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중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되던 올 4월 미국이 대중(對中) 압박 카드로 H20 수출 규제를 결정한 지 3개월 만에 판매 금지가 풀린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은 조치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 대중 규제가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H20 판매를 승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 합의 감안해 H20 판매 승인한 듯황 CEO는 이날 베이징에서 런훙빈(任鴻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면담한 뒤 취재진에 “미국 정부가 H20 칩을 중국 고객에게 인도하도록 허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16일 개막하는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참석차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날 엔비디아도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에 H20 판매 재개 허가를 신청했고, 곧 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사양을 낮춰 만든 AI 칩이다. 성능은 최고 사양의 AI 칩으로 관련 기업들이 가장 많이 쓰는 H100의 20∼30% 수준이다. 올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H20을 이용해 미국의 챗GPT에 필적하는 AI 모델을 만들어 내자 수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여기에 미중이 상대국에 각각 10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갈등이 격화되자 미국은 올 4월 엔비디아의 H20과 AMD의 MI308 등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이번 판매 승인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감안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달 초 미국 기업의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또 중국은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칩과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권은 중국의 최우선 협상 과제였다”며 “H20의 중국 판매 승인 결정은 미국이 중국에 신뢰를 보여 주려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韓 기업 등 AI 반도체 공급망에 긍정적 황 CEO는 중국을 방문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H20 수출 규제 해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엔비디아의 기술을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야 미국 기업이 AI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고 WSJ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중국 테크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술 자립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H20 중국 판매 재개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규제로 올 2∼4월 55억 달러(약 7조5911억 원)의 손실을 입은 엔비디아에도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AI 반도체 공급망과 AI 역량을 구축 중인 중국 테크기업에도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H20에는 삼성전자 등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20에 들어가는 HBM3(4세대)의 주요 공급 업체”라며 “올 3분기(7∼9월)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20 중국 판매는 재개했지만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달부터 드론과 드론 부품,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의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향후 드론과 폴리실리콘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中, 관세 전쟁 속에서도 2분기 경제성장률 5.2% 한편 중국 정부는 올해 2분기 5.2%, 상반기 기준 5.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관세 전쟁 속에서도 1분기 경제성장률 5.4%에 이어 2분기에도 5%대를 유지한 것. 다만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산 수출품의 우회 수출 경로인 동남아 국가들을 겨냥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중국 내부적으로도 경기 침체 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엔비디아 ‘H20’최고급 인공지능(AI) 칩 ‘H100’ 대비 성능이 20∼30% 수준인 저사양 제품.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떨어지는 성능으로 개발했다. 딥시크 등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널리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은 4월 H20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크라이나의) 방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체계를 지원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자신의 거듭된 휴전 압박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계속하자 ‘미국산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일 NBC 인터뷰에서 “14일 러시아에 대한 중대 조치를 발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패트리엇에 이은 미국산 무기의 추가 지원, 러시아 원유 사업에 대한 제재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포함해 곳곳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와의 갈등 고조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만 제공하겠다고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에 미온적인 러시아에 대한 중대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토 통해 패트리엇 우회 지원할 듯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패트리엇 우회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들(나토)에게 매우 정교한 군사 장비(패트리엇)를 보낼 것이고 그들은 우리에게 100%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14, 15일 미국을 방문하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도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논의를 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이 낮에는 자신과 통화하며 휴전을 할 것처럼 행동하지만 저녁에는 우크라이나에 폭탄을 투하한다며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또한 “독일에서 우크라이나로 (미국산 무기를) 옮기는 게 미국 공장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1개 포대당 최소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인 패트리엇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효과적이다. 현재 미국이 직접 지원한 6∼8개의 포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어 등에 쓰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달 30일 패트리엇 운용에 필요한 방공미사일 30기의 추가 인도를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러시아는 이를 틈 타 연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운영 중인 패트리엇으로는 러시아의 전방위 공격을 막기 어렵다”며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도 우크라이나엔 부담이다. 최근 영국 더타임스가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부 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수개월 내 러시아에 3만 명 이상을 추가 파병하고, 이 중 상당수가 올 9월 열리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 군사훈련 ‘자파트 2025’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러 원유 직접 제재 검토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중대 발표에 러시아 원유 산업에 대한 직접 제재가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대(對)러시아 강경파인 집권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줄곧 대통령에게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 등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 법안에는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구입하는 나라에 500%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반발, 유가 상승 등을 우려해 그간 이 법안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습 확대로 최근 공화당에서 법안 통과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고 AP통신은 진단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13일 액시오스에 “트럼프는 푸틴에게 정말 화가 나 있다. (14일) 트럼프의 발표는 매우 공격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첫해인 2017년 320억 유로(약 51조5000억 원)였던 국방 예산을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까지 640억 유로(약 103조 원)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린다는 기존 목표를 3년 앞당겼다. 러시아의 위협 고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안보 자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파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예외 없는 관세 압박 및 방위비 인상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우방과 적 모두에게 무역·군사 분야에서 뜯겨 왔다”라고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수조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다”라며 “결코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더는 그럴 수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국은 물러나 앉아 다년간의 무임승차에 감사했지만, 이제는 당신이 미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라고 했다.미국은 각국에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 줘서 고맙다. 매우 감사하다”라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일본과 호주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전쟁 발발 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 양안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의 국방정책 수립을 주도했으며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강조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또한 동맹국에 “방위비 지출 확대 및 집단 방위를 위한 노력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FT는 전했다. 대만 방어와 중국 견제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빠르면 9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이를 통해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또한 방위비 증액은 물론이고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콜비 압박에 日-濠 관계자 눈살 찌푸려 FT는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최근 콜비 차관이 일본과 호주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미국과 전쟁에 돌입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각국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으라고 계속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조차 대만 유사시 개입하겠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동맹국에만 이런 요구를 하자 일본과 호주가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콜비 차관의 이 요청에 “일본과 호주 및 다른 동맹국 대표들이 눈살을 찌푸렸다”고 했다. 다만 그가 한국에도 비슷한 요구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도 후 논란이 거세지자 콜비 차관은 ‘X’에 “일부 동맹국이 솔직한 대화를 반기지 않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이행을 위해 동맹국들에 방위비 지출 및 집단 방위와 관련된 노력들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경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미국의 부담을 나눠 지자고 요구하는 것은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 모두에 적용된다고도 했다. 일본과 호주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비해 동맹에 우호적이지 않으면서 요구하는 것만 많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콜비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가 체결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의 재검토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 역량 약화로 미국이 쓸 핵동력 잠수함조차 부족한 상황인데 왜 오커스를 통해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해야 하느냐는 취지다. 그는 최근 일본에도 거듭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또한 지난달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요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방위비 지출 기준이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올 5월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략적 유연성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주요국에 주둔한 미군의 유연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모호성’ 정책 변화 여부도 관심국방부가 조만간 발표할 NDS에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길지도 관심이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후 모든 미국 행정부는 겉으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대만에 미국산 최신 무기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이자 집권 3기가 끝나는 2027년 중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폐기하고 대만을 적극 방어하겠다는 ‘전략적 명료성(strategic clarity)’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올 5월 콜비 차관에게 “8월 31일까지 NDS 최종본을 제출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 간부들에게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 동맹국 방위비를 증액해 북한, 러시아, 이란 대응을 이들에게 맡기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 지침은 NDS의 토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3일(현지 시간) 상원에 이어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4일) 이전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결국 성공했다. 대규모 감세안부터 의료 보험 예산 감축, 재생 에너지 보조금 삭감, 이민 단속 예산 및 국방비 증액 등 각종 국정과제를 한 데 엮은 이 법안을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온갖 지원금과 감세, 특혜를 덕지덕지 붙인 프랭켄슈타인과 같다”고 평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탄생 과정과 주요 내용 및 향후 정치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 중간선거를 위한 디딤돌 집권 1기 출범 직후에도 연방 의회 상황은 현재와 비슷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가 하원 첫 표결을 앞두고 무산되자 급속히 정책 추진력을 잃었다.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도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지며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 우회에 나섰지만 국정 운영 전반이 삐걱였다. 결국 이듬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기는 패배를 맛보았다. 집권 1기 당시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지난해 11월 5일 대선 승리 직후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망라한 ‘메가 법안’의 통과 전략을 두고 논쟁이 오갔다. 하원의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는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을 위한 대규모 예산 편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민 관련 예산만 따로 떼서 먼저 통과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주장했다. 메가 법안 통과를 수개월씩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프리덤 코커스는 올 1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재선출 당시 항의 표시로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버텼다. 다만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에서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을 더 오래 끌지 말자”고 하자 즉각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긴 했다.액시오스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재선출 이틀 전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등과 회의를 갖고 일괄 통과와 투트랙 전략의 장단점을 두고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존슨 하원의장은 “큰 거래에서는 누구나 불만 하나쯤을 갖게 마련이지만, 좋아할 만한 게 더 많아 결국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일괄 통과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일괄 통과를 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의장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을 수도 있다. 재선출 다음 날 존슨 의장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추진 계획을 공화당 하원의원 비공개 회동에서 공개했다. 당시 액시오스는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해 빨라도 6월에야 통과될 거란 전망이 나오며 의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법안의 주요 내용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을까. 이 법안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주·지방세(SALT) 공제 한도 인상 등 광범위한 감세 조치가 영구화된다. 또 유세 기간 공약했던 팁과 초과 근무수당에 대한 면세 조치 또한 담겼다. 강경 이민책을 뒷받침할 예산도 대거 책정됐다. 국경 안보에 17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으로 미국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465억 달러, 구금시설 10만 개 확충에 45억 달러 등이 배정됐다. 국방비 또한 큰 폭으로 늘게 된다.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250억 달러), 인공지능(AI) 기술 도입(160억 달러), 핵 억지력 강화(150억 달러), 인도태평양 지역 전력 강화(120억 달러) 등을 위해 1500억 달러의 예산이 증액됐다. 연방정부 부채한도는 5조 달러로 상향된다. 정부 폐쇄(셧다운) 파행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강조했던 사안이다. 또 ‘트럼프 계좌’를 신설해 자녀 출생시 1000달러 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메디케이드(취약계층 공공의료 보조),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등 복지 예산은 1조 달러 이상 삭감됐다. 의회예산국(CBO)는 이 법안으로 10년간 정부의 의료비 지출은 1조1000억 달러 이상 삭감되고 2034년까지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인이 1180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 취약계층을 희생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도 조기 폐지된다. 각종 삭감 조치에도 재정적자 확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BO는 연방 적자가 2034 회계연도까지 3조3000억 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 엄혹한 내부 단속법안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은 상·하원을 통틀어 단 5명뿐이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할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내린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치인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자격을 얻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트루스소셜과 연설을 통해 반대자를 거침없이 모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일단 낙선 운동의 표적이 되면 맞서기 어렵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두고는 톰 틸리스 상원의원(65)이 반대표를 던진 뒤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틸리스 상원의원이 은퇴를 선언하자 “트럼프에 맞서다 경합주의 유망한 재선 상원의원이 이른 은퇴를 하게 됐다”는 말도 나왔다. (119대 상원 평균 연령은 64.7세, 최고령자는 그래슬리 상원의원(92)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여러 차례 올리며 틸리스 의원을 압박했다. 그는 “세금을 올리고, 노스캐롤라이나의 담배 산업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자 하는 심산”이라며 “중간선거 앞두고 주목을 받으려는 상원의원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틸리스 의원을 두고 “가격도 비싸고 경관을 해치는 중국산 풍력 발전기를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뜻대로 틸리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좋은 소식”이라며 또 한번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틸리스 의원의 자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 리처드 허드슨 하원의원, 패트릭 해리건 하원의원 등의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의사당을 떠난 정치인은 틸리스 의원뿐만이 아니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직후 발의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2명 만이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상대로 공개 비난을 이어가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 친트럼프 정치인을 내보내 낙선 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표결에서도 상원 53명, 하원 220명의 공화당 소속 의원 중 단 5명(상원 3명, 하원 2명) 만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한 고리를 노려 당내 기강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신 투표’를 한 의원을 모두 공격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의원들은 민주당 강세 지역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콜린스 의원은 2021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 7명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인 메인주를 대표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괜한 싸움은 피하고 실적을 관리하는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자칫 중간선거 자충수 될까 우려법안이 통과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주어진 “선물”이라며 극찬했다. 그러나 법안이 가져다 줄 정치적 득실을 두고는 계산이 엇갈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법안이 연방 의회 문턱을 넘은 이듬날 4일부터 7일까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3%가 법안에 반대했다. 법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5%에 그쳤을 정도로 유권자 반응이 부정적이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법안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정당 창당을 선언하는 등 각종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초조해진 공화당은 감세 등 인기 조항을 위주로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는 “공화당 지도부는 유권자가 법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내년 중간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의료 보험 혜택을 잃게 되는 점을 집중 공략할 전망이다. 공교롭게 틸리스 의원 또한 의료 예산 삭감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다. 지난달 28일 틸리스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당일 상원 본회의장에 등장했다. 12분 간의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메디케이드를 지키겠다”고 유권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고, 독립기념일(7월 4일) 이전에 통과시키기 위해 졸속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틸리스 의원의 연설은 다음과 같았다. “대통령님,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반대표를 던진 제 결정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경력을 대형 프로젝트를 다루는 경영 컨설팅에서 보냈습니다. 그 경험을 입법부로 가져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에서 주정부 지출 감축 작업을 이끌었습니다. 제가 이 사례를 드는 이유는, 메디케이드 개편안에는 신중함이나 절차적 성실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에는 의료공급자세 삭감(병원 보조금 축소)이 수급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통찰이 부족합니다. 더 나아가 대부분 의원들은 주정부 보조금 체계와 그 재정 흐름이 초래할 파괴적인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대통령님, 저는 이 법안이 노스캐롤라이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 비당파 성향의 병원협회까지 총 세 그룹에 독자적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약 260억 달러의 삭감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는 분석을 백악관과 행정부에 제출해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들이 제 분석을 반박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저의 추정치가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들은 제게 말하길 “의료공급자세 제도를 활용해온 노스캐롤라이나가 알아서 감내하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님, (의료공급자세 삭감으로 인한 예산 고갈의 여파로) 2~3년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시민) 66만3000명을 메디케이드에서 탈락될 때 저는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고 해야 합니까?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이 법안이 약속을 어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7월 4일이라는 인위적 기한에 쫓겨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멈춰서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데 시간을 써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주정부에 이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파악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저는 해냈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이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압니다.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했던 경험도 있고, 주의회 하원의장으로서 실제로 그것을 실행해 본 적도 있습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민에게 우리가 약속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증명할 때까지 찬성표를 보류해야 합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도 찬성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저는 제 표를 보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32화 요약: 감세와 이민·국방비 증액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들을 묶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독립기념일 전날 미 연방 의회를 통과하며 입법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내부 단속에도 5명의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의료 예산 삭감을 이유로 끝까지 저항한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각종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이 중간선거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올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브라질에 책정된 관세율(10%)보다 5배나 높아진 것이다. 브라질은 “미국의 부당한 내정 개입”이라며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의 대우는 국제적 불명예”라며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이 열려서는 안 됐다. 즉시(IMMEDIATELY) 끝내야 하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사재판 중단과 비관세 장벽 철폐, 대미 투자 등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상호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역법 제301조에 입각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즉시 개시할 것을 명령했다”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내비쳤다. 2019∼2022년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 현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이후 룰라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계획하는 등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030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지만, 내년 10월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룰라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해 나를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엔 X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 규모가 큰 미국이 갑자기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브라질은 비상에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로, 누구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브라질은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갈라서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10일 영국 국빈 방문에서 ‘유럽의 단결과 연대’를 호소했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2016년 6월 투표로 브렉시트는 가결됐고, 2020년 1월 탈퇴가 이뤄졌다. 브렉시트 논의가 처음 등장한 지 꼭 10년 만에 EU 회원국 정상의 영국 국빈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또한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이다. 최근 유럽 주요국은 방위비 증액 및 관세 압박을 가하는 미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자동차와 철강 산업에서 저가 생산품을 덤핑 수출하는 중국의 위협에 공통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유럽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변덕과 러시아의 호전성 때문에 유럽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영어로 연설한 마크롱 “양국 협력이 운명” 영국 왕실과 정계는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 부부는 8일 런던 근교 라이즐립의 노솔트 공군기지에 직접 마중을 나가 전용기로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를 맞았다. 찰스 3세 국왕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왕실 마차를 타고 오찬이 열리는 윈저성까지 이동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성으로 입장했다. 만찬에는 엘턴 존, 믹 재거 등 유명 가수들도 함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런던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해 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중국은 보조금 등으로 공정 무역을 위협하고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브렉시트에도 양국 교역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손에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은 두 나라의 공동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범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이어갈 뜻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 안보에 대해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유럽은 절대로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미국 중국 등에 대한 공동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지도자의 정상회담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처음이다.● 미-중-러 위협에 뭉치는 유럽 2010년 5월∼2016년 7월 집권한 캐머런 전 총리는 2015년 당시 경제난, 불법 이민자 급증 등으로 반대파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 차원에서 브렉시트 의제를 꺼냈다.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 결과는 백인 장노년층이 가결에 몰표를 던졌다. 이후 캐머런 전 총리가 속해 있던 보수당은 잦은 총리 교체로 브렉시트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국민투표 가결 3년 반 만에 실제 탈퇴가 이뤄졌고 이후 영국 경제는 대(對)EU 수출 감소, 투자액 감소, 값싼 동유럽 노동자 부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여파로 노동당은 지난해 7월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줄곧 브렉시트를 반대해 왔다. 그는 취임 후 “EU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EU와의 관계를 재정비(reset)하겠다”며 안보, 무역, 경제, 에너지 등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며 유럽 주요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유럽 주요국의 밀착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내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핵 억지력을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핵우산론’도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돌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했지만 이달 7일 지원을 재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에 따른 사흘간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하고,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10년 만에 유럽연합(EU) 정상의 첫 영국 국빈 방문이다. 분열됐던 유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팽창 야욕 앞에서 결속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8~10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9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다. 영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처음 열리게 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두고 “브렉시트를 뒤로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 정상이 영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건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2023년 9월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가 프랑스를 사흘간 국빈 방문한 데 이은 답방이기도 하다. 윌리엄 영국 왕세자 부부는 영국 공군 기지에 마중을 나왔고,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함께 왕실 마차에 올라 윈저성까지 이동했다. 이어 영국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성으로 입장해 오찬을 했다.마크롱 대통령은 오후에 영국 의회 건물인 웨스트민스터궁을 찾아 영국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우리는 양국이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리스크를 없애야 할 것”이라며 미·중에 대한 무역 의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영불 협력이 “모범과 연대를 통해 유럽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후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과의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찰스 3세 국왕은 만찬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리는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여러 위협들에 함께 맞서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유럽의 평화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무기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지원을 중단한 지 1주일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매우 심하게 공격받고 있다. 방어를 위해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며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가 매우 실망스러웠으며 휴전 논의 또한 “전혀 진척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는 “생산적이었다”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무기 지원 재개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대사를 경질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집권 공화당은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마르카로바 대사가 줄곧 야당 민주당 측에 편향됐다며 그의 경질을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무기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지원을 중단한 지 1주일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란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매우 심하게 공격받고 있다. 방어를 위해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며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가 매우 실망스러웠으며 휴전 논의 또한 “전혀 진척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는 “생산적이었다”고 했다.최근 우크라이나는 무기 지원 재개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대사를 경질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집권 공화당은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마르카로바 대사가 줄곧 야당 민주당 측에 편향됐다며 그의 경질을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수표 다발을 들고 리튬 광산에 달려오고 있다.” 영국 광물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전 세계 광산을 사들이고 있다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해외 광산을 구입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약 10만 t의 니켈을 사들이는 등 정부 비축량이 6개월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전방위 무역 압박에 중국이 자체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공급망을 구축해 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FT가 S&P와 머지마켓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인수한 해외 광산 중 거래액이 1억 달러(약 1365억 원) 이상인 곳은 10개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는 지난해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액이 221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리처드 호록스테일러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 금속·광업 글로벌 총괄은 “중국 기업들의 광산 매입 추세가 앞으로 몇 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셔브 애피언캐피털 어드바이저리 설립자도 “중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여건이 더 안 좋아지기 전 마지막 ‘기회의 창’이라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도 대거 매입 중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 5월 중국의 니켈 수입량은 9만5949t이다. 6만∼10만 t인 정부 비축량에 버금가는 양을 6개월 만에 들여온 것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중국의 니켈 매입량에 대해 미중 무역 갈등이 지금보다 격화될 상황에 대비한 전략물자 비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 최근 니켈값이 2020년 이후 최저인 t당 1만5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광물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올 3월 매입 공고를 내며 니켈, 리튬, 코발트, 구리 등 희귀광물 비축에 나섰다”고 FT에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례를 깨는 파격에 새로운 사례가 추가됐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직접 통화에 나서고 있다. 기자들은 그의 개인 번호로 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폭격,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등 국정의 주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별다른 우려없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특별한 전화 사랑을 살펴봤다. ● 모르는 번호도 곧잘 받아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는 오래된 생활 방식이다. 수십 년간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가로 살며 유선전화로 일을 처리했고, 현재도 집무실 책상에 두 대의 유선전화가 놓여 있다. 소셜미디어 등장 이전에는 전화가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였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라디오 토크쇼에 전화를 걸어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언론과도 자주 전화 통화를 가졌다. CNN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부터 언론에 짧고 강렬한 코멘트를 하는 인물로 통했다. 영 내키지 않는 통화를 할 때는 가짜 대변인 ‘존 배런’인 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016년 대선 승리의 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고 한다. 한 고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디애틀랜틱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전화를 다 받고 있었어요. 그 번호들은 연락처에 저장된 게 아니었죠. 그냥 전화가 오면 받는 거예요. 놓치고 싶지 않아 하니까요.”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는 번호도 받는 통에 백악관은 초긴장 상태였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두번째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 전 해병대 장군과는 휴대전화를 두고 충돌했다. 보안 문제에 매우 엄격했던 켈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도청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한다.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한 전직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내 휴대전화는 최고의 제품이다”라고 반박했다고 했다. 이에 1기 행정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늘 도청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뒤로 더욱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한 통화를 선호했다고 한다. 유선전화를 통하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관료들이 언제든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 지난해 11월 5일 대선 직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중국 해커들이 엿들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해커들이 미국 통신망의 핵심 구조까지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세 기간을 거치며 이란이 트럼프 캠프의 이메일 시스템을 해킹했고, 중국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이메일을 뚫는 등 보안 문제가 잇따라 발생한 상태였다. 하지만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통화 목록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목록은 그의 권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해외 정상, 기업 총수, 고액 기부자 등이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대선 승리가 확정된 시점이었던 지난해 11월 6일 오전에 그는 한 보좌관에게 “믿을 수 있겠냐, 벌써 정상 20명이 나한테 전화를 했다. 다들 나를 추켜세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휴대전화 3대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에는 추가 보안 장치가 탑재됐다고 한다. 전화번호 또한 여러 차례 바꿨지만 그의 번호를 아는 기업인과 정치인, 언론인의 전화가 매일 쏟아진다. 집권 1기 때는 언론과 전화를 백악관 공보팀을 통해 조율했다. 그러나 백악관 복귀 뒤에는 참모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언론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난달 14일에는 디애틀랜틱 소속 기자 마이클 셰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당시 이란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미국이 지원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진영 내에서 의견이 쪼개진 상황이었다.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중동 개입이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고 맹비난했다. 셰러가 칼슨의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의 의미는 내가 정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3분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가 예정되어 있다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낙관했다고 한다. 급히 통화를 끊으면서는 이렇게 말했다.“마이크, 난 가봐야 해요. 푸틴의 전화를 받아야 해요.”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군의 이란 폭격 당일에도 여러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폭스뉴스의 브렛 베이어와 션 해니티, ABC의 조너선 칼, NBC의 크리스틴 웰커, 로이터통신의 스티브 홀랜드, 액시오스의 바라크 라비드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오늘 밤 매우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찬하는 내용이었지만, 이스라엘 출신인 라비드에게는 “당신의 이스라엘은 이제 훨씬 안전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CNN 소속 브라이언 스텔터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전화 인터뷰에 응할 때 인용 한두 줄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코멘트를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그래도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AP통신에 설명했다. 대통령 정보 수집 데이터베이스 롤콜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는 인터뷰의 89%가 녹취나 영상 등 공개 기록이 있었지만, 2기에는 전화 인터뷰가 늘면서 이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간 각을 세우던 언론과 전화 인터뷰에는 응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디애틀랜틱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던 셰러는 AP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말하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길 원한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 취재한 어떤 대통령과도 완전히 다르게 언론을 대한다.”● 음성메시지 남기기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도 종종 있다. 만평 ‘딜버트’를 연재하는 만화가 스콧 애덤스는 올 5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화를 X에 공개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음성사서함으로 넘긴 뒤에 나중에 확인해보니 발신자가 꽤 긴 음성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여보세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시지는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로 끝이 났다. 애덤스는 진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다시 전화하진 않았다. 너무 황당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몇 시간 뒤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와 이번에는 받았다. 진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애덤스가 말기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자 그의 근황을 듣고 연락한 것이었다. 음성메시지 역시 평소에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남기는 편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덤스의 상황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진 뒤 이렇게 전화를 마쳤다고 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요.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요.”31화 요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 우려에도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직접 소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과도 참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통화하고 있다. 통화 상대는 해외 정상부터 언론인, 만화가까지 다양하다. 때로는 다정한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직접 미담을 만들기도 한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https://original.donga.com/2025/trump_policymap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국정 의제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3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전기차와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분야 보조금과 세금 혜택이 대폭 삭감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에 따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21만 원)의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가 9월 30일 이후로 종료된다. 당초 2032년 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줄 계획이었으나 폐지 시한이 7년 넘게 앞당겨졌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전기차 진흥책을 폐지한 여파로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이 27%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 조치로 전기차 판매량이 더 하락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올해 가장 좋은 성과(89만3152대)를 냈지만, 전기차는 예외였다. 작년 상반기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6만1883대 팔렸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만4533대에 그쳐 판매량이 28% 감소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가 배터리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도 고민이 커졌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분야에서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큰데, 전기차 판매가 부진할 경우 이차전지 업계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관련 세액공제 종료 시점도 기존 2032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졌다. 세제 혜택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투자나 추가 시설 확장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조지아주에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지으려는 한화큐셀 등에 부정적 영향이 올 수 있다. 그나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제도가 유지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이차전지, 태양광 등 첨단 제품에 대해 일정액의 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현행대로 세액공제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인 뒤 2033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산 부품 사용에 규제가 도입되는 점도 국내 기업에는 반사이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등 금지된 외국 단체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물질적 지원을 받을 경우 세액공제 등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10∼12개국에 상호관세율을 적은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 시점은 다음 달 1일로, 관세율 범위가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8일) 나흘 전부터 최대 70%에 이르는 고율 관세 부과를 통보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국가를 겨냥해 ‘본보기’로 높은 관세를 부과해 유리한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송할 관세 서한 대상에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4일 저녁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한 정부는 일단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4일 발송할 서한의 관세율 범위가) 아마 60∼70%부터 10∼20%까지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막판까지 기다린다”며 “이들 국가는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관세율이 4월 2일 발표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한 바 있다. 이날 산업부는 미국이 △농산물, 서비스, 자동차 분야에서 시장 개방 확대 △디지털 규제 폐지 △중국을 겨냥한 우회 수출 규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반면 정부는 서비스 시장 개방을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한 농산물 분야를 보호하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입 확대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내실을 희생하면서까지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완전한 충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한 무기 지원을 최근 일부 중단하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충격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무기 지원 중단에 대한 공식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에 특사를 긴급 파견했다. 미국산 무기가 모두 끊기는 건 아니지만 핵심 무기들이 들어오지 못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열세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와 3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력 지원을 미루는 건 침략자(러시아)가 전쟁과 테러를 계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무기 지원을 지속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콜비 美 국방차관, 행정부 내 통보 없이 강행”백악관은 1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부 무기 지원을 중단했다는 폴리티코 보도를 확인하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무기 비축량 감소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의 일부 무기 지원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본토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고, 이를 인도·태평양으로의 전략적 전환과 연결 지을 수 있다”며 중국 견제를 위해 우크라이나 등에 배치한 무기를 재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공급 중단 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고속 탄도미사일 요격에 쓰고 있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30기가 포함됐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약 8500개의 155mm 포탄, 250기 이상의 정밀 유도 다연장로켓시스템(GMLRS), 142기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등도 포함됐다. 다만, 이런 방침에 미 의회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6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일부 무기 운송 중단에 미 의회 의원, 국무부 관리, 주요 유럽 동맹국 관계자 등도 당황했다”고 전했다. 또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과 소수의 자문위원들이 담당자들에게 관련 방침을 통보하지 않고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지금처럼 러시아가 진격 중일 때 핵심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치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통해 미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매우 중요한 일부 무기는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도 생산되지 않아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구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일부 무기 공급 중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3일 전했다.● 美 “세계 무기 지원 상황 검토”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무기 지원도 줄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2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외 무기 지원 상황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넬 대변인은 이날 “어떤 무기를 어디에 보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세계 각지로 투입되는 무기 지원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토 대상에 오른 국가에 대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이 무기를 보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과 관련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군사 태세 검토에 대해 이 단상에서 보통 언급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2일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2만5000∼3만 명을 추가 파병할 방침이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등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이날 러시아 교관들이 북한 평양과 원산 인근 훈련장에서 북한 무인기(드론) 조종사들에게 1인칭 시점(FPV) 드론의 조종법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의 무기 지원을 돌연 중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외 무기 지원 상황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어떤 무기를 어디에 보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전 세계 각지에 가는 무기 지원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모든 곳에 무기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토 대상에 오른 국가에 대해 파넬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이 무기를 보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전날 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에 일부 무기의 인도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최근 이란과 충돌로 이란과 카타르 등에도 대거 방공 미사일을 지원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이외의 국가에 대한 무기 전달 중단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넬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무기 비축량 감소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와 본토 방어를 우선시 할 것이고, 이를 인도·태평양으로의 전략적 전환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과 관련한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군사 태세 검토에 대해 이 단상에서 보통 언급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 업무를 담당했던 미 국제개발처(USAID)가 64년 만에 폐쇄된 가운데 워싱턴 DC 시내의 USAID 옛 본부 건물이 미 연방수사국(FBI) 본부로 탈바꿈한다. 1일(현지 시간) 캐시 파텔 FBI 국장은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며 “FBI가 로널드 레이건 건물(USAID 옛 청사)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9월 초부터 이전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며 로널드 레이건 건물에서 3500~4000명 정도의 FBI 직원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로널드 레이건 건물은 연방정부가 워싱턴과 인근 지역에 소유한 건물 중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USAID가 이 건물에서 퇴거한 후 현재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본부 외에도 민간 세입자들, 푸드코트, 예식장 등이 입주해 있다. 그동안 노후화된 건물을 사용하며 어려움을 겪어온 FBI는 당초 워싱턴 시내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주의 신청사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FBI 본부를 워싱턴 시내에 두겠다”고 거듭 강조한 결과 백악관에서 약 600m 거리인 로널드 레이건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태국의 정치 명문가로 통하며 오래전부터 정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76) 가문이 위기에 처했다. 그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39)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전 총리)에게 자국군 사령관을 험담한 사실이 알려져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해임 위기에 몰렸고, 탁신 전 총리는 2015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1일(현지 시간) 재판을 받았다. 태국이 정치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에 대한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판결까지 총리 집무를 정지시켰다. 다만 패통탄 총리가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어 헌재 결정 이후에도 내각에 남아 국정에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국 상원의원 36명은 올 5월 시작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지 무력 충돌 과정에서 패통탄 총리가 헌법을 위반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지난달 18일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패통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통화에서 패통탄 총리는 북동부 국경지역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사령관을 “반대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또 분씬 사령관이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 지지율은 9.2%까지 추락했다. 3월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의 지지율은 30.9%였다. 친나왓 일가에 대한 친(親)군부 세력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친군부 성향의 품짜이타이당이 연립정부에서 탈퇴한 뒤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군부와 가까운 상원의원들이 헌재에 패통탄 총리의 해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집권 후 20년 넘게 군부와 대립하고 있다. 2006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훈 센 의장이 탁신 전 총리의 해외 도피를 도왔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럼에도 패통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이유에 대해 훈 센 의장은 “패통탄 총리가 아들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8월 측근인 세타 타위신 전 총리가 선출되자 15년 만에 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직후 법원으로 이송돼 부패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6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딸인 패통탄 총리가 취임한 직후에는 사면까지 받았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의 끈질긴 정치생명이 이제 중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 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