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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16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의 근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기드온의 전차’ 작전 개시 첫날인 이날 가자지구에서 최소 146명이 숨졌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후티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인 예멘 서부의 호데이다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첫 순방으로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지만, 이스라엘은 방문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과 긴밀한 협의 없이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과 최근 핵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 순방 도중 이스라엘과 긴장 관계의 시리아에 대해선 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규모 공격을 통해 중동 지역에 긴장을 끌어올려 미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내부 강경파를 달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은 이스라엘이 뒷전으로 밀려난 새로운 역학 구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네타냐후가 미국 외교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가자-후티 고강도 공격16일 밤 이스라엘군은 ‘기드온의 전차’ 작전 개시를 알리며 “가자지구에서 작전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공격과 병력 동원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작전 개시 후 17일까지 가자지구 북부를 중심으로 한 공격으로 최소 146명이 숨졌다. 15일부터 사흘간으로 따지면 300명 넘게 사망했다. AFP통신은 1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공세가 강화된 이튿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재개됐다. 영국 BBC방송은 하마스가 60일 휴전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 인질 9명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18일에는 하마스 지도자 무함마드 신와르가 13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휴전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의 격리구역 강제 수용을 검토 중이라는 영국 더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별개로 가자 주민을 리비아와 시리아로 영구 이주하는 방안을 각국과 논의 중이다.● 美 제재 해제로 투자 밀려드는 시리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중동 정책을 상징하는 대(對)시리아 제재 해제는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해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직후 시리아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시리아가 세계은행으로부터 제공받았던 1550만 달러(약 2170억 원) 규모의 차관을 대신 상환했다. UAE 두바이의 정부 소유 기업 DP월드는 시리아 서해안의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8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이란 핵 협상은 아직 본궤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타결이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알리 하메네이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는 날을 세웠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찾아 한 발언은 본인과 미국인들에 대한 수치”라며 “평화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싶다더니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하메네이는 미국과의 핵협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떠나자 견제구 던지는 중-러 중국과 러시아는 아랍권에 우호 메시지를 내며 미국 견제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축하 서신을 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언제나 아랍 국가들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러시아-아랍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성사된다면 처음으로 러시아와 아랍연맹이 정상회의를 하게 된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랍연맹 회원국 22개국 정상을 올해 10월 15일 개최 예정인 러시아-아랍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긴밀히 협력했지만 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12월 붕괴돼 중동 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민권을 상품으로 건 리얼리티 쇼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를 대거 추방하고 이민 문턱을 높이는 강경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인간적인 ‘현실판 오징어게임’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국토안보부가 5000만 달러(약 700억 원)짜리 장관 전용기를 새로 살 계획이 알려져 질타를 받고 있다.16일(현지 시간) 데일리메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 시민권을 1등 혜택으로 내건 리얼리티쇼의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12명의 참가자가 미국 전역을 돌면서 지역별 문화 특색에 맞는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제목은 미국인을 뜻하는 ‘더 아메리칸’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기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1명씩 탈락하는 구성으로 알려졌다. 위스콘신주에서 통나무 굴리기를 하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1914년 출시된 포드 자동차를 조립하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탄광에서 금을 줍는 임무 등을 통해 탈락자를 정한다. 최종화의 배경은 수도 워싱턴이다. 우승자가 의사당 계단에서 미국 시민 선서를 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국토안보부에 제안한 프로듀서는 “탈락자들을 추방할 계획은 아니다. 시민권 심사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WSJ에 밝혔다. 국토안보부도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샤 맥로플린 안보부 대변인은 “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정체성을 기념하고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이 얼마나 특권인지를 강조하는 내용”이라면서 “국토안보부는 창의적인 제안을 환영한다”고 NYT에 말했다. 국토안보부가 시민권을 상품으로 건 리얼리티쇼의 제작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이 품위를 잃었다” “드라마 ‘블랙 미러’ 속 세상이 현실이 됐다” “부끄럽고 슬프다” 등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국토안보부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이 이민 정책 집행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제작 소식이 알려진 16일에도 5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들여 놈 장관이 사용할 전용기를 구입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놈 장관이 출연하는 TV 광고에 2억 달러(약 2800억 원)를 집행하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40년 지기 스티브 윗코프(68)를 중동 특사로 임명했다. 윗코프가 이 일을 자처했다고 한다. 그는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외교는 협상이고, 나는 평생 협상을 해왔다”고 했다. 트럼프와 골프를 치며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뉴욕의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는 왜 아마추어 외교관이 되겠다고 나섰을까. ●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승부사윗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인연은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 58층짜리 ‘트럼프 타워’를 세워 유명 부동산 사업가가 된 1983년, 윗코프는 부동산 전문 법률회사(로펌)에서 막 일을 시작한 새내기 변호사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37세, 윗코프는 26세였다. 윗코프는 트럼프 대통령과 변호사 대 의뢰인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특히 늦은 밤 델리카트슨(주로 유대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우연한 만남 이후 가까워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갑을 두고 왔다”고 도움을 청하자 샌드위치를 대신 계산해 준 것. 윗코프에게 11세 위 ‘스타 사업가’ 트럼프 대통령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윗코프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되고 싶었다. 그를 롤모델 삼아 몇 년 뒤 브롱크스와 할렘 등에 있는 뉴욕의 저렴한 아파트를 매입하며 부동산 사업에 도전했다. 발목에 리볼버를 차고 직접 임대료를 거두러 다녔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 시장은 1987년 블랙 먼데이(미 증시 폭락) 여파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공실률이 치솟고,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된 틈을 타 윗코프가 승승장구했다. 1995년경부터 투자은행과 손잡고 맨해튼 중심가의 낡은 사무실을 헐값에 사들이며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뉴욕의 여러 랜드마크까지 매입한 자수성가 사업가가 됐다. 당시 그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는 평가와 “무리한 대출을 끼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그는 ‘터프 가이’를 좋아해 이 시절 경찰 출신 유명인 보 디틀과 할렘에서 어울렸다고 한다. 주간 뉴욕옵저버는 당시 윗코프의 책상에 책 ‘터프한 유대인’이 올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1930년대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한 유대계 갱단을 다룬 책으로 “유대인은 유약하다”는 미국 사회의 인식을 뒤엎는 책이었다. 윗코프는 1957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동유럽계 유대인이다. 이스라엘군(IDF)에서 사용하는 특공무술 ‘크라브마가’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의 인간적 매력과 사업 수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곁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윗코프의 깜짝 발탁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를 두고 “탁월한 협상가이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을 갖춘 호감형 인물”이라고 전했다. 윗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며 쌓은 우정은 2021년 1·6 의사당 난입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그는 등을 돌리지 않은 몇 안 되는 뉴욕 친구였다. 이에 신임을 사게 됐다고 한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윗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다음으로 진정한 ‘내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디애틀랜틱에 말했다. ●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디애틀랜틱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봄 중동 특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함께 셋이 골프를 치던 도중 나온 이야기였다. 그레이엄 의원이 윗코프에게 “상원의원에 도전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윗코프가 “전혀 관심이 없고, 중동 문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라”고 화답했다. 중동 특사를 자처한 이유는 요절한 장남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윗코프는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나의 잃어버린 아들 앤드루가 나를 이 길로 인도했다”며 “이 일은 정말 가치 있고 절대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망자를 잃은 슬픔을 선행으로 승화하는 유대인의 미츠바(mitzvah) 전통이 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인질 가족들과 정서적 유대가 깊다. 백악관에서 면담을 기다리던 인질 가족들을 데리고 유명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한 일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질 가족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전쟁을 무의미하게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로 인질 문제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휴전에 응하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여론을 보면 (전쟁 지속보다) 휴전과 인질 석방을 지지하는 쪽이 오히려 더 많다”고 말했다. 윗코프는 네타냐후 총리의 의견보다 이스라엘 여론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이스라엘을 배제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직접 접촉한 것. 트럼프 대통령의 승낙 하에 윗코프가 전례 없는 시도에 나서자, 네타냐후 총리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토록 이스라엘과 분리된 정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윗코프의 시도는 성공했다. 하마스는 12일 마지막 남은 생존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22)를 석방했다. 바로 다음 날 윗코프는 직접 텔아비브의 병원을 찾아 알렉산더를 만났다. 그리곤 지난 14년간 늘 목에 걸고 다니던 다윗의 별 목걸이를 알렉산더에게 선물했다. 목걸이는 먼저 떠나보낸 장남 앤드루의 유품이었다. 앤드루는 2011년 22세의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더에게 앤드루의 목걸이를 주며 “하고 다녀준다면 내 아들에게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대통령이 전폭 지지하는 대담한 외교관4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윗코프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에는 ‘외교 협상 대리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윗코프의 협상가로서의 자질을 높게 평가해 그에게 중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윗코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것. 그가 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것도 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윗코프는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과도 같은 존재”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 어떤 왜곡 없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올 2월 의료용 대마초 소지로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 교사 마크 포글의 석방을 코앞에 두고 문제가 생겼을 때 윗코프는 놀라운 선택을 내렸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포글을 데리고 전용기에 탑승해 출발을 앞두고 있는데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급히 전화해 “맞교환할 러시아인 수감자가 후환이 두려워 본국 송환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하자, 윗코프는 혹여 일이 틀어질까 러시아 측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즉각 전용기를 이륙시켰다고 한다. 미 대통령이 미국 외교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에서 최측근을 활용하는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법무장관이던 동생 로버트를 통해 주미 소련 대사와 비공식 외교 채널을 가동해 위기를 넘겼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1971년 중국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와 극비리에 접촉해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초석을 놨다. 윗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트럼프 1기 백악관 고문이던 제러드 쿠슈너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쿠슈너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아랍국과의 수교(아브라함 협정)를 주도했다. 그런데 윗코프는 중동에 러시아까지 상대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진짜’ 국무장관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 어떤 외교적 훈련도 받지 않은 그가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등 국무장관이 할 법한 일까지 맡자 미국 안팎에서는 우려가 크다. 전문성은 어떻게 보완하고 있을까.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내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프랑스의 행동주의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 등 유럽권 인사들에게 가자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와 서적도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는 강한 비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쿠슈너는 윗코프가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윗코프는 14일 공개된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시리아, 리비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문제에 조만간 성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 “매우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역사적 양보를 해야 하는 위기 지점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그럴 때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역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에서 얻은 교훈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거래란 결국 양측 모두 어느 정도 공정하다고 느끼는 지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나는 평생 그 일을 하며 살아왔다.”24화 요약: 장남을 약물로 잃은 유대계 자수성가 사업가 스티브 윗코프는 중동과 러시아를 넘나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전면에 나섰다. ‘그림자 국무장관’으로 통하며 “외교는 거래”라는 철학을 가졌다. 외교 관례를 깨는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그는 각종 난제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거센 논란의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식 정부 구조조정’을 이끈 미국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있다. DOGE는 최소 2조 달러에 달하는 연방 예산을 절감하겠다던 머스크의 호언과 달리 1600억 달러(약 223조8700억 원)를 삭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머스크가 DOGE에 영입한 이른바 ‘머스크 키즈’들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예산 삭감은 물론이고 규제 개편, 불법 이민자 추방, 인력 감축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계속 이행해 나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산 삭감은 기대 이하, AI 등 활용해 2차 구조조정 추진 DOGE는 출범 100일 만에 대부분의 연방기관을 상대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신속하고 냉정한 실리콘밸리식 구조조정으로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이었던 공직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팔로어가 2억 명이 넘는 자신의 X에 연방기관을 ‘범죄 조직’이라고 칭하며 비판했다. 특히 국제개발처(USAID)에 대해 “이제는 죽어야 할 때”라며 초유의 해체 작업을 벌였다. 올 2월에는 230만 명의 연방 공무원에게 “지난주에 한 5가지 업무 성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사직 의사로 간주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DOGE는 이미 30건 이상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요란했던 예산 삭감 과정에 비해 성과는 기대 이하란 평가가 많지만, DOGE가 연방정부 ‘침투’에 성공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다. DOGE는 ‘머스크 충성파’로 구성된 100명 이상의 실무자를 각 기관에 파견해 사실상 그동안 공개가 안 된 내부 민감 정보를 확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DOGE 실무자들 대부분은 머스크 퇴장 후에도 정부 각 기관에 남아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DOGE는 AI 기술을 본격 활용하는 2차전에 돌입했다.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DOGE는 “과도한 규제를 타파하겠다”며 AI 분석으로 주택도시개발부(HUD) 규제의 적법성을 평가하려고 시도했다. 또 공무원을 대체할 ‘AI 직원’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영화 속 ‘감시 사회’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DOGE가 불투명하게 운영돼 데이터 악용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DOGE 담당할 듯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정한 DOGE 운영 기한은 내년 7월까지다. 머스크가 물러난 뒤에는 그 역할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49)이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유일하게 같은 직책으로 복귀한 인사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보트가 연방정부 개편의 설계자이고, 머스크는 얼굴”이라고 평가했다. 보트는 연방정부의 힘을 빼고 대통령과 백악관의 권한을 최대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방정부가 좌파 관료들에게 장악당했다며 ‘딥 스테이트(그림자 정부)’ 해체도 이전부터 주장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공동 집필했고, 취임 첫날 쏟아낸 행정명령 초안 작성에도 깊숙이 관여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론 머스크 같은 평생의 파트너이자 친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갖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현지 시간)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압둘라 알 스와하 사우디 통신 및 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사우디와 미국의 기술 분야 협력을 이끄는 개척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머스크는 이날 행사 무대에도 직접 등장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타링크가 사우디에서 해상 및 항공 용도로 공식 승인됐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관련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운영하는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다. 최근 스타링크는 미국 밖에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장 개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의 사우디 순방 동행에 대해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그에게 여전히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머스크 ‘특별 공무원’ 신분 30일 종료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 직후 머스크는 최대 130일의 근무 시한을 갖는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DOGE를 이끌었다. 이달 30일 근무 시한 만료를 앞두고 테슬라 경영 복귀를 선언한 것. 지난해 그가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하기 시작한 뒤 세간에선 ‘두 터프가이가 언젠가 크게 충돌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두 사람 모두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억만장자 사업가인 데다 예측하기 힘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금까진 큰 잡음 없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적인 고별인사’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여론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원한다면 더 (백악관에) 머물러도 된다”고 화답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DOGE 활동을 통해 다양한 연방정부 관련 인력, 예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600억 달러(약 223조8700억 원)의 연방정부 예산을 절감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당초 목표엔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오히려 머스크의 공직 활동은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평가가 많다. DOGE의 대규모 예산·인력 삭감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며 미국과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급감했다. 올 4월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영국에서 68%, 덴마크에서 67%, 네덜란드에서 74%, 스웨덴에서는 81% 줄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올 1분기(1∼3월) 테슬라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15.1% 감소했다. 테슬라 주가는 전 고점 대비 53% 이상 급락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고 테슬라 경영에 다시 집중하고 있지만, 떨어진 브랜드 인지도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 떠나 ‘스타베이스’에서 왕 노릇 하나 DOGE 수장에서 물러난 머스크가 당분간 관심을 집중할 사안으로는 미 텍사스주 최남단에 있는 신도시 ‘스타베이스’ 건설이 꼽힌다. 3일 텍사스주 캐머런 카운티는 보카치카 지역을 ‘스타베이스’시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 스타베이스로 편입된 구역은 4.6km² 규모로, 주민 283명 대부분이 스페이스X 직원이다. 신임 시장으로는 스페이스X 부사장인 보비 페든이 당선됐다. 이 도시 보카치카 대로에는 2.7m 높이의 머스크 흉상이 서 있다. 머스크에게 ‘스타베이스’는 대규모 공동체 실험이자, 정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만든 계획 도시다. 머스크는 2012년부터 이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왔다. 이곳에는 스페이스X 발사 시설과 착륙장, 발사 제어 센터 등이 있다. 인근에 스페이스X 직원들을 위한 집과 식료품 가게, 병원은 물론이고 실험학교인 ‘애드 애스트라(별들을 향해)’까지 지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완전한 ‘머스크표 공동체’로 꾸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베이스 건설과 운용은 머스크가 자신의 최종 목표라고 밝힌 ‘화성 자치 정착촌 건설’을 위한 실험이다. 머스크는 화성에 인구 100만 명이 사는 자치 정착촌을 지어 지구에 있는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2012년 공개했다. 스타베이스는 공식 X 계정에 “도시가 되면 우주에서 인류의 미래를 건설하는 남성과 여성을 위한 최고의 커뮤니티를 계속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100채가 넘는 주택, 식료품점, 학교까지 모두 갖춘 이 공동체는 머스크가 텍사스 중부에서 자신의 산업, 정치적 권력을 통합하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스타베이스의 사실상의 시장이 돼 이 지역의 식민지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뚱뚱이 주사’(비만치료제)가 미국보다 유럽에서 훨씬 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값을 현재보다 30∼80% 낮추라고 제약사에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소비자가 전 세계 제약업계의 ‘호구(sucker)’ 취급을 받으며 비싼 약값을 내고 있다며 반드시 약값 인하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해외보다 비싼 일부 암 치료제의 가격을 낮추려 시도했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반발하고 법원도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무위로 돌아갔다. 그가 이미 한 번 실패했던 이 정책은 물론 부유층 증세까지 동시에 추진하자 일종의 ‘좌클릭’을 시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율 관세 등으로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자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약값 인하-부자 증세 동시 추진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약 2.78배 비싸다.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의 30일분 기준 가격 또한 611달러(약 85만 원)로 스위스(70달러), 일본(35달러)보다 높다.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중개인’들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12일 비만 치료 주사제를 프랑스 파리에서 맞으면 88달러(약 12만3200원)이지만 뉴욕에서 맞으면 1300달러(약 182만 원)가 든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등 진보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약값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하를 추진하자 줄곧 대통령을 비판해 온 샌더스 의원까지 반색했다. 샌더스 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한다. 미국인이 가장 비싼 약값을 지불하는 현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1년에 250만 달러(약 35억 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37.0%에서 39.6%로 2.6%포인트 올리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다. 팁, 추가 근무 수당, 복지 혜택 등에 대한 면세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세가 가뜩이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를 더 늘릴 것이란 우려로 일부 공화당 의원조차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고소득층 증세를 통해 감세 공약을 추진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퓰리즘 성향 점점 강해져” 다만 이런 행보에도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특유의 포퓰리즘 성향을 점점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콜레보라티브’의 리즈 팬코티 정책국장은 FT에 “트럼프는 어떻게 하면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좌파 의제라도 표를 결집할 수 있다면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낙태 의제에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과거 낙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는 처벌하지 말자고 했지만 재집권 후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반발을 의식해 낙태, 마약 의제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 공화당은 법인세 인하, 저소득층 건강보험 축소 등을 거론해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에 내줬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부자 증세 등 민주당 성향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뚱뚱이 주사’(비만치료제)가 미국보다 유럽에서 훨씬 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값을 현재보다 30~80% 낮추라고 제약사에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소비자가 전세계 제약업계의 ‘호구(sucker)’ 취급을 받으며 비싼 약값을 내고 있다며 반드시 약값 인하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해외보다 비싼 일부 암 치료제의 가격을 낮추려 시도했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반발하고 법원도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무위로 돌아갔다.그가 이미 한 번 실패했던 이 정책은 물론 부유층 증세까지 동시에 추진하자 일종의 ‘좌클릭’을 시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율 관세 등으로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자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약값 인하-부자 증세 동시 추진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약 2.78배 비싸다.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의 30일분 기준 가격 또한 611달러(약 85만 원)로 스위스(70달러), 일본(35달러)보다 높다.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중개인’들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 또한 12일 비만 치료 주사제를 프랑스 파리에서 맞으면 88달러(약 12만3200원)이지만 뉴욕에서 맞으면 1300달러(약 182만 원)가 든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등 진보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약값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하를 추진하자 줄곧 대통령을 비판해 온 샌더스 의원까지 반색했다. 샌더스 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한다. 미국인이 가장 비싼 약값을 지불하는 현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1년에 250만 달러(약 35억 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37.0%에서 39.6%로 2.6%포인트 올리라고 제안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다. 팁, 추가 근무수당, 복지 혜택 등에 대한 면세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세가 가뜩이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더 늘릴 것이란 우려로 일부 공화당 의원조차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고소득층 증세를 통해 감세 공약을 추진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퓰리즘 성향 점점 강해져”다만 이런 행보에도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특유의 포퓰리즘 성향을 점점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콜레보라티브’의 리즈 팬코티 정책국장은 FT에 “트럼프는 어떻게 하면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좌파 의제라도 표를 결집할 수 있다면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낙태 의제에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과거 낙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는 처벌하지 말자고 했지만 재집권 후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반발을 의식해 낙태, 마약 의제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 집권 공화당은 감세, 저소득층 건강보험 축소 등을 거론해 2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에게 내줬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부자 증세 등 민주당 성향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해군력 강화에 나선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운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대규모 구축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평안남도 남포항에서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함’의 진수식을 치른 북한이 서해에 이어 동해에서도 군함 건조에 나선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의 또 다른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넘어’ 등이 분석한 관련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청진항에서 길이 약 143m의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 최현함과 비슷한 외형의 이 배는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공·대함·대잠·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지상공격용순항미사일(LACM), 전술 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화물선, 어선 등을 주로 건조했던 청진항에서 군함이 건조되고 있다는 것 또한 북한의 해군력 증강 의지를 보여준다고 38노스는 분석했다. ‘분단을넘어’는 북한이 동종 구축함 총 4척을 동해와 서해에 각각 2척씩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한 최현함 진수식 연설에서 “내년도에도 이런 급의 전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 3월 청진항, 남포항 등 여러 조선소에서 군함 건조에 관한 현장 지도에 나섰다. 최현함은 북한 최대 규모의 5000t급 구축함으로 탄도미사일 등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를 탑재하고 있다. 북한은 주요 항구의 현대화 작업에도 열심이다. 최근 청진항에는 북한군 건설 여단이 사용하는 소형 막사가 들어섰고 부두 앞 부지에도 콘크리트가 깔렸다. 이 외에 남포항, 최근 핵추진잠수함(SSBN)을 건조하고 있는 함경남도 신포항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고 미 노동부가 13일(현지 시간) 밝혔다.3월(2.4%)보다 상승폭이 둔화했고, 2021년 2월(1.7%)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4%)도 밑돌았다.이번 CPI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한 상호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한 뒤 처음 집계됐다.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에도 소비자 물가에 대한 충격은 일단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선,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물품을 대거 선주문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 소비자 물가에 이른바 ‘관세 부과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전망치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전망(0.3%)을 밑돌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해군력 강화에 나선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운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대규모 구축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평안남도 남포항에서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함’의 진수식을 치른 북한이 서해에 이어 동해에서도 군함 건조에 나선 것이다.12일(현지 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의 또 다른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넘어’ 등이 분석한 관련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청진항에서 길이 약 143m의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 최현함과 비슷한 외형의 이 배는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공·대함·대잠·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지상공격용순항미사일(LACM), 전술 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화물선, 어선 등을 주로 건조했던 청진항에서 군함이 건조되고 있다는 것 또한 북한의 해군력 증강 의지를 보여준다고 38노스는 분석했다.‘분단을넘어’는 북한이 동종 구축함 총 4척을 동해와 서해에 각각 2척씩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한 최현함 진수식 연설에서 “내년도에도 이런 급의 전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 3월 청진항, 남포항 등 여러 조선소에서 군함 건조에 관한 현장 지도에 나섰다. 최현함은 북한 최대 규모의 5000t급 구축함으로 탄도미사일 등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를 탑재하고 있다. 북한은 주요 항구의 현대화 작업에도 열심이다. 최근 청진항에는 북한군 건설 여단이 사용하는 소형 막사가 들어섰고 부두 앞 부지에도 콘크리트가 깔렸다. 이 외 남포항, 최근 핵추진잠수함(SSBN)을 건조하고 있는 함경남도 신포항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과 중국 모두 (양국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원치 않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상호관세를 향후 90일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한 사실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전쟁을 벌여 왔던 두 나라는 이날 전격적으로 관세 인하 및 유예를 발표하며 ‘휴전’을 선언했다. 이는 올 1분기(1∼3월)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미국, 부동산 시장 및 내수 침체에 고전하는 중국 모두 이대로 가면 공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자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가진 두 나라의 무역 단절이 야기한 피해가 엄청나다는 점을 두 나라 모두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양국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등 미국에 취한 비(非)관세 보복 조치 또한 대부분 중단하거나 취소하기로 했다.● 美-中 “통상 대화 메커니즘 구축”두 나라는 10, 11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약 18시간에 걸쳐 통상 협상을 벌였다. 이후 12일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일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125%(올 2, 3월 부과한 ‘펜타닐 관세’ 20% 제외) 중에 24%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91%는 취소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펜타닐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추가 관세 및 전 세계에 일괄 부과한 10% 등 30%의 관세만 남긴다는 뜻이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115%포인트 인하됐다.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115%포인트)으로 내렸다. 대미 관세율은 기존 125%에서 10%로 낮아진 것. 두 나라는 향후 통상 의제를 의논할 고위급 협의체도 만들기로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 베선트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필요에 따라 실무급 협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에 펜타닐 단속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책상 위 설탕을 조금 집어든 후 “이 정도 펜타닐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더 집어들고 “이 정도면 스위스 국민 전체를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 미국 측이 줄곧 불만을 제기했던 중국의 금융 및 농산물 시장 개방, 위안화 가치의 인위적인 하락 유도,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술 스파이 의제 등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 온도 차 다만 양국이 최종 관세율을 합의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은 1조2000억 달러(약 1700조 원)의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관세를 계속 부과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반면 허 부총리는 11일 협상 직후 “미국이 중국의 권익을 침해한다면 단호히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WTO의 틀 안에서 이견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양국의 무역 긴장 완화 소식에 이날 위안화 가치는 상승했다. 한때 7.30위안대를 넘나들었던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12일 오후 7.20위안대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향후 12개월간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를 기존 7.35위안에서 7.0위안으로 낮췄다.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해 왔다. 이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매우 치밀하고 거친(tough) 협상가들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0, 11일(현지 시간) 진행된 미중 고위급 통상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협상단을 높게 평가했다. 양측이 관세 115%포인트 인하에 전격 합의하는 깜짝 성과를 내자 허리펑(何立峰·70)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통한다.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꼽히며 대표적인 국내파 경제 관료다. 반면 리청강(李成剛·58)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와 랴오민(廖岷·57) 재정부 부부장은 영어에 능숙한 유학파 국제금융통이다. 미국 대표단과 접점도 많다. 리 대표는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서 중국 대표로 근무했다. 랴오 부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통상협상 때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그리어 대표와 안면을 텄다. 리 대표는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랴오 부부장은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펜타닐 등 마약 문제 담당으로 협상단에 합류한 왕샤오훙(王小洪·68) 공안부장도 주목을 받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마약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왕 부장에게 공을 돌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매우 치밀하고 거친(tough) 협상가들이다.”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0, 11일(현지 시간) 진행된 고위급 통상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협상단을 높게 평가했다. 양측이 관세 115%포인트 인하에 전격 타결하는 깜짝 성과를 내자 허리펑(何立峰·70)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허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통한다.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꼽히며 대표적인 국내파 경제관료다. 반면 리청강(李成剛·58)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와 랴오민(廖岷·57) 재정부 부부장은 영어에 능숙한 유학파 국제금융통이다. 미국 대표단과 접점도 많다. 리 대표는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본부(WTO) 본부에서 중국 대표로 근무했다. 랴오 부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통상협상 때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그리어 대표와 안면을 텄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이들과 “매우 좋은 개인적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리 대표는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랴오 부부장은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펜타닐 등 마약 문제 담당으로 협상단에 합류한 왕샤오훙(王小洪·68) 공안부장도 주목을 받았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마약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왕 부장에게 공을 돌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자력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고,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방 안전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또 행정명령 초안에는 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을 비롯한 핵연료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재건하기 위한 계획과 새 원자로 승인 절차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초안에서 “2017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원자로의 87%가 러시아와 중국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될 수 없으며, 미국의 ‘원자력 르네상스’에 시동을 걸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최근 30여 년간 미국에서 건설된 신규 원전이 3기에 불과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원전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영국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처음으로 여성이 기용된다. MI6 창립 116년 만에 첫 여성 국장이다.1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MI6의 리처드 무어 국장이 올가을 퇴임을 앞둔 가운데 차기 국장 후보군 3명이 모두 여성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조직이던 MI6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이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가 MI6의 18대 국장 선출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면접을 마쳤으며, 내부 승진 혹은 외부 인사 발탁을 두고 고심 중이다. 래미 장관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조만간 후임 국장을 낙점할 예정이다.최종 후보군에는 MI6 여성 요원 2명과 ‘중국통’ 외교관인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64·사진)가 선정됐다. 여성이 최종 후보에 오른 일도 1909년 MI6 설립 후 처음이다. 5년 전 17대 국장 선발 당시에도 여성이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종 후보군엔 남성만 포함돼 있었다.그동안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MI6는 16대 국장 알렉스 영거와 17대 무어 국장을 거치며 여성 요원을 늘렸다. 특히 무어 국장은 올 3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MI6는 철저히 능력만 보고 채용한다. 여성 요원이 재능에 걸맞은 성공을 이루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I6 내 여성 간부 비율은 최근 부쩍 높아졌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국장급 간부 4명 중 부국장, 작전 담당 국장, 기술 담당 국장 등 3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3대 정보기관 중에선 MI6만 여성 국장이 없었다. 신호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2023년 첫 여성 수장을 배출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맡은 MI6 국장 ‘M’은 영국 국내정보국(MI5) 최초의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1992∼1996년 재임)을 모델로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MI6 차기 국장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우드워드 대사다. 하지만 그는 정보기관 근무 경력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예일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친 뒤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1994년 외교부에 들어왔다.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7∼2009년 부대사, 2015∼2020년 대사로 각각 활동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참상을 알려온 활동가로 유명한 마르고트 프리틀렌더(사진)가 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4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거주했던 유대인인 프리틀렌더는 1944년 나치에 붙잡혀 체코의 한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 부모와 남동생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프리틀렌더는 종전과 함께 풀려난 뒤 수용소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재봉사와 여행사 직원으로 일했다. 1997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76세의 나이로 동네 문화센터에서 회고록 쓰기 수업을 듣다 활동가로서 인생 2막을 살게 됐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하임베(Heimweh·그리움)라 부르지 마세요’가 2004년 공개됐고, 자서전도 2008년 출간됐다. 독일 국적을 회복해 2010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했고, 다양한 홀로코스트 관련 활동을 벌이며 “피부색이나 종교를 떠나 모두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별세 이틀 전에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 기념행사에 연설자로 나섰다. 세상을 떠난 날에는 독일 최고 훈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려는 목적인 큰 것으로 풀이된다.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자력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고, 원자력 발전소(원전)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방 안전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또 행정명령 초안에는 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을 비롯한 핵연료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재건하기 위한 계획과 새 원자로 승인 절차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초안에서 “2017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원자로의 87%가 러시아와 중국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될 수 없으며, 미국의 ‘원자력 르네상스’에 시동을 걸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최근 30여 년간 미국에서 건설된 신규 원전이 3기에 불과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원전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영국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처음으로 여성이 기용된다. MI6 창립 116년 만에 첫 여성 국장이다.1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MI6의 리처드 무어 국장이 올 가을 퇴임을 앞둔 가운데 차기 국장 후보군 3명이 모두 여성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조직이던 MI6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가 MI6의 18대 국장 선출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면접을 마쳤으며, 내부 승진 혹은 외부 인사 발탁을 두고 고심 중이다. 래미 장관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조만간 후임 국장을 낙점할 예정이다.최종 후보군에는 MI6 여성 요원 2명과 ‘중국통’ 외교관인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64)가 선정됐다. 여성이 최종 후보에 오른 일도 1909년 MI6 설립 후 처음이다. 5년 전 17대 국장 선발 당시에도 여성이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종 후보군엔 남성만 포함돼 있었다.그동안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MI6는 16대 국장 알렉스 영거와 17대 무어 국장을 거치며 여성 요원을 늘렸다. 특히 무어 국장은 올 3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MI6는 철저히 능력만 보고 채용한다. 여성 요원이 재능에 걸맞는 성공을 이루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MI6 내 여성 간부 비율은 최근 부쩍 높아졌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국장급 간부 4명 중 부국장, 작전 담당 국장, 기술 담당 국장 등 3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Q’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기술국 간부 3명도 모두 여성이다.영국의 3대 정보기관 중에선 MI6만 여성 국장이 없었다. 신호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2023년 첫 여성 수장을 배출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맡은 MI6 국장 ‘M’은 영국 국내정보국(MI5) 최초의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1992~1996년 재임)을 모델로 했다. 실제 MI6 국장은 초대 국장 맨스필드 스티브커밍의 이니셜을 따 ‘C’로 불린다.더타임스에 따르면 MI6 차기 국장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우드워드 대사다. 하지만 그는 정보기관 근무 경력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예일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친 뒤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1994년 외교부에 입부했다.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7~2009년 부대사, 2015~2020년 대사로 각각 활동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참상을 알려온 활동가로 유명한 마르고트 프리틀렌더(사진)가 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3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거주했던 유대인인 프리틀렌더는 1944년 나치에 붙잡혀 체코의 한 강제수용소에서 수감됐다. 부모와 남동생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프리틀렌더는 종전과 함께 풀려난 뒤 수용소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재봉사와 여행사 직원으로 일했다. 1997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76세의 나이로 동네 문화센터에서 회고록 쓰기 수업을 듣다 활동가로서 인생 2막을 살게 됐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하임베(Heimweh·그리움)이라 부르지 마세요’가 2004년 공개됐고, 자서전도 2008년 출간됐다. 독일 국적을 회복해 2010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했고, 다양한 홀로코스트 관련 활동을 벌이며 “피부색이나 종교를 떠나 모두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별세 이틀 전에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 기념행사에 연설자로 나섰다. 세상을 떠난 날에는 독일 최고 훈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푸틴이랑 휴가를 가든 말든, 트럼프가 뭘하든 상관 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미국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70)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9)의 ‘외교 스타일’에 적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공화당 전통 매파의 대표주자였다. ‘보수 거목’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함께 전 세계를 누볐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후 달라졌다. 골프장에서 쌓은 우정을 발판 삼아 충성파로 변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이견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내쳐지지 않고 입지를 지키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이 트럼프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살펴봤다. ● 선거 준비의 시작은 지역구 관리그레이엄 의원은 4선 연방 상원의원이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고, 상원 총 100석 가운데 3분의 1씩 2년에 한번 선거를 치른다. 그레이엄 의원은 내년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이유가 공천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철저히 경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를 유권자 투표로 결정한다. 방식은 주마다 다르지만 유권자가 선택한 인물이 후보로 나서게 된다. 당내 경선이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관문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당 지도부가 밀어주지 않는 인물이 경선에서 이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뉴저지주에서 앤디 김 당시 하원의원은 지역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당내 기득권 개혁”을 내세웠다. 그 결과 경선(프라이머리)에서 득표율 81%를 얻었고, 본선에서도 승리해 상원에 입성했다.지역구 기반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도 종종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자,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는 켄터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어깃장을 놨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농부들을 위한 거액의 보조금을 약속했다.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며 정치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유권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충실한 후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주는 후보자가 경선에서 탈락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의 ‘지지 선언(endorsement)’이 사실상 공천처럼 된 것이다.그레이엄 의원이 대표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딥사우스(백인 보수층이 많은 남동부)’의 핵심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사업가 마크 린치가 그레이엄 의원에 도전장을 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3월 이미 그레이엄 의원을 공식 지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전그레이엄 의원은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모욕을 주고받았다. 2016년 대선에서도 제3당 후보 에반 맥멀린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180도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극적인 화해를 했다. 2019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치적 결혼 관계냐’고 묻자 “아, 세상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같이 골프도 치고, 나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했다. ‘아첨꾼’이라는 지적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잘못 다루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개입하기 위해 변절자라는 비판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정책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실제로 그레이엄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100% 순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의 매파 기조를 가능한 만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그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한다면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지한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내놨다. 올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그와 협조하는 이유에 대해 “그레이엄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성적인 미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 처세술과 ‘정치의 기술’ 사이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 올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직후,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이너서클 진입을 통해 보상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have the president’s ear)’는 평가를 얻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부탁을 주고받는 사이다. 이 연극의 끝에서 트럼프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고, 나는 그가 나라에 좋은 방식으로 성공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데 계기를 마련한 인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3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한 뒤로 러시아에 각을 세우고 있는데, 둘 사이 다리를 놓은 인물이 그레이엄 의원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를 설득할 유럽 정상을 물색하던 중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스투브 대통령과 손잡았다는 것이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투브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나란히 앉았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을 맹비난했다. ● “그레이엄은 필요할 때 곁을 지켰다”강경 트럼프 지지층은 여전히 그레이엄 의원이 ‘이름만 공화당(RINO)’이라고 비난한다. 마가와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시늉만 내는 위선자라는 뜻이다. 이들을 의식해 그는 최근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타운홀(지역 유권자와 질의응답하는 행사)에선 “유럽이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에 경도됐다”고 비꼬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영토를 일부 포기하는 현실적인 종전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지층 일각의 불신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충성심을 높게 사고 있다고 한다. 올 3월 그는 “내가 필요할 때 항상 곁에 있어줬다”며 그레이엄 의원의 5선 도전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선보인 ‘정치의 기술’을 인정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석했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에게 이같은 말을 건넸다. “이건 정말 위험한 사업입니다. 한 번 실수하면 끝장이죠. 펑.”23화 요약: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략적 관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외교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 시각을 대변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충성심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 일원으로서 지역구 유권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내년 재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