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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 불리며 미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해 온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규정에 따르면 DOGE 수장은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에서 365일 중 최대 130일만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OGE 수장으로서 머스크의 임기는 이달 30일 종료된다. 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과 월권 행위 등으로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한 것이 임기를 한 달 남겨 놓은 상황에서 미리 ‘사임 의사’를 밝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머스크 리스크’가 커지면서 테슬라 이사회가 그를 대신할 CEO 후보군까지 물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가 모자’ 두 겹 쓰고 사임 인사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정식으로 사임 인사를 전했다. 당시 그는 ‘DOGE’가 새겨진 검은 모자 위에 ‘미국만(GULF OF AMERICA)’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겹쳐 썼다. 또 “미국 국민들은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그리고 합리적 지출을 위해 투표했고 첫 100일 동안 엄청난 성과가 이뤄졌다”며 “이 정권이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도움에 우리 모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눈을 뜨게 해 줬다”고 치켜세웠다. 머스크가 연방정부에 대해 기업식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조직 축소, 인력 감축, 프로젝트 종료 등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이 머스크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기간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2기 행정부의 ‘스타’로 떠올랐다. 민간 기업인 신분임에도 특별 공무원으로 채용됐고, 백악관에서 일하며 월권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경제 사령탑’ 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테슬라 순이익 71% 추락, 조직적 불매운동 발생 최근 테슬라의 경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머스크는 백악관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71%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의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급격한 구조조정 추진, 나치식 인사 등 극우 논란이 맞물려 테슬라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반(反)머스크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며 불매 운동과 차량 테러, 판매점 공격이 잇따랐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산 테슬라가 부끄럽지만 팔 방법이 없다”며 테슬라의 T자 엠블럼을 차에서 떼 내거나, ‘난 일론이 미치기 전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에 대해 반감이 확산되면서 유럽, 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매출도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조5000억 달러(약 2144조 원)까지 올랐던 테슬라 시가총액은 최근 약 9000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테슬라의 어려움이 커지자 지난달 22일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후임자를 찾는 데 진지하게 나섰다”고 전했다. WSJ는 “약 한 달 전 이사회는 테슬라의 차기 CEO를 물색하기 위해 주요 헤드헌팅 회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최고위직에 변화가 생긴다면 테슬라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WSJ의 보도 뒤 테슬라는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X에 올려 “이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머스크 역시 “WSJ가 의도적으로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고 주장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는 (관세 협상국에) 예의를 지키고 싶고, 정중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등 우선 협상국과의 합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그는 공격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30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0.3%(연율 기준)로,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고관세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협상 상대국에 대한 압박 의사 드러내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고 있다”며 “인도, 프랑스, 스페인에서 오고, 중국에서도 온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같이 주장한 것.그는 또 “우린 거래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에게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상품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상품의 일부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그냥 가격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이 조속한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집회를 연 곳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이다. 주민 중 많은 수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다. 또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시설이 자리 잡은 미시간주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최근 보수 지지층에서도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시간주를 집회 장소로 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고관세 역풍으로 1분기 GDP 마이너스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수십 년간 디트로이트를 망치고 베이징을 키워 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는 백악관에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투사’가 있다”고 외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ABC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뜯어먹었고, (145% 고율 관세는) 그들이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 “나는 유세 기간부터 ‘전환기’를 예고했다”며 “다들 힘든 시기를 예견하지만 나는 (결국)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경제지표는 심상치 않다. 30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미국 GDP ―0.3%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율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 기업들이 수입품 재고를 크게 늘린 영향이 컸다고 이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3월 상품수지 적자는 1620억 달러로 전달 대비 9.6% 급증했다. 3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부 지출이 줄어든 것도 GDP 감소로 이어졌다고 FT는 짚었다. 이날 1분기 GDP 발표 여파로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주식 선물 가격이 하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것은 관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썼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나는 (관세 협상국에) 예의를 지키고 싶고, 정중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등 우선 협상국과의 합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그는 공격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통상협상 상대국에 대한 압박 의사 드러내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고 있다”며 “인도, 프랑스, 스페인에서 오고, 중국에서도 온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같이 주장한 것.그는 또 “우린 거래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에게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상품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상품의 일부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그냥 가격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이 조속한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집회를 연 곳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이다. 주민 중 많은 수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다. 또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시설이 자리잡은 미시간주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최근 보수 지지층에서도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시건주를 집회 장소로 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전 대통령을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조롱하며 “(그가) 1년만 더 집권했어도 이 나라는 사라졌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우리가 급진 좌파를 끝장냈다”고 했다. 고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불법체류자 유입 등의 책임도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자신의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을 훨씬 많이 인터뷰하는 ‘가짜 조사’라고 주장했다. 4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이 “(실제로는) 60∼70%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집중 공격’ 이어가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수십 년간 디트로이트를 망치고 베이징을 키워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는 백악관에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투사’가 있다”고 외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ABC 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뜯어먹었고, (145% 고율 관세는) 그들이 자초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매기는 건 사실상 금수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관세 여파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이 관세를 흡수할(eat)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인 중국이 관세 부담을 떠안을 거라는 얘기다.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서도 “나는 유세 기간부터 ‘전환기’를 예고했다”며 “다들 힘든 시기를 예견하지만 나는 (결국)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과 무역협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고 일본과도 상당한 논의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00일을 맞은 29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한국, 일본,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상 합의 발표가 언제쯤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나라들이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한국과 일본같이 선거를 앞둔 나라와의 협상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 나라들은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한 뒤 선거 운동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6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7월 패키지 협상’을 주장해 왔던 기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집권 100일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에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베선트 “韓, 6월 대선 전 협상 타결 원해” 베선트 장관은 한국, 일본 등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선 후 무역 협상 타결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반대로 보고 있다. 이들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인 협상을 이뤘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무역 협상의 틀을 선거 전에 마련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8일 폭스비즈니스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국가와 관세 인하가 포함된 대규모 무역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 베트남, 유럽연합(EU) 등이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회담 후 취재진에게 “한국 측과 성공적인 양자 회동을 했다”며 ‘A Game’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측이 최선의 협상 실력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관세 협상 같은 중대한 협상은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반발했었다. 정부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2 한미 협의 때 우리는 대통령 선거 일정도 있고, 국회에 설명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 측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관세 협상에 관한 질문을 받자 “시간이 지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중국 측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車 관세 완화 전망 AP통신 등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 2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30일 오전 7시) ‘자동차산업의 메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머콤카운티에서의 연설을 통해 자동차 관련 관세 완화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업계에 크게 △25%의 완성차 관세 외 추가 관세 철폐 △이미 납부한 이중 관세 환급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는 25%의 외국산 자동차 부품 관세 일부 환급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부품 관세 환급은 첫 1년 차에는 자동차 가격의 3.75%를, 2년 차에는 2.5%만큼을 환급해 준 뒤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관세 후퇴가 업계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에 따른 조치라고 평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부품 60%가 수입품이며, 수입 부품 비중이 적다는 테슬라마저도 전체 부품의 25∼40%가 수입품일 정도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다. 관세로 미 자동차 소비자가격이 평균 6000달러(약 858만 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 불만 역시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정책 완화 보도가 나오자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 등은 즉각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다소 걱정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약 82억2200만 달러(약 118조 원)였다. 더욱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1만7000곳의 약 44.7%는 연 매출이 3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이어서 관세 부담이 컸다.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 등 완성차 업계 또한 부품 관세가 완화되면 차량에 투입되는 수입 부품의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트럼프 참모들이 ‘설득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28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이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참모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상호관세가 과도해 미국 경제에 가할 위험을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이에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맞춰 설득 전략을 짰다는 것.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같은 관세 강경론자가 배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 하고 있다. 그가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을 일부러 택해 트럼프 대통령과 급히 회의를 한다는 것. 때로는 나바로 고문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려는 노력까지 기울인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 직전에 들은 의견에 크게 좌우되는 즉흥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한 9일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나바로 고문이 다른 회의에 들어간 틈을 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성명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고 한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의로 가득 채웠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력 기업의 CEO를 사업가로서 존중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최근 “관세를 강행했다가는 2주 내 진열대가 빈다”고 경고한 유통업계 CEO 면담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시청하는 폭스뉴스나 폭스비즈니스뉴스에 자주 출연시켜 경고 메시지를 전하게 하는 것 또한 전략으로 전해졌다. 관세 전쟁에 대한 미화와 아첨도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한 전략이다. 절대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 “천재적 협상” 등이라고 관세 정책을 칭송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업계가 요청하는 완화책을 수용하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러트닉 장관은 “중국과 무역이 전혀 없다면 관세 수입도 전혀 얻지 못할 것”이라고 대중 관세 인하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145% 관세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앤드루 퍼거슨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고급 호텔 ‘워싱턴윌러드인터콘티넨털’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며 ‘막후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 주니어(48·사진)가 백악관 근처 조지타운에 여는 최고급 회원제 사교 클럽 ‘집행부(Executive Branch)’의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최고책임자) 데이비드 색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한 유명 투자자 윙클보스 형제, 백악관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의 아들 잭과 앨릭스, 유명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의 공동 창립자 오미드 말릭 등과 함께 이 클럽을 만들었다. 가입비가 최소 50만 달러(약 7억2000만 원)이며 기존 회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적지 않은 정계 및 재계 관계자들이 가입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원하는 기업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클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직 대통령의 장남이 이해상충 논란이 큰 영리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이 명백한 이해충돌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부’라는 이 클럽의 이름 또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이은 ‘제4의 권력 기구’를 자처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또 ‘오피셜트럼프($Trump)’라는 암호화폐도 직접 만들었다.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동생인 에릭(41) 등 대통령의 자녀들도 암호화폐 업계와 직간접으로 연을 맺고 있다. 앞서 23일 오피셜트럼프($Trump)는 상위 투자자 220명을 다음 달 워싱턴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만찬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상위 25명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및 백악관 VIP 투어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진다. 역시 대통령과의 만남 기회를 사업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백악관 근처에 가입비만 50만 달러(7억2000만 원)에 달하는 고급 사교클럽을 연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대선 후 합류한 벤처투자기업 ‘1789 캐피탈’의 공동창립자 오미드 말릭,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 데이비드 색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한 윙클보스 형제 등과 ‘집행부’(Executive Branch)라는 이름의 사교클럽을 설립한다. 이 사교클럽은 백악관 인근 워싱턴 조지타운에 문을 열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26일 열리는 창립 행사 초대장을 입수해 보도했다. 같은 날 열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만찬에 트럼프 대통령,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 불참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이 이 행사에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레빗 대변인 또한 사교클럽 창립 행사에 참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사교클럽 가입비는 50만 달러로, 기존 회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이미 대기자 명단도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키워나가길 원하는 사업가나 기술 거물들이 언론이나 ‘어중이 떠중이’ 마가 인사들의 눈을 피해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1789 캐피탈에 관여하는 백악관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의 아들 잭과 알렉스도 사교클럽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재집권 100일을 맞는다. 100일을 앞두고 그에 대한 실망스러운 국내외 평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간 전 세계는 관세, 외교, 이민, 타국 주권 개입 등 각종 주제로 연일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주식, 채권, 달러 가치 등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컸다.미국 내에서도 반(反)이민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 등에 반발하는 반트럼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머콤 카운티에서 재집권 100일 기념 집회를 갖는다. 그는 최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대선 캠페인 때 말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자신이 선거 공약을 이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임은 “최근 100일은 미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1분기 성장률 최근 3년간 최저치 전망뉴욕타임스(NYT)가 913명의 미국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묘사하는 단어로 “혼돈(chaotic·66%)”, “무섭다(scary·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NYT는 그의 지지율 42%가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로는 매우 낮은 수치라며 “특히 경제, 이민 의제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지지율 조사 또한 비슷하다. 취임 직전인 올 1월 15일 52%였던 지지율이 23일 44%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등으로 추락한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살려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관세 전쟁으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사람은 50%였다. ‘그의 재집권으로 경제가 개선됐다’는 답변(21%)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반대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무부가 30일 발표할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 0.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2.4%)보다 크게 낮고 2022년 2분기(0.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한국-대만 등 우방국도 “미국 신뢰 약화” 한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같은 동맹에도 관세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해외 원조 활동을 대폭 중단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자유세계 지도자’, ‘안정적인 강대국’이란 미국의 위상과 신뢰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올 4월 한국과 대만 유권자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우방국인 두 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대비 미국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약화됐다. 미국을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비율은 한국에서 14.4%포인트, 대만에서 20.8%포인트 감소했다. ‘북한 혹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도와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닐 것 같다’는 대답도 한국과 대만에서 각각 10%포인트 내외로 늘었다.● ‘역대 최다’ 행정명령 139건 서명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97일 동안 쏟아낸 행정명령이 139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1기 때(33건)와 비교해도 4배가 넘는 것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치다. 분야별로는 경제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절반(19건)이 관세와 관련 있었다. DEI 폐지와 반유대주의 척결 등 보수주의 강조 관련 행정명령도 35건에 달했다. 이어 연방정부 구조조정(28건), 외교안보(18건), 이민(8건) 순이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인공지능(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78)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AI 관련 연구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힌턴 교수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 힌턴 교수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AI는 ‘굉장히 귀여운 새끼 호랑이’와 같다”며 “나중에 자라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다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일상생활에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고 있고, 사람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부족한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 힌턴 교수는 AI가 통제 불능으로 발달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가능성이 10∼20%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AI 빅테크 기업 등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때 자신이 부사장까지 지냈던 구글에 대해서도 “AI 기술을 군사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AI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들이) AI 규제를 줄이기 위해 치열하게 로비하고 있다”며 “기업에 맡겨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이 보유한 연산 자원의 3분의 1을 안전성 연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딥러닝’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펼쳐 온 힌턴 교수는 오픈AI,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AI 연구자들의 스승으로 통한다. 그는 2012년 구글브레인에 입사해 구글의 AI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 구글을 퇴사한 뒤에는 빅테크의 지나친 영리 추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에도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며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출신인 힌턴 교수는 AI 기초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1983년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1980년대부터 캐나다가 국가 차원에서 AI 관련 기초 연구에 파격적인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업성이 부족할 수 있는 기초 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 준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하게 됐다”고 캐나다 매체들에 전했다. 힌턴 교수는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토대가 된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인공지능(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78)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AI 관련 연구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힌턴 교수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힌턴 교수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AI는 ‘굉장히 귀여운 새끼 호랑이’와 같다”며 “나중에 자라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다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일상생활에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고 있고, 사람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부족한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힌턴 교수는 AI가 통제 불능으로 발달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가능성이 10~20%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AI 빅테크 기업 등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때 자신이 부사장까지 지냈던 구글에 대해서도 “AI 기술을 군사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해 실망했다”고 밝혔다.AI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들이) AI 규제를 줄이기 위해 치열하게 로비하고 있다”며 “기업에 맡겨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이 보유한 연산 자원의 3분의 1을 안전성 연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특히 ‘딥러닝’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펼쳐 온 힌턴 교수는 오픈AI,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AI 연구자들의 스승으로 통한다. 그는 2012년 구글브레인에 입사해 구글의 AI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 구글을 퇴사한 뒤에는 빅테크의 지나친 영리 추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에도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며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영국 출신인 힌턴 교수는 AI 기초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1983년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1980년대부터 캐나다가 국가 차원에서 AI 관련 기초 연구에 파격적인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업성이 부족할 수 있는 기초 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준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하게 됐다”고 캐나다 매체들에 전했다.힌턴 교수는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토대가 된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00일 만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성명을 통해 닷새 뒤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가지 가장 중요한 목표인 국경 통제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관세, 종전, 감세 등에 대해서는 “다음 100일에 성과를 낼 것”이라며 “더 많은 미국의 위대함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 날 공개된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첫날에 끝내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농담처럼(in jest)한 말이었다”며 “전쟁을 끝내겠다는 요점을 강조하려고 과장해서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 분야에서 빠르고 광범위한 개혁을 호언장담한 그는 취임 후 94일 동안 행정명령 137개를 쏟아냈지만,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성과를 돌아봤다. ● 지지층 결집에 공들여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유권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 폐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민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대표 성과로 꼽는 밀입국 시도 건수는 실제로 최근 6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DP)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밀입국자 수는 7181명으로 지난해 3월(13만7473명)의 5.2% 수준으로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첫해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무리한 단속을 벌이며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지난달 15일 범죄 이력이 없는 합법 체류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급기야 ‘대법원 불복’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10일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석방을 촉진하라”고 명령했지만 레빗 대변인은 “송환되면 재추방시킬 것”이라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호응을 얻던 정부효율부(DOGE)의 정부 구조조정 작업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효율부는 집권 첫해 삭감 목표치를 15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유세 기간에는 2조 달러 삭감을 공언했으니 90% 넘게 낮춘 것이다. 재정적자로 인한 이자는 불어나는데 지지층 반발을 우려해 사회보장 제도에 손대지 않았고, 삭감했던 각종 예산의 지급도 법원 명령에 따라 재개되며 오히려 조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연방정부 지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대통령 권한 확대26일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례없이 광범위하게 다른 기관들로부터 권한을 빼앗아 대통령직에 집중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나는 권한을 확장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원래 대통령직이 사용되도록 의도된 방식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법원, 언론, 대학, 법률회사(로펌) 등 미국의 주요 기관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정부 조치에 제동을 건 판사를 콕 집어 “탄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유대주의 시정을 이유로 대학 운영 전반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무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법률 대신 서한을 근거로 무리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펌과 대학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으나 장기간 결론이 나지 않아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한 확대 시도를 두고 “트럼프가 왕이 되려 한다”는 거부감도 크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참가한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부활절 전날인 19일에도 전국에서 700건 이상의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가 열렸다. 다음달 2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며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 관세 정책 혼선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2.5%)보다 낮은 2.4%를 기록했다. 희망적인 물가 지표이나 외부 요인인 국제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외교적 이득을 얻고자 희망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규모 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닥쳐올 관세 영향에 다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연준 독립성을 강조하자 그를 교체하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았으나 돌연 “교체할 뜻이 없다”고 돌아섰다. 미 증시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도 2일 발표 후 시장의 거센 반발에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주일 만에 ‘90일 유예’를 발표한 데는 미 국채 가격 폭락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 자경단(vigilantes)’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았다”고 진단했다. 채권 자경단은 1983년 미국 경제학자 에드 야데니가 만든 용어로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에 국채 매도로 맞서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145%의 관세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중 관세율을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또 중국과 매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과 협상 중이라며 유화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사실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속도전을 예고한 것과 달리 준비가 부실해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은 “90일간 90개국과 무역협정을 맺겠다”라고 말했으나 아직 단 한 건의 무역협정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표준 관세협상 양식을 만들어 앞으로 두 달간 18개국과 집중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WSJ가 25일 보도했다. ● Fight, fight, fight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원 팀’을 강조하며 출범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집권 1기 때 겪은 내부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강경 보수 인플루언스 로라 루머(32)와 면담했다. 그리고는 루머가 해임을 요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A) 고위급 인사 6명을 해고했다. 루머는 9·11 테러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인물이다. 하지만 충성심을 인정받아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 번호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대선 기간 그를 차단하려 한 와일스의 노력에도 결국 다시 접근에 성공한 것이다. 참모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9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관세 강경론자인 나바로 고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트럼프 대통령에게 ‘90일 유예’ 발표를 얻어낸 것 또한 기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고문과 만나면 “협상은 없다”는 그의 강경론에 다시 영향을 받아 관세 유예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밖에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자질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은 헤그세스 장관의 부비서실장과 선임 고문 등이 “근거 없는 공격에 축출됐다”며 공개 반발에 나섰다. 민간 메신저 시그널을 사용해 군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헤그세스 장관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배신자 색출’에 나서는 등 국방부 내분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지지율 하락 압박중도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내는 혼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폭스뉴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집권 1기(45%)는 물론 조 바이든(54%), 버락 오바마(62%), 조지 W. 부시(63%) 등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 낮게 나타났다. 최대 강점이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8%로 반대(56%)하는 응답자보다 18%포인트 적었다. 인플레이션(33%), 관세(33%) 등 세부 분야에서도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큰 폭으로 낮았다. WSJ의 제러드 베이커 편집위원은 21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대해 “강한 의지가 돋보였지만 부족한 실력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민 분야에서의 성공을 제외하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권한을 남용하면서 점점 더 스스로 진창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메사추세츠주의 한 독자는 독자투고를 통해 “혼란 자체가 관심을 끌기 위한 트럼프식 리얼리티 쇼 특유의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가지가 우려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허둥대지 않고 있고, 트럼프식 혼란에 지친 중도층의 눈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반트럼프 시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민주당 하원의원)의 재앙적인 강경 좌파 정책조차 질서가 있다는 점에서 유능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정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21화 요약: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통제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성과로 내세웠지만, 관세 정책, 정부 구조조정 등 국정 운영 전반에서 혼선과 반발에 직면했다. 내부 분열과 지지율 하락도 심화하고 있다.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식 혼란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길 위험도 제기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반도체와 의료 장비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보복관세를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CNN과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방위비 분담을 관세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 이후 중국이 한 발짝 양보한 가운데 미국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자는 한국, 일본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2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의 태스크포스(TF)가 관세 면제를 위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기업들에 필요한 (면세) 품목 제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당국으로부터 면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모리 칩을 제외한 8종의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가 철회된 사실을 관련 기업들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해당 8종의 품목에 대해선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2, 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답하는 등 유화 메시지를 냈다. 그는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게 그(시 주석)의 약함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中, 의료장비-에탄도 보복 철회 검토… “통상전쟁 최악 벗어난 듯”[한미 2+2 통상협의]中, ‘125%’ 대미관세 일부 철회 트럼프 “관세와 軍문제 연계 안해”韓-日의 ‘투 트랙’ 요청 받아들여이에 대해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은 타임 인터뷰 공개 15분 후 “결코 양국 간에 진행 중인 협상이나 담판이 없고,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선 안 된다”는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을 X 계정에 올렸다. 마이클 하트 주중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중국 내 공급망이 끊기는 품목이 무엇인지를 회원사들에 물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자국 내 80여 개 외국 기업,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미국산 수입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일부 품목 면세는) 미중 통상 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전으로, 이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중국이 125%의 보복 관세 철회를 검토하는 미국산 제품에는 의료 장비, 에탄 등 산업용 화학물질, 액화천연가스(LNG), 항공기 임차료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수입하던 미국산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당장 대체하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일부 공장이 미국산 에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이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131개 품목 목록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이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의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450억 달러(약 64조7000억 원)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대(military)는 우리가 다룰 또 다른 주제이나, 그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5일 타임 인터뷰에서도 “(비관세 장벽 등) 상대 국가가 우리를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군사비 문제는 별도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쓰며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방위비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선호해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일본의 ‘투 트랙’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미 통상 협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측에서)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상호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한미 간 인식을 공유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협의를 갖고 협상 범위와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협상 속도를 놓고는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미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각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과도 회담 중이고 모든 기업 및 국가들과 잘 진행되고 있다. 3∼4주 내 무역협상 200건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 후 일부 국가들이 (협상 내용의) 조정을 요구한다면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6월 조기 대선 이후 포괄적 합의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선 협의를 서두르려는 미국과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가시화되면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다음 주부터 ‘기술적 세부 사항’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에게 “우린 지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아주 성공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한미)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세부 사항(technical terms)’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 ‘양해 관련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양해 관련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 당장 다음 주에 한미 간 잠정 합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인도 등과 ‘잠정 합의’ 형태의 양해각서 등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 등 어떤 내용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의 ‘양해 관련 합의’ 표현에 대해 “앞으로 (통상) 협의의 틀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또 협의를 어떤 체계로 할 건지 등을 (오늘)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말한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안 장관은 “(한미 간) 실무협의가 다음 주에 개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치 일정과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앞으로 협의에 있어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요청한 것이다.● ‘최선의 제안’ 표현 “조선 협력 공감대 나타낸 듯”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 대표단은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우리가 판단하기론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미국이)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 협력 관련 제안 말곤 정부가 이날 추가로 미국에 약속한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한미 협상단은 기념 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무늬가 새겨진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 주화’를 전달해 조선 강국 이미지를 부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국이 반도체와 의료 장비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보복 관세를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CNN,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방위비 분담을 관세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 이후 중국이 한 발짝 양보한 가운데, 미국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자는 한국·일본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2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의 태스크포스(TF)가 관세 면제를 위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기업들에 필요한 (면세) 품목 제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는 가운데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당국으로부터 면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모리 칩을 제외한 8종의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가 철회된 사실을 관련 기업들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해당 8종의 품목에 대해선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밖에 의료 장비, 에탄 등 산업용 화학물질, 액화천연가스(LPG), 항공기 임차료 등도 관세 면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수입하던 미국산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당장 대체하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2, 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 중국과도 특별한 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하는 등 유화 메시지를 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중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백악관에 가하는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대(military)는 우리가 다룰 또 다른 주제이나, 그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쓰며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일 방미한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난 자리에서도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액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방위비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일본의 ‘투 트랙’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 중인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율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뜻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중국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구체적인 인하 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중국과의 직접 협상 또한 “매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듭된 관세 위협에도 중국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의 하락세와 산업계의 우려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및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또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베선트, 中에 유화 제스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향후 2, 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관세 조정 대상국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추겠느냐란 질문을 받자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최근 양국의 관세 공방이 “무역 금수 조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빅딜(big deal)’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협상할 뜻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에 강경 발언만 계속했던 기존과 상당히 다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미국을) 가장 많이 학대한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로 했다.이런 압박에도 중국이 꿈쩍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인하가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한 듯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 美, 車-유통업계 “관세 유예” 호소 미국 자동차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로 중국이 아닌 우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대중 관세 인하 검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토스드라이브아메리카 등 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정책 단체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3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로 인한 차질에 대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생산 중단,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악관 또한 수입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는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CNBC가 23일 전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3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때 “급격한 관세 계획을 자제하지 않으면 2주 내에 미국 내 공급망이 얼어붙어 주요 상점의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주 등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주요 대학 총장들과 고등교육협회장 등 총 269명이 “연방정부의 전례 없이 과도하고 정치적인 개입이 미국 교육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2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미국대학연맹(AAC&U)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대학 총장 등 269명이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공공 연구자금의 강압적 사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의 대학들은 구성원이 보복, 검열, 추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열린 탐구의 장이 돼야 한다”며 “미국 고등교육의 정의로운 자유를 폐지하는 대가는 학생들과 사회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듀크대, 브라운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의 총장이 서명에 동참했다. 전날 하버드대는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이 위헌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하버드대 측 변호인단에 합류한 이 대학 동문들도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가 대표적이다. 한국계인 그는 공화당 당적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바이든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때 논란이 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지상 여정’이라며 자신의 묘지로 선택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사진)이었다. 교황은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넘게 이 성당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122년 만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432년경 지어졌다. 고대 기독교 성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로마 내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는 이탈리아어로 ‘주요한’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세계 여러 성당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 교황이 묻히는 것은 356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식 다음 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선종 9일 전인 12일 부활절 주간을 시작하면서도 이곳을 찾았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의 묘지 자리는 이전에 촛대 보관실로 쓰던 소박한 공간이다. 보관실 양옆에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매체는 “겸손하게 고해하는 교황의 생전 모습과 ‘하느님은 결코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하버드대가 최근 22억6000만 달러(약 3조2100억 원)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한 미 연방정부의 조치는 위헌적이고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는 최근 이 대학과 이른바 ‘문화 전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가로 10억 달러(약 1조42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소송 제기를 결정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21일 성명을 내고 “지난주 연방정부는 하버드대가 불법적인 요구 수용을 거절한 이후 여러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정부 권한을 넘어서고 위법하기 때문에 우리는 보조금 지급 중단을 멈춰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는 미국 고등교육을 세계의 등대로 만든 가치를 대변한다”며 “미 전역의 대학이 정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존재하며, 법적 의무를 존중하고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진실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버드대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 등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8개 연방 부처를 피고로 명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소장에서 하버드대는 “하버드대가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나서자 백악관이 자의적으로 위헌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버드대는 “정부가 자금 압박을 통해 학문과 대학 운영을 통제하려고 든다”며 “정부가 제시한 거래는 (정부가) 대학을 세세하게 관리하도록 허용하든지 의학과 과학, 혁신 분야 연구를 지속할 역량을 잃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다른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하버드는 자율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에 강한 반감을 보여 온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들을 진보 이념의 본산지로 여겨 왔다. 또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압박할 계획임을 강조해 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비과세 지위 박탈과 외국 유학생 입학 제한 등의 추가 제재도 경고한 상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지상 여정’이라며 자신의 묘지로 선택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122년 만이다.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432년경 지어졌다. 고대 기독교 성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로마 내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는 이탈리아어로 ‘주요한’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세계 여러 성당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 교황이 묻히는 것은 356년 만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식 다음 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선종 9일 전인 12일 부활절 주간을 시작하면서도 이곳을 찾았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의 묘지 자리는 이전에 촛대 보관실로 쓰던 소박한 공간이다. 보관실 양옆에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매체는 “겸손하게 고해하는 교황의 생전 모습과 ‘하느님은 결코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무덤은 땅속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마련돼야 합니다.”21일(현지 시간) 88세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만 (무덤에) 남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교황청이 이날 밝혔다. 또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바티칸 외부의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묻어달라”고도 했다. 평소 청빈한 삶을 살아온 교황이 조용하고 검소한 장례를 강조하며 마지막까지도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다.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았을 법하지만 유언은 12개 문장으로 끝났다.교황은 2022년 6월 29일 생전 거주지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작성한 유언에서 “지상에서의 삶의 황혼이 다가옴을 느끼며 영원한 삶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갖고, 매장 장소에 대한 제 마지막 소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매장지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택한 데 대해 “평생 사제와 주교로 사목하는 동안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께 제 자신을 맡겨왔다. 마지막 지상 여정이 이 고대의 마리아 성지에서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이상 이 성당을 방문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첨부된 도면을 언급하며 “바오로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의 측면 통로에 있는 틈새에 매장을 준비해 주시길 요청한다”며 세부 장소까지 지정했다. 또 “무덤 조성에 드는 비용은 한 후원자가 제공한 금액으로 충당한다”며 장례비도 직접 챙겼다. 마지막은 “제 인생 마지막을 장식한 고통을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의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바친다”는 기도로 맺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하느님께 빈 것이다. 교황청은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5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이 집전하는 가운데 열린다고 22일 밝혔다.“권력 멀리한 교황의 낮은 자세 그리워” 슬픔에 잠긴 바티칸“교황은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옷을 입은 채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다가가셨죠.”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현지 시간) 늦은 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난 백발의 호주인 앤서니 보노모 씨는 생전 소탈했던 교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급히 기차를 타고 온 페르낭도 모랄레스 드라크루즈 씨는 “교황은 ‘왕처럼 사는 다른 국가 원수들’ 같지 않았다. 고급 저택에서 손님임을 자처한 어른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세계 곳곳에서 광장으로 모여든 신자와 순례자들은 “권력과 권위를 멀리한 교황의 낮은 자세가 그립다”고 입을 모았다. 군림하는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군중 속으로 들어가 소리 없이 진정성 있는 선행을 실천했다는 것. 사람들은 낮은 곳으로 임했던 교황의 뜻을 받들려는 듯 자정이 되도록 기도하고 명상하며 고요한 애도를 이어갔다. 22일 낮에도 성 베드로 광장에는 엄숙한 표정으로 기도를 하는 신자들로 붐볐다.● “목자 없는 양처럼 멍하니 선 기분”바티칸에서 만난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인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서도 고인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모니카 씨는 “어제 부활절 미사 때 교황을 뵙고 ‘내가 정말 운이 좋다’며 기뻐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가실 줄 몰랐다”며 “너무 슬프다”고 했다.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7시 35분 바티칸 자택에서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고인은 다발성 기관지 확장증, 동맥 고혈압, 제2형 당뇨병도 앓고 있었다. 교황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사에 참여하며 가급적 많은 이들과 함께했던 것이다.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교황이 꾸준히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호주인 톰 씨는 “세계가 불안에 시달리는 와중에 교황은 안정을 주고 위안이 됐다”며 “부디 차기 교황도 우리에게 평안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날 저녁 바티칸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에선 교황을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바티칸 당국이 운영하는 매체인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미사를 주재한 로마 교구의 총대리 발도 레이나 추기경은 “오늘 저녁 우리 교구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목자 없는 양처럼 멍하니 서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장식 없는 소박한 관에 눕다교황청은 21일 오후 8시 교황이 머물던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1시간에 걸쳐 입관식을 거행했다. 교황의 사망을 확인하고, 그를 관에 안치했다. 입관식에는 교황 주변에서 활동했던 사제들과 가족들이 참석했다.이와 함께 교황의 사인과 유언을 공개했다. 교황의 비서 역할을 하는 궁내원장은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했다. 다음 교황에게는 새 반지가 주어진다.장례 절차는 생전 교황의 뜻에 따라 소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황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간소화된 장례 규칙에 따라 교황은 전임 교황들처럼 편백나무, 납, 참나무로 된 3중관이 아닌 장식 없는 목관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이날 교황청은 산타 마르타의 집 대문에 빨간 리본을 달아 묶고, 밀랍 도장을 찍어 봉인했다. 이는 교황 애도 기간의 시작을 상징하는 절차다. 교황청은 이르면 23일 오전 교황의 시신을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 일반인 조문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조문 풍경도 소박하게 바뀔 전망이다. 이전엔 교황의 시신이 대성당 내부에 설치된 허리 높이의 단상 ‘카타팔케’ 위에 안치됐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뜻에 따라 성 베드로 광장 바닥에 관이 놓여진 상태에서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텅빈 이 광장을 바라보며 특별 강복으로 위로를 건넸는데, 같은 자리에서 신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장례식은 26일 열리고,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모임인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2, 3주 뒤인 다음달 중순경 열릴 것으로 보인다.바티칸=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