기반 AI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대표는 “SBM은 로봇팔이나 다리, 자동차 힌지 같은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하나의 통일된 수학 언어로 표현한 원천 기술”이라며 “중국 칭화대를 비롯한 해외 유수 대학들이 뒤따라 연구하고 있지만 독보적인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김 대표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수식이 실제 현장의 물리적 오차까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기술력으로 난관을 돌파한 아이디어오션은 현재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의뢰를 받아 차세대 모빌리티와 가정용 로봇에 적용될 기구 설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설계는 물론 시제품 제작까지 책임지는 지능형 설계 자동화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글·사진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단백질 치료제 중 대표적인 것은 항체 치료제다. 항체는 바이러스나 암세포 표면의 특정 분자 부위에 정확하게 달라붙어야만 제 역할을 한다. 기존 방식에서는 이런 항체를 얻기 위해, 동물에 항원을 주입해 몸이 스스로 항체를 만들게 하거나, 미리 만들어 둔 수십만 개 이상의 항체 후보 집합(라이브러리)을 하나씩 시험해 보면서 그중에서 잘 붙는 항체를 골라내야 했다. 그런데 이 패러다임을 뒤집는 기술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이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항체(단백질)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렇게 신규 설계된 항체를 ‘드노보(de novo·처음부터라는 의미의 라틴어) 항체’라 한다. 세계적으로 드노보 항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4년이고, 세계에서 이 기술을 가진 곳은 5곳뿐이다. 한국에선 갤럭스(대표이사 석차옥)가 유일하다. 2일 서울 관악구 본사에서 만난 박태용 부사장(32)은 “5개 회사가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질병 극복을 노리고 있다”며 “갤럭스는 폐암과 유방암, 췌장암, 자가면역질환, 비만, 뇌 질환 등의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 8종에 작용하는 항체를 설계하며 신약 후보 물질 탐색 효율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했다.● 3차원 단백질 구조 정밀 예측 우리 몸의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이 1차원 서열로 연결된 후, 마치 종이접기처럼 특정한 3차원 구조로 접힌다. 이 구조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문제는 아미노산 100개만 돼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3차원 구조가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갤럭스의 AI 플랫폼 갤럭스디자인(GaluxDesign)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으로 받아 그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한다. 더 나아가 특정 표적에 잘 결합하거나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역으로 찾아낸다. 면역항암제로 설명해 보자. 암세포는 PD-L1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박 부사장은 “암세포가 PD-L1을 내세워 ‘나 아군이야’라며 면역세포를 속이는 것이다. 그런데 항체가 PD-L1에 먼저 붙으면 암세포는 위장을 못 하게 되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된다. 우리 기술을 활용해 PD-L1에 잘 붙는 항체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갤럭스는 올해 3월 연간 7조 원어치 가까이 팔리는 세계적인 제약사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센트릭’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결합력과 안정성을 가진 새 항체를 단번에 설계했다. 박 부사장은 “AI로 설계한 구조와 실험실에서 만든 단백질(항체) 구조 간의 차이는 원자 지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거의 동일한 구조였다”며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매우 현실적으로 설계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히 효율성이 눈에 띈다. 갤럭스가 올해 11월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질병의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별로 AI가 50개만 설계했는데도, 이 중에서 15개(30%)가 실제로 표적에 잘 붙는 항체로 만들어졌다. 수십만 개의 후보를 하나씩 시험하는 기존 방식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탐색 효율성이다. 박 부사장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8개의 표적에 대해 모두 드노보 설계에 성공했고, 이 가운데 7개 표적에서는 매우 강하게 결합하는 약물 후보급 항체를 확보했다”고 했다.● “연구 결과를 세상에서 쓰이게 하자” 갤럭스의 창업은 25년간 단백질 구조 연구에 몰두한 연구자와 그 제자들이 의기투합해 이뤄졌다. 석차옥 대표이사(55)는 1989년 대입 학력고사 여자 수석으로 서울대 화학과에 입학한 후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단백질 구조 연구에 몰두했다. 2000년 UCSF에서는 단백질 접힘 이론의 대가인 켄 딜 교수 연구실에 합류하며 더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04년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갤럭시(GALAXY)라는 단백질 구조 모델링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석 대표는 우주의 은하계가 복잡하지만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듯, 분자 세계도 기본 원리를 안다면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연구자였다. 그 믿음은 성과로 증명됐다. 국제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2010년부터 10년 이상 글로벌 탑3 안에 들었고, 단백질 상호작용 예측 대회(CAPRI)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8년 CASP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가 기존 방법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그때 석 대표는 심사 위원단에 참여해 ‘알파폴드 쇼크’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기초과학 연구자로서 자연의 분자 원리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으로 연구에만 매진하던 석 교수는 2020년 전환점을 만난다. 박사과정 졸업을 앞둔 제자 박태용의 창업 제안이었다. 박 부사장은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면 기술 창업의 길이 지름길이라 생각했다”며 “연구실에 있던 원종훈 양진솔 연구원과 뜻을 모았고 교수님이 기꺼이 동참해 주셨다”고 했다. 갤럭스의 핵심 기술은 단백질 구조의 물리적 원리를 AI에게 학습시킨다는 점이다. 박 부사장은 “거대언어모델(LLM)은 패턴만 학습시키지만 우리는 ‘이게 왜 답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며 물리화학적 원리까지 학습시킨다”며 “원리를 학습한 AI는 데이터 양이 적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문제도 원리에 기반해 답을 내놓는다”고 했다.● 여명기인 AI 신약 시장AI 신약 개발 시장은 여명기에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3년 약 1조 3000억 원에서 2028년 약 4조 2000억 원으로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AI를 활용하면 전통적인 신약 개발 기간을 10∼15년에서 3∼4년으로, 비용을 수조 원에서 수천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AI 신약 개발은 수백조 원에 달하는 전체 신약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한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평가 받는다. 갤럭스는 지금까지 2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빅파마를 포함해 셀트리온, LG화학, 한올바이오파마 등 17개 파트너와 협업 중이다. 이달 1일에는 셀트리온과 다중 항체 기반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갤럭스는 2027년까지 빅파마와 대형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AI 설계 단백질 신약의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보물질 탐색 성공률을 높인 것은 대단한 성과지만 신약 개발까지 모두 효율화하려면 갈 길은 멀다. 단백질 설계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 몸속에서는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곳에 붙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단백질 치료제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부사장은 “드노보 설계를 통해 내가 원하는 특성을 가진 단백질을 미리 설계하고 조합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 막 열린 셈”이라며 “후보 물질 탐색뿐만 아니라 임상 성공률까지도 AI 신약 개발 기술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갤럭스는 항체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단백질 치료제인 효소 치료제와 사이토카인 등의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대형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이 더 활발히 쓰이기 시작한 건 답변에 최신 정보가 반영되면서부터다. 2023년 3월에 나온 오픈AI의 GPT4와 빙 검색이 결합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시초로 꼽힌다. 이전에는 ‘현직 미국 대통령이 누구야?’라고 물으면 LLM이 학습한 자료가 1∼2년 전 것이어서 옛 시점을 기준으로 잘못된 대답을 내놓곤 했다. 코파일럿에는 외부 지식을 참조해서 답변하는 검색증강생성(RAG·래그) 기술이 적용됐다. 검색한 최신 자료를 보강해서 답변을 생성한다는 의미다. 디노티시아는 검색증강생성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LLM이 좋은 답변을 생성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질문 의도에 맞는 양질의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해 투입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벡터 데이터베이스(DB)가 쓰이는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벡터DB 검색 기술을 칩으로 구현했다. 하드웨어 칩은 소프트웨어 보다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무경 디노티시아 대표이사(49)는 “실리콘밸리의 많은 벡터DB 회사들이 소프트웨어 위주로 자료를 처리하는 데 우리가 유일하게 전용 칩을 만들었다”며 “속도는 10배 더 빨라지고 데이터센터 비용은 80%나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AI 시대, 벡터 기반 데이터 처리가 관건” 컴퓨터는 단어나 이미지를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식이 단어와 이미지를 좌표(벡터)로 바꿔서 활용하는 것이다. ‘고양이’를 [0.8, 0.3, 0.5], ‘강아지’를 [0.7, 0.4, 0.6]으로 변환하는 식이다. 목적에 맞게 잘 배치하는 게 기술이다. 이 경우 고양이와 강아지는 3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다. 컴퓨터는 벡터의 방향이 비슷하고, 거리가 가까우면 의미가 비슷하다고 여긴다. ‘포유류’라는 단어도 상대적으로 고양이와 강아지와 가까이 곳에 배치된다. 이렇게 데이터를 벡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것이 벡터 DB다. 실제 쓰이는 벡터는 3차원이 아니라 수천 차원까지 올라간다. 벡터의 방향과 거리를 계산하는 데는 수천억 번의 연산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최근에 발견된 포유류를 알려줘’라고 질문하면 검색증강생성 과정이 시작되면서 벡터DB는 포유류 좌표와 가까이 있는 정보들을 결과로 내놓고, LLM은 이 내용을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검색 결과가 좋아야 좋은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서버 10대 일을 1대로 끝내 컴퓨터 장치에는 역할 분담이 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총감독,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는 AI 추론 전문가다. 그런데 ‘벡터 검색’ 전문가는 없었다. 디노티시아가 벡터DB 칩인 벡터데이터처리장치(VDPU·Vector Data Processing Unit)를 만들기 전까지 그랬다. 디노티시아에 따르면 비용 대비 검색 성능은 CPU에 비해 10배, GPU 대비로도 10배 이상 좋다. 전력도 적게 든다. 데이터센터 총소유비용(TCO)비용을 80%나 절감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공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 대표는 “서버 10대 필요하던 일을 거의 1대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이라며 “AI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을 가르던 비용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디노티시아는 현재 벡터DB칩을 시제품 성격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로 검증을 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 주문형반도체(ASIC)칩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에이직랜드와 개발 계약을 맺었고, 양산은 TSMC에서 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업체,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등이 고객이다.● 반도체·DB·AI 전문가들이 합심 딥러닝 방식에 의한 인공지능의 실현 가능성을 보인 사건은 2012년 이미지 인식대회인 이미지넷에서 ‘알렉스넷’이라는 딥러닝 모델이 1위를 했을 때다. 2006년 KAIST에서 반도체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 대표는 당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GPU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알렉스넷의 등장을 보고 “이거(딥러닝) 진짜 될 것 같다”고 느꼈다. 2015년 SK텔레콤으로 옮기며 기회를 만들었다. 연구과제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GPU 클라우드, AI 반도체를 동시에 연구하고 개발했다. 2017년 팀장이 돼 NPU 프로젝트 ‘사피온’을 시작했고, 2020년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NPU 칩을 상용화했다. 그러다가 딥러닝 모델이 활용하는 데이터 규모가 커지고 벡터 기반 검색의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기존 NPU와는 별개의 영역인 벡터 연산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2023년 디노티시아가 문을 열었다. 삼성에서 익힌 반도체 설계, SK에서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와 AI 인프라 등 약 20년 경험이 모두 합쳐졌다. 벡터DB 가속 칩을 만들려면 반도체와 데이터베이스, AI를 모두 알아야 한다. 디노티시아로 이런 인재들을 모았다. 올해 4월 디노티시아는 설립 22개월 만에 CB인사이트 ‘AI 100’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혁신적인 AI 기업 100곳을 뽑은 목록이다. 올해 처음 생긴 ‘벡터 데이터베이스’ 부문에서 독일의 한 회사와 함께 선정됐다.● 한국어로 생각하는 AI, 책상 위 개인 비서까지디노티시아는 벡터DB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노리고 있다. 2024년 12월 한국어 처리에 특화된 AI 모델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이 모델은 당시 한국어 전문 지식 평가에서는 LG엑사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3월엔 한국어 논리 추론 특화 ‘DNA-R1’도 발표했다. 국내 최초로 추론 과정 전체가 한국어로 이뤄지는 모델이어서 한국어 특유의 미묘한 맥락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벡터 DB 솔루션 ‘씨홀스 클라우드’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선보였다. 브라우저 기반이라 별도의 설치 없이 벡터 DB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환경에서 벡터DB, RAG, AI 에이전트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8월에는 클라우드 연결이 필요 없는 AI 디바이스 ‘니모스 워크스테이션’을 출시했다. 회사 기밀을 외부로 보낼 수 없는 금융·의료·국방 등 데이터 보안 요구가 높은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니모스 워크스테이션’에는 스토리지, GPU, DNA 모델, 벡터 DB 씨홀스와 AI 에이전트 기능이 하나의 장비로 통합돼 있다. 기존처럼 복잡한 AI 인프라를 따로 구축하지 않아도, 단일 워크스테이션에서 고성능 연산과 통합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AI 작업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정 대표는 “AI 기술 발전은 이제 모델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 검색의 정밀도와 추론 최적화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며 “AI가 데이터에서 정확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참조할 수 있으면 장기 기억을 가진 사람처럼 응답하게 되는데, 이런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글·사진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의 기부자 모임 ‘그린리더클럽’에는 지속 가능한 기부를 상징하는 후원자가 있다. 과거 초록우산의 도움을 받던 아동이 성인이 되어 후원자로 활동하는 이충현 씨(33) 얘기다. 휘닉스파크에서 시설관리 일을 하는 이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도움을 받았다. 어린 시절 나눔이 주는 용기와 응원을 기억하며 보답을 하고자 2019년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기부의 보람을 느끼며 올해 9월 그린리더클럽에도 합류했다”고 했다. 그린리더클럽에 이름을 올렸을 때를 잊지 못한다는 그는 “후원 아동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자립 준비를 하는 청소년을 돕고 싶어 후원 금액을 늘려 그린리더클럽에 합류하게 됐다”며 “어린 시절 제게 초록우산의 지원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며 “저의 기부도 다른 아이들에게 믿음과 응원의 힘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2022년 출범한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은 월 10만 원 이상의 기부를 실천하는 나눔 네트워크다. 단순한 기부 조직을 넘어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에 참여하는 의미 있는 모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초록우산의 최신 집계 기준(2025년 9월)에 따르면 회원은 9884명으로 출범 3년 만에 1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린리더클럽의 성장 배경에는 회원들의 진정한 나눔 경험이 있다. 그린리더클럽의 회원들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아동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참여 활동을 한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회원들은 여러 참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기부금이 만들어 가는 실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낀다”고 했다.대표적인 활동은 초록우산의 연말 대표 캠페인인 ‘산타원정대’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매해 추운 겨울 회원들이 산타가 돼 ‘학원에 가고 싶어요’ ‘따뜻한 옷을 입고 싶어요’ 같은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고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초록우산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그린리더클럽 회원인 김혁중 전북 익산 서강지역아동센터 대표는 겨울철 손수 붕어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과 함께 매년 산타원정대에 참여한다. 아이들의 산타가 되어 원하는 선물을 직접 전달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의 경험은 다달이 기부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보람이라고 했다. 2018년 기부를 시작한 그는 현재 초록우산 익산후원회 홍보 부회장까지 맡아 주변에 후원을 권유할 정도로 나눔에 진심이다. 그린리더클럽 기부자들의 나눔은 양육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 사회로 나갈 채비를 하는 ‘자립준비청년’, 어린 나이에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보호자를 돌보며 살아가는 ‘가족돌봄아동’ 등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은 “아이들 행복을 위해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기부하며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하는 그린리더클럽 회원들은 우리 사회 나눔 문화를 이끄는 진정한 리더들”이라고 했다. 이어 “후원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행복하지 않은 아동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더 찾아내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나눔의 연대에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제주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메가플랜은 세계적으로 사라져 가는 어종인 고등어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29일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 민속촌 인근에 있는 메가플랜 양식장에서 유철원 대표이사(49)를 만났다. 메가플랜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등어 연중 산란 기술을 개발했다. 표선 양식장에서는 현재 20만 마리의 고등어를, 가두리가 아닌 육상 양식 방법으로 기르고 있다. 유 대표는 “산란 시기를 조절해 출하 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했다. 연중 산란은 아니지만 인공 산란 기술로 상업화에 먼저 성공한 곳은 일본이다. 국내에서는 2008∼2009년 경남 수산자원연구소 등이 인공 산란과 치어 양식 등에 성공했지만 양식장으로 옮겨 성어까지 키우는 상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 유 대표는 삼성중공업에서 10년 이상 해양 건축 및 특수선 설계를 담당했던 엔지니어였다. 2019년 그는 건축 설계와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사업으로 창업했고, 2022년까지 매출 23억 원을 올리며 나름 성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사업 전환을 고민했다. 그때 제주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와 친지분들이 양식업 하시던 게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치어를 인공 산란하는 종묘 사업을 할 수 있으면 높은 수익성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해양 설비로 수중 환경을 제어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유 대표가 주목한 건 고등어였다. 고등어에 대한 수요는 높은데, 점점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등어를 양식으로 키우게 되면 횟감(활고등어)으로 팔 수 있어 수익성이 좋다. 11월 초 기준으로 활고등어는 소형(300g대) 1마리가 2만 5000원 안팎으로 횟집으로 팔려 나간다. 현재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고등어를 가두리에서 양식하는 곳이 있다. 치어는 낚시로 잡은 것을 구매해서 쓴다. 유 대표는 “해수온이 높아져서 가두리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고등어를 생산하기 힘들고, 미세 플라스틱 등 해양 오염 문제도 염두에 두고 육상 양식을 택했다”고 했다. 육상 양식장에 필수적인 수조 시스템의 안정화, 물의 용존산소(DO)와 pH 조절, 수온과 빛의 정밀한 제어, 이 모든 게 그가 삼성중공업에서 다뤘던 해양 설비 기술과 맞닿아 있었다.● 미니 수조 100개와 표선 앞바다의 눈물 유 대표는 10억∼15억 원이면 충분히 개발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2년부터 본격화한 개발은 2년이 지날 때까지 결과를 내지 못했고, 15억 원이던 잔액은 바닥을 보였다. 유 대표는 “잘 될 줄 알고 지름 9m짜리 큰 수조로 시작했다. 한 가지 조건밖에 실험을 못 하니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2m짜리로 바꿨다. 4∼5개 환경으로 동시에 시험했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절박했다. 수조를 더 작게 나눴다. 100개의 미니 수조를 두고 빛의 세기와 수온, pH 등을 전부 다르게 설정해서 한꺼번에 돌렸다. 기존 연구를 참고해 시행착오를 빠르게 반복하며 최적의 조건을 찾아갔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표선 바닷가에서 반려견 표선이와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2024년 5월 2일 오전 8시 38분 16초,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 현미경으로 알 속 고등어 유생을 관찰하는 데, 작은 심장이 뛰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박동이었다. 2년 반 동안 밤낮 매달리며 고생한 순간들이 떠오르며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고 했다. 그해 12월에는 겨울철 산란까지 성공하며 연중 산란 체계를 완성했다.● 산란 시기 조절이 중요한 이유 산란 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면 연중 최상의 맛을 내는 고등어를 생산할 수 있다. 유 대표는 “고등어는 여름에 알을 품으면 지방이 알 쪽으로 가서 살이 퍼석퍼석해진다. 우리는 소비 시기를 계산해서 알이 차지 않게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메가플랜의 핵심 기술은 빛과 수온 등을 조절해 고등어의 산란 시기를 조절하고, 육상 양식 기술로 성어로 키우는 것이다. 모두 정교한 제어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양어장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됐다. 적외선 카메라와 머신 비전으로 고등어의 행동과 건강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IoT 센서가 수질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양식에 사용하는 제주 용암 해수도 큰 역할을 한다. 지하 70m에서 뽑아 올리는 이 물은 현무암층을 거쳐 여과된 수만 년 전 바닷물이라고 했다. 미세 플라스틱과 바이러스가 거의 없고, 수온이 연중 18도로 안정적이어서 양식에 최적이다. 위험 요인이 없지는 않다. 양식업에서는 자연산을 1세대라고 했을 때, 3세대까지 성어가 돼야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데, 아직은 2세대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양식장을 새로 갖춰야 하는 것도 숙제다. 해수 설비를 다룬 전문적인 경험을 살려 경제성 있는 대형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유 대표는 현재 제주대 해양생명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제주대 허성표 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실무와 학문을 병행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고등어 양식 기반 확대를 위해 작년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의 요구로 고등어 치어를 제공했고, 연구원은 광어 대체 어종으로 고등어 양식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공급하고 세계로 진출양식장에서는 10개 수조에서 20만 마리의 고등어가 내년 1월 출하를 앞두고 220g까지 자란 상태다. 유 대표는 “암수가 섞인 고등어 20마리로 수정란을 만들면 200cc 정도가 된다. 그 알을 대부분 살려 20만 마리로 만든 것이다. 횟감으로 다 판다면 1만 원씩 잡아도 20억 원어치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내년 1월 일부는 대형마트에 납품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지방 비중 조절을 가능해 자연산보다 더 맛있는 고등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메가플랜은 대형마트와 전용 목장 계약도 맺어 둔 상태다. 횟감용과 구이용 모두 공급 가능하다. 또 일본과 베트남 등에도 공급 제안이 와서 수출이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메가플랜에 따르면 국내 횟감 시장만 연간 9000억 원, 구이용까지 합치면 수조 원 규모다. 유 대표는 1회 200만 마리로 연 15회 출하하는 규모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물량을 늘려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고 본다. 양식장을 현대적 시설로 지어 사람 손이 거의 가지 않는 시스템도 KAIST 등과 공동 개발 중이다. 용암 해수가 없는 곳에는 바닷물을 필터로 걸러서 사용하는 순환 여과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고등어 육상 양식으로 세계에 진출할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등 식량이 모자라는 지역에 양어장을 지으면 저렴하게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기에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소비자 가격이 1달러인 고등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글·사진 서귀포=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2020년 2월 청년은 개인 돈과 사업자 대출로 마련한 4억 원으로 서울 중구 충무로 허름한 상가 건물 한 층을 임차해 주한 외국인을 위한 기숙형 주거 공간으로 꾸몄다. 이렇게 시작한 기숙형 주거 공간은 이후 5년 동안 60개 지점으로 늘었다. 박준길 로카101 대표이사(34)의 창업 여정이다.박 대표가 창업한 1인 가구 기숙사 브랜드 ‘픽셀하우스’는 직영과 가맹으로 나뉘는데, 아직까지 폐업한 곳은 없다.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이 쉽게 얻을 수 있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아직도 숫자로는 극초기 단계”라며 “난방과 냉방, 보수, 공과금 및 월세 납부 같은 주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자동화한 형태로 도시 하나를 만들 정도 개수는 돼야 주거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런던에서 맞닥뜨린 창업의 씨앗한양대 의공학과 1학년을 마친 그는 2011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영국으로 갈 때도, 1년 좀 지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원격지에서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 경험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영국 유학 중에 사귄 친구 중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그에게 토로했다. 박 대표는 “외국인 친구들은 언어 문제 등으로 집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쉽지 않고, 계약 기간이 길거나 경직돼 있어 자유롭게 임대 기간을 정하는 것이 어렵고, 보증금도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려줬다.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마침 한양대에서 창업동아리를 시작했다. 외국인의 이런 불편을 일종의 사회적 진입 장벽으로 느꼈고, 이를 해결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어비앤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기이기도 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경제적 규모가 큰 영역면서 혁신의 여지도 많은 분야라는 판단을 했다”고 회상했다.● 개점 직후 터진 코로나19… 1인 회사로 버텨2016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주한 외국인 맞춤형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정보를 제공하고 챗봇까지 개발했지만 수익은 나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들은 보증금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화를 냈고, 공과금 별도 납부와 쓰레기 분리 배출 같은 문화 차이로 인해 처리해 줘야 하는 민원이 폭주했다”고 했다. 직원은 늘어나는데 계약은 늘지 않아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돌파구를 고시원에서 찾았다.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비(非)주택이라 보유세와 주차 문제가 없으며 상업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 합법적으로 주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 영국의 도미토리(기숙사)처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충무로에 외국인 기숙사 1호점이 생기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1호점을 개점한 2020년 2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그는 “외국인들이 오지 않아 회사가 사라질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혼자서 청소와 유지 및 관리 업무를 다하고 기숙사에서 쪽잠을 자면서 1인 회사로 버텼다. 자연스럽게 고객은 외국인에서 국내 1인 가구 청년으로 바꿨다. 픽셀하우스(기숙사) 브랜드는 이때 탄생했다.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접고 청년을 위한 합리적인 주거 솔루션이라는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비대면 온라인 입주, 계약 시스템도 신속히 도입했다. 2021년 2호점을 열면서 프랜차이즈 모델로 확장해 갔다. 누적으로 같은 해 4곳, 2022년 15곳, 2023년 33곳, 2024년 50곳, 올해 60곳으로 늘었다. 모두 1108실이다. 개인들에게서 200억 원을 끌어모은 결과다. 매출이 늘면서 직원도 늘어 지금은 22명이 함께 일한다.● 상가와 모텔을 1인 기숙사로 박 대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저평가된 공간을 찾아 자체 능력으로 경제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임대한다’. 이런 전략으로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가 건물과 근린생활시설, 폐업 직전 모텔을 발굴해 청년이 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침실과 화장실은 1인 1실 풀옵션, 세탁실과 주방은 공유한다. 보증금은 보통 오피스텔의 2% 수준인 20만 원, 월세는 관리비와 공과금, 간편 조식을 포함해 70만 원대를 유지한다. 박 대표는 “비용 절감으로 관리비 등을 합쳐도 서울 원룸 평균 월세인 80만 원보다 저렴하게 받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최소 1개월부터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평균 거주 기간은 4∼5개월이며 외국인 비중은 30%가량이다. 외국에서도 직접 온라인으로 계약할 수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핵심 기능을 내재화했다. 중개와 인허가, 설계, 시공, 운영을 모두 직접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외부에 맡길 경우 중개법인과 건축설계사 사이에 소통이 잘 안 되면 한 달이 그냥 흘러가기도 한다”며 “그동안 임대료를 내야 하는 비효율을 없앴고 수수료로 나가는 돈도 없앴다”고 했다. 이어 “20년 경력의 직영 시공팀을 두고 표준화된 설계 도면과 검증된 자재 공급망으로 시공비도 30% 이상 절감했다”고 했다. 2022년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고 2023년 12월 기술보증기금에서 15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컨설팅 비용과 시공비, 본사 직영 기숙사 등으로 구성된 본사 매출은 2024년 기준 50억 원 정도다.● AI가 기숙사, 나아가 도시를 관리하도록로카101은 기숙형 주거 공간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꼬마빌딩 운영 솔루션 ‘PXZ AI’를 개발 중이다. 건물주나 공간을 임차한 가맹점주가 운영을 로카101에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다. 박 대표는 “AI가 민원을 응대하고 보일러, 도어락, CC(폐쇄회로)TV를 원격 제어하고며 주변 월세 시장 여건에 따른 최적화한 가격을 제시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라며 “실증 과정에서 지점당 에너지 비용을 연 평균 400만 원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로카101은 내년에 전국 100개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픽셀하우스 외에 픽셀스테이(숙박) 픽셀펫(펫 케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꼬마빌딩 전체를 개발하기 위해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계획도 있다. 그가 생각하는 위험 요인은 규모가 커지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 개발로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펫숙박 사업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박 대표는 “투자자와 이용자가 만족하고 나아가 도시까지 건강해지는 오프라인 솔루션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개인 소유의 작은 빌딩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표준이 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모팩스튜디오, 60억 원 투자 유치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제작사인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약 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알토스벤처스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모팩스튜디오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장 감독은 한국 1세대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가다. ‘해운대’ ‘명량’ ‘스위트홈’ 등 다수의 유명 작품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담당했다. 모팩스튜디오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발전한 언리얼 엔진을 영화 제작 파이프라인에 접목해 실시간 모의실험과 검수가 가능한 제작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작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알토스벤처스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조차 아직 본격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혁신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또 AI 기반 가상 세트장 촬영 및 편집기법을 도입해 기존 제작 기간의 최대 30%를 단축할 만큼 콘텐츠 제작 전반에 AI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10여 년간 기획 및 제작한 예수의 일생을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를 북미에 선보인 바 있다. 장 대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차기 장편 애니메이션 기획과 제작을 확대할 것”이라며 “AI와 버추얼 프로덕션 기반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배급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객실 커튼을 걷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시야에 가득한 것은 비취색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파랗게 출렁이는 객실 전용 수영장.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로 향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나무데크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9월 하순 오후 5시, 적도 부근 햇살은 따갑지 않았다. 수영장 물과 바닷물이 이어져 있는 듯 보인다. 테라스 끝에는 바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가 내려져 있다.● 적도 바다에서 몽환적인 샤워를 이 모든 전망을 누워서 볼 수 있도록 객실 침대 발치는 창 방향으로 놓여 있다. 아침에 처음 보는 장면은 당연히 바다와 하늘이다. 지난해 지은 현대적 디자인의 객실이다. 침대 옆 식탁에 앉아 와인을 한 잔 기울이면서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화장실은 실내에 있고 샤워와 세면을 할 수 있는 욕실은 외부에 있는 점이 독특하다. 그 이유를 사용하면서 알게 됐다. 욕실에는 샤워부스가 2개 있다. 하나는 지붕이 있는 공간에 세면대와 같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적도 하늘을 지붕 삼아 샤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스무 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친 참이라 짐을 풀자마자 지붕 없는 부스에서 샤워를 했다. 들리는 건 잔잔한 파도 소리뿐이다. 샴푸를 하며 물줄기 아래에서 눈을 감으니 인도양의 따뜻한 공기와 찰싹이는 물결 소리가 몸을 감싼다. 눈을 뜨니 샤워기에서 튕겨 나온 물방울들이 작은 무지개를 빚고 있다.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건 이런 것이겠구나. 사생활은 보장하면서 자연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은 조화로운 설계다.● 맨발로 다니며 자연과 하나 이곳은 적도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로빈슨클럽 몰디브 리조트 해상 빌라 객실이다. 28개 객실 모두 바다 전망이 좋도록 배치됐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만타레이(대왕쥐가오리) 몸통 모양을 닮았다. 객실을 나서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로빈슨클럽 리조트 육상 빌라와 식당, 바 등이 있는 푸나마두아 섬까지 2∼3분에 갈 수 있다. 리조트에 도착하면 두 가지를 알려 준다. 몰디브 시간보다 1시간 빠른 ‘리조트 타임’이 있다는 점과 섬에서는 맨발로 다니며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권한다는 것이다. 넓이 10만7000㎡(약 축구장 15면)인 섬 둘레를 한 바퀴 걸어서 도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해상에는 고전적 스타일 빌라가 또 있고 섬에는 해변 혹은 정원을 갖춘 두 가지 스타일 빌라가 있다. 모두 6가지 형태, 124개 객실이 있다. 이용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와 일반 주류 및 스노클링 같은 간단한 스포츠 활동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형태다. 주문 식사, 고급 술, 스쿠버다이빙, 스파 같은 것들은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3박 4일 머무는 동안 별도 음식이나 술을 주문할 이유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음식과 주류는 충분했다.리조트는 성인 전용이다. 석양이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선다우너바(Sundowner Bar)에서 투숙객들은 매일 저녁 식사 전에 모히토 같은 칵테일을 마시며 일몰을 즐긴다. 스마트폰 타임랩스로 일몰을 찍으면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흐르는 구름과 바닷물 움직임이 대비돼 장관을 이룬다.메인 레스토랑은 뷔페 식이다. 조리사가 직접 접시에 예쁘게 담아 주는 요리들이 많다. 스테이크와 문어, 닭고기는 물론 몰디브 현지 음식인 피시 커리를 비롯해 연어 구이와 훈제 연어, 볶은 국수, 신선한 샐러드와 다양한 열대 과일이 기억에 남는다. 몰디브식 조식도 경험해 볼 만하다.● 누구나 너그러워지는 마법의 섬 몰디브는 한국인에겐 신혼여행지 인상이 짙다. 하지만 로빈슨클럽 몰디브에서 본 투숙객은 대부분 유럽 중장년이다. 여유롭게 자연과 음식과 주류를 즐기면서 푹 쉰다. 투숙객 20%가량만 신혼부부로 보였다. 리조트 측은 저녁에 투숙객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파티나 공연을 자주 연다. 깨끗한 하늘과 바다, 풍요로운 음식 속에 있으니 사람들은 서로에게 너그럽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클럽에서 돌보는 앵무새들은 투숙객 어깨나 머리에 앉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모든 객실이 다 차더라도 투숙객은 250명뿐이다. 리조트 전체는 물론 레스토랑 공간도 여유롭게 만들어 언제나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조트 해변에서는 새끼 상어를 봤다. 밤하늘 별을 즐기던 어느 밤에는 가오리도 볼 수 있었다. 독일 하노버에 본사가 있는 로빈슨클럽 리조트는 가성비 좋은 휴양지를 지향한다. 몰디브 북쪽 바다에서는 어린이도 갈 수 있는 로빈슨클럽 누누도 있다.● 객실 바로 앞이 천혜의 스노클링 포인트몰디브에 있는 170여 개 리조트 대부분은 섬 1개를 전부 사용하는 형태다. 전체 섬은 1192개. 비취색 맑은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 활동은 스노클링이다. 로빈슨클럽 리조트에서는 객실에 구비된 구명조끼를 입고 다이버 샵에서 수경과 오리발을 빌려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조류가 제법 센 곳도 있어서 편안하게 오래 멀리 유영하며 아름다운 열대 바닷속을 즐기고 싶다면 구명조끼와 수경, 오리발은 필수다. 멋진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스노클링 포인트는 선착장 부근이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물고기들을 여러 산호 속에서 즐길 수 있다. 객실에서 바로 바다로 내려갈 때도 오리발과 구명조끼를 반드시 하는 편이 좋다. 물살이 센 경우가 있어 먼바다로 떠밀려 가지 않고 손쉽게 제자리로 헤엄쳐 오려면 꼭 갖춰야 한다. 더 깊은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스쿠버다이빙을 선택할 수 있다. 산호 사이를 유영하는 다양한 열대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새끼 상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몰디브는 2000∼3000만 년 전인 신생대 중기에 바다 밑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거대한 섬들로 인해 생긴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다. 해안가에서 자라던 산호들은 섬이 가라앉아도 위로 계속 자라 지금의 여러 환초와 환초 내부 바다 라군(lagoon)을 만들었다. 산호섬 모래 대부분은 산호가루다. 산호모래는 빛 반사율이 높아 물빛이 더 맑고 밝게 보인다. 덕분에 더더욱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를 볼 수 있다.● 몰디브 풍광 즐기는 국내선 비행기한국에서 몰디브로 가는 대표적인 경로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몰디브 수도 말레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말레에서 국내선을 70여 분 타고 도착한 섬에서 로빈슨클럽까지는 스피드보트로 30여 분 더 걸린다. 비행기 통로 좌석을 선호하더라도 말레 국내선은 창가 쪽을 권한다. 비행 내내 몰디브 거의 모든 환초와 섬들을 볼 수 있다. 짙은 바다 위에 비취색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한 장관을 볼 수 있다. 로빈슨클럽 몰디브의 안드레아스 스티즈 총괄 매니저는 기자가 떠날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1주일쯤 뒤 맨발로 산책하다가 서서 눈을 감아 보라’고 권했다. 몰디브 산호모래와 땅의 기운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이다. 적도의 따뜻한 공기를 입은 채로 고요함을 음악 삼아 즐기던 샤워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본 새끼 상어를 잊지 못할 듯하다. 온통 비취색이던 풍경도 그렇다. 벌써 이 섬이 그립다.로빈슨클럽 몰디브 리조트◇위치 몰디브 가푸 알리푸 환초 푸나마두아 섬◇시설 성인 전용 124개 객실. 메인 뷔페 식당과 철판구이 레스토랑 2곳. 메인 바와 풀 바, 선 다우너 바. 마사지룸과 사우나. 피트니스 스튜디오 등◇프로그램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카타마란 세일링, 패들링, 워터스키 등. 요가와 필라테스, 아쿠아 핏 등 그룹 피트니스. 비치 발리볼, 비치 사커, 배드민턴, 탁구, 당구, 크로스 골프, 빠델(Padel·테니스와 스쿼시를 섞은 운동) 등글·사진 몰디브=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15년간 LG전자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가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 궤도에 있던 이 엔지니어는 2023년 초 서울대학교 파견 교육을 받다 직전 해 말에 나온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경험하게 된다. 이 만남으로 그의 지향점은 LG 임원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바뀌게 된다. 코딩 한 줄 제대로 써 본 적 없던 그는 2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서 처음으로 골프장 코스를 관리하는 로봇을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동시 진출하려는 참이다. 2일 이용수 엑스업 대표이사(42)를 서울 강남구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엑스업은 일일이 손으로 하던 골프장 잔디 보수를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이 대표는 “골프장들이 잔디 보수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장 실증을 통해 로봇의 보수 성능을 증명했다. 내년 3월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생성형 AI 써 보고 ‘충격’ 이 대표는 LG생산기술원에서 15년간 주로 표면 처리 관련 신공법 및 기계 설비 개발을 담당하는 자동화 프로세스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LG그룹 계열사에서 기계 설비나 자동화 공정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하면 만들어 줬다. 안정적인 대기업 생활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무거운 대기업 시스템에서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기 어려웠다. 2023년 초 그는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으로 파견돼 교육을 받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2022년 11월 나온 챗GPT를 써 보게 됐는데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기술이어서 사람들 대부분은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수준이었지만, 이공계 출신인 그는 남다르게 반응했다. 코딩 지식이 전무했던 그가 챗GPT에 물어보며 전자회로 기반 아두이노 프로그래밍을 해냈다. 2주 만에 골프 퍼팅라인을 읽어 주는 전자기기를 만든 것이다. 기능만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해 주고 컴파일링하는 법까지 알려 주는 것을 경험하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대표는 “내가 계획하고 혼자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창업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다.● 창업 팀 꾸리고 함께 시장 조사 2023년 중반부터 창업 준비에 들어간 이 대표는 같이 교육을 받던 김한수(엑스업 최고전략책임자·기구 설계와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장호민(엑스업 최고제품책임자·모듈 설계와 제품 개발 전문가)을 설득해 팀을 꾸렸다. 처음에는 퍼팅라인을 읽는 기기 개발로 창업을 결심했지만 더 큰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세 사람은 함께 시장을 조사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하는 창업이었다. 큰 시장이 있다는 데 같이 공감할 필요가 있었다”며 공동으로 시장을 조사한 배경을 들려 줬다. 기계 자동화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새롭게 얻은 AI 역량을 결합할 분야를 찾다가 골프장 관리 시장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20조 원 규모로 성장했던 한국 골프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위축되고 있었다. 여기에 골프장 운영의 핵심인 잔디 관리를 모두 수작업에 의존해 관리 부담이 컸다. 이 대표는 “골프산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노동력 중심의 골프장 관리”라고 했다. 그는 “전국 약 600개(18홀 기준) 골프장에서 연간 1조5000억 원이 잔디 관리에 투입되는데 이 중 65%가 인건비였다”며 “18홀 골프장 기준으로 매일 발생하는 7600개의 디보트(divot·골프 스윙으로 인한 잔디 손상)를 일일이 사람이 보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LG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스튜디오 341’에 지원했다. 6개월 육성 과정을 거쳐 지난해 3월 최종 5개 팀에 선발돼 스핀오프(사업 부문의 독립 회사 분리) 자격을 획득했다.● 로봇 개발 속도전 지난해 7월 LG전자로부터 정식으로 분사해 엑스업을 설립했다. LG전자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창업 자금 4억 원을 투자했다. 불과 2개월 만에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에도 선정돼 2년간 연구개발 자금 5억 원도 추가로 확보했다.엑스업 핵심 제품은 페어웨이 디보트 보수 로봇 ‘채움’이다. 채움은 실시간 운동학적 글로벌 위치 측정 시스템(RTK GPS·오차 몇 cm 단위. 몇 m 단위인 일반 GPS보다 정밀)과 AI 비전(카메라나 센서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기술) 기술을 결합해 골프장을 자율 주행하며 잔디 손상 부위를 찾아내 자동으로 모래를 뿌려 복구한다. 주로 산자락에 있는 골프장에서 자율 주행할 수 있으며 잔디 손상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사계절 환경적응형 AI 비전 기술을 개발했다. 야간에도 로봇 자체 조명만으로 손상지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은 엑스업만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다. 밤에도 골프장 잔디를 보수하는 로봇이라면 하루 24시간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엑스업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진행한 실증 시연에서 채움은 RTK GPS 기반 자율 주행, AI 비전 기반 디보트 탐색 및 자동 판별, 정밀 배토(培土·잔디밭 잔디 사이사이에 토양을 넣어 주는 일)및 균질화 작업, 홀과 홀 사이 무인 이동, 장애물 회피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엑스업은 채움과 함께 골프장 그린에 생긴 볼마크(골프공이 떨어져 생긴 자국)를 보수하는 로봇 ‘세움’도 개발했다. 골프장 페어웨이와 그린을 밤낮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골프장을 떠나 버린 2030세대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집어넣은 AI 캐디 서비스 ‘버디’ 개발도 마쳤다. 앞으로는 벙커 정리 로봇, 수질 정화 로봇, 잡초 제거 로봇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일본 시장 동시 진출 창업 1년여 만에 성과가 나고 있다. 엑스업에 따르면 골프존 같은 대기업과의 개념실증(PoC·새 기술이 실현 가능한지, 실질적 가치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실제 환경에서 시연하는 과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30여 골프장에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솔루션 도입을 바라는 골프장이 전국 골프장의 14%에 이르는 82개소다. 골프존은 100대 규모 구매 의향을 밝혀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매출은 3억 원을 예상한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도입 의사를 밝힌 골프장의 절반에만 공급해도 1∼2년 후 100억 원 이상 매출이 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과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일본은 국내와 거의 동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1921년 지금의 서울 효창공원에서 한국 최초의 골프장 효창원이 개장했다. 엑스업은 국내 골프장 도입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로봇이 골프장 코스를 관리하게 만들게 된 것이다. 엑스업 로봇 기술은 골프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골프장을 누비는 기술로 농업이나 공원, 스포츠 시설은 물론 국방 분야까지 진출해 잔디를 넘어 모든 필드의 표준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추석 연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때다. 요즘은 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우는 집이 많다. 보호자들은 반려견의 건강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반려견 중에는 귓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에는 없던 귓병이나 발바닥 습진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 중에는 피부에 고름이 생기는 농피증을 앓기도 한다. 보호자로서 고민은 반려견의 피부병이 자꾸 재발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가려워서 고통스러워하는 반려견을 지켜보는 것은 더 힘들다.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며 근본적인 치료법을 고민해서 임상에 적용하는 서울 성동구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의 박종무 원장(58·수의사·생명윤리학 박사)을 만났다. 집 근처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보호자들이 수소문해서 찾아온다는 곳이다. 먼 지방에서도 온다. 30년간 반려동물 피부병과 싸워온 박 원장은 “강아지 피부병의 90%는 사료가 원인이라고 강하게 의심한다. 방부제와 첨가물로 가득한 사료를 끊고 보호자가 직접 만든 자연식으로 바꾸는 순간, 기적이 시작된다”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치료법은 기존 동물병원과 다르다. 항생제도, 스테로이드도, 값비싼 처방 사료도 없다. 기존의 치료 방식은 그 목적 자체가 증상만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약을 끊으면 쉽게 재발한다. 그는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책읽는고양이)’의 저자다. 그의 결론은 ‘건강한 먹거리로 자연치유력을 높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라는 것이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기존 치료의 악순환 박 원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외이도 적출 수술’을 권유받고 찾아오는 반려견들이다. 그는 “요즘 귀병 때문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외이도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제서야 저희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최근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을 찾은 반려견 ‘달심이’는 5개월간 레이저 시술과 건강한 먹거리로 완전히 막혔던 귀가 열리며 회복했다. 그는 “처음에는 농성 염증물이 가득 차 있어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5개월 후에는 염증물도 거의 생기지 않고 부종이 빠지면서 귀 안쪽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 원장은 귓병이 생기는 것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염증 반응의 결과라 보고 알레르기 검사나 모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그걸 회피할 수 있는 먹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문제는 사료다” 먹거리 혁명의 시작박 원장이 진단하는 반려견 피부병의 근본 원인은 사료다. 그는 “사료에 포함된 방부제와 사료 첨가제 등 화학물질이 가장 첫 번째 문제”라며 “사료를 끊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면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힘줘 말한다. 물론 반려견마다 증상이나 생물학적 구조,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꼼꼼히 살피느라 첫 진료에는 1시간 이상이 걸린다.실제로 말티즈 ‘루이’의 사례는 이러한 접근법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살부터 농피증으로 5년간 여러 동물병원을 전전하며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상태였다. 피부에 온통 발진이 있고 고름이 나며 피부가 한 겹씩 얇게 벗겨지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박 원장의 상담 후 사료를 완전히 끊고 보호자가 직접 만든 자연식으로 전환했다. 6개월 후 루이는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보호자는 고마운 마음에, 상담 결과로 자신이 해 먹인 자연식과 치료 경과를 적은 파일을 박 원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보호자의 고통도 덜어 주는 데 도움을 주고자 박 원장이 유튜브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꼼꼼히 작성해 준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반려견 치료 경기 고양시에서 온 ‘옹심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피부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엉덩이와 다리의 털이 모두 빠진 채 내원했다. 기존 치료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였으며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박 원장은 자가면역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적·식이적 요인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사료와 간식을 모두 자연식으로 바꿨다. 면역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테라피 처방 등을 병행했다.상담 후 3~4주 후에 피부의 구멍이 아물기 시작했고, 3개월 뒤에는 빠졌던 털이 다시 자라났다. 특히 모근이 손상됐던 부위에서도 기존과 다른 색이었지만 털이 새로 돋아나 보호자를 놀라게 했다. 옹심이 보호자는 ‘수년간 반복된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털이 다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가족 모두가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자연식 실천을 돕는 도구 박 원장이 반려견의 상태를 살펴서 자연식을 권하면 보호자들은 ‘영양 균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런 보호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박 원장은 반려동물 식단 자가제조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지오하임)’를 추천한다. 박 원장도 상담 과정에서 반려견 특성에 맞춘 자연식 제조 방식 등을 추천해 준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도 추천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좀 더 수월하게 자연식을 만들 수 있어 권하는 것이다. 아이오 플레이트는 냉장고 속 식재료를 입력하면, 반려견의 종과 나이, 체중, 질환 유무에 맞춰 영양 균형이 맞는 자연식 레시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먹이면 안 되는 재료는 자동으로 걸러주고, 부족한 영양소와 보충제까지 안내한다.박 원장은 증상이 심한 반려견의 피부 관리에는 아로마 유황소금 입욕, 어린쑥 입욕 등 자연 치유법을 병행한다. 루이의 경우도 편백나무 욕조에서 아로마 유황소금 입욕을 하다가 어린쑥 입욕을 자주 하면서 피부가 눈에 띄게 진정됐다.●“생명은 관계다” 공생의 철학생명윤리학을 전공한 그는 현대 수의학의 한계에 대해 “증상만 억제하거나 부차적인 원인만 고치는 협소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근본 원인은 먹거리와 환경에 있는데, 이를 바꾸지 않고서는 진정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실제로 그가 하는 치료 방식은 동물병원 경영상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때가 많다. 1시간 이상씩의 시간을 들여서 상담과 치료를 하지만 그렇게 들인 노력과 시간만큼 많은 돈을 청구하지는 못하는 구조다. 또 첫 진료 이후에는 보호자가 집에서 자연식 등으로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도록 반려견을 돕는 방식이기에 병원에는 자주 오지도 않는다. 그는 “제가 하는 방식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윤리적 책임,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진정한 건강을 위해 이 길을 고집한다”고 했다.박 원장은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소유’가 아닌 ‘공생’으로 본다. 그는 “동물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다.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은 자신과 환경, 그리고 생명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고 했다.그는 보호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에 대해 “반려견이 자꾸 발을 핥거나 귀를 긁는다면 소홀히 여기지 말고 보호자들이 고민을 좀 더 해야 한다. 그 작은 행동 하나에 문제가 숨어 있다.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건강한 자연식을 실천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의 시작이다”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윤혜린 댄스트럭트 공동대표(30)는 이화여대 한국무용학과를 졸업했다. 안무가 전공이다. 대학 졸업 후 공연 비용 300만 원을 어렵게 마련해 첫 공연을 열었다. 그런데 수입은 30만 원. 18일 서울 강남의 댄스트럭트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예술가 삶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댄스트럭트는 안무의 디지털화에 앞장서는 스타트업이다. 엑스스테이지(XSTAGE)라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K팝 댄스 등 1700종이 넘는 춤 동작을 세계로 판매하고 있다. K팝 안무 시상식인 코레오 어워드를 주최, 주관했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에서 활동하며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K팝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K팝 댄스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려면 안무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시작첫 공연의 쓰라린 경험은 윤 대표를 유튜브 창작자로 이끌었다. 2019년 유튜브 채널 ‘댄스트럭트’를 시작해 댄서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2021년 여성 댄스 크루 경연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기회였다. 윤 대표는 스타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가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리아킴과 협업해 ‘대세가비주’, ‘리아리티쇼’ 시리즈를 제작했다. 평균 50만 회, 최고 2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연 3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 한 편 제작에 700∼1000만 원이 드는 상황이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사업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2021년 카이스트 MBA 진학은 윤 대표에게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윤 대표는 “음악이 디지털 형태로 기록되고 주요 미디어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되면서 엄청나게 큰 시장이 됐다. 춤도 동작 추적(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해 확산시킨다면 큰 산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캄캄한 미로 속에서 나아갈 길을 본 것이다. 2023년 스파크랩, KOC파트너스 등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기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세기 공동대표(38)는 정보기술(IT) 및 사업전략 전문가로 같은 카이스트 MBA 출신이다. 현재 댄스트럭트는 개발팀 3명, 애니메이터 2명, 마케팅·디자인 2명, 경영지원 1명, 댄서 1명 등 11명의 직원과 함께 안무의 디지털화에 매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 K팝 안무의 활약 디지털 공간에서 안무가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되는 현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배틀로얄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노래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활용한 감정 표현 동작(이모트)이 출시돼 세계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서 K팝 춤을 추고 있다. 글로벌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뉴진스와 협업한 이모트를 비롯한 다양한 댄스 콘텐츠가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같은 가상 아이돌 전문 기획사들이 출현해 가상 아이돌 관련 산업이 수백억 원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도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가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정교한 모션 캡처 기술과 실시간 안무 데이터가 있다. 윤 대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노래 ‘소다팝’의 안무 중 비어 있는 부분을 우리가 완성해 디지털 안무로 빠르게 공급했다. 그래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재빠르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 한 유명 온라인 방송인은 자신이 보유 중인 가상 캐릭터에 어울리는 안무를 댄스트럭트에 의뢰했다. 가상 아이돌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5억7670만 달러(약 8777억 원)로 추산되고 2035년에는 15억2590만 달러(2조1371억 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션 캡처 시장의 문제점과 댄스트럭트의 해법게임회사나 가상 아이돌 기획사가 지금 유행하는 춤을 캐릭터에 도입하겠다고 하면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우선 시간이다. 유행하는 춤의 생명 주기가 평균 2주인 상황에서 기획하고 지식재산(IP) 계약하고 무용수 훈련시키고, 모션 캡처 및 프로그램 편집을 하려면 45일가량 걸린다. 유행은 지나가 버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댄스트럭트에 따르면 자체 제작을 할 경우 억 단위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가 필요하고 많은 고정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외주 제작을 해도 최소 대관비 100만 원, 데이터 가공비가 초당 3만 원이 든다. 윤 대표는 “매일 춤 트렌드를 모니터링 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촬영을 하고 새로운 안무 데이터를 올려 1∼2주면 완성한다”고 했다. 또 “30초 정도 되는 안무 동작을 엑스스테이지에서는 평균 1만6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데, 외주제작으로도 최소 수백만 원이 들던 비용을 만 원 대로 줄인 것”이라고 했다. 댄스트럭트는 올해 말까지 모션 데이터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입히는 리타켓팅 기술을 완성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등과 공동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캐릭터 몸체 비율에 맞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정하던 것을 자동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후가공 과정이 간편해져 모션 데이터 제작 시간이 51%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댄스트럭트는 ‘실시간 트렌드 모션 즉시 배포’ 플랫폼을 노린다. 안무 데이터 유사도 판별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는 안무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안무의 디지털화 생태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안무 저작권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형성돼 가는 과도기적 시기다. 안무 저작권이 존재해도, 저작권료 정산이나 분배 등 실질적 적용이나 관리가 미비하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안무 저작권료 지급 및 창작자 권익 보호에도 필요한 기술”이라며 “한국안무저작권협회(협회장 리아킴)와 소통하며 K팝 안무 저작권이 세계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는 안무 생성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텍스트와 음악 등 멀티모달 방식으로 입력해 춤을 생성하는 것이다.● ‘춤으로 더 즐거운 세상’ 비전댄스트럭트는 기존 글로벌 경쟁사들이 창의성이 없는 일상 동작 등의 모션 데이터 중심으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K팝 댄스 등 안무 가치가 있는 동작의 유통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안무가에게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은 회사의 중요한 미션이다. 댄스트럭트는 현재 소규모 크리에이터나 가상 IP 제작사들을 상대로 모션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창작 안무까지 의뢰받아 IP를 축적하고 있다. 향후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글로벌 게임회사 등에 모션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는 “안무 콘텐츠가 디지털상에서 사용될 때마다 그에 대한 사용료가 안무가에게 돌아가는, 안무 저작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 이름 댄스트럭트는 댄스(춤)와 컨스트럭트(건설)를 합쳐 만든 조어다. 춤으로 더 즐거워지는 세상을 세우겠다는 꿈이 담겼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스타트업 다이스랩(대표이사 이지민)은 인공지능(AI) 응급실 매칭 솔루션 앱 ‘메디콜’을 개발했다. 1분 안에 최적의 응급실을 찾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구조는 이렇다. 구급대원이 앱에서 환자 상태를 해시태그 등으로 입력하면 구글 AI 챗봇 제미나이가 상황을 분석하고, 환자 위치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병원 목록을 실시간으로 산출한다. 동시에 해당되는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병원은 다이얼패드로 수용 가능(1번) 혹은 수용 불가(2번)로 응답한다. 구급대원은 실시간으로 수용 가능한 병원과 가는 길을 안내 받는다. 다이스랩은 K바이오 이노베이션 허브에 입주해 메디콜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타트업 그루누이(대표이사 안영빈)는 여행 분야 앱 1위에도 오른 ‘인스턴트립’을 만든 곳이다. 여행 준비를 AI가 해 준다는 점을 표방하고 있다. 사용자가 예산과 일정을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여행 코스를 추천하고 항공편과 숙소, 이심(eSIM) 등의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스타트업 토버스(TOWBUS·대표이사 박지현)는 화장품을 만든다. 원료는 제주 바다의 유해 해조류 괭생이모자반이다.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수만 t이 해안가로 밀려들어 양식장과 해수욕장에 악취를 풍기고 그물이나 어선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피해를 끼쳐 왔다. 토버스는 해조류가 가진 풍부한 폴리페놀과 알긴산, 미네랄에 주목했다. 피부 항산화와 보습, 진정에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다. 토버스 연구팀은 저온 효소 추출 공법과 불순물 차단 공정을 결합해 괭생이모자반에 함유된 이 천연 성분들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보습 세럼과 미스트, 샴푸바 등을 판매 중이다. 이 세 스타트업은 건국대(총장 원종필) 학생 창업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 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해 기준 76개 학생 창업 스타트업을 배출해 전국 사립대 1위를 했다. 2위는 연세대(73개), 3위는 한양대(67개)가 차지했다. 국립대 중에서는 인천대가 76곳을 배출해 1위였다. 건국대는 학기마다 창업 동아리를 모집해서 아이템 탐색과 시제품 제작, 시험 마케팅 같은 실무 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실력 있는 창업 동아리와 전문가를 엑셀러레이터로 지정해 두고 있다. 매년 1학기에는 교육부 주관 ‘학생창업유망팀 300+’ 경진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학기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나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실제 사업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건국대는 창업지원단을 창업지원본부로 확대, 개편하며 창업 전(全)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확대해 왔다. 창업지원본부에는 창업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제작, 시장 검증, 투자 연계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글로벌 창업 강화를 위해 스페인 몬드라곤대, 국내 에이치비엠 사회적 협동조합과의 삼자 협약도 체결했다. 배성준 건국대 창업지원본부장은 “학생들이 창업 동아리 활동에서 시작해 법인 설립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단계별로 동기를 부여하고 밀착 지원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