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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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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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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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상권 육성 및 백년시장 사업 선정에 국민참여평가 첫 도입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지역상권 육성사업 선정 과정에 처음으로 국민참여평가를 도입했다. 전문가 위주였던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인 국민이 직접 지역상권의 매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10일 대전 서구 KW컨벤션에서 열린 ‘2026년 지역상권 육성 및 백년시장 국민참여평가’에는 국민평가단 100여 명이 참여했다. 직업, 지역, 내외국인 여부 등을 고려해 구성된 평가단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도 포함됐다. 평가단은 각 지역상권의 육성 계획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과 투표를 진행했으며, 일부는 사전에 해당 상권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평가 방식은 기존 심사와 달랐다. 세부 항목별 점수 대신 O 또는 X를 선택하는 직관적 방식으로 운영됐다. 해당 상권이 실제로 가고 싶은 곳인지, 지역만의 차별성을 갖췄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질의응답에서도 전문가 심사위원보다 국민평가단에 먼저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상권의 차별성과 관광객 유치 전략,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 등을 물었다. 이번 평가는 △글로컬상권(K컬처 체험·소비 상권 육성) △로컬테마상권(미식·문화유산·체험 콘텐츠 특화상권) △백년시장(역사성·성장 가능성 갖춘 전통시장) 등 3개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글로컬상권에는 경주 황리단길과 서귀포시중심상가 상권 등 총 6곳이, 로컬테마상권에는 부산 원도심 40계단 로컬 아지트 상권과 진주시 로데오거리본성동 원도심상권 등 10곳이, 백년시장에는 강원 정선아리랑 시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등 10곳이 선정됐다. 선정 상권에는 콘텐츠 개발, 관광 인프라 개선, 창업 활성화 등을 위한 지원이 이뤄진다. 외국인 평가단으로 참여한 방송인 다니엘 씨는 “해외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곳인지, 다시 방문하고 싶은 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방송인 럭키 씨는 “좋은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상권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이 많아 아쉬웠는데, 이런 시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심화되는 지역 상권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 대응의 일환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전국 1227개 상권 중 핵심 상권의 약 6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상위 10% 핵심 상권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약 4배 높다. 중기부 김정주 소상공인정책관은 “실제 방문객과 소비자의 시각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올해 처음 국민참여평가를 시도했다”며 “지역만의 매력을 갖춘 상권을 발굴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와 소진공은 앞으로도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한 상권 육성 사업을 확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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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m에 1000만원 넘는 얇은 관… 초정밀 기술로 외산 벽 넘는다”[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국내 수술실에서 심장과 뇌혈관 안쪽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기기들은 오랫동안 외산의 영역이다. 부정맥 환자의 심장 속에서 고주파를 쏴서 박동 리듬을 바로잡는 카테터(몸속에 들어가는 가는 관 모양 의료기기)도, 급성 뇌경색 환자의 혈전을 끌어내는 스텐트 리트리버(철망형 구조물로 혈전을 빼내는 기구)도 미국과 유럽의 거대 의료기기 회사 이름을 달고 들어왔다. 엔벤트릭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쓰는 이런 장비들의 성능을 혁신해 국산 기술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나선 회사다. 8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민지영 대표(51)는 “우리가 만드는 기기는 환자가 평생 한 번도 안 만나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한 번 만나야 한다면 그 순간에는 정말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쓰이는 의료기기를 만든다는 자각이, 이 회사의 문제의식이자 출발점이었다.● 40대 중반 남매의 창업창업의 밑바탕은 연구실이 아니라 산업 현장이었다. 민 대표는 LG CNS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프로세스 혁신과 경영을 다뤘다. 공동창업자이자 남동생인 민성우 대표(50)는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과 바이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를 전공했다. 이후 세계적인 의료기기 기업인 존슨앤드존슨과 애보트에서 카테터와 스텐트 개발을 15년간 해온 엔지니어다. 각자 대표로 엔벤트릭을 운영중인 두 사람은 대기업 생활을 하며 비슷한 한계를 봤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결국 글로벌 대기업의 브랜드와 유통망 안에서만 움직이고, 한국 병원 현장은 여전히 외산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의료기기 산업 현장에서 15년, 20년, 30년씩을 경험한 전문가들을 모아 시장과 인허가, 세일즈까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창업했다”고 했다. 그렇게 2019년 7월, 한국을 본사로 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둔 엔벤트릭이 출범했다.● “잘 아는 혈관 분야에 집중” 창업에서 내세운 원칙은 2가지는 명확했다. 먼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혈관계 중재 시술 디바이스만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시장에서 팔리는 기술로 사업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으로 뇌혈관, 심장 전기생리학(EP), 심혈관 세 분야를 정했다. 자체 브랜드 제품과 위탁 연구·개발·생산 사업을 함께 키웠다. 의료기기는 제품을 잘 만든다고 바로 매출이 나는 산업이 아니다. 설계와 검증에 4∼5년, 인허가에 다시 1∼3년이 걸리기도 한다. 엔벤트릭은 그 긴 공백을 버티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개발과 생산을 대신 해주는 기업 간(B2B) 사업을 병행했다. 지난 3∼4년간 누적 60억원 안팎의 매출을 이 부문에서 먼저 만들었다. 몇 년 동안은 자신들의 활동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기술 완성에 몰두했다. 민 대표는 “혈관계 기기 시장은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스트라이커, 애보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곳이어서 너무 이른 시점에 기술 방향이 드러나면 불리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벤트릭은 개발 완료, 임상 데이터, 인허가, 특허가 일정 수준 쌓이기 전까지는 몸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부정맥-뇌경색 고치는 기기 혁신 엔벤트릭이 기술적으로 먼저 주목받은 분야는 부정맥 치료용 EP 카테터다. 부정맥은 심장 안의 특정 부위에서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흐르며 생기는데, 이를 카테터로 찾아가 에너지를 가해 없애는 방식이 대표 치료다. 과거에는 고주파와 냉각 방식이 주류였지만, 근래에는 펄스장 절제술(PFA)이 주목 받는다. 아주 짧고 강한 전기 펄스를 가해 특정 심근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치료하는 방식이라 열 손상이 적고 시술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벤트릭에 따르면 글로벌 EP 디바이스 시장은 약 25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이고, 이 중 PFA는 2030년 100억달러(약 15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벤트릭은 차세대 기술 흐름을 읽고 PFA 카테터 개발에 일찍 뛰어들었다. 민 대표는 “3년 전 CDRMO 비즈니스로 PFA용 카테터들을 개발했고, 임상 결과가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1회용 제품인 PFA 카테터는 길이가 1m 조금 넘는 데 가격은 1000만원이 넘는다. 뇌혈관 사업은 뇌경색 환자의 혈전을 제거하는 스텐트 리트리버와 접근용 카테터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뇌혈관 치료 시장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는 기계적 혈전 제거술이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몇 시간 안에 혈류를 회복시켜야 하고, 이때 스텐트 리트리버는 혈전을 직접 붙잡아 꺼내는 핵심 장비다. 민 대표는 “예전에는 약만 쓰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기기를 넣어 혈전을 기계적으로 꺼내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올해 1월 엔벤트릭은 뇌혈관 깊숙이 접근하는 카테터 ‘에보글라이드(EVOGLIDE)’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고, 6월에는 스텐트 리트리버 ‘울트리바(ULTRIVA)’ 허가까지 획득했다. 이 두 제품으로 뇌경색 치료의 핵심 장비 라인업을 거의 완성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가격은 개당 가격은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이다. ● “모순적 특성을 조화시켜 완성도 높이는 게 기술”엔벤트릭이 만드는 카테터는 극한의 정밀 구조물에 가깝다. 뇌와 심장 안으로 들어가는 카테터는 머리카락 굵기에 가까운 부품과 합금, 폴리머가 현미경 아래에서 수작업으로 결합되고 조립된다. 2미터 가까운 경로를 따라 들어가면서도 끊어지지 않아야 하고, 동시에 놀랄 만큼 유연해야 한다. 민 대표는 “유연한데 강해야 하고, 작으면서도 조종이 잘돼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싸움”이라고 했다. 그래서 엔벤트릭은 공정 기술과 구조 설계에 집착한다. 이 회사 PFA 카테터는 기존 제품에 비해 얇으면서 여느 제품과 달리 진단과 치료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구조다. 민 대표는 “한 번에 진단과 치료를 하는 제품으로 의사가 의도한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시술의 성공률을 높였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울트리바에 적용된 기술은 엔벤트릭이 자체 개발한 ‘아크원(Arch-1)’이다. 초소형 단일 튜브를 정밀 가공해 유연성과 지지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이다. 엔벤트릭은 다양한 혈전 유형을 잡을 수 있는 구조, 패키징을 더 작게 만드는 방식, 엑스선에서 더 또렷하게 보이는 표식(마커) 구조를 실현했다. 시술 중 뇌혈관 속 기기의 위치와 혈전의 길이, 전개 상태를 더 잘 읽히게 만든 점을 차별점으로 강조한다.● “당연히 세계 시장이 목표”민 대표는 뇌혈관 분야는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심혈관은 대기업에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간(B2B) 비즈니스 중심으로, 심장 EP는 B2B에서 시작해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제품을 오래 팔아온 총판과 대리점을 먼저 설득한 뒤,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 시술을 많이 하는 의사들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이 가장 크고 다음은 유럽 시장이다. 민 대표는 “국내를 시작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뒤 세계 시장 전체에 우리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며 “뇌혈관과 심장 안쪽에서 치료에서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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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유학 중도 귀국해도 남은 학비 받아 오세요”

    미국 유학은 매력적인 교육 투자지만 학비 손실 위험에 대한 방어 장치는 사실상 없다. 미국 사립학교 상당수가 ‘학비 환불 불가’ 조항을 두고 있어 질병이나 정신건강 문제, 적응 실패 등으로 중도 귀국해도 이미 납부한 수천만 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유학 컨설팅 업계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강재훈(케빈 강·사진) 313교육(313SPC 학생보호센터) 의장은 9일 “학비환불보험을 활용하면 학생이 힘들어서 버티기 힘들다고 할 때 더 나은 선택지를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의장이 학비 환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신이 유학 보낸 학생들이었다. 현지 적응 실패, 홈스테이 갈등,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위기로 학업을 중단하고도 학비는 전혀 돌려받지 못한 채 귀국하는 사례를 수없이 지켜본 것이다. 그는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할 순간에 ‘이미 낸 학비가 아까워서’ (귀국) 결정이 흔들리는 부모를 많이 봤다”며 “개별 사례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법의 실마리는 해외에 있던 제도에서 찾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판매된 학비환불보험(Tuition Refund Insurance)은 학생이 질병이나 사고, 정신건강 문제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학업을 중단할 경우 잔여 학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한국 학부모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데다, 현지 학교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불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지연이 반복되는 한계가 있었다. 강 의장은 “학부모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고 짚었다. 313교육은 미국 보험사가 판매하는 학비환불보험 및 유학생 건강보험을 한국과 아시아 학부모가 직접 가입하고 청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기업이다. 실제 보험 계약과 보상은 미국 보험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서 이뤄진다. 313교육은 상품 안내와 가입 및 청구 절차를 돕는다. 강 의장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조기유학의 경우 5만 달러 한도 학비환불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는 보험금의 2∼3% 수준이고 대학생은 1.5% 정도다. 여기에 미국 유학 시 사실상 의무인 건강보험도 학교 지정 보험 대신 비슷한 보장에 더 낮은 비용의 보험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강 의장은 “학비가 묶여 있으면 아이가 힘들어도 ‘이 정도는 버텨야 하지 않나’ 하는 압박이 생긴다”며 “보험은 손실 보전 장치를 넘어 학생과 부모가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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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1900원에 글로벌 객실을 도매가로… 23만 회원에 거래액 500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번쯤 숙소 예약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고다에서 찾고, 부킹닷컴에서 비교하고, 또 다른 사이트를 열어보고…. 그러다가 투숙 일이 아직 불확실하면 창을 그냥 닫아버린다. 이런 번거롭고 지루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도록 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월 1900원짜리 구독 하나로 세계 300만 개 숙소를 여행사에 공급되는 도매가로 예약할 수 있다. 투숙 일을 당장 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최저가로 결제해 두고, 나중에 날짜를 잡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올마이투어(각자대표 정현일, 석영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객실을 온라인에서 예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구독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사업과 2000여 개 여행 관련 글로벌 기업에 국내 호텔 객실을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침대은행(Bedbank·베드뱅크)’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이다. 베드뱅크 사업은 호텔 객실을 도매로 확보한 뒤 시스템 기반으로 세계 여행사·OTA·항공사 등에 유통하는 숙박업의 유동성 공급자다. ● 글로벌 호텔 객실을 도매가로 공급 올마이투어는 ‘어썸 멤버십’으로 구독형 사업 ‘올마이투어닷컴’을 운영 중이다. 기존 아고다나 호텔스닷컴 같은 글로벌 OTA들은 플랫폼 수수료 20%를 얹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올마이투어는 월 1900원(연간 구독은 1만9000원)을 내는 구독 회원에게는 여행사에 제공하는 도매가격으로 예약이 가능하게 했다. 글로벌 30개 OTA와 가격 비교 결과, 올마이투어는 1박 기준 평균 2만9000원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23만 명인 구독 회원이 예약할 수 있는 숙소는 300만 개에 달한다. 세계 25개 글로벌 베드뱅크 파트너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 계약을 완료한 덕분이다. 베드뱅크는 지역 기반으로 호텔 객실을 확보하고 서로에게 객실을 도매가로 교환 판매하는데, 올마이투어는 이 중 일부를 구독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엔진’도 운영 중이다. 기존 OTA 예약 방식은 체크인·체크아웃 날짜를 먼저 정해야 했다. 일정이 불확실한 사람은 구경만 하다 떠나버린다. 올마이투어는 이 심리적 장벽을 아예 없애버렸다. 날짜를 정하지 않고 먼저 최저가로 결제한 뒤 14일 안에 투숙 일을 지정하면 된다. 그 결과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하는 사람의 비율인 예약 전환율이 기존 OTA 대비 6배나 높았다. 바우처 부킹엔진은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인 CJ온스타일에 공급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신한카드 ‘올댓 여행’, SSG닷컴, CJ온스타일 등 주요 국내 이커머스 1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호텔 객실 ‘디지털 고속도로’로 수출 올마이투어의 본업은 베드뱅크다. 유럽과 미주 중심으로는 수십 년 전에 자리 잡은 산업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사실상 전무했다. 올마이투어는 이 공백을 파고들어 국내 최초 글로벌 베드뱅크로 자리매김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석영규 대표(46)는 “우리와 계약을 맺은 호텔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스위치 하나만 켜놓으면 중국 3위 OTA 플리기(Fliggy), 일본 한큐 여행사, 동남아 최대 OTA 트래블로카에 호텔 객실을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바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유니버설 API’다. 제각각인 호텔 시스템을 하나의 API로 통합하고, 순식간에 세계 2000여 개 채널로 실시간 송출한다. 하루 10억 건 이상의 검색 트래픽도 처리 가능하다. 올마이투어는 세계 호텔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온톨로지(Ontology) 프레임워크 ‘탈로스(TALOS)’도 개발 중이다. 온톨로지 기반 AI는 호텔 운영 관리와 관련한 전문적인 ‘지식 지도’와 AI를 결합한 것으로 AI의 환각 현상을 없앨 수 있다. 탈로스는 예약과 판매, 청소 상태 등 각 부문별로 제각각인 호텔 데이터들을 AI가 자동으로 분류·통합하고, 그 위에서 에이전틱 AI가 가격 설정부터 판매·체크인·고객 응대(CS)까지 호텔 운영의 반복 업무 전체를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파견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텍 AI 연구소와 산학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올마이투어의 글로벌 B2B 파트너는 20개국 2059개사다. 최근 5분기간 누적 B2B 매출은 291억 원이고 해외 매출 비중이 62%라고 했다.● 자카르타에서 싹튼 인연, 창업으로 결실두 창업자의 만남은 201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항공에서 10년 이상 글로벌 마케팅과 해외 항공사 합작 업무를 담당하던 석 대표는 당시 자카르타 지점 부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그곳에서 동남아발 한국 단체 관광을 20년 넘게 전문으로 다뤄온 정호여행사를 운영하는 정현일 대표(46)를 만났다. 석 대표는 2018년 대한항공을 떠나 이스타항공 B737 부기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던 2020년,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스타항공은 존폐 위기에 처했고, 정 대표 역시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평소 공감해 왔던 여행업의 디지털전환을 해 보자며 서로에게 연락했다. 2020년 10월, 올마이투어가 탄생했다. 하지만 창업은 곧 생존의 싸움이었다. 팬데믹이 극심하던 2021년 초, 두 사람은 베드뱅크 솔루션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행업계가 말 그대로 죽어가던 시절, 여행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곳은 거의 없었다. 호텔들도 반응이 없었다. 아무 채널도, 아무 거래처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야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석 대표는 “솔직히 코로나 때 정 대표님 없이 혼자였다면 창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정 대표의 20년 인바운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초기 호텔 계약도, 해외 여행사 연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남아 현지 여행사들, 일본·대만·인도네시아 파트너들은 정 대표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 자산이었다.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정 대표는 B2B 영업 총괄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책임지고, 석 대표는 프로덕트·마케팅 전략과 조직 운영을 이끈다. 영역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상호 보완하는 구조, 이것이 공동 창업 성공의 주요 요소 같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거래액 매년 2배, 흑자 전환 2021년 47억 원으로 시작한 거래액은 2022년 68억, 2023년 127억, 2024년 263억, 2025년 499억 원으로 매년 거의 2배씩 성장했다. 2026년 들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수록 K-호텔을 글로벌 유통망에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올마이투어의 베드뱅크 솔루션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올마이투어는 올해 7개 국어·30개 통화를 지원하는 글로벌 버전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2027년 일본 B2B 시장 진출, 2028년 구독 회원 100만 명·연간 예약 숙박 250만 개·매출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호텔 운영 자동화 시스템인 탈로스는 호텔 운영 주체들이 변화에 대한 의지 약하면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난 20년간 OTA 위주로 고착화된 숙소 가격 구조와 유통 방식을 혁신해, 동북아 호텔 산업 자동화를 주도하는 호텔업계의 기반 시스템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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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크팩토리 우리가 앞당길 것”… “새 로봇과 기존 로봇 바로 협업 가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집에 도우미 로봇 세 대가 있다고 하자. 한 대는 주방 일, 한 대는 물건 운반, 한 대는 청소를 담당한다. 주인은 로봇이 콜라를 가져다 주기를 원한다.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주인에게 전달하려면 세 대가 협력해야 한다. 주방 로봇이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꺼내고, 운반 로봇이 받아서 가져다 줘야 한다. 그런데 주방 로봇은 운반 로봇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고, 운반 로봇은 콜라가 언제 나오는지 모른다. 설상가상 청소 로봇이 통로를 막고 청소 중이지만, 나머지 두 대는 그 사실을 모른다.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 어디서 물건을 넘겨야 하는지, 통로가 막혔을 때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비스캣은 여러 기종 로봇들을 쉽고 빠르게 연결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고동욱 비스캣 대표(43)는 자신이 겪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로봇을 묶은 산업 현장 현황부터 들려줬다. 어느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 자율주행 로봇과 로봇팔, 운반 설비를 각각 도입했다. 관련 업체가 다섯 곳이었다. 반년간의 연동 작업 끝에 겨우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로봇을 도입한 회사가 배터리 안전 규정을 변경했다. 그 순간 이 다섯 업체가 다시 모여 각자의 코드를 수정해야 했다. 고 대표는 “조금만 뭔가가 바뀌어도 공장을 세워야 하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했다. 고 대표는 “악기는 다 갖춰져 있는데 지휘자가 없는 것과 같다. 제각각 악보대로 연주하면 소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비스캣이 만들려는 것이 바로 그 지휘자, 모든 로봇이 공유하는 하나의 두뇌다.● ‘지식 지도’로 공장을 읽는다 비스캣이 들고나온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먼저 여러 기종의 로봇과 설비, 외부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온톨로지(ontology·존재론) 기반 운영체제 스타그래퍼(STAR-Grapher)다. 온톨로지는 존재하는 것들을 정의하고 그 관계를 따지는 철학의 한 분야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같은 방법론을 쓴다. 예컨대 로봇이란 무엇이고 배터리란 무엇인가, 로봇과 배터리는 어떤 관계인가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체계도(혹은 지도) 같은 것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과’라는 단어를 ‘과일의 한 종류’인지 아니면 ‘미안하다’는 의미인지를 구분할 때 이 같은 ‘지식 지도’가 있으면 유용하다. ‘빨갛다’ ‘먹다’ 등과 연결돼 있으면 과일로 인식하고, ‘잘못’이나 ‘용서 ’등과 연결돼 있으면 미안하다는 의미로 인식하는 식이다. 비스캣의 핵심 경쟁력은 로봇이 있는 산업 현장에 꼭 맞는 지식 지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기술이다. 고 대표는 “로봇에 어떤 단위로 행동 명령을 쪼개서 전달해야 하는지, 어떤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지 같은 로봇 분야 지식과 제조 현장 공정 및 설비에 대한 현장 지식이 풍부해야 효과적인 지식 지도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온톨로지 기반 운영 플랫폼을 앞세운 기업 팔란티어가 있지만, 데이터 분석과 기업 의사결정에 특화돼 있다.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과 여러 다른 로봇을 통합 운영하는 영역에는 비스캣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온톨로지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로봇 간 연결과 운영이 훨씬 손쉬워진다. 새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만 ‘지식 사전’에 연결해주면 끝이다. 공장 설비 위치가 바뀌거나 새 안전 규정이 생겨도 전체 시스템이 새 조건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물건 하나가 생산라인을 빠져나오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그것을 실을 수 있는 로봇 중 배터리 잔량이 가장 많고, 가장 가깝고, 가장 빠른 개체를 선별해 작업 명령을 내린다. 스타그래퍼는 공장 상황을 동적으로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왜 그 결정을 했는지 근거를 가지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현재 개념실증(PoC)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율이동로봇의 경로 계획과 제어를 담당하는 로봇지능 소프트웨어 스타코어(STAR-Core)다. 로봇이 좁은 통로에서 길이가 긴 화물을 싣고 방향을 바꿔야 할 때, 기존 방식은 엔지니어가 각도별 거점을 일일이 찍어줘야 했다. 스타코어는 로봇의 형태와 속도, 공간 제약, 안전 정책을 입력하면 최적화 기반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마치 자동차가 좁은 주차장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최적 궤적을 찾아내듯 로봇은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한다.● 열악한 환경 속 300kg 박스 옮기는 것 보고 결심 고 대표는 한양대에서 로봇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딥러닝이 등장하기 전,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2017년, 지도교수와 함께 세운 코가로보틱스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 회사는 식당 배달 로봇 등 서비스 로봇에 집중했지만, 고 대표의 관심은 늘 산업 현장을 향했다. 그는 “로봇은 힘들고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사람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내에 솔루션 사업부를 만들어 수년간 직접 공장을 돌아다녔다. 한 나사 제조 공장에서 열기와 금속 가루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게 300kg짜리 상자를 끌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며칠만 해도 골병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이다”라고 했다. 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는 무인운반로봇이 쓰이곤 했지만, 시스템 연동 때문에 수개월을 허비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그는 “힘든 작업장에 로봇 도입이 쉽도록 하고, 로봇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대로 풀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창업의 결정적 계기는 회사와의 방향 차이였다. 회사가 서비스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고 대표는 제조 자동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솔루션 사업부 인원들이 함께 짐을 쌌다. 비스캣은 2025년 3월에 설립됐고, 실질적인 팀 구성은 그해 11월 완료됐다. 창업 후 약 5개월 만에 대기업 물류 운송 로봇에 스타코어를 납품하고, 삼성그룹 여러 공장에도 같은 솔루션을 공급했다.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팀 구성 이후 6개월 만에 약 3억6000만 원 매출이 발생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자동화에 거부감을 갖는 현장 관리자,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시선,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의 견고한 장벽 등을 다 극복해야 한다.● ‘다크팩토리’를 향해, 그리고 그 너머 비스캣은 경기 군포시 금정동에 스타그래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50종이 넘는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 센서를 시스템에 올려 놓고 통합 운영 시나리오를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성능 지표와 인증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중소 및 중견 제조기업이다. 영업이익 100억∼200억 원대 규모로 인력 의존도가 높지만 자동화 전환 의지가 있는 곳들이다. 고 대표가 직접 방문한 인천 검단의 한 공장에서는 원래 20∼30명이 필요했지만 현재 7명밖에 없다. 그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기 때문에 로봇 도입은 선택 사안이 아니다”라며 “로봇 4, 5대가 운영되는 라인부터 스타그래퍼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목표는 미래의 공장이라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완전 자동화 공장)’의 내부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 온톨로지 체계 적용 대상은 제조 현장을 넘어선다. 한 건설회사는 스마트시티 단지 내 자동문·엘리베이터·배달 로봇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비스캣에 실증사업 견적을 요청했다. 연내 세 군데 투자사와 협의 중인 프리A 라운드 투자 약 50억 원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톨로지 체계를 공장마다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여전히 많은 인력과 수준 높은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절대적인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장 환경에서 단 한 번의 오작동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고 대표는 이를 극복할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잡아낼 수 없는 AI에 공장을 맡길 수는 없다. 온톨로지가 규율의 근간이 되고 대형언어모델(LLM)은 그 위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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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다른 로봇 하나로 엮는 ‘두뇌’ 제작하는 ‘비스캣’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집에 도우미 로봇 세 대가 있다고 하자. 한 대는 주방 일, 한 대는 물건 운반, 한 대는 청소를 담당한다. 주인은 로봇이 콜라를 가져다 주기를 원한다.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주인에게 전달하려면 세 대가 협력해야 한다. 주방 로봇이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꺼내고, 운반 로봇이 받아서 가져다 줘야 한다. 그런데 주방 로봇은 운반 로봇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고, 운반 로봇은 콜라가 언제 나오는지 모른다. 설상가상 청소 로봇이 통로를 막고 청소 중이지만, 나머지 두 대는 그 사실을 모른다.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 어디서 물건을 넘겨야 하는지, 통로가 막혔을 때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스타트업 비스캣은 여러 기종 로봇들을 쉽고 빠르게 연결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고동욱 비스캣 대표(43)는 자신이 겪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로봇을 묶은 산업 현장 현황부터 들려줬다. 어느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 자율주행 로봇과 로봇팔, 운반 설비를 각각 도입했다. 관련 업체가 다섯 곳이었다. 반년간의 연동 작업 끝에 겨우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로봇을 도입한 회사가 배터리 안전 규정을 변경했다. 그 순간 이 다섯 업체가 다시 모여 각자의 코드를 수정해야 했다. 고 대표는 “조금만 뭔가가 바뀌어도 공장을 세워야 하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했다.고 대표는 “악기는 다 갖춰져 있는데 지휘자가 없는 것과 같다. 제각각 악보대로 연주하면 소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비스캣이 만들려는 것이 바로 그 지휘자, 모든 로봇이 공유하는 하나의 두뇌다.● ‘지식 지도’로 공장을 읽는다비스캣이 들고나온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먼저 여러 기종의 로봇과 설비, 외부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온톨로지(ontology·존재론) 기반 운영체제 스타그래퍼(STAR-Grapher)다.온톨로지는 존재하는 것들을 정의하고 그 관계를 따지는 철학의 한 분야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같은 방법론을 쓴다. 예컨대 로봇이란 무엇이고 배터리란 무엇인가, 로봇과 배터리는 어떤 관계인가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체계도(혹은 지도) 같은 것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과’라는 단어를 ‘과일의 한 종류’인지 아니면 ‘미안하다’는 의미인지를 구분할 때 이 같은 ‘지식 지도’가 있으면 유용하다. ‘빨갛다’ ‘먹다’ 등과 연결돼 있으면 과일로 인식하고, ‘잘못’이나 ‘용서 ’등과 연결돼 있으면 미안하다는 의미로 인식하는 식이다.비스캣의 핵심 경쟁력은 로봇이 있는 산업 현장에 꼭 맞는 지식 지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기술이다. 고 대표는 “로봇에 어떤 단위로 행동 명령을 쪼개서 전달해야 하는지, 어떤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지 같은 로봇 분야 지식과 제조 현장 공정 및 설비에 대한 현장 지식이 풍부해야 효과적인 지식 지도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온톨로지 기반 운영 플랫폼을 앞세운 기업 팔란티어가 있지만, 데이터 분석과 기업 의사결정에 특화돼 있다.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과 여러 다른 로봇을 통합 운영하는 영역에는 비스캣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온톨로지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로봇 간 연결과 운영이 훨씬 손쉬워진다. 새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만 ‘지식 사전’에 연결해주면 끝이다. 공장 설비 위치가 바뀌거나 새 안전 규정이 생겨도 전체 시스템이 새 조건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물건 하나가 생산라인을 빠져나오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그것을 실을 수 있는 로봇 중 배터리 잔량이 가장 많고, 가장 가깝고, 가장 빠른 개체를 선별해 작업 명령을 내린다. 스타그래퍼는 공장 상황을 동적으로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왜 그 결정을 했는지 근거를 가지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현재 개념실증(PoC)를 목전에 두고 있다.다른 하나는 자율이동로봇의 경로 계획과 제어를 담당하는 로봇지능 소프트웨어 스타코어(STAR-Core)다. 로봇이 좁은 통로에서 길이가 긴 화물을 싣고 방향을 바꿔야 할 때, 기존 방식은 엔지니어가 각도별 거점을 일일이 찍어줘야 했다. 스타코어는 로봇의 형태와 속도, 공간 제약, 안전 정책을 입력하면 최적화 기반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마치 자동차가 좁은 주차장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최적 궤적을 찾아내듯 로봇은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한다.● 열악한 환경 속 300kg 박스 옮기는 것 보고 결심고 대표는 한양대에서 로봇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딥러닝이 등장하기 전,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2017년, 지도교수와 함께 세운 코가로보틱스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 회사는 식당 배달 로봇 등 서비스 로봇에 집중했지만, 고 대표의 관심은 늘 산업 현장을 향했다. 그는 “로봇은 힘들고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사람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그는 사내에 솔루션 사업부를 만들어 수년간 직접 공장을 돌아다녔다. 한 나사 제조 공장에서 열기와 금속 가루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게 300kg짜리 상자를 끌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며칠만 해도 골병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이다”라고 했다. 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는 무인운반로봇이 쓰이곤 했지만, 시스템 연동 때문에 수개월을 허비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그는 “힘든 작업장에 로봇 도입이 쉽도록 하고, 로봇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대로 풀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창업의 결정적 계기는 회사와의 방향 차이였다. 회사가 서비스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고 대표는 제조 자동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솔루션 사업부 인원들이 함께 짐을 쌌다. 비스캣은 2025년 3월에 설립됐고, 실질적인 팀 구성은 그해 11월 완료됐다. 창업 후 약 5개월 만에 대기업 물류 운송 로봇에 스타코어를 납품하고, 삼성그룹 여러 공장에도 같은 솔루션을 공급했다.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팀 구성 이후 6개월 만에 약 3억6000만 원 매출이 발생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자동화에 거부감을 갖는 현장 관리자,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시선,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의 견고한 장벽 등을 다 극복해야 한다.● ‘다크팩토리’를 향해, 그리고 그 너머비스캣은 경기 군포시 금정동에 스타그래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50종이 넘는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 센서를 시스템에 올려 놓고 통합 운영 시나리오를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성능 지표와 인증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주요 타깃은 중소 및 중견 제조기업이다. 영업이익 100억~200억 원대 규모로 인력 의존도가 높지만 자동화 전환 의지가 있는 곳들이다. 고 대표가 직접 방문한 인천 검단의 한 공장에서는 원래 20~30명이 필요했지만 현재 7명밖에 없다. 그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기 때문에 로봇 도입은 선택 사안이 아니다”라며 “로봇 4, 5대가 운영되는 라인부터 스타그래퍼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목표는 미래의 공장이라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완전 자동화 공장)’의 내부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온톨로지 체계 적용 대상은 제조 현장을 넘어선다. 한 건설회사는 스마트시티 단지 내 자동문·엘리베이터·배달 로봇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비스캣에 실증사업 견적을 요청했다. 연내 세 군데 투자사와 협의 중인 프리A 라운드 투자 약 50억 원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톨로지 체계를 공장마다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여전히 많은 인력과 수준 높은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절대적인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장 환경에서 단 한 번의 오작동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고 대표는 이를 극복할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잡아낼 수 없는 AI에 공장을 맡길 수는 없다. 온톨로지가 규율의 근간이 되고 대형언어모델(LLM)은 그 위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비스캣 개요사업 내용제조·물류 현장 로봇과 설비의 통합 운영을 위한 로봇지능 소프트웨어 및 자율 운영 플랫폼 개발주요제품 및 서비스자율이동로봇 및 지능형 로봇 시스템의 경로 계획·제어를 지원하는 로봇지능 소프트웨어 스타코어여러 기종의 로봇과 설비, 외부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온톨로지 기반 자율운영 시스템 스타그래퍼로봇지능 소프트웨어 구축 판매, 구독형 플랫폼, 유지 및 보수 서비스주요 기술여러 기종의 데이터를 의미 기반으로 구조화하는 온톨로지 기반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기술멀티로봇 작업 계획 생성, 작업 할당, 관리, 재계획 수행 최적화 운영 기술공간, 시간, 로봇 기구학, 정책 제약을 고려한 최적화 기반 경로 계획·생성·제어 기술투자받은 금액5억 원(시드 단계)투자 기관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고동욱 대표이사 포함 15명(로봇 자율주행, AI, 사업개발, 서비스 기획 등 전문 인력)설립일과 소재지2025년 3월 14일, 서울 서초구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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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피지컬AI-방산 혁신 필수품 ‘디지털 엔지니어링’”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15년 이상 걸리던 개발 과정을 5년 만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주일 매스웍스코리아 대표(52)는 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제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디지털 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 설계·검증·최적화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엔지니어링 방식이다. 매스웍스는 매트랩(MATLAB)과 시뮬링크(Simulink)라는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미국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공학과 과학에 특화된 프로그래밍 언어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며, 전 세계 180여 국가에서 500만 명이 활용한다. 국내 고객사는 약 3000곳에 달하는 데 특히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1·2차 협력회사 등 자동차 회사들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에 많이 활용한다. 박 대표는 “자동차 안 전자제어유닛(ECU) 간 통신이 지난 10년간 30배 늘었다”며 “SDV 시대에는 이 복잡성을 가상 환경에서 미리 풀어야 시간과 자원을 아끼면서 시장 상황에 맞춘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제조업에 점점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시대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런 제조업의 흐름은 복잡성과 시의성에 맞춘 제품 개발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그는 “복잡해지는 기능을 재빠르게 제품화하려면 디지털 설계 없이는 시장의 요구를 맞추기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사용 대수는 1220대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제조 역량에서 하드웨어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제조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은 미국·중국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박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가상 검증 결과와 물리적 테스트 결과의 ‘정합성’을 엄격히 요구하는 수준 높은 엄밀성을 요구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반면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개발 기간을 20%만 단축할 수 있어도 일단은 도입을 해서 적용을 해 보자는 문화”라고 비교했다.박 대표는 전기차·자율주행·방산 등 한국 핵심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이 빨라지고 있는데, 설계 단계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제품을 검증하는 가상 개발(Virtual Development) 도입을 서두른다면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우리 같은 SW 기업이 있으면 국익에 더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는 미국 중심으로 더 발전해있다. 제조업이 강한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자사 프로그램들에 대해 “수학적 모델을 코드로 구현하는 도구여서 ‘공학자들의 엑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학·과학분야에서 널리 쓰인다”며 “자동차 제조회사부터 1·2차 부품사까지 전사적으로 도입해 사용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매스웍스의 핵심 방법론인 ‘모델 기반 설계(MBD)’는 실물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각 부품을 디지털 모델로 구현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성능과 결함을 검증한 뒤 구동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고도 했다. 자동차에 집중됐던 활용 영역은 항공방산·반도체 장비·조선 전동화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도 협업 중이며, 레이더·유도무기 등 방산 분야에서는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도입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도체 장비 수율 최적화, 스마트항만, 피지컬 AI를 위한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도 차세대 영역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내의 AI 기능은 강화 중이다. 그는 “현재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디자인 최적화”라며 “기존 설계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최적 설계안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성능 예측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개발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한다. 가상 개발과 AI를 결합한 디지털 엔지니어링이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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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무대의상이 23만원 청바지로… AI 에이전트 굴리며 38억 조달[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서울 동대문구 현대시티아울렛 13층에 있는 킨도프(KYNDOF)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이 쉬지 않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수행 중이다. 사람은 없다. 개발자도 없고, 연구자도 없다. 그런데 현재 돌아가고 있는 개발 프로젝트는 브랜드 운영·관리 등 15개. 각각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승인하고, 수정하고, 피드백을 보내며 스스로 굴러간다. 지난달 29일 사무실에서 만난 김선빈 킨도프 대표(35)는 “전통적인 개발 조직이라면 수십 명이 필요한 규모의 개발이다”고 했다. 킨도프는 블랙핑크와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브 등 K팝의 유명 그룹들의 무대 의상을 고품질로 짧은 시간 안에 공급하는 회사다. 무대 의상으로만 끝내지 않고 이를 패션 상품으로도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무대 의상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 킨도프가 풀려는 문제는 단순히 ‘옷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무대 및 드라마 의상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도전을 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가 하루에도 몇 차례 의상을 갈아입고 공연과 뮤직비디오를 소화하는 이 시장에서, 정장 한벌 맞추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전통 방식은 애초에 맞지 않는다. 김 대표는 “3일 만에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아이돌 그룹 멤버별로 10벌씩 필요하다는 주문이 들어온다. 일반 맞춤복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빠르기만 해서도 안 된다. 지금의 팬들은 스타일리스트가 시중에 파는 명품을 입혀도 불만을 토로한다. ‘왜 파는 옷을 입혀. 좋은 맞춤복 해줘야지’. 팬덤의 눈높이가 올라갈수록, 의상 제작의 고난도는 높아지고, 납기는 더 짧아진다. 그런데 이 분야를 산업화하려는 공급자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그는 공방 형태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납기가 대기업처럼 정확하게 지켜지지는 않고, 디자인 의도와 다른 옷이 나와도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의류 생산 공정에서 기성복은 자동화가 어느 정도 됐지만, 고급 맞춤복 의상을 만드는 분야에는 아직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엑셀도 없이 손으로 숫자를 적는 업계다. 시쳇말로 6·25 이후 바뀐 게 없는 그 분야에 킨도프가 뛰어든 것”이라고 했다.● AI가 5만 땀을 자수 기계에 지시 킨도프의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자수 도안 전산화(디지타이징) AI’를 자동화 공정에 결합했다. 의류에 자수를 놓으려면 바늘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결로 몇만 번을 움직여야 하는지를 지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킨도프의 AI 봇 ‘토미톰’은 예컨대 5만 땀의 작업 지시서를 스스로 만들어 자수 기계로 자동으로 전송한다. 김 대표는 “디자인을 실물처럼 보이게 하는 렌더링 작업이 끝나면, 디지타이징 파일이 자동 생성되고, 자수 기계에 지시가 내려가는데 사람 개입 없이 한번에 처리된다”고 했다. 디자인 단계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2D 플랫 드로잉을 스타일리스트에게 보내면, ‘내가 생각한 빨간색이랑 다르다’는 식의 해석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킨도프는 AI를 활용해 소재의 물성이 반영된 3D 렌더링 이미지를 제작 전 단계부터 제공한다. 디자인 의도와 실물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아이돌 한 명이 입을 의상 한 벌에 대한 작업 지시서(패턴, 치수, 부자재 위치, 자수 설계 등)를 AI가 자동 생성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나눠서 몇 시간씩 걸렸던 작업이 이제는 순식간에 바로 끝난다. 나아가, 누가 신체 치수를 측정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방식을 표준화하고, 디지털 더미를 제작해 실물 없이도 가상 피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 디지털과 물리 세계의 연결 고급 맞춤복 생산이 자동화되려면 의류 제작 공정마다 사진을 찍어 데이터로 쌓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물을 한번에 완벽하게 만들려면 실시간으로 사진을 보고 공정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로고의 위치나 색깔 등이 제대로 됐는지를 AI는 원래 디자인과 공정 사진을 비교해 가며 감독한다. 킨도프는 공정과 공정 사이에 옷감을 옮기고 제작 과정을 촬영하는 물리적 로봇 ‘제임스’를 개발 중이다. 제임스는 발을 갖추지 못했다. 상체와 뇌만 살아 있는 상태다. 그래서 자수 기계와 연동하고 싶으면 사내 연결망을 통해 사람에게 연락해 자수 기계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AI 로봇이 인간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인간이 그 제안을 받아 물리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에게 알려주는 이 장면은, 킨도프가 얼마나 진지하게 디지털-물리 통합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킨도프는 구글의 AI파운데이션 모델과 오픈 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임스의 발을 만드는 중이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창업 도전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계 헤지펀드에서 수학적 모델로 투자 전략을 만드는 전문가인 퀀트로 일했다. 창업에 대한 열망이 늘 있어서 대학 시절에 이미 영화 추천 엔진 스타트업, 링크트리와 유사한 SNS 바이오링크 서비스를 만들었다 접었던 경험이 있다. 현재 킨도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배우자인 홍다은 씨가 SNS에 올리던 빈티지 의상 사진이 인기를 끌자 김 대표가 현금흐름 예측 등을 조언·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이 시작됐고, 2023년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헤지펀드에서 퀀트로 일한 경험을 킨도프에 이식하고 있다. 패션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측 모형을 돌리고, 그 결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헤지펀드에서 초과 수익을 찾던 방식과 비슷하다. AI 에이전트가 현재 1623개 패션 브랜드의 가격·재고 데이터를 매일 크롤링하고, 시장 포지셔닝을 추적한다. 또 각 브랜드의 추정 매출과 판매량을 자체 예측 모형으로 산출한다. 무신사에서 경쟁 브랜드의 재고가 어떤 속도로 줄어드는지를 관찰해 가격 탄력성을 계산하고, 기온 데이터와 판매 데이터를 결합해 캠페인 최적 시기도 도출한다.● 블랙핑크 의상 상품화를 넘어킨도프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적인 성과는 블랙핑크의 무대 의상이다.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공연에서 입었던 찢어진 청바지. 킨도프는 이 의상의 콘셉트를 ‘2000아카이브스’ 브랜드로 전환해 일반 소비자용 데님 팬츠(23만 원)를 출시했다. 무신사에서 올해 1월 여성 데님 팬츠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에스파의 카리나가 공항에서 착용한 킨도프의 ‘긱시크’ 안경도 같은 방식이다. 에스파와의 긴밀한 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발매 전 카리나에게 착용을 제안하고, 착용 노출이 곧 판매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킨도프는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직원 5명으로 연매출 40억 원을 달성했다. 투자금은 목표했던 12억 원의 두 배가 넘는 26억 원을 유치했다. 팁스 글로벌 트랙 선정으로 연구개발 자금 12억 원이 추가돼 총 38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킨도프는 할리우드를 포함한 미국 엔터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K팝만이 아니라 엔터의 최상류인 할리우드 배우나 가수까지 확보해 글로벌 패션 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은 K팝 스타가 입은 패션을 ‘K패션’으로 인식하는 데 그 자리를 정확하게 채우는 브랜드를 우리가 만들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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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졸자 업무를 고졸자가… ‘AI 기반 이음 프로젝트’ 주목

    조영빈 오토폼엔지니어링코리아 대표(59)는 매달 한 번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를 찾는다. 작년 8월 시작한 ‘오토폼 이음 프로젝트’의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박판 성형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폼엔지니어링(스위스 본사)이 한국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기반 성형 해석 기술을 고등학생에게 가르쳐 기존 대졸자가 맡던 엔지니어링 직무를 수행하도록 키워내는 산학협력 모델이다. 박판은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 등 많은 곳에 쓰인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이음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뿌리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KPIC)의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형 산업 종사자 평균 연령은 47세이며, 30대 미만 비율은 3.9%에 불과하다. 최근 2년간 폐업한 제조업체 수는 8만1804개에 달한다(국세통계포털). 숙련공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데이터화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기술 증발’이 뿌리산업을 위협하고 있다.조 대표는 이 위기의 돌파구를 AI로 인한 기술 보편화에서 찾았다. 그는 “원래 박사급 전유물이던 해석 기술이 대학 교육과정으로 내려왔고, AI가 더해지면서 학습 문턱이 다시 한 단계 낮아졌다. 직관적으로 물어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의 연구처럼, 기술 발전에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면 기술 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문제의식도 이 프로젝트의 근저에 깔려 있다. 프로젝트 구조는 실전 중심이다. 오토폼 전문 인력이 주 1회 학교를 방문해 강의하고, 학생들은 현장 실습·기업 탐방·진로 멘토링·졸업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1년 6개월 과정을 밟는다. 교사들도 함께 교육받아 장기적으로 학교 자체 역량을 내재화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 모습이 사무실에서 설계를 하는 것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에 적극적이었고, 배움이 늘어감에 따라 자신감도 올라갔다”고 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교육 3개월 만에 강사들이 ‘현장 투입 가능’ 판정을 내렸고, 1기 10명 전원이 아직 9개월의 과정이 남은 상태에서 취업이 확정됐다. 이들은 2027년 상반기 자동차 1·2차 협력업체 현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2기 모집도 시작됐다. 조 대표는 “대졸자들은 서울로 향하지만, 고등학생들은 지역 정착을 선호한다”며 이 모델이 지역 뿌리산업의 인력 공백과 기술 세대교체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조라고 했다. 일본 오토폼 대표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일본에서도 검토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오토폼이 진출한 세계 15개국 어디에서도 유례가 없는 시도다. 오토폼은 경북의 성공 모델을 올해 안에 전국으로 확산해 각 도에 거점을 구축하고 총 8개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숙련자의 경험을 기업의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K제조 재도약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길”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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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조 시장’ 소비자 불신이 창업 씨앗… 19개월 만에 189억 투자 유치[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흔히 보는 게시글이 있다. ‘선배님들, 이 장기 렌트 견적 괜찮은 건가요?’ 월 납입액이 적정한지 경험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같은 차, 같은 조건이어도 월 납입액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소비자들은 덤터기를 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정상연 디자인앤프랙티스 대표(38)는 이런 질문 덕분에 창업을 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자동차 리스 시장 규모는 23조 원, 렌트 시장 규모는 130만 대 이상(약 40조 원)으로 합산 약 50조 원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관행이 있다. 고객이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를 보다가 리스나 렌트를 원하면, 관련 면허가 없는 영업사원은 중개인에게 고객 정보를 넘긴다. 중개인은 다시 위탁 상담사에게 연락해 재위탁한다. 각 단계마다 수수료가 쌓인다. 수수료 상하한선이나 공개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정 대표는 “업계 관례상 영업사원 소개비가 수수료에 붙고, 중개인은 상담을 통해 고객을 파악하면서 수수료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정하게 된다”고 했다. 정 대표가 창업 준비 중 138개 차종의 견적서를 모아 분석했더니, 똑같은 차에 똑같은 이용 조건임에도 중개인이 설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월 납입액이 51만7000원이 되기도 하고 62만6000원이 되기도 했다. 심사의 불투명성도 사용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주택담보대출도 모바일로 처리되는 시대인데, 자동차 리스나 렌트 심사는 여전히 금융사 사람의 심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심사역의 주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심사역을 만나느냐에 따라 승인이나 보증금이 필요한 조건부 승인, 혹은 불승인 결정이 나는 것이다. 정 대표는 고객의 이 같은 찜찜하고 불안한 마음을 없애 주면 시장이 더 커지겠다고 직감했다.● 투명한 가격-비대면 자동 심사로 승부 자동차 리스나 렌트를 하려면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상담사 전화를 기다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디자인앤프랙티스의 ‘차즘’ 앱을 열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관심 차량을 선택하는 순간 15개 금융사 월 납입액이 실시간으로 비교돼 화면에 나열된다. ‘가장 저렴해요’ ‘높은 승인율’ 같은 태그와 함께 계약 기간, 선납금, 연간 주행거리를 조절하면 즉각 가격이 바뀐다. 차즘의 핵심 경쟁력은 세 가지 기술의 결합이다. 첫째는 표준화된 가격 비교 엔진이다. 금융사마다 잔존가치 평가 기준이 다르고 강점 차종이 다르다. A 캐피탈은 그랜저에서, B 캐피탈은 카니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견적을 낸다. 차즘은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고객이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게 한다.둘째는 비대면 자동화 심사 시스템이다. ‘심사받기’ 버튼 하나로 연동된 금융사의 비대면 심사가 진행되고 승인 가능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셋째는 전문화된 운영 시스템이다. 그 결과 1인당 월 판매량이 기존 업계 영업사원에 비해 40배나 많다. 정 대표는 “만약 한 사람이 월 두세 대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대당 200만 원의 이익이 필요하지만, 500대를 팔 수 있으면 대당 4000원만 남겨도 된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유통 과정 수수료를 최소화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생산성 혁신으로 대당 유통 이익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차 가격도 협상을 통해 낮춤으로써 시장을 키워 선순환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지난달에만 1058대를 팔았다.● 신입 행원에서 창업까지 10년 준비 정 대표는 한양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서 여신 담당자로 일했다. 펀드 판매에서 성과를 낼 정도로 열정적이었지만 창업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다. 그렇지만 실패하고 싶지는 않았다. 은행 시스템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지 열심히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은행에서 무인 점포 프로젝트를 주도해 미래금융전략부 부행장 눈에 들었다. ‘사내 벤처를 해 줄 테니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먼저 배워 오라’는 부행장의 제안으로 2020년 7월 대출 중개 및 관리 핀테크 기업 ‘핀다’에 6개월 파견을 떠났다. 여기서 리스-렌트 플랫폼을 기획해 출시하고 사업을 총괄했다. 2021년 2월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로 복직했지만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해 6월 첫아이가 태어났다. 그런데도 창업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2024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핀다의 사업부를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6명으로 출발한 팀은 창업 첫 달 매출 203만 원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월 매출 1억 원을 돌파했다. 이 시점에 이미 차 한 대 중개할 때마다 버는 돈이 직접적인 비용보다 많아 공헌이익(매출액에서 판매량과 함께 늘어나는 변동비를 뺀 이익)이 발생했다. 창업 14개월 차엔 영업이익 발생, 16개월 차엔 월간 흑자 전환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 대표는 “핀테크 플랫폼은 흔히들 돈 먹는 하마로 안다. 준비 잘 된 팀은 초반에도 돈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총 19개월간 프리(Pre)A 21억 원, 프리(Pre)A 브리지 27억 원, 시리즈 A 141억 원 등 세 번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189억 원을 투자받았다.● “자동차 유통의 기본 인프라 될 것”차즘이 지금 가장 집중하는 것은 생산성이다. 상담사 1인당 월 200대 계약을 달성해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동시에 구매보다 저렴한 리스-렌트 상품을 정기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금융사 및 완성차 제조사와의 교섭력을 키우고 있다. 정 대표는 “이미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은 할부보다 저렴한 리스-렌트 상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했다. 중기 로드맵으로는 반납 중고차 중개와 리스-렌트 승계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2027년에는 차고지 개발을 통해 물류 기능을 내재화하고 배송부터 사후 관리까지 직접 하는 구조를 완성할 계획이다. 오래된 중고차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사업까지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진출도 꿈 꾸고 있다. 일본은 시장 환경이 한국과 동일해서 같은 사업 모델로 비교적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차즘은 거래 규모가 커지면 차량 공급가와 조달금리 모두 낮출 수 있어 최소한의 수수료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디자인앤프랙티스는 고가가 된 휴대전화처럼 자동차도 월 납입액을 내고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기차로 바뀌면서 차량 가격이 급격히 높아져 금융상품 발전은 필연적”이라며 “차를 빌려 타는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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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리테일 고객 최우선 ‘AX 전략’ 속도 본격화

    허서홍 GS리테일 대표가 올해 ‘고객 최우선’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양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리테일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1조9574억 원, 영업이익 292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3%, 14.1% 늘었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외형 확대보다 사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중심 운영이 숫자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올해 전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검증된 실행 로드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편의점 GS25의 ‘질적 성장’이다. GS25는 수익성이 낮거나 정체된 점포를 리뉴얼하거나 상권 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재출점하는 ‘스크랩앤빌드’를 강화했다. 그 결과 기존점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0.9%에서 2분기 0.1%, 3분기 4.4%, 4분기 3.6%로 개선됐다. 매출 기준으로 편의점 업계 1위인 GS25의 지난해 매출은 8조9396억 원으로 3.2% 증가한 반면 점포 수는 1만8005개로 전년보다 줄었다. 점포 수 경쟁보다 점포당 생산성 제고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허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 일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모든 판단과 실행의 출발점을 고객 경험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도구 투자를 확대해 고객 행동을 더 빠르게 읽고 실행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는 가격·상품·프로모션을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GS25의 신선식품 사전예약 서비스 ‘신선한 예약’은 올해 1∼2월 4차례 진행돼 누적 주문 2만 건을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동네GS 앱 내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540% 증가했다. 구매 고객의 70%가량이 2030세대로 집계됐다. 1∼2인 가구 중심의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편의점이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신선식품과 소용량 상품 강화는 단순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편의점 포맷 재정의에 가까운 변화로 읽힌다. 데이터 플랫폼 경쟁력도 주목된다. 우리동네GS 앱의 지난해 1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31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10월 출시 시점과 비교하면 약 3배 성장했고, 작년 말 대비로는 16% 늘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가 고객 접점을 앱 안으로 끌어오면 개인화 쿠폰, 장보기 예약, 멤버십 결제, 검색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까지 한 번에 연결할 수 있게 됐다. 향후 GS25와 GS더프레시의 판촉 효율과 재구매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큰 셈이다. 홈쇼핑 GS샵도 AX 실험을 본격화했다. GS샵은 생성형 AI를 결합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AI BI)을 도입해 상품 속성부터 구매 고객, 채널, 배송까지 전 구매 여정을 자연어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게 했다. 협력사 전용 통합 시스템 ‘GS샵 파트너스’도 데이터 인사이트·모바일 서비스·AI 챗봇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협력사의 상품 기획과 편성, 운영, 정산 효율이 높아질수록 GS샵 역시 방송 경쟁력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올해 GS리테일의 AX는 비용 절감보다 밸류체인 전체 생산성 혁신에 더 가깝다”고 했다. 허 대표는 회사 가치 체계 역시 고객 최우선, 성장 마인드, 열린 소통, AX 실행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올해 GS리테일 성장의 관전 포인트는 점포 수 확대가 아니라 점포당 매출, 앱 체류 시간, 데이터 기반 재구매, 협력사 생산성, 그리고 고객이 체감하는 품질 개선이 얼마나 숫자로 이어지느냐 등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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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조 사채시장에 덤빈 직장 동료 셋… “연 3조 굴리는 핀테크 키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칼국숫집 사장이 있다. 하루에 200그릇씩 꼬박꼬박 파는 성실한 자영업자다. 밀가루 거래처 대금은 매달 5일에, 아르바이트생 급여는 15일에 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4일.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한 달이 다 돌고 나면 수지가 맞는 장사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200만 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은행은 재무제표도 없고 신용 데이터도 부족한 칼국숫집 사장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그는 옆 가게 사장을 찾아간다. “김 사장, 200만 원만 꿔줘. 다음 달에 220만 원으로 갚을게.” 이게 어려우면 생명보험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이런 일은 전국 수십만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에겐 결코 낯설지 않다. 소상공인이 운영자금 등을 위해 사채로 빌리는 돈은 연간 45조 원 규모다. 올라핀테크 김상수 대표(47)가 이 숫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 창업의 불꽃이 튀었다.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하겠다고 생각했다. 45조 원이라는 시장 규모도 창업의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소상공인을 삼키는 ‘자금 지옥’ 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을 거부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량’해서가 아니다. 금융기관이 이들을 불량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을 심사할 때는 급여 내역, 자동차 할부 이력, 전세 및 자가 여부 등 방대한 정보가 금융기관에 흘러들어 가지만, 간이과세자 사업자번호 하나를 들고 찾아오는 소상공인에게 은행이 던지는 말은 한결같다. “재무제표를 가져오세요.” 가령 3년 동안 열심히 팔고 배달하고 포장했어도 정리된 재무제표가 없으면 그 사람은 금융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영업자의 신규 자금 조달 중 사채 비중이 34.4%에 달한다. 고금리 대출 잔액은 43조6000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는 49%에 이른다. 김 대표는 “금융은 어려울 때 도와주고 여유가 있을 때 돌려받는 순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현대사회의 금융은 비가 오면 우산을 뺏고 해가 뜨면 쓰라고 내미는 꼴이다. 소상공인들이 항상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건 그들 잘못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이들을 판단할 요소가 구조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평균 1시간 안에 입금하겠습니다” 올라핀테크의 해법은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었다. 온라인 판매 사업자가 쿠팡이나 지마켓 같은 플랫폼에서 받게 될 ‘정산 채권’을 올라핀테크에 양도하면, 올라핀테크가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즉각 평가해 현금을 선지급한다. 대출이 아니라 채권 매입이기 때문에 셀러의 신용등급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 서비스를 진짜 혁신으로 만든 것은 기술보다는 설계 구조다. 서비스 시작 당시 경쟁사들은 이용자에게 정산 계좌를 자사 계좌로 변경하도록 요구하거나, 산더미 같은 서류를 제출하게 했다. 마치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올라는 그것을 전부 없앴다. 기존 쇼핑몰 정산 계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청부터 심사, 지급까지 비대면 자동화로 처리하고 평균 1시간 이내에 입금한다. 김 대표는 “이전엔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었다. 5∼6년 지난 지금은 저희를 벤치마킹해서 비슷해졌다. 저희가 만든 변화다”라고 했다. 물론 수수료가 있다. 김 대표는 “쇼핑몰마다 정산주기가 달라 수수료가 다른데, 0.4∼2.0%다. 건당 1%로 1000만 원을 선정산받으면 10만 원인 셈이다. 사업자분들께 자금을 융통할 선택권을 드린 건 맞지만 저희도 자금을 조달해 오는 비용이 있어서 연간 금리로 따지면 중금리(15% 미만) 정도다. 그래서 짧은 융통자금에만 활용하시라고 권한다”고 했다. 올라핀테크의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비금융 신용평가 모델’이다. 매출, 정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30초 안에 선정산 가능 금액을 산출한다. 판매량이나 취소율 같은 정량 지표와 리뷰 및 고객응대(CS) 처리 속도 같은 정성 데이터 등 200여 가지 요소를 결합해 사업자의 신뢰 점수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현재는 국내 최다 수준인 20개 이상의 쇼핑몰을 통합 지원하며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창업을 결단할 때 한 생각과 실천들 김 대표가 창업을 단순한 아이디어로 끝내지 않고 실행할 수 있었던 데는 냉정한 자기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79년생인 그는 2006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한네트(ATM·PG) KSNET(PG사업팀) SK플래닛(재무지원팀 매니저) 다날(카드사업팀장)을 거치며 결제, 커머스, 금융의 접점을 직접 경험했다. 14년 동안 업의 본질을 파고들면서 하나의 확신에 도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업계의 고충을 내 지식과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창업을 앞두고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다날에서 만난 정남기현 부대표와 고경환 현 그로스본부장이 그 상대였다. 정 부대표는 컴투스, LGU+, 세가퍼블리싱코리아를 거쳐 다날 대외전략팀장을 지낸 사업기획 전문가였고, 고경환 그로스본부장은 아트디렉터 출신으로 브랜딩과 프로덕트 메이킹을 주도해 온 인물이었다. 김 대표는 “저는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공동창업을 하라고 주변에 권합니다. 각자의 능력과 역할에 맞춰 일을 나누고, 같은 꿈을 꾸며 함께 노력하는 느낌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라고 했다. 2019년 1월, 셋은 창업 준비에 전업으로 뛰어들었다. 10개월이 넘도록 서로 치열하게 논의하고, 시장을 조사하고, 수치를 검증했다. 김 대표는 “수익이 얼마나 날지, 유지가 될지만 논의한 게 아니었다. 이게 되면 우리를 얼마나 가슴 뛰게 할 수 있을지, 그것도 우리 사이의 합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사업을 해도 될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저를 파괴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배달일이라도 해서 다시 살아가면 된다는 태도가 확실했습니다.” 창업자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사업계획서가 아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면의 답이다. 김 대표에게 그 답은 45조 원이라는 숫자에 있었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채로 동원되는 45조 원이 어떤 형태로든 금융회사로부터 조달될 수 있고, 그러면 금리도 낮아지고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세상 모든 사업자용으로 진화올해 2월 기준으로 누적 지급금액 6조8078억 원, 누적 지급 건수 102만3432건, 누적 가입자 4만1383명이다. 매월 4000∼5000명의 사업자가 900억∼1000억 원을 유동화하고 있다. 올라핀테크는 현재 KB국민카드와 키움캐피털의 자금을 끌어와 이 규모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0년 서비스를 내놓고 그해 매출 1억 원으로 시작해 36억 원(2022년), 95억 원(2023년), 170억 원(2024년)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매출 205억 원에 당기순이익 7억 원으로 첫 흑자를 냈다. 위험이 없지는 않다. 부실채권이 제일 큰 위험이다. 김 대표는 “1건의 부실채권이 100건의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 평가 엔진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올라핀테크는 올해 큰 진전을 시작했다. 2월에 출시한 ‘레븐(REVN)’은 이커머스를 넘어 확정 매출채권이 존재하는 모든 기업 간(B2B) 사업자를 대상으로 선정산 모델을 적용하는 서비스다. 중장기 로드맵은 더 크다. 2027∼2028년 데이터 기반 사업자 대출 50조 원 달성, 2029년 이후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사업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저희가 지금 연간 3조 원가량 유동성을 제공하는데, 45조 원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고충을 겪는 사업자가 훨씬 많은 것이다. ‘모든 사업자의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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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량 2MB 작은 코드 하나로 월 1억”… 1000만 폰 파고든 37세[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씩 쓰는 신용카드. 그런데 카드를 쓸 때 자신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을 볼 때, 여행 앱에서 호텔을 예약할 때 내 카드로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 알면서 결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알아보려면 카드사 앱을 따로 설치해 열고 혜택 탭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그 귀찮음 때문에 연간 수십만 원이 될 수 있는 환급 금액(캐시백)과 적립 혜택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손해를 눈여겨보고 진지한 해결책을 만든 스타트업이 페어리테크(Fairytech)다. “사용자들은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리니까 귀찮아서 (혜택을) 못 받는 거예요. 그렇다면 편의성을 올려 주고 딱 맞는 순간에 알려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죠.”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장인선 페어리테크 대표(37)의 말이다. 사용자 수요를 파악해서 뿌려지는 디지털 광고는 무조건 배척의 대상은 아니다. 적절한 때에 정확한 수요자에게 닿으면 사용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이 보내는 광고 문자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결제 이력만으로 뿌리는 아파트 미분양이나 대출 광고가 쏟아지자 소비자는 피로감에 마케팅 수신을 꺼 버린다. 그 과정에서 할인, 이벤트 같은 ‘혜택성 알림’까지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못 설계된 맞춤 광고와 묶음형 마케팅 동의 구조 때문에 정작 필요한 혜택 정보는 도달하지 못해 소비자와 회사 모두 손실을 보는 셈이다. 장 대표는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이런 비효율을 온디바이스(On-Device) 기술로 풀겠다고 나섰다. 개인정보를 서버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서도 사용자에게 딱 맞는 혜택을 딱 맞는 순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내 휴대전화 안에서 처리… 마법 같은 기술 페어리테크의 핵심 기술은 사진 한 장만큼 작은 약 2MB 크기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구현돼 있다. 페어리테크는 ‘모멘트(Moment) SDK’라고 이름 붙였다. 이 기술의 결정적 차별점은 ‘프라이버시 퍼스트’이다. 모든 데이터가 사용자 휴대전화 안에서만 처리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서버로 유출될 위험이 없다. 이 SDK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어떤 앱을 실행하는지, 단순히 살펴보기만 하는지, 결제 단계에 진입했는지 등을 관찰해 처리하고는 외부 서버로 전송하지 않는다. 작년까지 롯데카드, 하나카드, IBK카드, 캐시워크 같은 주요 금융사 앱에 도입돼 1000만 기기(중복 포함)에서 작동 가능한 상태다. 6월이면 신한카드까지 가세해 작동 가능 기기는 2000만 대가 된다. 사용자가 이용 동의만 하면 화면 뒤에서 조용히 작동한다. 금융사들은 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여행 앱인 트립닷컴 앱을 열고 호텔을 검색하다 결제 직전 단계에 다다르면 페어리테크의 독자적인 알고리즘은 이 움직임을 휴대전화 내에서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그리고는 ‘A사 카드로 결제하면 5% 적립 혜택이 있어요’라는 알림을 띄워 준다. 사용자가 굳이 카드사 앱을 열어 혜택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쿠팡 앱을 열면 ‘2.1% 캐시백 혜택을 찾았어요’라는 알림이 자동으로 나온다. 그 알림 메시지를 클릭해서 결제하면 혜택이 자동으로 적립된다. SDK를 장착한 금융사 등에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 일부가 돌아간다. 페어리테크도 여기서 수익을 창출한다. 장 대표는 “예전이라면 개인은 몰라서, 귀찮아서 그냥 지나쳤을 혜택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고 기업 고객은 개인정보 규제 걱정 없이 데이터의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업 고객에는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수익을 제공하고, 페어리테크는 이제 막 시작단계인데도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페어리테크는 아고다(최대 4.9% 적립) 알리익스프레스(6.3%) 파페치(7.7%) 야놀자(2.8%) 쿠팡(2.1%) 이마트몰(1%)을 비롯한 국내외 70여 쇼핑몰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렇게 사용자 행동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혜택 알림을 주는 방식의 효과는 의외로 컸다. 페어리테크가 한 카드사에서 실험한 결과, 실시간 혜택 알림을 비활성화하자 평균 클릭 수가 70%나 감소했고 관련 거래액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알림을 켜고 끈 것만으로도 클릭과 매출 차이가 컸다는 점이 실시간 개인 맞춤형 알림의 효용을 방증한다. 놀라운 점은 페어리테크의 혜택 알림 클릭률은 28%로 업계 평균 1.5%의 약 19배다. 특히 네이버페이와 진행한 회원 가입 캠페인에서는 클릭률 27%, 클릭을 통해 실제 회원에 가입한 전환율 78%라는 놀라운 성과가 나왔다.● 구글 동료와 공동 창업 장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2013년 첫 직장 구글에 입사했다. 미 본사에서 3년, 한국 구글 오피스에서 5년 등 총 8년을 안드로이드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보냈다. 그가 총괄한 텐서플로 라이트(TensorFlow Lite)는, 원래 서버에서 돌리던 딥러닝 모델을 스마트폰 같은 기기 안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해 주는 온디바이스 AI 핵심 기술이다. 구글에서의 8년은 여러 모로 풍족했다. 성장 기회를 주고 팀도 바꿀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미국에서 한국 오피스로의 이동도 지원해 줬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때는 2021년이었다. 결심에서 행동까지는 단 한 달이 걸렸다. 창업 결심은 시장 구조 변화에서 기회를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강화되면서 쿠키나 광고 아이디(ID) 같은 ‘타사 데이터’에 의존해 정교한 표적 마케팅을 하던 중소 애드테크나 온라인 광고 회사들이 규제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 닫는 모습을 봤다. 반대로 대형 플랫폼들은 자체 보유 데이터와 인프라를 앞세워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 쏠림 현상을 온디바이스 기술로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의 방아쇠가 됐다. 개인정보 규제 강화로 금융사나 통신사는 사용자 데이터를 제대로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판단했다. 구글 동료 엔지니어들에게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혼자 퇴사를 선언했다. 퇴사를 하고 사업을 진행하니 구글에서 함께 일한 테크리더 신지원이 합류했다. 온디바이스 AI 특허를 3건 등록한 신지원은 페어리테크 공동창업자이자 기술총괄이다.● “유명 통신사도 도입 코앞”페어리테크는 현재 기업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 안정화에 4년을 쏟은 끝에 1000만 기기라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국내 유명 통신사가 올 2분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합류하면 사용자 규모는 수천만 명이 된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시점 타겟팅 광고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대출 관련 앱을 탐색하는 순간 금융 광고를, 여행 앱을 열 때는 여행보험이나 면세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이미 몇몇 결제회사와 생명보험회사, 온라인쇼핑몰 등이 계약을 마친 단계”라고 밝혔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운영체제(OS) 정책을 강화할 경우 기기 내 앱 감지 범위가 제한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이 변화함에 따라 서비스 설계를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 대표는 개인정보를 기기 내에만 두는 이 방향이 시대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확신한다. 개인정보를 지키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 국내외 대형 테크기업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국내 기업들의 요구,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라는 흐름에서 페어리테크가 선두에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사회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싶다”며 “사용자를 잘 이해하는 온디바이스 AI로 발전해 광고뿐만 아니라 개인비서, 생산성 도구까지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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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반도체-기후테크 집중 육성… “유니콘 기업 배출하겠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경기창경센터)가 ‘기후테크 유니콘 탄생’을 올해 목표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도 집중 육성한다. 현재 국내에는 기후테크 분야 유니콘이 단 한 곳도 없다. 경기창경센터는 클린, 카본, 에코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3년간 100개 기업을 집중 육성해 국내 첫 기후테크 유니콘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공시장 진입로 확보, 산업과 정책의 융합, 사업실증(PoC)부터 매출·투자·글로벌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김원경 경기창경센터 대표는 “우리 센터는 단순한 지원 기관을 넘어 투자와 보육, 오픈이노베이션을 결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AI와 반도체, 기후테크 기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경기창경센터는 투자 혹한기로 일컬어진 작년에도 기업설명회(IR) ‘스타트업 815’를 통해 174개사가 476억5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 대표는 “선발과 육성, 성장을 위한 외부와의 연계가 잘 작동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2대 신기술 기반 딥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차별성, 실행 역량,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종합 평가한 뒤 투자 이후에도 보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연계한다. 경기창경센터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2025 벤처창업진흥유공 민간 생태계 조성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투자 이후의 성장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우리의 노하우”라고 했다. 오픈이노베이션(OI) 방식도 남다르다. 경기창경센터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묶어 전략투자와 사업실증을 한 번에 설계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공공·금융 분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중견 정보기술(IT) 서비스 그룹 아이티센과는 ‘유니콘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 스타트업 6개사 가운데 2개사에 전략투자를 집행하고, 나머지 기업에는 사업실증 비용을 지원해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했다. 5년째 협력을 이어온 첨단 전자 소재 기업 이녹스와는 매년 4, 5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선(先)투자 후(後)육성 방식으로 공동 투자와 밀착 보육을 병행하고 있다. 사업실증 이후에도 시장 검증, 공동 사업화, 전략투자, 연구개발(R&D) 연계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포스트 OI 체계’를 갖추고 후속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사업 규모와 범위를 동시에 키운다. 하반기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연간 약 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는 물론이고 스케일업 단계까지 후속 투자를 책임지는 구조를 위한 것이다. 또 딥테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인뎁스(In-depth) 네트워킹’을 운영한다. ‘공동 설계형 사업실증’으로 수요 기업 사업부서를 초기부터 참여시키고, 글로벌 R&D 프로그램과 해외 파트너 협업으로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까지 지원한다. 아울러 볼보, 라디알,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이 그들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전국 19개 창경센터를 잇는 ‘글로벌 전략 허브’로서 지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관문 역할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AI 분야에 집중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고, 정부·글로벌 선도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어라운드X(AroundX)’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유치부터 오픈이노베이션까지 묶어 지원한다. 동시에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등 인바운드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해외 인재가 한국에 들어와 창업하고 정착하는 것을 돕는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경기창경센터는 창업자의 비전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며, 혁신적인 도전이 결실을 맺기까지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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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위성도 PC처럼 쓴다” 확신하는 한국인[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자정이 넘은 시각, 연구원 하나가 모니터를 혼자 응시하고 있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던 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위성센터의 조성익 연구원은 천리안1호가 촬영한 연평도 위성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엔 한 시간의 시차를 두고 포연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됐다. ‘개발비만 3500억 원에 달하는 국가 위성이 이런 영상을 잡아냈는데, 지금 이 장면은 나만 보고 있구나’. 위성 영상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으면 세금 낭비는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텔레픽스의 씨앗이 조용히 뿌리를 내린 셈이다.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이사(48)는 “2021년부터 경영하고 있는 텔레픽스는 위성의 눈에 해당하는 광학 탑재체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위성 영상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까지 위성 산업 전 주기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이 됐다”며 “인공위성을 PC처럼 개인이 활용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 3500억원 위성 영상을 혼자 보는 시대의 종언 인공위성은 오랫동안 국가 전유물이었다. 정보기관과 특정 부처만이 활용하는 정보자산, 그것이 위성 영상의 지위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지금도 큰 민간 기업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위성 사진을 활용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텔레픽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위성 활용의 대중화, 민주화다. 지금도 위성 영상은 활용되고 있지만 분석이 약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은 “의사 결정권자들은 위성 영상이 아닌 분석 결과만 원한다”고 토로한다. “위성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장의 고충도 듣고 있다. 최근 농업과 물류, 기후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위성 활용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초 기록을 잇따라 쓴 3대 핵심 기술텔레픽스의 기술 경쟁력은 세 가지 핵심 제품에 집약된다. 먼저 세계 최초 우주용 온보드 엣지 AI 프로세서 ‘테트라플렉스(TetraPLEX)’다. 기존에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처리하려면 지상국으로 전송한 뒤 분석해야 했고, 이 과정에만 최소 6분 이상이 소요됐다. 테트라플렉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프로그램 가능 논리 소자(FPGA)의 3중화 체계를 탑재해 우주에서 직접 AI로 영상 분석 데이터를 처리한다. 영상 처리 시간을 기존의 35분의 1로 줄였다. 이 기술은 2024년 8월 스페이스X 재사용 발사체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나갔고, 이후 15개월 이상 궤도에서 정상 작동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2024 초소형 위성 기술 현황 보고서’에도 등재됐다. 두 번째 무기는 AI 큐브위성 ‘블루본(BlueBON)’이다. 2025년 발사에 성공한 블루본은 세계 최초로 블루카본(해양생태계 탄소 흡수원)을 모니터링하는 AI 큐브위성으로, 자체 개발한 다분광 광학탑재체와 테트라플렉스를 함께 탑재했다. 블루본은 작년 6월 미국의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 공습 현장을 포착해 분석한 보고서로 7월 초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에는 폴란드 위성 기업과 30만 달러 규모의 유럽 영상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최초 큐브위성 영상 수출의 역사를 썼다.세 번째 핵심 제품은 세계 최초 위성 데이터 분석 특화 AI 에이전트 ‘샛챗(SatCHAT)’이다. 챗GPT처럼 자연어로 질의하면 위성 영상 탐색부터 분석, 보고서 생성까지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기존에는 위성 영상 탐색부터 분석 보고서 완성까지 2∼5일이 걸렸지만, 샛챗은 이 모든 과정을 수 분 안에 처리해 95% 이상의 시간을 아껴준다. 지난해에는 국내 대형 정부 기관과 최초로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텔레픽스는 지난달에는 헝가리 정부의 국가 지구 관측 위성 프로그램(HULEO)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고해상도 전자광학(EO) 카메라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 최대 규모 위성 제조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체결한 이 계약은, 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민간 기업이 최초로 유럽에 상업 수출한 사례다. 조 대표는 “텔레픽스가 광학렌즈를 직접 깍아서 제조하며 확보한 기술이 유럽 국가 주도 위성 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별 보던 눈을 지구로… 연구원에서 창업자로 조 대표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에서 NASA와 함께 위성 개발을 해 온 지도 교수 아래 천문 관측 기기 설계와 데이터 분석을 익혔다. 2006년 KIOST에 입사한 뒤 15년간 위성 개발과 운영의 전 과정을 몸소 겪었다. 프랑스 에어버스에 파견돼 천리안1호의 해양 탑재체 개발에 참여했고(2007∼2008), 2010년 6월 발사 성공 후에는 해양위성센터장으로서 위성 운영과 서비스를 이끌었다. 이어 천리안2호 개발을 위해 다시 프랑스로 건너간 2013∼2017년,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조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민간 업체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게 비즈니스가 될 수 있겠다는 힌트를 그 때 얻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품었던 생각이 결단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조 대표는 2019년 설립된 텔레픽스를 퇴직금 등을 투자해 2021년 인수했다. 인수 후 사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우주 산업은 긴 개발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분야였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우주는 여전히 낯선 영역이었다. 자금 환경의 격차는 늘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평균 17년 이상 위성시스템 개발을 한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위성의 ‘눈’인 광학 카메라부터 AI 처리 칩, 위성 운영,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해 품질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그 전략은 까다로운 유럽 인증과 국제 입찰 경쟁을 이겨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위성의 PC화’ 시대로 텔레픽스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통과하고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서울 여의도 본사와 대전 대덕 연구개발 거점에 임직원 90여 명이 AI 모델 개발과 위성 하드웨어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 기술선도기업 선정, 미국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 혁신상 수상 등의 소식을 전했고, 지난해에는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 및 아마존웹서비스(AWS) 스페이스 엑셀러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위성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기술적 차별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조 대표는 “텔레픽스는 AI와 위성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최전선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보유한 희소한 기업으로서 기존 국가 위성 제작 비용의 5분의 1로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위성이 PC처럼 개인용 도구가 되는 시대다. 조 대표는 “대형 컴퓨터 이후 PC가 나왔듯이 위성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며 “미국에서 위성 영상 구독 고객의 재구독률이 97%를 넘는다는 사실은 위성 영상의 수요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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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아웃도어 웨어로봇 하이퍼셀 국내 출시 外[톡톡 스타트업 뉴스]

    ■ 중국 아웃도어 웨어로봇 하이퍼셀 국내 출시서비스 로봇 기업 브이디로보틱스(대표이사 함판식)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아웃도어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셀’ 4종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인공지능(AI)으로 사용자 움직임에 협응해 파워를 증강하는 외골격 로봇으로 CES 2025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150만∼300만 원대 4종 라인업으로 체력 소모를 최대 39% 줄여준다고 브이디로보틱스 측은 설명했다.■ 리얼월드,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합류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대표이사 류중희)가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협력 생태계에 합류한다고 23일 밝혔다. 로봇 제어 최적화 등을 통해 업스테이지 모델을 피지컬 AI 영역으로 연결하기 위한 검증을 담당하고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2024년 설립된 리얼월드는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RLDX’를 개발 중이며,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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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 대신 세포로 신약 실험”… 새 길 열어 100억 모은 공학자[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처음엔 이 멤브레인(막)으로 물을 더 잘 거르는 필터를 만들지, 기능성 섬유를 만들지 우리도 몰랐다. 다만 ‘물질이 잘 통하면서도 튼튼한 막’을 만드는 기술 하나는 확실히 있었다.” 나노 생산 기술 기계공학자 김동성 셀로이드 대표이사(49·포스텍 교수)는 사업의 출발점을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가 처음 붙잡았던 것은 세포가 아니라 나노 섬유 멤브레인, 더 정확히는 미세한 섬유를 엮어 만든 물질투과성 막이었다. 이 기술은 2016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방향을 정해준 건 협업을 하던 바이오 연구실의 현실이었다. 동물 유래 젤인 매트리겔에 세포를 섞어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혹은 미니 장기)를 키우면 크기와 성숙도는 제각각이고 작업자가 누구냐에 따라 배양의 결과가 달랐다.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연구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해결하면 동물실험을 대체할 오가노이드 생산을 앞당길 수 있는 도전할 만한 과제였다”고 했다.● 세상에 없던 숨 쉬는 ‘우물’셀로이드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단순하면서도 까다롭다. 오가노이드 자체는 이미 전 세계 연구실에 널려 있다. 그런데 고품질 오가노이드들을 균일하게 대량 생산하는 기술은 없다. 세포들이 분화 및 자기 조직화 과정을 거치며 입체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3차원(3D) 배양은 하이드로겔(물이 가득 찬 고분자 그물망) 혹은 바닥이 막혀 있는 마이크로웰(작은 우물형 용기)을 쓰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배양된 오가노이드들은 크기·성숙도 편차가 크다. 김 대표가 먼저 내놓은 답은 네스트웰(NestWell)이라는 제품이다. 나노섬유 멤브레인으로 만든 물질투과성 마이크로웰이다. 세포는 빠져나갈 수 없지만 산소와 영양분, 노폐물이 오갈 수 있는 미세 구멍이 뚫려 있다. 세포가 3차원으로 응집하면서도 질식하지 않는다. 여기에 김 대표의 전공인 나노 생산 정밀가공 기술이 붙는다. 웰(우물)의 입구 지름을 각각 500, 800, 2000 마이크로미터(㎛)로 설계해 오가노이드 크기 자체를 설계 값에 맞춰 찍어내듯 만들도록 돕는다.이 구조는 2024년 세계적인 종합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신장(콩팥) 오가노이드 연구 논문에서 성능을 증명했다.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로 만든 신장 오가노이드가 네스트웰에서 탁월하게 잘 자랐다. 사람 신장에 있는 세포 종류 비율과 콩팥 단위(네프론) 구조가 비슷하게 재현됐다. 각 세포가 제 역할을 할 만큼 성숙한 상태까지 자란 것이다. 웰 크기를 바꾸면 오가노이드 크기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논문 속 형광사진에 가지런히 배열된 미니 신장들은 김 대표의 말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미니 장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D 배양 자동화 시스템까지 만들어 김 대표가 내놓은 두 번째 답은 오가네스트(OrgaNest)라는 제품이다. 관류(perfusion) 기반 자동 배양 시스템이다. 카트리지 안에 네스트웰을 장착하고, 1mm 안팎의 미세 튜브를 통해 배양액을 연속 주입·배출하며 장기간 자동으로 돌리는 구조다. 연구원이 수동으로 플레이트를 꺼내 피펫 작업으로 배양액을 갈아주던 일을 폐쇄 회로 속 모터와 센서가 대신한다. 오염 위험과 세포 유실을 줄이고, 작업자 편차를 없앴다. 기존 방식과의 차이는 숫자로 드러난다. 간(liver) 오가노이드의 경우 12일간 진행되는 배양 작업에서 기존 매트리겔 방식은 유효 수율이 10∼25%인데 반해 네스트웰과 오가네스트를 쓰면 90%까지 올라간다. 이런 오가노이드 생산 수율 개선은 생산 단가 절감으로 직결된다. 김 대표는 “간 오가노이드의 경우 약 62%, 췌장은 52% 단가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3D 오가노이드 배양 자동화 플랫폼 개발은 글로벌 장비사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물질이 통과하는 막이 깔린 마이크로웰과 폐쇄형 관류 배양을 결합해 고균일 오가노이드를 대량 생산하는 상용 솔루션은 셀로이드가 처음이다.● 논문으로만 끝낼 순 없어 창업 셀로이드는 2021년 5월 18일, 포스텍 재료가공 및 통합 바이오 시스템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회사다. 김 대표는 포스텍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의과학전공) 무은재 석좌교수이자 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다. 나노섬유 멤브레인과 같은 나노 소재 및 성형 기술을 바이오헬스 시스템과 엮어온 공학자다. 나노섬유 멤브레인과 물질투과성 마이크로웰 성형 기술이라는 원천을 확보한 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오가노이드·세포치료제 공정을 선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논문 몇 편으로 끝낼 게 아니라 아예 시장의 표준 공정을 만들자”며 시작했다. 이 결심에 제자인 이성진 최고과학책임자(CSO)가 3D 세포 배양 플랫폼 개발을 맡고, 자동화·로보틱스를 전공한 이동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자동화 솔루션을 맡으며 합류했다. 나노 생산, 로봇과 모터, 센서·튜빙에 익숙한 공학도들이 세포를 다루는 생물학자들과 팀을 짜 ‘숨 쉬는 마이크로웰’과 ‘세포들을 성숙시키는 배양기’를 같이 설계했다. 셀로이드 기업부설연구소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연구개발(R&D) 역량 진단에서 국내 기업 연구소 상위 10% 이내 평가를 받았다. 임직원 15명 중 석사 이상 인력이 11명으로 3D 세포배양·자동화·AI·소재 합성 전문가들이 고르게 포진해 있다.● 성모병원과 준비하는 ‘동물실험 이후’의 세상 셀로이드의 현재 거점은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내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이다. 첨단 의료기법이 적용되고 신약 물질이 발굴되는 글로벌 연구중심병원에서 중요한 원재료 중 하나인 오가노이드를 키우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첨단 재생의료, 세포·유전자 치료 임상 역량을 갖춘 병원이다. 병원 연구진과 함께 약물 반응, 독성 평가, 재생치료 가능성을 실험한다. 셀로이드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동물실험을 줄이겠다고 말하려면, 사람 세포와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현장 안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셀로이드는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과 심장 오가노이드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또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동물 대체 및 첨단 재생의료기술을 개발 중인 입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에드믹바이오 같은 기업들의 오가노이드 배양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고, 식품의약품 안전처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이 참여하는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 오가노이드 표준연구회(OSI) 등이 출범하며 제도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식약처 안전평가원 산하 OSI 기술인프라 분과장,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 초대 이사로 새로운 표준 논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규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배양 프로토콜이 언젠가 규제의 표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직 적자이고, 오가노이드·동물 대체 시험 관련 제도도 완성되지 않았다.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없애려면 동물 대신 실험을 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오가노이드를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시대를 먼저 열고 싶다”고 했다.글·사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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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텍 “4월 제주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 준공” 外[톡톡 스타트업 뉴스]

    ■ 컨텍 “4월 제주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 준공”우주 지상국 서비스 전문 기업 컨텍(대표이사 이성희)이 4월 초 제주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아시아 최대 규모 민간 지상국 단지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ASP·사진)’를 정식 준공한다고 3일 밝혔다. 제주 ASP는 컨텍의 자체 안테나와 글로벌 파트너사의 위성용 안테나(저궤도 및 정지궤도) 12기가 집결된 국내 유일의 ‘민간 안테나 팜(Farm)’이다. 컨텍은 제주 ASP 준공을 계기로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단순 위성 데이터 수신을 넘어 분석과 전처리를 현장에서 수행하는 ‘우주 데이터 올인원 허브’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ASP 준공은 인프라 확충을 넘어 제주를 아시아 우주 비즈니스 전략 거점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민간 주도 우주 산업과 지상국 인프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ASP 구축과 준공 과정 전반에 걸쳐 행정 및 제도적 지원을 해 왔다. 이성희 대표는 “ASP는 전 세계 우주 기업들이 데이터를 교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아시아의 핵심 스페이스 허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더마트릭스’, 시드 투자 유치피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더마트릭스(Dermatrix)가 딥테크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3일 밝혔다. 투자 금액과 정확한 기업 가치는 비공개다.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의사 출신 김경훈 대표가 창업한 더마트릭스는 AI 정밀 피부 분석부터 피부과 병원 데이터 관리, 일상 케어까지 피부 건강 전 과정의 디지털 연결을 목표로 한다.스마트 데이터 관리 및 업무 자동화 솔루션은 피부과 환자 임상 사진 촬영, 데이터 관리, 진료 활용, 환자와의 공유까지 효율적으로 관리되도록 돕는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등에서 3년 이상 운영해 시스템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받았다.김경훈 더마트릭스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서비스 범위를 넓혀 최적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피부 진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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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허진석]‘정년-연금 일치’는 논의조차 없는 국가

    회사 감사실로 호출된 날, 김준비(가명) 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정년 이후에도 현금이 나올 수 있는 일을 별도로 해 온 것이 문제가 됐다. 2024년 말 감사를 시작한 회사는 2025년 초 그를 해고했다. 51세로 정년이 9년 남은 때였다. 회사는 재직 기간 다른 일까지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말에 그는 벌금까지 냈다. 전화기 너머의 그는 “회사 동료들과 연락이 다 끊겼다. 여전히 조용히 숨죽여 산다”고 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정년이 지나면 5년간 없는 것은 확정된 미래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어떻게 가만히 있나. 그걸 대비하느라 임대업과 숙박업 등을 조금씩 해 왔다. 소득 공백은 국가가 만든 것 아닌가. 그 짐을 국민 개인에게 떠넘겨 각자도생의 길로 내모는 건 옳은 일인가.”소득 공백 방치로 국민만 짐 떠안아 정년(停年)은 멈추는 해라는 의미로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로 다시 씨름하고 있다. 2013년 ‘최소 60세 이상’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그 전에 관행적으로 55세 혹은 58세이던 정년은 60세로 바뀌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정년으로 65세가 거론된다. 하지만 입법 논의는 더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3일 입법 추진을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니 다양한 계층의 얘기를 더 듣겠다는 명분이다. 선거를 앞두고 혹시 있을지 모를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겠지만 처한 사정에 따라 입장 차는 크다. 청년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준다고 반대한다. 단계적 정년 상향 방안에 대해서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는 60년대 중후반 출생 연령층은 빠르게 일률적으로 정년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위한 잔치라며 소외감을 느낀다.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니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은 연금 개시 연령을 68세로 권고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연금 개시 연령을 68세로 높이는 안을 검토했다가 올해 초 폐기했다. 너무 부작용이 크고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9일 정년과 함께 연금을 받는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금이 늦어지면 비정규직의 고통은 더 커진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정년이 아예 없고, 있더라도 연금 수령 시기까지 일할 수 있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소득 공백을 제도적으로 방치 중이다.자명한 원칙 천명해야 과도기 보완책도 나와 한국 사람들은 2023년 프랑스의 연금개혁 시위가 과격한 것에 놀랐고, 연금 수령 시기가 2년 늦춰지면서 자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2년 더 늘고, 연금 수급액이 더 늘어나는데도 그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에 또 놀랐다. 프랑스 사람들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노년의 시간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논의 수준의 차원이 다르다. 소득 공백 방치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국민연금을 개혁한다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이면 65세가 되도록 바꾸면서 시작됐다. 정년을 올리는 입법이 추진될 때마다 2013년에도 겪었던 청년 일자리 감소와 기업 부담 논란을 매번 겪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년과 연금 개시의 일치를 천명해야 한다.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이 자명한 원칙을 밝혀 두고, 언제까지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 노후의 안녕은 체제나 이념, 연금재정 부족을 이유로 훼손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이런 원칙이 있어야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겸업 금지 규칙의 완화 같은 과도기 보완책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허진석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jameshur@donga.com}

    •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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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렌트 관리 플랫폼 차즘, 151억원 투자 유치 外[톡톡 스타트업 뉴스]

    ■ 자동차 렌트 관리 플랫폼 차즘, 151억원 투자 유치자동차 리스와 렌트 관리 플랫폼 차즘(Chazm)을 운영하는 디자인앤프랙티스(대표 정상연)가 15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선도 투자사인 스톤브릿지와 KB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계열 제로원벤처스와 LX그룹 계열 LX벤처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글로벌 투자사 쇼룩 HQ를 포함한 국내외 전략적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디자인앤프랙티스의 투자 유치 누적액은 190억 원이 됐다. 차즘은 차량 계약, 운행, 반납,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디든로보틱스-KAIST 기계공학과, 피지컬 AI 공동 개발 협약로보틱스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가 KAIST 기계공학과와 피지컬 인공지능(AI) 및 휴머노이드 기술 분야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사진)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이번 협약으로 디든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손 및 조작 메커니즘 관련 연구 과제를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진과 공동 수행한다.디든로보틱스는 KAIST 기계공학과 휴보랩 출신 연구자 4명이 2024년 공동 설립한 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자율보행과 복잡한 환경 적응이 가능한 자석 발 사족 보행 로봇 ‘디든(DIDEN) 30’을 개발해 왔다. 조선 산업을 비롯한 비정형 환경에서의 이동과 물리적 상호작용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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